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료 직원과 함께 퇴근후 술을 마셨다. 이 직원과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직급도 다르지만 남자 얘기를 하며 마음껏 씹어댈 때 한 마음이 되기 때문에 서로 얘기하기를 즐긴다. 어제도 끝나고 술이나 마실까? 했더니 좋다고 하면서 뭐 먹을지 생각해봐, 라는 나의 말에 고심하며 맛집을 검색하더라.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퇴근시간을 얼마 남기고서는 '아 벌써부터 설레어요' 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한 친구가 직급이 있고 나이도 많아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하직원들 술마실 때 빠져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나 역시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 직원을 보면서 나는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들이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른 부하직원들도 먼저 술 마시자고 하고 술집 검색하고 하는걸 보면 나는 아직까지 현역에 몸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철이 안들어서 그런지도?? ㅋㅋㅋㅋㅋ


암튼 어제도 이 직원이 찾은 족발집으로 가서 족발을 주문하려는데 메뉴에 '반족발'이 있다. 원래 양의 절반만 나오는 거란다. 이게 뭐여...우리는 그냥 온전한 걸 먹자, 하고 시켰다. 반은 무슨. 그런데 둘이 이야기를 하며 먹다보니 이 온전한 족발이 좀 양이 부족한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 둘다 말했다. 아니, 이것도 부족한데 반을 시켜서 누구 코에 붙이지? 하고. 그래서 메뉴에 있던 순대볶음을 추가 주문했다. 그런데 순대볶음이 다 떨어졌다는 거다. 그러고서는 주먹밥을 우리한테 권하는데, 아니, 내가 그래도나름 다이어트 중인데, 주먹밥을 먹을 순 없지..(응?)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1차를 쫑내고 2차로 순대국집을 가서 계속하자, 라고 말을 했다. 직원은 꺅 소리지르며 너무 좋은 생각이에요, 과장님. 이러면서 흥분해가지고 여튼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나와 순대국집으로 향했다. 그래서 순대국과 소주와 맥주를 시키고는, 밥을 갖다주길래 '밥은 됐어요' 라고 말하며 바로 돌려주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고기를 먹어도 밥은 먹지 말자...주의랄까. 이거슨 내 나름의 다이어트. 


주문한 순대국이 나왔는데 우리는 한 숟가락씩 뜨고 나서야 서로 마주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무리였어. 이건 .. 실수였어. 우린 이걸 다 먹을 수 없어.....우리가 ....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소설 《스타킹 훔쳐보기》시리즈 중에 '할'과 '로라'가 주인공인 게 있는데, 할은 상원의원인가 그렇고 로라는 자수성가한 디자이너였다. 이 둘은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는데, 할이 의원인만큼 결혼 상대가 정해져 있던 터. 여차저차해서 그들은 헤어지게 되고 각자의 삶은 산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로라는 폭력남편에 힘에 겨워 센트럴 파크에 가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언젠가 한번은 여기서 마주칠 줄 알았다'며 할이 말을 걸어온다. 가끔, 이곳에 들르면 당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면서. 그들은 오랜만에 재회했고 호텔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로라가 작게 말한다.


'우리가 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자 할은 이렇게 대꾸한다.


'괜찮아, 행복했잖아.'




순대국을 앞에 두고 갑자기 이 생각이 나서 나는 직원에게 이 스토리를 말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순대국집에 온거, 우리가 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자 직원은 빵터져서 이렇게 대꾸했다.


괜찮아요, 행복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우리는 순대국을 거의 다 남긴채 순대국집을 나왔다. 하아- 아까워. 그러면서 몇 번이고 다짐했다. 우리가 다시는 이러지 말자고. 족발만 먹고 집에 가자고. 


그런데 내 젊은 시절의 책, 《다락방의 꽃들》이 다시 나왔으니 《스타킹 훔쳐보기》도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다시 나오면, 제가 사겠습니다!!!!! (엘리자베스 게이지 책은 검색하면 다 이미지가 안뜬다 ㅠㅠ)



암튼 우리는 서로서로 누구 전남친이 더 찌질한가 이런거 얘기하다가 현재 남친과의 고민을 말하는 직원에게 비블리아 고서당 얘기를 예로 들어가며, 내 나름의 생각을 얘기했다. 직원에게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했지만 스포일이 될까봐 대충 뽝- 줄여서 얘기한다면, 그건 이런거였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이란 책에 보면 여자가 남자의 고백에 답을 보류하는 장면이 있어. 여자는 자신이 그에게 상처를 줄까봐 그에게 예스란 답을 못하는 거지. 그녀가 생각하는 건 불행한 결말이었으니까. 그래서 내내 고심하다 나중에 그에게 '내가 언젠가 너를 떠나게 될지도 몰라'라고 말하며 자신의 고민과 걱정을 얘기하는 순간, 남자는 뜻밖의 대답을 하게 돼. 여자로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고, 남자로서는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대답이었지. 이 대답에 여자는 큰 위안을 얻게 되고, 자신이 생각한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거야. 그러니 s씨도 미리부터 걱정해서 혼자 불행한 결말을 생각하지 말고, 그 일이 정말 닥쳐올 것 같단 생각이 들면 그에게 말을 해봐요. s 씨가 그와 있는 순간이 행복하다면, 아마 남자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거야. 그렇다면 그 남자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 그리고 그 방법은 불행한 결말에 이르지 않을지도 몰라. s 씨가 생각한 백개의 불행한 결말이 아니라, 생각해내지 못했던 하나의 행복한 결말일 수 있다고. 연애는 함께 하는 거고, 혼자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얘기하는 쪽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할과 로라 때문에(스타킹 훔쳐보기), 쟈니와 프란시스 때문에(더티 댄싱), 홀든과 피비 때문에(호밀밭의 파수꾼), 익스트림 때문에(when i first kissed you), 젊은 시절 내게는 그토록이나 뉴욕에 가야할 이유가 많았다. 사실 쟈니와 프란시스는 '뉴욕'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암튼 그랬다. 

이번주 굿모닝 팝스의 팝스잉글리쉬가 when i first kissed you 였고, 아,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책상 서랍마다 초콜렛을 가득 채워두고 싶다. 

김육갑 족발은 양이 너무 적다. 여자 둘이 먹어도 모자라는 양이야..

나는 내가 고양이 상이라고 생각하고 고양이 상이길 원하는데, 모두들 나에게 개(강아지) 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어제는 곰 상이라는 말도 들었.........내가 바라는 나와 현실의 나와의 거리는 이토록이나 멀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5-02-1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우리 나이가 술자리에서 빠지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인가요? ... 다락방님의 깨알 같은 조언이 참 좋네요. 더불어 책도 함께 읽고 싶어집니다. 강아지상이 난 더 좋아요 ㅋㅋ

다락방 2015-02-17 11:52   좋아요 0 | URL
강아지상은 `치명적인 매력`이 없고 그저 착하고 충실한 것만 같아 저는 싫어요. 저도 요염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고요. 흙흙 ㅜㅜ

마태우스 2015-02-1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술자리 얘기는 정말 생동감이 넘치네요. 제가 족발을 먹은 것 같은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거기서 나온 대사를 책과 연결시키는 능력은 정말 최고입니다. 제가 이래서 다락방님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15-02-20 18:35   좋아요 0 | URL
오오! 저는 마태우스님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예뻐서인 줄로만 알았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언제나 폭풍칭찬 감사합니다, 마태우스님. 저의 가장 강한 아군이세요. ㅠㅠ

nomadology 2015-02-1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en I First Kissed you는 정말이지 짱이죠! 제 훼이보릿이었는데.

다락방 2015-02-20 18:35   좋아요 0 | URL
크- 진짜 짱이죠. 진짜 최고에요. 이 노래를 들을때면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져요. ㅠㅠ

아무개 2015-02-1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전 아직도 제가 이나이에 막내......................

2.다욧하더니 위가 줄었나요?
고작 족발따위를 먹고 순대국을 남기다뇨!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니잖아요? 아닌데 킁!

3.제 정신일땐 안그러는건지 못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서도
꼭 술이 취했을때 읽었던 책의 내용들이 기억나곤해서
술자리에서 책인용을 더 많이 하게 되는거 같긴해요.
그래서 애들이 나 되게 똑똑한줄 알아요. ㅠ..ㅠ

다락방 2015-02-20 18:37   좋아요 0 | URL
1. 전 `막내` 란 타이틀을 달아본 적이 거의 없네요.. 왜 나는 늘 첫째인가...

