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든 시사인이든 받아보면 북섹션을 가장 관심있게 보곤 하는데, 서평이나 신간 소개를 보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들면 스맛폰을 이용해 보관함에 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휙- 보고만 만다. 때로는 읽어보고 싶은 책이 아주 풍성하게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질 때가 있고, 때로는 어느 한 권도 흥미가 생기지 않곤 하는데, 어제 시사인은 와- 읽다가 보관함에 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읽어버고 싶은 책이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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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부터 넘겨보며 가장 먼저 보관함에 담은 책은, '오사 게렌발'의 《7층》 이었다. 맙소사, 데이트 폭력이라니. 《어두운 기억속으로》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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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참여로 제작된 책으로 저자의 실제 증언과 보도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스웨덴 작가 오사 게렌발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충분히 교훈적인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7층은 오사가 뛰어내리려고 했던 층이다. 오사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친구가 그녀를 고문하는 공간인 심리적 감옥에 갇혀 있다. 오사 게렌발은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예술 공부를 위해 부모님 곁을 떠나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똘똘 뭉친 닐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와 함께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이야기. 그녀는 우선 그들이 사랑의 관계를 쌓아가던 시기의 행복을 묘사한다. 

그러나 어느새 닐은 그녀의 외모와 행동에 대해 기만적인 표시를 보임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의혹을 품게 만든다. 명령을 하고 구타를 한다. 작가는 어떻게 폭력이 일상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며 어떻게 남자가 서서히 자기 동반자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그녀의 살점을 물어뜯었을 때 그녀는 마침내 그를 떠날 결심을 하고 힘겹게 자기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다.

일종의 일기를 만화로 승화시킨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내면 깊숙한 데서부터 오는 자기 자신의 파괴에 대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느끼게 한다. 표현력 넘치는 그래픽 아트의 강렬하고 극적인 이야기를 결코 경박함을 드러내지 않은 채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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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관심간 책은 '캐롤라인 무어헤드'의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이 책의 소개를 읽다가 나는 오래전에 읽은 책,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생각이 났다. 재판을 받으며 한나가 판사에게 했던 말.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말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기 때문에, 여기에 내가 있고 거기에 네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킬수만 있다면, 우리는 '견디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어쩐지 위의 7층도, 이 책도 모두 '여자들'의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여자들의 책이기 때문에 여자가 봐야 하고, 여자들의 책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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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권 분야에서 활약하는 영국의 기록문학 작가 캐롤라인 무어헤드가 아우슈비츠 생환자들의 개인적 기록과 공문서, 생존자 구술을 채록해 서사적으로 재구성한 르포르타주다. 프랑스의 평범한 아내, 어머니, 딸이었던 여자들이 ‘내 아이를 이런 곳에서 키울 수 없다’며 아우슈비츠의 ‘정치범’이 되어 죽음의 수용소를 겪기까지의 체험을 생생하게 다룬다. 

이 책은 또한 나치의 피해자 중 반드시 유대인이었던 것은 아닌 ‘여성들’에게 주목한 최초의 책이다.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의 역사가 인종적 희생자인 ‘유대인 남성’을 중심으로 기록돼온 것을 생각하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며 해외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우수 정치 저작물에 수여되는 영국의 오웰상에 후보(2012)로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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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기랄. 금정연의 서평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책 표지가 내 흥미를 전혀 끌지 않았으므로 말이다. 그러나 금정연, 익숙한 이름이 아닌가(우리는 트친..). 그래서 읽었고 읽다가 또 스맛폰을 꺼내들고 책을 담았다. 재미..있단다. 재미있다니. 흑. 서평만으로는 이 인물이 좋은 인물이라는 건지 나쁜 인물이라는 건지를 모르겠다. 하긴 뭐,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고. 극단적인 경향도 있고 아니기도 하고.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읽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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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추적한 전기다. 이 실존 인물의 삶을 풀어 가는 카레르의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아름답든 추하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동시에 카레르 자신의 인생과 감상이 섞여 있다. <문학적 다큐멘터리>, <기록 문학> 등으로 일컬어지는 카레르 특유의 서술 방식이다.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작가 자신의 에고를 벗어던지고 얻어낸 문학적 성취>라고 말했다. 한 치의 소설적 허구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이 담긴 『리모노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리모노프의 삶과 자연스럽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카레르의 치밀한 문장들이 어떤 소설보다도 강하게 독자를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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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책소개 란에는 <한 컷, 그림책>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 이번에는 여섯권의 책이 실렸는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라가치 상 모든 부문에서 여섯 권이 수상을 했기 때문이란다. 그림책은 내 관심분야가 아니고, 사실 나는 라가치 상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덕분에 알지 못했던 여섯 권의 그림책에 대해 알게 된다. 이 그림책들에 대한 이 기사를 읽고 있노라니, 아, 이 그림책들을 모두 조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조카에게 선물해주기 전에 당연히 내가 읽어도 좋을 것이다. 시사인 이 코너의 글을 일부 옮겨보자면,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대단히 아름다운 그림이, 두려움과 대면하여 자기를 찾아가는 불편한 진실로 독자를 데려간다'는 평을 받았다.

<담>에는 '담이 친구가 되어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고요하지만 광활한 그림이 감성 충만한 시적 공간을 만든다'는 심사평이 따랐다.

<민들레는 민들레>는 효과적인 여백과 시적인 짧은 글이 남긴 깊은 인상과 함께 척박한 환경에서 힘껏 살아가는 작은 생명의 아름다움이 언급되었다.

<위를 봐요>에는 휠체어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아이의 시선에 잡힌 길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담백하면서도 감동적인 내러티브'에 실려 펼쳐진다. -시사인  제390호, '김서정'의 글에서 발췌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르고, 그림으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아야 할지 잘 모른다. 내가 시각적인 것에는 딱히 영향을 받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뮤지컬에 큰 흥미가 없는데, 보는 순간 즐거운 것에 대해서 나는 큰 감흥을 받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런것 같다. 나는 뒤돌아서도 곱씹고 생각하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좋은데 그림이나 뮤지컬로는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위의 발췌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림책을 넘겨보며 대단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림책을 보는 훈련이 덜 된것일 수도 있으니, 보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게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 활자인데, 그 활자가 적은 책이 내게 무슨 영향을 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어른들을 위한 활자'에만 반응하도록 세팅되어진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언제나 흥미롭게 읽는 정여울의 글이다. 이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대단히 똑똑하고, 충분히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멋지게 느껴진다. 나로서는 감히 따라잡을 수도 없을만큼 먼 곳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랄까. 넘사벽과는 다른, 뭐라고 해야하나...아 패쓰하자. 어려운 건 패쓰. 그간 얼마 안되는 정여울의 글을 읽었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음, 나는 김현진 보다는 정여울'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킁킁.

여튼 정여울의 서평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여울의 글을 읽어서 나도 이책을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긴 했는데 

실상 내게 이 책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어쩐지 안읽어도 좋은 책 같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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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이별, 질병, 사별 같은 개인적인 위기에서 쓰나미나 세월호 사건 같은 대형 재난까지, 살다 보면 크든 작든 누구나 예상치 못했던 시련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해야 그 위기를 무사히 이겨 낼 수 있을까? 왜 어떤 사람은 위기를 뛰어넘어 성장하는데, 어떤 사람은 위기 앞에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걸까?

지은이는 25년 이상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사고 관련자를 치료한 독일의 대표적인 트라우마 전문가로,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통해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더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 '옷장이 쏟아진' 것처럼 마음이 무너져 내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그리고 그 힘을 일깨울 방법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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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 딱 한권을 내가 지금 주문할거다. 뭔지는 비밀 ㅋㅋㅋㅋㅋ(응? 왜 비밀?) 

