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를 보면 샤방샤방한 분위기에 나오는 백뮤직이 있다. 지난주에 신성우 편을 보았는데, 신성우를 처음 보게 된 안영미의 마음을 표현할 때도 그 곡이 나왔다. 무슨 곡인지 잘 모르겠고 가사도 잘 못들었는데 여튼 그 분위기가 상당히 므흣므흣하고 상대에게 반한 마음을 잘 표현한다. 샤라라라라라라라~ 뭐 이런 곡인데. 여튼,


오늘 받은 문자메세지가 그랬다.


<소설이 필요할 때> 오늘 구매하시면 2,000원 신간적립금 응모권 증정



오! 백뮤직이 들려왔다. 샤라라라라라라라~ 그러나 이 책을 지르기에 앞서 신중해지도록 내 자신에게 명령한다. 기다려. 며칠 있다가 사자. 조금만 참아. 지금 사면 신용으로 사야 해, 며칠 기다리면 현금으로 살 수 있잖아. 기다려. 그리고 그때 5만원어치를 채워서 달력을 받자. 피터 래빗과 백희나 그림은 조카를 주자. 책읽는 명화는 내가 갖자. 그래 이번 달력은 삼종을 다 가지는거야! 기다려, 참아. 나는 이를 악문다.


젠장 삶은 왜이렇게 어려워. 나는 왜 맨날 이를 악물어야 해. 쓰벌.









아침에 일어나면 라디오를 트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와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어떤 노래들이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러면 라디오 노래는 그대로 둔채로 나는 내가 생각한 노래를 계속 생각하는데, 오늘 아침 내가 생각한 노래는 '이아립'의 <누구도 일러주질 않았네>와 '김광진'의 <편지>였다.

출근길 내도록 편지를 생각하려니, 오래전에 보았던 토요드라마 [무동이네 집]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아마 무동이네 이모 였던가 고모 였던가...여튼 '김은정'은 '손지창'과 사귀고 있었다. 그 당시의 손지창은 정말 젊은 여자들 휘몰아칠 정도로 멋있었는데....뭐, 이건 그냥 넘어가고 어쨌든. 김은정은 손지창과 사귀면서 손지창이 너무 좋아서 좋아하는 마음을 가득담아 편지를 보낸다. 그당시는 핸드폰이 없었던 상황. 문자메세지로 마음을 전할 수 없었다. 삐삐도 없었을 때다. 반드시 집전화나 손편지, 만나서 전하는 마음이 가능했다. 김은정은 그렇게 자신의 절절한 사랑을 편지에 담아 우체통에 넣는다. 

편지가 상대에게 가 닿기 까지는 며칠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은정은 손지창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채로 손지창을 만났는데, 손지창은 김은정에게 이별을 고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던가, 하는 이유로 김은정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것. 김은정은 집에 돌아와 펑펑 운다. 그리고는 자기가 보낸 편지를 어쩌면 좋으냐고 더 운다. 그때 김은정의 동생이 언니의 사연을 알고 손지창에게 전화를 한다. 

우리언니가 보낸 편지가 곧 도착할텐데, 오빠 그거 읽지 마. 뜯지 말고 읽지 마.

손지창은 힘없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전화를 끊은 그의 손엔 이미 김은정이 보낸 편지가 들려 있었고 물론, 다 읽고난 후였다. 손지창이 김은정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그녀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던 것. 만약 김은정의 동생이 좀 더 빨리 전화했다거나, 손지창이 하루 전에 헤어지자고 했다면, 그랬다면 손지창이 김은정의 편지를 읽지 않았을 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인간의 호기심이 작동해, 편지가 더 늦게 도착했다 해도 읽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 그 사이의 시간차가 야속하다.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말을 적어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다.
편지가 상대에게 닿기 전, 상대는 내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별에 가슴아파하는 나는 내가 며칠전에 보낸 편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상대는 이별을 통보하고 씁쓸한 마음에 집에 돌아와 내가 보낸 편지를 받는다.
그 안에는 사랑의 말들이 가득하다.



