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동아리 모임이 무척 빨리 돌아오는 것 같다.(게으른 탓일까?) 지난 번에 음악실에 모여서 감동적인 이야기 나누기를 했던 것도 아직 생생하고, 멋진 선생님을 모시고 귀한 말씀을 들었던 초청강연의 여운도 아직 가시지 않았거든. 그런데 벌써 다음 모임을 위한 숙제종이가 한참 늦었으니 말이다. 얼른 써서 오늘(금) 전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긴 요즘 좀 동아리 활동과 관련해서 신경 쓰이는 일이 두 가지가 있긴 했다. 먼저, 부산의 여러 선생님들이 보시는 작은 책자에 우리 동아리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좀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글을 쓴 적이 있다. 평소 우리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짧게 이야기했고, 작년에 있었던 여름캠프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선생님들을 위한 홍보용 소책자지만, 우리 동아리 내용이 들어가 있는 책자라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두 번째는 동아리 예산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손을 벌리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교육청에서 지원해 준 예산 100만원이 바닥이 나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궁리를 하고 있다. 이런 궁상맞은 모습을 본 샘들 덕분에 해결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어쩌면 편법(?)을 동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년 2월까지 우리 동아리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이 책이 잘 안 읽힌다는 얘기를 제법 많이 들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이제는 책읽기에 진척이 좀 있으려나? 이 정도 수준이면 고등학생에게도 별로 어려운 책은 아닌 듯 싶은데, 혹시 읽기가 어려웠다면 지금까지 우리의 책읽기가 너무 얄팍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우린 너무 달달하면서도 말랑한 것만 찾은 ‘어린이’가 아닐까?

   이 책에서 말하는 ‘청춘’은 아마 20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듯하지만, 적어도 우리 동아리 친구들은 대학 1학년 정도 수준의 ‘독서능력’이 있으니, 이 책에서 유시민 씨가 소개하는 책도 차근차근 찾아서 읽어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그러니까 이 책이 하나의 포털 사이트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번 주 9교시에는 무엇을 할까? 갑자기 찾아 온 가을. 어떻게 보내려고 하시나? 그냥 세월이 가든 말든 무심하고 살고 말까? 그래도 되지만, 노을이 붉으면 붉은 대로, 달이 밝으면 밝은 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하늘은 하늘 대로…… 다 제 모습의 아름다움이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내가 느낀 가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오렴!

   그럼 이제는 숙제 이야기를 해 볼까? 이번 숙제도 무척 평범한 거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 중에서 가장 읽어 보고 싶은 책은 무엇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써 보렴. 피상적으로 생각하면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 싶다만,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 (막연히 ‘그냥’이라는 이유 말고 사람이 어떤 대상에 흥미와 관심을 보일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너희들의 마음을 가만히 끌어당기고 있는 책을 고르고,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서 왜 그 책의 ‘나’를 끌어당기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풀어보렴.

   두 번째는 ‘고딩의 독서’를 완성해 보는 거야. 이런 스타일의 책을 읽어봤으니 우리도 이와 비슷한 글을 쓸 수도 있을 거다. 내용도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이고. 일단, 논리학 수업시간에 하고 있는 자기소개서 자료를 참고하면 좋겠지.(거기도 비슷한 질문이 나와 있으니 그 자료를 그대로 옮겨와서 소개해도 좋다.) 책 소개도 잠깐 하고, 그 책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까지 소개하려면 적어도 1,000자 정도는 되어야겠지?

   사실, 네가 지금껏 읽어온 책이 바로 지금의 ‘너’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현재의 네 생각을 만드는데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테고, 그런 네 생각의 결정에 따라 네가 행동하는 것일 테니 어떤 책을 골라 읽는 것이야 말로 참으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책 이야기로 풍성한 가을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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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낙동고에서 1학년들과 국어수업을 해 본 후 독서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공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서모임을 꾸렸습니다. 국어 공부 좀 제대로 해 보자, 이러면서 애들을 꼬셨지요. 그게 벌써 6년 전이네요. 그 때부터 해마다 새로운 친구들과 꾸준히 모임을 해 왔습니다.

