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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여행'에의 욕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대한민국 곳곳을 더 많이 가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었지 여행을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KTX 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내게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함이었지 여행이 목적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산티아고'가 궁금했다. 직장생활이 지리멸렬하게 여겨져서 그랬을까. 한달쯤, 모든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산티아고를 가는 것은 어떨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막연히 생각해보지 말고 어떤지 좀 알아볼까, 싶어 산티아고를 넣고 검색하다가 가수 '박기영'이 산티아고에 다녀와 책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호라, 읽어보자 싶어져서 냉큼 주문했다. 일단 자신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산티아고를 갔으니 어쩌면 나랑 비슷한 처지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었던거다. 읽기전에 설레이면서 동시에 두려웠다. 읽자마자 당장 산티아고를 향해 달려가고 싶으면 어떡하지?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 사직서를 던지게 되는건 아닐까? 내가 무모해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난 후에는 오히려 산티아고에 대한 욕망이 약해졌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아뿔싸, 엄청나게 무거운 배낭을 순례길 내내 등에 짊어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옷이며 세면도구며..그 짐들, 내 것인데 내가 들고 걸어야지. 짐을 들고 걷는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네. 나는 '걷기'가 좋았고, 그래서 걷고 싶었다. 아침이고 밤이고 걷고 싶었을 따름인데, 거기에 무거운 짐이 더해진다면, 이건 얘기가 달라지는 거다.


게다가 그 긴 시간동안의 숙박은? 각 코스마다 정해진 순례자의 숙박장소는 시설이 열악했고, 휴..경제적 형편을 생각한다면 그곳에 묵어야함이 당연하지만, 그 오랜시간, 걸어서 피곤한 몸을 매일 열악한 숙박업소에 뉘이고 싶어지질 않았던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나는 편안한 생활에 너무나 길들여져 있는걸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람. 그래, 일단 지금 결정하지는 말고 보류하자. 혹시 알아, 정말 회사 때려치고 나면 그 모든걸 감수하고라도 순례길을 걷고 싶어질지. 갔다오면 살빠질지도 모르고................( ")



그렇게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려고 했을때, 책의 뒷날개에는 출판사의 다른 책들이 소개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였다. 오! 이게 뭐야!! 포르투갈이라니, 리스본이라니!!!! >.<


나는 언제고 기필코 포르투갈에 가리라고 늘 마음먹고 있는데, 그런 리스본의 얘기라니. 겁나게 땡긴다. 그래, 회사를 때려치면 순례길 대신 포르투갈에 가자. 순례길 한 달 걷는 대신 포르투갈에 한 달 머물자. 일전에 홍대근처에 오픈한 포르투갈 레스토랑에 다녀왔을 때, 아 나는 또 얼마나 포르투갈에 가고 싶었던가. 포르투갈 음식은 다 내취향이로구나, 하며 얼마나 감탄했던가. 나는 순례길을 걷는 대신 포르투갈에 가서 내 취향의 음식들을 모조리 맛보겠어. 아...나는 지금보다 더 돼지가 되겠구나...Orz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그렇게 내 장바구니에 들어가있다. 나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장바구니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윽 질러, 안돼 지르지마, 윽 질러, 안돼 지르지마....

















나는 '독립'에의 욕구도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어느때쯤, 혼자 살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대전으로 갈까 아니면 이 직장에 다니면서 성남에 집을 얻을까 등을 내내 고민하다가 그 생각이 쑤욱- 수그러들었다. 그러다 킨포크를 하나씩 미리보기로 구경하면서, 2번째 킨포크에서 이 사진을 보게 된다.




빵과 쨈의 사진이 아니라, 밑에 여럿이 둘러 앉아 식사하는 사진. 아........미치겠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갑자기 또 독립하고 싶어져....혼자 살면서 빵에 쨈도 발라먹고, 그리고 이렇게, 친근한 벗들을 불러 모아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 파티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을 나는 하고 싶다. 올 때 와인을 한 병씩 가져오라고 말하면서, 그 와인들을 차례대로 맛보며 친근한 벗들과 한껏 수다도 떨고 취하고 싶다. 으윽-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이렇게 얘기하니 설거지 어쩔 거냐고 한다, 그리고 독립하면 빨래는 어쩔 거냐고..아..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저렇게 먹고 나면 설거지...손님들 다 간 다음에 내가 해야되잖아? 그릇 조낸 많이 나올텐데...아..왜 이 세상엔 이토록 해야할 걱정이 많단 말인가. 딜레마에 허우적대는 삶이랄까... 걍 독립이고 뭐고 때려치고 킨포크나 죄다 사모을까, 갖고 싶은데. 그러다 동료 e양과 얘기했다.



- 누군가 나를 너무 좋아해서 킨포크 1부터 13까지 죄다 박스에 곱게 담아 선물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친한 친구가 될텐데.

- 생각만해도 근사하네요. 얼른 가서 결제하세요.

- 내가?

- 네.

- 나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니까?

- 네.



이러고 둘다 빵터져서 웃었다. 그래, 나야말로 나의 가장 좋은 친구지. ㅎㅎ 차곡차곡 사야겠다. 일단은 저 사진이 실린 2권을 사야지. 사진들이 너무 좋아 ㅠㅠ



- 킨포크를 죄다 사주는 게 남자라면 사귈수도 있을것 같아.

- 시사인 정기 구독해주면 영혼을 준다고 했죠?

- 응 근데 아무도 정기구독 안해줬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도 이제 시사인 안사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월 31일까지 민음사 모던클래식 9종이 50% 할인(주저하는 근본주의자가 5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라니 ㅠㅠ 안돼 ㅠㅠ) 이라고 해서 나는 또 내적갈등에 휩싸인다. 그중에 내가 갖고 싶은 책은 《헛된 기다림》과 《세상의 마지막 밤》 이렇게 두 권인데, 이 두 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하루에도 스물네번씩 고민한다. 살까말까..사봤자 지금 읽을것도 아니잖아,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오십프로 할인 가격으로 살 수도 없어, 그렇지만 할인한다고 계속 사서 쌓아두기만 하는 것도 미련스럽잖아? 그렇지만 읽고 싶은 책이니까 이럴때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그렇지만 그게 좋지도 않잖아? 그렇지만 냄비 받침 아직 못받았잖아? 내 안의 천사와 악마는 여전히 싸움질 중이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가 영화로 만들어질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최근에 트윗을 통해 알게됐다. 





예고편을 보면서, 그리고 책 내용을 떠올리면서, 나는 내가 이 책을 읽고 적었던 리뷰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렸다.

'잠시동안 눈을 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김없이 눈을 뜨는 시간은 찾아온다. 눈을 뜨면, 거기엔 되고 싶은 내가 있는게 아니라 본연의 내가 있다.'