2. 위가 줄었으면 좋겠네요. 줄이고 싶어서 노력중이긴 합니다만. ㅠㅠ

3. 아무개님 똑똑해요. 그리고 더 똑똑해지기 위해 그런 책들 열심히 읽잖아요. 아무개님의 책 선택에 언제나 놀라고 감탄한답니다. 아무개님은 좀 더 자신에 대해 관대해져도 좋을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5-02-1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족발과 순대 이야기는 항상 좋아요~~

다락방 2015-02-20 18:37   좋아요 0 | URL
족발과 순대가 항상 좋기 때문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2-18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일하고 같이 맛난거 먹고, 그리고 같이 연애상담할 수 있는 다과장님 같은 분이 계셨더라면 저도 더 오래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을텐데... 끄응... 그 직원이 완전 부러워요. 물론 족발도 부럽구요. ^^

다락방 2015-02-20 18:38   좋아요 0 | URL
다 제가 예쁘고 좋은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맛난 거 먹으면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다는 건 진짜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삶에 있어서 이런 작고 행복한 순간들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야겠어요. 헤헷 :)

레와 2015-02-1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족발집에서 한접시 먹고 부족할때 반족발!! ㅎㅎㅎㅎ

다락방 2015-02-20 18:38   좋아요 0 | URL
메뉴에 반족발이 그래서 있는거구만 잉? ㅋㅋㅋㅋㅋ
근데 여자 둘이 족발 한접시 먹고 부족한 거...괜찮은 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호진과 김혜수가 출연하는 영화 『좋지 아니한가』에는 여고생 딸을 둔 여자가 나온다. 이 주연 가족 구성원들중 '엄마'인데, 이 여자가 어느날 동네에서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과 마주치게 되고, 그 총각에게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이 총각은 그런 아주머니에게 잘대해주었고, 이 아주머니는 차츰차츰 이 총각에게 끌리게 됐는데, 어느 하루는 이 남자가 전화를 걸어 자기랑 여행을 가자고 하는거다. 그때 이 아주머니는 '여자'가 되어 -크!- 아니, 자신이 여자란 사실을 지나치게 당연히 자각하고, 캐리어에 짐을 싸서는 집을 나와 남자에게로 간다. 으-  그런데 그를 만나러 간 곳에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커다란 버스였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자의 손에 들린건 커피였다. 그 키가 크고 잘생긴 총각은, 단순히 커피를 팔기 위해 이 여자에게 접근했던 것. 아, 나는 이 장면이 진짜 너무 슬퍼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피를 사가지고 오긴왔으되, 이 여자네 집엔 커피메이커가 없었다. 그러니 이 커피는 무용지물. 그런 그녀는 컵(이었나 밥그릇이었나) 위에 키친타올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려마신다. 혼자 그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는, 그 총각때문에 설레이던 그 순간들을 후회했을까? 어쩌면 후회도 했겠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짧은 순간의 설레임을 떠올리며, '그건 진짜였을텐데', 라는 생각으로 추억에 잠겼을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재미있는 영화였다.



연차를 내고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의 환갑을 기념하여 괌에 간 것인데, 아빠 엄마 남동생 나, 이렇게 넷이 한 객실에서 자기 위해 나는 침실이 두 개 있는 커다란 리조트의 객실을 예약했고, 그렇게 예약한 객실 안에는 커피 메이커가 있었다. 엄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했지만 커피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 나중에 밥 먹으러 가거나 외출했을 때 사 마시자, 라고 말했었는데, 리조트 안의 마트에 가니 분쇄된 원두 커피가 있는게 아닌가. 한 손 사이즈 정도라 사는데 크게 부담도 없을 것 같아 나는 마트에서 그 커피를 샀다. 그리고 객실안에 들어왔는데, 커피를 내리려고 보니 으음, 여과지가 없네? 그때 바로 저 영화가 떠올랐다. 객실안 부엌에 키친타올은 있던 터라, 그래 한번 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키친타올을 뜯어 커피메이커 안에 넣었다. 물이 부어지고 커피가 내려지면 아마도 찢어져 커피 안으로 키친 타올이 지저분하게 섞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면서 한번 해보았다. 그러면 버릴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그런데, 오!!!! 키친 타올이 찢어지지 않은 채로 커피가 내려졌다. 꺅 >.< 

엄마는 맛있게 커피를 마셨고 연신 좋다고 하셨다. 크- 영화를 보면 이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됩니다. 응?? 

우리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노래를 들읍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느 가게 앞을 지나는데-화장품과 기타 물품을 파니 '올리브영'이었나-, 김우빈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화장품 광고 같았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당신의 남자친구를 나보다 더 멋지게' . 


야.


화장품 하나 바꾼다고 너보다 더 멋져지냐. 그럴거면 기꺼이 바꿔주겠지. 어디서 막말을 해, 왜 막 던져 이새꺄. 


참 말이 안되는 광고라고, 여자들한테 남자친구 화장품 선물하라고 충동질 할라고 만든 광고인건 알겠는데, 뭐 이건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되잖아. 어떻게 너보다 멋져지니, 어떻게 너보다 더? 응?


그렇지만 그 '멋지다'는게 어떤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내게는 '외모'가 아니었다. 잘생긴 남자를 '잘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잘생겼으므로 멋지다'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어지지는 않는다. 잘생겼지만, 그저 잘생겼을 뿐. 그것이 내게 매력으로 다가온다거나 '멋지다' 라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것. 실제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해봐야 한다. 그 대화의 내용과 방식들은 조금더 깊고 진중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의 그의 태도도 매력에 크게 작용한다. 그가 잘생긴것과는 별개로 그가 어떻게 내 눈을 바라보는지, 그가 어떻게 웃는지, 그가 어떤 손동작들을 하는지, 그가 어떻게 고개를 숙이는지, 그가 어떻게 물을 따르고 어떻게 젓가락질을 하는지 등등. 잘생겼는데 개매너를 가지고 있다면 그 남자에게 결코 '멋지다' 라는 말을 할 순 없는 게 아닌가. 또한 그 남자의 냄새도 중요하다. 당연히 그로부터 좋은 향기가 난다면 그건 '멋지다'는 것을 구성하는 큰 요인이 될텐데, 크, 나는 진짜 남자가 향수 뿌리는 게 너무 좋은거다. 그러니까, 왜이렇게 김우빈부터 냄새까지 이르게 된것이냐 하면,



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는 남자 승무원들이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남자 승무원이 있었는데, 반팔셔츠 아래로 팔근육이 두근두근하게 만든 것. 사실 우리쪽 라인이 아니라 다른 쪽 라인의 남자 승무원이 더 '잘생겼'지만, 내쪽 라인의 남자 승무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거다. 이 매력은 그러다 한순간 쐐기를 박게 되는데, 하아-, 내 옆에 앉아서 나랑 무슨 대화를 했지, 뭔가 얘기를 하는데, 하아- 향수 냄새가 진짜 완전 짱좋은거다. 아 제기랄. 계속 말시키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티나잖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더이상 시키지 않았지만, 유독 그 남자 승무원이 지나갈때마다 너무 좋은 남자 향수냄새가 나서,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 되었던 거다. 


향수 뭐 써요? 



라고. 그렇지만 물어서 뭐? 어쩌라고? 그 다음은? 물어서 그 향수가 어떤건지 알게되고, 그걸 내 돈 주고 살 수는 있겠지. 그 다음은? 사서 뭘 어째? 아무 의미 없다. 다 부질없는 짓. 그러나 그가 내 옆을 지나칠때마다 나는 그 향기에 현혹되어 흥분이 좀처럼 잠재워지질 않아, 하는수없이 남동생에게 계속 말했다. 야, 저 남자 지나갈때 향기 너무 좋지 않아? 야, 저 남자 지나갈때 완전 남자 향기 나지, 야, 저 남자 지나갈 때 냄새 너무 좋아.... 그때 날 보던 남동생의 눈빛....................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남동생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내 얘기를 이러쿵저러쿵 하게 됐는데, 그때 남동생의 친구들에게 입력된 정보는 싱글, 과장, 책읽고 쓰기 등이라 뭔가 근사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는가보다. 그 친구들은 내 남동생에게 '니네 누나는 남자한테 관심이 없구나' 라고 했다고. 그래서 남동생이 대답했다고 한다.



야, 장난 아냐. 남자 겁나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나는 체통을 지키기 위해 그 남자승무원을 붙들고 향수 뭐 쓰는지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승객들중의 1人이 되어 꾸벅꾸벅 졸았을 뿐....책 펴놓고 졸았..............인생은 그런 것이니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찌질한 모습이 있고 나에게도 역시 찌질한 면이 있다. 멋있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찌질해지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이 연애를 하면서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연애에만 주구장창 매달리는 사람을 딱히 좋아하진 않는다. 어느 하나에 아주 크게 집중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유일하다면, 내가 집중하는 그 무엇이 없어졌을 때 내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니까. 또한 사랑도 건강하게 하고 이별도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행복하게 지내다가 이별을 할 때, 어떻게 뒤돌아 아무일도 없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한순간에 찌질이로 변모해 사랑했던 순간과 사랑했던 사람을 추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나. 왜 헤어지고나서 이렇게 더 상대를 또 자신을 아프게 하나.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의 '글란 중위'는 진짜 짜증나는 스타일이다. 그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때는 이런 남자였다.



"너는 나한테 과분하지만, 네가 나를 갖게 된 게 고마워. 하느님이 너한테 보답해주실 거야. 나는 네가 가질 수도 있었던 수많은 남자들만큼 훌륭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네 거야. 영원히 죽지 않는 내 영혼에 맹세코, 완전히 네 거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군." (p.53)



아, 이토록 달콤한 말이라니. 내가 만약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내 사랑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 이렇게 말하는 남자가 내게 있다니, 나는 정말 제대로 사람을 골랐군,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들었던 여자, 에드바르다 역시 나랑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느님이 보답해주실 거라는 말이 너무 멋지게 들렸어요. 당신 말은 ‥‥‥ 오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갑자기 그녀는 길 한복판에서 내 목을 끌어안고 열렬히 입을 맞추었다. (p.54)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변했고, 글란 중위는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누가 듣기에도 누가 느끼기에도 진심이 아님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글란 중위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다른 여자 '에바'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흉을 본다.


"에드바르다가 아직 말하기를 배우지 못했다는 걸 믿을 수 있어? 에드바르다는 꼭 어린애처럼 말한다니까. '나보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식이지. 그렇게 말하는 걸 내가 직접 들었어. 에드바르다의 이마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난 아니야. 꼭 악마 같은 이마를 가졌지. 그리고 에드바르다는 손도 안 씻어." (p.113)


이 병신은, 과거의 여자 흉을 보면 현재의 여자가 '오, 그는 이제 그녀를 흉보는 군, 좋아좋아!' 라고 할 줄 알았던건가? 그녀의 대답은 이렇다.



