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름쯤 지났나?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 날 따라 돈도 좀 많이 든 지갑이라 더욱 속이 쓰렸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그 때 뿐!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깨끗하게 단념이 되었다.

   오늘 폴더 고리가 고장 나서 덜렁거리는 내 손전화를 잃어버렸다. 내가 전화해도 안 받는다. 이참에 전화를 끊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근데 이거 분명히 병이다. 지갑을 잃어버리고(무지 불편하다. 신용카드 정지시켰지-알라딘도 책만 모아두고 주문을 못 하고 있다- 신분증 아무 것도 없지, 필요한 명함 볼 수도 없지, 사적인 메모도 몇 장 있었는데...) 손전화도 없는데, 내가 그런 거 없이 사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사실, 전화기를 반납하려고 친두들에게 몇 번 얘기할 때마다 '너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불편하잖아!'고 말한다. 그러면 내 답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불편을 배려하는 마음이 세계 1등이네'라고 말해 주곤 했다.

   며칠 이렇게 살아보자. 뭔 결론이 나겠지! (근데, 밑에 노래 참 정감 있고 좋구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nrim 2004-06-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경우 전화기를 거의 시계대용으로 사용하는 수준이면서도...
없애버릴까 생각만하고 선뜻 없애지는 못하겠더군요..
가끔 아쉬울때가 있어서.... 정말 필요한가라 물으면 확실히 그렇다!라고 대답도 못하믄서...

느티나무 2004-06-1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렇지요? 그냥 불편한 대로 살면 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토요일에 만나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 우리는 너무 읽고 싶은 책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마음이 편한 사람만 만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이라도 우리의 생각과 다르면 아예 무시하고, 귀를 막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열심히 사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의 철학과 진실을 담고 있을 텐데 왜 우리는 그 사람의 철학을 인정해 주려고 하지 않는지...

   그 친구는 평소에 월간 조선에서부터 사회당 홈페이지까지 모두 읽어본다고 한다. 한마디로 극우에서 시작해서 사회주의까지를 모두 훑어본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여러 신문들은 신문사들의 가치 지향을 토대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같은 사건을 두고도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어느 쪽으로도 편향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어떤 일에도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어,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주장하기 않게 된다고 한다. (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때 세상은 정답이 이렇게 분명하게 나와 있는데 사람들은 그 정답을 모른다고 너무나 답답해 하던 친구여서 좀 놀랐다.)

  • 중립이 진실은 아니다. (웃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고,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에도 우리의 삶은 너무 빠듯한 거 아닐까? 왜 그렇게 불편하게 사냐? ㅋ

   나의 대답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뻔히 비가 내리는 거 보면서도 아침에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 도서실 밖에 내 놓은 꽃들이 시원하게 비를 즐기고 있다.
  • 학교를 나오는데 여전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 집에 오는 동안 할 수 없이 비를 맞아야 했다.
  • 나도 시원하게 비를 즐겼으면 좋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06-08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시 40분, 독서토론회가 끝났다.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통화 7번! 2시 30분에 우리 학교에 모여 운동하기로 했는데, 조금 늦었다. 서둘러 전화를 하니 내 친구 장김준호는 이미 체육관에 와 있다고 한다. 서둘러 옷을 챙겨서 체육관으로 갔다.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앗~! 생각해 보니, 축구공을 빌려 놓지 않았다. 미리 체육선생님께 말해서 공을 빌려 놓았어야 하는데 여러가지 준비를 하다보니 그것만 빠뜨렸다. 가장 중요한 축구공! 체육 선생님께 급하게 전화를 했으나 열쇠는 학교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는 사이 친구들은 왔고... 다행스럽게도 태형이 차에 축구공을 하나 있었다. 3시를 넘어서야 운동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족구를 하고, 다음에는 2:2 농구 시합도 한 번 했다. 같이 운동하고 목욕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개운해졌고 즐거워졌다. 원래는 같이 저녁도 먹기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다들 바쁘다고 한다. 우선 장김준호는 평화와 생명 순례를 다니시는 도법 스님 일행을 뵈고 저녁을 먹기로 했단다. 기영이는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한다. 태형이와 나는 약속을 비워 둔 상태였다.