크- 바로 이거야. 이 책에 대해 이보다 더 잘 말할 수는 없어.(응?) 나는 나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크- 




회사 근처에 까페가 새로 생겼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독자적 브랜드를 가진 까페로 보였고, 아주 작았다. 아침에 들르면 크루아상을 무료로 준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회사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들를 수 있지만, 새로 생긴 까페는 버스에서 내려 뒤로 돌아 조금 걸어야 한다. 한마디로 출근시간에 가기에 스벅보다 조금 더 멀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제, 스벅 대신 그 까페로 갔다. 월요일 밤에는 책 읽다가 열두시 넘겨 자고, 화요일 밤엔 술마시고 들어가 자려니 열두시였던 터라, 어제 아침 출근길에 몹시 피곤하고 졸렸던거다. 으윽 달달한 커피를 한 잔 해야겠어. 그렇게 새로 생긴 작은 까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켜두고 책을 조금 읽었다. 그리고 당신을 생각했다. 내가 '여기'에 와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스벅이 아니라.




9월과 10월, 로쟈님이 남미문학 강의를 하신다는데,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재미있게 읽은터라 몹시 궁금하다...나도 강의 신청해서 들을까...우짜지.. 




그리고 밑에 두 책에 대해서는, 읽고 싶으신 분께 드리겠습니다(읽고 싶어서 샀는데 못읽겠어요 -_-). 한 분이 두 권 다 신청하셔도 되고 한 분이 한 권만 가져가셔도 됩니다. 택배비는 제가 부담합니다. 읽고 싶으신 분은 '공개댓글'로 달아주세요. -끝!! 아무개님께 드리겠습니다.

















9월달에 에피톤 프로젝트 새앨범 나온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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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8-2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다 손번쩍!

아무개 2014-08-28 16:33   좋아요 0 | URL
누가 댓글달까봐 급하게 다느라....
근데 다락님이 이런 책을 샀네요 오호...

아참 로쟈님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아트앤스더티에서 인강으로도 들으실수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강의보담 책이 나은거 같긴했어요.

다락방 2014-08-28 16:46   좋아요 0 | URL
오 아무개님께 드리겠습니다. 당첨!!

남미문학도 나중에 책으로 나오겠죠? 책으로 읽을까.. 흐음..

2014-08-28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31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9-01 09:54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 감사해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14-08-2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방출 광고 이제서야 보여요. ㅋㅎㅎ
아무개님, 축하드립니다. ^^

다락방 2014-08-31 14:17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벌써 책을 받으셨습니다. 으흐흐흐

유부만두 2014-08-29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로쟈님 강의 들어봤어요. 강의 잘하세요. 재밌고요. 저녁시간 맞추기 어렵지 않으시면 추천해요. 그런데 양재~사직공원 옆 푸른역사 ... 머네요....

다락방 2014-08-31 14:17   좋아요 0 | URL
저도 로쟈님 강의 한 번 들어본 적 있어요. 저희 동네 도서관에서 지젝 강의 하셔서 의욕 충만하여 들으러 갔었지요. ㅋㅋㅋㅋㅋ 한 번 듣고 그 후론 안갔지만 강의는 재미있었어요. 남미문학 강의도 책으로 나오면 책으로 살까... 생각 중이에요. 강의를 한 번 들어보고 싶긴 한데.. 흐음...

레와 2014-08-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영화는 대체 언제 개봉한거에요?!!!!

크루아상의 공짜로 주는 카페라니.. 무조건 가야죠.
출근전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주변환경이 부러워요. 락방!! ㅎ


나는 다락방이랑 제주 올레길을 걷고 싶다요.

다락방 2014-08-31 14:19   좋아요 0 | URL
저 영화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것 같고요 앞으로도 하게 될 지는 모르겠어요. 개봉하면 보러가야겠어요.

크루아상을 공짜로 주는 카페는 오픈 시간이 좀 늦어요. 삼십분만 더 빨리 해줬으면 좋겠는데...이게 잘못가면 아직 크루아상 굽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못먹어.. ㅠㅠ

ㅎㅎ 어쩜좋아. 전 제주 올레길을 걷고 싶지 않은데요. ㅎㅎㅎㅎㅎ 난 제주도가 별로...( ")

별수진 2014-08-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갑니다..산티아고..전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4-08-31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회사를 혹여 때려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좀 생각해보려고요. 가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반반이에요. 도전하고나면 좋을 것 같긴한데...역시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어요. 사실 생각이 아니라 생각하기 전에 가고 싶은 욕망이 더 컸을 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쵸?

자하(紫霞) 2014-08-3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요즘 킨포크에 빠져들고 있어요.ㅎㅎ

다락방 2014-08-31 14:21   좋아요 0 | URL
글 읽는 건 별로 재미없는데 사진들이 참 좋아요. 다들 너무 '있는 집' 인것 같아서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진이 예뻐요 ㅠㅠ
 














나는 클래식 음악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취미도 없다. 지금이야 비탈리의 샤콘느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 말고는 아는 바가 없다. 아직도 내게 클래식은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사람들의 취향일 뿐이다. 일전에 <무릎팍 도사>에서 '장한나' 였던가, 나와서 그런 얘기를 했다. 다들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은 대부분 다 클래식이라고.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클래식은 내게 멀다. 아주 가끔, 클래식과 친해지기 위해서 어떤 앨범들을 들어보지만, 그렇다해도 친해지게 되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클래식에게 마음을 아주 닫아버리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 속의 여자주인공 루이자 역시 클래식에 마음을 닫아놓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디 클래식 뿐이랴, 그녀는 사방팔방 이것저것에 마음을 닫아놓고 살고 있었는 걸. 



지휘자가 앞으로 나와 단상을 두 번 톡톡 두드리자 거대한 침묵이 내리깔렸다. 그 정적이 느껴졌다. 한껏 기대에 차 있는 객석이 느껴졌다. 그때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리자 갑자기 만물이 순전한 소리가 되었다. 음악이 실체가 있는 사물처럼 느껴졌다. 음악은 내 귀에만 머물지 않았고, 온몸을 타고 나를 에워싸고 흐르며 온 감각이 공명하게 했다. 피부가 따끔거리고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었다. 내가 태어나서 들어본 적이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였다.

그리고 음악으로 인해 내 상상력이 뜻밖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앉아 있자니 몇 년 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이 떠올랐다. 해묵은 감정들이 나를 덮쳤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상이 내 몸에서 술술 뽑아져 나왔다. 마치 나의 지각 능력 자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쭉쭉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멈추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 영원히 앉아 있고 싶었다. (p.233-234)



우리는 객석이 텅 빌 때까지 기다렸고, 그 다음에 내가 휠체어를 밀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까지 내려가서 무탈하게 윌을 차에 태웠다. 별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머릿속에 아직도 음악의 여운이 남아 있었는데, 그게 희미해질까 아쉬웠다. 계속 음악을 돌이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다. 온전히 연주에 몰입하던 윌의 친구처럼. 음악이 마음속에 꼭꼭 잠겨 있던 감정들을 풀어내고 작곡가조차 예상치 못한 곳으로 떠나게 할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어디를 가나 잔향을 끌고 다니는 것처럼 음악은 주변 공기에 깊은 상을 새겼다. 객석에 앉아 한참 동안 곁에 윌이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다. (p.235)



그녀는 클래식을 들을 생각조차 없었지만, 그녀의 고용인인 '윌'이 그녀에게 꼭 한번 클래식을 들어보기를 권했고, 루이자는 윌에게 '당신이 같이 가준다면' 연주회에 가겠노라 했다. 그리고 가서는, 옆에 앉은 윌을 잊을만큼 클래식에 흠뻑 빠진다. 


