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보충 없는 방학에 잘 적응하고 있지? 저번 모임에서 얘기했던 자신의 방학 계획이나 목표에는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겠지? 다음 모임에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다.

   지난번 모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책도 좀 그랬는데다가 토론이든 발표든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만들어졌으니까…… 나는 너희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 매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번 모임에서 너희들 얘기를 들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군. 의외로 무덤덤하더라.(진짜 인터넷 게시판에서 ‘열폭’하는 네티즌은 ‘초딩’ 밖에 없으려나?)

   방금 동아리 모임하려고 화명도서관에 연락했더니 지하에 있는 독서토론실은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필 홈페이지도 접속이 안 되고(이것도 물어보니, 복구 중이란다.) 공간도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하길래, 정색하고 좀 따졌다. (그래봐야 전화 받는 담당자가 뭔 죄가 있겠노?) 도서관 홈페이지 복구되면 홈피 게시판에 항의 글이나 써야겠다.

   그건 그렇고, 우리 모임은 어디서 한다? 이것도 큰 걱정이네. 흠, 학교에 와서 해야 하려나? 꼭 학교 밖에 장소가 없다면 교장선생님께서도 허락이야 해 주시겠지만, 이런 걸로 부탁하기는 싫은데…… 구민운동장에 평상에 앉아서 할까? 끝나면 운동장 같이 돌고, 게임하다가 벌칙 걸리면 운동장 한 바퀴 돌아오기! 뭐 이런 벌도 좋겠네. (이 더위에 애들 쓰러질라!) 교무실에 앉아 이런 글을 쓰면서 혼자서 싱글싱글하고 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아무튼 일단 별다른 연락이 안 가면 학교에서 하는 걸로 하자.

   이번에 숙제로 내 준 책을 아직 다 못 읽은 사람은 없겠지? 이 글을 읽을 때까지도 아직 책을 펼치지 못한 사람은 얼른 몇 쪽만 읽어봐라. 그러면 금방 끝까지 다 읽게 될 테니까. 책을 덥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떤 분들은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권하기가 조금 망설여진다고 하더라만, 나는 너희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네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늘 그렇듯 이 책이 너희들의 성숙에 좋은 자양분이 되기를 빈다.

   이번 모임의 생활나누기는 지난 1학기 동안 읽고 보고 들었던 책, 영화, 음악, 그림, 텔레비전, 이야기…… (그게, 무엇이든 다 좋다)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든 걸 소개해 주렴. 예를 들어, 좋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어떤 영화를, 어떤 감동을, 어떤 이유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1시간 동안만큼은 발표하는 동안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럼 이 쪽지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숙제가 이제 나가니까 잘 챙겨서 듣고 모두 숙제를 해 오너라.(이번 모임은 시간도 많으니까, 느긋하게 모두의 숙제를 챙겨서 들어볼 거다.) 처음에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소감이나 느낌 당연히 준비해 오는 것이고, 이 책의 독후 과제는 자신의 못난 점을 들여다보기, 대신 못난 점에 빠지지 말고 그 못난 점이 나에게 어떤 힘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또 그런 못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써 오기. (이건 1번, 2번, 3번 하는 식으로 번호를 쓰지 말고 세 가지 소주제가 한 편의 글이 될 수 있도록 써보렴.)

   다음 모임까지는 딱 일주일이 남았으니 이 숙제글이 그리 늦은 편은 아닌데, 너희들이 블로그에 올려진 이 글을 다 읽게 되려나, 좀 걱정스럽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좀 알려줘.(못 봤다고 안 해 오면 모임에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한다.)

   이제 대충 숙제글이 끝났으니 나는 다음 책 선정 작업에 들어가야겠다.(이 시간도 행복한 시간이다.) 또 9월 중순에는 이상석 선생님을 뵐 수도 있으니 책을 읽고 나서 생긴 궁금한 내용은 직접 물어볼 수도 있을 거니까 그것도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렴. 얼른 그 날도 왔으면 좋겠다. 우선은 다음 모임이 더 급하지만!!

   날이 무척 덥다.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는 모든 나무는 한여름 땡볕을 묵묵히 견뎌낸 나무이다. 우리도 묵묵히 견뎌나가자.