그 사랑의 말들을 읽었다고 해서 그가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해, 내가 전에 말한 우리의 이별은 번복할게, 라고 할 수 있을까? 이별이, 번복이 될까? 이미 나는 너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혹은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 라고 말했던 게 나한테 와 닿아 가슴을 후려쳤는데, 이제와서 '너의 마음이 이렇다니 그 모든걸 없던 일로 할게' 라고 말한다 해도 그게 가능할까? 그런 말을 이미 이별을 말한 상대가 할 리도 없겠지만, 설사 한다 해도 내가 달갑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


내 고백은 공중에 흩어지고 너에게 닿지 못했으며
너의 이별의 말만이 나에게 와 닿았다.

그 사이사이, 마주하지 못한 시간이 있었다.



아래 곡은 그 당시 [무동이네 집] 에 삽입되어 크게 인기를 끌었던 두 곡.













사과 몇 개가 사무실 내 자리에 있다. 며칠전 회사에 사과 몇 박스가 생겼는데, 그걸 전 직원이 몇 개씩 나눠가진 것. 당연히 집에 들고 가려고 했는데 너무 무거워 미루고만 있다가, 며칠전 오후에 배가 고파 먹었더니 너무 맛있는거다. 그래서 그냥 내 자리에 두고 배고플 때마다 먹자, 라고 생각했다. 빵보다는 사과가 나을테니, 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아침부터 사과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과를 씻으려 가려는 데 청소 아주머니가 바깥에 보인다. 나는 얼른 커다란 사과를 하나 더 집어서 바깥으로 나갔다. 아주머니, 사과 드세요. 제가 씻지 않았으니 씻어서 드셔야 해요, 라고 말씀드리며 사과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어휴 뭘 이렇게 맨날 줘요, 라고 고맙다고 하셨고, 두르고 있던 앞치마의 주머니를 벌리셨다.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계셨던 터라. 나는 그 주머니에 쏙- 사과를 넣어드렸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내 몫의 사과를 먹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11-04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05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1-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바다 -별빛이 내린다.

다락방 2014-11-05 11:05   좋아요 0 | URL
아항. 맞아요. 그 가사가 별빛이 내린다 였던 것 같아요.

별빛이 내린다 샤라라 라라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낭만인생 2014-11-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향기 가득한 글입니다.

다락방 2014-11-05 11:05   좋아요 0 | URL
어제 출근길에 지하철 안 옆자리 남자 향수 냄새가 아주 좋았습니다. 후훗

비로그인 2014-11-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필요한 달력이 뭐죠? 말만 해요~~ ㅎㅎ
책을 다 사버리자 달력이 떴는데 살 책들이 또 생겨버렸어요 ㅠㅠ
그나저나 난 왜 백뮤직이 들려오는 문자를 못 받는거지? ㅠㅠ
편지. 저도 무지 좋아하는 노래예요^^

다락방 2014-11-05 11:39   좋아요 0 | URL
저 다 갖고 싶거든요. 음...책읽는 명화요! 그건 제 책상에 놓을거에요! ㅎㅎ 나머지 두 종류는 받아서 조카 갖다 줄거에요. 히히히히히

편지, 좋죠. 가슴에 바람이 부는 노래에요, 아른님. 흑흑.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되돌리지는 않겠소..

