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방학 잘 보냈어? 벌써 개학한 지 일주일도 더 지났는데, 그동안 3학년은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난 오후엔 주로 자리를 비웠지. 그래서 이렇게 늦게야 숙제를 낸다. 우리 방학 동안에 뭘 좀 해 보려고 했는데, 나의 게으름 때문에 겨우 영화 한 편 본 게 다였네. 아쉽다. 이런 아쉬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겨울에 다 풀겠어.(쫄지 마!) 그 땐 내가 너희들을 괴롭힐 거야.

 

   이번 모임은 다음 주 목요일에 할게. 아, 그리고 2학기에 달라진 점 한 가지. 이제부터는 목요일 9교시부터 모임을 할 거야. 9교시엔 생활나누기라는 활동을 해 보겠어. 생활나누기는 일상적인 자기 생활을 되돌아보고 친구들에게 자기 생활을 얘기하는 거야. 이러면, 맨날 똑같은 일상인데 무슨 할 얘기가 있나, 미리 걱정하는 친구도 있겠지? 사실은, 너희들만 그랬던 게 아니라 지금껏 나랑 동아리를 했던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말을 했지. 그런데 참 이상하지, 처음에 뚝뚝 끊기던 얘기소리가 모임이 거듭될수록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봤거든. 아마 너희들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면 자기의 일상을 사랑해야 하고, 자기의 일상을 사랑하려면, 그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겠지? 그러니 이번 모임을 위해 개학하고부터 나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나를 찬찬히 떠올려 봐 줘. 꼭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좋아.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그때그때 생각난 게 아니라 조금은 네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주기만 하면 돼. 처음엔 내용을 적어 와서 발표하는 게 좋아. 쓰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정리될 테니까 말이야.

 

   생활나누기를 시작한 기념으로 특별한 주제가 있는 생활나누기 숙제도 낸다. 음 주제는 말이야. 친구들을 (심층)인터뷰 해 보는 건데, 제목은 당신의 밤이 알고 싶다, 이다. 한 마디로 친구들의 사생활을 캐는(?) 건데 평소 학교 다니고 있을 때 집에 가서 주로 하는 일, 자는 시간, 다음날과의 관계…… 등 집에 간 이후 잠들기 전까지의 모든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와서 얘기해 보는 거지.(물론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발표할 때는 이니셜만 말해야겠지?) 난 항상 학교에서 시체처럼 자는 아이들의 밤 생활(?)이 궁금했거든. 주로 낮에는 잠들어 있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정리해 오면 좋겠다. 꼭, 평소의 밤이 아니어도, 주말 저녁도 괜찮고, 야자를 안 하는 학생의 생활도 괜찮다. 대신, 좀 깊이 있는 얘기를 끌어내주면 좋겠다. 그냥 학원 갔다 와서 몇 시에 잔다, 끝! 이런 거 말고,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서 그 친구의 속마음이 우리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네가 다리 역할을 잘 해주면 고맙겠어. 아무튼 기대해 볼게.

 

   이제 이번에 읽을 책 얘기 좀 해 볼게. ‘철/예/거’로 시작하는 단어 중에서 고르라니까 ‘예’를 가장 먼저 선택하더군. ‘예술’ 관련 책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예수전’이라고 하니까 너희들의 표정이 떨떠름하더라. 우리 동아리 친구들 중에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성공회, 그리스정교회 등)를 믿는 사람도 몇 있는 걸로 아는데, 설마 이 책으로 싸움이 나지는 않겠지? 아무튼 표정이 내가 마치 전도(傳道)를 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분위기더라. 난 전도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어. 다만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서 골랐어. 아마 인류 전체의 역사를 다 훑어본대도 예수만큼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너희들의 첫 번째 반응이 바로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 보(믿)는 사람에 따라 예수를 신으로 믿기도 하고, 역사적 실존인물로 이해하기도 한단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김규항이라는 사람이 본 예수는 또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 오렴. 그래서 내가 막연히 알고 있던 예수와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예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도 글을 써 오시라.(꼭 써 오렴) 아, 그리고 이왕에 인터뷰하기로 했던 거 이런 것도 함께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당신이 알고 있는 예수는 어떤 존재(사람, 신)인가요?><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런 질문을 기본으로 해서 인터뷰해 오기. 음, 그렇게 하려면 빨리 이 책을 읽고 예수의 생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금 늦었지만 알차게 준비해서 모임할 때 풍성한 말(言)식탁을 차려 보자. 새로운 시작이다. 준비 많이 해 오시라.