2011년 7월 땡볕에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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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2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생마냥 앉아서, 좀 생각해 봤어요.
'못난 것도 힘이 된다'를 읽지 않았지만, 제 자신의 못난 점도 한번 들여다 보고 말이죠~^^

여름 땡볕엔 느티나무 그늘이 소중하죠.

느티나무 2011-07-21 21:32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늘 힘든 숙제를 내지요^^;; 느티나무가 좀더 우람하게 자랐어야 그늘이 깊고 넓을텐데... 그냥 그렇습니다.
 

    안녕! 학교가 무척 어수선하지? 방학이 코앞인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여느 방학 때와는 좀 다른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생각의 중심을 잡고 평상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리라고 본다.

   우리가 모여서 얘기를 나눈 지도 벌써 꽤 오래 되었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도그 빌’이라는 영화,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인간을 보는 관점에 대한 너희들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가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그날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은 반드시 우리에게 대가를 요구하더라. 그러니 지금 무의미하게 보내는 모든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는 거지. 다음에 어떤 대가를 요구할까?- 얘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고, 모임이 끝난 다음날부터는 기말 준비라는 블랙홀이 우리 마음을 몽땅 삼켜버렸기에 얘기할 기회가 사라졌다. 이렇게 불평만 늘어놓는 내 이야기의 요점은, 우리가 자주 모이지 못해서, 더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해서 아쉽다는 거다.

   이번 책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라고 했는데 재미있게 읽고 있나? 소설이라고는 해도 아마 문장 때문에 그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 그렇지만, 그 문장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책이 말하려는 주제는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지 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바로 카타리나가 살았던 사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거든.

   이 책을 읽자마자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떠오른 일만 꼽아보려고 해도 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언론(특히 인터넷 언론을 포함해서)은 ‘사생활 보호’라는 ‘인권’의 기본 개념은 집단 관음증의 그럴 듯한 포장지인 ‘알 권리’라는 이기적인 논리에 파묻혀서 내팽개쳐져 있다. (욕망은 이성보다 힘이 세니까) 그 중에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일명, “지하철 막말남 동영상”. 이 동영상의 내용은, 지하철을 타고 가던 20대가 자신과 살짝 부딪혔다는 이유로 노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하고, 옆에 있던 사람들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행패를 부린 상황이 일어난 거지. 누군가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 남자의 개인정보를 빼내서 인터넷에 알리자는 여론이 일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남자의 ‘신상 털기’를 했는데, 엉뚱한 사람의 정보를 잘못 올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자, 너희들의 생각이 궁금하네. 처벌로서의 ‘신상 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시 자기가 인터넷 댓글 달기에 열중해 본 적이 있다면 어떤 일이나 사건이었는지? 아니면, 직접 댓글을 달지는 않았지만, 달고 싶었던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자기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을 써 오면 좋겠다.

   참, 생활나누기 숙제가 빠졌네. 사실, 이 생활나누기 숙제는 꼭 해 보고 싶었던 거라 아껴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과제로 던진다. 우리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나무 사진을 찍어 오는 거다. 카메라로 찍고 그 나무의 이름을 알아오면 된다. 그냥 보면 그게 그거 같은 나무이지만 사진을 찍고, 이름을 알고, 나무에게 말을 걸다 보면 그 대상이 달라 보인단다. 우리 학교에도 얼마나 다양한 나무가 있는지 알게 될 거야.[10개 정도면 찍어 오면 너무 적을까?] 이게 싫은 사람은 A4 용지 크기 정도에 가장 맘에 드는 나무 한 그루를 그려 오시라. (이런 사람에게 특별히 ‘노력상’을 주겠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나무를 그리면서 들었던 자기 느낌을 적어 오도록 하렴.

    모임은 일단 다음 주 화요일(12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너희들도 알고 있듯이 상황이 좀 유동적이다. 오늘 모여서 의논해 보자. 그리고 방학 계획도 같이 좀 생각해 보고.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 마음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일이란 거 명심해라. 그렇기에 지금 네가 할 일은 책을 정성껏 정독하는 것, 숙제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정리해 오는 것이다. 그럼 나중에 보자.