유부만두 2014-11-0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 나누는 다락방님.
참 예뻐요! 착한 어른이 도장 찍어드릴게요. ^^

다락방 2014-11-05 11:39   좋아요 0 | URL
착한 어른이 보다는 예쁜 어른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제게 예쁜 어른을 허락하지 않네요. ㅠㅠ

네꼬 2014-11-05 14:30   좋아요 0 | URL
예쁩니다 다락님. (참견)

다락방 2014-11-05 15:28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4-11-0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동이네 집이라니. 전 엄청 좋아해서 보던 드라마인데 왜 저 김은정과 손지창 부분은 생각이 안 날까요???? 그런데 그 둘이 그렇게 헤어진건가요? 난 왜 기억이 안나지? ㅠㅠ 최민수와 김혜선만 생각나~~~~

다락방 2014-11-06 09:15   좋아요 0 | URL
저는 최민수와 김혜선이 생각 안나요 ㅋㅋㅋ 최민수가 무동이네 집에 나왔다니 뭔가 안어울려요 ㅋㅋㅋㅋㅋ 최유라는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
그 뭣이냐, 거기에, 이재룡이 미술선생으로 나왔던거요. 그림 그릴때마다 퍼햅스 러브 틀어둬서 막내 김민희를 설레이게 했던...이재룡도 그때 멋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음식 사진 보는 걸 즐긴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내가 원하는 식단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밥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즐겁다. 그렇다보니 여러가지 일로 지쳐있던 지난주를 보내고 맞이한 토요일, 이 책을 꺼내드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안하고 이 책을 꺼내서 아무데나 펼쳐 보았다. 이건 뭐, 음식을 이용한 점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런 사진을 처음 만났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영어로 쓰여졌다는 것인데, 그래서 나는 정확히 저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진짜 이 사진을 보자마자 완전 너무 좋아서 울뻔했어...마치 몇해전 아주 힘들때 친구가 보내준 케빈스파이의 치즈파이를 한입 깨문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 그 치즈파이 맛이 고마워 왈칵, 눈물이 차올랐는데. 아, 저 크림 좀 보라지! 나는 커다란 포크로 크게 한 입 베어물고 싶어졌다. 뜨거운 커피나 와인과 함께여도 좋을 것이다. 한 입 베어물다가 그 맛에 놀라 연신 입에 넣고 결국은 저거 하나를 나 혼자 다 비워내고 싶어졌다. 그래, 커피보다는 와인이 낫겠다. 저걸 다 먹을 동안 와인을 마신다면 나는 아마 크게 취하겠지. 취해서, 기절해버리리라.


열여덟시간 정도를 기절해 있다 일어나면 내 모든 혈관들 틈틈이 눅진눅진 칼로리가 쌓였겠지. 자, 그럼 그 칼로리를 빼러 가자. 싸우나로 가자. 다섯시간 동안 싸우나를 들락날락 거리며 몸 안의 땀을 배출해내자. 등산 두시간으로 빼낼 수 있는 칼로리가 아닐테니.


아, 영혼이 치유되는 기분일거야.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거야, 저 넘쳐나는 크림은. 



아, 좋다 좋아. 너무 좋아서 나는 또 아무데나 펼쳐봤다. 그리고 이런 사진들을 보게 된다.










아..아름답다. 사람은 심신이 지칠수록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해...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채워지는 것 같다.. 좋아..♡



















영화 《밀크》를 보면 마지막, 하비 밀크가 자신의 연인과 통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연인은 그에게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듣고 밀크는 크게 감동한다. 그 장면에서 나도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든는건, 결국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싶어서였다.


얼마전에 트윗에서 주진우 기자의 글을 보았다. 이승환의 세월호 동조단식에 대한 기사였다. 그 기사를 보다가 당연히, 이승환을 좋아한다는 M님 생각이 났는데, 그런 이승환의 행보를 보는 M님은 그 순간, 이승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옳다고 믿는 행동을, 나보다 먼저 더 깊이 실천해주고 있다는 데서 오는 믿음과 신뢰. 그리고 자랑스러움.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가 이승환을 좋아하길 잘했어,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걸 최근에 신해철에게서 느꼈다. 나는 그를 아주 많이 좋아했고 존경했지만 사실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크게 아는 바가 없다. 그의 음악만을 들었고, 어릴적에 라디오를 들은 게 거의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인데, 그의 사망후에 들려오는 그에 대한 소식은 내가 아는 것, 이상이었다. 그가 생전에 했던 말과 행동들이 자꾸만 크게 훅훅- 나를 후려 갈겨서 더 미칠것 같은 기분이 되었고, 나는 매시간,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내가 이 사람을 괜히 좋아한 게 아니야, 라는 마음. 아, 이 사람을 좋아하길 잘했어.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달라, 부터 시작해서 내 안에 그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차고 넘쳤다. 그의 장례식에 내 중학교 동창도 갔고,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도 갔다.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던 사람들이 그의 장례식에 가서 국화를 한 송이 놓고자 찾아드는 걸 보면, 그는, 아주 잘 살아냈던 게 틀림없다. 나는 그가 자랑스럽다. 나는 그가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듣는 삶을 살겠다고, 삶의 방향을 정해놓는다.



