 

태풍이 몰려오는 여름밤에, 느티나무 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8-30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학부모님, 더운 여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직 막바지 무더위지만, 밤이면 더운 열기, 그 맹렬한 기세의 틈으로 조금씩 가을바람이 묻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네, 지난 여름, 녀석들도, 저도, 정말 유례가 없는 뜨거운 날들을 보내고, 오늘 개학한 첫날부터 이렇게 교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습니다. 이제 이 태평스러웠던 녀석들에게도 조바심을 내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느껴집니다.

 

   여름 방학은 보충수업이 늦게 끝나서 방학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무색했지만, 녀석들의 인생에는 이제부터 방학다운 방학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내년에도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돌아야 하는 저로서는 내심 부럽기도 합니다. 이번 보충수업 때는 지각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오늘 확인해 보니 반복되는 지각 때문에 쌓인 벌점이 꽤 많았습니다.(이거 다 청소로 지워야 하는데……) 점심을 먹고 난 오후에는 5시까지 자습이 이어졌습니다. 자습 시간에 축 늘어져 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희들 인생에서 이런 일은 딱 한 번이다, 인생에서 이런 맛도 봐야 하는 거다, 는 마음 사이를 오가며 외줄을 타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또 녀석들과 실랑이도 하고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생활이, 마음이 얽히니,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 며칠에 녀석들은 어찌 사나 또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며칠 전에 문자메시지로 말씀 드린 것처럼 학교는 이제 수시 지원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특수대학은 벌써 접수를 시작했고, 부산 지역의 주요 대학들도 9월 초(주로 9월 3일부터) 부터 수시 접수 기간입니다. 올해 수시 지원은 6회로 횟수의 제한이 있어서 지원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합니다. 제가 부탁드린 것처럼 자녀와 충분히 상의하시고, 수시 지원 여부, 지원 대학/학과 등을 결정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 예년의 경우를 보면 수시에 지원을 해도 합격률이 극히 낮은데 그 때부터 마음이 들떠서 정작 중요한 수능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시 합격도 최저등급 커트라인을 설정한 대학이 많으니 수능시험까지 잘 쳐야 합격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도록 가정에서 다독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수시 지원에 대해서 상담을 원하시면 다음 주 8월 30일(목) ~ 9월 1일(토) 사이에 학교에 오시면 됩니다. 미리 전화나 문자메시지 주셔서 상담시간을 정하고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평일은 7시 30분 이후부터 10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저와 약속한 시간에 오시면 됩니다.(의무 참여가 아니라 원하시는 학부모님께서만 연락주시면 됩니다.)

 

   이제 수능이 딱 80일 남았습니다. 그런데 내일부터는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학생들은 아무래도 2학기라 시험 준비에 소홀한 상황입니다.(수시 모집에 지원하는 경우, 내신 성적은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합니다. 수능 이후 정시 모집에 지원하는 경우는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반영됩니다.) 일찍 귀가하는 학생들이 중간고사 기간만큼이라도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9월 4일에는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에서 주관하는 모의 수능 시험이 있습니다. 이 시험은 그 해에 수능 시험에 응시할 대부분의 학생들(재수생 포함입니다.)이 참여하기 때문에 해마다 실제 수능과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학생들에는 본인의 진짜 실력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약 두 달 후, 11월 8일에 수능 시험을 봅니다. 그렇게 따져 보니 이제 막바지입니다. 지금은 다른 잡념은 버리고,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기만을, 자기가 가진 능력만큼이라도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해 주기만을 부모님이나 저나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각자가 닦은 집념과 열망, 부모님의 간절한 염원이 합쳐져서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쥘 수 있기를 빕니다.