-2011년 7월,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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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여느 토요일과는 다른 토요일! 마음은 이미 제주도로 훌쩍 떠나 있을 것 같은데 이 쪽지가 제대로 읽히려나? 그리고 숙제는……? 대체 어떤 걸 낼 수 있을까? 다음 주에 학교에 오는 날이 하루도 없는데…… 숙제는 할 수 있으려나?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뭔가 가물가물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내 교무실 책상 뒤 서가에 덩그러니 쌓인 책을 본다. 아직도 둘은 책도 안 챙겨갔다. 그런데, 언제 책을 읽고 숙제를 할까?

   먼저 지난 번 모임이 끝나고 기분은 어떠셨나? 음…… 사실, 난 제법 기분이 좋았다.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활동해야 한다는 동아리 숙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용기를 내 준 몇몇 친구들 때문에 말이지. 진짜 그런 용기를 실천해 준 친구들이 무척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예뻐(멋있어) 보였다.

   또한 지난 번 모임에서 나눈 얘기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한 걸음씩 더 다가간 것 같다. 그날 모임에서 나온 얘기들은 정말 나랑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혹은, 친한 친구라도 해도-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누구나 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강한 척, 아무 문제없는 척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너희들도 조금씩 느끼겠지만 사실 사는 게 어디 꼭 그렇기만 하나? 물론 정도의 문제겠지만, 항상 괜찮고, 늘 강하고, 전혀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는 거, 그냥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 조금씩 느끼고 있을 테지. 단 하나 주의할 점! 나만 불행하고, 아프고, 괴롭다고 착각하지만 않으면, 툭툭 털어낼 수 있는 걸 내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만 않으면 된단다. 그러고 보면 이 잔소리의 결론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데 무척 유용한 수단이 독서라는 것도 저번 모임에서 얘기했었다. 그치? 사실, 그래서 책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잔소리는 고질병!)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조금 늦게 도착해서 이제 막 앞부분을 읽고 있겠지? 어때, 기대했던 대로 재밌는 거야? 아니면 벌써부터 지루해서 실망스러운 건가? 아니면 어려운 개념 때문에 읽는데 고생하고 있나? 음, 고등학교 2학년 정도면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은 아니고, 좀 어려운 게 당연할 듯하다. 그러니 몇 쪽 읽고 어렵다고 책 덮지 말고, 영화 한 편씩 나눠져 있으니 어려운 부분은 넘기고, 흥미 있는 영화가 나오는 부분이나 읽기 편한 철학의 개념이 소개되어 있는 곳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그렇게 해서 결국은 다 읽어야겠지?)

   이번 모임은 여러 가지로 좀 애매한데 같이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려면 숙제 발표할 시간이 없을 것이고-물론 수학여행 때문에 숙제할 시간도 내기 어렵겠지?- 생활나누기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저번 모임처럼 찬반 토론을 해 보거나, 아주 멋진 생활나누기 숙제를 준비했었는데, 이건 다음에 써 먹어야겠다.)

   숙제는 (늘 똑같아서 평소엔 숙제에 넣지도 않았지만) 1)책 읽은 느낌 말하기. 그냥 모임시간에 퍼뜩 생각난 거 말고 책을 다 읽은 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해서 말하기로 하자. 2)책을 읽고 난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 선정하기. 이 책에 소개된 영화중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써 오렴. 3)내 인생의 영화 소개하기. 내가 본 영화중에서 친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를 골라서 추천 이유 함께 쓰기, 이상 세 가지이다. [이런 멋진 책을 두고 이런 어이없는 숙제를 내 준다니, 이건 죄악이 아닐까?]

   다음 모임은 6월 14일 화요일 9교시야. 장소는 함께 영화 보고 토론할 곳이어야 하니까 적당한 곳을 찾아볼게. 그럼, 모두에게 멋진 토요일이기를……

   모두, 여행, 잘 다녀오길 빈다.