'이광호'의 《사랑의 미래》는 계속 가방에 넣어두고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한꼭지씩 읽고 있다.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하게 되는건,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는 것이다.



사랑에 미래는 없지, 라고 생각하다 보니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다. 중학교시절 주말의 명화인가 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영화인데 제목이 기억안나.. 여자 세명이 주인공인 영화였는데, 소녀와 소녀의 엄마, 소녀의 이모가 각자 자신만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소녀의 엄마가 어떤 사랑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고, 소녀는 외국인 여행객인 소년과 사랑에 빠졌더랬다. 그들은 서로에게 반했고,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아 누군가의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소년소녀의 사랑 마지막 장면에 둘이 같이 보트를 타던가 했는데, 그때 노를 젓는 사람이 통역을 해주다가 소년과 소녀가 키스를 하자 '이제는 통역이 필요없겠군' 하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사실 그보다 더 기억에 남은 건 소녀의 이모의 사랑이었다. 이모는 한 락가수를 좋아하고 있었다. 엄청 좋아해서 락가수의 공연에 찾아가는데, 가수의 가까이에서 환호하고 같이 뛰던중, 락가수의 눈에 띈다. 락가수는 그녀를 무대 위로 들어올려 같이 노래하고 같이 춤을 추고, 이모가 믿을 수 없을만큼, 그 뒤로도 얼마간 다정한 행동으로 이모의 연인이 되어준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짧았던 것이, 그 다음 공연에서 그 락가수는 다른 여자팬이 던져준 팬티를 자기 바지주머니에 접어 넣고, 그녀를 무대위로 들어올려 이모에게 했던 그대로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걸 보고 이모는 깨닫는다. 이 사랑이 끝났음을.


소녀의 소년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고, 락가수는 다른 팬과 사랑에 빠졌다. 소녀는 자신의 사랑을 잃었고 이모 역시 자신의 사랑을 잃었다. 사랑에 빠지는 현재는 존재하지만,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저 영화의 제목이 기억난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보고싶은데...저걸 처음 볼 때 내가 너무 어렸어가지고...ㅠㅠ



어제 자기전에 읽은 《사랑의 미래》는 이런 말을 내게 하고 있었다.



사랑은 무거운 생을 송두리째 들어 올리는 축제의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한 시간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도주하는 에너지 같은 것. 세상의 모든 축제는 일시적이고, 얼마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축제는 그 안에 방탕과 폭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때로 그것은 죽음과 맞먹는 삶의 폭발적인 낭비를 의미한다. (p.107)





오늘 출근길에는 날씨가 많이 춥더라. 어디다 처박아 두었는지 모르는 장갑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머플러도 하나 사러 가야겠다. 예쁜 머플러로 사야지. 따뜻하게 목에 둘러야지.

점심에는 짜장면을 먹고 싶은데, 어쩌지. 그냥 짜장면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으면 밥을 못먹고, 밥을 못먹으면 이내 허전해지는데...에라이. 짜장곱배기나 먹을까. 


삶은 어차피 짜장면이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밥이냐를 선택하면서 흘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어젯밤에 메세지로 내게 도착한 음악. 