"하지만 에드바르다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p.113)



하아- 나는 이 남자주인공이 싫다. 마음에 들질 않는다. 그러나 이해가 된다. 그게 짜증나..그건 어쩌면 내 안의 찌질성 어느 한구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가 인적이 드문 곳에 살면서 만나게 된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게, 정말 사랑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토록 달콤해졌다가 그토록 멍청하고 찌질해지는 것을 보는 게 정말이지 유쾌하질 않은 거다. 그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지만 이 세상 누구나 다,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성숙해지는 법. 다시 말하지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아 더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나는 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과거의 사랑에 연연해하고 건강하게 지내지를 못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다. 그것은 그저 '잘못'이나 '실수'라고 말해버리기엔 너무나 큰 것. 그리고 자꾸, 자신을 '현재' 사랑하고 있는 에바에게 상처를 입히잖아. 자신을 사랑해서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는 여자에게 너무 상처를 입혀.



에바가 물었어.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내가 대답했지. '그럼 항상 생각하지.' 에바가 다시 물었어. '나를 생각하는 게 당신한테 기쁨을 주나요?' 나는 대답했지. '완전한 기쁨을 주지. 기쁨밖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 그러면 에바가 말했어. '당신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면 나는 대답했지. '그래, 백발이 되고 있어.' 하지만 에바는 물었어. '당신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때문인가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했지. '어쩌면 그럴지도.' 마지막으로 에바가 말했어. '그러면 당신은 나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p.152)



하아-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런걸 물어볼 수 없다. 당신은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라고. 아니, 라는 말을 듣기도 겁나고 '응 널 생각해' 라고 말을 하는데 그의 눈은 다른 말을 할까봐 듣고 싶지 않다. 어떤 말들은, 그 말의 달콤함에도 불구하고 듣고 싶지 않은 법. 백발이 되고 있는 젊은 남자의 눈을 보며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라고 묻는 에바를 생각하니,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진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로부터 달아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당신이 그로부터 달아나면 당신은 더이상 슬프지도, 힘들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을 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내리는 것.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사랑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글란 중위는 아직 철들지 않았다. 그는 무모했고, 쉽게 사랑에 빠졌으며,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그의 판단은 어리석었고, 나는 그런 약하고도 어리석은 모습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질 않는다. 달콤한 사랑의 말들로 가득찬, 자연에 대한 찬사로 가득찬 이 아름다운 문장들이, 결국 어떤 이야기로 이끌고 갈지 궁금하다. 


에바가 내 옆에 있다면 내가 좋은 술친구가 되어주었을 텐데.. 우리,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남자에 대해 신나게 씹어대자고, 술을 따라주며 호응해줄텐데. 그러나 에바, 당신은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습니다.




좀전에 다른 부서에 서류를 가져다 줄게 있어 갔다가 내가 서류를 잘못 가지고 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내 실수를 얘기하며 말했다.


어휴, 외국 생활을 오래하니까 한국에 적응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들이 모두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연이어 말했다.


입만 열면 영어가 나올라고 하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들이 한 번 해보라고 했지만, 모두 한국인 직원들이니 나는 꾹 참고 영어를 말하지 않았다. (응?)



괌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내 뒷자리에 앉은 부부는 국제커플이었다. 여자는 한국 여자고 남자는 외국인(국적 모르겠음) 이었는데, 두 딸아이가 정말 너무 예쁜거다. 진짜 예뻐. 그래서 갑자기 국제 결혼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거다. 나도 외국인과 결혼해서 저렇게 예쁜 아이 낳고 싶다, 라는 그런 욕망. ㅋㅋㅋㅋㅋ 우리 조카야, 운 좋게도 한국인 부부사이에서 어여쁘게 태어났지만, 제기랄, 그렇게 누구나 다 운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 예쁜 아이를 낳으려면 국제 결혼을.....하고 생각하다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다시 마음 먹었다. 



 

 


 



 

 


 


괌에서 가장 좋았던 리티디안 곶. 이 해변은 정말 아름다워서 도착하자마자 꺅꺅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더랬다. 내가 살면서 봤던 바다중 가장 아름다운 바다. 아빠도 엄마도 남동생도, 이런 바다는 진짜 처음이라며 아주 기억에 오래 남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투몬 비치 대신, 남동생과 나는 여기저기 검색해보고 책을 뒤져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외진 곳의 '괌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라고 불리는 리티디안 곶으로 간건데, 와, 진짜 잘한 선택이었다.



엄마는 신나서 뛰어다니셨고,


 

 


남동생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꼭 인절미 콩가루 같은 느낌이라며 엄마와 나는 모래에 발을 푹 담갔고(왼쪽이 내 발)


 

 



이 바다를 배경으로 나 역시 셀카라는 걸 찍어보자며 깝죽거렸다.


 

펑! (사진 내림)

 


 

흥분해서 모래사장에 누군가의 이름을 적기도 했지만, 이건 평생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다른 해변으로 이동해 사랑의 절벽에 올라 많은 연인들의 사랑의 증거를 보았고,


 

 



그 높은 절벽의 전망대에서 밑의 바다를 내려보며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고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마주친 저녁무렵의 해변도 근사했지.


 

 






아...삼겹살 먹으면서 남자 욕하고 싶다....... 그런게 진짜 삶인데....그런게 멋진 삶인데...............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5-02-1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다락방님이다~~~~~ 뭐야 넘 착하게 생기셨잖어? 서글서글한 이목구비^^ 이뻐요 이뻐~~~
난 안젤리나 졸리만큼 섹쉬하게 생겼을거라고 착각 했다우 ㅎㅎ

바다 빛깔 예술이네요. 아 괌 가고 싶어라~~~~~~

다락방 2015-02-16 15:01   좋아요 0 | URL
아니 썬글라스 착용을 했는데도 착해보이나요? 하아-
나쁜 여자처럼 보이는 건 다음 생에서나 가능할까요.....

바다 빛깔은 진짜 예술이었어요, 세실님. 후훗 :)

달걀부인 2015-02-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첫 인사요. 글과 좀 다른 이미지지만! 그 정글느낌은 내면에 있다치고..완전 반가운데요.옆에 있었으면 안아보고 반가워요..손목이 끊어지라 악수했을지도! ^^

다락방 2015-02-16 15:02   좋아요 0 | URL
정글느낌은 왜 내면에만 있을까요, 달걀부인님?
왜 눈매에, 얼굴에, 턱에 없을까요? 왜 내면에만 있을까요? 네? ㅎㅎㅎㅎㅎ

혹시라도 뵙게 된다면 악수합시다, 달걀부인님.
으흐흐흐

붉은돼지 2015-02-1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절미 콩가루같은 느낌 ㅎㅎㅎ

갑자기 그 보드라운 콩가루를 손에 묻혀가며 목이 매이게 인절미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락방 2015-02-16 15:03   좋아요 0 | URL
인절미 맛있죠! 저는 떡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인절미 맛있어요. 그렇지만 목이 매이지 않게 물을 마셔가면서 먹도록 합시다, 붉은돼지님. 우리는 소중하니까요.

아무개 2015-02-1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오오오
실물공개를!!!!!!!!!!!!!!!!!

여행이 좋은 충전재가 되었나 봅니다.
글이 참 다락스럽고 좋네요*^^*

아 바다 너무 이쁘네요.
언젠가는 꼭 애인이랑 함게 가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5-02-16 15:04   좋아요 0 | URL
왜 바다만 이쁘다고 해요, 아무개님? 네? 왜죠? 어째서 바다만 이쁘다고 하죠? 네? 우리 사이가 그런 사입니까? 네?

다크아이즈 2015-02-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예상대로 이쁘면서도 털털한 인상이시네요. 좋아요, 멋지옵니다.
충전하고 오신 다락방님 만만세~~
외쿡 남자랑 결혼하는 건 제 로망이었지만 전 실천하지 못했고, 24살 딸내미에게 강력 이입하는 중인데 정작 딸년은 기겁하네요. 시집살이 걱정 안 해도 되고, 자식 교육 걱정 안 해도 되고... ㅋ 전 현실적 이유로 권하는데 씨알도 안 먹힙니다.ㅠㅠ

다락방 2015-02-16 15:08   좋아요 0 | URL
크- 이쁘면서도 털털한 건 좀 좋네요. ㅋㅋㅋㅋㅋ 전 이쁘면서 나쁜년..이미지가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제 친구 정식이가 말하길 워낙 선한 인상인데 눈꼬리가 쳐져서 더 순해보인다고. 하아- 저는 왜 순한 인상일까요, 다크아이즈님.