2011년 6월 4일 토요일 아침에,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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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수요일, 지난 번 모임하고 벌써 일주일이 훌쩍! 이번 동아리 책은 이미 나갔으니 재밌게 읽고 있을 거고……이제 이 숙제글만 받아들면 너희들은 한 동안 이 종이 잡고 끙끙대야 할지도 몰라. 어쩌면 이것저것 할 일도 많은데, 이 숙제가 겹쳐서 좀 짜증이 날지도 모르지. 그래도 이렇게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어느새 우린 꽤 높은 곳에 올라와 있을 거야. 느리게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함께 가자.

   지난 모임에 만들어진 깜짝 이벤트는 무척 감동적이었어. 기획하고 준비하면서부터 애써야 할 마음이 고스란히 읽혔으니까 더욱 그랬지. 이벤트야 지나가고 말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애쓴 너희들의 마음은 누군가의 마음에 그대로 전해져서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거든. 이런 멋진 친구들에게 내가 보답하는 일은 이 동아리에 조금 더 애정을 쏟는 것이리라 믿고 노력해 보련다. (아마, 심한 잔소리로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작년에 강조했던 걸 다시 한 번 떠올려 볼까? 먼저 듣기 얘기를 했었지. 듣기는 모든 훌륭한 대화의 시작이라고! 또 활동 자료를 정리하는 건 미루면 자료가 쌓이고, 쌓이면 이게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니까, 다시 미루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다. 모임이 끝난 다음날까지 틈을 내서 정리하는 게 즐겁게 동아리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단다.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 이것도 자기 발전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단다. 이미 독서캠프나 시낭송대회, 활동 보고서 만드는 과정에서 몸으로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나를 위해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는 것, 그게 무엇이든, Why not?[잔소리를 여기까지!]

   이번에 받은 책 ‘연을 쫓는 아이’ 어떻게 읽었나? 무척 흥미진진하지? 그리고 감동도 있고? 아,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 무엇일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놀라운 반전과 흥미로운 사건들을 따라가다 문득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나’를 발견하지는 않았을까?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쉬운 질문이 없을 것 같다만, 이 책을 읽은 우리는 정직하게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1. 내가 ‘성장’했구나, 아니면 ‘어른이 되고 있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나? 구체적인 경험을 써 보자. 2. 아미르가 보여 준 ‘용기’처럼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상처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는 용기를 내 보자.

   <연을 쫓는 아이>는 유년시절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평생을 죄책감에 실렸던 한 소년이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과정을 통해 용서의 치유력을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성장 소설이다. 소년 아미르로부터 시작된 하산의 비극은 아프가니스탄의 상처 많은 역사와 맞물리면서 점점 더 커지고 끝내 그의 아들 소랍에게까지 고통을 준다. 아미르는 또한 아무에게도(심지어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평생 동안 하산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상처는 감추고 외면할수록 점점 더 깊어져 큰 아픔을 주는 법이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그것을 꺼내 보이고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비밀과 하산의 소식에 망연자실하던 아미르는 소랍을 만나기 위해 카불로 떠나고,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하산을 꼭 닮은 소랍을 통해 풀어낸다. 그렇게 아미르와 하산은 아미르와 소랍으로 이어지고, 상처 입은 영혼들은 서로를 향한 '용서'와 진심이 담긴 '이해'로 더디지만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그래서 먹먹하게 이어지는 절망 끝에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은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생활나누기 시간에는 일명 ‘게임셧다운제도’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해 보려고 한다. 저번에 예비조사를 해 보니 거의 반반이더라. 1시간 동안의 토론을 위해 셧다운제도의 내용을 확인해 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한 다음, 토론 발표 내용을 정리해 오길 바란다. 아주 신나는 토론이 되었으면 좋겠어. 기대하고 있을게.

5월 중순, 나날이 더 좋은 날,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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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3일에 첫 일기를 쓰고, 4월 18-19일에 썼던데, 이번엔 5월 17일이다. 그러고 보니 한달에 한 번 일기를 쓰는 셈이다. 저번 일기를 쓰고 아, 얼른 5월이 왔으면 했는데, 스스륵,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돌아보면 딱히 한 일이 없을까? 정말, 이러다 죽을 때 내 인생을 되돌아 보아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기분이 드는 거 아닐까 싶다.

