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가 가장 오랜기간 가장 많이 좋아한 가수이고, 사춘기 시절 가장 처음 연예인 사진을 사게 한 가수이고 우리 삼남매가 모두 좋아했던 가수이다. 그의 노래들 중 무엇이 좋았는지를 얘기하는 건, 너무나 많은 곡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질없고, 어제는 계속 이 노래가 생각났다.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까워, 대체 왜 이런 노래를 만들었던 거냐고 묻고 싶어졌다. 대학시절, 졸업여행에서 나는 이 노래를 불렀었는데.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흐린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 해요
내소년 시절에 파랗던 그꿈을
세상이 변해가듯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앗지만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무엇을 찾아 이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앞에 생이 끝나갈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그대여



감히 그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살아온 세월을 당신은 후회하지 않아도 좋을거라고. 

당신이 간건 너무나 안타깝고 야속하지만, 여전히 믿고 싶지 않고 믿기지도 않지만, 

나는 아직 당신을 보내지 못하겠지만,

부디 가신 곳에서 평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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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0-2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당시 그룹 이룸으로 무한궤도라는 이름 부터 튀었었죠.
지구레코드라는 앨범 자켓이 반갑고 또 쓸쓸하네요.

다락방 2014-10-28 14:04   좋아요 0 | URL
밤의 디스크쇼를 들으면서 신해철의 웃음소리가 들릴때마다 막 가슴이 뛰었었어요. 하하.
무한궤도의 노래는 다 좋았습니다, hnine님.
여름이야기, 난 그대만을 같은 노래들은 정말 어찌나 좋은지요.
야속하고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hnine님.

책읽는여름 2014-10-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마왕 어쩌구 하면서의 모습은 별로였지만....무한궤도와 넥스트 시절의 신해철은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는가 싶어서 슬프네요 ㅠㅠ

다락방 2014-10-28 14:35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의 노래들도 무척 좋아했어요. 야, 어디 안가는구나, 역시 신해철이구나, 하면서요...하아-
 


금요일엔 연차를 냈다. 평일 낮에 극장에 가는 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터라 신나게 영화를 예매하고 극장엘 갔는데, 오, 극장을 마치 내가 전세낸 것처럼 신났다. 나를 포함해서 관객이 열명도 채 안됐던 것. 움화화핫. 씐나요!


영화 《타임 투 러브》는 어..그저 그런 영화였다. 딱히 좋지는 않았지만, '설사 비참할지라도 당신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남자주인공의 말은 인상깊었다. 어떤 사랑을 선택하느냐도 본인의 결정이지만 사랑을 선택하느냐 아니냐도 또 본인의 몫이니까. 어떤이는 비참한게 싫어 사랑앞에 도망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과 행복은 대단한 게 아니다. 정말이지 별 게 아니다. 그런데 그걸 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고 또 그걸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화가 통화고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계속 만나고 싶다면, 그게 뭐 사랑이지. 게다가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는 게 행복인거고.


여자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미술관에 가고 요가를 하는 일등에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하지 않는다. 대신 남자를 불러 함께한다. 마주보고 깔깔대고 웃는 일을 함께 하는데, 결혼약속은 그때부터는 세뇌에 지나지 않는다. 내 앞에 앉아 즐겁게 해주는 이남자는 친구다,친구다,친구다, 라고 계속 되새겨야 하는 까닭은 그가 더이상 친구만으로 느껴지진 않기 때문이다. 얼라리여~ 남자는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인으로 다가서려고 하지만 여자는 자꾸 아니라고 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너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그건 사랑이 아니라니깐' 이라고 자꾸 말하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나는 이럴때 그래 알았어 병신아, 니 감정도 모르는 병신. 하고 돌아설테지만 영화속 남자는 내 말이 맞다니까!! 하면서 들이댄다. 누가 상대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영화속 남자다. 됐고.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의 게이친구 소설가인데, 그는 행위예술이랍시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공공장소에 놓아두고 도망친다. 그 책을 발견하는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그 책은, 이미 나도 재미있게 읽은, 바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이었다. 꺅 >.<



















아, 어찌나 반가운지. 게다가 이 낭만적인 행위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사실 나도 이렇게 해볼까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다 책 놓아두고 오기, 같은거. 누구든 발견한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해서. 영화속에서 선택된 책도 소설이었지만, 공공장소에 놓아두고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 책은, 역시 소설이어야 적당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을 것, 빠져들 것,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그 책 생각을 하게 될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보는 기분이 들게할 것. 크- 이건 소설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공공장소에 놓아두고 도망치는 책이 《잡식동물의 딜레마》 라든가 《만들어진 신》이라면, 크, 안어울리잖아?


나는 낭만적인 기분이 되어, 내가 공공장소에 두고 온다면 어떤 책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당연히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떠올랐다. 아 좋아.. 또 뭐가 있을까?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좋지만 두 권이라 부담된다. 영화속에서는 한 권이었는데. 음, 《채링크로스 84번지》도 좋을것 같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클럽》이어도 좋을테고. 줌파 라히리의 책, 《그저 좋은 사람》은 어떨까? 한창훈의 책, 《나는 여기가 좋다》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도 괜찮지 않을까? 《두도시 이야기》나 《순수의 시대》,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도 좋을것 같다. 아, 또 뭔가 강한거 한 방 없을까? 어쩌면 이 모든 책들을 뒤로한 채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놓아두고 오는 게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읭?) 



 















토요일엔 영화 《황금시대》를 보았는데, 혼자이고 먹고사는 걱정없이 지내는 지금이 내 황금시대가 아닐까 한다, 라는 주인공의 말이 정말 그대로여서 씁쓸했다. '샤오홍'이란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고, 영화속에서 가끔 인용되는 그녀 소설의 문장들이 딱히 와닿지 않아 좀 지루했는데, 영화만 보고서는 사실 그녀가 왜 '천재'라는 타이틀을 얻는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한권쯤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연 번역되어 나와있긴 한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오늘 친구의 블로그에서 《생사의 장》이 이미 나와있음을 알게됐다. 오!


근데 뭔가 표지도....지루하게 생겼네?

















전날 새벽내내 친구랑 수다떠느라 잠을 잘 못잤고 아침부터 험난한 남한산성에 올랐던 터라 극장에 가면서는 너무 졸린거다. 아, 졸것 같아 졸것 같아, 했는데, 역시나 졸아버렸... 미안, 탕웨이. 당신은 변함없이 아름답더군요. 예뻐..


그런데 제목으로는 역시 《5일간의 마중》이 훨씬 내스타일인 것 같다. 이거 보러 가야겠다. 근데 언제? ㅜㅜ




토요일에는 친구랑 남한산성을 올랐는데, 와, 처음 가보는데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아졌다. 계속 비탈길을 올라야해서 숨이 차지만, 중간중간 멈춰서서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오르니, 크, 기가 막힌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역시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 담는게 제일인 듯. 아이폰으로 찍으니 내가 보는 만큼의 아름다움이 살아나질 않는다. 안타깝게도.






