12월
-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 부산에 그 전의 기록을 알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눈이 내렸다. 나는 눈이 내리는 걸 보면 항상 이 시가 생각이 난다. 지금이 12월은 아니지만 눈이 내리는 날은 조금 더 감상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전화기를 만지작거려야 했다. 그래 어제 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