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 과제 편지는 얼마만이야? 까마득하네. 저번에 월든, 모임에 안 온 사람은 못 본 지가 한참 됐지? 기말을 앞두고 모였던 모임, 월든(데이빗 소로우, 이레) 읽고 얘기 나눈 것도 좋았는데…… 물론 책을 다 읽어온 사람이 적어서 책 이야기가 조금 피상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하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 어쩌면 하고 나면 곧 사라지고 말 이런 얘기들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지만, 그래도 그냥 무작정 열심히 달리는 것과 어디로, 어떻게 달리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열심히 달리는 것은 분명 다르지 않겠어? 지금은 비슷해 보여도 스스로의 의지로 달리는 것이라면 아마 우리는 분명 더 먼 곳에 이르게 될 테니까 말이야. 아무튼 지난 모임은 어설펐지만, 소박해서 더욱 좋은 시간이었다.

 

   지금이 기말시험 전에 꿈꾸던 시간일 텐데, 어때?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있어? 아니면 막상 꿈꾸던 시간이 되고 보니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시간이 계속 되고 있는 거야? 만약 그렇게 살고 있는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하나 해 줄까? 기말고사가 끝난 지금, 시간이 마구 흘러간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 시험 치기 전에 하고 싶었던 그 무엇을 지금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말야, 아마 대학을 가서도 똑같은 생활을 할 거야. 우리는 대학만 가면 무엇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두잖아? 근데 그게 막상 대학에 가면 또 쉽지가 않거든. 그건 그냥 신기루일 뿐이고, 늘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인 셈이지. 지금 이 순간을 자기의 계획대로, 의지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대학에 가서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요즘 대학생들은 시간도 많지 않다고 하더라만- 마찬가지 일거야. 그러니 시험 전에 꿈꾸었던 대로 지금은 아주 짧은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시라.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네가 무엇을 하기로 했느냐에 따라 네 의지대로 지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난 천상 잔소리꾼인가 보다.)

 

  

이번에 읽을 책은『한티재 하늘1,2』이다. 아직 책을 가져간 사람이 적어서 못 읽었지? 음, 이 책은 정말 나의 ‘추천도서 목록 넘버 원!’이다. 너희들에게 낯선-사실, 나에게도 그리 녹녹하지 않은- 경북 사투리 때문에 처음엔 몰입하기 힘들겠지만, 조금만 노력을 들인다면 금방 빨려들 만한 내용이니까 그때까지 참고 버텨줘. 아마 책의 구성 때문에 줄거리 이해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첫 번째 과제로 등장인물의 인생을 정리해 오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삶의 여정을 좇아가 보시라. 혼자서 모든 인물을 다 할 수 없으니 좋아하는 인물 서너 명만 정리해 오면 된다. 또 소설에 읽어보니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의 삶이 짠하지. 그런데 이게 과장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이름 없이 이 땅을 살다간 우리네 조상들의 삶일 거야. 그래서 두 번째 과제는 가만히 이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면 한 없이 마음이 안타까워지는 인물을 생각해 오시라. 왜 특별히 이 인물에게 더 마음이 가는지 그 이유도 가만히 떠올리고 정리해 오시라. 세 번째 과제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사건 조사하기. 민초들의 일상적인 삶은 역사적인 사건 때문에 영향을 받기도 하잖아. 그러니까 그런 사건의 배경이라든가, 결과를 중심으로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사건을 조사해 오면 된단다.

 

   우리 모임은 12월 31일(월요일) 오후 3시부터 시작할거야. 모이는 곳은 3학년 4반 교실에서…… 그날은 올해 마지막 날이니까 오는 사람에게 내가 간식 쏘겠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생활나누기(방학 계획, 들어 보려구) 하고 책 읽은 얘기 나누고 과제 발표하고 그러면 아마 4시나 4시 반쯤이 되지 않을까? 그 때쯤 마칠 예정이니까 그 날 자기 일정에 참고해라.

