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화가 모린에게 오래 남았다. -레이철 조이스,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中

 

 

 

 

 

 

 

'매튜 맥커너히'가 분한 남자 주인공 '쿠퍼'는 뛰어난 파일럿이며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가 집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장인어른에게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돼요'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정말 놀랐다. 나는 우주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므로.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른 모두에게도 관심 분야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의 관심 분야와 내 관심 분야는 아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책에 관심이 많고 영화에 관심이 많고 남자에 관심이 많지만(응?), 누군가는 애니매이션에, 인형에, 축구에, 야구에, 암벽등반에, 동물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는 걸 지극히 잘 알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에 나는 '우주'를 끼워두질 않았다. 우주는 내게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었고, 먼 곳에 있으므로 먼 것이었다. 우주선 이라는 단어, 외계인이라는 단어는 내 귀에 와 닿는 단어가 아니었고,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책이나 영화를 나는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저기 저 스크린 속에서 맥주를 마시는 저 초섹시한 남자가,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말한다. 와- 뭐지,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쿠퍼의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지금까지도.

 

 

영화속에서 나오는 대화를 모두 다 이해할 순 없었다. 왜 어느 행성에서의 한시간이 지구에서의 칠년과 같은지, 그 시간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더라. 다만, 그 행성에서 사고로 시간을 지체했을 때, 그래서 이십년이상을 잃어버렸을 때, 그때 눈물이 났다. 어린 딸에게 '돌아온다'고 약속했는데, 이십년 이상이 이미 훌쩍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 허망함 앞에서, 아빠가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잊을 거란 그 절망 앞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무엇보다 그 잃어버린 이십년 동안, 자식들의 중요한 일 앞에, 그는 있어줄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아들과 딸을 사랑했지만, 아들이 졸업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도 아빠는 거기 없었고, 딸이 박사가 됐을 때도 아빠는 거기 없었다. 누구보다 그들을 사랑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볼 수 없는 아빠라니. 맙소사.

 

 

가지말라고 말하는 어린 딸아이의 울부짖음이 가슴 아팠고, 지구로부터 아주 먼 곳에 떨어져서 이십년 이상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아버지 앞에서도 울었다. 나는 우주에 대해 쥐뿔도 모르고 칠판 가득 쓰여진 수학인지 화학인지 모를 공식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며, 시간의 상대성 이론은 무슨 변종괴물들이나 쓰는 말 같았지만, 그 이론들 틈틈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신하고 구원하려고 하는 모습들 때문에 자꾸만 마음이 움직였다.

 

게다가 이 영화속 매튜 맥커너히가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 로망의 실현이었다. 강하고 자상한 아버지. 아...정말 이런 아버지를 갖고 싶다, 라고 말하고 그의 프로필을 검색해보니 나랑 별로 차이가 안나는구나..내 아버지가 될 수가 없는 나이야. 나는 아마 앞으로 자식을 가질 일이 없을것 같지만, 만약 내가 자식을 갖게 된다면, 내 아이의 아버지는 반드시 저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런 사람이 아니라면 내 아이의 아버지로 만들어주지 않을테닷, 하는 굳건한 의지 같은 게 생겼달까. 만약 저기에서 조금 부족하다면 '인터스텔라 보고 배워' 라고 해야겠다. 아버지가 아이를 보호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건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강하고 큰 아버지가 어린 딸을 보호해주는 사소한 장면들에 마음이 휘청휘청했다.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아서 데리고 가는 장면, 차안에서 잠든 딸아이에게 한 손으로 운전하며 조심스레 한 손으로 이불을 덮어주는 장면 같은 것들. 그런 아버지인걸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 까먹은 이십년에 너무 분한 마음이 생겼다.

 

 

어린 딸은 어쨌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주로 가는 아버지를 말린다. 울면서 가지말라고 말한다. 그 장면이 나는 또 무척이나 좋았다. 제 할머니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내 조카도 어김없이 가지마, 라고 울면서 소리친다. 이제는 제법 참기도 하지만 엉엉 울며 가지말라고 말할 때는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데, 나는 내 조카가 그랬듯이, 영화속에 딸이 그랬듯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래,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게 싫으면 떠나보내는 게 싫다고 엉엉 우는 거, 그게 맞는 거지. 그런데 왜 나는 그렇게 못할까.

 

 

무엇보다 인간을 구원하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나는 그런 메세지들에 아주 크게 기댄다.

 

 

 


매튜  맥커너히를 사랑하게 됐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많이 웃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평범한' 남자와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거다, 라고 쓰고보니 남자는 의사..가 됐고 여자는 어린 나이에 팀장의 자리에 올랐으니 안평범한가...여튼 남자와 여자가 그간 로맨스 영화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미남 미녀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이 크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반했지만 여자에겐 애인이 있었다. 그런 여자가 친구가 되자고 내미는 손을 남자는 잡는다. 그들은 사이좋게 지내고 대화도 잘 통해 아주 친한 사이가 되는데, 감정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이 '그렇게 오래'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권여선'의 소설 《레가토》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그렇게 오래 숨길 수 있는 건 없어.' 라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한 말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여자는 남자에게 '처음부터 나를 여자로 봤으면서 나를 속였'다고 화를 내며 남자 앞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러다가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 둘이 재회했을 때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관계가 뭐든간에 나는 지금 이걸 잃고 싶지 않아.

 

 

 

 

 

 

 

 

잃고 싶지 않은 사람, 잃고 싶지 않은 관계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는 남자와 여자를 볼때마다 매우 흡족해진다.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사실 이런 게 아닌가 싶어진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대화할 수 있는 관계. 그것이 거창하게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도, 단순히 오늘 면도하지 않은 턱수염에 대한 것이어도, 들어줄 수 있고 맞받아 대응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물론 그 대화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것이어도 좋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라면..

우주에 대한 얘기에는 드립력이 발휘될 수 없어....ㅠㅠ 매튜 맥커너히, 안녕... ㅠㅠㅠ

 

 

 

 

 

 

 

 

하아- 자정을 넘겼으니 지금은 월요일...인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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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11-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머피가 브레이킹던 시리즈의 르네즈미더라구요. 많이 자랐어요. 총명하고 이쁜 얼굴로~
인터스텔라를 보고 돌아오는 길, 얼마나 벅차던지요. 아, 쿠퍼 짱...
아, 그리고 앤 해서웨이 짱 예뻤어요. 짧은 머리가 훨씬 낫더라구요. 전성기 때 데미 무어 같아요.^^

다락방 2014-11-17 10:37   좋아요 0 | URL
르네즈미 폭풍성장 했죠!! 그리고 똘똘한 역할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그 나이에 풀어내는 모스부호라니..난 뭔 말인지도 모르겠더만...나중에 `유레카` 외치는 나이든 머피도 참 근사했어요. 저는 똑똑한 사람한테 진짜 무한 매력 느끼는 것 같아요. 모르는 거 물어봤을 때 대답해주는 남자가 섹시한 것처럼요. 히융

안그래도 앤 헤서웨이 나오는 [비커밍 제인] 요즘 다운 받아 보는중이거든요. 글쎄 굳 다운로더에서 무료더라고요! 그거 보던 중에 인터스텔라 보니까 앤 해서웨이가 또 나오지 않겠어요? 숏 컷 잘 어울리더라고요. 난 안될거야..라고 생각했어요. -0-

마태우스 2014-11-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배우가 매튜 메커너히군요 전 뜬금없이 밴 애플릭인 줄 알았다는.... 글구 전 딸이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됐다˝고 하는 데서 마음이 아팠어요. 아무튼 참 재미있게 봤고, 보면서 이 극장은 왜 3D가 아니냐고 흥분했더랬지요. 저역시 다락님처럼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잘 모르는 곳은 가지 않는 주의라 전 절대 안갔을 거에요. 가장으로서는 제가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인류를 구원하는 사람은 될 수 없는 그런 인간형이 바로 저...^^ 님도 그러신 거 같은데, 같이 지구를 지켜요

다락방 2014-11-18 09:15   좋아요 0 | URL
저도 인터스텔라 보기 전에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벤 어플렉 주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왜그랬는지 모르겠네요.
맞아요, 마태우스님. 딸이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됐다` 고 할 때 어휴, 막 진짜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훌륭한 파일럿 아버지 보다는 옆에서 내가 자라는 걸 봐주는 아버지가 더 좋다는 생각을 저는 했어요. 실상 나에게 필요한 건 전 인류를 구원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나 하나 잘 구하고 식구를 잘 보살피는 가장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아버지는 자랑스럽긴 하지만, 무척 야속하고 원망스러울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내 옆에 없었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네, 지구를 지킵시다, 마태우스님!!