   모임은 기본적으로 2주에 한 번입니다. 이 정도 간격이 꼭 필요한데 모일 때마다 책을 읽어야 해서 1주일은 책을 읽는 시간이고, 다른 1주일은 제가 내준 숙제를 하는 시간이니까 2주도 빠듯한 시간입니다.

   책은 제가 읽어 본 것 중에서 좋았던 책(재미+감동+의미+지식) 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랐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골고루 선택했고, 책을 읽고 아이들과 같이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하면서 골랐습니다.[여러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들도 많은데, 제가 읽기에 버거워서, 아이들과 저는 아주 쉬운 책만 읽습니다.]


책 이름


과제 내용 [예시]


연을 쫓는 아이


내가 ‘성장’했구나, 아니면 ‘어른이 되고 있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나? 구체적인 경험을 써 보자.


거미/그리운 여우


시집에서 고른 시 낭송하기(배경음악 준비할 것). 낭송이 끝나면 사회자가 이 시를 고른 이유를 인터뷰할 테니 미리 준비해 오렴.


호모 코레아이쿠스


가까운 사람의 뇌구조 그려서 발표하기(20대/30대/40대/50대). 모둠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뇌구조 만들기.


슬럼독 밀리어내어


나의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정답으로 만들고 ‘퀴즈쇼’ 형식으로 문제 출제하기 --> 맞힌 사람에게 간단한 선물도 준비하면 좋아!

   본격적인 독후 활동을 하기 전에 책에 대한 50자 평을 꼭 했습니다. 이외에 정해진 활동은 없습니다. 선택된 책에 따라서 상황극도 했고, 인물 비평도 해 보고, 주제 토론도 해 보고, 시낭송회도 열고, 노래도 부르고, 수필도 쓰고, 영화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부모님의 자서전도 받아 써 오고, 초청 강연도 열고, 시를 이야기로 옮기기도 하고, 내용 요약해서 쓰기 등 아무튼 다양하게 활동을 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모임의 진행은 학생 중에서 희망자가 합니다. 1년 정도 지나면 모두가 진행을 한 번씩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부담감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진행을 한 번 맡고 나면 그 다음 모임부터는 훨씬 성숙해집니다.

   이상하게 동아리 아이들 중엔 ‘울보’들이 많습니다.(담당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리 모임을 하다보면 가끔 울음이 터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가을 어느 모임이 완전히 울음바다가 된 적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들 들여다보는 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늘 배웁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는 게 보입니다. 책의 종류에 따라 관심사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저는 아이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인권, 평화, 차별, 생명, 자유, 역사, 문화……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는 게 좋았습니다. 수업시간과는 달리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 학생들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우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관계가 형성됩니다.

    일상적인 활동 외에 1박 2일 여름 독서캠프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캠프를 다녀옵니다. 물론 전체적인 준비는 한 달 전부터 하는데, 계획, 진행, 평가팀으로 나눠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입니다. 가서도 빡빡한 책읽기 모임을 합니다. 2010년에 특별히, 우리 학교의 김은규 선생님과 인근학교에 계신 김진수(금명여고), 김현숙(낙동고), 박대현(낙동고) 선생님들과 함께 꾸린 독서캠프라서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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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11-09-0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캠프 운영 사례가 아니라 일상적 동아리 활동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길래 급하게 쓴 동아리 사례기... 이 글이 다른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jy 2011-09-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헐렁하지 않은데요~ 공부하랴 숙제하랴 책읽으랴 빡빡하구만요^^

느티나무 2011-09-07 16:52   좋아요 0 | URL
ㅋㅋ 오해가 있어요~.. 애들은 공부도 하고, 책도 있어야 하니까, 힘든데... 담당교사인 제가 설렁설렁하게... 다른 활동은 별로 안 하고, 좀 게으르게 책 읽기에만 집중한답시고 헐렁하게 살고 있거든요.(주변에 동아리 하시는 샘들 보면, 진짜 애들 데리고 활동 많이 하셔서... 그랬답니다.)
 