다크아이즈님의 따님은 지금이니까 씨알이 안먹히지,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 결혼이나 출산 육아가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마 바뀔지도 몰라요. 외쿡 남자랑 결혼하는 건 역시 현실을 사는 여자들의 로망일지도...다크아이즈님이 따님께 권하는 바로 그 이유로 말이지요. 사실 저는 그보다는 영어권 나라에 가 살고 싶어서 국제 결혼을 되게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는데(중2 때 더티댄싱 보고...), 역시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가 제게는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그리고 이쁜 혼혈아를 낳기에 제가 이제 너무 나이 들어버렸기도 하고....네, 뭐, 그렇습니다. 킁킁.


blanca 2015-02-1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 이것은 내가 상상한 이미지가 아닌데. 그런데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얼굴이 넘 좋다는 것. 그리고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내가 다 두근두근 했는데. 흑. 실망이에용 ㅡㅡ ㅋㅋ바다가 너무 이쁘고. 사진도 좋고. 미소도 이쁘고. 나 좀 스토커 같아요. 사진 확대해서 보려고 막 키우고 엉큼하게 막 웃고. 좀 말려줘요 ㅋ

다락방 2015-02-16 15:10   좋아요 0 | URL
아니, 블랑카님. 대체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신 겁니까? 그러니까 음..안젤리나 졸리? ㅋㅋㅋ
아무래도 사람들 실망시키는 걸 좀 막고자 이제 그만 사진을 내려야겠어요. 퇴근하기 전에 사진 내리고 가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스토커 같다는 블랑카님 댓글에 완전 빵터져서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튜어드 에게 물어볼 걸 그랬나요. 향수 뭐 쓰냐고? 하아- 전화번호라도 건네주고 와야 했던걸까요, 블랑카님? 하아-

레와 2015-02-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미녀!!!!
나쁜여자 같이 보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쓰라고 락방이 날 자극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2-16 15:00   좋아요 0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이미지 어쩔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좀 이따가 날려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02-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다락방님♥ 모두가 당신의 비타민 같은 미모를 칭찬하니 =:D 바다가...그냥
아주 예술입니다.물병에 곱게 싸오면 좋겠는데...그럼 저 런.빛깔이 아니겠지...슬퍼 ㅡㅡ; 참고로 그 아이가 딱 고만할 때만 인형같이 예쁘다는 거 !!!
성장 발육이 빠른 아이들은 얼굴도 눈에 띄게 확확 변하더라는~

다락방 2015-02-16 17:24   좋아요 1 | URL
비타민 같은 미모를 칭찬, 이라뇨, 그장소님. ㅠㅠ
착하고 선한 이미지라는 게 전부잖아요. ㅠㅠ 그건 뭐 딱히 칭찬이라고 볼 순 없지 않나요? ㅜㅜㅜㅜㅜ

ㅎㅎ
그러게요, 물병에 곱게 저 빛깔까지 담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까워요. 아름다운 바다였습니다.
:)

[그장소] 2015-02-16 17:31   좋아요 0 | URL
푸핫..아무리 그러셔도..저.많은. 분들의 투덜투덜은 아~~~ 다락방님은 내꺼야~!^^ 하는 정도로 밖에 안들리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당신의 여기 어디에 내가 이쁘단 칭찬이 있냐는 말도 ...그쵸~~^^ ♥ 나 한 매력 해욤~~하는 걸로밖에 안들려요~
어?==:@@@=^986ahkdgicx♡.♡ 이런 새 번역기가 고장인건가 ??

라로 2015-02-16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국에 있었을 때 매년 괌에 갔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괌 얘기 나오니 무지 반갑다는~~~~ㅋㅎㅎㅎㅎ
더구나 턱 선도 갸름한 예쁜 다락방님 사진까지!!! 와~~~대박!!!!ㅋ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2-16 17:26   좋아요 0 | URL
와- 매년 괌에 가시다니!! 저희는 삼남매가 몇년간 돈 모아서 이번에 처음 부모님 모시고 해외 다녀온거였어요. 그나마도 짧게 다녀왔고요. 그런데 가족이 함께 다니는 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즐거울 때도 있었고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찰을 일으킬 때도 있었고...하아-

턱 선도 갸름 이라뇨.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비님도 참 하하하하ㅏ하핳하하하하하 제 남동생이 `누나는 늘 턱이 두 개야` 라고 놀립니다. -_-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장소] 2015-02-1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비아롬님 외쿡에 계신 분이 외쿡을 그리워 하시니 순 국내만 아는 저는 흑 흑^^;

[그장소] 2015-02-18 08:03   좋아요 0 | URL
아ㅡㅡㅡ미투!!!♥

비로그인 2015-02-16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진 봤어요!!!
완전 부유하고 엄청 똑똑하면서 매력적으로 나쁜 여자같아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단호하고 파워넘치는 나쁜 여자요~
향수 궁금해요...ㅠㅠ 막상 물었는데 빨래엔 피죤이에요 그러면..뭐 그럴 리 없겠죠ㅋ

다락방 2015-02-17 08:21   좋아요 0 | URL
우앙- 아른님 댓글좀 봐!! 우앙- 짱멋졍!!

아른님, 사랑해요 ♡

2015-02-16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7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8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2-18 09:50   좋아요 0 | URL
연휴중에 언제 알라딘 들어오실 건가요? 연휴중에 올려둘게요. 말씀해주시면. ㅋㅋ 연휴 지나 내리죠, 뭐 ㅋㅋㅋ

2015-02-18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9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2-1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용기를 내서 남자승무원에게 향수 이름을 물어보았더라도 다른 미래가 열리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부끄러움 생성) 그렇지만, 용기를 냈다면 다른 미래가 열릴 수도 있었다고 난 생각해요.
다락방님은 초절정 미녀, 섹시함을 원하지만 귀여운 용모의 여자사람이니까요.
나도 용기를 내 보았어요. (__)

단발머리 2015-02-19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벽에 다락방님 셀카를 보고 나서 어제밤은 너무 행복한 밤이었어요.
이건 참 어려운 일인데....
예쁜데 참 성격 좋아보이기요. 다락방님, 딱 그래요.
예쁜데도 웬지 말 걸면 잘 받아주고, 리액션도 잘 해 줄것 같은 그런 인상이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자 승무원에게 말을 걸었어야 했어요. 진심입니당~~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있다보니, 갑자기 제 자신에 대한 의문이 생기네요.
나는 다락방님처럼 남자를 겁나 좋아하는 여자인데, 어째 이러고 있을까요.

우리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져, 완전 해피한 설날입니다.
감사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5-02-20 18:40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단발머리님도 참 칭찬 잘하시네요. 예쁜데 성격좋아보인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잉 몰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올렸으니, 이제 사진 다시 내립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별것도 아닌 사진을 보고 행복한 밤이라고 하시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늘 애정을 갖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은 진짜 좋은 분이셔요.
그걸 잊으시면 안돼요.

버벌 2015-02-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어엉 어어어 어어어.. 완전 프리해 보입니다
새해 복 많으받으세요.
전 서울 가고 싶어요.
락방님 뵈러...

다락방 2015-02-20 18:41   좋아요 0 | URL
버벌님...프리해 보인다는 건..오타인거죠?
프리티해보인다..는 댓글 쓰려다가 오타난거죠, 그죠? 그런거죠? 네? 그런거죠??
 

" ‥‥‥다이스케 씨가 옆에 없었으면 이런 일은 안 했어요."

"네?"

"만일 혼자였다면 이런 일은 처음부터 안 받았다고요."

시오리코 씨는 뾰로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서둘러 안경을 썼다. 눈가가 살짝 발그레했다.

다시 걸음을 옮기며 나는 그 말이 일전에 했던 질문의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없었어도 이런 의뢰를 받았을 거냐는 질문.

왜 지금 여기서 대답한 걸까. 타이밍을 영 알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것도 하나 있었다.

시오리코 씨는 무슨 일이든 어영부영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시간이 걸려도, 묻는 말에는 꼭 대답해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내 고백에도 반드시 대답을 줄 것이다.

벌써 5월도 반이나 지났다. 약속한 날까지 앞으로 2주 남았다. (p.193-194)


















5권의 처음을 열면 당연히 고백에 대한 답이 나올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훗, 책은 책인가, 그녀는 대답을 미뤘다. 그러나 다이스케 는 알고 있다. 그녀는 '묻는 말에는 꼭 대답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부분이 좀 멋졌는데, 나는 밍기적거리고 대답을 회피하는 것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분명히 대답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흐리멍텅하고 우유부단한 것보다는 명확하고 분명한 것이 모든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묻는 말에는 꼭 대답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가슴 벅찬 일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확신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짚고 넘어가는 사람,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 묻는 말에는 대답을 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면 사실 애매하게 내 가슴을 찢어놓는 일은 없지 않을까. 뭐, 엉뚱한 데서 찢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용문이 있었는데, 그건 어마어마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인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런 생각을 했다. '연애란 둘이 하는 것' 이라고. 나 혼자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경우가 찾아오면 나는 어쩌지, 하는 고민을 머리 싸매고 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답을 내리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리고 내가 내린 답이 반드시 옳다거나 행복한 답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고민을 입밖으로 내어 말하고나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감히 그런 일을 상상도 해볼 수 없었던 답을 얻어낼 수도 있다. 그를 사랑하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답을 내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나를 사랑하는 그는 그의 시점에서 답을 내릴 수 있다는 것. 바로 그런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답 열 개가 불행에 가까운 것이라면, 그가 생각해낸 단 하나의 답이 행복에 이르는 길일 수도 있다. 그것도 둘이 함께. 


일전에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시리즈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 라고. 전적으로 그 말에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그렇게 말한 마음을 이제는 뭔지 좀 알 것 같아졌다. 시오리코의 망설임과 고민에 단번에 자신의 생각을 말해준 다이스케 가 아주 단단한 의지가 되었다, 내게는. 


넌 내게 안정감을 줬어.






아우. 이 영화 보기 전에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친구와 분식이나 먹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보고나니 마음이 확 바뀌어서 친구와 나는 스맛폰으로 우리가 있는 곳의 근처 레스토랑을 급검색했고, 결국 대낮에 와인과 스테이크와 수제버거와 샐러드를 시켜놓고 깔깔대고 웃으며 먹었다. 하아- 나같은 여자는 정말이지, 이런 영화 보면 안되는데, 하아- 그런데 나같은 여자는 정말이지, 이런 영화를 좋아해?? 그러나 나는 지금 먹는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극중 셰프인 남자는 이러저러한 일로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에게는 이혼한 전(前)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실직한 마당에 여러가지로 쉽지가 않다. 이런 그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바로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스칼렛 요한슨'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에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는지 모르고 봤는데, 여튼 이들은 직장동료로 일하면서 서로에게 많이 의지했고 그러면서 이성간의 끌림같은 것도 서로 느낀 사이. 그러나 그들은 '이러지 않기로 했'으므로 선을 넘지는 않는다. 이 스칼렛 요한슨의 역할이 내게는 꽤 인상적이었는데, 그녀는 그에게 정말이지 특별한 사람이다. 직장 내의 고민을 얘기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 끌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지 않는 것까지 지켜가는 것도 그러한데, 그녀는 그를 '알아봐준다'. 그가 만드는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주고, 그가 간식을 만들어준다고 하면 눈을 빛내며 기다린다. 게다가 그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그녀는 알고 있다. 너 행복하지 않았잖아, 라고 하면서. 