그렇게혜윰 2014-11-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남은 아니지만 매튜메커너히는 쭉 멋이 있는 것 같아요.아~~ 영화보고싶다.^^

다락방 2014-11-18 09:1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렇게혜윰님!! 저는 매튜 맥커너히야 말로 미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완전 근사하지 않아요? 이렇게 나이 드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가 아빠라니, 딸이 부럽던데요! ㅎㅎ
이 영화 좋습니다, 그렇게혜윰님!! >.<

푸른바다 2014-11-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링차변에서의 매튜 메커너히가 훨씬 더 잘 어울리더군요. 솔직히 인터스텔라 별로였어요. 질소를 잔뜩 넣어서 크기는 빵빵한데 정작 먹을 과자는 별로 없는.^^;

다락방 2014-11-20 11:58   좋아요 0 | URL
저는 우주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으므로 어떤게 질소이고 어떤 게 과자인지 구분이 안되서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인간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링컨차에서의 매튜는 진짜 최고죠!

2014-11-18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1 0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1-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우주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주관적 판단으로 따진다면 어디에도 있는게 우주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 겹겹 둘러친 살코기와 비계의 앙상플이나 소고기의 불규칙적인 방사형 마블링에도 우주는 존재하는 것이겠죠. 고로 쿠퍼가 말하는 ˝우주를 보면 흥분돼요˝ 란 말을 듣고 다락방님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퍼의 말은 곧 다락방님이 말하는 ˝고기를 보면 흥분돼요˝ 와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락방 2014-11-20 11: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뭐 아닐 건 또 뭐람? 하게 되는 댓글이네요, 메피스토님? ㅎㅎㅎㅎㅎ 저를 흥분시키는 건 많죠, 메피스토님. 고기도, 술도, 재이슨 스태덤도... ( ˝) 그들은 제게 우주입니다. 킁.
 


여자는 남편의 이탈리아 출장길에 동행한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해서 남편은 바쁘고 자신은 혼자 관광을 한다. 남편은 여자와 놀아주기에 지나치게 바쁘고 피곤하다. 그러다 여자는 열아홉의 청년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런 상황 설정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비슷하다. 뭐, 사랑통역~ 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열아홉 청년대신 나이 많은 빌 머레이 아저씨를 만났지만. 어쨌든 두 여자 모두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했던 남편이 아니라.


영화속 여자는 처음, 당연히 이 열아홉 청년으로부터 도망친다. 넌 이게 뭐하는 짓이냐, 너 원래 이렇게 여자를 유혹하는 게 취미냐, 라는 식으로 모질게 말을 하고 그의 키스를 뒤로한 채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러나 남편은 여자에게 시선을 잘 두질 않고, 진지하고, 재미없고,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편과 잘 지내보려고 한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청년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남편과 손을 잡고 이탈리아 거리를 걷고, 밥을 먹고, 사진을 찍고. 늘 그랬듯이 일상을 보낸다.


사람은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살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상대는 알 수가 없다. 설사 말했다고 해도 그 말이 반드시 진실 혹은 진심이란 법도 없다. 우리는 아주 많은 생각들을 혼자서만 간직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대에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거짓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행복조차 꾸밀 수 있다. 남편은 모르겠지만, 여자는, 남편과 손을 잡고 걸으면서,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그렇게 된 이상 게임 끝이다. 순간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이 젊은이를, 그녀가 어떻게 잊을 것인가. 그간 남편의 문제점, 혹은 약점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않았던 여자지만, 이 즐겁게 사는 젊은이를 만나고 난 후로 남편의 재미없음과 진중함이 크게 눈에 띈다. 그래서 여자는, 청년의 집 앞으로 찾아가 노크한다. 진지해질 필요를 버리고서.



뭐 특별할 것 없는 뻔한 영화다. 딱히 재미있지도 않고, 생각했던 그대로 흘러간다. 청년은 여자에게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모든 캐릭터들이 딱히 매력적이질 않았다. 남편의 상반신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 아마도 와이셔츠 탓이겠지? (응?) 그런데 이 청년과 여자 사이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둘이 처음 만나 함께 밥을 먹고난 후,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에서 도망친 것. 경찰이 쫓아와요! 라면서 마구 도망치며 그는 말한다. 돈이 없어서 음식값을 못냈다고.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도망친다. 한참을 도망친 후에야 청년은 숨을 고르면서 '사실은 당신 화장실 갔을 때 계산했어요' 라고 말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에게도 정확히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장면이 너무 특별했다. 차이가 있다면 내쪽의 친구는 실제로 계산을 했고, 영화속 청년은 아마도 실제로 돈을 안낸 것 같다는 것? 여튼 나한테 조용히 나가서 도망치자고 했던 친구에게 이 장면에 대해 얘기하니 다음엔 밥먹고 도망치게 달리기 연습을 해두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돈 내고 걸어나가자고. 크- 난 참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구나. 멋져. 떳떳해. 정정당당 다락방!! (  ")



영화속 청년은 여자에게 말한다. 


난 당신을 만나면 진정이 안돼요.


여자는 청년에게 대꾸한다.


난 너를 만나면 진정이 돼.







하아- 진정 안되는 청년이든  진정 되는 여자든, 도무지 이들은 일상을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강렬한 만남이 있는데, 일상을 어떻게 유지하지? 다 망가지잖아? 다 뒤죽박죽되잖아? 


여자는 티베트에 함께 가자는 청년의 제안에 남편에게 고백한다. 나 사실은 다른 남자 만난다고. 여자는 남편이 자신의 달라진 점을 눈치채주길 바랐다. 남편이 아니라 다른 남자를 만나는 자신을 눈치 채주기를. 그러나 남편은 여자를 보지 않았다. 


You don't see me.


여자는 그렇게 울부짖고, 남편에게 말한다. 나는 그와 떠날거야. 그러자 남편은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그녀몫의 비행기 티켓을 내밀며 말한다. 그게 너의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라면 그렇게 해. 그랑 떠나. 다녀와. 다만, 이 티켓을 줄테니 그걸 가지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돌아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그와 떠난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한 후 돌아와' 라고 말하는 남자의 마음은 어떤걸까? 이건 이런 방식의 '사랑'인걸까? 이게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인걸까? 여자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보지 않는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라고 말하지만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의'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걸까? 돌아오라는 건, 사랑으로 인한 걸까? 너가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 다만 돌아와. 이건, 사랑에서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가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온 것인가? 내가 고민해봤자 답을 내릴 수가 없다. 그저 나는 각자에게 나름의 사랑 방식이 있으니, 어쩌면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 아내를 사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해보았다. 재미없고 진중하지만, 아무것도 아내에게 궁금한 게 없지만, 부부 사이에서 별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없었지만, 그는 사랑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재미없고 진중한 이 남편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 나누고 많이 궁금해했을 런지도 모른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해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면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 역시 순간순간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여자로부터 얻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그에게 그저 삶은 이렇듯 재미없고 진중하게 흘러가는 것이 맞는지도..