   6년 전 처음 낙동고에서 ‘글밭 나래, 우주인’이라는 이름으로 독서토론 동아리를 시작하고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 온 일이 ‘독서캠프’라는 이름의 1박 2일 동아리 활동이었다. 2주마다 모여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는 독서토론 활동도 서로에게의 마음을 여는데 좋지만, 함께 ‘밤’을 같이 보내며 여러 활동을 하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되어 좋았다.

   2010년에도 여름 ‘독서캠프’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같은 동아리를 운영하고 계시는 우리 학교, 인근 학교(금곡고, 낙동고, 금명여고)의 훌륭한 선생님들과 모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름 독서캠프를 같이 해 보자는 의견을 나와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1. 여름 독서캠프 준비하기

   캠프 장소는 가까운 ‘학생교육원’으로 정하고 방학 전에 미리 예약을 했다. 각 학교의 희망자를 중심으로 캠프 기획회의를 구성해서 여러 번 토의를 거쳤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에 참가한 학생들은 다음 회의 때까지 동아리 회원들의 의견을 정리해 왔다. 다시 회의, 검토, 수정 이렇게 하기를 서너 차례, 최종 캠프 일정표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독서캠프 참가 동의서를 만들고, 학부모의 서면 동의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참가 동의서를 다 모아서 학교장의 결재를 받았다.

2. 여름 독서캠프 일정표


8월 11일:첫째날


8월 12일:둘째날


시간


활동


시간


활동


13:00-14:00


숙소 도착


00:00-07:00


취침 및 기상


14:00-14:30


정리 및 모둠 확인


07:00-07:30


산책 및 체조


14:30-17:00


*모둠 활동[친교의 시간]


07:30-09:00


아침식사[학교별 준비]


17:00-19:00


저녁 준비[학교별 준비]


09:00-10:00


독서토론 발표회[강당]


19:00-21:00


*초청 강연[아시아평화연대]


10:00-11:00


롤링 페이퍼


21:00-22:00


독서토론[십시일반]


11:00-12:00


숙소 및 짐정리


22:00-23:00


*독서 퀴즈[몸으로 말해요]


12:00-13:00


귀가


23:00-24:00


정리 및 자유시간


* 식사는 학교별로 재료 준비해서 먹습니다.

  소박하지만 우리가 여러 차례 의논해서 만든 독서캠프 내용이다. 모둠활동에 다양한 놀이를 많이 준비해서 빨리 친해졌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활동하는 정정수 씨와 샤골 씨의 초청 강연을 듣기 위해 ‘말해요, 찬드라’(이란주, 삶이보이는창)을 미리 읽어왔고, 십시일반(박재동외, 창비)을 읽고 ‘청소년 인권 반올림’이라는 주제로 모둠별 토론 후에 상황극으로 토론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한밤중까지 이어진 독서퀴즈에 열정을 다 쏟기도 했고, 롤링 페이퍼에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과 이번 독서캠프 평가까지 빼곡하게 담았다.

3. 여름 독서캠프 후기

  • 막상 집에 가려니깐 아쉬웠다. 피곤했지만 정말로 재미있는 캠프였다. 애들과 더 친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도 해보고 캠프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OO고 1학년] 
  • 나름 여러 캠프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알차고, 의미 있고, 재미있는 캠프는 처음이었다. 처음엔 장소도 가깝고, 낯선 사람들이랑 짧은 1박 2일을 보내는 것에 선입견이 있었지만, 캠프를 마치고 내려가는 지금, 이틀간 난 참 많은 것을 얻은 사람 같아서 행복하다. [OO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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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11-09-0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아리 활동 사례를 소개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말끝에 동아리 캠프 사례도 좀 넣고... 이런 걸 동아리 캠프 사례를 중심으로 써달라는 뜻으로 알고 이렇게 썼다. 나중에 통화 후 잘못 썼다는 걸 알고 다시 썼다. ^^;;
 

   얘들아, 안녕! 이제 9월이다. 이제 곧 추석. 그러고 보니, 좀 여유가 있었던 방학이 아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학교는 언제나 바쁘다. 늘 시간에 허덕이면서 살지. 그런데 동아리 숙제글을 쓰는 이 시간엔 마음을 집중해야 하기도 하지만 느긋하게 생각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내가 동아리를 계속하려는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인가?