클래식이란 말이 나와서 클래식을 감상하게 되는 루이자가 인상 깊어 이 부분을 인용했지만, 사실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고.


소설로 치자면 '코맥 매카시'가 정통 클래식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이 말은 즉, 소설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 읽기에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는거다. 반면에 소설(혹은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팝송'같은 소설들이 존재한다. 빠르게 책장이 넘어가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몰입도 되는. 소설을 잘 읽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처음 소설을 추천할 때는 당연히 팝송 같은 소설을 추천하게 되는데, 이 책, 《미 비포 유》는 '엄청나게 힛트칠만한' 팝송 같은 책이다. 재미도 있고 눈물도 흘리고 잠시도 손에서 놓고 싶지가 않아진다. 물론 이 말은, '소설로서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것은 '이 책이 완벽하지 않다'와는 다르다. 내가 완벽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일뿐, 이 책은 이 책의 북트레일러에서 나온것처럼 누군가에게는 '대단하며', '인생을 바꿀만한' 책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팝송을 부르는 가수의 모습을 보고 금세 사랑에 빠져 인기스타가 만들어지듯이, 이 소설속의 주인공 역시 흠뻑 빠지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윌을 사랑했다. 그와 사랑에 빠졌다고 단언했다. 흥분해서 읽다가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나는 이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우선 이 책이 '지나치게 소설적인' 면들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소설적인 면들이라고 해서 현실하고 완전히 동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사지가 마비된 환자들 중에는 그들을 아낌없이 간호할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경제적 여유를 가진 자들이 존재할테니까. 게다가 주인공 '윌'은 사지가 마비되기 전까지 엄청나게 천재적인 경영인이었고, 그래서 (원래 집도 부자인데) 돈도 많이 벌었고, 온 세계 방방곡곡 여행을 했으며, 몸을 움직이는 거친 액션들도 즐겼다. 잡지에서 바로 걸어나온 것 같은 초절정 미녀들과 섹스를 즐긴 것은 두 말해 무엇하랴. 이렇게까지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몇 프로나 될까? 게다가 이제는 그 모든걸 할 수 없는 남자를 간호하기 위해 들어온 여자주인공 '루이자'는 거의 한 집안의 가장이며 집 근처 8km 이내로는 떠나본 적도 없는 여자이다. 이런 스토리는 사실 지나치게 통속적이지고 '극의 재미'를 더한듯 느껴져 썩 흡족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가난한 사람이 돈을 많이 주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에 대한 극찬으로 가득하지만, 나는 어딘가에서 본 '안락사'라는 단어가 잊혀지질 않아, 이 이야기가 비극이 될거라고 짐작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주인공 루이자와 윌이 사랑에 빠지는 동안, 그 사랑이 내것이 되어 이 이야기가 비극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이미 '안락사'란 단어를 본 이상 결말은 불보듯 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까지 나는 기대를 걸고 있었던 거다. 루이자가 윌에게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것처럼. 


자신의 몸을 이용해 세상 모든걸 누리고 경험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의 몸으로 이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게 어떤 걸지, 내가 아무리 이해하고 상상하려고 해도, 그 절망감은 내 상상 이상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이만 끝내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안 이상, 그에게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의 삶을 사는 것은 그이지, 내가 아니니까. 내가 아닌데, 내가 그 고통을 겪는 게 아닌데 '그것이 옳지 못한' 일이라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감히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일이 몹시 힘들거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를 설득해보고자 하지만 결국 그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일, 그의 마지막에 옆에서 그런 그를 보아주는 일. 그것은 독자인 나를 눈물나게 하는 것보다, 어마어마한 크기로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윌을 보면 생각만 해도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벅찬 사랑으로 내 품에 안았던 아기가 보였다. 내가 또 하나의 인간을 창조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처음 만난. 내 손을 잡으려 팔을 뻗던 갓난아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던 꼬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분노로 눈물범벅이 되어 흐느끼던 소년이 보였다. 그 여리던 모습, 사랑,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런데 윌이 나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한 건 바로 그것들이었다. 다 큰 남자만이 아닌 그 어렸던 소년, 그 모든 사랑, 그 모든 지난 일들까지. (p.156)



입에 음식을 넣는 것초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그가 퉁명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가 루이자를 만난다. 루이자는 그의 눈치를 보며 잘해주고자 하지만 그렇게 몇날 며칠을 퉁명스러운 데야 참을 수가 없다. 



"개망나니처럼 행동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말들이 고요한 허공에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휠체어가 정지했다. 한참 침묵이 이어지더니, 그가 천천히 돌아서서 나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그의 손은 작은 조이스틱을 잡고 있었다.

"뭐라고 했죠?" (p.82)




아. 으르렁 거리는 루이자, 이렇게 사랑은 시작되는구나,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된이상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 아닌가. 그러니까 재벌의 뺨을 때리는 뉘앙스랄까. 나한테 이런 건 네가 처음이야...



'루이자 클라크'는 자신이 고용된 6개월이 그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래서 그에게 살아갈 의지를 불러일으키고자 최선을 다한다. 어떤 일들은 좌절을 주지만 어떤 일들은 기쁨을 준다. 그 과정에서 윌과 루이자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루이자는 그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그를 사랑하니, 어쩌면 많은 것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그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으니, 그가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 그 결심을 어쩌면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의 고백은 진실했고, 그녀의 사랑 역시 진실했다. 그러나 루이자는 그로부터 '당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된다.




"미안해요. 내겐 충분하지 않아."

나는 그의 손을 내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말하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 이번에는 꼭 정확한 단어들을 골라야만 하겠다는 듯이.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제는 내가 물러설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이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p.471-472)



"하지만 이 휠체어는 내 존재를 규정해요, 클라크. 당신은 나를 몰라요. 진짜 내 모습을. 이 물건이 있기 전에 날 본 적이 없잖아요. 난 내 삶을 사랑했어요, 클라크. 진심으로 사랑했단 말입니다. 내 일과 여행과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모든 걸 사랑했어요. 육체적인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가 좋았어요. 바이크를 타고 높은 건물에서 몸을 던지는 걸 좋아했어요. 사업 거래에서 무자비하게 승리하는 게 좋았어요. 섹스도 좋아했죠. 숱한 섹스들을. 크나큰 삶을 누렸단 말입니다."