 

   근데 우리 활동집 만들려면,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지? 일단 자기 자료부터 꼼꼼하게 정리해 두는 게 준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것만 잘 해두면 자료 모아서 정리하는 것이야 문제도 아니겠지! 그럼 모두의 건투를 빈다.

 

겨울방학에 조금 더 자라려고 애쓰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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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화요일, 지난 번 모임하고 벌써 일주일이 훌쩍!(아니 이주일이 지났나?) 이번 동아리 책은 이미 나갔으니 재밌게 읽고 있을 거고……이제 이 숙제글만 받아들면 너희들은 한 동안 이 종이 잡고 끙끙대야 할지도 몰라. 어쩌면 의욕이 넘치는 우리 동아리 친구들인지라 토론대회, 영어심화동아리, 특강 등 이것저것 할 일도 많은데, 이 숙제까지 겹쳐서 좀 짜증이 날지도 모르지. 그래도 이렇게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어느새 우린 꽤 높은 곳에 올라와 있을 거야. 느리게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함께 가자.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우리 모임에서 강조했던 걸 떠올려 볼까? 먼저 듣기 얘기를 했었지. 듣기는 모든 훌륭한 대화의 시작이라고! 또 활동 자료를 정리하는 건 미루면 자료가 쌓이고, 쌓이면 이게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니까, 다시 미루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다. 모임이 끝난 다음날까지 틈을 내서 자료를 정리하는 게 즐겁게 동아리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단다. 처음 간절했던(?) 마음으로 지금껏 달려오고 있니?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 이것도 자기 발전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단다. 나를 위해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는 것, 그게 무엇이든, Why not? [잔소리를 여기까지!]

 

   이번에 받은 책 ‘연을 쫓는 아이’ 어떻게 읽었나? 두껍다고 부담스러워하던데, 무척 흥미진진하지? 그리고 감동도 있고? 아,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놀라운 반전과 흥미로운 사건들을 따라가다 문득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나’를 발견하지는 않았을까?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쉬운 질문이 없을 것 같다만, 이 책을 읽은 우리는 정직하게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1. 내가 ‘성장’했구나, 아니면 ‘어른’이 되고 있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나? 구체적인 경험을 써 보자. 2. ‘아미르’가 보여 준 ‘용기’처럼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상처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는 용기를 내 보자.

 

   <연을 쫓는 아이>는 유년시절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평생을 죄책감에 실렸던 한 소년이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과정을 통해 용서의 치유력을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성장 소설이다. 소년 ‘아미르’로부터 시작된 하산의 비극은 아프가니스탄의 상처 많은 역사와 맞물리면서 점점 더 커지고 끝내 그의 아들 ‘소랍’에게까지 고통을 준다. ‘아미르’는 또한 아무에게도(심지어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평생 동안 하산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상처는 감추고 외면할수록 점점 더 깊어져 큰 아픔을 주는 법이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그것을 꺼내 보이고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비밀과 하산의 소식에 망연자실하던 ‘아미르’는 소랍을 만나기 위해 카불로 떠나고,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하산을 꼭 닮은 ‘소랍’을 통해 풀어낸다. 그렇게 ‘아미르’와 ‘하산’은 ‘아미르’와 ‘소랍’으로 이어지고, 상처 입은 영혼들은 서로를 향한 '용서'와 진심이 담긴 '이해'로 더디지만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그래서 먹먹하게 이어지는 절망 끝에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은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우리 모임은 언제더라? 음,15일이로군. 근데 그 날이 우리 학교 토론대회가 있는 날이잖아? 우리 동아리 친구들이 결승에 올라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내가 토론대회 결승 진행을 맡게 돼서 모임이 어렵겠네. 그래서 모임을 수요일이나 금요일로 옮기는 게 좋을까? 아니면 15일은 건너뛰고 22일에 모임을 할까? 전에도 이 얘기했던 거 같은데, 아닌가? 그 때 어떤 결론이 났지? [이 내용에 대한 결론은 내일 박물관에 가면서 의논해 보자구!] 음, 생활나누기도 해야지? 생활나누기, 주제는 (한 3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꼭 이루고 싶은 일, 나한테 일어났으면 하는 일,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써 오기. 이런 건 상상하면 즐겁잖아? 맘껏 상상해 오시라, 그러나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도 하시라!