그건그렇고,

오늘은 퇴근하고 심규선의 콘서트에 가는데 어디에서 하는지를 모르겠다. 찾아봐야겠다.

아침부터 육즙 가득가득한 햄버거를 먹고 싶었다. 아마도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어서 그런가보다. 여튼, 그 이른 아침에 오픈하는 햄버거 가게가 없다는 것은 내게는 불행이자 다행이기도 할 것. 열었다면 나는 먹고 갔을거야. 햄과 치즈가,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 거다.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서, 아, 이 아침에 맛있는 고기를 사주는 남자가 있다면 내 영혼을 바칠거야, 라고 쓰려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영혼은 그렇게 함부로 거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며칠전에 친구랑 얘기하는데 내가 왜이렇게 먹고 싶은게 많을까, 라고 하자 '너는 혹시 탄수화물 중독이나 당중독이 아니냐' 라고 하는 거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뭘 먹고 싶냐고 물어서 '족발이랑 삼겹살' 이라고 하자 '아, 탄수화물하고 당은 아니구나..'란다. 그럼 뭐지? 라고 오히려 내게 묻길래 답해줬다. 알콜중독... 난 저것들을 생각할 때 늘 소주와 동반해 생각하거든. 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하면, 소주랑 먹고 싶다는 거다. 내가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하면 소주랑 먹고 싶다는 거다. 감자탕도, 순대국도. 그런 것들이 먹고 싶을 때는 죄다 소주와 함께여야 한다. 햄버거랑 스테이크가 또 샐러드가 먹고 싶다면, 그건 와인하고 함께 먹겠다는 거지, 그것들만 먹겠다는 건 아니다. 고기랑 야채 치즈 김치 깍두기 그게 뭐든, 술과 함께 먹어야 최상의 맛을 낸다. 음식은 음식 그 자체보다 술과 함께일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에 조식 먹으러 슬렁슬렁 다녀오고 싶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아침에 늦게 일어나 커다란 스테이크를 구워서는 와인과 홀짝이고 싶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오후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로 삼겹살 집에 가 삼겹살을 쌈에 싸서는 소주랑 먹고 집에 돌아와 오후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싶다.

백키로 찍는 건 진짜, 일도 아니라니깐. 

회사를 다니므로 내가 아직 백키로를 찍을 수 없는 거다. 회사만 때려쳐봐. 한달 안에 백키로 찍어준다. 할 수 있어!




라고 쓰고보니 내 페이퍼는 왜 항상 기승전결 대로 구성되어지지 않을까...라는 회의가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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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3-06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말고 아주 좋아요~ 누르고 간답니다람쥐^^

아무개 2015-03-06 10:11   좋아요 1 | URL
ㅎㅎ 단발머리님 댓글에 좋아요 누르러 북플을 엽니다!

단발머리 2015-03-06 10:13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개님 댓글에 댓글달려고 로그인을 합니다!

다락방 2015-03-06 10:15   좋아요 1 | URL
아니, 이분들이 왜 여기서 이렇게 다정다정다정질 이십니까!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5-03-06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남들도 다 쓰는 기승전결 페이퍼는 다락방 님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2.다락방 님의 영혼은 이미 `시사인`에 팔린거 아녔습니까? ㅎㅎ

3.저는 정여울은 정여울대로 김현진은 김현진대로 아주 참 많이 좋습니다만...

4.식욕=삶의 의욕=성욕 이라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06 10:15   좋아요 0 | URL
1. 그러게요. 우리 모두 다락방님의 기승전결을 반대합니다~

2. 저는 시사인 2년 구독하다가 지금은 안 보는데, 다락방님 페이퍼 보면 요즘 완전 물 오른듯 해요.
다시 구독해야하나, 어쩌나....

3. 김현진은 고등학교 때 친구이름인데.... 저 김현진은 모르는 사람..

4. 그런가요?~~~~~~~@@

다락방 2015-03-06 10:24   좋아요 1 | URL
1. 저는 아마도 머릿속에서 구성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그런것 같아요. 충동적으로 쓰는 글들이라... 킁.

2. 네, 제 영혼은 이미 시사인에.. 단발머리님, 다시 돌아와요! ㅋㅋ 워워어어어어어어~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나 항상 그대 생각뿐이야, 워워워어어어어어어

3. 김현진도 저서가 많으니 검색해보셔요, 단발머리님. 저는 김현진의 글이 제 스탈과는 좀 거리가 멀어서.. ㅎㅎ

4. 네, 식욕, 삶의 의욕, 성욕 이죠. 맞아요. 어제 데이비드 실즈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봐서 아무개님도 같이 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즐겁게 살자고요.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대부분 상당히 비슷하다. 출생, 사랑, 못생기게 찍힌 운전 면허증 사진, 죽음.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점이다. (p.151)

transient-guest 2015-03-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이 궁금해져서 마침 쌓인 포인트로 비브리아 3월호랑 같이 주문했네요. 근데, 소식보다는 받아보는게 목적이라서 4주배송으로 D/C를 챙겼답니다. 궁금해요, 어떤 책이야기가 있었기에 그렇게 보관함으로 보낸 책이 많았는지..ㅎㅎ 근데 그 와중에 중고로 그전부터 갖고싶었던 음양사 1-6권을 건졌네요.ㅎㅎ 덕분입니다.

다락방 2015-03-06 10:25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언급한 책들이 다 시사인에서 보고 챙긴 책들인데요. ㅎㅎ 시사인 주문 취소하세요! 이 페이퍼에 있는 책들을 소개한거에요!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지만 지금 취소하면 음양사를 놓칠 수도 있으니, 이번 생애 시사in 390호는 transient-guest(뜨내기 손님 이라고 하면 되나요?)님과 인연인걸로.. ( ˝)

transient-guest 2015-03-07 03: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음양사와 인연이 닿았네요.ㅎ transient guest는 제법 낭만적인 표현이라서 차용한거에요. Vampire Hunter D에서 ˝we are but only transient guests˝란 말이 나와요. 세상을 잠시 스쳐가는, 머물다 가는...뭔가 아련하고 쓸쓸하고, 그런 느낌이 맘에 들어서 쓰는데, `뜨내기 손님`이라고 하시니 느낌이 확! 달라지네요.ㅎㅎ 왠지 주막에서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을 개다리 소반에 얹어서 받아놓고 있는 듯한...ㅎㅎㅎㅎ

김토끼 2015-03-0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립서점에 대한 기사가 있길래 한겨레21을 어제 샀는데, 주말에 시사인도 사야겠어요. 올해부터 천원 올라서 신중히 골라서 주마다 한 권씩 사려는데 주간지마다 매력이 달라서 고민이네요 ㅠ 잘 읽고 갑니다 ㅎ

다락방 2015-03-06 10:22   좋아요 1 | URL
저는 무려 시사인을 정기구독으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움화화홧. 짱이죠?!!!!!
이번호 시사인에 금정연님과 박태근님 글이 있지 뭡니까?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트친) 총출동! ㅎㅎ

비로그인 2015-03-0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내 영혼은 지금쯤 어디 있을까 생각하다 갑니다 ㅋ

다락방 2015-03-09 15:24   좋아요 0 | URL
아른님의 영혼이 어디있는지 파악하셨습니까? ㅎㅎ

몬스터 2015-03-06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다락방님, 전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 때려치게 되면 ( ㅋㅋ ), 스페인 호텔에서 한 두 세달 쯤 놀고 , 먹고 , 자고 하고 싶어요. 바다 수영도 배워보고 싶고 ㅋㅋ ,

다락방 2015-03-09 15:25   좋아요 0 | URL
저도 호텔에서 머물고 싶어요. 아주 좋은 호텔에서 호텔 조식 먹어가면서 여유롭게 말이지요. 늦잠도 자고 딩가딩가~ 무료해지고 싶어요, 몬스터님. 하하하하하.
 