이제 그의 언성이 한층 높아져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이 물건에 갇혀서 살 수 있게 생겨 먹질 못했어요. 그런데 의도와 목적에 모두 반해 나를 규정하는 게 이젠 이 물건이 됐단 말입니다. 나를 규정하는 유일한 물건이 됐어요." (p.472-473)





누군가에게 사랑은 필요한 충분 조건, 혹은 단 하나의 유일한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고백 앞에,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 두고 살아갈 의지를 다질 수 있다. 이 사람이면 돼, 나는 이 사람이면 살 수 있어, 하고.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사랑만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그것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사랑은 있으면 물론 좋지만, 그거 하나만이 나를, 내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 아닌 사람. 나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한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에게 삶은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삶은,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에게 삶은, 모자라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게 다 없고 사랑하는 여자만 있는 삶, 그것은 그에게 모자라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그가 그렇게 느끼는 것을 나는 온전히 이해하지만, 나 역시 윌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나는 '충분하지 않은', '모자란' 삶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절망감, 그것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여기서 이제 그만 끝내게 결심하게 하는 그 마음을, 나는 감히 짐작해볼 수는 있지만, 그리고 그 삶이 그의 것이니 결정 역시 그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라면, 나라면, 어떻게든 삶의 끈을 놓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 어쩌면 내가 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내가 내 의지대로,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쩌면 나 역시 절망감에 윌과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으리라. 



윌은 끝까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싶어한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결정 내리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한다. 그래서 루이자에게도 본인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고, 더 많은 것을 배우라고, 더 많은 것을 해보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동네에서만 안주하는 루이자에게 그는 더 다양한 삶, 더 풍부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사실 나는 그가 이렇게 그녀에게 강하가 권할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말이 그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만약 내가 루이자였다면 내 삶에 대해 니가 이러쿵저러쿵 하진 말라고 화를 냈을 것이다. 결국 그의 말을 듣고, 어쩌면 그의 말을 듣기를 잘했다고 몇 번이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가 자꾸 내 삶이 부족하다고 하면 내가 그 말을 듣고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러나,


윌은 루이자가 자신의 삶을 살기를 바랐다. 식구들에게 혹은 윌에게 얽매인 삶이 아니라 루이자 자신만을 위한 삶. 그가 그것을 진심으로 원했기에 루이자도 달라질 수 있었다. 루이자는 그를 만나기 전과 후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고 윌 역시 그녀를 만나고 난 후에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됐다. 누군가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어쩌면 미리 다 예정되어져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그것이 더 나은 쪽으로 바뀌는 거라면, 그 순간에는 신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도. 남자를 만나 정착하게 되도 자신을 위해 비상금을 숨겨 두라고 말하는 윌이 무척이나 좋았다. 내 인생을 바꿔놓고, 행운이라 생각하게 하고,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 어떻게든 나 자신을 위해 살도록 배려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끝내려 한다는 결정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 대체 이것을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을까. 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 그를 붙잡고 매달리고 말리고 싶다. 그러나 '나를 위해' 네 삶을 연장하라는 말 역시, 그를 위해서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말일지도 모르겠다.



 

몇번이나 눈알이 빨개졌다. 지하철 안에서도 핑- 눈물이 고여 힘들었다. 책의 처음부터 그가 자신의 죽음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사랑스러울 때마다 더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에게 삶의 의지를 불태워주려는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까 겁이 났다. 루이자가 해내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끝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꼭 그만큼 끝을 알고 싶었다. 




업무가 시작되기 바로 전까지 이 책을 읽었다. 상사가 출근하기 바로 직전까지. 그래서 나는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달래며 고개를 쳐들어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의 결정을 존중해야하는것과 그의 결정을 어떻게든 바꾸려고 하는 것. 그 둘 중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야한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그래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드니까.



"혹시 이런 거 알아요?"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다. 특유의 눈가에 잔주름이 지는 웃음. 목이 어깨로 이어지는 그 지점.

"뭔데요?"

"가끔은 말이에요, 클라크. 이 세상에서 나로 하여금 아침에 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오로지 당신밖에 없다는 거." (p.388)




아...제기랄. 눈치 보면서 페이퍼 썼더니 힘이 쭉 빠지네. 

가끔은, 내가 제대로 된 사랑을 한 번도 못해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저 388페이지를 읽을 때 그랬다. '밤새도록 그렇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았던 적이 없었던것 같다. 일단 밤새도록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싶을 정도로 깨어있기를 원한 적이 없었다. 나는 밤에는 자고 싶어지니까. 상대의 자는 모습 같은거 밤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졸리니까 자자, 가 먼저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니까. 그러고보면 잠든 모습을 마냥 바라봐도 좋기만한건 내 조카를 볼 때 뿐이었던 것 같다. 아..조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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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8-2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
내가 기대했던 걸 모두 충족시켜 주는 페이퍼네요. 고마워 락방!!

뿌듯하다~ ㅎ

다락방 2014-08-26 14:58   좋아요 0 | URL
잇츠 마이 플레져! 므흣 :)

마태우스 2014-08-2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치 보면서 이런 장대한 서사시를 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참고로 요즘 독서 열심히 했어요 그래봤자 8월에 읽은 책이 5권 정도밖에 안될 것 같은데, 다락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님이 있기에 출판계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참고로 오늘은 춘천에 다녀오면서 미미여사의 책을 읽었어요. 잠을 한잠도 못자게 만들만큼 재밌더군요 저랑 코드가 따악...^^ 아, 그리고 필립 말로의 유령퇴장도 읽고 있어요. 4분의 3 읽었는데 결말이 궁금하네요. 이것저것 읽는 스타일 땜시....

다락방 2014-08-27 10:51   좋아요 0 | URL

장대한 서사시라뇨, 마태우스님. 그저 긴 글일 따름입니다. 할 말이 하도 많아가지고 다다다닥 썼네요. ㅎㅎ

저도 며칠전에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 아내와 결혼했다] 였나 그 책을 사두었어요. [미국의 목가]도 그렇게 좋다길래 사려고 하는데, [유령 퇴장]도 사야겠네요. 책 읽는 속도는 결코 책 사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요. 다 읽고 사자고 매번 결심하지만 번번이 무너지네요. ㅠㅠ

미미여사랑 유령퇴장 다 읽고나면 리뷰 써주세요 마태우스님. 즐거운 마음으로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

유부만두 2014-08-2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긴" 페이퍼 좋아요~ ^^

다락방 2014-08-29 13:51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
 

처음으로 그녀는 그들을 갈라놓고 있는 물리적 거리가 터무니없이 멀게 느껴졌다. 몇 해 전 몇 번인가 편지를 보낸 그 주소에 그가 아직도 살 거라고는 확신이 들었다. 그가 이사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됐을 것이다. 그녀와 마티아는 무의미한 것들 아래 묻혀서 보이지 않는 탄성을 가진 실, 서로에게서 자신의 고독을 알아본 그들 두 사람 사이에만 존재하는 실로 이어져 있으므로. (p.370-371)


















알리체는 알리체대로 고독했고 마티아는 마티아대로 상처를 간직한 채 살고 있었다. 알리체와 마티아 모두, 문제를 바깥으로 드러내서 부모님과 울고 불며 대화를 했다면 지금보다 덜 고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도 아직 부모와 대화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그들이 고독한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고, 두 사람 사이에만 보이는 실로 연결되어 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 그들이 그 실을 꼭 쥐고 있기를, 그 실 덕분에 그들의 서로의 고독에서 혹은 상처로부터 조금은 헤어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맞는 절실한 상대임을 알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함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떨어져 있을 때는 이토록이나 강하게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서도 막상 만나고 나면 흐지부지 뒤돌아서고 만다. 그러나,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실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부러웠다. 만약 상대가 거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어떻게든 반드시 알게 될 거라는 확신. 그들은 그걸 어떻게 확신할까. 



