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잠자리가 달려든다
매미도 달려든다

매미가 눈 앞에서 날아가는 걸
나는 여기에서야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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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4-08-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태양이 달려든다
잠이 달려든다

책상에 사람들이 엎어져 있는
토요일 오전 도서관을
나는 여기에서야 처음 본다

창원에 잼나게 보내세요 ㅋ

다락방 2014-08-07 08:08   좋아요 0 | URL
휴가는 끝났고 저는 사무실이에요..아..휴가는 짧아요.. ㅠㅠㅠㅠㅠ

건조기후 2014-08-0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거실 창문 방충망에 엄청 큰 매미가 붙어서 미친듯이 울어댔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조금 과장해서 집이 흔들릴 지경이었던.. ㅎ 근데 시간 날 때마다 전국 곳곳을 잘도 다니신다, 바지런한 다락방님. ^^

다락방 2014-08-07 08:0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멀리 사는 친구가 있다보니 그렇게 되네요. 멀리 사는 친구에게 가거나, 그 친구와 다른 데서 만나거나 해서 말이지요. 아하하하.
휴가가 끝났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꼬마요정 2014-08-0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저께 창원엘 다녀왔어요~ 저는 부산에서 간다지만 다락방님은.. 그 먼 곳에서 ㅋㅋ
부지런하시네요~ 차..창원도 도시인데.. ㅋㅋ 매미가 날아가는 걸 보시다니.. ㅋㅋ

루쉰님 시도 확 공감이 갑니다.^^

다락방 2014-08-07 08:09   좋아요 0 | URL
저 눈앞에서 매미 날아가는 거 첨봐요. ㅋㅋㅋㅋㅋ 창원 친구한테 '시골이라 그런가봐' 했다가 욕 엄청 얻어먹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14-08-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창원에는 무슨일로 가셨어요?

다락방 2014-08-07 08:09   좋아요 0 | URL
휴가라서 다녀왔어요, 프레이야님. 그런데 가있는 내내 비가 와서 호텔에 짱박혀 있었어요.. 엉엉 Orz

기억의집 2014-08-07 23:50   좋아요 0 | URL
호텔~ 부러워요. 사실 전 여행의 묘미는 숙박도 한 몫한다고 봐요.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 다음날 먹는 아침이 그리워요.

다락방 2014-08-08 09:37   좋아요 0 | URL
ㅎㅎ 기억의집님. 저도 사실 호텔과 호텔 조식이 너무 좋아요! 호텔 조식으로 먹는 오믈렛과 스크램블 에그, 버터 바른 빵..이런거 너무 좋아서 ㅎㅎㅎㅎㅎ 그치만 이번엔 호텔 조식은 생략했어요. 너무 돈을 많이 써서 아침마다 사발면을 먹었다능 ㅋㅋㅋㅋㅋ
 















이 제목이 소설책의 제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껏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고자 했을텐데. 그러나 이 책은 '사회학자'의 책이고,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어렵다는 느낌, 바로 그것 밖에 더는 주지 않는다. 나와는 거리가 먼, 아주 먼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전 지인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이 책을 추천받았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 끝에 나온 추천이었다.


중국 소설을 읽는데 사람들 성격이 너무 까칠하고 뭔가 신경질적이다. 이것은 높은 인구 밀도 탓에서 온 게 아닌가 싶다. 스웨덴 소설을 읽으면서 놀랐던 건, 그들의 인구밀도는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비리와 잔혹한 범죄와 연쇄 살인과 성폭행들이 우리나라와 똑같이 일어난다는 거다.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삶이 빡빡하고, 그래서 범죄 환경이 더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게 아닌가보다.


위와 같이 내가 말하자 지인이 이 책을 추천했던 것.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니가 의문을 갖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거라고 하면서. 그래서 나는 제목도 무시무시한 무려, '무질서의 효용'을 읽으려고 시도한 것이다. 오, 맙소사. 내가, 무질서의, 효용을. 무질서도 효용도, 그 단어 하나씩을 따로 떨어뜨려 놓아도 벅차기만 한데, 심지어 두 단어가 같이 있는 이 책을. 그래서 토요일 대전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 나는 이 책을 펼쳤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서문만 읽고 나는 말그대로 뻗어버렸다. 대전까지 가는 내내 잤다. 주말동안 독서와는 먼 시간을 보내고 오늘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서문 다음부터를 또 읽어보자 하고 꺼냈다가 또 뻗어버렸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아- 내가 궁금해하는 걸 얻어내기 전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아 근데 궁금해 ㅠㅠ 이 책을 읽을 수 있을만큼의 독서력이 내게는 없고, 그렇지만 궁금하고...궁금한데 못읽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신이시여. 나는 이제 어째야 하는겁니까!!!!!!!!!!!!!!!!!!!!!!!!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서 나는 훅- 호기심이 생겼던 거다.



이 책에서 나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어떤 것을 독자들에게 설득하고자 한다. 도시라는 정글, 도시의 광막함과 고독에 긍정적인 인간적 가치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사실 나는 도시 생활에서 일정한 종류의 무질서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인간이 완전한 성인기로 올라서고, 이 책에서 보여줄 것처럼, 현재와 같은 악의가 없는 폭력이라는 취미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p.22)



그러므로 어떠한 이야기를 펼쳐갈지 궁금한데, 그런데 '악의가 없는 폭력'이란 무얼까? 폭력에 악의가 없을 수 있을까? 습관같은, 반사작용 같은 그런 폭력을 일컫는걸까?



『무질서의 효용』은 내가 스물다섯 살에 쓴 첫 책이다. 이 책은 어떤 시기와 환경, 즉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1960년대 신좌파 New Left (내가 많이 좋아하는 턴레프트님이 생각났습니다. 뿅-)를 배경으로 탄생했지만, 책에 담긴 기본적인 사고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추적한 주체성과 물질적 현실, 개인의 정체성과 도시 환경의 연관성은 오늘날 한층 더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전 세계 사람 대부분이 도시에 살기 때문이다. (서문,p.9)



어젯밤. 갑자기 이것저것 좀 알아보느라 내가 생각한것보다 늦게 잤고 그래서 아침에 일어날 때 무척 힘들었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아니, 사실 읽는다고 할 순 없고 그저 '본다'고 할 수 있겠다- 지하철에서 눈을 감았다. 양재역에서 내려 아 안되겠다, 시원한 커피를 한 잔 마시자 싶어서 출근길에 스벅을 들렀다. 어휴, 무질서의 효용이고 뭐고 정신 바짝 차리고 회사 가야지 싶었던거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마침 이미 와서 주문을 마치고 구석에 앉아있던  J 과장을 만났다. J 과장은 시나몬 롤을 시켰는데 같이 먹자며 앉아도 되겠느냐 물었고, 나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음료를 앞에 두고 시나몬 롤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했다. 시나몬 롤 하니 그 영화가 생각나는데 봤냐, 아 근데 제목이 기억안난다, 시나몬 롤 나오는 영화인데, 라고 내가 말하자 J 과장은 '카모메 식당이요!!' 하는거다. 맞아요, 그거, 하면서 이야기는 무질서의 효용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는 책을 꺼내 보여주며 이런걸 내가 읽으려고 하다니 돌아버릴 것 같다면서. 그리고 말했다. 글쎄 이 책을 저자가 스물다섯 살에 지었대요. 참나원. J 과장은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며 놀라고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난 스물다섯에 힙합바지 입고 첫직장 다니고 있었어요.



J 과장과 나는 동시에 빵터졌다. 그렇다. 나는 스물다섯, 직장에서 막내였고, 하하하하, 힙합바지며 박스티를 입고 직장을 다녔던 것이다. 오 마 이 갓. 상상할 수도 없다며 우리는 같이 웃었고 그러다가 시나몬롤 맛있다고 또 꺅꺅거리고. 하핫. 아니 어떻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썼을까. 스물다섯에 나는 무질서와 효용에 대해서 어떤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스물다섯의 나는 매일 일하고 퇴근하면 술마시고..의 반복이었는데. 그당시 입사동기 남직원과 영어를 같이 공부해보자며 둘이 영어학원을 같이 등록하고서는 하루 같이 나가고 그 뒤로 학원까지 함께가서 늘 동동주를 먹으러 갔는데. 학원비 날렸어..난 그때 알았다. 학원 다니며 공부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하필 다녀도 그런 사람하고 다녀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커다란 유혹이 되었을까. 학원가자, 그래. 학원에 도착해서는 술마시러 갈까? 그래. 이게 뭐야... 역시 난 안돼. 여튼 내가 그때 학원비며 술값을 마구 써댔던 스물다섯에, 리처드 세넷은 무질서의 효용을 썼다. 