일요일엔 귀여리를 다녀왔다. 코스모스가 절경을 이룬다고 아빠가 우릴 이끌고 가신건데, 우리가 갔을때는 이미 코스모스가 지고 있었다. 






일요일은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어서 다같이 경기도로 가서 식사를 했다. 남동생의 차를 타고 갔는데, 남동생의 차 바닥에 깔린 시트가 지저분한거다. 부모님은 왜이렇게 차를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냐고 지청구를 늘어놓으셨고, 남동생은 깨끗하게 세차를 다 했는데 다음날 회사의 야유회를 다녀왔더니 이렇게 됐다고 했다. 청소 다시 할거라면서. 이에 아빠는 털면 된다고 하시고는 당신이 털어주겠노라 하셨다. 


식당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계산을 마친뒤 엄마와 나와보니, 이미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시던 아빠와 남동생이 차 시트를 빼내어 털고 있더라. 아빠가 아니면 누가 남동생 차시트에 신경이나 쓰고 그걸 털어주려고 할까, 갑자기 이 사소한 장면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래서 가족인가, 싶어지는 마음과 함께. 정말 별거 아닌 것들, 같이 식사하고 지저분한 차 시트를 대신 털어주고, 함께 지고 있는 코스모스를 보러 다녀오는 이런 것들이. 누구나 다 하는 이런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특별한 차림 없이 그저 집안에 있던 그대로 나가 할 수 있다는 것. 이건 가족만이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어진거다.


아, 물론 남동생은 화장도 안하고 머리도 안빗은 채(원래 안빗는다) 나가는 나를 보면서 자기 차에 있던 모자를 줬다. 


- 써라. 추하다.


- 나는 완전 나 이쁜것 같은데? 난 나 괜찮아.


- 써라.


그러자 옆에서 엄마가 말씀하셨다.


- 써.



그래서 모자를 썼다. -0-





아, 그리고 금요일 잠이 오지 않던 늦은 밤, 드디어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움화화화핫.














나는 책과 색연필을 따로 샀는데 저렴하게 샀다고 좋아했지만, 생각해보니 알라딘에서 샀으면 적립금이 생기고 마일리지도 생기잖아? 뭐 그거나 이거나인듯. 여튼 이걸 사두고서는 흐음, 그렇지만 내가 이걸 칠하는 과정에서 어떤 압박감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지나 않을까 싶어져 칠하기를 자꾸 미뤄왔다. 나는 내가 스트레스 받는거 진짜 조낸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머릿속이 터질듯이 복잡하였고, 나는 조용한 거실로 나가 여차하면 티븨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틀어두고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처음 색을 칠하기로 결정한 건 부엉이 그림이었다. 애초에 이 책을 사게 된 것도 블로그 이웃의 부엉이 때문이었으니까.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독특한 부엉이를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칠하기 시작했다.



아..이 부엉이는 과연 어떻게 되려나. 한 군데를 칠하고 다른 군데를 칠하기 위해 색을 고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손에 힘을쥐고 색을 칠하면서, 오, 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러니까, 차분해지는 거다!! 그간 백팔배로도, 산책으로도 차분해지지 않았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거다. 아니, 이건 정리가 됐다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인데 뭐라 해야할까. 그래,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올 틈이 없는거, 그게 맞다. 


나는 암기력이 딸리지만 집중력은 진짜 짱이다.  업무상으로도 부지런히 매일 성실히 일하는 편이기 보다는 걍 본척만척 했다가 한순간에 집중 빡- 해서 해치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기한이 있는 일을 안하고 있다 치더라도, 저거 뭐 집중만 하면 한방에 끝나는데 뭐, 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대한달까? 이때 집중력은 단 하나에 대해서만 발휘되는데, 와, 이 색을 칠할 때 그 집중력이 도움이 되는거다.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간 머릿속을 괴롭히고 복잡하게 만들었던 생각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것. 얼씨구나 좋구나! 


이 색칠은 나에게 힐링은 아니었다. 힐링과는 거리가 멀다. 힐링은 이런걸로 하는게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나 차분해지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완전 집중해서 칠하다보니 나중엔 손이 아팠지만... 여튼 현재까지는 이정도로 완성되었는데, 저 요란한 색의 부엉이를 보노라니, 아 나는 예쁜 부엉이를 만들려는 게 아니었구나, 그냥 색을 칠하고 싶었던 거구나 싶어졌다. 부엉아, 널 화투짝 같이 만들어버렸구나...미안해... ㅠㅠ 




암튼 머릿속 복잡하신 분들에게 강추한다. 진짜 차분해진다. 머릿속에 들어와있던 생각들이 달아난다. 저 멀리 가버린다. 대신 그 자리에 어떤 색을 칠할까 하는 생각만 가득하게 된다.




어제는 오랜만에 조카 미모에 대한 칭찬을 들었는데 나는 조카의 엄마가 아닌 이모이면서 왜이렇게 기분이 좋아. 마치 옥희엄마가 된것마냥 부끄부끄해지고 설레이는거다. 나 예쁘다는 게 아니라 조카 예쁘다는건데. 아, 이런 옥희엄마 기분..너무 오랜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야, 예뻐서 고마워. 히잉. 알러뷰 뿅~ ♡

그렇지만 당신도 어렸을 때 이렇게 예뻤냐고는 묻지 말아요. 난 아니야... 아니었어. Orz






여튼 주말을 보내고 오늘 아침에 눈을 뜨는데, 와, 너무 일어나기 싫은거다. 월요일이라니, 아침이라니, 앞으로 또 일주일간 이렇게 일어나야 하다니...정말이지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그 순간만큼은, 돈많은 사람이면 누구도 상관없으니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날 먹여살릴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그냥 결혼하겠다고. 사랑 따위, 캥거루에게나 줘버리라지. 코뿔소가 가져가든가. 그딴거 없어도 살 수 있고, 그러다가 혹여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가슴속에 품고 가슴으로만 열렬히 사랑하면 되니까, 제발 이 출근을 멈춰줬으면 좋겠다고. 흑흑 ㅠㅠ 나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거, 이것 좀 안하게 해달라고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에게 간절히 빌고 싶었다. 


출.근.은.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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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4-10-2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출근 안하더라도 다시 삶의 출근은 계속해야 되는것이 인생인것 같아요 ㅎㅎ

다락방 2014-10-28 09:43   좋아요 0 | URL
삶의 출근은 회사 출근 보다는 한결 낫지 않을까요? 회사 출근 싫어요 ㅜㅜ

서니데이 2014-10-2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의 정원> 저 책 저도 있어요. 저는 첫번째는 실패다 싶어서 한 권 더 샀어요. ^^;;;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칠하면 좋을텐데요.