나는 사랑하는 애인사이에도 이별이 존재하듯, 친구 사이에도 헤어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 친구할 것이다, 라는 나의 확신이 무너진 적이 더러 있었으므로. 이제는 어떤 친구 사이도 깨어질 수 있다는 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든 혹은 특별한 경험을 함께 했든, 그건 그것대로 존재하되 서로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영화 《비긴 어게인》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든다. 기분이 구렸다가도, 피곤했다가도 이 영화를 보노라면 기분이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심지어 '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 영화만큼은 정말 좋았다.



여자는 음악하는 남자인 애인을 따라 미국에 왔다. 애인의 음악에 많은 도움을 준 그녀이지만, 미국에서 그녀는 '그의 여자친구'로만 불릴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애인은 음반작업하다 만나게 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게되고, 이에 여자는 그와 거주하던 공간에서 짐을 싸고 나와 자신의 친구에게로 간다. 친구 역시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자신 앞에 선 여자를 보고는 달려가 안아준다.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다고 말한 게 아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녀에게 포옹이, 위로의 차 한잔이 절실하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에.


자신에게 낯선 지역에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 그녀의 작곡과 노래실력을 알고 몰락한 음반 제작자가 나타난다. 그는 딸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내에게도 남편이 되기를 포기한 채, 게다가 동업하는 음반사에서 쫓겨난 채 빈곤하게 살고 있었다. 여자를 만나 여자의 실력을 알아보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는 여자와 친해지게 된다. 친해지는 과정에서 서로의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알게되고, 어느 순간에는 끼어들지 말아야 할 부분에 끼어들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그들이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할 때였다. 남자는 여자에게 핸드폰안에 든 음악이 어떤 것이냐 묻고, 여자는 남자에게 그것을 말하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것이 되므로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각자가 좋아하는 곡들을 이어폰을 나눠끼고 듣게 되는데, 이 음악은 정말 최고야, 이 음악은 정말 좋지, 하면서 그들은 늦은 밤 거리를 함께 걷는다. 앉아서, 걸으면서 음악을 공유하는 그 장면이,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서로에게 들려주고, 상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귀 기울여 듣는 그 장면이 정말이지 너무나 완벽하게 느껴져서, 그 장면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장면이 되었는데, 아, 역시 친구란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가, 싶어지는 거다.



음악에 대한 취향은 다른 사람과 완벽하게 일치할 수 없다. 나에게 좋은 음악이 너에게도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또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그렇게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귀기울여 들으면서 감상을 말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근사하다. 아마도 일치할 수 없는 취향의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음악을 나누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내가 그에게 곡을 보내주고 그가 나에게 곡을 보내주었던, 그리고 서로 그 음악을 들으면서 메신저의 작은 창을 통해 대화를 나누었던 그 순간을. 그 순간은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했던가. 언젠가 한 번은 그 친구에게 '우리가 서로의 연락처를 잃어버린다면 우리 사이도 이걸로 끝' 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는 끝나긴 왜 끝나냐며, 나는 네가 어디 사는지도 알고,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도 알고, 네가 어딜 산책하는 지도 알고 있으므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아, 나도 그때는 그 친구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탄탄한 실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속 남자와 여자는 깊은 밤까지 음악을 함께 들으며 다정해진다. 만약 거기에서 그들이 한 발 더 나아갔다면, 그들은 여느 남녀가 함께 보내는 평범한 밤을 보내게 됐을 것이다. 그들이 늦은 밤까지 함께 걸으며 같은 음악을 들었던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지만, 그 경험이 다음날 아침에 함께 눈뜨는 걸로 이어졌다면, 그것은 특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함께하는 것보다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감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함께하는 것만이 늘 답은 아님은 확실하다.



그들은 음악을 사랑했고, 그들 각자의 연인과도 음악으로 맺어져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아니어도 이미 함께 음악을 듣고 나누었던 연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연인들과 어떻게 됐던가. 



정말 필요한 건 늘 옆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순간, 그 특별함이 아닌가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우리가 함께 들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거기가 어디든 내가 읽은 책과 당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 감상을 교환할 수 있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간혹 찾아온다면, 집에 돌아가 불을 켜고 밥을 차리는 것이 온전히 나 혼자만의 몫이라고 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들어가 욕실의 불을 켜고 샤워를 하면서 콧노래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렇게 특별한 누군가와 음악을 공유하고, 책을 공유하고, 맛있는 음식을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 순간 순간들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들이 내 행복한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저장될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생각하다가 아 좋았어, 하고 돌이켜 볼 수도 있을테니. 


문제는,

내가 음악을 잘 모른다는 거....구나. 그러니 뭐 상대에게 들려줄 만하다거나 할 게 없네. 상대가 들려줘도 딱히 할 말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 것 같다. 아마 특별한 친구로 기억될 것이다. 혹여 그녀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다면, 영국에서의 삶을 살아낸다면 그들은 아마 앞으로 만나지 않게 될런지도 모른다. 남자가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아내와 음악을 공유하는 삶을 다시 찾는다면, 그들은 아마 연락도 뜸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잊지 못할 사람으로 남겨질 것이다. 서로 먼 곳에 살고 있어도 마음의 거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어도, 사 년이나 오 년뒤에 연락해도 활짝 이를 드러내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너무나 좋다. 어쩌면 그런 친구가 '이성'이어서 더 특별한 것 같다. '다르게 갈 수도 있지만 다르게 가지 않는' 데서 오는 그 특별함.












내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했던, 어떤 것들을 공유했던 친구는 있지만, 그 친구와 내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이 된건지는 잘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어느 한쪽만의 것이라면, 그것은 연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연결된 게 아니라고 해야할까. 

당신은 내 표정만 보고 내게 다가와 안아줄 수 있을까?


배고프다. 12월말까지 몸 만들어서 비키니 사진 찍어 친구에게 주기로 약속 했는데, 이렇게 허구헌날, 매시간 배가 고파서야 어디 몸을 만들 수 있겠는가. 다이어트는 자신과의 싸움인데, 빌어먹을, 나는 세상에서 자신과 싸우는 게 제일 싫은 사람이니...이거야 원.... 말이 나와서 말인데, 공부 잘하는 것도 자신과의 싸움 아닌가. 나는 자신과의 싸움은 절대 피하는 사람이다.  여튼 4개월 남았는데....나 자신과 사이좋게 보내면서 그 날이 오면, 클라라 사진에 내 얼굴 합성해서 보낼까...혼자 조용히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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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여름 2014-08-2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은 모르지만 책은 알잖아요...흠...벌써 가을이구나 하는 글이었어요~~

다락방 2014-08-25 14:12   좋아요 0 | URL
아, 달콤한책님. 지금 이 댓글을 읽으니, 아 벌써 가을이네, 싶어집니다. 가을이 오네요. 제가 좋아하는 여름이 이제 끝무렵이에요. 아아 서운해요 서운합니다. 하아-

책읽는여름 2014-08-25 20:23   좋아요 0 | URL
저도 여름이 좋아요! 어쩌면 겨울이 너무 싫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남은게 겨울밖에 없어서 이맘때가 가을보다 더 쓸쓸해집니다그려^^

다락방 2014-08-26 12:03   좋아요 0 | URL
저는 싫은 계절은 없는데요 여름이 특별히 좋긴 해요. ㅎㅎ

레와 2014-08-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말에 보고 싶은데, 하아.. 초조합니다. 끝나버리면 우짜지..