나는 천재에게 감탄하는 편이다. 사실 천재에게 쑝쑝 반하고는 한다. 그건 아마도 내가 천재와 거리가 먼, 보통 사람들보다 약간 더 머리가 나쁜 편에 속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천재를 향한 동경에 휩싸여있는...공부를 잘했다거나, 지금도 뭔가 지식을 자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거나, 대화를 나누다가 뭔가 많이 아는 것 같으면, 나는 정말이지 쑝- 가버린다. 멋져...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학창시절 공부를 잘한 사람에 대해서도 너무 멋지게 생각된다. 어떻게 그렇게 잘했을까..하고. 내가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끌리는 건 내 주변 사람들이 내게 일깨워준거다. 지난주 대전에서 만난 친구도 '너는 지적인 남자한테 끌리잖아' 라고 말했는데, 며칠전 통화한 친구도 내게 '너는 인텔리 남자한테 끌리더라' 하는거다. 오. 나는 친구에게 반박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재이슨 스태덤을 좋아하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거야! 그러자 그 친구는 말했다.


재이슨 스태덤은 근육 인텔리지.


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근육 인텔리. 여튼, 리처드 세넷은 스물 다섯에 무질서의 효용을 써서 나를 지금 현재 이토록 놀래키고 있는데, 아이구야, 멋지다 멋져 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뭐랄까, 나랑 친구하긴 힘들 것 같다.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아침에 시나몬 롤 먹으며 맛있다고 꺅꺅 거릴 수 있을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맥주 마시면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서 불편하다고 생각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복숭아는 과즙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먹어야 된다고 생각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백화점 와인 코너에 가서 할인 크게 하는 와인이 어떤거냐고 물어볼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번역안된 외국어 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쉬바 빨리 번역본 좀 나오지, 라고 생각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책 오만원어치 채워서 보틀을 받으려고 할까? 스물다섯에 무질서의 효용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체크카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지만 통장에 언제나 잔고가 없어서 결국 신용카드를 긁는 삶을 살까?




J 과장과 나는 오늘 아침 따뜻한 시나몬 롤에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수다 떨다가, 아니 그런데 우리 이렇게 웃고 떠들어도 되나요? 하며 시간을 보았다. 아이쿠야. 출근 시간이 오 분 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는 헐레벌떡 자리를 정리했다. 



출근시간인데 마치 퇴근한 것처럼 수다떨었네요.



라고 말하고 또다시 깔깔대고 웃고, J 과장은 까페를 나서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 시간들이 감사하다고. 나도 그렇다고 했다. 만약 J 과장이 싫었다면 커피만 주문하고 얼른 출근했을 거라고, 같이 앉아 시나몬롤을 먹으며 수다를 떨진 않았을 거라고. 



내게 오늘 아침은 무질서의 효용과는 거리가 먼, 커피와 시나몬 롤의 효용이었다. 그보다는 수다의 효용일 수도 있었을테고.



그나저나 이 책을 어쩌냐...혹시 포기할까봐 가방에 소설도 한 권 넣어왔더니 에코백인데도 더럽게 무거워...에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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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7-2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의 여유로움이 참으로 부러워요~~~ 시나몬 롤과 커피라니^^
카모메 식당에서 전주인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 루왁' 하고 외치던 그 장면 참 재미있었죠.
저도 천재, 다독가, 박학다식한 사람, 달변가에 약해요^^

다락방 2014-07-30 12:48   좋아요 0 | URL
아침에 먹는 시나몬롤은 더 맛있었어요! 헤헷.
저도 커피 루왁을 카모메 식당 덕에 알게됐어요.
그나저나 천재에게 끌리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군요!ㅎㅎ
여긴 날이 아주 뜨거워요, 세실님.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

아무개 2014-07-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5살에 저는.... 크흑.... ㅡ..ㅡ

2.지금 이승우 단편집 읽는 중인데 이것도 크흑....ㅜ..ㅜ

3.회사에서 업무 실수로 욕먹고 크흑....ㅠ..ㅠ


다락방 2014-07-30 12:48   좋아요 0 | URL
크- 어제는 이제 지나가버렸는데 오늘은 어떻게 맞이하고 계십니까, 아무개님.

달걀부인 2014-07-2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의 읽은 글중 가장 재미있고 따뜻한 글이었어요. 다들 남자취향이 비슷한데도 공감!! 졸린 오후에 즐겁게 잠을 깨워줘서 감사해요.

다락방 2014-07-30 12:49   좋아요 0 | URL
아, 별말씀을요, 달걀부인님. 오히려 재미이쓴 글이라 해주시니 제가 고맙습니다! 헤헷
잠을 깨워줘서 고맙다하셨는데, 아, 저는 한 시에 나가서 점심 먹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졸릴 것 같아 걱정이에요. ㅠㅠ

마태우스 2014-07-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물다섯에 기생충학을 선택하고 대학원 입학시험에 붙기 위해 오래된 기생충학 책에 줄을 긋고 있었답니다. 글구 저 책, 딱 봐도 제 스탈이 아니어요. 저도 서문 읽고 때려치울 듯... 원래 책을 읽다가 마는 건 싫어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이제 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아니다 싶으면 때려치운답니다.^^

다락방 2014-07-30 12:50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이 지금 네이버 인물검색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건, 스물다섯에 오래된 기생충학 책에 줄을 그으셨기 때문일거라 확신합니다.
저도 요즘엔 책 읽다가 중단하고 던져버리곤 해요. 사 둔 책이 너무 많은데 재미없는 책까지 읽으며 보낼 시간은 없으니까요. 하하핫

2014-07-29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30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4-07-3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커피..ㅠㅠ

줄리아 로버츠와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립니다.^^

저도 무질서한 댓글을.. ㅋㅋ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다락방 2014-07-30 12:5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아마도 저 책은 '무질서가 낫다' 고 말하려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꼬마요정님의 댓글이 무질서한들 신경쓰지 마세요!! ㅎㅎㅎㅎㅎ

조선인 2014-07-3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모르겠고 보틀을 받으려고 5만원 꽉 채워서 주문할 거 같긴 한데요? ㅎㅎ

다락방 2014-07-31 11: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오랜만입니다, 조선인님. 저는 지금 점심시간만 마냥 기다리고 있어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요. 흑흑 ㅠㅠ

노이에자이트 2014-08-0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사회학>이란 분야가 있다고 말해주었더니, "소설은 좋아하지만 사회학은 싫어요' 하고 답했다는 사람이 생각나는군요.사회학과 멀어지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다락방 2014-08-07 08:10   좋아요 0 | URL
소설사회학이란 분야가 있다고요? 저도 처음 들어봤네요. 사회학과 멀어지게 된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 사회학과는 친한 적이 없어요.

루쉰P 2014-08-0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토욜 아침 뜨거운 햇살에 뇌가 폭발할 거 같았는데 다락방님 이 글보고 얼마나 웃으며 도서관가고 있어요
저 알아요 그 기분 ㅋ 읽고는 싶고 궁금한 데 뇌가 안 따라주는 거요 슬라보예 지젝이란 철학자 책 진짜 읽고 싶은 데 피면 잠들었어요 진짜 농담 쭉 빼고 피고 4장도 가기 전에 장소 불문하고 잠 들어요
그래서 전 폭염이고 뭐건 그 책 보면 잘자요 허허허

전 스물다섯에 군대 갔어요 ㅋ 가서 국방부 불 나갈까봐 소방차 타고 앉아서 루쉰선생 잡문 읽고 있었어요 ㅎ

저번에 댓글에 지하철에서 책 보다 졸았다고 하셨는 데 이 책인가봐요 ㅎ 저도 이건 못 읽겠네요 다락방님이 조셨는 데 저도 못 버틸거에요

저도 천재 무지 좋아해요 강박장애처럼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걸 되게 못 해요 이거 하다 저거 하다 ㅎㅎㅎ
그래서 천재를 무척 좋아해요 게다가 지적인 사람을 보면 심장이 떨려요 근데 여자 천재만요 ㅎ. 남자는 굳이...

지적인 여자 천재는 참으로 좋아해요
아 예뻐야 하는구나
지적인 예쁜 여자 천재...
아 몸매도...
지적인 예쁜 얼굴에 몸매 짱 여자 천재
다락방님 이런 사람은 없겠죠 그쵸?
소설에도 없겠죠?
쳇 제 댓글도 무질서네요 ㅡ..ㅡ
하지만 댓글을 쓰며 스트레스가 풀려요
오늘 공부가 잘 될 것 같아요 댓글이 효용이 있어요 ㅋ
암튼 주말은 푹 쉬시고 저 이런 글 너무 좋아요 많이 읽으시고 많이 써 주세요!
다락방님의 서평이 공부에 찌든 소중한 수험생을 살립니다 허허허

다락방 2014-08-07 08:12   좋아요 0 | URL
루쉰님. 지젝 책 샀다가 몇 페이지 읽었더라..여튼 몇 페이지 읽다말고 와..뇌가 안따라주는구나, 했어요. 바로 중고샵에 팔아버렸습니다. 중고샵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0-

지적인 예쁜 여자 천재는 루쉰님.
있을지도 몰라요.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극히 드뭅니다.
현실에서는 '지적인' 여자도 '예쁜' 여자도 '천재' 여자도 모두 되기 힘들어요. 평범한 저같은 사람들은 지적이지도 못하고 예쁘지도 못하고 천재를 동경하기만 하죠. 하아- 현실은 냉정한 것이고 말이지요.