사실 누군가 보내주는 음악을 잘 듣지는 않는다. 음악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취향의 것이라 생각하므로. 그런데 어제는 the park 란 제목에 이끌려 들어보게 되었고, 그렇게 듣게 된 음악이 좋았다.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노래 참 좋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4-11-0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어차피 짜장면이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밥이냐를 선택하면서 흘러가는 것이다... 이 말이 마음에 닿네요...

다락방 2014-11-03 17:19   좋아요 0 | URL
네, 매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니까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선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거죠..
퇴근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비연님.

단발머리 2014-11-0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 첫번째 크림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너무 아름답고도 아름다워요. 찐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카하~~~
처음은 크림이요, 마지막은 짜장곱배기네요. 아름다운 시작, 푸근한 끝입니다.

다락방 2014-11-05 11:40   좋아요 0 | URL
완전 황홀하죠! 저거 진짜 같이 먹으면 소울 메이트가 될 것 같지 않아요,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
아 또 짜장 먹고 싶다... ㅠㅠ

Mephistopheles 2014-11-04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다락방님이 자랑스러워요.

다락방 2014-11-05 11:40   좋아요 0 | URL
고..고...고맙습니다???

버벌 2014-11-05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다이어트중이에요.... 저는 지금 다이어트중이에요.. 저는 지금.. .ㅠㅠ

다락방 2014-11-06 09:19   좋아요 0 | URL
저도 다이어트 중이에요. 어제처럼, 작년처럼, 십년전처럼.............( ˝)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알면서도 남동생과 나는 지하철 안에서 농담 따먹기를 했다. 남동생은 '나는 진짜 멋진것 같아' 라고 말했고 나는 '내가 오늘 되게 예쁘고 세련되게 느껴졌는데 그런건가?' 라고 답했다. 잠시간 침묵뒤에 찾아온 어이없음의 웃음 같은걸 공유하며, 내가 장례식장에 가서도 이렇게 푼수처럼 웃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됐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도착한 순간 덜컥 숨이 막혀왔다. 몸은 때로는 머리보다 더 반응이 빠른것 같다. 본능적으로 여긴 아픈곳이라는 걸 알았던 것 같다. 국화 한송이를 놓고 고개를 숙이면서 내가 우는게 아니라 내 눈물이 제멋대로 나왔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고 우느라 정신 못차려서 고맙다는 말을 조금 늦게 속으로 했다. 고마웠어요, 라고. 장례식장을 나서며 너 뭐라고 했어? 라고 남동생에게 물으니 고마웠다고 했어, 란다. 우린 신해철에게 고마웠다. 그래서 장례식장을 나서면서도 그를 잘 보내지를 못하겠다. 남동생도 모든게 다 거짓말 같고 그가 살아서 우리를 놀래켜줄 것만 같다고 했다. 


우리는 신해철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그리고 집근처로와 기사식당에 들어갔다. 제육볶음과 삼치구이를 시켜 소주를 둘이서 두 병을 마셨다. 마시는동안 우리는 신해철에 대해 얘기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가사로 쓰는 게 아니라, 그는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서 가사를 쓴다고 나는 말했고, 남동생은 그 전에도 후에도 신해철 같은 가수는 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지금 나오는 누구도 그와 같을 수 없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했다. 삶의 허망함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같이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누나, 나는 신해철이 계속 우리랑 같이 늙어갈 줄 알았고 죽을때까지 그도 함께 할줄 알았어, 라고 말했고 나는 또 끄덕이며 울었다. 우리는 마음아파했고 장례식에 다녀오길 잘했다고 얘기했다. 숀마이클스의 은퇴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때, 우리나라에 경기하러 왔을 때, 빚을 내서라도 보러 갔어야 했는데, 그가 은퇴할 줄 몰랐다고. 이제는 돈이 있어도 그의 경기를 볼 수 없다고, 모든게 때가 있다고. 그러다 노무현의 장례식장에 가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는 얘기를 했고, 우리가 공인의 죽음에 찾아가 애도했던 건 아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신해철이니까, 하는 얘기도 했다. 이야기는 흘러서 세월호 까지 나아갔는데, 남동생은 내게 말했다.