이 세상을 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주는 사람을 과연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더 잘 봐주는데, 그러면서 성적인 끌림까지 가질 수 있다니. 이건 정말 특별한 게 아닌가. 그러므로 내가 그 둘 사이의 로맨스를 기대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둘의 관계는 로맨스로 연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존재는 희미해지는데, 그때 생각했다. 어떤 '특별한' 사람도 어느 순간 '그저 좋았던 사람'으로 남게될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사람은 꽤 중요하게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데, 중요하다는 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스쳐가는 데 방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사람을 지키는 것, 계속 내 옆에 두는 것은 물론 바라는 바겠지만, 다른 사람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앞으로 삶을 살면서 그와 그녀는 서로 다른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하면서, 간혹, 아주 가끔 서로를 그리워하다 연락하고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 년에 한 번, 혹은 이삼년에 한 번쯤. 혹은 남자가 레스토랑을 개업했으니 여자가 어느 순간 불쑥 찾아오게 될지도 모르고. 그런식으로 관계가 유지될 수는 있겠지만, 때로는 



좋은 사람은 그저 '좋았던 사람으로만' 남는 수도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맛있는 음식들과 풍경들을 보면서 흥분해가지고는 옆에 앉은 친구에게 우리 마이애미 가자고 속삭이고는, 참지 못해 이것저것 음식들을 마구 퍼먹고서는, 그런데 좋은 사람은 그저 좋았던 사람으로만 남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이성간이라도, 그저 '좋은 사람' 으로만 남아있고 혹은 스쳐 지나가고. 그런 것이기도 해, 인생은. 가만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성이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나 그저 그렇게 특별한 채로 스쳐 지나갔던 사람일 수 있었을텐데, 과연 누구에게 그랬을까? 일상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웃고, 성적인 끌림도 있으되,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지나간 그런 사람. 나는 누구에게 그랬을까? 그리고 누가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5》권을 출근하는 길에 다 읽을 것 같아, 다음 책은 뭘 읽을까, 어제부터 고민했는데, 오늘 아침 퍼뜩, 헤마와 코쉭의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모든 걸 바로잡아줄 것 같아서 결혼을 결심했다는 그 문장이 생각나, 헤마와 코쉭을 다시 만나야지, 싶어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 문장이 나오기 전에, 사랑에 빠진 문장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문장도 찾아봐야지. 내 책장에서 빼낸 《그저 좋은 사람》에는 포스트잇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헤마와 코쉭을 만날 생각에 설레었다. 어쩌면 이 설레임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인 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이런 건 때로 헷갈리는 게 아닌가.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실상 한번 실패한 뒤에 다시 시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겪은 사람이 아니면 몰라. 그렇게 한번 도망쳐버리면 대부분의 일들은 돌이킬 수 없게 되지‥‥‥." (p.99)

저번에도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젊은 놈들하고는 달리 우리 같은 늙은이들에게 시간은 충분치 않다. 좋아했다, 헤어졌다, 울고 웃을 시간이.
무거운 걸음을 떼어 느릿느릿 경사를 올라갔다.
전화를 걸지, 걸지 않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편의점까지 가면서 생각해야겠다. (p.103)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2-1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1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1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1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1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1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1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2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12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 오늘 측근님의 블로그에서 샌드위치에 레드 와인 사진을 보고 신음소리를 내고 싶어졌다. 며칠전에 칠봉이랑 대화하면서 나는, 레드와인의 안주는 모든 음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더랬다. 소고기도 좋지만 초밥도 좋고 치즈와 초콜렛도 좋다. 심지어 깍두기까지, 나는 그냥 모든 음식이 다 좋은 안주 같더라. 그런데 레드 와인에 샌드위치라니. 크- 이거슨 진정 호화스런 안주. 나였다면, 그 샌드위치를 한 입 물고 레드 와인을 마시면서 으으음- 하고 신음 소리를 바깥으로 내질렀을 것이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곧잘 감동하곤 하는 것이다. 이건 즉,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는 빡친다는 얘기다. 


하아, 문나잇님의 페이퍼에서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진을 보았다. 와인잔을 와인으로 가득 채운 사진. 아, 레스토랑에 가서 잔으로 와인을 주문할 때 언제나 밑바닥만 가리는 상태로 따라줘서 진짜 늘 빡치는데,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잔와인을 주문할 때 '많이 좀 따라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다. 일전에 Y 가 신촌에서 나를 와인 주문할 수 있는 곳에 2차로 데려갔을 때, 거기는 와인이 저렴한 곳이었는데, 바에 앉아 많이 따라주세요, 했더니 정말 한 잔 가득 따라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완전 꺅꺅 거렸는데, 아, 레드와인을 잔 가득 따르는 것은 사랑이고 축복이고 행복이고 행운인 것이다. 마침 그 때 바텐더에게 harlem blues 를 신청하고, 그 신청곡이 바에 흐르자 나는 진짜 행복이 터질 것 같았던 거다. 아 어떡해, 하고 내가 어쩔 줄 몰라하자 옆에서 Y 는 웃으며 말했더랬다. "울어도 돼요." 라고. 크- 


아 씨양. 와인 너무 좋아.


물론, 소주 안주로도 모든 음식들이 가능하다. 깍두기는 그중 압권인데, 이놈의 깍두기는 막걸리를 포함하여 맥주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나 놓여도 손색이 없다. 깍두기는 사랑이다. ♡


아...소주도 너무 좋아. 소주는 진짜 웬만한 남자들보다 나은듯..



아, 월요일 아침부터 와인얘기라니. 좋구나. 읏흥~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여자주인공은 사실 좀 말이 안되는 캐릭터 같다. 재미있어서 읽긴하는데, 고서의 판본까지 궤뚫고 문장들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여자라니,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은거다. 멘사회원도 이렇게까지는 못외울 것 같은데..(그런데 멘사 시험 본다는 미숙이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미숙아, 문제는 멘사시험이야!)

그렇지만 꽤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청순하게 옷을 입고 멋 부리는 거에 관심이 없으며 안경을 끼고 늘 책만 파고드는 가슴 큰 여자라니, 하하하하하. 자신이 가슴이 크며 그러므로 육체적 매력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 하지 못하는 아름답지만 멋부리지 않는 글래머 책순이 라니, 진짜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낸건지. 암튼 독특하다. 그리고 나 이거 4권까지 읽을 동안, 남주가 여주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왜 몰랐징? 걍 대충 넘겼나? 여튼 나는 4권까지 읽은 현재, 3권이 제일 좋았고, 4권은 가장 스윗스윗하다. 봄에들 읽으시라~!! ㅎㅎ



최근에 연애를 시작한 친구와 '간만 보는 남자'는 평생 간만 볼 것이다, 라는 얘기를 했었고, 최근에 관심남이 생긴 지인 한명은 《광식이 동생 광태》를 언급하며 '여자는 짐작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라는 말을 했더랬다. 짐작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건 비단 여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짐작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터. 어느 한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 다음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둘이 행복하게 연인이 되어 잘 지냈다, 의 결말로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어쩌면 '미안해, 나는 너와 같은 마음이 아니야' 라는 반응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말도 해보지 못한 채 속만 끓이는 것보다는 백 배 천 배 낫다. 오만 배 낫다. 왜냐하면, 고민만 하고 말을 꺼내지 못한다면, 나는 2년이고 3년이고 묶인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구헌날 오늘은, 내일은, 하면서 상대가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상대의 짐작으로 이걸까 저걸까 하고 살 수만은 없지 않은가. 설사 '아니'라는 대답을 들어도, 가슴은 찢어지고 폭풍같은 눈물로 며칠을 지새운다해도,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질러야 한다. 이 상대에게 실패하고 울게 된다면, 다 울고 난 뒤에 마음을 추스르고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하면 된다. 새로운 사람은 지금 내게 아니라고 말한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 여튼 그러니까, 지르자는 거다. '그래, 나도 니가 좋아' 라고 말해주는 게 최상이겠지만 '아니야, 나는 너랑 같지 않아' 도 나쁘지 않다. 최악은 여지를 주는 것. 밍기적대고 여지를 주면서 상대로 하여금 기대하고 기다리게 하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새끼들이 개새끼들이다. 그런놈은 내쪽에서 차버리면 된다. 


아, 요즘 주변에서 나한테 너무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놔서 키보드에 손만 대면 연애 얘기가 아주 그냥 주르르륵 나오네. 아, 그런데 이 말을 하게 된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때문이었다. 자, 이제 나는 스포를 터뜨린다.



늘 고서당의 주인인 고서에 관한 천재 글래머 '시오리코' 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다이스케'는 이번 4권에서 드이어!! 그녀에게 고백을 하는 것이다. 오, 신이시여. 오 갓! 



시오리코 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지팡이 때문인지 자세가 위태로워 보였다.

"미안해요, 뭐라고 했는데요?"

"또 오자고요."

한 번 더 말하는 건 쑥스러웠는지,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 발그레 뺨을 붉혔다. 술기운은 조금 깬 것 같았지만, 우리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손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항상 손닿는 거리에 이 손이 있을 거란 법은 없다.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

"시오리코 씨."

나는 산책로에 있는 조그만 철교에서 걸음을 멈췄다. 바람 한 점 없는 평온한 봄날 밤이었다.

"나하고 사귀어주세요."

수수께끼를 푸는 그녀만큼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막힘없이 말했다고 생각한다.