휴가 끝나고 돌아왔으니 이제 다시 읽고 써야겠지요. 휴.. 휴가가 끝나버리다니. 야속해라 ㅠㅠ

기억의집 2014-08-0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락방님의 25살이 힙합바지와 박스티라니,,, 저도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나의 25살은 어떠했는지. 우리 때는 힙합바지는 아직 히트를 안 쳐서 그냥 청바지를 입고 여기저기 회사이력서 내러 다닌..이력서 내고 오는 길에 아, 이 회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는 간절한 마음도 떠오르는데요. 리처드 세넷의 천재성도 부럽긴한데, 아인슈타인도 26살에 세계를 뒤집은 논문 5편을 세상에 내 놓았어요. 부럽, 부럽, 부러워요~

다락방 2014-08-08 10:01   좋아요 0 | URL
지금은 25살에 어떻게 그렇게 입고 다녔나 싶어요. ㅎㅎ 부끄러워요 ㅋㅋㅋㅋㅋ

천재가 되게 부럽긴한데요, 기억의집님. 그런데 제가 천재가 되고 싶은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음...천재를 부러워하는 평범한 사람쪽을 아마도 저는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천재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을 가졌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어휴...
 
오, 결투라니!















와- 이 책 진짜 재밌다. 이제 톨스토이와 체호프만 남겨두고 있는데,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다. 나는 사실 '소설'을 읽고 감상하는 데 있어서 누군가의 교육이나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오히려 그런 게 없이 내가 읽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하는 거,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다. 느낌은 배움으로 알 수 있는게 아니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에 얽힌 사연들도 다 얘기를 해주니 내가 읽은 책들이지만 참 새롭게 보이는거다. 고골의 책도, 도스트예프스키의 책도, 투르게네프의 책도 다 읽었지만 이 모두를 새롭게 다시 읽고 싶은거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읽기 전과 읽고난 후의 투르게네프는 뭐가 달라도 다를 것 같은, 그런 느낌? 다른 책들도 이렇게 배경 지식을 알고 듣는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간 로쟈님의 글은 어렵고 지루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죄송합니다!!), 재미있다!!!!!!!!!!!!!!!!!!!!!



아, 그리고 고골. 고골을 대체 어쩌면 좋은가. 나는 고골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이해가 돼서 힘들었다. 고골의 소설에 대한 소명의식 같은 게 아니라, 그 소명의식과 현실의 자신의 능력이 부딪치는 데서 오는 갈등. 



고골에게서 작가적 재능은 무엇보다도 유머나 풍자 쪽에 있었습니다. 러시아 사회의 속물성과 관료주의 사회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는데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발휘했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재능이 진지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통받았습니다. 고골은 전형적인 속물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최고 작가입니다. 문제는 그런 재능과 그가 생각한 작가의 소명이 충돌하는 데 있었습니다. 속물적 인물들에 대한 풍자는 대상을 부정적으로 비판하고 꼬집는 것으로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골은 작가의 진정한 역할이 사회를 교화하고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후기로 갈수록 강해지는데, 그러면서 창작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p.110-111)



고골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소명, 소설의 나아갈 길. 그것이 분명하게 자리잡혀 있는데 사실 자신이 잘 써내는 소설이란 자기가 생각하는 글과는 다른데서 오는 갈등. 아-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짐작한다.



그러던 1837년에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푸슈킨이 결투하다 죽은 거예요. 푸슈킨의 죽음은 레르몬토프에게 「시인의 죽음」이라는 시를 쓰게 했지요. 고골에게도 아주 큰 충격을 줍니다. 고골 생각에 러시아 문단에는 두 작가가 존재합니다. 푸슈킨과 고골. 푸슈킨과 자신이 러시아 문학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연상인 푸슈킨이 앞에서 끌고 가고 자기는 뒤에서 밀고 가고. 푸슈킨이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자기는 부정적인 군상을 묘사하고. 그런데 푸슈킨이 죽은 겁니다. 고골은 '이제는 나밖에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명 의식이 더 강화됩니다. 러시아의 문학을 책임질뿐더러 러시아의 미래를 구원해야 합니다. 정말로 심각하고 진지한 소명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p.116)



고골의 소명 의식을 옆에서 들은 사람이라면 아마 웃었을지도 모른다. 야 누가 너더러 그런거 하랬냐, 지금처럼만 해. 혹은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라며 격려했을지도 모르고. 이것이 소설의 올바른 나아갈 길이다, 라는건 고골 본인이 생각한거지 누군가가 고골에게 '그런 글을 써' 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고골은, 고골 본인의 생각 때문에 갈등을 하고 힘들었던거다. 나는 이걸 잘 써, 그렇지만 이렇게 써야 하는건데...하는데서 오는 미친듯한 내적 갈등. 내가 러시아 문학을 이끌어가고 있다, 는 생각은 다른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해준다 할지라도 본인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자칫 오만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은 자신이 러시아 문학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더 잘하고 싶은거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이지, 얼마나 어마어마했을까.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고골에게 동화됐던거다. 물론 내가 고골처럼 글로써 어떤 소명의식을 가졌다거나 한 건 아니다. 나는 고작 블로거 1人에 불과할 뿐인데, 글에 어떤 소명의식을 담겠는가. 그저 나 좋자고 쓰는 글인데. 다만 나는 나 스스로,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과 마음이 끌려가는 방향이 달라서 내적 갈등을 심하게 겪었던 일이 있었기에 고골에게 완전히 나를 덮어씌울수 있었던 거다. 언젠가 친구가 '너는 타인의 눈은 신경 안쓰는데 스스로한테 쪽팔리는 걸 못견뎌 해'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완전 깜짝 놀랐었다. 아, 내가 그랬나?



서른한살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는 그간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 가장 적극적인 타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훅- 강하게 다가왔다. 첫만남에서부터 '다음에도 나를 만날 의향이 있냐'를 물었는데, 상대를 바로 앞에 둔 상태로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무척이나 당황하며 '뭐 그래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다음에 또 봐요, 라는 식의 아닌 이런 저돌성이 나로서는 꽤 놀라웠던거다. 한번은 주말이 되기전에 내가 물었다. 주말엔 뭐할거냐고. 그러자 그는 '당신 만날거야,' 라고 하는거다. 나는 그에게 '나는 이미 친구와 주말에 약속이 되어있다, 너는 나한테 만나자고 한 적 없지 않느냐' 고 답했고, 그는 선약이 있다면 할 수 없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일어났다. 



나는 그를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친구와 먼저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나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런데 이 남자를 너무 만나고 싶은거다. 게다가 나는 내 의사도 묻지 않은채로 나를 만날거라는 그의 말에 기분이 나빠야 한다. 그런데 기분이 나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별로 기분도 안나쁜거다. 오히려 주말에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는 데 설레이고 기쁘다. 그렇지만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가야한다. 왜? 친구랑 약속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남자가 너무나 만나고 싶다. 친구한테 전화해서 약속을 취소할까? 무슨소리. 나는 언제나 남자 때문에 일상이 틀어지는 걸 경멸해왔다. 그러니 이래서는 안된다. 먼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 남자가 조낸 보고싶다!!!!!!!!!!!!!!!!!!!!! 그렇지만 친구를 만나러 가자.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약속 안지키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게 나다. 그런데 이런 내가 약속을 안지킬 수 없다. 그런데 이 남자 너무 만나고 싶다. 그래도 친구를 만나자.