   우리 지난 번 모임은 금태섭의 ‘확신의 함정’을 읽고 ‘나의 배신 이야기’를 했었다. 숙제를 낼 때는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약간 기대를 했었는데, 소개했던 내용의 강도가 대체로 약해서(?) 약간 실망이었다고나 할까?(내가 배신(?)당한 건가?) 그 원인을 잠시 생각해 보니까 두세 가지 정도가 생각나더라. 우리가 아직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충분히 친한 사이가 아니든가, 너희들이 정말 착한 세계에 살아서 배신당할 일이 진짜로 없었든가(동화 속 세계에는 배신이 없지, 아마!), 아니면 지나간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쿨한 거라고 해야 하나, 둔감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대범하다고 할까-이겠지. 아무튼 요즘들어서 책 내용과 숙제의 방향이 자꾸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좀 상황에 딱딱 들어맞는 멋진 숙제를 내 줄 수는 없을까, 나는 늘 그게 고민이다.)

   생활나누기를 어떤 주제로 해 볼까? 며칠 전부터 계속 마음속으로는 음, 작년에 실패했던(?) 노래부르기를 해 보려고 했는데, 애들은 싫어하려나?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1. 사연이 있는 노래 부르기, 2. 주말에 시집 한 권 읽고 맘에 들었던 시 낭송하기, 3. 상황극-주제는 그 자리에서 공개하면 되니까-꾸미기, 인데 어떤 게 가장 재미있고 의미도 있을까? [여기까지 쓴 걸 본 몇몇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1번이 가장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 1번, 노래부르기를 해 보자. 주제는 당연히 사연이 있는 노래. 사연을 앞에서 짧게 발표하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저번처럼 음악실에서 하는 것이 좋겠지? 작년에는 무척 실망스러웠었는데…… 설마 올해 또 반복하지는 않겠지? 준비 잘 해 오너라.]

   이번에 읽은 책, 대한민국 원주민은 어땠어? 제목을 보면서는 원주민이란 단어는 ‘인디언’, ‘에스키모’ 같은 낯이 설면서도 어떤 미개한(?) 부족에게나 쓰는 것이라 왠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대한민국에도 원주민이라는 존재가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100년 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 해 보면 아마 지금의 우리와 닮은 점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최근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러면 원주민이란 결국, 아주 오랜 기간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온 우리 ‘조상들’을 말하는 것이겠지. 이 책은 이 조상-더 좁게는 조부모, 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들의 삶을 더듬어 본 이야기이다. 작가의 가족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 가족이야기만 읽어도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대강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나와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런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당신들 어렸을 때 이야기라거나, 당신들의 부모이신 증조부님들의 삶이 이랬다고 하실 것이다.

   음, 그러면 오늘의 숙제로 조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조부모님들의 결혼 이야기에 대해서 알아오면 좋겠다.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지,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면 젊었을 때 힘들었던 일이라든지, 무척 좋았던 일이라든지, 속상한 이야기가 있으면 조부모님께 이야기를 들어와서 발표해 주면 좋겠다.(결혼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이런 게 현실적으로 하기가 힘들다면 너희들이 5~60년이 지난 다음에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가정하고 지금 현재의 내 생활과 상황을 이야기로 써 보자. 물론 5~60년 후의 네 자식들은 2010년대의 학교나 사회 상황을 책에서만 배워서 아는 정도니까, “이 할아버지(할머니)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좋다.

   다른 숙제를 쓰다가 지웠다. A4 용지에 벌써 가득이네. 그럼 숙제는 여기까지!