 

   다음 달에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학부모님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12년 8월 20일, 개학 첫날, OO고등학교 3-O반 담임 느티나무 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학부모님, 안녕하셨습니까?

 

   지난번에 보내드린 5월의 편지 이후로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가정도 평안하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내셨는지요? 위쪽 지방은 연일 폭염이라더니 우리 동네는 요 며칠 내내 선선했고 최근에는 비까지 왔습니다. 아무래도 더운 것보다는 분위기가 차분해지기 때문에 공부하기에는 조금 더 나은 날씨입니다. 지난 5월 말에 저희 반에 아픈 학생들이 여럿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다 회복해서 지금은 학생들 모두 특별하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중요한 기말고사(7월 4일~9일(4일간))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학생들은 마음이 졸아들고 긴장감과 불안감이 높아져서 공부에만 집중하기가 오히려 힘든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곧 시험이니 어쩔 수 없이 책은 들여다봐야 하는데 보면 볼수록 준비해야 할 건 많아지는 게 시험 준비인가 봅니다. 이번 기말고사는 대학의 수시접수(주로 9월 초에 접수를 받습니다.)에 반영되는 마지막 학교 시험입니다. 아울러 시험의 수시 반영비율도 꽤 높은 편입니다. 그러니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지만, 부모님께서도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5월 이후에 저희 반에 자잘한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5월의 여러 많은 행사들이 끝날 때쯤에 저는 우리 반이 앞으로는 좀 안정된 상태가 되기를, 그래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혈기는 넘치고, 생각은 아직 덜 여문 마흔 명의 남학생들이 하루에 열 몇 시간씩을 살고 있는 좁은 교실이니 제가 학부모님들께 일일이 말씀드리기에도 구차한 여러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불려 와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잘못인지를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니,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하는 제 얘기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제 이 친구들을 만난 지 넉 달! 아직은 함께 한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는 어떻게 하면 우리 반 몇몇 학생들의 메마른 마음에 물꼬를 터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녀석들을 놓치는 일 없이 끝까지 함께 가도록 애쓰겠습니다.

 

   지난달에는 학교에 결핵환자가 생겨서 전교생이 결핵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모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6월 초에 모의수능 시험을 쳤고 시험 결과도 나왔습니다. 조금씩 진보한 학생들도 있고, 제자리걸음인 학생들도 있고, 오히려 뒤로 밀려난 학생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조금씩은 기쁨과 좌절을 안겨준 시험이었지만, 이제는 그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넉 달! 결과를 확 바꾸기는 남은 시간이 부족한 듯 보이지만, 먼 훗날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았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자기 열정을 다 쏟아 부어야 할 때라고 집에서도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이제 7월은 앞에서 말씀드린 1학기 기말고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11일에는 7월 모의고사가 있습니다. 이후 여름방학은 7월 20일(금)부터 8월 19일(일)까지입니다. 여름 방학 중 보충수업은 7월 23일(월)부터 8월 14일(화)까지, 하루 5시간씩 20일간(토요일 포함)합니다. 방학 중 하루 일과는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보충수업을 하고,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 이후 5시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합니다. 5시 이후에는 자율독서실을 개방해서 추가로 자율학습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더 공부할 수 있습니다. 대학 수시모집 기간은 사관학교의 경우 이미 진행 중이고, 빠른 곳은 8월 중순이후부터 대부분의 대학은 9월 초입니다. 그 전에 다시 학부모님들께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방학 중에 꼭 학부모님 상담기간을 설정해서 필요하신 부모님들께서는 방문하시거나 통화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4반 담임교사 OOO(010-OOOO-OOOO) 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참을 게으름부리다가 이제야 이 숙제글을 쓰고 있다. 어제까지 시험문제를 출제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 기말고사 문제를 미리미리 만들었어야 했는데, 나한테는 그게 참 쉽지가 않아. 이맘때가 되면 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며 자기 위안으로 삼는다(난, 참, 창작에 재능이 없어, 하고 말이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꼭 문제를 만드는 일이 아니더라도 모든 일에 늘 이런 식으로 마무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상관없이 늘 마감일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허겁지겁 해내는 나쁜 습관.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게 나다.