아아- 이러다가 나는 폭발해버리고 만것이다. 내 안의 이 내적갈등.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오는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갈등. 아 진짜 뻐킹쉿. 욕나온다. 지금도 그때의 갈등이 생생하다. 그는 나에게 내적갈등을 정말이지 너무나 많이 하게 했다. 그는 늘 저돌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늘 '이건 아냐, 이러면 안돼' 하는 생각을 해야했고,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가슴은 그를 열렬히 원하고 있었던거다. 나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를 만나는 동안 내가 나를 통제하는 게 너무나 힘들어서 뻑하면 눈물이 났다. 만약 그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다면 힘들지 않았을텐데. 내가 나를 통제하고 '안돼'라고 말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텐데!! 나는 나의 주인이 내가 되어야 하는 사람인데, 그를 만나는동안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건 누가 시킨 게 아니다. '너의 주인은 너가 되어야만 해', '남자 때문에 친구랑 약속을 어기지마', '만난지 얼마 안 된 남자한테 끌려가지마' 라고 누가 나한테 지시한 게 아니다. 순전히 내가, 나 스스로가 나를 옭아맨 것이다. 내가 만약 친구에게 이 상황을 얘기했다면 '야 완전 괜찮아 그 남자 만나, 나는 나중에 만나면 돼지'라고 했을것이다. 아마도. 또다른 친구들에게 말했다면 야 뭘 그렇게 생각해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거지, 라고 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내 스스로가 내 자신에게 용납이 안됐던거다. 아, 도대체 왜!!!!!



나는 다시는 그런 내적 갈등을 겪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뒤로 내가 계속 편하게 나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편안하고 안정된 연애를 해왔다. 그래, 이래야 해, 이게 내가 원하던 거였어, 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나는 그런 연애를 추구할 것이다. 볕이 좋은날 혼자 소파에 앉아서 엉엉 울게 만드는 남자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게 뭐가 이렇게 힘드냐고 나 스스로를 학대하게 하는 그런 남자를 만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만, 편안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내가 늘 추구해왔지만, 가끔은, 아 쉬바, 여자의 마음이란게 뭔지, 내가 편안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할때마다, 빅재미...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다. 이 빅재미 란 뭔가 액티브한 데이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내 가슴을 들었다놨다 하는, 그런 걸 말하는거다. 그러니까 사실 나는 그토록이나 힘들면서도, 힘들어했으면서도, 잊지 못하면서도, '또' 그 경험을 어느틈에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 이걸 인정하는 게 나는 또 그토록이나 싫었던거다. 물론 이 빅재미는 그 당시에는 전혀 빅재미가 아니다. 고통이다. 아픔이다. 어마어마한 내적 갈등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나니, 젠장, 그게 빅재미인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는 그를 '지나치게' 좋아했던 것이다. 지나치게, 지나치게!! Orz



아, 내적 갈등 얘기를 너무 몰두해서 썼더니 머리가 아프다. 이제 그만 써야지.


그나저나 고골님..미안해요. 고골님의 근사한 소명 의식에 제가 한낱 연애 감정으로 살짝 올라탔네요. 그러니 다시 고골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분명 고골의 단편 소설들을 읽었다. 로쟈님이 책에서 언급한 단편들을. 그리고 그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와- 나는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내가 아주 많은걸 놓친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나저나 금요일이면 점심 먹고 퇴근하라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읽던 책을 마저 읽을 것이 아닌가. 이놈의 회사는 비오는 날도 출근시키고 금요일도 하루 내내 일시키고, 뭐하나 좋은게 없다니깐. -_-



아, 페이퍼 쓰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들였더니 기운이 쏙 빠진다. 아까 외근나간 동료가 사다준 단팥빵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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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7-2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다락님다운 귀여운 페이퍼! 몰입감 완전 짱이네요. 로쟈의 러시아강의라서 문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겠거니 했는데 웬걸...^^ 그럴 때 친구와 만날 때 남친을 데려가는 것도 흔히 쓰는 방법이죠. 근데 그게 그닥 좋은 건 아닌 듯해요. 왜냐면 그 친구가 소외되잖아요. 왠지 괜히 그 자리에 낀 것 같은 그런 기분..... 요즘 블로거베스트에서 상위에 있는 책을 모조리 사서 그걸 읽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덜 더운 느낌.>! 다락님도 여름 잘 보내시길 빕니다

다락방 2014-07-25 14:14   좋아요 0 | URL
오, 블로거베스트 상위에 있는 책들이라고요? 저는 집에 사둔 책이 너무 많아요 마태우스님. 그걸 언제 다 읽으려고 그렇게 쌓아두었을까요 ㅠㅠ 그러면서 책을 또 사고 싶어져요. 흑흑. 무모한 다락방입니다. ㅠㅠ

러시아 문학 강의 재미있더라고요. 미국 문학, 영국 문학, 프랑스 문학 강의도 다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늘 삼천포로 빠지지요. ㅋㅋㅋㅋㅋ 몰입감 짱으로 읽으실 수 있었던 건 제가 완전 몰입해서 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 쓰고 힘들었어요. ㅋㅋㅋㅋㅋ

레와 2014-07-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친구와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났다가 그 사람이 마침 불운에 다시 못 만나는 사람이 된다면.
혹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려고 약속 장소에 갔고 친구도 만났어요. 근데 생각은 온통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면, 그건 지금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지 않은가?


나는 이해할 수 있어요.
부득이 약속을 취소한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라고.
그러니 다락방, 쫌!! (<-하고 싶은말을 다 함축하고 있는 참으로 좋은 말이얌.ㅋㅋ)


다락방 2014-07-25 14:11   좋아요 0 | URL
응 맞아요.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갔지만 친구하고 그남자 얘기만 하고 빨리 집에가서 그남자랑 메신저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건 분명 친구에 대한 예의는 아닐거에요. 그렇지만 그남자에 대한 나의 미친 갈등을 친구에게도 말하고 싶었어요. 친구야, 나 이래서 힘들어..하고 .. ㅎㅎㅎㅎㅎ

레와님이 이해할 수 있을거란 건 알아요. 그렇지만 나는 내 자신을 스스로 용납하는가가 먼저인 것 같아요. 뭐, 이젠 그러지말자,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지만 앞으로 정신 쏙 빠지게 하는 남자를 사귀지는 않을라고요. 그건 너무 힘드니까... ㅎㅎㅎㅎㅎ

레와 2014-07-25 14:37   좋아요 0 | URL
하.지.만. 빅재미는 포기 못하잖아요 또 우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7-25 14:43   좋아요 0 | URL
그치. 같이 가야지. 빅. 재. 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25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여자의 마음은 날씨와 같은 것이라고 했나 봅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오전내내 라면 80그릇 끓였더니 푹 퍼지기 일보직전이네요. 좋은 오후 되세요.

다락방 2014-07-25 14:08   좋아요 0 | URL
아! 장교식당 취사병이시구나! 라면 팔십개!!

아무개 2014-07-2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잘은 모르지만 그시절 러시아 작가들은 문학이 세상을 위해 인류를 위해 도움을 줄수 있는
어떤것이 될수 있다고 확신했던거 같아요.
그들의 그런 순수함과 소명의식 같은것 같문에
제가 다른 나라 소설보다 훨씬 더 많이 마음을 열고 읽게 되었던거 같구요.
한때 보관함에 거의 전부가 러시아 작가들 소설로 채워져있기도 했었는데...

2.저는 연애할때 아니 사랑에 빠졌을땐
'아..이거 또 굉장히 힘들고 아픈 빅재미를 느끼게 되겠구나'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 빅재미를 포기 하지 않는편이에요.
그땐 뭐 친구? 가족? 그런거 없음
그 사람 앞에서 이미 나란 존재가 없어져 버리는데
무슨 친구!

3.다락님 이 페이퍼 쓰고 기분 좋지 않던가요?
그랬을꺼 같아요 *^^*
그런데 태그보면 아닌거 같기도 ㅋㅋ

다락방 2014-07-25 15:21   좋아요 0 | URL
1. 저는 그들에게서 소명의식이나 순수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언급된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죄다 재미있게 보긴 했어요. 아무개님이 마음을 열었다면 그건 어쩌면 러시아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데요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이라고 하거든요. 유럽을 따라가고 싶어했던 부류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류도 있었고요. 몽골의 지배를 한참을 받은 러시아라고 하니, 어쩌면 그 '아시아적'인 데서 아무개님의 마음을 더 잘 건드린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근거없이 해봅니다.


2. 저는 연애해도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나, 내 시간, 내 공간, 내 가족, 내 친구, 내 일 등등. 일이라고 하니까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여튼 나를 둘러싼 주변 모든 것들이요. 이런 모든것에 있어서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원하는데, 이게 완전 폭풍같은 남자를 만나면 힘든거죠. 안간힘을 쓰면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요. 그래서 결국 그들하고는 애인 사이가 되거나 유지하길 힘든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 폭풍 같은 남자들이 제일 기억나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기분이 좋다? 글쎄요. 좋은지 안좋은지..글쎄요? 좋았나? ㅋㅋ 뼈다귀해장국 먹어서 좋은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좋은건 모르겠고 하여간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닥 빨리 써가지고 손이 아팠네요. 지금도 아파요. 너무 열심히 쳤어 자판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멜랑콜리하긴 했어요. ㅋㅋ

2014-07-25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7-29 08:24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드라마를 안봐서...