아니, 이사람들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좋아서 그가 썼다는 책을 읽은게 벌써 2009년이다. 그러니까 저 《스트레인》을 읽은게 벌써..보자...6년전이란 말이다. 그당시 스트레인을 재미있게 읽고 오오 빨리 2부,2부 하면서 기다렸는데..너무 소식이 없어 잊고 지냈다. 잊고 지내다보니 줄거리도 다 잊혀진 지금, 2부가 나왔댄다. 아놔..너무하는거 아님? 스트레인 내용 하나도 생각안나. 재미있게 읽었다, 2부를 기다린다. 여기까지만 생각남.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집에 읽을 책도 쌓였으니 더폴, 너.. 보류할까.


















최근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읽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그전까지는 쿤데라의 책중 《농담》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아, 이 책도 이렇게나 좋다니. 그러고보니 집에 사둔 쿤데라의 책은 내가 다 읽었더라. 코맥 매카시도, 로맹 가리도 사두고 안 읽은 책이 몇권씩 있는데 쿤데라는 다 읽었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불멸, 무의미의 축제.. 크- 쿤데라의 농담을 다시 읽어볼까, 그러면 또 더 좋을까, 싶다가 아니 새로운 책은 어떨까? 싶어 하릴없이 검색해본다. 


















이 책은 몇년전에 뽀게터블님의 페이퍼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요즘 데이비드 실즈의 책을 읽으면서 체스터튼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으응, 이거 한번 읽어볼까, 싶어져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 아니, 근데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하는 책들의 80프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들이며, 알아볼까 싶어 알라딘에 넣어도 외국도서 밖에 나오질 않더라. 하아- 만약 내가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한 책들의 대부분을 읽었다면 데이비드 실즈의 책도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데이비드 실즈는 책의 후반부에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p.172) 라고 말했는데, 그래서 갑자기 프루스트를 찾아서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아- 이 빌어먹을 욕망. 아니, 이건 허영심이야. 나..혼불도 3권에서 멈췄어..






















요즘에는 예전처럼 자주 그러진 않지만, 어쨌든 가끔 나는 알라딘의 신간 소식을 체크하는데,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됐다. '한사람만이, 한장소만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고 거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궁금한 나는, 임상심리학자가 썼다는 말에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모두다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텐데, 그 트라우마를 다들 어떻게 견뎌내며 혹은 이겨내며 살고 있는걸까?

2주전이었나,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현빈이 주연하는 하이드와 지킬인가 뭐 그런 드라마를 잠깐 보게됐는데, 와, 흡인력 엄청 떨어지고 개연성 없는 드라마더라.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을 마침 보게 되서 그런지..

여튼 거기서도 '친구를 두고 혼자 나왔다'는 죄책감 때문에 또하나의 인격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이해도 되고, 그렇다면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렇지만 그 드라마를 챙겨보고 싶어지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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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책소개]

임상 심리학자 루애나 루이스의 소설 데뷔작. 스텔라는 3년 동안 집안에서 숨어 지냈다. 트라우마로 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그녀는 남편인 맥스만이 드나드는 딱딱하고 고립된 그 집에서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 집에 있으면 심리학자로서 그녀의 마지막 상담 케이스가 남긴 트라우마와도 거리를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폭설과 한파로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그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한 소녀가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보따리를 가지고 그녀의 집 문을 두드린다. 정교하게 꾸며진 스텔라의 세계가 허물어지며 그 민낯을 드러낼 비밀을 간직한 채…. 임상 심리 전문가가 쓴 심리 스릴러답게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 심리의 다양한 측면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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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만 나는 올해 책 구매액을 대폭 줄이기로 했으므로 입술을 깨물며(아나스타샤처럼!) 뒤돌아 나가련다. 그돈으로 아이패드를 사야겠....다고 갈등한 게 벌써 몇개월째냐. 아니, 그 뭣이냐, 연말에 알라딘에서 아이패드 준다고 뭐 투표하고 그러지 않았나? 그거 당첨자 나왔나? 내가 당첨이 안되서 모르는건가 아니면 아직 추첨을 안한건가? 아시는 분은 제게 말좀 해주삼. 알라딘 a 님이 그거 필요 없으니 당첨되면 나 주겠다고 했는데...이거 아직 발표 안났나용? 아님 이 친구..당첨됏는데 나한테 말 안하고 있나..견물생심이라, 주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일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더 폴 보고 이게 뭥믜? 하고 급페이퍼질이 되어버렸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일은 진짜 한치 앞도 알 수가 없다니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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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술의 계절, 봄이 온다!!

다락방 2015-03-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술의 계절, 여름도 오겠지! 미쳐주리라!

무스탕 2015-03-05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인으로 시작해서 아르미안으로 끝났군요. ㅎㅎ
글구요, 감히(ㅋㅋ) 제 앞에서 다리를 논하시다니 아직 제 다리를 구경하신적이 없군요.
전 여지껏 살면서 저 정도의 체구에 저보다 굵은 다리를 본 적이 없어요. 으쓱~~~
다리만으로 따지자면 박세리, 미셀위, 신지애, 최나연.. 이런 애들이 엄청 부러워 할 다리라구요. 으쓱으쓱~~~

다락방 2015-03-06 09:13   좋아요 0 | URL
오, 무스탕님. 그 가녀린 몸에 다리가 굵다고요? 그러면 단단하게 서있을 수 있나요? 아마도 안정적인 걷기를 위해 그런 다리를 갖게 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보지 못해서 무스탕님이 얼마나 많은 과장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ㅎ
저는 제 덩치에 맞는 다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 무스탕님 보다 두꺼운 다리를요. -_-

아무개 2015-03-0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저 그런뇬 아닙니닷!

크~~낮술 좋죠 낮술!
우리 진짜 날 따뜻해지면
낮술마셔욧^^

다락방 2015-03-06 09: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낮술 좋죠. 낮술 먹고 기절해서 잠들어가지고는 일어나서 입냄새나는 입 양치한 다음에 저녁술을 먹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3-06 10:12   좋아요 0 | URL
형! 방 잡자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레사 2015-03-0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마지막 구절은..그 유명한..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ㅋ

붉은돼지 2015-03-05 18:2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의 아르미안으로 끝났다는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테레사님 댓글 보고 알았습니다
신일숙은 제가 고딩때 제 맘대로 정한 한국만화여류삼대가 중 일인으로 깊이 흠모한 분입니다ㅋ
아르미안은 고3때 시작해서 군대 휴가나와서도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한권 나오는데 몇달씩 걸렸죠 ㅠㅠ 아~사반세기도 더 지난이야깁니다...