- 내일부턴 조금씩 서늘해진다고 하지? 조금만 더 버티고 견디자.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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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안녕! 며칠 전 스케이트 타고 후유증은 없었나? 예상대로 거기 모인 친구들, 스케이트 아주 잘 타던 걸. 난생 처음 스케이트를 탄다던 쌍둥이들도 어릴 때부터 탔던 인라인 덕분이겠지만 어느새 내 옆을 슝슝, 지나가더라. 앞으로 너희들의 인생길도 오늘의 스케이트처럼 내 앞길을 휙휙 지나가게 되겠지. 그건 그렇고, 오후에 잠깐 만났지만 학교 밖에서 보니까 좀 색다르고 기분이 좋던 걸. (자주 이런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번 모임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학교 회의실에서 모였었지. 생각해 보니 그날은 좀 놀라운 일이 많았다. ‘민주’의 깜짝 등장을 포함해서, 방학모임인데도 결국은 모두 다 모였다는 것부터가 놀라운 일이고, 모두 숙제를 열심히 해 왔다는 사실도 그렇고, 그게 바탕이 돼서 언제나처럼 진지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도 놀라고, 그런데 이야기가 다 끝나고 보니 겨우 2시간 30분밖에 안 지났다는 것도 생각해 보니 놀라울 따름이다.(근데 왜 학기 중에 모이면 왜 그렇게 시간이 부족한 거야?)

   그럼 본격적으로 다음 모임을 이야기해 볼까? 우선 맛보기 생활나누기-방학 계획 중간 점검 두 번째 시리즈. 우리는 네가 방학을 시작할 때 말했던 계획을 알고 있다. 이제 곧 개학을 앞두고 지난 방학을 되돌아보자. “에이, 또?”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통과의례는 정말 중요하다. 이 통과의례를 거쳐서 깨닫는 게 있다면, 그건 언제나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내뱉은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자기가 항상 말할 때 멈칫멈칫 하겠지? 무슨 말이든 그러는 게 좋다. 고백하자면, 나는 단호하거나 확신하는 말은 어딘지 불편하거든. 

   그리고 방학 보충수업, 안 하니까 어때? 라는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 오렴. 이번 방학은 어느새 익숙해져 있던 보충 수업이 없는 방학이었잖아? 실제로 보충 수업이 없는 방학을 지내고 보니, 보충 수업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을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에게 보충수업이 없는 방학’이란, 을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답을 내 놓을 수 있는지 정리해 오시라.

   확신의 함정,은 어떻게 읽었나? 표지만 보고, 또는, 제목만 읽고, 음, 어렵겠다, 재미없을 거 같은데, 어떻게 읽지,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읽어보니 어때? 첫 편만 읽고 나면, 어, 생각과는 다르네, 하는 생각이 틀림없이 들었을 거 같다. (아닌가?)

   나는 이 책의 제목을 ‘확신’이라고 보고, ‘배신’이라고 읽었다. 확신과 배신은 일란성 쌍생아가 아닐까? 그러니 내가 ‘배신’의 함정에 깊이 빠지게 되는 것은 늘 내가 ‘확신’에 차 있는 순간일 때만 그렇다. 한 번의 ‘배신’은 내 가슴을 아프게 할 뿐이지만, ‘배신’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두 번의 배신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부터의 삶은 슬픈 게 아닐까?

   확신과 배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떤 생각일 때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확신이 어떤 일(사안)에 대한 판단이었을 때 배신이라고 한다면 이 판단의 틀이 무너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럼 이런 것을 꼭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일테고…… 아무튼 이번에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내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세게 맞았던 ‘나의 배신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나의 ‘확신’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더 심한 ‘배신감’의 상황을 잘 되짚어 보고 오너라.] 아직 어린 너희가 언제 그리 큰 배신을 당해서 써 올 이야기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만, 그런 시각이야 삶의 결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둔한 사람의 피상적인 판단일 뿐, 누구에게나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그런 씁쓸한 사연 몇 개는 벌써 너희들의 가슴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살아갈지도 모르지.

   두 번째는 이 책에 소개된 사건 중에서 우리끼리 가장 토론하고 싶은 사건은 무엇인지 자기 생각을 정리해 오기. 그리고, 실제로 토론을 하기 위해 세부 주제를 만든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도 같이 정리해 보자. 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주제는 실제 토론도 해 보구.

   숙제는 늦게 냈지만, 이 글을 보는 순간 의욕이 막 불타올라서 모두 열심히 해 주리라고 믿는다. 그럼 다음 주 수요일 3시에 모두 봤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8월 13일 토요일에도 보충수업에 허덕이는 느티나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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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3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3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