루쉰P 2014-07-2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골의 광인일기는 루쉰 선생의 광인일기를 영향을 준 책이고, 루쉰 선생도 무척 좋아하는 작가에요. ㅎ
저도 고골을 무척 좋아해요. 그가 마지막에 미쳐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무척 슬프기도 했구요. 고골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체포 됐을 때 읽었던 책의 저자 이기도 하고, 전 고골이 블랙유머를 구사한 작가라 참 좋아해요.
고골, 톨스토이를 좋아하지만 다른 러시아 작가의 책은 안 읽어 봤어요. 러시아 소설은 좋아하는 데 저 두 작가 사이에서 멈추어 버렸어요. ㅎ

근데 다락방님이 쓰시는 서재에 보면 소명의식이 느껴져요. 매일 매일 그리고 읽을 때마다 쓴다는 것, 그건 정말 쉽지 않거든요.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반복해서 꾸준하게 쓴다는 것은 굳이 누구에게 무슨 할 말이 있기에 쓰는 그런 거창한 소명의식이 아니라, 책을 읽고 거기에 대한 것들을 쓰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거의 책을 안 읽잖아요. 전철에서도 한 칸에 책 읽는 사람이 한 명 있을까 말까에요. ㅎ

다락방님도 이리 소명의식 가지고 노력하시니 저도 한 달에 한 권은 읽고 써 볼라구요. 흠...뭔가 갑자기 혼자서 각오를 하고 있군요.

다락방 2014-07-29 08:24   좋아요 0 | URL
이 책 한 권 읽고 러시아 소설 여러권 장바구니에 담았네요. 고골과 체호프, 투르게네프는 집에 있는 걸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고요. 루쉰님이 고골을 좋아한다 하시니 반갑네요. 줌파 라히리는 자신의 소설속 등장인물을 고골을 좋아하는 인물로 설정해서 아들을 낳아 이름을 '고골리' 라고 짓기도 해요. <이름 없는 사랑>에서 그렇게 하지요.

소명의식은 저는, 없어요. 음...아니다,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니..있는건가?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하하. 오늘 출근길에서는 지하철안에서 책을 읽다가 자버렸어요. 읽으려고 시도한 책이 너무 어려워서..그래서 포기할까 해요 ㅠㅠ

오늘 하루, 이번 일주일 모두 잘 보내요, 루쉰님!!

잠자냥 2022-06-2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사람 증말 웃겨 ㅋㅋㅋㅋㅋ
고골 <죽은 혼> 사 보려고 리뷰 보다가 다부장님 이 글 이제야 읽었는데요. 가슴을 들었다놨다하는 빅재미 추구하던 여자였군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남자 그 주말에 만나기는 했죠? 친구랑 급 빠이빠이하고?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29 12:26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저를 뭘로 보시고. 저는 친구를 예정대로 만났고 친구랑 놀았습니다. 머릿속으로 내내 그 남자 생각하면서. 아아, 저는 너무나 꼿꼿하고 고지식한 여자인 것입니다... 휴.....
 

비가 올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비가 오면 회사는 무조건 쉬라고 했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 집에서 쉬라고 하면 사람들은 빈대떡을 부쳐 먹을 것이고(부추를 사러 시장에 가자!), 막걸리를 마실 것이고, 책을 읽을 것이고, 수제비나 칼국수를 해 먹을 것이고(호박을 사러 시장에 가자!)....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는가!! ( ")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는 소리, 비가 오는 분위기에 기분이 좋았지만, 우산을 들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생각을 하니 끔찍한거다. 어우.. 아니나다를까, 버스 정류장을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다가(응?) 물 웅덩이를 밟아 샌들 가득 물이 잔뜩 들어왔다. 생일 선물로 샌들을 받을거라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올해초에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것들의 리스트를 차곡차곡 적어두었었는데, 지금은 그 리스트중 단 하나만 살아 남았다. 시간이 지나니 갖고 싶은 욕망이 절로 사라졌던 것. 오, 이 리스트를 만들어 두는게 좋겠구나 했다. 만약 내가 그걸 생일선물 리스트로 적어두지 않았다면, 그 즉시 그 자리에서 내가 사버렸을 테니까. 그랬다면 그건 분명 필요없는 소비였을 것이다. 리스트를 만들어 적을 땐 분명 '너무 갖고 싶어 그런데 돈이 없어, 생일 선물로 받자' 하는 마음이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이거 없어도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데?' 가 되어 리스트를 지우게 된다. 여튼 그렇게 리스트중에 하나만 살아남고, 나는 그 리스트에 샌들을 추가한다. 아니, 그런데 내가 지금 샌들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왜 이야기가 이렇게....여튼 샌들이 젖고 발도 젖고 종아리도 젖고....휴- 비오는 날의 출근길은 비가 오지 않는 날의 출근길보다 정말이지 몇 배는 더 힘들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양재역에 내려 버스를 타지 않고 걸으면서, 나는 푸슈킨을 생각했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를. 아, 이 둘 다 진짜 어리석다. 대체 왜 결투를 해, 결투를? 이건 남자들의 허세 아니야? 낭만이 가슴속에 가득 자리했는가본데, 사실 그걸 결투로 표현하다니, 허세잖아!!

















그러니까 나는 어제부터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읽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러시아의 배경에 대한 설명은 재미없었다. 알면 재밌긴한데, 아는 과정은 별로 재미도 없고 나는 한 나라의 역사나 배경 같은 게 통 외워지질 않아...이런 쪽의 뇌는 나에게 발달되지 않은듯?? 여튼, 그리고 드디어 제일 처음 실린 '푸슈킨'을 읽었는데, 와, 재미있다! 푸슈킨의 작품 목록을 보며, 으음, 나는 읽어본 게 하나도 없는데 '대위의 딸'을 읽어볼까?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가 오오 아니다,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자, 하고 얼른 스맛폰으로 검색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크- 단 한 명 읽었을 뿐인데 벌써 장바구니에 책을 추가하다니...더 읽다보면 대체 몇 권의 책을 집어넣게 될까.


여튼, 푸슈킨을 읽으면서, 나의 대학 시절에 나는, 그러고보니, 문학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교양과목으로 작문이랑 문학을 조금 들은것 같은데 이렇게 재미있는 순수 문학에 대한 이야기, 책 속의 주인공들이 왜 그러했고 어떤 기분이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거다. 그러자 나의 대학 시절이 원망스러웠다. 만약 그때 내가 문학을 들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과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나는 대학시절 공부를 엄청 못하고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이었는데(그런데도 대학 등록금을 꼬박꼬박 냈다는 사실이 분하다..), 만약 내가 대학때 이렇게 문학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면, 나는 장학금 까지는 아니어도 그나마 '공부 좀 하는' 학생 축에 속하게 되지 않았을까? 으휴...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게 부질없지만, 이 러시아 문학에 대한 강의를 책으로 읽노라니 내 대학 시절이 원망스럽기만 한거다. 



나도 문학 강의 듣는 대학생이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그렇게 푸슈킨을 끝내고 잠이 들었고, 오늘 출근길에서는 두 번째 작가 '레르몬토프'에 대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이름을 보노라면 사실 내게는 다 익숙한 이름들이다. 푸슈킨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워낙 유명해 알고 있었고,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체호프 모두 내가 책을 읽어봤던 작가들이 아닌가! 음..게다가 다 재미있게 읽었었네? 그런데 이 '레르몬토프'는 내가 몰라! 처음 들어봐! 여튼 그래서 신기한 마음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가 나는 똭- 이런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때는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다음 해인 1841년, 이번에는 사관학교 동창인 마르티노프 소령의 아내와 염문을 뿌리다가 결투 신청을 받고 결투 끝에 결국 2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1837년에 이름을 알리고 1841년에 죽었으니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아주 짧습니다. 그렇지만 문학사에 한 획을 긋게 됩니다. (미하일 레르몬토프, p.79)



아니, 이게 뭐냐. 대체 왜 당신들은 결투를 하는겁니까. 결투를 하는 장면이야 영화속에서 보긴 했지만, 이건..너무한거 아닙니까. 한 번의 결투로 목숨을 잃는데, 이런걸 대체 왜 합니까. 그런 결투로 27세에 죽다뇨. 살아있다면 당신은 더 많은 작품을,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요. 살아있다면 당신은 스물일곱이 되기전까지 느꼈던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요. 더 오래 살았어야죠. 결투 같은 거 하지 말았어야죠!