다락방 2014-10-28 09:44   좋아요 0 | URL
실패는요, 무슨. 서니데이님 손재주 좋으시니 색도 예쁘게 잘 칠하실 것 같은데요!!

dreamout 2014-10-27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세렌디피티. 에도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등장한 게 떠오르네요. 낭만적인 영화에 잘 어울리는 소품인듯.
저는 공공장소에 책을 놓아둔다면... 위험한 소설을 놓아두고 싶어요. 읽은 사람의 인생이 휘까닥 하고 바뀔만한. ㅋㅋ

다락방 2014-10-28 09:45   좋아요 0 | URL
세렌디피티에 나온책도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고 친구가 말해줬는데요, 저는 책 나온건 기억나지만 그게 콜레라 시대의 사랑인건 친구가 말해줘서 알았어요. 너무 오래전이라 그 영화 다시 봐야겠네요.

드림아웃님이 놓아두고 싶은 위험한 소설은 어떤걸까요? 궁금해요!!

2014-10-27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28 09:45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 네 ㅋㅋㅋ농담임을 접수합니다. ㅋㅋㅋㅋㅋ

2014-10-28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8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8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르고숨 2014-10-2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부엉이 정말 화려하고 이채롭네요! 놀랍게도 어딘가 다락방 님과 닮았어요. (외모를 말함이 아닌 건 아실 거고.ㅎ) 저도 아직 다 채우진 못했는데 나란히 놓고 보니 더 재밌군요!ㅋㅋ
`사랑 따위` 받은 캥거루나 코뿔소가 그럼 이제 다락방 님을 사랑하는 겁니까? 희융, 죄송. 출근을 안 하는 제가 미안해요; 힘 내세욘-

다락방 2014-10-28 14:10   좋아요 0 | URL
에르고숨님의 부엉이는 우아하잖아요. 근데 제 부엉이는 어딘가 화투짝 닮았어요. 하아-
말씀하신것처럼 이게 저를 닮은것 같아요. 에르고숨님은 하나를 완성한 후 다른 한 부분을 완성해가시는 것 같은데 저는 막 여기 칠했다 저기 칠했다...전 뭘하고 싶은걸까요? ㅜㅜ

캥거루와 코뿔소를 사랑하며 출근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만,
책을 계속 사고 술을 계속 마시려면 별 수 없겠지요? 하아-
 
















살아가는 일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뜻하지 않은 바를 실행하게 되는 것이 삶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뭐, 이렇게 거창하게 썼지만 사실 내가 하려던 말은 이거다. 나는 정우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터라 내가 볼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영화 《호우시절》을 봤다는 것.



지금은 활동하시지 않는 알라디너 '작게작게'님이 일전에 그런 페이퍼를 쓰신 적이 있었다. 로또 당첨을 바란다면 로또를 사야 한다는 것. 이 단순한 이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나는 이 영화 호우시절을 보면서도 그 말을 떠올렸다. 로또 당첨을 바란다면 일단 로또를 사야하고, 이국에서의 로맨스를 꿈꾼다면 이국엘 가야 한다는 것. 중국 여자가 한국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미국에 갔었기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남자가 중국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건 미국에서 그녀를 만났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내가 재이슨 스태덤과 사귀고 싶다면 여기 있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여기를 내팽개치고 미국엘 가야한다. 가서, 재이슨 스태덤 앞에 내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 물론 드러낸다고 그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당연하다. 그 뒤로도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가서 그의 앞에 나를 드러내야, 그 뒤를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의 옆에 젊고 아름다운 미녀가 있다면 나는 그의 옆에서 그의 손을 잡고 걸을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설사 그의 옆에 아무도 없다 한들 내가 그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일단 나는 그의 앞에 나를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 있고 그는 거기에 있다. 아, 가엾은 내 사랑, 한국에 갇혔네.



또한, 남자는 떡대다, 라는 걸 이 영화는 분명히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가 갑자기 만난 비에 비를 피하기 위해 한 가게의 처마 밑으로 들어갔는데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여자가 추위를 느껴 살짝 떤다. 그때 떡대 좋은 정우성이 긴 팔로 여자의 어깨를 감싸는 것. 크- 남자는 떡대로구나! 저렇게 키가 크고 팔이 기니까 여자를 한 팔에 감쌀 수 있지. 하앍- 떡대는 진리야!! 그러나, 떡대는 진리라는 말은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다. 아무리 긴 팔을 가진 정우성이라도, 옆에 내가 서있었다면 한 팔로 감싸기는 부족했을 터. 일전에 우산 하나를 쓰고 나와 나란히 걷던 남동생이 '한 팔안에 들어오는 사이즈면 얼마나 좋냐, 비 안맞고' 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미안해.......그치만........우산 두개 쓰면 되잖아..........남동생과 나는 같이 버스를 탈 때마다, 자리가 좁다고 서로 난리다. 우리 둘의 떡대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나는 어휴 좁아 저리 꺼져 라고 말하고 남동생도 누나 때문에 자리가 좁다 라고 말한다. 우린...좁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말하는 이 영화는 생각보다 좋다. 물론 어, 뭐랄까, 두 명의 캐릭터가 좀 별로이긴 한데, 둘이 너무 간만 보는 느낌이랄까.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고 사랑까지 느끼면서 상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계속 발만 담그고 질척대는 느낌을 주기는 한다. 그러다가 감정을 확인하고 무르익긴 하지만, 또한 썸타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하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한 발 더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하니까. 썸타는 시간이 길면, 어떤 사람은 지치곤 한다. 지쳐 나가 떨어질지도 모르니 확실히 뽝- 가주는 게 ... 아니다, 뭐, 이건 성향의 문제이니 이쯤하고. 다시, 


이 영화는 생각보다 좋다. 정우성이 이런 영화를 찍었구나, 하고 재미있게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영화 《만추》를 떠올렸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마지막 장면으로 치자면 희망은 정우성 쪽에 더 있는데, 왜 내가 느끼는 희망은 탕웨이 쪽에 더 가는걸까. '기다리면, 온다'는 분명한 사실은 《호우시절》에 있는데, 왜 충만한 느낌은 《만추》가 줄까. 더 많이 웃었던 남자와 여자도 호우시절이고, 내가 더 많이 웃었던 것도 호우시절인데, 왜 다 보고나면 많이 웃었던 호우시절은, 가슴이 시릴까? 뭔가 휑- 하는데, 그게 대체 왜일까. 알 수가 없다.



정우성은 참 잘생긴 배우인데, 나는 왜 정우성한테 관심이 없을까, 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미녀와 미남은 처음 봤을 때 호감을 주지만, 나의 경우, 그사람의 생각이 더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확률이 절대적인 것 같다. 재이슨 스태덤의 캐릭터 매력은 《트랜스포터》에서 폭발했는데, 몇 번이나 말한 적이 있지만, 그 우락부락 강한 남자가 그 힘 센 손으로 여자의 얼굴을 감싸고 들여다보며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데서 나는 쑝간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런게 있어야 했다. 대화를 나누고 그 사람의 생각을 알고, 그 사람의 성향을 아는 것. 그게 나에게는 확실히 더 중요했다. 외모는 내게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막 꽂히는 사람이 나는, 아닌 것이다. 예쁘거나 말거나, 나는 됐어. 물건은 '필요'에 의해 선택되고, 사람은 '사고방식과 성향'에 의해 선택되는 것 같다. 내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다. 그것이 아마도 그간 내가 못생긴 남자들을 많이 만난 이유가 되는.........................건가.