다락방 2015-03-06 09:14   좋아요 0 | URL
네, 아르미안의 네딸들. 기억은 거의 안나는데 저 문장만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저 문장 알아보는 사람들 만나면 되게 즐거워요. ㅎㅎㅎㅎㅎ 당신도 봤군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
근데 아르미안의 딸들인가 아르미안의 네딸들인가..제목이 가물가물하네요. ㅋㅋㅋㅋㅋ

무스탕 2015-03-06 09:50   좋아요 0 | URL
<아르미안의 네딸들>이에요.
첫째가 여왕이 되는 마누아, 둘째가 아름다운 스와르다, 셋째가 현명한 아스파샤, 넷째가 우리의 주인공 샤리 ^^

다락방 2015-03-06 09:55   좋아요 0 | URL
전 딸이름 하나도 생각 안나고 전쟁의 신 에일레스만 생각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15-03-0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스트레인`이 미드로 만들어져서 2권이 번역된것 같아요. 저도 1권 내용이 가물 가물거리는데, 2권을 읽어야힐지 고민이예요. 아니면 3권 나올때까지 기다려야할지... ^^;;

다락방 2015-03-06 09:15   좋아요 0 | URL
오, 스트레인이 미드로 만들어졌어요? 되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음 시리즈가 안나와서 완전 화났었어요. 2부 읽었다가 3부가 또 언제 나올지 모르니, 아예 보슬비님 말씀처럼 3권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흐음..

dreamout 2015-03-0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완네 집 쪽으로.. 민음사판 버전.. 얼마 전에 1권 읽고 잠시 쉬는 중인데, 아주 흥미로워요. 근데... 으음.. 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의 2권은... 또 언제 스타트할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03-09 17:32   좋아요 0 | URL
오, 드림아웃님께도 흥미로운 소설이었나요? 흐음. 그렇다면 저도 2015년에 한번 도전해볼까봐요.
그렇지만 2014년에 도전한 혼불을 아직 마치지 못했는데...(시무룩)

보슬비 2015-03-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좀 B급스럽지만 나쁘지않았어요.^^
지금 ㅣ시즌끝났고 다음 시즌 촬영하고있대요.

다락방 2015-03-09 17:33   좋아요 0 | URL
미도로 있는지는 몰랐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 워낙에 뱀파이어 얘기를 재미있어해가지고. ㅎㅎㅎㅎㅎ
책은 나중으로 미뤄야겠어요. 내용 어차피 다 까먹어서 ㅠㅠ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한 대를 놓친다는 건 단순히 그 한대의 몇 분만 잃는다는 게 아니다. 그로 인해 환승열차까지 놓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언제나 그 시간에 타던 열차, 그것을 탄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 열차는 때로 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기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늘 이시간대에 오는 것은 맞는데, 내가 5호선에서 내려 3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환승역에 도착하면, 잠시후 열차가 들어오곤 했었는데, 오늘은 아직 환승역에 도착하기 전,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열차가 도착해있고 문이 열려 있었던 거다. 저 열차다. 저걸 타야해! 저걸 놓치면 나는 십분 정도를 잃는다! 그래도 지각하진 않지만, 십분을 잃고 싶진 않아. 간혹 이런 일이 있던 터라 나는 늘 그랬듯이 뛴다. 계단에서도 후다다다닥 뛰고-라고 했지만 사실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였다-, 완전히 계단에서 내려온 다음에도 열린 지하철 문을 향해 뛴다. 나만 뛰는 게 아니다. 다들 바쁘다. 다같이 뛴다. 다 같이 뛰자 동네 한 바퀴. 그러다 보니 저쪽에서 뛰던 아저씨와 이쪽에서 뛰던 내가 쾅- 하고 부딪친다. 그 아저씨도 나도 동시에 어! 하지만, 그 아저씨는 나를 흘깃 보고는 지하철 안으로 탑승하고 나는 허우적허우적 휘청휘청 대다가 그만 슬라이딩- 해버렸다.



씨발.


저거 타야해.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지하철 안으로 탑승하고 내가 타자마자 지하철 문이 닫힌다. 검정색 스타킹엔 이미 땅바닥의 먼지가 묻어 있고,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타자마자 옆칸으로 옆칸으로 옆칸으로 옮긴다. 이쯤되면 내가 넘어진 걸 본 사람이 없겠지. 그리고 빈 자리에 가 앉아 무릎을 터는데, 흑흑, 너무 아프다. 손바닥도 욱씬욱씬 무릎도 욱씬욱씬. 너무 아프다. 아파. ㅠㅠ 너무 아파. ㅠㅠㅠ 그런데 그 아픔보다 더 큰 크기로 쪽팔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덩치도 산만한 여자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 큰 여자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넘어졌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 뭣이지, 이름이, 퍼기. 여튼 그 여자가 그랬는데. 다 큰 여자는 울지 않는다고. Big Girls don't Cry. 흑흑. 눈물이 핑 돌지만 울지 않는다. 그러다가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아 진짜 이게 뭐야. ㅠㅠ 이러면서 눈물이 나는데 웃기고 웃긴데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는데 웃기고..이걸 반복하다가 아, 이제 진정하고 책 좀 읽자, 하였는데, 그때 내가 왼 손에 들고 있던 책, 그러니까 넘어지면서도 들고 있던 책은 바로 이것이었다.

















하아-
야.
문학이 어떻게 데이비드 실즈의 삶을 구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건만, 이 책은 나를 넘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나의 양손은 균형을 잡으려고 허우적대다가 결국은 균형을 잡지 않았을까. 내가 균형을 잡지 못해 허우적 대다 결국 넘어지고야 만건, 이 책이 한 손에서 무게를 불균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문학은 데이비드 실즈의 삶을 구했지만, 결국 나를 넘어뜨린 게 아닌가.

야.
나 출근 베테랑이야.
내가 아침마다 이 시간에 출근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랜 시간 한 줄 알아? 어떻게 이 내가, 이 내가, 넘어질 수가 있지? 어째서? 이 아침에? 다 큰 여자가? 왜? 어째서?
아...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멈추질 않는다. 
나 출근 베테랑인데...


오래전 노래, 고신해철의 <도시인>에서는 '직장이란 전쟁터' 란 가사가 나오는데,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겐 직장에 가는 길부터가 전쟁터란 생각이 든다. 아,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여기 있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데이비드 실즈'의 다른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재미있게 봤었다. 아주 재미있게. 진짜 키득거리면서 재미있게 봤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책만큼 재미있지 않고 처음엔 산만하다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는 산만한 걸 딱히 좋아하질 않아, 흐음, 이건 읽지 말까 하고 포기하다가 이내 아주 재미있는 부분을 읽게 된다. 아, 너무 흥미로워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다가 길동역에 내려서는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읽었다니까. 아, 이러면 안되는건데...
물론 책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부분은 '내가 가진(생각하는) 어떤 것'과 겹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이 에피소드도 마찬가지. 내가 아주 긴 부분을 굳이 옮기고자 하는 건, 내 경험과 어느 정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 남자를 좋아하면서, 나는 그에게 '당신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내게 (자기에 대한 글을 쓴)일기장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일기장은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대꾸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데이비드 실즈는, 일기장을 본다. 읽는다. 그 일기를 쓴 여자 몰래. 그 방안에 숨어들어서. 아...오 갓. 신이시여. 그가 나의 일기장을 볼 수 없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ㅎㅎㅎ 여튼, 아주 길지만 한 번 옮겨 보겠다. 우리, 다같이 재미있어 보도록 하자. 특히 당신, 집중해 읽으시라.