누나, 나는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이렇게 세월호 애들한테 미안하지? 왜이렇게 미안한거지? 내가 뭘 잘못한거지?



아 눈물나 ㅠㅠ 

나는 우리가 내버려뒀잖아, 이런 세상이 되도록 그냥 내버려뒀잖아, 그래서 미안한거야, 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갑자기 감사해졌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얘가, 나랑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다 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남동생이 신해철의 노래, 드리머를 틀어줬고, 나는 또 울었다. 술을 다 마시고 내 방으로 들어와서는 불을 끄고 또 작게 스맛폰으로 신해철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었다. 소리내서 울었다. 장례식장에 가기 전까지는 한번도 울지 않았는데,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나서는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아마도, 나는, 그제야 그의 죽음을 받아들였는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지하철에서는 친구가 보내준 음악과 내가 선택한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이 진짜 젖은 휴지처럼 늘어져버리고 아무것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져서 책을 읽는 것도 하지 않았다. 양재역에 내려 가까운 까페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를 시켜두고 친구가 보내준 음악을 들었다. 책은 없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쉬었다.






내가 반복한 곡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눈을 뜨면> 이었다.



아이폰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만약 누군가가 지하철안에서 이 곡을 듣고 있다면, 이렇게 화면을 띄워두고 있고 내가 그것을 보게 된다면, 나는 가방 속에 들어있던 책을 꺼내어 그 사람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노래, 정말 좋죠, 라고 말을 걸면서. 미친년처럼 보이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아침 이 곡을 반복해 듣고 있어, 라며 친구에게 이 노래를 보내줬고 친구는 이 노래를 다 들은 뒤 '코끝이 찡해졌다'고 했다. 







하필이면 오늘 아침에 이 곡을 듣고, 코끝이 찡해졌다고 말하는 친구를, 나는, 좋아하고 있다.






어제 친구와 다른사람의 연애를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에 대한 얘기를 했다. 본인이 경험해야만 거기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친구는 '그렇지만 후배를 아끼는 마음, 가슴 아픈 길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만두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맞다고,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잔소리 하기는 쉽다고, 내버려두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자전거를 배우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만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누군가 자전거 뒷부분을 붙잡아주면서 배우게 되듯이, 아이도 아빠가 자전거를 '붙잡아주면서'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빠가 붙잡았던 손을 놓을까봐 겁낸다. 이제 혼자 할 수 있게 됐을때쯤, 손을 놓아도 좋다고 아이는 얘기한다.




아빠는 딸의 말을 듣고 손을 놓는다. 그러나 그 손을 놓기는 어렵다. 손을 놓는 어려움은, '손을 놓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더 크다. 이제 저 아이 혼자 타야 할텐데, 다치면 어쩌지, 넘어지면 어쩌지, 너무 먼 데까지 혼자 가면 어쩌지? 손을 놓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손을 놓아도 될까 에서 오는 두려움에 비하면 찰나라 해도 좋다.



내 어린 조카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일이 내게는 힘겹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내가 그리고 제 부모가 걱정하고 보살피는 일들이 간섭으로 느껴지게 될텐데, 적당한 때를 보아 손을 놓아야 할텐데,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울까. 아이의 자전거를 잡았던 손을 놓은 아빠가 


"널 놔 준다는 건 끔찍이도 어려운 일이구나"


라고 말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졌다. 나는 조카들의 부모도 아니면서, 이모이면서 이런데, 하물며 부모들은 어떨까. 어떻게 자전거를 잡았던 손을 놓고, 어떻게 적당한 거리를 둘까. 그때 그들은, 얼마만큼 무서웠을까.