   그러나 운동에 미친 나머지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 갑자기 저녁을 먹고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넷이서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러 나섰다. 그 때가 아마 7시쯤 되었을 것이다. 나는 태형이 차를 타고 우리집 근처로 오게 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는 동안에 이야기가 조금 진지해졌다. 우리집 앞에 다 와서는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고 했다. 태형이와 나는 우리집 앞에 차를 세우고 가까운 동네로 차 한 잔 하려고 나섰다.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학을 다닐 때 태형이와 지금의 태형이는 아주 많이 변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제법 많이 변했다. 주로 태형이는 자기가 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고, 나도 지금의 내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주 아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떤 것은 우리의 생활과 실제적인 상관이 없는 '경제관'-결국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한 것이겠지만-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우리의 생활을 좌우하는 학교 문제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아주 첨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만나면 아주 치열하게 논쟁을 즐긴다. 우리는 아직도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으며,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고민만 아니라, 몸으로 옮기는데도 주저하지 않는 친구들이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고 생각해서 집으로 올라오는 동안에도 이야기는 계속 되었고, 집에 와서도 곧 바로 들어가지 않고 논쟁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태형이의 변화에 대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의 생각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10시 30분이었다. 태형이와 나는 무려 3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것으로 나의 바쁘고 바쁜 토요일 하루는 끝이 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은 바쁜 날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학 동기들과 운동하는 날이다. 게다가 지난 주의 달빛 산행으로 한 주 미뤘던 독서토론모임도 있는 날이었다. 우선 출근하기 전에 오늘 해야할 일을 미리 생각해 보았다. 화분에 물도 줘야 하고...

   1교시 수업을 했다. 특히 수업분위기가 좋아서 언제나 설명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반이라서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가 밝아져서 아주 좋았다. 역시 학생들과 수업이 잘 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2교시는 수업이 없어서 독서토론모임 준비를 했다. 아이들에게 나눠준 유인물을 읽었다. 논쟁이 될 만한 관점들을 정리해 보려고 하는데 틀림 없이 생각이 한쪽으로 쏠릴 것 같다. 참고 자료를 읽고 있으니, 아이들이 어떤 쟁점을 들고 나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3교시는 다시 수업시간이었다. 오늘 진도는 조금 가벼운 단원이라 한결 분위기가 좋았다. 토요일 수업은 즐거운 시간이 계속된다. 아이들의 삶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갔으면 하는 욕심도 나지만, 지금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4교시는 다시 수업이 없어서 독서토론모임을 위한 간식을 준비하러 학교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햇살이 너무 따갑다. 김밥을 사기 위해 학교 근처 즉석 김밥집에 들러 주문을 하고 큰 할인점에서 김밥과 함께 먹을 음료수도 좀 샀다. 사다가 보니 나중에 운동하면서 먹을 음료수도 사게 되었다. 김밥을 챙겨 냉장고에 넣어두고 도서실 문을 열었다.

   시간이 좀 남았기에 도서실에 있는 화분을 모두 꺼내어 물을 흠뻑 주었다. 집에 가는 아이들에게 한 마디씩 툭 던졌다.

   "얘들아, 이 꽃 예쁘지?"

   "예쁘네요. 근데 이 꽃, 선생님, 거에요?"

   "글쎄... 꽃은 누구 것도 아니야! 그냥 꽃 제 자신의 것이지!"

   "선생님, 어제 도서실에서 노래 부르시던데요? 선생님은 늘 행복해 보여요"

   "그래? 난 우울하면 노래 부르는데...?"

   "그럼, 선생님은 항상 우울하시겠네요?"

   "글쎄다. 그런가? 아무튼 주말 잘 보내라"

   화분에 물을 주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는 말은 생각해 볼 수록 옳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실의 아이들도 생명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좋은 것 같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심상이최고야 2004-06-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은 누구 것도 아니야! 그냥 꽃 제 자신의 것이지!"
역시 느티나무님 다운 대답이십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