다락방 2014-08-26 12:03   좋아요 0 | URL
놓치지 말아요! 이거 인기 많다고 뉴스에도 나오던데. 이번 주말에도 하지 않을까? ㅎㅎ

건조기후 2014-08-2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예매했어용 ^^

다락방 2014-08-26 14:58   좋아요 0 | URL
아웅 건조기후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4-09-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긴 어게인 봤어요!!!!
더블잭으로 함께 노래를 듣고 같이 어깨춤을 추는... 어쩜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우리... 라고 우기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14-09-01 15:04   좋아요 0 | URL
아 보셨군요! 유부만두님도 그 장면이 좋으셨나요? 전 그 장면이 계속계속 생각나요! >.
 

















사랑에 빠질 때마다 <운명> 이 들어있는 '여행스케치'의 앨범을 카세트 테이프로 상대에게 선물하곤 했었다. 한 번은 네가 운명을 준 남자가 몇이냐, 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때 나는 베시시 웃었고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은 나도 몇인지 세어본 적 없어서. 그러나 어쩌면 단 두 명 뿐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기억나는 사람은 단 두 명 뿐이니까. 그 둘 다, 내가 그의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 노래 듣고 가, 라고 말했었지. 나는 그 말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오롯이 둘이 앉아 조용히 그 음악을 감상하던 일. 더이상 운명을 선물하지 않은 것은 내가 더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 앨범을 구할 수 없어서였고 그 후에 만난 사람들은 테이프 대신 시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윤선의 <천사>가 들어있는 앨범을 선물한 적도 있었다. 그건 시디 였는데, 그와 사랑에 빠져서 그 앨범을 선물한 게 아니라 그 앨범을 선물했는데 그와 사랑에 빠졌더랬다. 그에게 그 시디를 선물하고 난 다음날, 그를 만난 기억으로 하루를 온통 소비하고 있었을 때, 나윤선을 듣는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 나는 아, 좋았던가. 



다,


지나간 일이다.




장갑의 밤



사랑에 빠질 때마다 장갑을 선물하는 경향이 있

어 그건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지금 난 장갑 한 짝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검정색 모직 장갑 장식이 없는

낡은 그 장갑을 어디 떨어뜨렸는지 알아 오늘 난 아

주 잠시 외출했거든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저녁 모

서리 골목 끝 국숫집에 갔거든 바지락조개가 든 그

릇 바닥에는 모래가 있었어 반짝이는 보석도 있었지

 가는 길은 얼었고 없던 비탈이 생겼네 바람은 전

혀 불지 않아 국숫집 바닥에서 내 검은 장갑 한 짝

이 조금 젖어가겠지 하지만 어제가 아니었을까 오늘

나는 저녁을 거른 채 오래된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았

던가 골목 끝 국숫집은 사라졌네 이전했다는 안내

문조차 없어

 사랑에 빠질 때마다 나의 기억은 바뀌고 부드러웠

던 길은 파여가네 곁에 그가 걷네 보이지 않게 엉덩

이는 자꾸 신성해지려 하고 누가 만져도 흔들고 싶

지 않아 내 몸에 그을린 그가 내 손목을 흔들며 사

라지면 밤은 언 손처럼 나를 끼네




<겨울 휴관>같은 시가 한 편쯤 떠억- 하니 나타나주리라 기대하고 천천히(어쩌면 빨리) 시집을 넘겼지만 그런 시는 한 편도 만나볼 수 없었다. 웬걸, 어려워서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더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 어떤 상황에서 쓴건지를 모르겠고, 내가 이 시를 읽으면서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는거다. 무언가 장면이 펼쳐지다가도, 입에서 나온 한 줄기 담배 연기가 이내 공중에서 흩어지듯, 눈 앞에 내가 그린 풍경도 퍼지고 흩어지고 말아, 아, 시란 어떻게 읽어야 한단 말이냐, 자꾸만 답답해지는 거다. 내가 시인이 되어 읽어야 하는거냐, 시인이 말하는 걸 눈 앞에 그려가며 읽어야 하는 거냐,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거냐, 가만가만 조용히 읽어야 하는 거냐. 나는 그걸 알 수가 없어 이 시들을 모조리 다,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럴수록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든다. 시를 읽으면서 감탄하고, 이해하고, 외우고 싶다. 이해하지 못하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게 당연할 터. 하나의 시를 읽고, 다음장에 있는 또 하나의 시를 읽고, 나는 자꾸만 아 뭔말이야 뭔말이냐, 한다. 그나마 기억속의 나를 끄집어내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애쓰지 않고도 되는 일.


애쓰는 일은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 나는 무엇에도 애쓰고 싶지 않아. 며칠전 만난 친구가 '너는 연애할 때 애쓰지 않지' 라고 묻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했다. 애..써야 해?, 연애에? 연애에도 애를 쓰지 않는 내가 시를 읽는데는 애를 쓰고 있다. 이 피곤한 일을 그렇다면 그만두어야 할까, 아니, 계속 애써보아야 할까, 아니, 애쓰는 건 싫단 말이야. 나를 애쓰게 하지 마.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을 편안하게 삼키듯, 그렇게 이해되면 안되는 거야, 시는? 어쩐지 분해서 울고 싶기까지 하다. 알고 싶다고! 나도 시를 느끼고 싶다고! 왜 쓴 건지 이해하고 싶다고!





밤의 여행자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력으로



 밤의 노래가 나를 데리고 가리 내 귀고리가 숨어

우는 자리로


 마트 지하 피팅룸에도 없다 나무 깔개를 들춰봐도

없다 원양어선 밑바닥 궤짝 아래 같이 눈앞이 캄캄

하다 스포츠브라 사느라 벗고 입고 하느라 정작 스

포츠가 뭔지도 모르면서 난 분실물보관소 카운터 직

원에게 말했다 혹시 맡아둔 귀고리라도 ‥‥‥

 그거 비싼 거예요?



 대형마트 맨 위층 목욕탕에 갔다 하수구 뚜껑을

손으로 훑었다 네 잘못은 아니지 바닥과 타일이 다

독인다 침착 침착해 이미 난 아스파라거스가 닭고기

에 집착하듯 귀고리에 매달렸다 탈의실 바닥을 샅

샅이 살펴보았다 체중계와 거울 위를 손바닥으로 쓸

며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말했다 여기서 혹시 귀고리

하나 못 보셨어요? 물에 떠내려갔겠지 그거 눈에 띌

만큼 커요? 값비싼 거냐고요?