 

   우리가 읽은 건투를 빈다, 에 나와 있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이제껏 내 앞에 놓였던 수많은 선택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존재다. 이 말이 참으로 무서운 게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일의 우리 모습이 다르게 결정된다는데 있는 것이지. 늘 선택의 순간 앞에 놓인 우리에게는 엄중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 우리는 오늘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앞으로 너희 앞에 놓인 선택의 순간에 조금 더 신중함이 더해지길 바란다.

 

   지난 모임은 (읽은 책은 별로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재미있는’ 퀴즈쇼였지? 나에게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 퀴즈쇼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퀴즈쇼이기도 했다. 다만 언제나처럼 시간이 부족해서 두 명(연X, X하?)은 발표를 못 한 게 무척 아쉬웠다. 다음부터 이런 발표는 시간 배분을 잘 해서 모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언제나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과제를 준비해 오는 너희들의 자세는 정말 크게 칭찬해도 모자랄 정도다.(퀴즈쇼 상품들도 대박이었지!) 대부분이 책을 열심히 읽어 오는 것-책이 재미있든 말든-도 훌륭한 자세다.

 

   다만, 모임 첫날에 얘기했던, 듣기! 사실, 우리 모임의 주목적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 말로 표현되는 생각은 이미 내 것이니까 내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대, 심화시키지는 못한다. 반면 다른 사람의 말-그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을 듣는 것은 내 사고 체계를 점검하고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내 생각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쓰다 보니 잔소리가 또 길었다, 미안!) 잘 생각해 보시라.

 

 

  그럼, 이번 모임에 읽을 책 얘기를 해 볼까? 너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는 벌써 다 읽어버렸을까? 아님, 얌전하게 학교 사물함 한 자리를 차지하고 먼지만 쌓이고 있을까? 만약 몇 페이지라도 읽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멈추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아닌가? 시험기간이면 더욱 더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지는 않은지? 나는 이 책에 나타난 김어준의 일관된 자세가 맘에 들어서 고른 책이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기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 이론으로는 이것만큼 단순하고 쉬운 진리가 없지만, 실제로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단순한 진리일수록 오히려 지켜내기가 쉽지 않더라. 이것저것 걸리는 게 뭐가 그리도 많은 지……

 