영화의 마지막 즈음,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런 가사였다.


혼자이던 그때 내 마음은 가벼웠지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다


혼자이던 그때 내 주머니는 무거웠지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다


이 가사는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고, 여자는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얼마전에 읽은 '파비오 볼로'의 《아침의 첫햇살》의 결말도 이러했다.


















어제는 오후무렵부터 외로웠다. 외롭다는 감정은 좀처럼 나에게 잘 찾아들지 않는 감정인데 갑자기 폭풍처럼 밀려와 당황스러웠다. 뭘 어떻게 할지 몰라 원인을 분석하고 싶었다. 왜 외롭지? 왜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이것저것 이유를 생각해보았지만 좀처럼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퇴근을 하고 강남역까지 걷자, 싶었다. 이 기분으로는 그냥 집에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러나 얼마 걷지 않았는데 걷기가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나는 p 에게 급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퇴근 했어? 이제 하려고. 소주 한 잔 할래? 뜨끈한 국물에 그렇게 할까? 그래서 p 와 나는 부랴부랴 강남역에서 만나 뼈해장국을 앞에 두고 소주를 마셨다. 나는 p 에게 고맙다고 얘기했다. 나와줘서 고맙다고, 나 오늘은 정말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고. p 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 마침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남동생과 비슷하겠길래, 남동생과 나는 집에서 맥주를 마시기로 쇼부를 치고 그렇게 했다. 방 안의 불을 끄고 잠들기 전에는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그런데 악몽을 꿨다. 악몽이라기 보다는 막장 꿈이라고 하는 게 나을텐데. 꿈에서 어떤 소녀가 차에 치어 죽었는데 장례식장에 모델 같은 여자가 찾아왔다. 아주 키가 크고 멋진 여자였는데 저 소녀는 자기 딸이라는 거다.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소녀의 엄마에게 이게 어찌된 일이냐 묻자 여러명의 자식을 둔 소녀의 엄마는 잽싸게 신발을 신고 도망쳤다. 그녀는 굉장히 파워가 센 여자였는데, 주변 모두를 휘두르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래서 어찌된거냐 따질 때 두려웠다. 나를 왕따 만들까봐. 그러나 왕따에 대한 두려움보다 소녀의 출생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겁나면서도 물었던 것. 나는 그 키 큰 모델녀의 말이 사실이란 걸 깨닫고 소녀에게 이 진실을 밝혀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만 소녀는 이미 시체..아, 너무 속상해서 그 시체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소녀야, 너의 친엄마는 네가 알던 그 엄마가 아니야, 라고. 그러자 죽어 있던 소녀의 시체에서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오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누가 친엄마죠? 라고. 나는 방금 나간 모델녀라고 답하며, 그런데 너는 지금 힘이 없으니 내가 가서 데리고 올게,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하며 그녀를 찾으러 다다다닥 뛰어 나갔다...가 깼다. 난 막장 드라마도 잘 안보는데 왜 이런 막장 꿈을??




여튼,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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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11-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꿈은 정말로 드라마틱해요. +_+;;;;; 저는 최근에 한국시리즈 보러 가야 하는데 제가 표를 안 가지고 와서 집에 표 찾으러 가는 꿈을 꿨어요. 택시는 없고 버스도 안 오고 막 뛰어가는데 사자가 길 막고 있는 그런 꿈이었어요. 네. 사자입니다. -_-;;;;

순간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열아홉살 짜리는 도저히 감당안 될 거 같은데요. -_- 일찌감치 도망가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재미없는 인간입니다. (_ _);;;;

다락방 2014-11-14 09:20   좋아요 0 | URL
사자라뇨, 문나잇님. 뭔가 엄청난데요? 분명 일상적인 꿈인듯 한데 사자라뇨. 그건 다르잖아요! 로또 사셨습니까. 우앙- 사자라뇨!! 좋다. 저 사자 좋아해요. 하핫

저도 십구세 청년 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며칠간 같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꼬마요정 2014-11-1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공주가 되어 납치된 이집트 왕자를 구하러 가는 꿈을 꾸었더랬죠. ㅋㅋ 커다란 배에 왕자가 있는데 배 밑에 구멍을 뚫고(엉?) 들어가서 왕자를 구하는데.. 배는 결코 가라앉지 않더라구요.. 왕자를 구했는데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어 제가 사는 집 내리막길에서 둘이 썰매를 타고 있었죠.. 일어나서 한참을 어이가 없어서..^^

저 내일 홍대에 프란세시냐 먹으러 갑니다요~ 서울에 지인 결혼식이 있어 가는데 간 길에 들르려구요~ 혹시 여름에 어떤 사람이 다락방님께 마카오에 프란세시냐 파는 데 어딘지 아느냐는 질문 하지 않던가요? ㅎㅎ

위의 영화.. 적어도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의 결말보다는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4-11-17 00:27   좋아요 0 | URL
이집트 왕자는 잘생겼던가요, 꼬마요정님? 현빈처럼 생겼나요? 현빈은 동양의 왕자니까 이집트 왕자랑은 거리가 먼가...이집트 왕자면 부자겠네요? ㅋㅋㅋㅋ 이런 속물적인 질문 ㅋㅋㅋㅋ

오, 꼬마요정님. 여름에 마카오 프란세시냐 질문 받고 제가 홍대를 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꼬마요정님의 지인 분이었던 겁니까? 하하. 지금쯤이면 드셨을 것 같은데 어떻던가요? 꼬마요정님 마음에 들었나요? 전 거기서 와인하고 닭하고 아주 배터지게 먹고 취해가지고 까페 꼼마가서 책도 막 지르고 그랬어요. 아하하하하.

꼬마요정 2014-11-1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왕자 얼굴은.. 안 나왔어요 ㅎㅎㅎ 여름에 마카오.. 신랑이었답니다. 제가 다락방님 덕분에 프란세시냐를 알게 되어 신랑한테 마카오가면 꼭 먹자고 했는데, 신랑이 검색해서 다락방님을 찾아낸거죠 ㅎㅎ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답니다.^^

가르쳐주신 곳 일요일에 갔다 왔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요즘엔 선택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그렇게 크고 작은 선택들을 마주치며 우리는 지금 여기에 와있는 것이다. 어떤 선택은 쉬웠을 것이고 어떤 선택은 다소 어렵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가장 힘든' 선택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온다.


로빈에게는 일과 사랑이 그랬다. 이 두가지가 결코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일은 현재 그녀의 삶을 유지해줄 수 있도록 그녀가 매달려온 모든 것이고, 사랑은, 잃은 줄 알았는데, 끝난 줄 알았는데, 5년만에 다시 돌아온 바로 이 남자, 애덤이 다시 불러 일으켰다. 물론, 일과 사랑을 두 가지 다 가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을 고른다면 이 선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 놓여있지 않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고민없이, 무리없이 앞으로 지금처럼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하필, 그녀는 애덤을 사랑했다. 5년전에 사랑했던 그를, 5년만에 다시 만나, 여전히, 사랑한다. 사랑은 끝났다고 내뱉어봐도 다 소용없다. 하필이면, 그다. 하필이면 애덤이다. 자신의 일, 바로 그것의 대척점에 놓여있는 사람. 