나는 열아홉 살이었고, 아직 동정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레베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녀의 일기를 읽었다. 그녀는 나의 작은 몸짓 하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열정적으로 묘사하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리가 키스를 하거나 헤엄을 치거나 길을 걸을 때면, 나는 한시바삐 그녀의 방으로 돌아가서 나의 어떤 말이나 내 몸의 어떤 움직임이 그녀의 일기에서 칭송되었는지 알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었다. 그녀의 침착하지 못한 손글씨가, 자줏빛 잉크가, 멜로드라마 같은 이 일 전체가 좋았다. 내 존재의 모든 측면을 나 자신에게 혹평 당하는 대신 다른 누군가에게 칭찬받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놀랍고 중독적인 휴식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D. 를 사랑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처럼 완전하고 완벽하면서도 집착없이 순수했던 적도 없다. 가끔은 그를 황금빛 물처럼 마셔버리고 싶을 정도다." 당신이라면 자신에 대한 이런 글을 읽은 뒤에 중간고사 공부를 하며 밀턴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가끔 그녀는 목욕 가운 바람으로 내 방문을 두드렸다. 책을 돌려주기 위해서, 아니면 그녀가 막 썼거나 읽은 글에 대한 내 반응을 듣기 위해서. 그녀는 잘 자라고 인사하고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걸어 가려고 했다. 나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우리는 포옹했다. 처음에는 방 앞 복도에서, 잠시 뒤에는 내 방이나 그녀의 방에서, 침대에서. 나는 열두 살 이후 아무하고도 키스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고등학교 내내 끔찍한 여드름에 시달렸다), 레베카를 산 채로 삼킴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 들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날 때까지 깨물었고, 그녀의 얼굴을 핥았고, 그녀의 귀를 씹었고, 그녀를 공중으로 들어올려 그녀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쥐어짰다.
일기에서 그녀는 평생 이런 키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나를 보고 난 뒤에는 늘 잠들기가 어렵다고 썼다. 나는 그녀의 가운 허리띠를 잡아당기면서 이불 밑으로 이끌었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내가 그녀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 눈이 멀어버릴까 봐 걱정된다고,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그녀는 이런 표현을 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날씨가 완전히 추워지기 직전에, 우리는 산으로 하이킹을 갔다. 첫날 그녀는 배낭을 침낭 발치에 두었다. 우리는 몇 분 동안 부드럽게 키스했고, 그녀는 곧 잠들었다. 그러나 둘째 날 그녀는 배낭을 베개 삼아 머리 밑에 두었다. 나는 칠흑처럼 까만 하늘을 응시하면서 레베카의 머리 뒤 흙에 손가락을 파묻었고, 처음으로 두 번째로 세 번째로 네 번째로 그리고 아마도 열네 번째로, 거의 순식간에 절정에 올랐다.
그 후로 나는 차마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 여성의 40퍼센트는 자신이 흔히 오르가슴을 가장한다고 고백했다는 조사 결과를 읽은 적이 있었다. 레베카는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었지만-남부 유대인이라는 흥미로운 변칙 사례였다-몸을 잔뜩 뒤틀면서 신음과 교성을 냈다. 만일 그것이 연기라면, 나는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예전엔 이런 적이 없었다고 말하곤 했다. 
그녀는 매일 밤 다리로 내 몸을 휘감고 뭔가를 외쳤는데, 처음에는 독일어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야 "아, 내 아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아들? 그녀에게도 자기만의 문제가 있겠지, 나는 짐작했다. 우리는 주피터 교향곡을 틀어놓고, 우리도 몰아치는 크레셴도에 맞추어 절정에 오를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려 했다. 나는 그녀 위에 앉아 그녀의 입에 들어간 채, 그녀 방의 파란 벽을 응시하면서, 온몸이 짜릿하게 파래지는 것 같아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내 위에 앉아 엉덩이를 돌리면서 소리를 지르다가, "그만" 하고 말했다. 나는 "그만?" 하고 대꾸하고 그만했다. 그녀는 내 뒤통수를 움켜잡으면서 "그만? 장난해? 그만하지 마" 라고 말했다.
학기 말에,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려고 짐을 싸던 중, 레베카의 일기를 읽은 것에 대해서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와 키스할 때마다 눈을 감으면 내가 그녀의 책상에 앉아서 일기장을 넘기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짓을 한 것이 후회스러웠지만,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순 없었다.
"왜 그래?" 그녀가 물었다.
"보고 싶을 거야. 가기 싫어." 나는 대답했다.
나는 비행기에서 그녀에게 긴 편지를 썼다. 얼굴을 마주하고는 도무지 고백할 수 없었던 말을 편지에 다 털어놓았다. 쭉 그녀의 일기를 읽었다, 너무 미안하다, 우리 사랑은 여전히 순수하고 우리가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그녀가 고든에게 돌아가고 나와는 두번 다시 말도 섞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다 이해하겠노라고. 
그녀는 답장을 보냈다. 애초에 내가 그녀의 일기를 읽음으로써 힘을 얻을 필요는 전혀 없었고, 일기를 내버렸으며 다시는 쓰지 않을 것이고, 나를 용서하고 싶지만 자기는 신이 아니고, 그래도 신보다 자기가 더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내가 그녀에게 다시는 거짓믈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내 말을 다 믿겠다고 했다. 그녀가 보기에, 우리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했다.
글쎄,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온 날 밤, 그녀는 내 방문에 "나한테 와"라고만 적은 쪽지를 붙여두었다. 우리는 가을 학기의 분방한 방종을 흉내 내려 애썼다. 그러나 두어 주 전만 해도 지극히 본능적이었던 행위는 이제 괴로울 정도로 자의식적인 행위가 되었다. 관계는 급속히 냉랭해졌다. 심지어 그녀는 한동안 고든에게 돌아갔지만, 두 번째 시도도 그다지 오래가진 못했다.
이제 와서 보건대, 내 입장에서는 대단히 이상한 행동이었다. 나는 그녀의 일기를 읽어서 나 스스로 상황을 망친 뒤, 일기를 읽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알림으로써 우리 둘 모두의 상황을 확실히 망쳐버렸다. 그냥 나 혼자만 사실을 알고서 차츰 수치심이 옅어지게 놓아둘 순 없었을까? 나라는 인간은 대체 뭐가 문제인-문제였던-걸까? 내게는 남보다 큰 자멸의 버튼이 있어서 남보다 더 세게 더 자주 그걸 눌러대는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내게는 사건에 대한 언어가 적어도 사건 자체만큼 에로틱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읽지 못하게 되자, 예전만큼 굳게 그녀를 사랑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이른바 비극적 결함 아니겠는가. (p.61-65)



아,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이 어린(젊은?) 시절의 데이비드 실즈를 떠올린다. 헤엄을 치며, 이 자세로 헤엄치면 나를 근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고심하던 청년을. 상대의 입술을 깨물며, 여기에 대해서는 일기장에 어떻게 적힐까, 라고 동시에 생각하던 청년을. 또한, 레베카를 떠올린다. 그와 포옹하고난 뒤 일기장을 열어 그날 하루를 다시 생각하며 적어내려가던 여성을, 그의 팔에 안겨 안도했던 느낌을 적어 내려갔을 여자를, 헤엄치던 그의 근육을 보며 가슴 떨리던 걸 다시 끄집어내는 여자를. 아, 무릇 일기 쓰는 여자는 사랑에 빠진 것인가. 여자가 일기를 쓰는 것은 내 삶의 중심에 그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남자가 그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그녀의 삶에 자기가 중심임을 자꾸만 생각하고 싶은 것인가. 여자가 일기를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그'를 떠올리는 것이고, 남자가 그 일기를 읽는 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나(자기 자신)'를 보고 싶은 걸까. 아, 이것은 이 책을 통틀어(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암튼 이 책을 들고 나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넘어졌으며, 지금 보니 왼쪽 손에 작게 멍이 들었다. 이게 다, 이 책을 들고 넘어져서 생긴 일이다. 왼 손에 들고 있었고, 책을 놓지 않고 넘어져서 멍이 든거야. 문학은 내 손을 멍들게 했어...