"좋아합니다." (p.321)



꺅 >.<

나는 늦은밤에 이 부분을 읽고 두근두근해지는 것이다. 좋구나. 좋다. 봄날 밤 이라는 게 좋고(봄밤님이 생각난다), 잡고 있는 손의 온기를 느끼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마음은 제대로 전해야 한다. 일전에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읽으면서, 죽은 남자가 살아있는 동안 나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여자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안타까워 했던가.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이라면, 그건 숨기지 않는 것이 늘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꼭 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아이를 낳았다는 전형적인 결말에 이르지 않더라도, 이 지구상에 누군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건 분명 모르는 것보다 더 좋으니까. 더 행복하니까.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설사 나랑 헤어지게 되고 또 나를 더이상 만나지 않는채로 살게 되도, 내가 자신을 좋아했었음을 기억하길 원한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모르고 살아가기엔 지나치게 아름다운 일이다. 




"안 가요."

"왜? 「오시에」의 첫 원고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거니?"

"‥‥‥있어요."

한동안 생각한 끝에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대체 그게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시오리코 씨가 가자기 돌아보며 말했다.

"다음 휴일에 다이스케 씨와 데이트해야 하거든요." (p.317)



시오리코 가 란포의 첫 원고를 따라가지 않고 데이트를 선택한 것이, 그토록 좋아하는 첫 원고보다 데이트 쪽에 더 흥미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란포 보다 다이스케를 좋아한건지도 역시 모르겠다. 어쩌면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말일 수도 있다. 아직 그녀의 마음을 모르겠지만, 데이트라니, 설레이잖아. 


오늘 출근길에 양재역 8번 출구로 나왔는데, 세상이 밝은거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역을 나서면 여전히 어두컴컴했는데, 제법 밝아졌어. 날씨는 추웠지만 점점 더 낮이 길어지는 계절로 다가서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읽은 책에서는 데이트 라는 설레이는 단어가 나왔고, 아침에 지하철역을 나서니 밖이 환해져 있었다. 우리는 곧 봄날을 맞이하게 되겠구나. 이렇게 봄날 밤도 성큼 다가서게 되겠지.



여자는 책을 좋아한다. 인간 관계에 서툴러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곧잘 더듬기도 하고, 수줍음이 너무 많아 말문이 막히는 경우도 많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고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을 빛내고 막힘없이 술술 말한다. '체질상' 책을 읽지 못하는 다이스케는, 그녀로부터 책 이야기를 듣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러니 이 둘은 아주 잘 만난 셈이다. 책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책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 글쎄, 이 둘이 커플이 된다고 하면 이렇게 알콩달콩 한쪽이 얘기하고 한쪽이 듣는 것을 언제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가진 다른 점을 서로에게 잘 맞다고 생각하며 좋아하는 건 분명 좋다. 그래서 321쪽의 고백보다도, 317쪽의 데이트보다도, 사실 나는 이 문장에 설레었다. 아주 많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오리코 씨가 힐끗 내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여기서부터 본론인 모양이다. 오늘 하루 내내 남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던 분위기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 사람에게 책 이야기를 든는 건 역시 즐겁다. (p.137)



아- 너무 좋다. 가슴속이 뭔가 꽉 차오르는 기분이다.


며칠전에 친구 m 과 이야기하면서 '책 많이 읽는 남자는 연애상대로 별로야'를 동시에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내가 책 얘기 하는 것을 '듣기' 보다 '말하기'를 더 좋아해서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저 문장을 보며 잠깐 들었다. 훗.  


이 사람에게 책 이야기를 듣는 건 역시 즐겁다.


아, 진짜 꽉 차오르는 문장이다. 꽉, 꽈악-




주변에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자꾸만 [삼시 세끼]를 보라고 권하길래 처음으로 보았다. 차승원 보면 반할거라나? 아니나다를까, 와, 1편에서 그가 자신의 동선에 맞게 주방기기들을 세팅하는 걸 보고, 프로구나- 하며 감탄했다. 멋져..그 길쭉한 기럭지로 다다다닥, 정리하는 모습이 멋졌다. 게다가 굉장히 편안하고 안정감있게 요리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람 뿅 가게 할만큼 멋졌는데, 그거야 당연히 멋진 거고, 내가 의외로 꽂힌 건 다른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 먼저 잠에서 깨어 산책을 나갔다 온 유해진이 늦게 일어난 차승원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바깥으로 나와 유해진의 말을 들으며 차승원은 스트레칭을 했던 것다. 팔을 쭉쭉 뻗는 스트레칭. 와- 그게 너무 좋았다. 뭔가 '이 사람은 자기 몸을 자기가 컨트럴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줬달까. 내 몸을 내 쓰기 편하게 내가 관리한다, 는 느낌. 그게 무척 좋았던 거다. 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너무 싫어서 '자기 관리 잘 하는 사람'에 대해 남들이 멋지다고 말할 때, 동의하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못살아', '내 자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 라고 곧잘 생각하곤 하는데, 일어나자마자 쭉- 스트레칭 하는 차승원을 보니 되게 근사한거다. 참 근사하군, 하고 생각하다가 퍼뜩 떠올랐다. 매일은 아니지만 나도 가끔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는 걸. 눈뜨자마자 침대에서 나오기 전, 엎어져서 다리를 쭉 뻗고 팔을 침대에 대고 상체를 일으켜 한껏 뒤로 뻗었다가 다시 엎드린 자세를 취해 고개를 숙이고 침대에서 나오고 그랬던 거다. 이런 내가 생각나면서, 크, 나도 조또 근사한 여자였구나,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사실 따지고보면 내가 뭐 그렇게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단 말이야?






주말에 안산 여동생 집엘 갔는데, 술 마시는 내 옆에서 이제 여섯살 조카가 그림을 그렸다. 이모랑 삼촌이라고 했다. 아- 나는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 나는 이 아이가 나에게 뭔가 사달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좋다. 아직은 내가 이 아이가 원하는 걸 사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아이가 더 크면 아마 사달라고 말하는 것들이 더 높은 금액대에 있겠지. 아이가 이모에게 말하면 사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게 나로서는 무척 마음에 든다.



책상 서랍에 페레로로쉐가 한개쯤은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는 순간 초콜릿이 보이지 않아 아주 많이 실망했다. 먹었구나, 내가... (시무룩) 그거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출근했구먼.... ㅠㅠㅠ 하앍- 초콜릿을 배가 터지게 까먹고 지쳐 잠들고 싶다..따뜻한 데서...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5-02-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리코씨는 남성동지들의 로망 그 자체! 청순하고 지적인데 글래머라니. 다 가졌어. 이럴수 있나.ㅎㅎ


무튼. 우리집에 화이트와 레드와인 있다. 아, 호가든도 있구나!
뭐 그렇다구요. 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2-09 11:28   좋아요 0 | URL
좀 더 써봐. 샌드위치 만들어준다고 하면 내가 가는 날짜 잡아볼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햄 좀 많이 넣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2-0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2-09 15:18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말이죠. 누가 자기 좋다는 건 좋아가지고 여지만 남겨두는 쉐키들...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02-0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타미^^ 그림도 잘 그리네요! 타미에게 이모랑 외삼촌은 항상 행복하군요. 무지개위에서^^ 늘 타미에게 환하게 웃어주시니 그렇겠죠?^^

비블리아 고서당..은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읽히지 않을 것 같아 안 샀는데요. 캐릭터들은 정말 맘에 드네요. 자신의 미모엔 초연하면서 고서에만 애정을 갖는 여주.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부럽네요. ㅎㅎ 그리고, 다이스케씨 멋져요. @_@; 항상 손닿는 거리에 이 손이 있을 거란 법은 없다. 라니. ㅠㅠ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시켜야 할 문장입니다. @_@;

저도 와인 따라줄 때 밑바닥에 깔면 짜증나요. -_- 술은 채워야 좋지요. 사실 사진보다 더 찰랑찰랑 채우는데 그나마 사진찍는다고 자제했ㅎㅎ;;;

맞아요. 저도 술마실 때 안주를 별로 가리지 않아요. 라면이랑 레드와인 마셔도 맛있어요. ㅎㅎ

얼른 퇴근해서 레드와인 찰랑거리게 한잔하고 싶네요.@_@;


다락방 2015-02-09 15:20   좋아요 0 | URL
저도 저 그림 보고 완전 반했어요, 문나잇님. 너무 예쁘게 그려줘서 고마운 심정. 보고 보고 또 보고 있습니다. 헤헷.

비블리아 고서당은 엄청 잘읽혀요, 문나잇님. 문나잇님이시라면 잡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하실 거에요. 판형도 작고 술술 넘어가요. 캐릭터도 좋고요, 무엇보다 여주가 책 얘기 해주는데 귀를 기울이게 돼요. 물론 그렇게나 정확히 많은 것들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믿기지가 않지만 말입니다. 아스퍼거증후군이 아닐까, 라고 저는 생각해봅니다. 책에 대해서라면 한 번 보고 잊지 않는 거죠.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게까지 기억할 순 없을 것 같아, 제게는 약간 비현실적인 캐릭터긴 해요. 어쩌면 부러워서 이러는걸지도...

아, 치킨 먹고 싶어요, 문나잇님. 초코케이크도 먹고 싶어요. 초코케이크랑 치킨 앞에 쌓아두고 레드와인 찰랑찰랑 마시고 싶어요. 취하면 헤롱헤롱 잠들고 싶어요. 우어어어어

열매 2015-02-0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블리아 고서당의 사건수첩 저는 일드로 봤었어요 ^^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이 글래머란 설정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잠 안 오는 밤이면 부담 없이 한 편씩 보곤 했는데, 저 역시 책 이야기가 재미있더라구요
탐정 드라마 느낌도 나고.. ㅎㅎ무엇보다 사연이 담긴 고서들이 매력적이었어요 ㅋㅋ
봄이 되면 저도 책으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저녁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님~

다락방 2015-02-09 17:43   좋아요 0 | URL
오, 일드에선 글래머란 설정이 아니군요. 아마도 청순가련형의 글래머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가 아닐까...하고 혼자 잠깐 생각해 봅니다. ㅎㅎ
사연이 담긴 고서들의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그 사연을 유추해가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점도 재미있죠. 물론 여주가 너무나 천재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어쩌면 어딘가에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저는 읽었던 책도 읽었던 사실 마저 까먹곤 하는데 암튼 대단한 사람인듯 합니다.