 

11월 6일, 나날이 더 좋은 날,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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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년 O반, 학부모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10월 23일입니다. 개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지난 8월말에 편지를 드린 이후로 딱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 때만 해도 한창 여름이었던지라 짧은 소매 옷을 입고도 땀을 쏟았었는데, 오늘은 얇은 점퍼를 입고 있어도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뒤돌아보면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지난 2월말 이 녀석들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설레었던 게 며칠 전 같은데, 이제 보름 후면 이 녀석들이 수능시험을 봅니다.

 

   지난 9월에는 수시 지원 기간이라 조금 바빴습니다. 우리 반에는 수시 지원을 안 한 학생도 있지만, 대체로 3-6번 정도 현재 자신의 내신 성적과 작년도 입시결과를 비교해 보면서 지원을 다 했습니다. 아직 정시를 남겨둔 상태라 조금 욕심을 부리기도 했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으니 지금은 그저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요즘 조금씩 수시 모집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지원한 대학교의 홈페이지에 입시일정(합격자 발표일)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학생이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기간에 학교로 오신 학부모님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리고, 진학상담도 하고, 또 학부모님들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통해 제가 잘 모르던 학생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굳어진 제 생각을 교정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학년 초에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남은 기간만이라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써야하겠습니다.

 

   요즘은 학교가 비교적 조용합니다. 그 많던 ‘병-조퇴’ 학생들도 이제는 수능이 코앞이라 그런지 많이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자습시간에 집중력도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수능 마무리 전략과 건강관리입니다. 평소에도 자주 강조하는 것이지만, 너무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지 말고 일찍 잠들고 마무리 공부는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관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집에서 늦게까지 깨어서 공부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 다음날 반드시 학교에서 자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막바지에 이르면 점점 자기의 부족한 점이 눈에 더 많이 띄어서 조급한 마음에 밤에 무리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 여파가 며칠을 가기도 합니다. 이제는 수능 시험 시간에 맞춰서 낮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몸 컨디션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가능하면 늦게 잠들지 않도록 가정에서 신경 써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평소의 환경을 바꾸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경험상 별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 훨씬 공부에만 집중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는 건강관리입니다. 감기라도 걸리면 컨디션이 나빠지고,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얼른 낫기 위해서 약을 먹으면 졸려서 또 제대로 공부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이 소중한 시간을 며칠씩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학교에서도 무리한 일정 없이 평소 하던 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남은 시간까지 꾸준히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 많이 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자습은 11월 3일(토)에 마무리합니다. 11월 7일에야 본인이 어느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전에 학교에서 수험표를 받고, 오후에는 시험장 학교에 가서 교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8일에는 도시락을 준비해서 8시까지 해당 고사장에 입실해야 합니다. 수능 이후에는 지원한 대학교별로 면접고사가 이뤄지는 한편, 학교 일정에 따라 대학교 탐방 등의 체험활동을 합니다. 수능시험 결과는 11월 28일(예정)에 나옵니다. 이 때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수시모집 최종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후 12월 초에 다시 정시모집 지원 상담을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오래 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저도 마지막까지 학생들과 함께 이 시기를 견뎌보겠습니다. 늘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평안하시길 빕니다.

 

 

2012년 10월 23일, 3-O반 담임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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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목요일 첫 번째 음악실 모임은 어땠나? 역시 사연이 있는 노래는 언제 해도 재밌던데. 우리 모두는 비록 어느 한 순간의 마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살짝 보여줄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다는 게 참 좋아 보였어. 꾸미고 감춰서 ‘착한’ 네 마음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진심이 담긴 네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그 순간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못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 않지. 단지 네가 고른 그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것만 중요할 뿐이다. 흐지부지, 말장난으로 흐르지 않고 진심을 말해 준 네 이야기와 노래를 부를 때 살짝 떨렸던 너희들 목소리가 아마 오래 기억될 거야. 시간이 한참 지나 이 모임을 추억할 때면 우리의 지난 목요일의 장면도 분명 선명한 기억의 한 장면으로 떠오르겠지?