여튼, 예쁜 여자는 뭘 입어도 예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냥 원피스와 그냥 카디건인데, 졸 이뻐.. 머리도 그냥 컷트 쳐서 대충 댕기는데 졸이뻐.... 쩝 -_-

그렇지만 이 여자의 신발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다. 선물 받아도 안 신을 것 같은 신발을 그녀는 신고 있다.




아우- 근데 가슴에 바람이 분다. 웃으면서 기다리는데, 기다리면 나올텐데, 왜 바람이 불까?


이틀전 내가 잠들기 전에 들었던 노래.





















얼마전에 친구에게 이 책이 좋다고 추천을 받았다. 친구의 인용문을 보고 나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이 책은 품절 상태였다. 친구는 알라딘 품절센터에서 구했다고 했는데, 나는 혹시 출판사에 재고가 있는지 트윗에서 멘션을 보냈다. 출판사 쪽에서는 현재는 재고가 없고, 12월이 지나면 개정판이 나올 예정이니 급하지 않다면 기다려보라는 답이 왔다. 그래, 기다려보자, 고 생각했는데 그런 후에 며칠 뒤 이 책이 택배로 도착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봉투에는 낯선 이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일단 뜯어보니 이 책이 나와 놀랐던 터라, 누군가 내가 이걸 읽고싶어한 걸 아는 사람이 보냈는가 보구나, 했다. 일단 택배사에 전화를 해보니 그쪽에서 아는 정보도 내가 아는 정보와 같아 알 수가 없었다. 추천한 친구에게 혹시 네가 보냈니, 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했다. 이런 깜짝 놀랄만한 일을 누가 대체 내게 한걸까. 나는 또다른 친구가 생각나 문자를 넣었다. 혹시 제게 사랑의 미래를 보내셨나요? 그 친구는 아니라고 답했다.


내 주소를 알고 보낸 이상 이 선물은 깜짝 선물은 될 수 있어도 깜짝 인물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터라, 나는 봉투에 쓰여진 낯선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저는 누구누구입니다, 이 책을 보내신 분이 누구신가요? 라고. 그 쪽에서는 자신은 판매자이며 보낸이는 *** 라고 답해주었다.


아!


이건, 내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뜻밖의 인물. 나는 너무나 놀라서 내게 책을 보낸 친구에게 대체 거기에서 어떻게 이걸 보낼 수 있었냐, 어떻게 한거냐 물었다. 그는 내게 <이 책을 선물하기 위해 전 세계를 뒤졌어> 라고 답해왔다. 후-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좋아서, (뭐가? 책이!), 이 책은 내 책장의 모든 책을 다 판다고 해도 팔지 않는 유일한 책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새로 책을 사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띠지를 벗겨 버리는 일인데(띠지 싫어요!!), 이 책에 대해서라면 띠지 조차 소중하게 여겨야지. 나는 띠지를 벗겨서 책 사이에 끼워두었고,




까페에 들고 가 조금 읽고,




살짝, 한 귀퉁이에 선물 받은 날짜와 선물해준 이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야기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십년쯤 지나면 조카에게 말해줘야지, 하고. 조카야 앉아보렴,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다. 이 책을 꺼내들고, 이 책에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너에게만 말해줄게, 하고 말해야지. 헤헷. 그리고 덧붙여야지. 너도 전세계를 뒤져서 네가 갖고 싶은 걸 선물해주는 사람을 일생에 한번은 만나렴, 하고.



오늘 읽은 이 책에서는 이런 구절을 만났다.



어느 환한 봄날의 꽃그늘 아래서, 그가 지상에서 가장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을 때, 다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그 시간은 완벽했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시간은 모든 모욕을 잊어버리고 조용히 닫혔다. '너'를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간절한 전언을 머금고 있었다. (p.41)



지하철에서 내려 걷는길, 이규리의 시도 떠올렸다. 내가 떠올린 시는 '많은 물' 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었다. 그 시의 전문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차곡차곡, 비밀이 쌓이는 가을, 넘쳐 흐르는 빗물. 

나는 가을의 노예, 비의 노예, 노래의 노예, 시의 노예.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노래합니다. I'm slave for you. 두구둥-






이따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백팔배를 해야겠다.

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안깼어..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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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0-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를 뒤져 찾아준 책이라니 정말이지 너무 좋은 이야기네요. 필요한 순간에 찾아와준 책.

호우시절에 내 엽서를 읽어는 보았니?라고 여자가 묻는 말에 정우성이 하는 대답이 내가 너무 많이 경험하고 목격한 이별의 풍경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그냥 집에서보는게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락방 2014-10-23 11:15   좋아요 0 | URL
왜 슬픈가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휘모리님.
저는 남자와 여자의 재회가 `우연`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슬픈게 아닌가 싶어요. 그들이 재회한건, 과거의 감정이야 어떻든간에, 우연이었지 의지는 아니었으니까요. 절실히 서로를 찾아 헤맨게 아닌데 맞닥뜨렸으니까요. 일단 남녀가 예전에 호감을 가진 상대로써 재회한이상, 다시 호감을 갖는건 어렵지 않은 일. 그 뒤의 기다림이야 의지였다 해도 그들의 관계는...어떻게 될까요?
말씀하신 장면, 기억에 남아있어요, 휘모리님.

처음엔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있었을 땐 다른 사람이 있었어.


하아- 서늘하네요, 휘모리님. 이 서늘함은 가을이 가져다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4-10-23 11: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아주 우연히 오늘 저도 왜 슬픈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아름다운 연애시를 읽고 내가 왜 슬픈가. 내게 그 순간이 지나가버려서 슬픈가, 그 연애시의 결말을 알고 있어 슬픈가.

다락방 2014-10-23 16:36   좋아요 0 | URL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연애시를 읽어도 슬프고 기다림의 희망이 있는 영화를 봐도 슬픈가봅니다, 휘모리님. 사랑은 어떻게든 끝나니까요.

2014-10-23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4-10-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우시절 저도 보고 파요 배우들 웃음이 참. 예쁘네요. 백팔배~~~

다락방 2014-10-23 11:15   좋아요 0 | URL
남자와 여자 모두 출중한 미모를 자랑하니 웃음도 예쁘죠. ㅠㅠ

단발머리 2014-10-2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이 부릅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ㅋ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10-23 11:16   좋아요 0 | URL
미안해 현빈,
사실은 나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 ˝)

레와 2014-10-2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일단 중간까지 읽다가 흥분되서 끊었음을 알림. ㅋ
이 구절 때문이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마지막 장면으로 치자면 희망은 정우성 쪽에 더 있는데, 왜 내가 느끼는 희망은 탕웨이 쪽에 더 가는걸까. `기다리면, 온다`는 분명한 사실은 《호우시절》에 있는데, 왜 충만한 느낌은 《만추》가 줄까. 더 많이 웃었던 남자와 여자도 호우시절이고, 내가 더 많이 웃었던 것도 호우시절인데, 왜 다 보고나면 많이 웃었던 호우시절은, 가슴이 시릴까? 뭔가 휑- 하는데, 그게 대체 왜일까. 알 수가 없다.˝


한번도 두 영화를 같이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 재미난 질문 마음에 쏙 들어요!