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거창한 일을 열심히 실행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하는 건 고작해야 텀블러를 들고 커피를 사는 일이고,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하는 일 뿐이다. 그러다가 한걸음 더 나아가자, 생각한 게 면(천)생리대 사용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생리기간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고, 빨고 하는 일들이 번거롭게 느껴져, 항상 '다음부터' 라고 미루기만 했다. 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영 아니었던 거다. 

그렇게 미룰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젊고 건강한 육체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환경호르몬에 맞서 열심히 싸워줬던 내 육체. 그러나 이 육체가 작년부터 젊음에서 약간 빗겨나간 것 같다. 환경호르몬에 맞서 싸우다 상처를 입었달까. 일회용 생리대가 나를 아프게 했고, 고통스럽게 했다. 해서,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도보다 더 먼저, '내 고통을 막기 위해' 면생리대 사용을 고려해야 했다. 그러자 회사동료 e 양이 본인이 준비해둔 면생리대 몇개를 내게 써보라며 주었는데, 그래 어디 한번 써보자, 하고 썼다가 오, 신세계를 만난 것 같았다. 면이 내 피부에 닿자마자 안정이 되는 거다. 이것은 어쩌면 그저 '이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일회용 생리대보다 피부에 닿는 느낌이 더 좋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 여름부터 나는 면생리대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생리기난 내내 면생리대를 쓰는 것은 번거롭게 느껴져, 일회용과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느낌 혹은 생각이 교차한다. 내 젊은 육체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는가, 왜 더이상 환경호르몬과 싸워 이기지 못하는가, 하는 씁쓸함. 쓰레기를 줄이고 싶어했다는 의도로 처음에 시작했으면 명분이라도 있을텐데, 이건 내 육체를 위해서였네, 라는 씁쓸함. 



오늘 아침 출근길, 양재역에서 회사까지 걸으면서, 이렇게 내 육체가 점점 더 시들어가는건가, 하고 생각하노라니 그 증거가 또 하나 생각났다. 바로 '손'이었다. 내 손은 길고 가늘어서 예쁜 손이 아니라, 고생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란 손 같아서 예쁜 손이다. 그러니까, 맨질맨질 주름도 없는 그런 손. 손만 보면 부잣집 딸같달까. 여튼, 그러므로 나는 내 손을 보호해야 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남들이 핸드크림 발라도 그따위, 하면서 콧방귀를 꼈달까. 이십대 중반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남자들 세 명과 술을 마시는데 그중 한남자가 모태솔로 였다. 그가 내 옆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내 손을 스쳤고, 그러자 깜짝 놀라며, 오 여자 손을 이런거냐며 한 번만 만져보면 안되겠냐는 거다. 그래서 나는 그래 한 번 만져보렴, 하고 손을 내밀었고, 그는 자신의 두 손으로 내 한 손을 덥썩 잡고는, 와 엄청 부드러워, 여자 손은 이런거에요? 이러면서 진심으로 놀라고 감탄하는 거다. 그때 앞자리에 앉았던 남자 둘은 그게 웃기다고 낄낄대고, 뭔가 나는 애틋한 마음이 되어 아, 이십대 중반이 되도록 여자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남자라니, 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남자친구가 델러 왔어요 이제 그만' 하고는 일어나서 나왔다. ( ")

그런데 언젠가부터 설거지를 하거나 손을 씻거나 하면 손이 거칠어지는 느낌이 왔다. 아! 이건 뭐냐...그제야 나는 사람들이 핸드크림을 바르는 이유를 알게된 것이다. 이 거친거 잡아주려고 핸드크림 사용하는 구나. 그때까지 핸드크림 선물 들어오면 주변에 뿌렸는데-난 이런거 안써-, 이제는 내 돈 주고 내가 쓸려고 직접 핸드크림을 사기도 한다. 아-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면생리대를 쓰면서, 핸드크림을 사면서... 



늙어가는 육체의 쇠잔함..




새로 나올 갤럭시 6 은 내 타임라인에서 보면 '아이폰 따라쟁이'의 느낌이다. 나 역시 보면서 '갤럭시는 그 긴 시간동안 아이폰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인가' 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비교사진을 검색해 동생에게 보여주려고 트윗검색창에 '갤럭시6' 넣었다가, 예쁘고 갖고싶다는 긍정적 트윗이 많아 깜짝 놀랐다. 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걸 예쁘다고 생각하고 갖고 싶어하는구나. 내 타임라인에서만 아이폰 따라쟁이었어. 확실히 트윗의 타임라인은 철저히 '내 위주'라 내 생각에 갇혀 있게 만든다. 나의 타임라인에서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 같았지... 나는 이런 식으로 보고 싶은 것만, 한쪽 면만 보게되는 구나.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비판하면서, 나 역시 내 생각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타임라인을 보다가 들었다.




그나저나 오늘의 위로가 있다면, 출근길에 '남자'랑 부딪쳤는데 넘어진 건 '나'라는 사실이었다. 남자랑 내가 부딪쳤는데 남자가 넘어졌다면...그게 어쩐지 더 슬플 것 같으니까.





내가 조지 부시에게서 경멸하는 모든 특징은 내가 나 자신에게서 경멸하는 특징이다. 그는 나 자신이 최악으로 구현된 존재다. 세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G.K. 체스터턴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요." (p.27)

이윽고 나는 알게 된다. 무디가 수치심을 느끼는 진정한 이유는 자기 주변의 추행의 신호가 넘쳐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내가 극복할 수 없는 건 바로 이것이다. 일련의 그 추악한 범죄에 내가 공모했다는 부끄러움." (p.48)

(<사랑과 고통> 이라는 영화에 대해 언급하다가)
두 사람의 관계는 영화 내내 덜컥인다. 해가 나는가 하면 비가 내린다. "나에 대해 뭘 배웠어?" 릴라가 묻는다.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거요." 사랑에 빠진 그가 대답한다. (p.72-73)

로미오와 줄리엣이 계속 살았다면 어땠을까? 열네 살이라는 무르익은 나이인 그들은 머지않아 누가 식기 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낼 차례인지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남녀가 밤새 껴안고 있었다고 암시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몸을 떼고, 돌아눕게 마련이다‥‥‥ (p.73)

(`로리 무어`의 《애너그램Anagrams》을 인용)
"네 블록 떨어진 곳에서 보니 새 떼에게는 일종의 집단적 생명,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성이 있었다. 새들의 무작위적인 날갯짓에는 틀림없이 패턴이 있었지만, 저 검은 새들 중 어느 한 마리 혼자서는 그게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우리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각자 혼자라면, 새들도 제 머리를 벽에 박을 것이다." (p.79)

(바셀미의 소설 《형제The Brothers》를 언급하면서)
책의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있다. "공기가 마치 우리 몸에 딱 맞춘 장갑처럼 우리를 감싸는 밤이었다." 이런 생각은 참 좋지 않은가- (p.135)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대부분 상당히 비슷하다. 출생, 사랑, 못생기게 찍힌 운전 면허증 사진, 죽음.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점이다. (p.151)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사실상 프롤로그나 다름없는 해설적 첫 장은 책의 나머지 부분과 그가 쓴 다른 모든 글을 부질없게 만든다. 나는 이 공개적인 명상을 위해서 살고 죽겠다. (p.176)

소셜 네트워크/블로그가 좋은 책을 낳을 수 있을까? 이 경우(병신같지만 멋지게)처럼 극히 드물게는, 그렇다.
책은,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현대 문화와 공존하고 그 에너지를 문학을 위해서 쓸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곧장 급소를 찌르는 것, 이것이 오늘날 읽고 쓰는 방법이다. 적어도 내가 오늘날 읽고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p.189)