 

   시 낭송도 그 전까지는 어떻게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내가 이야기를 꺼내려는 그 때 그 순간에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약간 쑥스럽고 어색한 상황이었는데도, 모두 자기 역할을 잘 해서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이 재미도 있었다. 더구나 낭송자와 진행자의 역할을 번갈아 맡은 경험도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해 놓고 보니 아주 좋은 결과였던 거 같다. 우리 동아리 회원들은 모두 무대 체질? 아니면, 평소에 토크쇼를 너무 많이 봐서? 아무튼 보는 나는 재미있었는데 너희들에겐 어땠는지 잘 모르겠네.

 

   아무튼 그렇게 나름 재미있는 모임은 지나고 이제는 다음 모임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일단 날짜부터 정해야 하는데, 2주 후라면 10월 4일인데 아무래도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아서 자율학습을 몽땅 빼기가 부담스럽지? 우리 그럼 27일에 바로 모임을 할까? 책은 이미 오래 전에 줬으니 슬슬 읽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어때? 괜찮을까?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이제 막 앞부분을 읽고 있겠지? 어때, 기대했던 대로 재밌는 거야? 아니면 벌써부터 지루해서 실망스러운 건가? 아니면 어려운 개념 때문에 읽는데 고생하고 있나? 음, 보통의 고등학교 2학년 정도면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은 아니고, 좀 어려운 게 당연할 듯하다. 그러니 몇 쪽 읽고 어렵다고 책 덮지 말고, 영화 한 편씩 나눠져 있으니 어려운 부분은 넘기고, 흥미 있는 영화가 나오는 부분이나 읽기 편한 철학의 개념이 소개되어 있는 곳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그렇게 해서 결국은 다 읽어야겠지?) 작년에 2학년 학생들에게 이 책 중에서 슈렉을 소개한 부분을 읽히고, 영화 앞부분만 조금 봤던 기억이 난다. 애들 좋아하더라. 책을 읽고 보는 영화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하더라구. 아마 우리의 이번 모임도 분명 그럴 거야.

 

   숙제는 (늘 똑같아서 평소엔 숙제에 넣지도 않았지만) 1)책 읽은 느낌 말하기. 그냥 모임시간에 퍼뜩 생각난 거 말고 책을 다 읽은 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해서 말하기로 하자. 2)책을 읽고 난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 선정하기. 이 책에 소개된 영화중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써 오렴. 3)내 인생의 영화 소개하기. 내가 본 영화중에서 친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를 골라서 추천 이유 함께 쓰기, 이상 세 가지이다.

 

   이번 모임은 여러 가지로 좀 애매한데 같이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려면 숙제 발표할 시간이 없을 것이고 생활나누기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이번에도 아주 멋진 생활나누기 숙제를 준비했었는데, 이건 다음에 써 먹어야겠다.)

 

   우리는 누구나 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강한 척, 아무 문제가 없는 척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너희들도 조금씩 느끼겠지만 사실 사는 게 어디 꼭 그렇기만 하나? 물론 정도의 문제겠지만, 항상 괜찮고, 늘 강하고, 전혀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는 거, 그냥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 조금씩 느끼고 있을 테지. 단 하나 주의할 점! 나만 불행하고, 아프고, 괴롭다고 착각하지만 않으면, 툭툭 털어낼 수 있는 걸 내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만 않으면 된단다. 그러고 보면 이 잔소리의 결론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데 무척 유용한 수단이 책읽기란다. 그래서 책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잔소리는 고질병!)

 

-9월 24일 아침에,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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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잘 보내셨나? 나는 비가 온 걸 핑계 삼아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냥 푹 쉬었지. 푹 쉬고 낫더니 개운한 게 아니라 더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그런 걸까? 밑으로 밑으로 계속 가라앉고만 싶다. 에구구, 아침부터 이런 우울한 얘기는 그만!