나도 다락방과 똑같은 느낌이거든요.
<호우시절>보다 <만추>가 더 꽉찬 느낌.

뭐지.. 이건 뭐지..

----------------------------------------------------------------------------------

우린 아직 불같은 사랑을 더 좋아해서 그런가.. 우힛..

다락방 2014-10-23 11:47   좋아요 0 | URL
이게 왜그럴까 나도 계속 생각해보고 있는데
아마도 호우시절은 좀, 음, 가벼운 썸같은 느낌이고
만추는 진중한 썸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만약 이 두 커플이 `헤어졌다` 라는 결론을 맞이하게 되면 `만추`커플 쪽이 상대를 더 오래 그리워할 것 같은거에요. 탕웨이가 현빈을 더 오래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가끔 떠올릴 것 같은 거. 그렇지만 호우시절의 커플은 있으니 좋고 지금 당장 그립지만, 헤어진다면 그리움이 굳세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헤어진다`는 결론 앞에 나는 `탕웨이` 쪽이 더 행복할 것 같은거야. 평생을 간직하고 기억할 사람이 있으니까.

나는..
내가..
탕웨이 같아............( ˝)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레와 2014-10-2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은 못 본척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과거 어떤 상처나 경험을 했던지간에 <호우시절>의 여주보다 <만추>에서 여주 즉 탕웨이가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아닌가. 그러니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와도 <호우시절>의 여주는 정우성과의 `썸`관계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사랑을 하는 스타일(?)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까.. 무튼 `썸`이나 사랑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 같은 사람은 탕웨이거든.
나는 그래서 더 비극적이기까지 한 (이건 뭐 내 취향의 문제겠지만) 애나 탕웨이가 더 끌려요.

밥먹고 양치하면서 계속 생각했어. 이런 기분 오랜만이라 좋네! ㅎㅎ


다락방 2014-10-23 16:35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장을 왜 못본척 합니까!!

레와님이 말한거랑 비슷한건지 모르겠는데, 호우시절의 남녀는 뭐랄까 상대방이 어떤가, 를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느라 시간 끈것 같아요. 탕웨이는 자기 사랑을 먼저 볼 사람이고.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결론은......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4-10-2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14-10-23 16:32   좋아요 0 | URL
이 반짝스마일 이모티콘은 뭡니까! 무슨 뜻이죠?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4-10-2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우시절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봤어요. 여배우는 너무너무 예쁘고, 정우성은 좀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기억 나네요.^^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오글거려서 이런 영화를 보기에 이제 내 감성은 너무 메말랐다는 걸 느꼈던 슬픈 기억도 나고요. -_-;;;;;;;;;;

다락방 2014-10-23 17: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맞아요, 문나잇님. 좀 오글거리고 유치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그 당시에 유치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저는 연애중에도 오글거리는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긴 한뎈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저한테 오글거리는 표현들은 좀 벅차달까요. 감당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못하겠지만 상대가 해도 뭔가 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호우시절 커플들의 뻔하디 뻔한 유치쿵짝 주고받기를 보는게 나름 좋기도 하더라고요. 좋을때다 좋을 때야 싶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르고숨 2014-10-2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미래> 사연 정말 낭만적입니다요. 새로 나오면 저도 꼭 사서;;(낭만적인 선물 따위, 제겐 흥!) 볼래요.ㅋ 그리고 <최선>은 다락방 님의 추천을 보고 샀답니다. 제 사랑은 너무 작아서 늘 십 원 단위예요.ㅜㅜ +ㅋㅋ

다락방 2014-10-28 14:16   좋아요 0 | URL
오, 안그래도 이규리 시집에 대한 땡투가 들어왔던데 바로 에르고숨님이 그 주인공이셨군요! ㅎㅎ 고맙습니다, 에르고숨님. 덕분에 제가 또 책을 살 수 있어요. 으흐흐흐흐.

사랑의 미래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지만, 꾹 참고 이만큼만 합니다.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고 가지고 있고만 싶으니까요. :)
 

"참 끔직한 사건이었어. 내장이 모두 파열된 데다가 온몸에 화상 흔적이 있었지. 자수한 사람은 같은 반 친구 네 명이었어. 그들은 얌전한 표정으로 부모에게 끌려왔지. 그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그건 피해자에 대한 속죄의 눈물이 아니었어. 경찰에 체포되어야 하는 자기 신세가 한스러워 흘린 눈물이었을 뿐이지. 녀석들은 자기를 불쌍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 녀석들 얘기를 듣고,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어. 왜 친구를 죽였는지 아나? 게임 소프트웨어를 빌려주지 않아서야. 게임 말이야, 게임. 스위치를 누르면 삐리링 소리가 나는 장난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고등학생이나 된 녀석들이 장난감을 빼앗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사람까지 죽이다니. 녀석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찬 다음, 기절한 친구에게 불을 붙였다고 하더군." (p.67-68)
















성폭행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그 가해자를 충동적으로 죽였고, 그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일전에 제부와 남동생과 술을 마시며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왕따의 피해자들도 고통이 극심하지만, 가해자도 철이 들고나면 고통스럽지 않을까.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나는 다른사람에게 고통을 줬어, 하는 생각으로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 고통 클텐데, 그러니 지금 다른 학생들을 왕따시킨다거나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하는게 진짜 자신을 위해서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인데, 라고. 그러자 제부랑 남동생은 내게 동시에 말했다. 그건 극소수라고. 철이 들고 자신의 가해를 뉘우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체적으로는 잊고 발뻗고 자거나 더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내가 말하는 경우라면 사실 그런 가해자가 되지도 않았을 거라는 거다. 나는 그들에게 정말 그럴까? 라고 의심스런 대꾸를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을 보니, 나는 '이상적인 도덕'을 꿈꾸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미성년자라고, 청소년이라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가볍게 벌주고 갱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과연, 도움이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회의가 밀려드는거다. 후아-



"그들의 행위에 대한 제재는 정당한 장소에서 정당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매스컴이 사람들의 여론을 유도해서는 안되지요. 그들은 어차피 사회적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리 어른들은 그걸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쓸데없이 사회적 제재만을 확대하면 그들의 갱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왜 모르시죠?"

"저희는 그 제재 부분이 약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지금의 소년법으로는 도저히 현실에 맞게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뭔가 오해하고 있군요. 소년법은 미성년자를 재판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잘못된 길로 나아간 미성년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거죠."

"그러면 피해자 입장은 어떻게 되죠? 그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 줍니까? 가해자를 도와주는 게 올바른 일인가요?" 

(중략)

"어, 어떻게 속죄하게 만들 거죠?"