사실 그당시 그들에게 결투란, 결투에서의 죽음이란 대단한 명예였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체면을 지키고 정당함을 방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들이라고 생각이 없는 인간들이 아닐진데, 그들이라고 자신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모를 리 없었을텐데, 그런데도 결투를 한 거라면, 거기엔 그당시의 문화가 크게 작동하지 않았겠는가. 그렇지만, 그래도, 이 소중한 생명들이 한 번의 결투로 무너진다는 게 나는 실로 안타깝다. 레르몬토프를 읽기 전, 푸슈킨 역시 결투로 목숨을 잃었으니까. 자신이 반한 여인과 결혼한 후 고작 6년을 살고 죽었다. 이게...뭐냐고, 대체.



1831년 2월에 결혼한 푸슈킨은 슬하에 네 자녀를 뒀습니다. 1837년에 죽으니까 결혼생활은 6년밖에 안 됩니다. 남편이 죽었을 때 곤차로바는 20대의 젊은 나이였어요. 나중에 한 장군하고 재혼합니다. 푸슈킨은 결투로 죽게 되는데, 계기가 된 건 프랑스군 출신의 황실 장교 단테스와 아내의 염문이었습니다. 아내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 결투를 신청하는데, 첫 결투는 단테스가 곤차로바의 언니와 결혼하는 걸로 무마됩니다. 말하자면 푸슈킨과 단테스는 동서지간이 됩니다. 그러다가 1837년 1월, 단테스에게 재차 결투를 신청합니다. 푸슈킨이 투서를 받고 분격해서 결투 신청서를 단테스의 양아버지인 네덜란드 공사 헥케른에게 대신 보냅니다. 공식적으로는 아내와의 염문 때문에 단테스와 결투하게 된 것이지만, 아내 곤차로바를 눈여겨보던 황제 니콜라이 1세에 대한 결투 신청이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아무튼 결투에서 배에 총상을 입고 신음하다가 사흘째 되는 1월 29일,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알렉산드르 푸슈킨, p.51-52)




염문에 휩싸인 아내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결투를 했다...........글쎄. 이건 기사도정신을 칭송해줘야 하는걸까? 당신은 당신의 아내의 명예를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걸었군요, 하고?? 아내는 어떤 기분일까. 내 염문 때문에 남편이 결투하다 죽었다는 사실을 맞닥뜨렸을 때. 그때 대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이 '결투'란 것에 있어서 심히 불만스럽다. 그건 비단 내가 '지금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생에 대한 애착이 강한 타입이라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살아있기를',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니까.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제 몫을 살아주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우리가 함께 잘 살기를 원하니까. 내 남자가 내 명예를 위해 죽어갔다면, 나는 그 남자에게 감사하기 보다는 평생을 미안해할 것 같다. 내 명예가 뭐라고 당신이 목숨을 잃었나요? 물론 어떤 사람들에겐 명예가 목숨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푸슈킨에게는 아마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치워가면서, 나는, 꿋꿋이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다. 나는 오히려 '누구나 죽는다'는 바꿀 수 없는 진리 앞에 더 두려운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내 명예를 위해 대신 죽어간 사람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쓰다보니 완전 진지해져서 흥분했는데, 그러니까 푸슈킨과 레르몬토프가 결투로 죽은 것은 내가 보기에 전혀 멋있지도 않고, 오히려 안타깝고 아쉽다는 거다. 물론, '나의 죽음'은 '나의 선택'이 가져와야 하는 거라면, 그래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사실 나로서는 뜯어 말렸을거다. 하지마,하지마,하지말라고!! 


싫어...



아직 레르몬토프를 다 읽지 못했고, 앞으로 고골, 투르게네프,도스트예프스키,톨스토이,체호프가 남아있는데, 남아있는 사람들 중에는 결투로 죽은 사람이 더는 .. 없겠지? 




정말이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모두들 출근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나는 오늘 집에서 엎드리다가, 빈대떡을 먹다가, 고골과 톨스토이에 대한 부분을 읽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여간 우리나라 기업이건 나라건, 뭐 잘하는 게 없다니깐.




오늘 경향신문 1면에는 이런 그림이 실렸다.




출근 준비하며 틀어두었던 라디오에서는, 이근철이 세월호 참사 100일 얘기를 하며 이런 노래를 들려주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우산을 받치고, 노래를 듣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이 모든 순간들의 어느 한 켠에 잠시동안 슬픔이 차오를 때가 있다. 어느 한 켠에 늘 박혀있는 것 같은 슬픔이 알은체를 한다. 유가족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여전히 눈물이 핑- 돌고, 내가 이렇듯 일상을 살아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또 찾아든다. 우리는 지금 모두 '잊지 않겠다'고 말을 하지만, 나는 '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을, 어떻게 잊을 것인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어떻게든 살아는 가겠지만, 그렇지만 이 일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일상을 살아가는 데 죄책감을 느끼게 한걸까. 



비가 멎었다. 다시 비가 내리면 또 우산을 펼쳐 들어야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우산을 말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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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골과 나, 우리의 내적 갈등
    from 마지막 키스 2014-07-25 11:41 
    와- 이 책 진짜 재밌다. 이제 톨스토이와 체호프만 남겨두고 있는데,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다. 나는 사실 '소설'을 읽고 감상하는 데 있어서 누군가의 교육이나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오히려 그런 게 없이 내가 읽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하는 거,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다. 느낌은 배움으로 알 수 있는게 아니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에 얽힌 사연들도 다 얘기를 해주니 내가 읽은 책들이지만 참 새롭게 보이는거다. 고골의 책도,
 
 
자작나무 2014-07-2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딱 젖어서 출근했는데 사장님이 불러서 작년 매출이 너무 적다고 모라구 하는군요. 나름 양심을 지키면서 번다고 했는데 회사가 많이 어렵다구 하니 이제 양심을 팔아야 하나 아님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예요. 비는 멎었건만 마음은 마르지 않네요. ㅎㅎ

다락방 2014-07-24 12:41   좋아요 0 | URL
점심은 드셨습니까, 자작나무님?
저는 오늘 전무님이 사주셔서 차돌박이된장찌개를 먹었어요. 아주 맛있었어요. 좀 짰지만..
양심을 팔아야 하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고민도, 식사 후에 하세요. 음..둘 다 쉽지 않은 선택이네요. 그나저나,

요리사..는 역시 아니셨어요. 그쵸? 훗. 아닐 줄 알았다니깐요!

자작나무 2014-07-24 13:32   좋아요 0 | URL
요리사는 직장인 아닙니까? 돈 벌어야 한다구요! 전 짬뽕 먹구 들어왔어요 ㅎㅎ

다락방 2014-07-24 13:39   좋아요 0 | URL
요리사가 점심에 요리 안하고 짬뽕을 먹는다고요?!!!!!!!!!!!!!!!!!!

자작나무 2014-07-24 14:03   좋아요 0 | URL
요리사는 점심 먹으면 안되나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다락방 2014-07-24 14:11   좋아요 0 | URL
요리사가 점심 먹으러 가면 점심 먹으러 식당에 온 손님들한테 요리는 누가 해주나요?????

자작나무 2014-07-24 14:33   좋아요 0 | URL
전 화수금토 에만 주방에 들어가요.

곽수철 2014-07-24 19: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다락방 님의, 실례합니다, 자작나무 님을 향한 '합리적 집요' 덕분에 잠깐 웃고 갑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의 웃음, 오랜만이네요.^^

...로그인하기 귀찮아서 이렇게 글 남기고 갑니다~

다락방 2014-07-25 08: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곽수철님께 웃음을 드렸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뿌듯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7-2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다락방님보다 먼저 읽은 책이 있다, 하면서 즐겁게 읽어내려가다, 나는, 마지막 문단에서...

눈물이 핑 돌아요.
한겨레에서는 박재동 화백이 그린 세월호 희생 단원고 아이들의 그림을 매일 보여주고 있어요.
부모님들이 보내는 편지도 있고요. 난, 매일,,,, 거의 매일 그 애들을 보면서... 눈물이 자꾸 나서..
눈물짓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지 못 하는, 내가 너무 바보같아, 매일 눈물만 닦아내요.

오늘이 세월호 100일이라, 오늘 밤에 서울광장에서 추모문화제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아침에 딸롱이 임원엄마들과 만나 밥을 먹는데, 밖을 보면서 계속 기도했어요.
5시까지는 폭우로 쏟아져도 좋으니, 제발 밤에는 비가 안 오게 해 달라고,
모이는 발걸음이 많아지게 해 달라고.
이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다락방님, 지금, 날이 너무 화창한 거 아세요? 제가 기도해서는 아닐지 모르지만,
우산을 접어야 하는 시간이 이렇게 반가운 때가 또 있었나 싶어요.

......