 

   너희들에겐 지난 모임이 어땠어? 음, 난 한 마디로 멍했지. 뭔가 스텝이 엉킨 느낌? 애초에 설계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실타래가 잔뜩 엉켜 있는 모습을 봤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막막한 느낌이 들더군. 내가 생각한 결론은 우리 모두 초심에서 좀 멀어졌다는 거야. 나 같은 경우만 해도 독서동아리 계속 하고 싶다,는 열망이 일상에 치이면서 가라앉은 걸 인정할 수밖에 없고, 너희들도 아, 모임에 들어서 열심히 해야지, 하는 간절함이 모임을 하면서 무뎌진 거 아닐까 싶어. “건네진 책은 다 읽는가?, 책을 읽고 네 의견을 보태는가?, 네 생각을 정리하면서 글로 써 보는가?, 숙제를 하면서 ‘왜’라는 생각을 해 보는가?, 모임에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고 있는가?, 모임에서는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려는가?, 상대방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려는가?”

 

   네 마음속의 대답은 어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전부 “아니다”라고 해도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거 아냐? 앞으로 남은 모임에서는 위에 던져진 질문에 모두 “그렇다”라는 답을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에너지를 쏟아내자. (나 역시 마찬가지고!) 지금껏 우리 모임이 자기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면 그건 풍성한 식탁을 준비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너희들 스스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도록 자극하지 못한 내 잘못이 제일 크기는 하다만…… (이건 내가 반성해야 할 문제고!)

 

   자, 이제 지나간 일은 마음에 담아두자. 그리고 달라질 수 있도록 애써보자. 이번에 읽을 책 얘기를 해 봐야겠지? 박성우의 ‘거미’. 주말부터 읽고 있으려나?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하루가 뭐야?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벌써 다 읽었어? 읽었으면 어떤 느낌이 들었어? 이 책으로 무슨 활동을 해 보면 좋을까? 먼저 책을 읽은 느낌을 써 오고, 마음에 들었던 시를 한 번 낭송해 보도록 하자. 시에 맞는 반주가 있으며 더욱 좋겠지? 그리고 그 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낭송한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도 함께 발표해 보도록 하자.(그리고 자신이 평소에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시가 있다면 함께 낭송해도 좋다.)

 

   아, 생활나누기도 해야지? 생활나누기는 사연이 있는 노래 부르기. 자기가 부를 노래를 고르고 그 노래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설명한 다음에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거지. 여기서 사연이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겠지? 수많은 노래 중에 굳이 이 노래를 고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너는 어떤 답을 할까? 그 이유를 말하고 그 노래를 네가 부르면 된단다.[생각난다. 작년에 동아리 학생들과 처음 이런 주제로 생활나누기를 했는데, 실실 웃으면서 그냥 부를 노래가 없어서 애국가를 부르는 녀석이 있어서 나한테 혼났지.] 예전에는 꼭 노래방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요즘은 마이크가 없으면, 또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지 않으면 노래를 못 부르는 것처럼 생각하더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닐 텐데 말이야.

 

   아무튼 이번 모임은 더욱 기대가 된다. 한 마디로 문학의 밤인 거잖아? 시와 노래가 함께하는 밤이니까. 남들 다 자습할 때, 우리만의 공간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나?(나만 그런가?) 시간은 다음주 목요일인 20일이네. 장소는 아직 협의는 안 됐지만, 일단 음악실에서 보는 걸로 하자구.(합창대회 언제 하는지 알아봐야지.) 그럼 멋진 밤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 주길 바래. 늦었지만, 숙제글을 넘기고 나는 3학년 ‘자기소개서’의 글더미로 풍덩 빠져야겠다.

 

   아까 점심때부터 숙제글 받으려고 여러 번 나를 찾아 온 친구들에겐 미안!

 

- 오늘은 어째 쫌 기운이 없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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