"한 가지 설명할게요. 당신은 나를 두고 떠났어요. 알겠어요? 나를 내팽개치고 떠났다고요. 내게 남겨진 건 일밖에 없었어요. 지난 5년 동안 내가 가진 건 이 직장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지난 10년 동안 여자 경찰관 가운데 형사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세 명이에요. 불과 세 명밖에 안 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경찰서 역사상 가장 나이가 어린 형사예요. 당신은 고향에 돌아온 지 불과 며칠밖에 안 됐어요. 알겠어요? 당신이 나를 떠났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갖추게 됐어요. 이건 내 인생이에요. 나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어요. 당신은 내가 이 일을 그만두길 기대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선 안돼요.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고서 그러면 곤란하죠." (p.246-247)



로빈에게 놓인 '일'의 자리에 다른 것을 놓아도 마찬가지이다. 로빈에겐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일은 아니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나를 지금까지 버티게 하고 나를 지금의 나로 있게 한 것, 그것과 사랑이 함께 갈 수 없다면, 나 역시 로빈처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둘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은 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가장 최선이겠지만, 사람의 앞에 언제나 최선의 것만 놓이는 것은 아니니까. 아니, 최선은 굉장히 드물게 놓이는 것이니까. 그럴 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건 반드시 한쪽을 '아프게' 포기하는 선택일 것이고, 그 아픔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그 선택은 '용기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간혹 돌멩이 하나로 새 두 마리를 때려잡을 수도 있어요."

나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매우 작아 보였다.

"그럴 때도 있겠지.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영원히 가질 수는 없어. 얼마 안 있어 당신은 무엇이 자신에게 더 중요한지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해야 할 거야. 나와 일 중에서 말이야."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가 말했죠? 당신은 나를 떠났어요. 나는 5년 동안이나 이 일에만 매달렸어요. 난 알아요. 분명 언젠가 선택을 해야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요."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로빈, 지겨워." (p.250-251)

   

그리고,


로빈은 선택을 했다. 그녀가 선택한 건 사랑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겨우 여기까지가 절반이다. 물론 이 책의 줄거리가 로빈의 사랑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녀가 용기 있게 선택을 하고, 힘들게 고민하며 선택했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리란 보장도 없다. 그러나, 분명히 그녀는 선택을 '해야'했고 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지금'이었다. 



"애덤, 나는 그동안 당신이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길가에서 어개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큰 갈등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로빈에게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경찰직, 그리고 그녀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그 둘을 모두 지키려고 그동안 노력했다. 지금까지는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간신히 생활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시간이 닥쳐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선택을 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나였다.

그녀는 추운 곳에 벌거벗긴 채 내팽개쳐져 있었다. 나는 로빈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한순간도 거기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두 팔을 벌렸다. 그녀는 마치 나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듯이 내 품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p.268)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책장을 넘기며 두고두고 곱씹어봐도 쉽게 결론이 내려지질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든 나는 포기한 쪽에 대해서 크게 후회할 것이다. 내가 여태 나를 지켜온 것을 포기하느냐, 혹은 이쪽의 가치에 더 매달리느냐. 어쩌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사치일런지도 모르겠다. 만약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놓인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만약 내가 로빈이라면, 나는 일을 선택할까 애덤을 선택할까. 나는, 그녀처럼 애덤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애덤이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를 놓친 걸 평생 후회하겠지. 그렇지만...지금의 내가 될 수 있게 해준 게, 앞으로의 나를 버텨줄 것이 바로 그간 내가 매진해온 일, 이라면, 역시 애덤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안전'하지 않은가.



존 하트는 역시 존 하트. 이 책 재미있다. 어젯밤에 자기 전에 읽으면서 으윽, 재미있다 다 읽고 잘까 싶었지만, 간신히 절반만 읽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잠을 자야 하니까... 그래서 이 책 정가제 시행되기 전에 어서들 사라며 재촉하고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품절..이다. 


품절

품절


.

.

.

절.


품절이라니. 로빈의 선택이 어떠한 방향으로 애덤과 로빈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끌었는지 이제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겠구나....아쉬워라. 


로빈, 행복하게 살아줘요, 부디.
















오늘은 조카를 주기 위해 백희나의 달력을 선택하고 책을 구매했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언젠가 사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20프로 할인이더라. 그래, 정가제전에 넣자.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는 1,2권이 모두 반값이다. 마찬가지로 내내 보관함에 있던 책이다. 이때 넣자. 《스웨덴 라이프》는 언젠가 스웨덴에 이민갈거라(뻥입니다) 궁금해서 넣어둔 책이었는데 지금 30프로 할인이니 이번 장바구니에 포함되었다. 《속죄》는 사실 몇 년전에 읽고 중고샵에 팔았는데 요즘 왜이렇게 다시 읽고 싶어지는지...정말 다시 읽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다시 읽고 싶어진 책이니 30프로 할인일 때 사두자, 싶어 넣었다. 《핏빛 자오선》은 '코맥 매카시' 니까 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코맥 매카시는 내가 다 가질 거니까 20프로 할인일 때 넣어두자. 《개더링》은 지금 현재 4천원이라 장바구니에. 이만큼만 결제하려고 했었는데, 크, 신간중에 저 《모나코》를 너무 읽고 싶은거다. 왜냐하면, 몇 주전에 경향신문에서 읽은 책 소개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책 띠지에 실린 작가가 훈남...인듯해서 사고 싶어졌다. 작가 '김기창'은 1978년생 마산 출신. 이제는 작가로 데뷔하고, 상을 받고 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나보다 어리구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뤄낸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질투이기도 할 것이고. 여튼 훈남에 대한 호기심, 질투와 시기 등등의 복잡한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 되시겠다.




일하기 싫은 마음이야 어제와 같고 지난달과 같고 십년 전과 같은데, 오늘은 특히나 사무실을 탈출하고 싶다.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서 그게 어디든 가서 앉고 싶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따뜻한 커피 향이 가득한 까페여도 좋겠고, 조금은 춥지만 바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바깥의 벤치여도 좋겠다. 아무래도 나, 가을 타는가 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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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4-11-1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력을 선택하고 책을 구매했다`ㅋㅋㅋ 5만원짜리 달력에 책이 많이도 딸려오네요? 존 하트는 <라스트 차일드>의 그 존 하트입니까? 그 책 다락방 님 호평 보고 사 두었는데. 희희 비록 <다운 리버>는 없지만 아직 읽지 않은 <라스트 차일드>가 곁에 있어 든든합니다. 어차피 품절이니 <다운 리버> 결말도 나중에 알려주시면 좋겠어요.ㅎ 예보에 없던 비가 마구 쏟아져 너무 좋아 여기 왔습니담. 좋은 밤+잠+꿈- 다락방 님(+건배).

다락방 2014-11-12 14:18   좋아요 0 | URL
책이 벌써 왔습니다, 에르고숨님. 아아 저는 어쩌면 좋아요. 자, 이제 새로운 책을 사야 합니다. 아직 받아야 할 달력이 남아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이 존 하트가 그 존 하트 입니다. 후훗. 에르고숨님 취향에도 맞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에르고숨님과는 취향이 비슷한듯 하면서 또 갈리기도 하니까요. 물론 모두의 취향이란 것이 늘 그렇지만 말입니다.
어제는 술 마시느라 책을 한 장도 못 읽었어요, 에르고숨님. 결말은 나중에 네, 어딘가에든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비가 마구 쏟아질 때 깨어 계셨군요! 저는 아마 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핫. 자, 점심 건배!!