다락방 2014-07-24 17:1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지금 제가 있는 곳도 마치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화창해요. 퇴근하기 위해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면 또 덥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여태 두 명분 밖에 못읽었지만 ㅎㅎ 이거 읽으니까 여기서 언급하는 책 다 사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나마 고골,투르게네프,도스트예프스키,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제가 다 읽은 것들이라 다행이에요. 안그랬으면 죄다 살 뻔 했잖아요. ㅎㅎ

단발머리님.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우리는 아주 씩씩하게 지내요. 씩씩하게 지내면서 잊지 않도록 해요. 그리고 지켜보기로 해요.

2014-07-25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5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닐 게이먼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군단에 속하지만, SF 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나는 SF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머릿속에서 장면장면을 그리는데, SF는 아마도 내가 장면을 잘 그려내지 못하기 때문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여튼 그럼에도불구하고 닐 게이먼 이라면 관심있게 지켜보고 그의 책들을 몇 권 읽어보았다. 뭐, 몇 권 안되지만... 어쨌든.


이 책도 처음에는 흐음, 아주 오랫동안 11살인 소녀라니,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싶어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라니, 흐음, 포기하고 다른 책 읽을까? 했었는데, 중간이 되기 전부터 와- 흠뻑 빠져들었다. 어제 퇴근길 지하철 안이었는데 내려야 하는게 속상할 지경이었다. 완전 푹 빠졌어. 


주인공은 일곱살 남자아이이다. 페이퍼를 쓰기 위해 주인공의 이름을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거다. 뭐지? 이름이 뭐지? 그래서 책을 다시 촤르륵 훑으며 이름을 찾아보려 해도 쉬이 이름이 나오질 않는거다. 왜 책을 읽고난 바로 직후인데 이름이 생각 안나지? 람세스 의 왕비 네페르타리는 아직도 생각나는데? 그러다 작품 해설에서 이런 각주를 보게 된다.



*실제로 주인공의 이름은 작중 명확하게 한 번도 언급되지 않지만, 조지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다. 어슐러 몽턴은 주인공을 쫓으면서 "새콤달콤 귀여운 아가(sweety-weety-pudding-and-pie)"라고 부르는데, 영국에는 George Porge pudding and pie 라는 오래된 너서리 라임이 있다. 또, 아버지는 주인공을 "핸섬 조지"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작품해설 中 p.293)



아이는 열한살 소녀를 만나 이 세상에 들어오면 안되는 존재를 함께 막아내지만 여차저차하여 그 초자연적 존재는 아이의 집에 인간의 형상을 하고 가정부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아이를 제외한 아이의 부모와 아이의 여동생은 모두 그녀에게 푹 빠져서 아이가 하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슐러 몽턴이라는 가정부에게 휘둘리고, 급기야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욕조에 빠뜨려 죽이려고까지 한다. 아이의 엄마는 일을 나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상황, 나는 어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장면들을 읽으며 애가 탔던거다. 엄마는 왜 젊고 예쁜 가정부를 두고 이토록 오래 집을 비우는걸까, 아버지는 어쩌면 저렇게 쉽게 가정부에게 현혹될까, 아이는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이 날의 기억을 도무지 잊지 못하겠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아이가 집으로부터 탈출해 자신을 지켜줄 소녀에게로 향하는 길을 힘찬 마음으로 응원했다. 아이는 가둬진 방안에서 탈출을 시도하는데, 그러다가 가정부가 아버지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나는 창으로 걸어갔다. 커튼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방 안이 들여다보였다. 바로 내 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어슐러 몽턴을 맞은편 벽의 커다란 벽난로 옆쪽에 누르고 자신의 몸을 꼭 붙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녀 역시 거대하고 높은 벽난로 선반에 손을 댄 채 등을 돌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있었다. 그녀의 미디스커트는 허리 주위까지 끌어 올려져 있었다.

나는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사실 그때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p.131-132)



아이는 아버지와 가정부가 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나는 너무나 정확히 인식했다. 그래서 더 원망하는 마음이 되었다. 왜 아들의 말을 믿지 않는거야-물론 그것이 황당한 말이었지만!-, 왜 아들을 욕조에 빠뜨릴 정도로 분노해놓고 이렇게 바로 다른 여자랑 섹스를 하는거야, 왜 엄마는 집에 오질 않는거야, 왜,왜,왜,왜.......




집에 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나의 책읽기는 계속됐다. 다 읽고 자려고 했지만 졸리기도 하고 오늘 출근길에 읽을 부분은 남겨두자 싶어 잠을 잤는데,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결혼을 했다. 그 남자는 현실에서 내가 한 번 만난 남자사람이었는데, 그 남자에 대해 어떤 남성적 매력을 느꼈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왜 뜬금없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꿈에서 그는 아이를 하나 둔 남자였는데, 나는 그 남자와 결혼을 해서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집에서 함께 살았다. 우리에겐 방이 하나 주어졌고, 우린 그 방에서 나와 나의 남편과 남편의 아이. 이렇게 셋이 지내야했다. 남편의 아이는 아직 '아기'였고, 나는 이제 이 아기를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기가 어린지라 남편과 나는 잘 때 우리 사이에 아기를 두고 잤다. 아기가 자다가 밤에 깨서 칭얼대면 다독여주기도 해야했다. 우리는 그렇게 결혼하고 나서 하루 이틀 사흘..아기를 가운데 두고 잠만 잤다. 나는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섹스를 하지 못했고, 이것은 스트레스가 되었다. 자고싶다, 남편과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으로는 아이를 다독이고 있노라니 아기가 밉게 여겨지는거다. 그런 생각이 치밀때마다, 아니야, 나는 이제 이 아기의 엄마야, 섹스보다 아기를 생각해야해, 라고 생각하며 자꾸만 삐져나오려는 욕망을 억눌렀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아무리 내가 이 욕망을 죽여야 하는 아기의 엄마이다, 라고 생각해도 남편하고 자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하루는 그런 나를 보다못해 나의 엄마가 '아기를 내가 맡을테니 너희들 둘이만 자거라' 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러길 원하지 않았다. 아기를 자기 옆에 두고 싶어했다. 나는 헤어지자고, 이혼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뭐야, 결혼했는데 남편하고 잠도 못자고 아기만 볼거면 이걸 뭐하러 해, 라고 원망하면서...그러다가 나의 엄마가 모두 대중목욕탕에 가자고 했고 어쩐일인지 나와 나의 엄마와 남편은 대중목욕탕에 함께 갔다. 목욕탕에서는 옷을 홀딱 벗고 목욕을 해야하는데, 나는 아직 남편하고 잠을 잔 적이 없으므로 옷을 벗는다는 게 부끄러웠고, 그래서 옷을 입은채로 샤워를 해서 옷이 흠뻑 젖었다. 알람이 울렸고 그러다 잠에서 깼다. 


깨고나서도 너무 짜증이났다. 뭐야, 결혼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섹스 한 번 못하고 깬거야?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 신경질나. 그렇게 아침을 먹고 그렇게 출근준비를 하다가 어제 읽었던 책이 퍼뜩 생각이 난거다. 아니 대체 왜 이런 의미없는 꿈이 꿔진거야? 하다가 아! 오솔길 끝 바다!! 아빠가 가정부랑 섹스한 걸 엄마가 없는 집에서 아이가 봤지! 이 책 때문이었구나!! 하는 데 생각이 미친거다. 아이구야 .... 나는 책읽기를 이제 그만두어야 하는 것일까? 



결혼까지 했건만 대체 왜...............Orz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양재역에서 나는 회사까지 두 정거장 되는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산을 받치고 버스로 두 정거장 되는 길을 걷기가 좀 힘들것 같아서. 그러나 내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버스는 막 출발한 뒤였고, 다음 버스는 11분 후에 온다고 안내표지판에서 불빛이 깜빡였다. 11분..이라니. 아놔...그걸 어떻게 기다리냐. 하는수없이 나는 걷기로 했다. 11분 기다렸다 버스 타고 두 정거장 내려서 가는거나, 그냥 안기다리고 지금 회사까지 걸어가는거나 시간은 비슷하게 걸릴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안한 채로 기다리기'만' 11분을 할 자신이 도무지 없었던거다. 그래서 우산을 받치고 걸었다. 비는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고 샌들이 젖었다. 우산을 받쳤는데, 이 우산이 강남길 한복판에서 5천원주고 산 싸구려3단우산이라 그런지 가끔 빗방울이 우산 안에서 떨어졌고 ㅠㅠ, 내 덩치에 3단우산은 작은건지 어깨도 젖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뭔가 흠뻑 젖은 기분이었고, 축축했고, 매우많이 힘들었다. 그러자 또 오늘 아침 깨기전까지 꾸었던 꿈 생각이 났다. 아! 옷 입고 샤워해서 흠뻑 젖었던 꿈!! 이렇게 비오는 데 걸을려고 그런 꿈을 꿨구나!!!!!!!!!!!!!!!!!!!!!!!