그렇지만, 손을 놓아야 아이는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손을 놓아야 아이는 제가 가고 싶은데까지 갈 수 있다. 손을 놓아야, 나중에 잡아줄 수 없는 상황이 됐을때도 무리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어렵지만, 적당한 때를 보아 우리는 자전거를 붙잡았던 손을 놓아야 한다. 홀로 탈 수 있게 두어야 한다. 넘어지고 다쳐서 피흘리고 깨지는 걸 보면 너무나 아프겠지만, 피흘리지 않게 계속 붙잡아두는 것 보다는, 피흘린 무릎에 빨간약을 발라주는 게, 그게 결국은 '아이가 아닌' 내가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고 아이의 자전거를 붙잡아주며 살 수 없다. 그 순간이 영원할 수 없다. 돌부리에 걸리고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리면서, 그렇게 아이는 강해질 것이다. 몇 번이고 넘어지고 까지면서 아이는 이제 돌부리를 피해갈 수도 있게 되고 내리막길에서는 언제 브레이크를 잡아야 할 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건, 넘어져봐야 배울 수 있고, 넘어지는 건 손을 놓아야만 가능하다.





너덜너덜해진 오늘 아침, 까페에 앉아 멍하니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또 음악을 들으면서,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테이블에 놓여진 뜨거운 커피,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들, 까페에 들어서기 전의 찬 공기,  까페 문을 열기까지의 너덜해진 내 마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그 음악을 전송해준 사람. 이 모두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잊지 말아야지.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런데 왜, 

보고싶다는 말은 좋아한다는 말보다 하기 어려운걸까?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나만 그런가? 

모르겠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쉬 2014-10-3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기 백 번은 안되나요?? 천 번은? 아니, 만 번은.
그렇게 누르면 신해철을 보낼 수 있을까요?

다락방 2014-10-31 06:57   좋아요 0 | URL
어제 밤에 잠이 오질 않아 오랜 시간 뒤척였는데요, 신해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정말 없나? 하고요. 오늘 아침에도 그래요. 저도 못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ㅜㅜ

꼼쥐 2014-10-3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의 포스팅을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봅니다.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다락방 님의 글에 공감하면서 괜히 울컥해지면서...

다락방 2014-10-31 06:59   좋아요 0 | URL
저도 신해철에 대한 꼼쥐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없다, 고 생각하면 또 울컥 하게 돼요. 어떻게해야 잘 보내는건지 모르겠어요, 꼼쥐님 ㅜㅜ

레와 2014-10-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한다는 말보다 보고싶다는 말이 더 좋아요.


..

다락방 2014-10-31 07:00   좋아요 0 | URL
응. 근데 난 왜 그 말이 어려울까요? 나에게는 그 말이 더 깊은걸까요??

시크발랄 2014-10-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다락방님의 글은 공감하기를 될수있는한 많이 로 하고싶네요읽으며 또 웁니다

다락방 2014-10-31 07:01   좋아요 0 | URL
시크발랄님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 버스안에서도 저는 여전히 그의 죽음이 실감나질 않아요..

비연 2014-10-3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셨군요.... 울컥합니다. 정말.. 요즘 슬픈 일이 넘 많아요...

다락방 2014-10-31 07:02   좋아요 0 | URL
신해철은 저에게 정말 특별했어요, 비연님. 다녀와야만 했어요. 아 또 눈물이 ㅜㅜ

꽃핑키 2014-10-3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안 울어야지 했는데 또 눙무리 나와버렸어요 나도 직접 찾아가 늦었지만 정말 고마웠다고 말 해주고 싶은데 멀리서 마음으로만 빌어야겠어요. 저도 이 순간 오래오래 기억에 새길래요! 근데 우씨. 다랑방님 글 왜 이렇게 잘 써요? 나 콧물까지 드럽게 막 나왔어요 ㅠㅠㅠㅠㅋ

다락방 2014-10-31 07:04   좋아요 0 | URL
글 잘쓴다는 칭찬은 참 좋네요, 핑키님:)
전 장례식에 갔다왔으면서도 여전히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울컥해져요. 어제 제 중학교 동창도, 또다른 친구도 장례식에 다녀왔다 하더군요. 그의 죽음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살아오는 동안 그는 참 잘 살아왔구나 생각했어요. 그를 애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까요.