2014-11-12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11-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읽는 명화 달력도 엄청 예뻐욧 >.< 책베개에 이어 달력 때문에 책을 사재기하는 요즘이에요. ㅠ_ㅠ; 다운리버의 결말은 제게도 좀 알려주세욤. 품절이라니. ㅠ_ㅠ;

다락방 2014-11-14 09:34   좋아요 0 | URL
책읽는 명화달력도 곧 받을겁니다! 엄청 예쁠 것 같아요!! 다운 리버의 결말은 아예 스포로다가 구매자100자평 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나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말에는 여동생 집에 다녀왔다. 여동생이 만들어준 스파게티를 먹고 또 여동생이 만들어준 닭볶음탕을 맛있게 먹고 여동생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여동생이 추천하는 까페로 향했다. 가끔 우리에겐 오롯이 우리 둘만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대화들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조카에 대한 것 부모님에 대한 것 친구들에 대한 것 그리고 오로지 우리 자신에 대한 소소한 일상들로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면서 웃거나 함께 빡쳐한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또 기분이 좋은지를 얘기했었는데 이번에 만나서는 내가 우울했던 얘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여동생이 남편과 아이와 함께 텔레비젼 본 얘기를 해줬다. 가족이 함께 모여 텔레비젼을 보는데 텔레비젼에서 출산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고 했다. 아이를 낳는 장면이 보여지고 산모가 힘을 주고 또 아이의 머리가 보여지는 것들에 대한 장면이었는데, 자연분만을 했던 동생은 그 장면에서 자신이 아이 낳을 때 아팠던 것을 비롯해 그 출산 당시의 경험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그러다 혹시 이사람도 그런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 엪에서 텔레비젼을 보는 신랑을 보니 신랑은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더라고... 여동생의 출산에 제부는 함께 들어가 아이를 받고 탯줄을 잘랐던 경험이 있던터라 출산의 경험, 고통을 눈 앞에서 본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아, 얘는 자신의 가장 특별한 경험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고 그래서 공유할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결혼인거구나, 하는. 그렇다면 이들은 함께하는 추억이 생기는 거구나. 출산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고서도 이런 일은 무수히 많이 쌓이겠지. 함께 살아간다는 건, 함께 늙어간다는 건 이렇게 공유하는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이런 것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 살고 싶어하고 또 결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거다. 그러자 이내 줄리언 반스의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이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는 30년을 함께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서른두살이었고, 그녀가 죽었을 때는 쉰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내 삶의 심장이었다. 내 심장의 생명이었다. 그녀는 늙는다는 개념을 증오했다. 이십대부터 자신이 마흔을 넘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둘이 함께 이어나갈 삶을 기쁜 마음으로 고대했다. 모든 것이 느려지고 고요해지기를, 함께하는 옛 추억들이 늘어나기를 고대했다. (p.111)


















여동생의 특별한 순간에 여동생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 그 경험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여전히 함께 하며 같은 추억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지고 또 좋게 여겨졌다. 여동생은 자주 결혼과 출산에 대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하지만, 그만큼 그것을 견디게 해주는 다른 것들이 여동생의 삶을 단단히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옷을 입고 미끄럼틀을 타는 조카의 사진을 찍으며 언제 저렇게 컸지, 라고 생각하고 내게 전송해주는 그 마음, 그 안에 삶을 단단히 버티게 해주는 것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내가 눈물나는 데 이 사람은 어떻지, 하고 돌아보았을 때 마찬가지로 눈물흘리는 사람의 모습을 본다는 것, 바로 거기에 삶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게 아닐까. 


많은 호감은 쉽게 불발로 끝나고 더 많은 연애들이 쉽게 지쳐서 흩어질 때, 

어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가져갔던 신문을 여동생 집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며 펼쳐보다가, 오 마이 갓, 필립 클로델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로 말하자면, 그의 번역된 소설 모두를 읽어보았으므로, 기꺼이 새 책을 살 의향이 있다.




아아- 그러나 11월 20일 까지 나의 도서 구입은 구간으로만 채우기로 스스로 약속했었는데, 이렇듯 매력적인 신간 소식이 나오면 약속을 어길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크-

당장 읽을 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아주 많지), 그래, 21일에 지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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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내리는 흰 눈 같던 아카시아, 아침마다 아버지에게 젊음을 되돌려주던 메낭 스킨, 떨리던 첫 키스의 순간으로 안내하는 허브 향, 산책하던 숲에서 만난 동물의 사체에서 느끼는 폭력의 기억, 계절을 알리는 강물과 숲의 냄새, 사랑하는 삼촌이 남기고 간 낡은 스웨터, 노동의 숨결이 배어나는 담배 냄새, 선크림과 야외 수영장에 깃든 태양과 여름의 기억, 최고의 간식이었던 구운 베이컨과 마늘 향…

달콤한 과자의 풍미를 더하는 계피 향, '추위를 타는 이웃처럼' 빽빽이 꽂혀 있는 책에서 풍기던 묘한 곰팡내, 방금 새로 간 침대 시트의 포근하고 청결한 향기, 이국의 도시에서 맞는 밤과 정열의 냄새, 가장 평안하고 숭고한, 잠든 아이의 살냄새…. 향긋하고, 알싸하고, 달콤하고, 시큼하고, 고소하고, 매콤하고, 씁쓸하고, 퀴퀴하고, 때로는 후각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그려낸 듯 재탄생된 추억과 향기의 목록들.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하면서도 정신성이 깃든 필립 클로델의 표현과 세계관에는 낭만주의와 상징주의를 이은 시인 보들레르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프랑스 최고 문예비평지인 「리르」가 그를 두고 '영혼까지 그려낼 줄 아는 작가'라고 했던 표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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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르지 못하고 있는 신간은 또 있다! 황, 정, 은!!



게다가 이 책도 애써 잊고 지내고 있는데, 하필이면 경향신문에 또 나왔어. 필립 클로델하고 황정은이 같은 날 같은 신문에 나와서...호두 타르트 먹던 내가 좀 흔들흔들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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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미풍과 모두를 숨죽이게 하는 태풍이 공존하는 곳. 황정은이 한국문학에서 획득한 새로운 영토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진단을 더욱 확신하게 해줄 새 장편 『계속해보겠습니다』를 통해 놀랍도록 부드럽고 확고하게 독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황정은 특유의 단정하고도 리드미컬한 문장의 점층은 시처럼 울리고, 상처 입은 주인공들이 감당해가는 사랑은 서툴지만 애틋하다. 그의 소설 중 가장 아름답다고 평할 한권의 책이 독자의 서가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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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덧붙여야지. 박연준을 빼먹었네. ㅎㅎㅎ 박연준의 시집이 새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무슨 산문집이란 말인가!




시인이 쓰는 산문은, 그 단어나 문장에 압축과 은유가 가득할 것 같고,

압축과 은유가 가득한 글은 내 취향이 아니므로 패쓰할까 했지만,

그래도 박연준, 인데..하며 읽어보고 싶어졌다.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의 그 박연준이란 말이다.