"그건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우리는 그게 참된 속죄라고 생각하니까요. 자기가 저지른 죄를 발판으로 삼아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사회에도 ‥‥‥."

아유무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건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런 게 속죄가 되죠?" (p.379-381)



딸아이를 성폭행으로 잃은 아버지가 가해자를 죽인다. 성폭행 동영상 속에서 딸아이의 모습을 확인한 이상, 그에게 가해자를 죽이는 것 말고는 다른 목표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한다. 자신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자수를 하겠지만, 자신의 딸을 죽인 다른 범인 한 명을 마저 죽이겠다고. 가해자들은 아직 십대의 미성년자들이었고,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범죄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철이 없다는 말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잔인하게 피해자들을 유린했다. 심지어 그런 범죄를 여러차례에 걸쳐 저질렀기 때문에 피해자 역시 여러명. 이런 청소년을 '갱생'하는 게 가능할까. 잔혹한 방법으로 딸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네, 그들의 갱생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남은 인생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로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들은 '그래도 미성년자인데'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속에서도 아이를 가진 아빠가 '만약 당신자식이 당했다면' 이라는 물음 앞에 '그렇게 되면 가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하는거다. 그것이 '내 일'이 되는 이상 도무지 진정도 할 수없고 가해자의 '갱생'따위를 바랄 수도 없게 된다. 갱생이라고? 갱생이 되면? 그 다음은? 


물론, 가해자를 고통스럽게 죽인다고 해서 죽었던 내 딸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도 그걸 알기에 복수가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허무하다고 해서 그 가해자를 이대로 소년법에 의지해 가벼운 처벌만 받게 한 채로 둘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아버지는 암묵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는다. 


'안데슈 루슨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의 《리뎀션》을 읽고나면 사형제도의 헛점을 알게 된다. 그 헛점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나는 이 두 작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므로 사형 제도를 반대한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이것이 '내 일'이 된다고 했을 때도 여전히 그 생각을 고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부모이고, 그리고 《방황하는 칼날》에서의 아버지들이 보았던 영상을 보게 된다면, 나는 거기에다 대고 '사형을 반대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그 새끼를 죽이려고 이를 악물지도 모른다. 폭탄을 끌어안고 그에게로 뛰어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피해자의 아버지도 나와 같았다. 그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압니다. 저도 예전에는 당신처럼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법은 인간의 나약함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p.281)



처음에 이 책을 구입하고 남동생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주었는데 남동생이 몇장 안읽고 내게 되돌려주었다. 나 이거 못읽겠어, 하며. 왜? 아, 난 이새끼들 못보겠어..라고 하는거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이므로 알겠다, 라고만 답하고 다른 책을 권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갈등했다. 읽지말까..아, 너무 힘든거다. 위에서 언급한 '안데슈 루슨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의 《비스트》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장 안읽고 팔아버렸었다. 아동 성폭행범의 입장에서 기술되는 첫부분 때문에. 아, 진짜 너무 힘들어서 못읽겠는거다. 이 책, 《방황하는 칼날》도 미성년자 범죄자들이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부분들에서 진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아, 이래서 남동생이 못읽겠다고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포기할까, 싶어졌다. 그렇지만...그렇지만......이야기의 끝을 알고 싶었다. 이새끼들이 어떤 벌을 받는지를.


책의 내용은 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그래서 가슴이 아프지만, 이 책을 읽은 건 잘한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아니다. 너무 '자극적' 이다. 또한 그 내용이 힘들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할 수도 없다. 다만, 그가 하는 말을 우리는 귀기울여 듣고 우리의 생각도 입밖으로 내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또한, 그가 틈틈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무거운 것들이 아님에도 묵직하게 자리잡기도 한다.



별안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은 커다란 기계에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계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p.60)



이 '톱니바퀴' 이론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의 오래전 작품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도 하나 없는 존재라고 해서 그가 '죽어도 되는' 존재인 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그 역시 분명히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라고. 그의 이 이론은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만약 에마가 남자였다면 이렇게 끔찍한 꼴을 당하진 않았을 텐데.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여자아이를 가진 부모가 불안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야 하는 세상이 이상한 것이다. (p.128)




















사실 '이사카 코타로'는 《골든 슬럼버》하나 때문에 계속 믿고 있다. 그 뒤에 읽은 다른 작품들이 썩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닌데도 '이사카 코타로라면 골든 슬럼버의 작가니까!' 하게 된달까. 아주 오래전에 읽은 《사신 치바》는 치바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말고 별달리 생각나는게 없었지만, 이 책은 '죽은 딸아이에 대한 복수'라는 설정 때문에 읽고 싶어졌다. 만약 그 이야기를 이사카 코타로가 한다면 다를 것이다, 하는 생각 때문에.


달랐다. 이 책속에서 딸아이를 잃은 아버지 역시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위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처럼 '자극적'이지 않다. 덜 자극적이고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하다. 아마 거기에는 복수라는 큰 개념을 맞닥뜨린 주인공 옆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그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딸을 잃은 부모가 복수하려는 범인은 사이코패스인데, 사이코패스에 대해 그토록 공부를 많이 한 등장인물이, 막상 그를 죽일 기회가 와도 번번이 놓쳐버리는 것이 지극히 인간답게 느껴졌다. 충동적으로 그를 죽이는 것도, 실수로 자꾸 그 기회를 놓치는 것도, 모두 인간이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테이블 위에 작은 비디오카메라가 놓여 있다. 머리에 피가 오르고 가슴속 기름에 거품이 인다. 카메라와 마이크는 취재하는 자들의 오만한, 전지전능의 상징이다. 폭력과 똑같은 강제력이 있다.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 세례를 받으면 발언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고, 카메라에 잡히면 부주의한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들이대는 쪽 인간들은 안전지대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도 닮은, 여유작작한 태도를 보인다. 위험하지 않은 장소에서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며 주물럭댄다. (p.134)



크- 카메라의 폭력성에 대해서라면 이사카 코타로는 그의 다른 책 《가솔린 생활》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아, 무릇 사람이란 그렇구나.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든 주구장창 하게 되어있는거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톱니바퀴, 이사카 코타로의 카메라. 나는 어떤 얘기를 주구장창 하고 있을까? 아, 다시 돌아가서.




"냉담한 두뇌를 가진 사람 하나한테 우리 너무 쉽게 농락당하네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코 씨도 분명 조종당하고 있겠죠." 도도로키 씨도 그랬었다.

"나머지 스물네 명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예?"

"스물다섯 명 중 한 명이 지배게임을 한다며.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거꾸로 세면 스물네 명은 너희들 쪽이잖아. 그렇지?"

아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바 씨가 말하려는 게 뭔지 이해가 갔다. 1대 24라면 24인 쪽이 우세한 게 아닌가 하고 묻고 싶은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봐요. 책에도 나와 있는데, 숫자상으로는 아슬아슬해요."

"스물다섯 명 중에 겨우 한 사람인데?"

"밀그램의 실험이라는 게 있는데."