   5월 5일 어린이날, 6살 짜리 아들의 아빠가 오후 1시에 잠에서 깼다. 참으로 간 큰 아빠가 아닐 수 없다. 어디라도 가 보자는 눈치를 보내는 아내와 무조건 "놀이공원, 까꿍(실내놀이터), 키즈랜드(경륜장 안의 실내놀이터)"를 외치는 녀석을 꼬드겨서 아파트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아파트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았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녀석도 자전거를 타는 재미와,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 덕분에 더 조르지도 않고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흠, 난 혼자 아파트 앞 의자에 멍하게 앉아 있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초록바람을 맞고 '흐흐'대다가, 가끔씩 녀석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제법 높다랗던 해가 훌쩍 강 너머로 질 때까지 그냥, 그냥 있었다.

   5월 10일은 작심하고 녀석이랑 좀 제대로 놀아주려고 결심했는데, 5월 9일부터 제법 큰 비가 왔다. 당연히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사흘동안 뒹굴었다. '까꿍'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녀석이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실, 얼마 지나지도 않은 지금 생각해 보니 뭘 했는지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놀았기 때문일 것이다. 

   5월 14-15일에는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을 다녀왔다. 휴양림 들어가는 길에 합천에도 있는 바람흔적 미술관에도 들르고, 나비 생태공원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일요일 아침에 편백나무 숲을 걸었던 일. 이런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이 좋다. 오후에는 남해에 널려있는 체험마을을 골라 갯벌체험을 했다. 주로 했던 일은 조개 캐기.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낙지도 잡긴 했지만, 우리 가족은 조개만 열심히 캤다. 근데 점점 놀이가 노동으로 전이되더라.(이 노동 덕분에 세 가족-우리, 처가, 본가-은 오늘 저녁 시원한 조개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래도 이렇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거 보면 무엇에 씌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5월 들어서 나의 과소비 중독증이 또다시 폭발하여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텀블로 두 개랑 읽어야 할 책만 잔뜩 쌓였다. 남들에겐 촌스럽기 그지 없는 텀블러(시중가 15000원)에 꽂혀서-5만원 이상 책을 사면 텀블러를 공짜로 준다- 질렀다. 책이야 나중에 읽어도 읽긴 읽겠지만, 마음을 절제, 해야 했는데 아쉽다. 

   5월 17일, 오늘 아침에는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열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기쁜 소식이 하나 있었다. 책 사면서 자동으로 이벤트에 응모한 게 덜컥 당첨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1등 1명, 2등 2명, 3등 3명을 뽑는데 3등으로 뽑혔단다. 왠 횡재냐 싶었다. 선물이... 나중에 오면 '이씨네 이벤트'를 해 볼 예정이다.(이상하게 나는 내기를 하면 꼭 이길 것 같고, 이벤트에 응모하면 항상 당첨될 것 같은 근.자.감이 있다. 실제로는 잘 되지 않으면서도 항상 하기 전에는 그런 기분이 든다.)

   저녁에는 모처럼 2학년 독서토론 모임을 했는데, 녀석들이 나를 또 한번 감동시켰다. 동아리 모임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녀석들이라 오늘도 모임은 무척 활기차고 재미있었다. 홍세화 씨의 '생각의 좌표'를 읽고 '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라는 주제 아래, '나'의 어떤 생각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점검해 봤다. 독서나 토론이 생각의 출처라고 말하는 녀석도 있었지만 의외로 대중매체를 꼽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무튼 폭풍 '수다' 같은 과제 발표와 토론을 했더니 벌써 시간이 후다닥! 동아리 모임은 거의 매번 아쉬운 마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아쉬운 마음으로 끝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나는 이 동아리 활동에 애정이 깊다. 이제 다음 책을 고르고 과제를 내는 일이 남았다. 그래도 기분 좋은 밤이다.  

   기분 좋은 밤의 기분을 더 만끽하려고 늦은 밤 밖에 나왔더니 달이 훤하다. 꼭 달빛 때문만은 아니지만 늦은 밤 혼자 구민운동장을 걷는데 상쾌하다. 그래, 이런 봄날이라면 제법 살만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 욕심 부리지 말고 자족해야 할 듯 하다. 그래,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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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11-05-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 참 평화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