여기, 묵묵히 응원하는 팬이 한 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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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집어내서는 껍데기 없이, 거짓 없이, 부끄러움 없이 '날 것'의 언어로 그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발견한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노라면, 읽는 이의 마음도 다시금 소란해진다. 이를테면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과 '언어'들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것.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려서 잊어버려서, 잃고 잊은 줄조차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는 것. 독자는 거울을 보거나 오래된 일기장 혹은 사진을 꺼내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맨 얼굴을 보게 되고, 그 소란스러운 발견은 삶을 다시 살아내게 만드는 밑알(소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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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로 인해 사재기를 하는 건, 어차피 그동안 책을 사던 사람들의 몫이다.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다가 도서정가제 얘기를 했는데 나를 빼고 나머지 직원들이 그게 뭔지도 모르며, 말해줘도 자신과 상관 없는 걸로 생각을 하더라. 어차피 안사던 사람들은 정가제가 되든 안되든 안산다. 나같은 사람만 정가제 되기 전에 구간 모으자, 이러면서 장바구니를 계속 비워내고 택배 박스를 계속 받아내지...또한 정가제가 시행된다고 하면 여전히 책을 살 사람도 나같은 사람인 것 같다. 어쩌면 책을 너무 많이 사놔서 한동안 잠깐 주춤할지도 모르지만...내가 어디 가겠는가. 그래봤자 금세 잊고 또 사겠지..그러므로 지금의 사재기는 사실 그다지 의미가 없다. 또 책을 쌓아두는 것 밖에 안되는 게 뻔한데..뻔하지만.....킁. 


신간 나오지마!!




여동생과 찾아간 까페는 수제 타르트를 만드는 곳이었는데, 테이블이 몇 개 안되는 작은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우리밖에 손님이 없었는데 우리에게 커피를 주고 이내 남자 사장님은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아마도 새로운 쿠키나 타르트 혹은 케익을 만드는 중인 것 같았는데 뭔가를 젓고 부수고 따르고 하면서 높다란 받침대를 두어 서있는 데도 눈높이에 맞게 설정해둔 아이패드를 연신 들여다보며 요리를 하더라. 아마도 요리 방법이 거기 나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타르트를 두 개 포장하려고 카드를 긁는데 카운터에 놓인 아이패드에 카드 리더기가 연결이 되어 있어가지고 본인이 보던 아이패드를 그대로 뒤집어 우리에게 내미니 거기에 서명란이 있는 게 아닌가! 서명을 하고 다시 뒤집으니 사장님은 결제를 완료할 수 있더라. 와- 그 순간 아이패드가 얼마나 똑똑해 보이는지! 아이패드를 사고 싶어졌다. 포장된 타르트를 가지고 나오면서 여동생에게 나 아이패드 살까? 하고 말했고 여동생은 내 말을 씹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패드를 검색해봤다. 뭐 얼마가 됐든 할부 긁으면 되잖아? 라고 생각한 것. 그러나 막상 고가의 금액을 눈앞에 보고나니 얼마 남아 있지 않던 이성이 돌아오더라. 왜 사고 싶은가? 카드 결제 똑똑하게 하더라. 그렇다면 나는 카드결제를 할 일이 있는가? 없다. 그렇다면 사서 무엇에 쓰겠는가? .....쓸 데가 없다. 쓸 데가 없는 데 살 건가? 아니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아이패드를 결제하지 않았다는 훈훈한 마무리 되시겠다. 참 이상도 하지, 카드 결제하는 거 보고 꽂히다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암튼, 계속해보겠습니다.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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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11-1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어제 교보에 갔다 저 <향기>라는 책을 들춰봤어요. 저는 저 작가를 잘 몰라요. 그래서 놓고 왔는데 이 페이퍼를 보니 당장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출산은...음...아직 저는 더 시간이 흘러야 잘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패드로 서명을 ㅋㅋ 저는 아직 그런 광경을 못봐서 저라도 완전 신기하게 느꼈을 거예요. 저는 지금 아이폰 용량이 꽉 차서 사진도 앱도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지경이라 아이폰6가 부러운 시점이지만 1년 더 참으려고요.(가능할까요? ㅋ)

도서 정가제는 다락방님 얘기가 십분 공감 갑니다. 뭐랄까, 누가 채근하는 것도 아닌데 막 책을 이고 집에 들여 놓아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이 생깁니다.

다락방 2014-11-11 09:30   좋아요 0 | URL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블랑카님? 최근에 [차가운 장미] 였나 하는 영화까지. 그 영화들의 감독입니다. 그 감독이 소설가이기도 해요. 저는 필립 클로델의 소설을 참 좋아해요. 그 작가의 책이 나왔다니 정말 기쁩니다. 에세이라 살짞 망설여지지만...왜냐하면 그의 책들이 다 좋았지만 [아이들 없는 세상]은 대실망을 했거든요.. 하하하하하.

저는 오늘 책을 또 지를겁니다 블랑카님.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요! (응?) 오늘은 구간으로만 질러볼텝니다!!
도서정가제가 우리에겐 좋지 않네요 진짜. 이게 뭐여..사재기에 열중하고.. ㅠㅠ

레와 2014-11-1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패드, 왜 쓸데가 없어욧!!!!!!!!!!

아애패드를 사서 레와에게 선물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11-11 09:30   좋아요 0 | URL
미안해요, 레와님.
나는 아이패드를 사 줄 정도로 레와님을 좋아하진 않아... =3=3=3=3=3=3=3=3=3=3=3=3=3=3=3=3

Mephistopheles 2014-11-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제하시고 배송지는 제 회사로...

다락방 2014-11-11 09:31   좋아요 0 | URL
미안해요, 메피스토님.
저는 아이패드를 메피스토님 회사로 배송할 정도로 메피스토님을 좋아하진 않아요... =3=3=3=3=3=3=3=3=3=3

Mephistopheles 2014-11-11 10:00   좋아요 0 | URL
네 그럼 말죠 뭐.(너랑안놀아)

다락방 2014-11-11 10:11   좋아요 0 | URL
어떻게...
아이패드대신 소주 정도로 쇼부를 치는건 가능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4-11-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산 책은 한권빼고 다 신간...신간, 나오지마에 심히 공감을^^;

다락방 2014-11-11 09:31   좋아요 0 | URL
저 오늘 구간으로만 살건데 [모나코] 넣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ㅠㅠ

서니데이 2014-11-1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는 소비자 입장에 한정하면, 책 사는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지금 산다고 해서, 이후에 안 살 것도 아닌데, 지금도 너무 많이 샀나, 가끔 그 생각도 합니다. ^^;;

다락방 2014-11-11 09:3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서니데이님. 어차피 책 사는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책 안사는 사람들에겐 그게 뭐여..같은...그런게 된다고 해도 별로 신경 안쓰더라고요. 어차피 일년에 책 한 권 살까말까해요~ 라더라고요. 어떤 동료는. 하하하하하.

저도 지금 산다고 해서 앞으로 안 살 것도 아닌데 지금 뭐하고 있느느 짓인지 모르겠어요. 근데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가 반값이래요 ㅠㅠ

dreamout 2014-11-1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므로 저는 패스,
이번주엔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와 그림을 본다는 것(이 책은 반값 세일 ㅋ), 소설이 필요할 때. 이렇게 세 권은 주문할 듯. 도서 정가제 시행하고 나서야 새소설들이 많이 나올런지... 황정은과 제발트를 제외하고는 확 잡아끄는 게 없네요.