하고 싶은 건 못하고 힘들기만 했던 아침을 보내고나니 배가 몹시 고파서, 점심은 무려 만 원이나 하는 뚝불을 먹었다. 오오,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냐? 하고 걱정하는 척하면서 신나게 먹었다. 커다란 뚝배기를 쓱쓱 다 비워냈다. 








 













이창래의 책 《만조의 바다 위에서》가 나왔다는 소식을 알라딘의 d 님으로부터 듣게되어 이창래의 이름을 넣고 검색해봤다. 어떻게 생긴 책인가 보자, 하고. 이창래의 이름을 검색하자 저런 책들이 나란히 떴다. 이창래란 이름을 넣고 주루룩 뜨는 저 책들을 보노라니 뭔가 경이로웠다. 내 이름을 쳐 넣었을 때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여러개 검색된다는 것. 그건 어떤 기분일까? 내 이름이 새겨진 책 표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저마다 다른데, 그 책들이 여러권 있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일텐데,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중 몇 개를 혼자 만들어내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이건 너무나 근사하잖아. 대단히 으쓱하며, 대단히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닌가.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이 세상 곳곳에 떠돈다면 나는 대체 매일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게 될까? 




어제 같이 밥을 먹은 친구는 이 책, 《유빅》을 시작했다며 가방에서 이 책을 꺼내어 내게 보여줬다. 나는 책을 받아들고 제일 처음, 늘 그렇듯이, 작가 소개를 읽었다. 그러다 아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1928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일생을 보냈다. 미숙아로 태어난 직후, 쌍둥이 누이를 잃는 등 불안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안전강박증에 시달렸고 마약에 중독되었으며, 다섯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등 불안한 삶을 살았다. 1952년에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여 36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딕은 평생을 생활고에 시달렸고, 죽기 몇 년 전에야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작가소개 中





불안한 유년 시절, 마약 중독, 다섯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불안한 삶. 그러한 그의 삶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36편의 장편 소설을 써냈다는 거다. 100편 이상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는 거다. 불안한 삶을 자신의 상상속에서는 다른 것들로 바꿨던걸까? 나는 아직 필립 K 딕의 소설을 한 권도 읽어본 게 없는데, 이 사람은 살아생전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그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어느틈에 유명해지고 널리 알려져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까지 번역이 되고 있다. 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내가 만든 이야기를, 그리고 내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마음을, 여기가 아닌 저기 저 먼,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읽는다는 것. 그건 대체 무얼 뜻하는 걸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지금 여기에서 어떤 생각, 어떤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까? 가끔 그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고 슬픔을 주고 또한, 말도 안되는 꿈을 선물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자면서 꾸는 꿈이, 누군가의 머릿속 환상들이, 그것이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 때문이라면, 와- 진짜로 어메이징한 게 아닌가! 




저녁은 뭘 먹을지 생각해봐야겠다. 집에는 김치찌개가 있는데...




밑에는 《오솔길 끝 바다》 의 밑줄!



"중요한 걸 하나 너한테 말해줄게. 어른들도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어른의 모습이 아니야. 바깥에서 보면 그들은 크고 배려심도 없고 언제나 자기가 뭘 하는지 알고 있지. 하지만 안에서는,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야. 네 나이와 다르지 않아. 진실은, 어른이란 없다는 거야. 이 넓은 세계 전체에 하나도 없어." (p.185)

"너는 네 삶을 살아야지. 레티가 네게 준 삶 말이야. 너는 계속해서 자라고, 시도 하면서, 그것들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해."
억울함이 번뜩였다. 그냥 사는 것만으로도, 세계에서 살아남고 세계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것, 그렇게 그럭저럭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만으로도 힘드었다. 무슨 일을 했을 때 그 일이 누군가의 것을‥‥‥죽지 않았다 쳐도, 그녀의 생명을 기꺼이 내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는지 생각하지 않고 살아도 힘들었다. 이건 공정하지 않았다. (p.269)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나에게는 공통점이 너무나 적었고, 분명 나는 아버지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어린아이가 책을 읽고 자기만의 세계로 떠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아들이 자신처럼 행동하기를 바랐다. 수영하고 권투를 하고 럭비를 하고, 자유분방한 기쁨을 느끼며 속력을 내어 차를 몰기를. 그러나 결국 그는 그런 아들을 얻지 못했다. (p.273)

"각각의 사람들은 사건을 모두 다르게 기억해.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보았어도 그것을 똑같이 기억하지는 않을 거다. 그 사람들이 같은 곳에 있었든 아니든 말이야. 서로 바로 옆에 서 있는 두 사람도, 모든 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대륙만큼 떨어져 있을 수 있지." (p.278)

"음, 레티가 저를 보고 싶어 해서 여기로 부른 거라면, 그녀에게 저를 보여주세요."
나는 그 말을 하면서 이미 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 벤치에 얼마나 오래 앉아 연못을 들여다보고 있었던가? 내가 그녀를 추억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도 나를 살펴보고 잇었다. "아, 레티는 이미 저를 봤어요, 그렇죠?"
"그래, 얘야."
"그럼 전 합격했나요?"
오른쪽에 있는 노부인의 얼굴은 짙어지는 황혼에 가려져 읽을 수 없었다. 왼쪽의 젊은 여인이 말했다. "사람으로 사는 일에 합격이나 불합격은 없단다." (p.282)

"어린아이를 울리면 자기가 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져요?" (p.233)

나는 친구를 사귈 때, 아주 천천히 사귄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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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4-07-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닐 게이먼과 필립 K. 딕 이라니..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고 계시는군요. ㅎㅎ

다락방 2014-07-24 08:14   좋아요 0 | URL
필립 케이 딕은 아직 안읽어봤어요. 사지도 않았고요. 유빅...을 한 번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있는 참입니다. 드림아웃님은 뭐 읽고 계세요? 전 어제부터 <로쟈의 인문학 강의>시작했어요. 재밌어요. ㅎㅎ

dreamout 2014-07-24 22:18   좋아요 0 | URL
언더 더 스킨과 이것 저것 여러 책들을 깨작깨작... ㅠㅠ
요즘 제대로 못 읽고 있어요. ^^;;

유빅은 저도 사놓기만 하고 아직..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좀.. 흐느적 거리고 있는데,, 정신 번쩍 드는 책 좀 읽고 싶어요. ㅋ

다락방 2014-07-25 08:40   좋아요 0 | URL
헐.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인데 인문학 강의라고 썼네요. 왜그랬지 -_-
저는 이 러시아문학 강의를 다 읽고나면 어쩐지 러시아문학을 좌르륵 읽어나가게 될 것 같아요. 다 궁금해졌어요, 다. 고골도 궁금해졌고요 푸슈킨도 궁금해졌어요. 도스트예프스키는 읽었는데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고요. 그렇지만 결국 어떤 책을 읽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습도가 높아서 흐느적거리는 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ㅎㅎ
정신 번쩍 드는 책이라...흐음. 어떤 책이 그럴까요?
혹시 <심플 플랜>은 읽어보셨어요??

아무개 2014-07-2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뭔가 그러니까...야~한 꿈을 꾸면
꼭 그 결정적인 순간에
고양이가 밥달라고 울거나
알람이 울리거나
아니면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야하거나
뭐 그러저러한 이유로

그 결정적 순간은 정말 '꿈깨고 마는 순간'이 거의 대부분인데
그러고 나면 왠지 뭔가 되게 억울해요. ㅡ..ㅡ

다락방 2014-07-24 08: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개님 댓글 읽다가 제가 다 짜증나네요. 아니, 왜 결정적 순간에 깨는겁니까!! 김빠져.. ㅎㅎㅎㅎㅎ 아무쪼록 우리 모두 건강하게 이 여름을 보냅시다. (읭?) 우리 앞으로는 꿈 때문에 억울해하지 말아요.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해요. 흑흑.

단발머리 2014-07-2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솔길 끝 바다]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필립 K. 딕의 인생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 중에 제일은 다락방님 꿈이야기네요.

꿈 속에 사건사고가 얼마나 리얼한지. 재미있고, 안타깝고, 처절하네요.
저희 엄마가 이렇게 꿈을 리얼하게 자주 꾸시는데요, 제가 듣기론 예술가적 기질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축하.... 드립니다^^

다락방 2014-07-24 09:06   좋아요 0 | URL
ㅎㅎ 축하...는 예술가적 기질....에 대한건가요, 단발머리님? ㅎㅎ
저는 리얼한 꿈을 아주 자주 꿔요. 게다가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하는지! 제가 구미호가 된 적도 있다니깐요. -0-
여튼 그래서 저는 제 꿈을 좋아하고 또 믿는 편입니다.
ㅋㅋㅋㅋㅋ

매일매일 밥만 먹고 잠만 자고 꿈만 꾸고..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하핫

2014-07-2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4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