건조기후 2014-10-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꿈만 같고... 눈물은 끝도 없이 나고... 그러네요 다락방님.
에혀.........

다락방 2014-10-31 07:05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ㅜㅜ 신해철의 노래들 중 무엇을 떠올려도 다 주옥 같아요 ㅜㅜㅜ 그가 갔다는 건 정말 말도 안돼요 ㅜㅜㅜㅜㅜ

책읽어주는 여자 2014-12-1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들어오게 되서 글을 읽고. 우리 마왕님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마왕님을 보낸지 벌써 한달이 지나고.. 다시 우린 일상생활을 하고있다는게... 슬프기도하고.. 안타깝기도하고..
다락방님 글 보러 자주 올께요... 덕분에 좋은음악도 들었어요.. 감사해요~~
 

여유로운 아침이란 이런 것.
포크 두 개는 다 내 것.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10-29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9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10-29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핫
시나몬 롤도 커피도
저는 .... ㅠ..ㅠ

다락방 2014-10-29 08:23   좋아요 0 | URL
콩나물,감자볶음,고추장을 넣고 아침에 밥을 비벼먹고 왔다는 게 함정!! ㅎㅎㅎㅎㅎ

서니데이 2014-10-2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저녁 먹었는데, 저 롤은 맛있게 보여요. ^^;

다락방 2014-10-30 12:21   좋아요 0 | URL
맛있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4-11-04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름답다.
시나몬 롤과 커피와 책...

다락방님 오른손 두번째, 세번째 손가락이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다락방 2014-11-04 09:56   좋아요 0 | URL
그것은 돼지 발가락 같으므로 나오게 할 수 없습니다!!
 

오늘 경향신문을 넘겨보다가 [경향시선-미래에서 온 詩] 를 읽게됐는데, 오, 인용된 시가 훅- 들어왔다.





시, 시, 비, 비

사랑해라고 고백하기에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버렸다 이보다 더 화끈한 대답이 또 어디 있을까 너무 좋아 뒤로 자빠지라는 얘기였는데 그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서 그 흔한 줄행랑에 바쁘셨다 내 탓이냐 네 탓이냐 서로 손가락질하는 기쁨이었다지만 우리 사랑에 시비를 가릴 수 없는 건 결국 시 때문이다 줘도 못 먹는 건 그러니까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이다 

- 김민정(1976~ )



사랑해라는 고백 앞에 오줌을 싸버리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이었을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심장이 덜컹거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줌을 싸버리는 것도 그리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오줌이라도 싸버리면 나았을까. 오줌을 참았던 건, 어쩌면 이 시 속에서 말한것처럼 역겨워 떠나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은 진심으로 말한다고 해서 상대에게 가 닿거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고백하는 사람의 진심을 안다고 해도,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해도,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건 그저 나를 좋아한다는 친구나 직장 동료들의 말과 별로 다를 바없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스치듯 한마디 하는 것에도 얼마나 쿵쿵거리던가. 사랑한다는 고백은 말하는 이의 진심이 아니라 듣는이의 마음앞에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저 시가 있는 시집이 무엇인가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저 제목 좀 보라지.


 














제4부 뛰는 여자 위에 나는 시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어느 날 가리노래방을 지날 때 
정현종탁구교실 
뛰는 여자 위에 나는 시 
예상 밖의 효과 
한밤의 숨바꼭질 
콜! 
시라는 이름의 시답지 않음 
시는 그래, 그렇게나 기똥찬 것 
시, 시, 비, 비 
시가 밥 먹여주다 
어떤 절망 
이상은 김유정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가을이 시의 계절인건지

내가 시의 계절인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