 나는 7층부터 지하까지 뛰어다녔다 왜 엘리베이터

는 타려 하면 올라가나 나오지 않는 잔뇨로 전율하

며 다시 내 방까지 뛰어가보고 뛰다가 거북이 알을

품듯 큰 돌덩이를 붙잡고 쉬는데 돌 안에서 돌이 나

왔다 상추에 달팽이가 죽어 있는 야채 코너 트렁크

사이 머리를 넣어보았다 가지 않았던 곳도 가보았다

약속도 깨고 나는 잃어버린 한쪽 귀고리를 찾아 너

무 빠지지 마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그래봤자 심금을

안 울리잖아 인생을 즐겨봐 섹스테크닉이나 배워



 이 아무것도 아닌 저질의 빛이 곱지도 않은 삐뚤

어진 속악한 누군가 보다가 구역질이나 할 나는 가

짜라고 분류될 그 아무 가치도 없는 누군가 주워 갔

다가 던져버릴걸 그 전에 내가 찾아서 없애버려야 해



 목탄으로 그린 그림 같아 나는 내가 지워지기 전

에 스프레이를 뿌려주세요 안개와 해초가 일렁인다

마트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고래가 등장하는 재

미없는 아이스쇼 같아 헤이 헤엄치며 놀자 신경 끊

어누가 수상쇼 하든 트로피를 받든 감격은 없어 소

통이라니 깊이 들어가봤자 그거 고작 몇 센티잖아





비가 내리고 귀고리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나는 또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귀고리를 잃어버렸는지도 알지 못했는데 그는 내게 뭐 잃어버린 거 없냐고 물었고, 나는 그가 무얼 말하는 지 몰라 모른다고 했다. 내가 무얼 잃어버렸다는 거지? 그러자 그는 주먹 쥔 손을 펴 내 은색 링 귀고리를 보여주었다. 차 안에 떨어진 걸 주워왔다고 했다. 아 그랬나 나는 잃어버린 줄도 몰랐네, 하고 그의 손바닥에서 귀고리를 가져가려고 손을 뻗는데, 그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내가 며칠 가지고 있을게. 왜? 그러고 싶어. 그럼 그렇게 해. 다음날과 다다음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내 귀고리 어쨌냐고. 그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이 바지를 입을 땐 이 바지 주머니에, 저 바지를 입을 땐 저 바지 주머니에. 내 물건을 지니고 있으려는 게 애틋해 나는 살짝 웃었지만 사실 그 귀고리는 내가 당시에 가장 좋아하던 귀고리라 빨리 찾아와 귀에 걸고 싶었다. 잃어버린 것도 몰랐으면서. 나는 그에게 이제 그만 돌려달라 말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내가 그의 차 안에 두고 내리고, 두고 내렸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건 귀고리 뿐만은 아니었다. 스카프도 있었다. 그는 다음에 만날 때 곱게 접은 스카프를 내게 내밀었다. 너 이거 두고 갔다고. 




이런 기억들 틈틈이, 이것이 내가 시를 감상하는 방법인가 싶어 스스로 폭발해버리고 싶어진다. 이렇게 감상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물론 옳은 감상 방법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러다가 내가 중국집에 가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내 앞에 놓인 게 삼선짜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저는 그냥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왜 삼선짜장이 나온거죠? 라고 일단 물을 것이고 만약 주인이 삼선짜장 주문하셨습니다 라며 거칠게 나온다면, 나는 잔인해 지리라.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카운터로 가 계산해달라고 할 것이다. 내가 시켰다니 계산해주세요. 그러나 먹지는 않겠어요. 저는 해물을 일절 먹지 못하니까요, 라고 말하고 나와야지. 그러면 내가 삼선짜장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씨양, 시를 이렇게 읽으면 안되는 거잖아, 했다. 혼자서. 




사과 없어요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

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

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

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다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

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

선짜장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

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 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 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커녕 몽

땅 뒤집어쓴 적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

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했을지 몰라, 아아 어쩐다, 전복

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이해할 수도 없는 시들로 가득찬 시집을, 제대로 감상할 줄도 모르니, 나는 기꺼이 내 소유로 하지 않으리라, 시집의 마지막 시까지 읽으며 생각하고 책장을 덮다가, 그런데도 무언가가 자꾸만 꿈틀꿈틀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아아, 내치지 못하겠어, 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다른 시집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던 현상인데, 그러니까, 어쩌면 시인의 말투 랄까 문체 랄까 마음가짐 이랄까 하는 것들이 내 마음속에서 지렁이 기어가듯 미미한 움직임을 갖는 것이다.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라고 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내가 찾아서 없애버려야 해, 라고 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종업원의 급료가 깎일까봐 염려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눈이 내리는 날 다시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나는 시집을 책장에 꽂아 두는 것으로 결정한다. 지렁이는 징그럽고 손에 잡을 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지렁이가 조금씩 꿈틀대는 미끄덩한 움직임이 어쩐지 싫지 않아. 이걸 어떻게 살릴까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비오는 날에는 지렁이가 땅 속에서 나온다. 비를 맞으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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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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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1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2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2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이버 TV  어플을 깔면 굿 다운로더 영화를 스마트폰에서 검색, 바로 다운 받아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이 어플 하나로 검색과 다운이 가능하지만 아이폰은 검색은 네이버 어플로 시청은 네이버 TV 어플로 가능하다. 알라딘 도서 검색 따로, 전자책 뷰어 따로 되어 있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검색은 여기서 하고 시청은 저기서 하는 게 좀 빡치지만 (-_-), 그래도 피씨로 다운 받아 아이폰용 파일로 변환하고 아이폰에 넣는 것 보다야 이만배쯤 편하다. 아이폰으로 바꾸고 제일 불편하게 아이튠즈를 사용해야만 음악이며 사진을 왔다갔다 옮길 수 있다는 거였다. 아..나같은 컴맹은 초기에 어찌나 스트레스 받는지 집어 던질 뻔 했어. 지금도 아이폰으로 바꾼 초창기를 생각하면 갑자기 열이 뻗친다. 으윽... 어쨌든 그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해피니스 네버 컴즈 얼론》은, 소피 마르소 때문에 보고 싶어진 영화이고, 당연히 로맨틱 코메디라고 생각해 선택한 영화인데, 완전 로맨틱 코메디라 당황했다. 아- 아무리 이게 로맨틱 무비라지만, 아, 그들은 정말이지 완전 러브러브해. 러브 최고, 러브가 짱이야, 러브면 다 돼! 랄까. 여튼 싱글인 남주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아이들' 이고 그냥 아이들이 싫은데, 아이가 무려 셋이나 딸린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니가 그 아이들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 여자를 선택하면 아이들이 딸려오는 게 아니라, 그 여자가 아이들이고 아이들이 그 여자다' 라는 낭만적 멘트를 팍팍 날려주시는데, 하하하하, 뭐랄까, 사랑 때문에 변화하는 건 물론 가능한 일이지만, 너무나 순순하게 변하는 게 역시나 영화 같았달까. 지나치게 예쁘고 지나치게 부자여서 도무지 여자주인공에게 공감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여튼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재미' 있었는데, 소피 마르소가 자꾸 넘어지고 구르고 떨어지고 뭐 그런 몸개그를 많이 보여주기 때문이랄까. 이런 걸 뭐라고 하지? 여튼 그래서 빵빵 터져서 웃었음.