미키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내가 아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실험 결과가 충격적이어서인지 다양한 책에서 걸핏하면 인용되고 있었다. "잘난 사람이 지시를 하면 순순히 복종하게 된다는."

"대충 말하자면 그렇지."

학자가 한 인물에게 기계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계를 조작하면 다른 사람이 전기충격을 받게 되어 있었다. 실험자들은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망설이면서도, 권위 있는 학자가 '더 세게'라고 명령하니 열 명 중 여섯이 그 말에 따랐다. 실제로 전기충격은 거짓이었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연기였지만, 어쨌든 '사람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권위 있는 사람이 명령을 하면 반 이상이 그 말에 따른다'는 게 증명됐다. 또한 '명령을 거부한 사람은 죄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도 입증됐다. 그것이 밀그램의 실험이었다.

"사이코패스를 다룬 책에서도 그 실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스물다섯 명 중 한 명이 사이코패스라 쳐요. 나머지는 스물네 명이죠. 그런데 그중 6할은 '명령을 받으면 복종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인 거죠. 계산하면 열네 명이죠."

"사이코패스까지 더하면 15대 10이 되네."

"그 책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었어. '양심이 있는 인간에게 승산이 없지는 않지만 불리하다.'"

"그렇군."

"더구나,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인데, 15대 10이 된 시점에서 이미 10은 열세예요. 따라서 열세인 쪽 사람들이 공포나 불안감 때문에, 아니면 유리한 편에 붙자는 생각으로 저쪽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죠. 합리적인 판단과 계산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반수가 그렇게 한다면 20대5가 돼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23대 2가 되는 상황도 상상 못할 게 없었다.

"그렇군." 치바 씨가 대꾸했다. "그런데 실은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지인과 나눈 적이 있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뭐죠?"

"그럼 왜 이 세상이 혼조 같은 인간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은 걸까?"

"예?"

"지배게임에 강한 인간이 살아남는다면 다른 인간들은 모두 멸망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듣고 보니 그러네요." (p.328-329)




분명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한 사람은 존재한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고 공감능력이 없는 마음 상태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더 강한자는 존재하고, 그 강한자의 말을 복종하는 사람들도 있다. 냉담하고 지배게임에 능한 사이코패스가 25명 중에 한 명이라고 했을 때, 나는 그 한 명은 아니더라도 그의 말을 따르는 한 명일런지도 모른다. 고통을 당하는 쪽에 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치바의 의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그 강한' 존재와는 다른, 반대쪽의 인간들이 세상에는 더 많을까?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떠올렸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유를? 냉혹하고 잔인하며 감정도 없는 존재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아직 우리가 더 많은 이유를 이 책이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고.

















결말까지 이르렀을 때 좀 더 현실적인 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런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메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니까. 그렇지만 나는 이사카 코타로 쪽이 좀 더 좋다. 힘들고 잔인하게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세워주는 느낌을 이사카 코타로가 준다. 이사카 코타로 식의 권선징악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게다가 혼조의 수명을 연장해준 가가와에 대한 원망도, 아, 나중에 이르면 울컥, 하게 되는 것이다. 신은 가끔, 제 할 일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연의 순리가 그러한지도 모르겠고. 물론 제 할일을 '가끔' 한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문제이지만.




출근길에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다 읽고 출근하자마자 다다다닥 페이퍼 쓰고 있는데 상사가 들어와서 중간에 글쓰는 걸 멈춰야 했다. 크- 나는 어디에 써두고 정리했다 옮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생각날 때 삘 받아서 다다다닥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런식의 끼어듦은, 물론 내가 무얼하는지 모르고 끼어들려는 의도도 없었겠지만,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것과 똑같이 빡치는 경우다. 으...말할 때 끊지 말고 글 쓸 때 끼어들지마!! 으르렁-



이사카 코타로 책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해서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하나 더 사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신의 7일》책 뒷날개에 보니 이런 책이 있던데.
















얼마전에 사신의 7일을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 친구에게 '히가시노 보다는 이사카쪽' 이라고 말했고,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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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0-22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인공 처럼 복수를 하고 싶어도 할 능력이 없죠. 현실에선 성인이된 소년범죄자의 과거를 밝히는 쪽이 오히려 처벌받게 되니까요.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잊혀질 권리가 우위에 있는 게 부조리한 현실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부분의 무력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없겠지요. 위안이 되고자 쓴 글이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고자 쓴 글이라 그런 듯해요.

다락방 2014-10-22 10:47   좋아요 1 | URL
책을 보고나서 영화도 볼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영화를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영화는 아무래도 책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제기한 문제를 바깥으로 끄집어내 얘기해보는 기회가 생길수도 있었을 법한데, 음, 이건 제가 너무 이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또. -_-
이 문제제기는 고맙죠. 자극적이라 힘들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이래도 너네는 갱생을 말할 수 있겠어?`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니네가 말하는 갱생은 지극히 이상적 도덕일 뿐이라고` 하고 말이지요. 그런점에서 히가시노의 말은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남의 일`이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서니데이 2014-10-22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하게 되는 자신이, 어느 입장에 놓이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도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구요. 이걸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부터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그런 것들, 다수 의견이기 때문에 옳다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때가 있으니까요, 길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4-10-23 08:4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서니데이님. 어느 입장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섣불리 우리가 가진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내가 한 말을 번복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한창 임태경을 좋아했을 때 그가 내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그의 전공이었다. 그렇게나 노래를 잘하는 그가, 사실은 공학도 출신이라는 것. 인터넷에 그의 프로필을 검색해보면 그는 '우스터폴리테크닉대학 생산공학 석사'라는 학력을 갖고 있는데, 예체능 계열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분야를 전공으로 했다니, 이게 너무나 근사한거다. 그건 아마도 내가 수학이나 과학쪽에 발휘되는 뇌가 없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수학을 잘하던 시기는 딱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였다. 그것도 물론 '잘한다'는 게 아니라, 그나마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는 정도를 의미한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때부터 수학은 이제 내게 별 관심없는 학문이 되어 있었다. 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수학과 과학에 있어서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재능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거기엔 젬병, 이러고 뒤돌아서버린 것. 물론 수학과 과학보다 더 싫은게 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정치경제...였지만. ( ")  이렇게 쓰니 좋아하는 게 별로 없었구나..그나마 점수가 상위권으로 나오는 건 국어,영어, 한문, 일본어.. 뿐이었어.. -_-