꿀이님 방학이라 그런지 글이 자주 올라오네요? 으흐흐흐흐.
알바도 독서도 자원봉사도 재미있게 즐겨요!!
 

일전에 나는 포르노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섹스를 나누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쓴 적이 있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친구를 사귀든 연인을 사귀든, 나는 내가 관계를 맺는 그 어떤 누구와도 이야기가 있기를 원한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내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바라는 것도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그 이야기가 웅장하거나 장엄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닐지라도,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내게 울림을 준다면, 나는 그런 이야기가 좋다. 특별히 어떤 이야기냐, 라고 하면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끌리기도 하고(차일드 44 의 레오처럼), 내적 갈등으로 본인의 삶이 휘청거리는 이야기에 끌리기도 한다(지옥 천국처럼). 그리고 또, 나로 하여금 도무지 버릴 수 없게끔, 무시할 수 없게끔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에는 책을 읽을 때 인상적인 구절이 나오면 포스트잇을 붙여두었지 다짜고짜 밑줄을 긋진 않았다. 예전엔 무조건 밑줄 먼저 그었는데, 요즘엔 책을 읽으면서 '다 읽고 중고샵에 팔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읽다가 확- 좋아지면 그때는 내가 포스트잇 붙였던 부분들을 다 한번씩 펼쳐서 밑줄을 긋는다. 이 책은 내 거다, 하고. 물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처음부터 이 책은 내 거다, 의 마음으로 밑줄을 긋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팔아야지' 했다가 결국은 밑줄을 그었던 책 중에는, 최근에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도 그런 책이 되었다. 결국은 줄을 그어버리고 만 책. 왜? 위에서 얘기했던, 나로 하여금 도무지 그냥 넘길 수 없게 만드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이 안에 있어서. 자, 이 문장에서 나는 이 책을 내 것으로 하기로 했던 거다.



이제까지 내내 나는 심장 주위에 일종의 댐을 치고 사랑의 감정을 막고 있었다. 이제 벽이 무너져 내리고 심장에 담겨 있던 사랑이 흘러넘치면서, 그 안에 빠져 죽을 것만 같았다 ‥‥‥. 그러나 몸이 다시 회복되면서 사랑의 물살도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잔잔해지고, 침착해졌다. 마침내는 내 평생 이렇게 침착했던 적이 다시는 없었던 것만 같았다. 「난 모드를 잃었어.」 나는 데인티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몇 번이라도 반복해 말하곤 했다. 그러나 차분하게 말하곤 했다. 처음엔 속삭이며 말했다. 그러다가 날이 지나가며 힘을 되찾게 되자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침내는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난 모드를 잃었어.」그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찾아낼 거야. 한평생이 걸리더라도 상관없어. 찾아내고 말 거야.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말해 줄 거야. 멀리 떠났을지도 몰라. 지구 반대편에 있을지도 몰라. 결혼했을지도 모르지! 상관없어. 찾아낼 거야. 그리고 모든 걸 말해 줄 테야‥‥‥.」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p.696)


















아!

나는 이런 이야기에 몹시도 끌린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상대를 찾아가는 이야기. 찾겠다고 다짐하는 이야기. 결국은 어떻게든,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려서든 당신에게 닿겠다고 말하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를, 지평을, 핑거스미스를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에피톤 프로젝트의 회전목마를-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있으니- 사랑한다. 이것들은 마치 내게 주술같은 거다. 이 이야기들을 만나는 것, 읽고 보고 듣는 것, 이런 것이 내게는 아주 커다란 힘을 주는 거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빨아들이고 싶다. 당신에게 언제든 어떻게든 닿겠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돌아오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돌아올 거야?」데인티가 말했다.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p.697)



데인티와 수는 친구 사이이지만, 돌아올거냐 묻는 건, 아주 은밀하고 간절한 욕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아올거냐, 라고 묻는 건 아주 많은 두려움을 내포한다. '아니'라는 답을 듣기 싫어 나는 차마 묻지 못하는 것을, 데인티가 수에게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아주 용감하게 보인다. 모르겠다고 답하는 걸 들을 때, 어떤 기분일까. 친구든 연인이든, 그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든, 누군가가 돌아오길 바란다는 거, 그건 한없는 기다림을 담보한다. 탕웨이가 만추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돌아보던 것처럼, 정우성이 호우시절에서 여자가 문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던 것처럼. 결국 기다리던 상대가 돌아와준다면, 그렇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기다림 자체로 이미 사랑이 아닌가.




아, 나는 정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사랑한다. 특정한 화법을 사랑하듯이, 특정한 이야기를 사랑한다. 그 특정한 이야기는 그래, 바로 이런 이야기인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겠다는 것, 닿기 위해서 내가 움직이겠다는 것. 나는 이런 이야기에 특별히 더 마음이 간다. 특별하게. 아주 특별하게.




모드와 수가 사랑하는 것이 책을 읽는 동안 좀 찜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드와 수는 둘다 고아였다. 수는 엄마처럼 수를 키워준 사람과 함께였지만, 모드 곁에는 모드를 딸처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십대무렵 모드를 키워준 외삼촌은 성적으로 모드를 무시하고 학대했다. 그런 모드가 악몽을 꾼 밤, 수처럼 모드를 쓰다듬어주고, 수처럼 모드 옆에 누워주고, 수처럼 모드를 안아준 사람이 없었고...그러니까, 읽다가 어느 순간, 이것은 그러니까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에게 처음 찾아온 따뜻한 애정을 동성애로 발현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성애가, 무엇이 잘못되서 하는 게 아닌데, 이건 마치 어릴 때 환경이 좋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했던 거다. 이게 내내 찜찜했다. 그렇다면 모드는, 만약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면, 그렇다면 수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았을 거란 말인가? 하면서 뭔가 명쾌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던 거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달까. 그 약간의 찜찜함은 책을 다 읽으면서, 그렇게 수가 모드에게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고백하는 걸 보면서 좀 잊혀지긴 했지만, 여튼 그런 약간의 찜찜함을 나는 좀 느꼈던 거다. 이건 내가 과민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건그렇고,



일전에 김민,이민우,추상미,이영애,김상경,이재룡이 나왔던 드라마 [초대]에 그런 장면이 있었다. 이게 모드가 수로 하여금 감동을 받았던 그 장면에서 떠올랐는데, 극중에 추상미가 혼자 사는데 이민우가 룸메로 들어온거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데, 이민우가 아빠친구 아들이었던가 뭐 그런거였던 듯. 여튼 그래서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이민우는 추상미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연하남이었던 것. 추상미는 이민우에게 그러지말라고 하며 콧방귀도 안끼는듯 하는데, 어느날밤 천둥번개가 친거다. 추상미는 너무 무서워서 자기 방에 있다가 거실로 나오는데, 거실로 나오니 이민우가 있고, 나와서 이민우를 보고 덜 무섭다고 생각하며 안도하는 거다. 나는 그 드라마를 자주 보지 않았고, 기억나는 부분도 거의 없는데, 이 장면이 참 오래 남아있다. 천둥번개 무서운 밤, 누군가를 보며 안도하는 장면이. 



여자가 낯선 목소리로 말한다. 「수예요, 아가씨. 저 수예요. 알아보시겠어요? 꿈꾸신 거예요.」

「꿈?」

수가 내 뺨을 만진다. 내 머리를 어루만진다. 아그네스는 이렇게 해준 적이 없다. 내게 이렇게 해준 사람은‥‥‥아무도 없었다. 수가 다시 말한다. 「저 수예요. 아그네스는 성홍열에 걸려서 집으로 갔잖아요. 이제 누워 계세요. 안 그러면 한기 들어 병날 거예요. 아프시면 안 돼요.」

나는 잠시 동안 다시 캄캄한 혼란 속을 둥둥 떠다닌다. 그리고 꿈이 갑자기 내게서 미끄러져 나가고 나는 수를, 그리고 나 자신을 자각한다. 내 과거, 현재,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자각한다. 수는 내게 낯선 사람이지만 내 모든 시간의 일부이기도 하다.

「날 두고 가지 마, 수!」 내가 말한다.

수가 망설이는 것이 느껴진다. 수가 손을 빼내자 나는 더 세게 수를 잡는다. 하지만 수가 움직인 것은 그저 나를 타 넘어 가기 위함이었고, 수는 이불 밑으로 들어와 자기 팔을 내게 두르고 내 머리에 입을 대고 눕는다.

수의 몸이 차서 내 몸까지도 차가워진다. 나는 몸을 떨지만 곧 조용해진다. 「그래요.」 수가 말한다. 수가 말을 웅얼거린다. 수의 숨결이, 그리고 내 뺨 뼈 속 깊이까지 부드럽게 울리는 수의 낮은 목소리가 느껴진다. 「그래요. 이제 주무세요. 아시겠죠? 착하기도 해라.」 (p.326)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건, 바로 이 순간들을 위해서가 아닌가 싶어지는 때가 바로 이런 때다. 천둥번개가 칠 때, 그리고 악몽을 꿀 때. 무서울 때, 무서워서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 '내가 옆에 있다'고 말해주고 쓰다듬어 준다면,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한결 쉬워질테니까. 아마도 이런 순간들에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 아닐까. 천둥번개가 치는데 누군가를 보고 안도하며, 악몽을 꾸다가 일어났는데 나를 쓰다듬어주는 누군가 때문에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도 꽤 근사한 일일 것 같다. 