남주는 피아니스트이다. 피아노를 어찌나 현란하게 잘 치는지..아 또 피아노 배우고 싶어졌어. 일전에도 무슨 영화 보다가 피아노 배우고 싶어져서 학원에 문의해보고 금액만 듣고 걍 포기했는데. ㅎㅎㅎㅎㅎ 아..나도 피아노 잘치고 싶다. 피아노는 정말 완벽한 악기인 것 같다!! >.<


















어제 퇴근길. 양재역까지 걸어가다가 길에서 변태를 만났다. 하아- '지금 멘스중이냐'라고 묻는 나이든 아저씨한테서 나는 잽싸게 피했지만, 마침 내가 지나던 길이 놀이터 근처라는 생각이 났고, 혹여나 아이들에게 저렇게 다가가면 어쩌나 싶어 조금 더 걸어가 파출소를 향했다. 문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안에 있던 폴리스랑 눈이 마주쳐서 용기를 내어 들어갔고, 나는 놀이터에 순찰 좀 나가달라 부탁하며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나에게 어떤 말을 했냐고 묻는데 '지금 멘스중이냐' 라고 물었다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나 힘들더라. 지금 저랑 같이 가보실래요? 라고 묻는 폴리스에게 싫다고 했다. 거길 다시 가서 그 사람이 나를 보는 게 끔찍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데 그 사람을 다시 보면 ...아. 아니다, 순찰 좀 해달라, 거기 아이들 있는 놀이터가 아니냐, 부탁드린다, 라고 했다. 폴리스는 걱정말라며, 그곳은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순찰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방금 전에도 다녀왔다고. 그리고 또 가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이 일을 엄마에게 얘기하다가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리스를 따라가서 누구라고 콕 집어 (계속 거기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얘기해주는 편이 좋았을텐데. 그 편이 아이들에게 더 안전했을텐데. 그런데 나는 그 당시에 나 가슴 떨리는 것 밖에 생각을 못했네...위로를 받고 싶어 얘기했다가 괜히 더 찜찜해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무기력한 하루였고, 그러다가 그런 변태를 만나 기분이 뻐킹 쉿이고...하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일전에 다운 받아두었던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보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이 영화, 좋다! 처음 시작부터 케익 만드는 게 나오는데, 초콜렛과 크림, 버터.. 게다가 그걸 잘라서 입에 넣는 사람들까지. 무서워 두근거렸던 마음에 초콜렛이, 버터가, 크림이 녹아들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보는 것도 좋아하는 구나! 뭔가 가슴속에 포시식 포시식 소리가 날 것 같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여자주인공은 얼마나 예쁜지! 활짝 웃을 때 굉장히 순수해 보인다고 할까. 사실 극중 역할의 성격은 내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런 성격은 좀 별로...-, 와 웃을 때랑 울 때 너무 예쁘더라. '젊음'이 그녀에게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가 활짝 웃는 걸 보노라니 나 역시 젊어지고 싶어지는 거다. 다시 젊어진다면, 저렇게 활짝 웃고 통통 뛰면서 다니고 싶다!! 뭐, 젊었을 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내가 저렇게 생기는 건 아니지만..


케익 만드는 걸 보면서 집에 갔더니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케익을 먹고 싶어지는 거다. 흐음. 그렇지만 어디에서 저런 조각 케익들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초콜렛을 입 안 가득 먹고 싶은데. 그 달콤함을 입 안에 화악-퍼지게 하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에 집에 가서 열무김치와 콩나물,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벼 먹고 엄마가 부쳐주신 부추 부침개를 먹었다. 그렇지만 초코 케익을 먹지 못해 여전히 어딘가 빈 것 같은 느낌...냉장고를 뒤적이다 밸큐브 치즈를 하나 꺼내 먹었는데, 오오, 마침 전주초코파이가 눈에 띈다. 잽싸게 꺼내가지고 이것이 마치 케익인 것처럼 먹었다. 초콜렛과 크림이 들어있잖아! >.<



나는 약속 있으면 약속 있어서 많이 먹고 약속 없으면 집에 가서도 많이 먹는구나...밖에서 먹나 집밥을 먹나 뭐 다른 게 없네..Orz


여튼 음식 만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음식 만드는 영화를 또 찾아봐야겠다. 디저트는 충분히 봤으니 이번엔 메인 요리로다가. 이왕이면 프란세시냐 만드는 장면이 나오면 좋을텐데. 아...《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가 영화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토요일에 남동생의 차에 타고 둘이서 안산 여동생 집엘 갔다. 가는 길에 쓰잘데기 없는 얘기부터 진지한 얘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거기엔 어떤 사랑 때문에 많이 흔들리고 아팠던 얘기들과, 섹스 때문에 난감한 이야기들도 섞여 있었다. 서로의 얘기에 공감하고 웃다가 나는 문득 '나랑 이토록 많은 얘기를 또 이토록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가족들과 함께 사는 건, 그 누구보다 내가 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틈틈이(심지어 그 날 밤에도) 가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때문에 늘 옆에 있게 되는 것 같다.


자, 이제 음식 영화 검색이나 하러 가자.

(육덕진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추천 받습니다. 한국 영화는 말고요..안육덕져..)



그리고,

'슈퍼숏포스팅'을 한 당신. 미리 물어주어 고마워요. 나는 당신의 조심스러움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당신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으니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게요. 무엇보다, 

내가 거기 들른다는 거, 

알고 있었네요? :)


난 이 노래를 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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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8-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파요. ㅠ_ㅠ


그 변태노무새끼, 아오 빡쳐. 팔다리를 다 짤라버려야해욧!!! 집 밖으로 못 나오게!!!!!!!!!!!!!!!!!!!!!!!!!!!!!

다락방 2014-08-22 08:21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싫어요 변태놈들. 짜증나. 어휴.
지나고나면 그때 왜 한마디도 못했을까 싶은데 막상 그 자리에선 너무 무섭고 떨리기만 해. 이런 내가 더 싫어요. 아오마메처럼 고환을 발로 걷어차 버려야 되는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읽는여름 2014-08-2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날이 꾸물거리니 미친넘들이 ㅜㅜ 파출소까지 간 다락방님이라! 그 신고 정신, 저도 배워야겠어요!!!

다락방 2014-08-22 08:2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경찰에 신고 잘해요. ㅎㅎㅎㅎㅎ 해결은 해야겠고, 그걸 제가 하지는 못하겠고. 저는 경찰들의 힘을 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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