다락방 2014-11-11 09:33   좋아요 0 | URL
제가 필립 클로델의 소설은 다 좋아했지만 [아이들 없는 세상]은 읽고 어처구니 없었거든요. 그래서 약간 망설여지기는 하지만...그래도...필립 클로델이니까....나온 거 다 읽자! 하는 마음으로다가 ㅎㅎㅎㅎㅎ

전 신간 중에 모나코 관심 가던데요. 그거 한 권 넣을까 어쩔까 하고 있어요. 오늘 지를건데 말이지요. ㅠㅠ

dreamout 2014-11-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해럴드 프라이~는 구입. ㅋㅋ

다락방 2014-11-11 09:33   좋아요 0 | URL
틀림없이 좋아하실 거에요. 좋습니다, 드림아웃님. 흐흣

단발머리 2014-11-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문장>

도서정가제로 인해 사재기를 하는 건, 어차피 그동안 책을 사던 사람들의 몫이다. - 다락방님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도서정가제 D-9 이다. - 단발머리

다락방 2014-11-11 09: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제가 그래서 초조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 지르려고요. 지금 장바구니에서 머리 싸매고 고민중입니다. 신간 한 권 넣을까 말까..모나코를 너무 넣고 싶은데...아니야 넣지말자...이러면서요. 달력은 제일 처음 뭐로 받을까요? 피터 래빗? 아웅 어쩌지... ㅋㅋㅋㅋㅋ 백희나 그림으로 받을까요? 다음주에 조카 오는데. 조카 주게.. 아잉... 저는 어쩌면, 도서정가제를 핑계 삼아 지르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혜윰 2014-11-11 22:0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두분은 어떤 구간들을 사신 겝니까?? 풀어놓으시지요...ㅋ

다락방 2014-11-12 14:19   좋아요 0 | URL
일단 오늘 온 책들의 리스트를 풀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기창, 모나코 (신간입니다)
잭 케루악, 길 위에서 1,2
앤 앤라이트, 개더링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고지연, 스웨덴 라이프 (신간인듯요)
코맥 매카시, 핏빛 자오선
이언 매큐언, 속죄

그렇게혜윰 2014-11-12 22:39   좋아요 0 | URL
신간은 어제 <소설가의 일>과 <해변 빌라>를 샀으니 잠시 쉬어가겠어요 ㅋㅋ

다락방 2014-11-13 10:12   좋아요 0 | URL
저는 며칠후 또 살건데요 그때도 신간을 한두권쯤 넣어야 겠어요. 아무래도 박연준의 [소란]이 눈에 밟혀서 말이죠. 읽어볼래요. ㅎㅎㅎㅎㅎ
 

주말을 보내고 출근해서 메신저를 켰을 때, 저쪽에서 J가 '보고싶었다' 라고 말을 하는 순간, 아, 나는 이게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다정한 말이 내게 필요했어. 나도 몰랐지만 나는 이런 말이 지금 절실했던 거야, 하는 생각에 왈칵 감정이 솟구쳐 '나도 ㅠㅠ' 라고 대꾸했다. 그날은 온종일 보고싶었다는 친구의 말에 기댔다. 가끔 이렇게, 내가 무엇이 필요한 지 모를 때에, 내게 닥치고 나서야 '아 나는 이게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날의 치즈파이처럼.
















오늘 출근하면서 이 책을 시작했다. 로맨스 소설답게 말랑말랑하다. 주인공 32세 신희수는 십년간 충실히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현재 백수다.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좀 울었고, 집 안 가득 모아둔 여행책을 들여다보며 여행을 꿈꾼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장의 두부가게에서 따끈한 두부를 사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그녀는, 간혹 두부가게에서 마주치게 되는 남자에게 호감을 품는다. 언제부턴가 그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아 왜 저렇게 쳐다볼까 의아하지만, 차마 그에게 왜 그러느냐 묻지는 못한채로 일종의 설레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연을 라디오에 보낸다. 


공교롭게도, 아니 우연히도, 어쩌면 필연적으로,

이 사연을 읽어주는 새벽의 디제이는, 바로 그 두부가게 남자였다. 일명 '두부남' 


그는 그 사연이 자신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고는 아, 이토록 놀라운 우연이라니, 한다. 사실 그는 두부가게에서 보았던 희수를 결혼식장에서도 마주쳤는데 이렇게 자기의 청취자가 된 게 아닌가. 그런데 이 무딘 여자 희수는 그저 자신을 두부가게에서만 보았다고 생각한다. 눈썰미 없기는.

우연도 세번이면 필연이라는데, 이제 디제이 은세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그녀의 사연을 읽어준 후, 자신의 이런 의견을 덧붙인다.




그나저나, 두부남. 음, 5466 님 입장에선 상당히 난처한 일이겠어요. 아무 이유도 없이 쳐다보는, 그것도 힐끔힐끔이 아니라 빤히 쳐다보는 남자를 만나셨으니. 그런데 아무 이유도 없이 상대를 그런 식으로 쳐다보는 남자는 없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두부남이 갑자기 5466 님을 쳐다보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혼자만의 긴장과 설렘을 즐기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 번 용기를 내 보시면 어떨까요? 또다시 두부남을 만나게 되면 용기를 내서 물어보는 거죠. 그렇게 쳐다보는 이유가 대체 뭔지. 어쩌면 두부남도 5466 님과 같은 이유로 말을 걸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거든요. (p.60)




하하하하. 야심한 밤에, 희수는 디제이의 이런 말을 듣고 으응, 정말 그런가?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인가? 하고 휘청휘청 흔들리는데, 디제이는 아예 쐐기를 박는다.



전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만약 그 산책길에 두부를 사 들고, 행복해하는 얼굴로 걸어가는 여자분을 본다면 눈길이 갈 것 같아요. 모르기는 몰라도 두부남이 5466 님에게 눈길을 주는 게 부정적인 이유 때문은 아닐 거예요. 아침부터, 별로 기분 좋지도 않은 일에 일부러 관심을 기울일 리가 없거든요. (p.60-61)



아이쿠야. 희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이 든다. 


한창 직장 생활이 너무 무료하고 재미없어서 직장내에 누군가를 짝사랑하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라는 말을 친구에게 했던 적이 있었다. 아침마다 짝사랑의 상대를 보기 위해 회사에 나오는 게 즐거울 수 있을테니까. 얼마나 재미 없었으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을까. 어쨌든. 아침 일찍 두부를 사러 가서 마주치는 남자라니. 아니, 그건 둘다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는 상황이니 가능한 설정이 아닌가. 일어나자마자 오분만 더 자고 싶다고, 이분만 더 눈감고 있고 싶다고 찡얼대며 엎어져있다가 간신히 눈비비며 일어나 세수를 하고 부지런히 다다다닥 화장을 하고 후다다닥 밥을 먹고 다다다닥 뛰어서 버스를 타고 후다다닥 지하철을 타는 내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



희수가 희수인줄 모르고 은세가 은세인 줄 여전히 모르면서 희수가 처음, 자신의 외로움을 문자메세지로 사연 보냈을 때, 디제이 은세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위로의 곡으로 선곡해 들려주었다.



5466 님도, 우리 뮤직 트리 식구들도 모두 자신을 위로하는 나만의 방법을 꼭 찾으셨으면 좋겠네요. 오늘 마지막 곡으로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 들려드리며 이만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클로징으로 꼭 이 곡을 틀어야겠다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는데, 오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네요. 그럼, 내일 다시 만나요. 기다릴게요. (p.36)



양재역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내리며 책을 가방에 집어 넣고 아이폰을 꺼냈다. 내 폰에 선인장 쯤은 이미 저장되어 있던 터다. 오랜만에 다시 듣는 선인장이, 참 좋구나. 이런 노래가 나의 아이폰에 있다. 내가 넣었지만 내 아이폰을 사랑하고 싶어지는 마음. 가슴속에 사랑이 왈랑왈랑 거리고 물결치고 파도를 친다. 이 사랑의 파도로 당신의 싸다구를 날리고 싶다. (뭔 개소리야..)