천둥번개도 매일 치는 게 아니고, 악몽도 매일 꾸는 게 아니지만...




핑거스미스에서 가장 처음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이 문장이었다.



겨울밤 부엌을 떠나는 건 늘 천국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p.64)



이 한 문장이 부엌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달까. 약간 노란빛의 조명, 음식 냄새, 모여 앉은 사람들, 같은, 그런 분위기. 이 문장 때문에 참 좋다, 했더랬다. 







오후에는 업무차 남자 직원의 도움이 필요했고, 나는 같은층의 다른 부서 사무실로 가 노크했다. 그 사무실에는 젊은 남자 직원 셋만 있었는데, 둘은 아직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된 신입들이다. 


한명만 좀 도와줄래요?


라고 묻자 두 명의 신입직원이 벌떡 일어나 '제가 하겠습니다' 한다. ㅋㅋㅋㅋㅋ 그러더니 둘이서 실랑이를 벌인다. 제가 할게요 제가 할게요 제가 할게요 제가 할게요. 누가누가 먼저 몸을 들이미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이런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퇴근할 때는 내 자리에 와서 나한테 인사하고 간다. 들어가보겠습니다, 하고. 캬- 이거슨 내가 가진 권력의 힘인가. 역시 여자는 파워야....뭔가 남자들한테 일을 지시하는 입장이라는 게, 완전 너무 좋아. 크-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내 권력을 즐기고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하아- 뭔가 회사내의 나의 이미지는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는데 조또 매력적인 과장님, 정도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좀전에는 동료 직원이 준 에비씨 초콜릿을 두 개 먹었다. 아, 이러면 안되는건데, 하면서 초콜릿을 입에 물었는데, 진짜, 욕나오게 맛있는 거다. 난 사탕도 안먹고 껌도 싫고 캬라멜도 싫어하는데, 아, 초콜릿은 진짜, 어휴, 이건 뭐 그냥, 진짜...좋다. 정말 좋다. 초콜릿은 정말 맛있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2-05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6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2-0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말은 못해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거에요.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는데 .. 매력적인과장님이오. ^^
핑거스미스,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못 읽었네요. 읽어야겠어요. 불끈!

다락방 2015-02-06 11:5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그럴까요, 문나잇님? ㅋㅋㅋㅋㅋㅋㅋㅋ

핑거스미스 재미있더라고요 문나잇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어요!
라고 썼지만 손에서 책을 많이 놨습니다. 계속 졸리고 친구랑 수다도 떨어야 했고 술도 마셔야 했고...그래서요. 문나잇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거에요!!

무해한모리군 2015-02-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9년에 쓴 제 페이퍼에는 그녀의 사랑 묘사는 간지럽다고 되어있네요.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한두작품 더 읽었는데 처음이었던 이 작품이 제일 좋았어요.

기피대상 악덕 상사인 저로서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

다락방 2015-02-06 17:0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는 수랑 모드가 서로를 사랑하는 걸 깨닫는 장면도 좋더라고요. 수가 자꾸만 자신은 사기를 치려고 여기에 온거라고 되새기지만, 모드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도 좋았고요. 재미있었어요, 휘모리님.

단발머리 2015-02-0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만 읽어도 다락방님이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고 조또 매력적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제가 할게요,를 외치고, 인사하고 가는 신입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초콜릿은 정말 맛있어요. 핑거스미스는 두꺼워요. T.T

다락방 2015-02-06 17:1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글에 속으시는 겁니다, 단발머리님. 예쁘고 카리스마 넘치고 조또 매력적...이란건 제 말이니까 제 말을 믿지 마세요, 단발머리님. 눈으로 확인하기 전엔 믿지 마라! ㅎㅎㅎㅎㅎ

초콜릿은 정말 맛있고, 핑거스미스는 재밌습니다!! :)

Mephistopheles 2015-02-0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찾아낼 거야. 한평생이 걸리더라도 상관없어. 찾아내고 말 거야.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말해 줄 거야. 멀리 떠났을지도 몰라. 지구 반대편에 있을지도 몰라. 결혼했을지도 모르지! 상관없어. 찾아낼 거야˝

단어 몇개만 살짝 바꿔치면.....테이큰의 리암니슨이네요.. 암거너 파인유 엔 킬유!!!!

다락방 2015-02-06 17: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최근에 친구가 널 찾아서 죽여버릴거라는 이 테이큰의 짤을 보내줘서 웃었는데 ㅋㅋㅋㅋㅋ테이큰이 유명하긴 하네요.
아..빨리 퇴근하고 싶어요. 술약속 있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ussbaum 2015-02-06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열심히 출연중인 다락방님 손가락이군요 !!

어쩌면 다락방님 손가락은 엄청나게 작은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

다락방 2015-02-09 11: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섬세한 너쓰님. ㅋㅋㅋㅋ

제 손가락은 네, 아마도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 있을 거고 또 느끼고 기억하고 있겠죠.
:)

춤추는인생. 2015-02-0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밤 부엌의 따뜻한 온기. 그런데 그 한줄을 딱 잡아내시는 다락방님의 시선이 참 좋아요
일전에 다락방님이 시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시를 잘 알지 못하는, 어려워 하는 우리에게
다락방님이 부연해주는 시에 대한 설명이 참 좋아용
그뿐인가요 다락방님은 시도 잘쓰는 뇨자쟎아요
요즘은 왜 창작활동 안하시는거죠? 시써주세요 다락방님
2월이 되었는에 이곳은 갈수록 추워져요 겨울이 겨울이 아닌것 같다고 말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2월내내 눈이 내려요
뼈속까지 시려서 주전자의 물이 바글바글 끓고있는 주방에 앉아 책읽다가 다락방님이 생각나 몇자 적어요.
이번한주 즐겁게 보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5-02-09 11:33   좋아요 0 | URL
춤인생님은 그렇지만 시를 아주 잘 알지 않으세요? 제가 기억하는 춤인생님은 시를 좋아하고 외우고 잘 읊는 그런 분이신데요. 제게 시는 여전히 어렵고 그래서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것이에요. 저는 시에 대한 설명을 한다기 보다는 시에 대한 제 느낌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편이죠. 시를 전체로 보지 않고 부분으로만 보는 것 같아요, 저는. 소설도 영화도 다 그렇게 보듯이 말이지요.
춤인생님이 시를 쓰라 하시니, 제가 한번 다시 써보겠지만, 이, 시라는 게 말입니다, 영감이 필요하단 말이죠? ㅎㅎㅎㅎㅎ 영감이 저를 찾아오는 날 일필휘지로 시를 적도록 할게요. 후훗.

여긴 이제 서서히 낮이 좀 더 길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아침이 평소보다 일찍 찾아온 것 같아 괜시리 설레이지 뭡니까. 그곳에서 잘 지내면서 글 부지런히 써줘요, 춤인생님. 재미있게 읽고 보고 있으니까요. 알았죠?
:)

헤스티아 2015-02-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일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보통은 책을 미리 검색해서 가는데 그 날은 그냥 느낌대로 고르고 싶더라구요~
쓱 훑어보다가 한쪽 끝에 이 책이 있는걸 보고 별 생각없이 집었는데~
하필 야한부분이 딱 ~ 오전 9시에 ㅎㅎㅎ
뭔가 궁금해서 볼까말까 하다가 다시 꽂아두고 왔는데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보다니 ㅋ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ㅋㅋㅋ 그냥 포르노 같은 소설인가? 라는 생각에 빌릴때 혹시나 아르바이트 생이 이 책을 읽었으면 서로 민망할꺼 같고 고민하다가 못빌렸거든요 ㅋ

다락방 2015-02-10 14:19   좋아요 0 | URL
전혀 포르노 소설이 아닙니다, 헤스티아님. ㅎㅎ
아주 재미있는 소설책입니다. 이거 영국 드라마로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그러니 보시면 후회 않으실 거에요.
다음에 도서관 가신다면 망설이지말고 빌려보세요! ㅎㅎ

yamoo 2015-02-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제가 뭐랬습니까...밑에 포스팅도 그렇고...팔려다가 이제는 다락방님의 애장 도서 목록에 등록까지..^^

흠...제가 다시 하나 강추 드립니다. 막상스 페르민의 <눈>을 읽어보세요. 핑거스미스보다 더 좋아하실 듯합니다!! 이건 제가 장담합니다~ㅎ

다락방 2015-02-11 14:33   좋아요 0 | URL
야무님의 댓글 읽고 지금 막상스 페르민으로 검색했는데 이 책은 절판이네요? ㅜㅜ
야속해라. 혹시 몰라 중고알림등록 해두었어요. 문자가 온다면 잽싸게 주문해야겠습니다. 헤헷.

그런데요 야무님, 어떤 책이 나오는 건가요? 패션에 관한 책인가요? 아주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훗

yamoo 2015-02-12 14:53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신경쓰실거 없어요. 아주아주 허접한 책입니다. 패션에 관계된 책이라면 제가 서재에서 자랑을 왕창 했겠지요..ㅎ 그냥 평소처럼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담에 좋은 책 낼때 여기서 자랑질을 마구 할 거에요..ㅋ 그때 기다리시면 될 듯합니다~~^^

다락방 2015-02-12 15:33   좋아요 0 | URL
네, 어서 빨리 좋은 책 내셔서 자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흐흣 :)

singri 2016-01-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고 있어서 글 안봄 ㅋㅋㅋ그치만 좋아요는 누르고 ㅋㅌㅋ

다락방 2016-01-15 08:10   좋아요 0 | URL
이거 엄청 재밌어요, 싱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