1987년에 (전미 도서상)픽션 심사 위원단이 토니 모리슨을 수상자로 지정하지 않자, 그녀느느 당시 위원장이었던 내 옛 스승 힐마 월리처Hilma Wolitzer 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을 망쳐줘서 고맙군요." 내 인생이 고작 몇 사람이 점심을 먹으면서 선정하는 상을 받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면, 내 인생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p.197)

톨스토이에 따르면, 예술의 목적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p.199)

이듬해, 누나가 말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좋은 소설이지, 나름대로 대단히 좋은 소설이야, 하지만 이제 《아홉 가지 이야기》로 넘어갈 때가 됐잖니.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내가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의 시모어에게 어지나 감정 이입을 했던지, 어머니가 친구인 심리학자에게 나를 데려가서 몇 번 면담을 잡았을 정도였다.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는 지금까지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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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읽히는 다락방님의글.^^

다락방 2015-03-05 16:1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히히히

blanca 2015-03-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이 책, 나도 그 전 책만큼 재미없다 하면서 접근했는데 의외의 즐거움이 있죠! 면생리대 ㅋㅋ 저도 있어요. 그런데 화장실에 그 잔해를 미처 숨기지 못했을 때 누군가 보면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세척의 고통이. 그래도 분명 종이보다 훨씬 내 몸에 그리고 환경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오는 시점에서 어떤 `늙음`을 느껴요. 다크서클에 나이가...모든 게 너무 반가워요. 지하철이 언제나 다락방님을 기다려 주면 좋을 텐데...

다락방 2015-03-05 16:17   좋아요 0 | URL
전 역시 이 책 보다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쪽이 훨씬 좋네요, 블랑카님. 저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말예요. 면생리대는 역시 세척이.. ㅠㅠ 그래서 저도 일회용생리대랑 같이 쓰게 되더라고요. 부지런하기가 싫어서.. ㅠㅠ 몸에도, 환경에도 좋다는 건 알겠지만 말예요. ㅠㅠ

저도 이번해에 다크서클이 유독 진해진 느낌이 들던데..이것도 늙음..때문인가요, 블랑카님? 하아- 가는 세월을 막고만 싶어요. 전 이러다 금세 폐경올것 같아 무서워요. ㅠㅠ

무스탕 2015-03-05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발 달린 짐승도 넘어지는데 사람은 발이 두개밖에 없잖아요. 넘어져도 괜찮아요. 다치지만 않았으면..
정성이 말이 아이폰은 갤럭시를 닮으려고 하고 갤럭시는 아이폰을 닮으려고 한다더군요.
서로가 롤모델이라고요. ㅋㅋ

다락방 2015-03-05 16:17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그렇네요. 두개 밖에 없으니까..그치만...남들보다 두꺼운 다리라면 더 잘 버텨내야 하지 않나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3-0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인용 감사해요. 너무 좋았어요. (엥?)
저도 이 책은 읽을꺼예요.
저도 한 무게 나가서, 저 책이 저를 구해주지는 못할거지만, 그래도 너무 관심 가네요.

넘어지지 마세요...... .... 천천히, 천천히...

다락방 2015-03-06 10:24   좋아요 1 | URL
오늘도 또 열차가 와있는 바람에 뛰었는데, 뛰면서, 안돼 천천히 뛰어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시켰어요. 그렇지만 뛰었다능. 근데 뛰면서 무섭더라고요. 이런게 트라우마!! ㅎㅎ

책이 전체적으로 재미있진 않았고, 사실 무슨 말인지 저는 잘 이해되지 않기도 했는데, 그래도 저렇게 인용할만한 문구가 많더라고요, 단발머리님. 헤헷 :)
 


내가 나의 마니아가 되었다.





이게 뭐여..

좋아해야 하는지 싫어해야 하는지..내 기분이 어때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무리 내가 자기애 쩔기로서니, 나의 마니아라니.



오, 나는 나의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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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3-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또 무슨...ㅋ

다락방 2015-03-04 16: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니데이 2015-03-0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이유경님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 알고 계실 가능성이 있다는 거겠죠(사정을 모르면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저는 이미 알아서)^^

다락방 2015-03-04 16:34   좋아요 1 | URL
네, 아마도 그렇겠죠.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런 일이...하하하하하

2015-03-04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05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3-0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좋은데요^^ 자신에게 오는이들에게 충실하다..는 뜻 같아 보여요. 저에겐..

다락방 2015-03-05 10:00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면 그렇죠.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하니까 내가 나의 마니아가 되는건 당연한 거에요. 그쵸? ㅎㅎ

[그장소] 2015-03-05 10:04   좋아요 0 | URL
그럼요~^^♥나에게 충실함이 있고나야 타인에게도 그럴 수있고
그래야 공허한 일이 아니게 되는것 같아요.그러니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봐진다니까요.^^
아부성이..아니라. 제가 뭘 위해 그러겠어요. 그쵸?

붉은돼지 2015-03-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소크라테스 선생께서도 말씀하셨잖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03-05 10:00   좋아요 0 | URL
˝너 자신을 알라.˝ ㅋㅋㅋㅋㅋ

2015-03-04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05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05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3-0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받을 일인데요. 다락방님이던지 이유경님이던지, 암튼 좋으시겠당~~

다락방 2015-03-05 10:02   좋아요 0 | URL
좋은지 싫은지 잘 모르겠어요. 뭐 당연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스탕 2015-03-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니 아는 사람`이 `마니아` 맞나요? ㅎㅎㅎ

다락방 2015-03-05 12:12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런게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력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모두 굉장히 특별한 능력이라고 인정한다. 하나의 세계를 자신의 룰로 만들어내다니, 이 얼마나 멋지고 대단하단 말인가. 그러나 그 멋지고 대단한 것이 내게 '좋은지'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누군가 만들어낸 이야기, 그동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대단하다 말할 수 있고,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를 창조해낸 걸 보면 우와- 하고 탄성을 내지를 수 있지만, '그래서 좋아' 라고 내 마음을 주지는 못하겠다는 얘기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내가 빈번하게 예로 들었던 영화 [아바타]가 그것인데, 감독이 만들어내고 보여준 세상은 분명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단한 세계임이 틀림없다. 저런 종을 만들고, 저런 세상을 만들고, 저런 비쥬얼을 만들고, 저런 언어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렇지만, 내게는 '거기까지'인 것이다.


나로서는 그런 신비한 마법의 나라를 보여주는 것에 큰 흥미가 없다. 그보다는 있을 법한 별 거 아닌 일들에 있어서 한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는게 좋다. 그 사람이 성장하는 게 보이면 더 좋다. 이런 것들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나를 움직이게 하며 '아 참 좋다' 하게 된다. 내게는 누군가의 감정이, 생각이, 그로 인한 행동들이 이야기 거리가 된다. 안나 카레니나가 브론스키를 기차에서 마주쳤을 때의 그 설레임 같은 것들, 레오의 답장을 기다리는 에미의 초조함 같은 것들, 나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를 사귀는 프라납 삼촌을 보는 엄마의 질투 같은 것들. 나에게 이야기는 바로 한 사람의 감정이었고, 사연이었으며, 행동이었다. 그래서,

















이 책, 《민들레 소녀》가 재미없다. 표제작인 <민들레 소녀>부터 이 책에 실린 짧은 단편들중 그 어떤 것도 나는 이야기 속의 인물이 될 수가 없다. 나는 이야기속의 그 누군가가 될 수 없으면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내가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면 통 재미가 없단 말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에서 나는 바깥에 존재하는 인물이며, 관찰하는 인물이며, 독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그저 책일 뿐이다. 한 권의 책.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단하다 칭송받을지도 모를, 그냥 한 권의 책.