늘 5번 출구로 나가다가 오늘은 시간이 조금, 아주 조금 더 걸리는 8번 출구로 나가기로 한다. 귀에는 여전히 이어폰을 꽂은 채다. 계단을 올라 8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니 저기, 스타벅스가 보인다. 오픈한지 얼마 안되는 곳. 흐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까. 며칠전에 회사 동료가 책 빌려준 걸 돌려주면서 스타벅스 카드를 선물로 준 게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동료인가!(응?) 그래, 카드도 있으니 들어가자, 싶어서 스타벅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그만 풋- 웃어버렸다. 하하하하. 카운터에 낯익은 남자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회사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언젠가부터 새로운 남자직원이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어주는데 너무 맛이 없는거다. 두유를 넣은 캬라멜 마끼아또에서는 단 두유 맛만 나고, 두유를 넣은 녹차라떼에서는 두유 맛만 나는 것. 아, 짜증나, 신참이라 잘 못만드나? 라고 생각하고 자주 그곳에 들르는 e양에게 말하니, e 양도 정말 맛이 없어졌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우리는 내심 우리끼리 그런 대화를 했었다. 익숙해지려면 시간 좀 걸리겠지? 그때까지 가지 말아야겠다. 아니면 아침에 가서 저 직원 있으면 아메리카노만 시켜야겠어, 라고. 그런데 어제였나 그제였나, e 양이 '이제 그 신참 직원 안보이던데요?' 라고 하는거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요즘 안보이네? 관뒀나? 하는 대화를 했었는데, 그가, 바로 여기, 새로 오픈한 지점에 와있었던 거다. 하하하하하.


우리가 목례라도 가볍게 한다던가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었다면, 나는 반갑게 '여기 와있었어요?' 라고 활짝 웃으며 인사했을텐데, 그를 아는 게 나 뿐이라, 그저 나혼자 키득키득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숏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시켜두고는 e 양에게 문자를 보냈다.


'스벅 신참 여기 와있네. 8번출구 앞 스벅에 ㅋㅋㅋㅋㅋ'


e 양과 나는 같이 웃었다. 하하, 재미있는 우연이다. 마침 책 속 은세가 반복되는 우연에 이건 혹시? 하던 생각이 나, 나도 이 우연이 한 번만 더 반복되면 다가가서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관둔다. 이런 일을 하기에 나는 정말이지 늙고 지쳤다. 휴...


음료가 나오는 데에 가서 기다리다가 내가 주문한 숏사이즈 아메리카노가 나와서 냉큼 잡았는데, 내 오른쪽 옆에 있던 여자 사람이 '제가 먼전데요' 한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커피를 쥔 손을 놓았다. 에잇, 옥의 티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금세 내가 주문한 음료가 나왔고, 나는 선인장을 반복 청취하며 까페를 나왔다. 그러다가 또 푸핫- 했는데,


거기 대체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성인 남자사람들 떼거지가 달리고 있는거다. 간혹 올림픽 공원 가는 길에 체대 학생들이 뛰는 걸 보았지만, 여긴 체대가 있는 것도 아닌데..피트니스 센터에서 나와서 뛰는건가? 일전에 이쪽 길로 퇴근하다가 퇴근 길에도 뛰는 남자들을 보았는데... 그들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 짧은 소매의 옷도 그랬지만 다들 한 근육들을 하는거다. 뛰는 데 짧은 바지 밑으로 다리의 근육과, 짧은 소매 밑으로 팔 근육이 다 드러난다. 도대체 왜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저만큼 가더니 다시 뒤를 돌아 이쪽으로 뛰어 온다. 그러더니 또 얼마큼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 저쪽으로....



당신들 뭐하는 거에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역시 이런 일을 하기에 나는 너무 늙고 지쳐서...관둔다. 다만, 나는 역시 근육이 좋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근육은 삶의 생생한 증거, 활력 처럼 느껴진다. 역시 근육이 짱이다. 나도 근육녀가 되어야 겠다, 고 어제 했던 결심을, 작년에 했던 결심을, 오년전에 했던 결심을, 다시 했다. 내일 또 하겠지?








며칠 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구절을 봤습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바꿔 생각하면, 이런 말도 될 것 같아요. 용기를 내면 모든 게 달라진다. 
5466 님, 용기를 내 보세요. 또 모르죠. 용기를 내면 모든 게 달라질지도.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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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4-11-0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났어요.
아침 일찍 신촌으로 출장을 갔다가 10시쯤 다시 돌아오려고 직원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50대 중반정도의
머리숫이 별로 없는 중년의 아저씨가 팬티 바람에 런닝은 입었고 와이셔츠 팔은 꿰고 단추는 잠그지도 못하고
양 손에 양복이랑 구두를 들고 뒤를 돌아보며 허겁지겁 뛰어가는거에요.
이 장면이 어떤 상황인거 같으세요?
아무리 아침 일찍이라지만 그래도 신촌인데 보는 눈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20년도 더 된 일인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

이 책 아직 못 본 책인데 찾아봐야겠어요. 재미있을것 같아요 :)

Mephistopheles 2014-11-06 10:11   좋아요 0 | URL
바람피다 걸렸군요.

다락방 2014-11-07 08: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제가 생각하기에도 바람피다 걸린건데, 이 경우엔 여자쪽 남편한테 걸린 경우라고 보면 되겠네요. 자기 와이프한테 걸린거면 그렇게 옷도 못입은 채로 도망가진 않을 것 같거든요.

이 책은 재미있어요 무스탕님. 남자가 너무 완벽한 게 흠이지만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4-11-0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터가 후라이팬 위에서 녹아내릴 정도로 감성충만해지셨군요....

다락방 2014-11-07 08:14   좋아요 0 | URL
저는 녹을 준비가 되어 있는 버터이지만 아직 달궈진 후라이팬을 만나지 못했....( ˝)

아무개 2014-11-0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보고싶어요 다락방님 *^^*

2.<8번출구로 나가기로한다....5번출구로 나와 조금걸으니..> ㅎㅎㅎ

3.허경환의 허닭 맛잇습니다. 함께 건강한 근육녀가 되어봅시다.
`우리 아직 그렇게 늙지 않았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지만
작게 속삭여 봅니다.... ㅠ..ㅠ

다락방 2014-11-07 08:16   좋아요 0 | URL
1. 전 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3=3=3=3=3=3=3=3=3

2. 댓글 보고 수정했습니다. ㅋㅋㅋㅋㅋ

3. 허닭이란 게 있어요? ㅎㅎㅎㅎ 처음 알았네요. 전 닭가슴살 안좋아합니다, 아무개님. ㅎㅎ 세상엔 맛있는 게 널리고 널렸어. 그치만 맛있는 것만 먹으면 근육녀가 될 수 없지...하아- 근육녀가 되기엔 너무 늙고 지쳤...하아-



2014-11-06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07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4-11-06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 지금 들어도 좋네요.
`선인장`

후흣. 사과도 먹었다요. 딱좋다. 일상이 이만큼만 진행(!)된다면 살 수 있을거 같아..

다락방 2014-11-07 08:18   좋아요 0 | URL
응 요즘은 계속 에피톤 노래만 들으며 다니고 있어요. 좋아...선인장 좋지...

일상이 나는, 좋았다 안좋았다 해요. 뭐, 언제나 그랬지만....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 술마시고 기절해버려욧!!

열매 2014-11-0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인장이란 노래는 제목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첨 들어봐요~
노래도 좋고 글도 좋고 다락방님의 일상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져요.ㅎㅎ
저 책을 보니 이도우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떠오르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다락방님 : )

다락방 2014-11-10 08:51   좋아요 0 | URL
오, 사서함을 읽으셨군요!
저도 사서함을 떠올렸답니다. 조용하고 은근한 그러나 설레이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두 소설은 무척이나 닮아있습니다. 저는 산드라 브라운 식의 열정적인 사랑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지요. 아하하하.
주말이 끝났네요 꿀이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