   이번 모임은 7월 12일 목요일이다.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 근데 시험치고 이러면 또 금방이다. 시간은 여전히 저녁 먹고 자율학습 시작할 때다. 장소는 도서실! 그럼 그 때까지 이 책을 읽고 해 올 과제는 무엇이냐? 첫째,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고 생각을 써 올 것. 이 책, 여러 사람이 좋은 책이라고 칭찬하니까 우리는 이 책의 약점이나 한계에 대해서 네 생각을 정리해 주면 좋겠어.(여러 각도에서 다른 생각이 나올 수 있으니까 얘기해 보고 토론하자구!) 둘째, 친구들-가족이나 친지 누구라도 괜찮아-의 고민을 소개하는 글을 써오는 거지. 물론 고민의 내용과 함께 너희들이 쓴 해결책(?)까지 소개해 주는 거지. 또래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너희들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모두모두 궁금하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네 선택의 무게를 생각하며 기말고사 준비에 집중하시라. 기말고사 이후에 나올 안타까운 네 얘기는, 안타깝지만,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다 핑계일 뿐!(곰곰이 생각하면 지금껏 망친 모든 시험에는 다 할 말이 많았을테니까……)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선 여름 땡볕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한다고 믿는 느티나무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8-01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번 <4천원 인생>을 읽고 난 모임은 어땠나? 모의고사를 친 날에도 모임을 하겠다니 너희들은 정말 대단한 녀석들인 거 같아. 나로서는 저번 모임이 너희들의 열정이 헛되지 않은 모임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너희들에게는 <4천원 인생>에 소개된 사람들의 삶은 무척 힘들고 고단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겠지? 그래서, 당연히 이 이야기가 미래의 내 이야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들(?) 중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지 않겠나? 누구나 창창한 미래를 꿈꾸지만 모두가 창창한 삶을 살 수는 없다는 거……. 아프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만 아니면 된다, 가 아니라, 그들-우리들이기도 하다니까-의 삶을 내 문제로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거듭 말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것!). 당연히, 종업원(피고용인)의 입장만이 아니라, ‘사장’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자는 얘기도 존중해야 할 것이고. 우린 종업원도 될 수 있고 사장도 될 수 있으니까 그 양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잖아? 아, 노동 이야기 뒤에 자연스럽게 대학등록금 문제와 청소년 아르바이트까지! 이어진 이야기도 좋았다. 내 바람은 세월이 꽤 흘러서 너희들이 이런 노동 일기를 쓸 때쯤에는 <울면서 읽었다>는 카피가 붙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다.

 

   잔소리가 길었다. 이제 이번에 읽을 책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인터넷에 올라온 책 소개는 “현대 인도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비참한 삶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이루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자무식 가난한 하층민이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손에 넣게 된 '행운'을 그린 소설이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의 휴먼 드라마이다.” 라고 소개되어 있네. 하지만 난 좀 다른 각도로 너희들에게 이 소설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과연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고, 무엇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지식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활동할 과제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과 관련된 퀴즈를 내 보는 거다. 먼저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5개 정도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 단어를 맞힐 수 있도록 문제를 만든다. 그리고 이 문제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나중에 이 단어와 연관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해 보는 거지.

 

   예를 들면, 먼저 떠오른 단어는 “안나푸르나” 그리고 이 단어로 만든 질문은 “네팔의 히말라야 중부에 줄지어선 고봉(高峰). 길이가 무려 55km에 달하고, 높이가 8,091m로 전 세계 8,000m이상의 고산을 의미하는 14좌의 하나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산의 이름은?” 이다.

 

   이 단어와 나의 삶과의 관련성은, “지금껏 나는 제법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왔다. 짧게는 하루 만에 다녀온 여행도 있고, 길게는 이십일도 넘게 떠난 여행도 있었다. 그 어느 여행이든지 여행은 항상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남기고 오래도록 작은 흔적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이번 겨울에 다녀온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로 트레킹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히말라야의 설산(雪山)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앞으로도 계속 나를 부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하 생략)” 이렇게 쓰면 된단다. 멋진 퀴즈쇼를 기대하고 있을게. 다음 주 목요일에 보자!(퀴즈쇼 당첨자를 위해 간단한 먹거리 선물을 준비해 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영화가 궁금하다면 영화를 구해서 봐도 좋다. 워낙 원작의 구성이 탄탄한 것도 있지만, 인도 영화-발리우드라고 한다지?-특유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 덕분에 무척 재미있을 거야.(물론 영화 보고나면 소설이 훨씬 좋다고 말하겠지만…….)

 

   아, 맞다. 책을 읽고 간단한 소감문 정도와 50자 평은 기본으로 해 오는 거, 알고 있지?

 

2011년 6월 9일 토요일 학교에서, 느티나무 쓰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6-14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6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5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