미안하다, 재미없다.. 

이런 나라서 미안하구나.



표제작 <민들레 소녀>를 기대했는데, 엥? 뭐여...하고 좀 시시해했다. 이건 '온다 리쿠'의 무슨 소설과 비슷하게 닮았는데..뭐더라. 《라이언 하트》였나..뭐, 그건그렇고. 실린 단편들중 <파란 모래의 지구>에서 아주 인상 깊은 이야기를 봤다. 



다음 날 아침, 밖으로 나온 선장은 24개의 맥주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맥주나무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는 수확하기 직전의 과일처럼 맥주병들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몇 개의 맥주병은 제자리에 없었고, 갓 생긴 과수원 안에서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과수원의 테두리를 따라 솟아 있는 흙무더기들을 봐서 더 많은 씨앗이 심어진 모양이었다.

선장은 혼란스러워졌다. 아무리 지구의 흙이 다르다고 해도 어떻게 하룻밤 새 빈 병이 맥주나무로 자랄 수 있을까? (파란 모래의 지구, p.162-163)



그러니까 화성으로 돌아가기 전의 선원들은 선장의 허락을 받고 맥주를 마셨으며, 잠들기 전에 맥주병을 휙- 버린거다. 그런데 다음날 그 빈 맥주병이 떨어진 자리에 맥주나무가 자란 것. 우앙- 맥주나무래. 짱 멋지다. 이에 선장은 지구의 땅은 이런것인가, 하고 설레어하며 지폐를 묻는다. 그러나...지폐는 나무로 자라지 않는다. 결국 선장도 위스키를 심는데, 위스키는 나무가 되어 열리더라. 에헤라디여~

돈이 자라지 않으면 어떤가. 벌면 되지. 게다가 맥주도 위스키도 나무가 되어 열린다면, 그러면 술 사는 돈은 절약할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나라면...맥주나 소주 나무가 아닌 와인 나무를 만들겠다. 움화화화핫. 그러면 와인 살 돈으로 양질의 안주를 사는거야. 움화화화핫. 아..삼겹살 먹고 싶다 ㅠㅠ



그리고 마지막의 단편에서 아주 찌질한 캐릭터를 만났다. 처녀상을 등반하는 남자 '마틴'이 바로 그인데, 그는 첫번째 책으로 세상을 들썩이게 할만한 유명 작가가 되었다. 그러다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었고, 두번째 책은 첫번째 책으로 인한 기대로 조금 팔렸지만 세번째 책은 망해버렸다. 근데 그는 이걸 아내탓, 결혼탓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새 책은 최악이었다. 『내 사랑이여, 눈을 떠요!』에서 사람들을 열광시킨 그의 개성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고, 설령 생각이 떠올라도 그는 그걸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이런 저조한 기분을 만든 건 결혼이 일조했다고 생각했다. 뚜렷하게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결혼과 렐리아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여겼다.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그는 렐리아가 신부로서 모든 걸 갖췄지만 부족한 게 있다고 생각했다. 마틴은 그것이 무엇인지 밤낮으로 고민했다. (화강암의 여인, p.250)



이긍..찌질하다 찌질해. 못났다.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에 대해 결혼과 아내 탓을 하다니. 찌질해.. 하여간 찌질한 인간들이 남탓 한다니깐. 이긍.. 



아, 근데 찌질로 따지자면 나도 거의 챔피언급이라 뭐 더이상 말할 게 없다. ㅠㅠ 누가 누굴 욕해. 내가 찌질한데 ㅠㅠ




아빠랑 애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엄태웅이 누나 엄정화한테 영상전화를 걸었다. 조카랑 함께 통화를 하고 나서 전화를 끊기 전, 엄정화가 엄태웅에게 그랬다.


"사랑해."


그런데 엄태웅은 이렇게 답했다.


"알았어."



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한다는데 알았어가 뭐냐. 

하긴, 내 남동생도 내가 사랑해, 라고 하면 '그래' 라고 답하곤 했지. 이놈들. ㅠㅠ

사랑해, 라고 말했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모르는 머저리들.

늬들보다 소주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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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5-03-02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늬들보다 소주가 낫다... 이 말에 먹던 물 뿜었슴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3-02 15:39   좋아요 0 | URL
소주보다 낫기는 힘드니까요, 비연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주는 늘 제곁에 있잖아요. 하하하하하

에르고숨 2015-03-0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나무@.@!
사랑해, 라고 말했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하나요?
소주보다 낫기가 과연, 가능할는지 말입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15-03-02 15:41   좋아요 0 | URL
맥주나무 짱이죠!
이야기를 만들려면 맥주나무 정도는 등장시켜줘야죠! ㅎㅎ

사랑해, 라고 말했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사실 제가 정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 입장에서 바라고 기대하게 되는 답은 있지요, 측근님.
이를테면 `맥북을 사줄게` 라든가, 와인을 한 박스 사줄게, 라든가... =3=3=3=3=3=3=3=3=3=3=3=3=3

비로그인 2015-03-0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 다음에 어떤 대답??생각해보다가 소년에게 사랑해~했어요
(아주 다정하고 심하게 사랑스럽게)나도 사랑해 엄마~
소주가 낫다 시기가 올까요ㅠ

다락방 2015-03-02 15:42   좋아요 0 | URL
그거죠, 아른님, 그거요.
소주가 낫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게끔, 사랑을 잘 표현해주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봅니다, 아른님.
아유, 소년 예뻐라 ♡

moonnight 2015-03-0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조카아이도 요즘 제가 사랑해~하면 네~하고 끝 ^^; 예전엔 고모 나도 사랑해요~해주더니 좀 컸다고 부끄러운가봐요. ㅎㅎ

그나저나, 동생에게 사랑해라니 저로서는 꿈도 못꿀 일입니다.-_-;;;

다락방 2015-03-02 15:44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이모 싫어!` 도 숱하게 들어봤습니다, 문나잇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모는 타미 좋은데, 라고 말해봤자 타미는 이모 싫어! 막 이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전 거절당하는 이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도 어제는 통화중에 이모 보고싶어 라고 했어요. ㅠㅠ 감동 ㅠㅠㅠ


저도 사랑해란 말을 잘 안하는데-사실 뭐 사랑해란 말을 할 사람도 거의 없죠, 가족이 아닌 사람한테 이 말 한 적 없는듯??- 여동생과 남동생, 조카들에게는 잘합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거든요, 그들은. 그래서 계속계속 표현해요. 동생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제겐 어렵지 않아요. 헤헷 :)

유부만두 2015-03-0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에서 `민들레 소녀`만 읽었는데... 얘기가 촌스럽죠? ㅋ

다락방 2015-03-03 11:46   좋아요 0 | URL
네 뭔가 대단한 이야기일줄 알았다가...그래서 비블리아 고서당 주인에게 실망 ㅋㅋㅋㅋㅋ 뭐 있는것처럼 해놓고 ㅋㅋㅋㅋㅋ

마태우스 2015-03-0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가 열리다니 멋지군요 것참.... 글구 `알았어`란 답을 보니까 생각나는 것이, 조카들은 제가 문자 보내면 `네`라고 답을 합니다. 지------------ㄴ짜 성의없어 보여요...

다락방 2015-03-03 11:47   좋아요 0 | URL
남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간단한 답들을 주로 하는 것 같더라고요. 보내는 사람 마음도 좀 생각해주지. 흑 ㅠㅠ
맥주가 열리는 나무라면 제가 기꺼이 마태우스님께 선물해드리고 싶지만, 마태우스님은 술을 안드시니까...그거 손님 접대용으로 한그루 키우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