놀랍게도 내게 첫 직업은 '학습지 교사'였다. ㅎㅎㅎㅎㅎ 다만 이것이 내 경력에 적힐 수 없는 이유는 고작 2주일을 몸담았기 때문인데, 와- 해보니까 엄청 적성에 안맞는거다. 그 2주간 매일매일 토할뻔했어. 결국 2주를 보내고 3주차 월요일에 집에서는 출근한다고 나가서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저 그만두겠다, 못다니겠다, 고.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교육을 받는 중이었으므로 어렵지 않게 그만 둘 수 있었다. 그길로 친구네 집근처로 갔다. 오전이었고, 백수인 친구는 나와주었으며, 곱창을 사주었다. 나는 그 아침에, 곱창에 소주를 마시며, 나는 도망쳤어, 라고 말했다. 아, 근데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그때 교육을 받을 때 교육해주는 강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나는 수학을 못해'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정말 수학을 못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나는 영어를 못해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영어를 평균 이상은 하고 있다고. 다만 수학보다 못할 뿐이라고. 크- 이 얘기는 진리로 여겨졌는데, 그러고보면 학창 시절에 '영어점수는 늘 안좋아' 라고 말했던 수학 잘하는 애들은 늘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영어 점수도 높았다. 반면 '수학을 못해'라고 말하던 나는 모의고사에서 40점 만점에 7점을 받은 적도 있다. (읭?) 그때 영어 담당이던 담탱이가 나를 불러서는...나는 너가 영어선생님이 되기를 바라긴 하지만, 그래도 수학 이건 너무하지 않냐...라고 말씀하셨다. 발로 찍어도 이것보단 잘나오겠다고... 나는 그럼 선생님이 발로 찍어보세요, 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착한 학생답게 꾹 참았다. 나름 기술적으로 찍었는데... -0-



나의 여동생은 생물을 전공했고 수학을 부전공했다. 여동생이 대학생이던 시절, 연습장을 펴놓고 수학 문제 푸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당최 뭔 글자인지도 모르겠고, 숫자이지만 숫자 아닌 숫자 같은 너...로 보였던 터, 어떻게 우리집에 저런 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풀다가 어려우면 친구랑 전화해서 열띤 토론을 했는데 그건 내게 외계어나 다름없었다. 그때 나의 뇌는 지상에 없었다.


아, 그래서 내가 하려고 한 말은, 에이씨,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 수학과 과학을 잘 하는 사람들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거였는데. 특히나 과학도인데 음악을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 미친 로망이 있다고...중학교때 우리 과학 선생님은 심지어 음악 교사이기도 했다. 그런게 어떻게 가능한지 나로서는 진짜 모르겠는거다. 여튼 그렇게 로망이 있었고, 그래서 《수학자들》이란 책이 나왔을 때, 오, 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쓸까? 하는 호기심이 만땅되어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읽기를 시도했으나, 크- 끝까지 읽기가 역시나, 어렵더라. 그러나 알아들을 수 없는 수학용어들이 있음에도 글 자체는 아름다운 글들이 많았다. 절반쯤 읽었는데, 나머지 부분을 한 번에 읽다가는 토할 것 같아서, 한 꼭지씩 시간을 내어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전에 쓴 인용문은 어렵다고 올려둔 거고, 오늘은 굉장히 좋았던 에세이를 인용하겠다. 이건, '프리모 레비' 의 《주기율표》에서 '티타늄' 편을 읽었던 그 기분을 떠올리게 했다.



인용하기 전에 반드시 덧붙이고 싶은데, 이제는 임태경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콘서트와 뮤지컬을 몇 번 갔었고,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콘서트였는데, 그에게 정나미 떨어지게 된 계기도 콘서트가 되었다. 이걸 밝히고 넘어가야지. 


인용하는 글은 '옥스퍼드 대학'과 '서울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김민형'의 글인데, '피에르 들리뉴' 교수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2009년 여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개최된 정수론학회 마감 만찬 도중 피에르 들리뉴 교수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학이 인생의 전부인 그에게 장성한 두 딸이 있는데 둘 다 수학과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종종 수학 공부를 도와주고는 했지만 어느 문제고 적어도 세 가지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꽤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저 정답을 말해주길 원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들리뉴 교수는 일생 동안 수학의 여러 분야에 중요한 기여를 한 수학자다. 그는 1978년 수학자들이 최고의 영예로 생각하는 필즈 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자신의 출신지인 벨기에에서 후작 칭호를 수여받았다. 그는 프랑스 고등화학 연구소에서 1970년부터 1984년까지 일하다가 미국 프린스턴에 있는 고등연구소로 자리를 옮겨서 은퇴할 때까지 일했다.

따라서 딸들은 완전히 미국 문화 속에서 자랐고 지금도 미국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 다 상당한 벨기에 애국자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벨기에 방문을 좋아했고 지금도 틈만 나면 벨기에에서 휴가를 지낸다. 들리뉴 교수는 "내가 벨기에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다르게 설명을 안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김민형, p.79-80)



아, 다시 읽어도 웃음이 난다. 아버지로부터 수학 공부를 배운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내게는 있어본 적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세 가지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는' 수학을, 과연 나로서도 좋아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만약 수학을 좋아했다면 그 점까지도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좋았던 부분은, 당연히 마지막 부분. 딸들이 벨기에를 사랑하는 이유가 '벨기에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다르게 설명을 안 했기 때문' 이라는 말이다. 아, 좋아. 엄청 똑똑한 사람이 적절하게 따뜻한 유머까지 구사한다면, 크- 한없이 매력적일 것 같다. 나는 확실히, 여전히, 이과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시작하는 것 같다. 유머도, 책을 읽는 것도, 대화도, 눈높이도, 여하튼 그게 뭐든, 이과생에 점수를 더 주고 시작하는 듯. 아...그만하자. 뭔가 막 ... 아...그만하자...





토요일에는 친구들 여러명을 만났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고 자주 보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요즘 서로 제정신이 아닌 친구와 나는 그들보다 조금 더 일찍 만나기로 했다. 네시 이십분부터 만나 수다를 떨고 다섯시를 조금 넘겨 거의 모두가 다 모였는데, 와-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좋은 거다.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날 것 같고 좋은데, 그와중에 한명이 '여러분들하고 술마시니까 좋다' 라고 입밖에 내어 얘기하고, 그걸 들으니 또 막 더 좋은거다. 이렇게 좋은게 나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한층 더 좋아졌달까. 앞으로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여든이 되고 어쨌든 백살 넘어서도 우리가 이렇게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을 유지해서 지금처럼 골뱅이도 먹고 황태도 먹고 쥐포도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 곁에 더 좋은 사람들을 두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내가 기특해서 미치겠다. 그 자리에서 케익에 초를 꽂고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게, 친구에게 혹여 당혹스럽진 않을까 고민했는데, 고맙다고 말해주어 다행이었고. 나, 고민 많이 했다우, 그래도 되는지. 게다가 스페인에 다녀온 친구가 세상에, 하몽을 가져왔다. 꺅 >.< 내가 스페인을 간다면 그건 하몽 때문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몽을 먹게 되어, 나는 이제 스페인을 가고 싶은 나라에서 제껴도 되겠다고 했다. 우히히히히. 또한 와인과 책도 선물 받았는데, 아웅, 저 와인은, 엄마한테도 말 안하고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 저 와인을 나의 61년산 슈발블랑으로 만들어야지. 혹여라도 나중에 벼랑끝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면, 그때 혼자서 따라 마셔야지. 《사이드웨이》에서 마일스가 그랬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몹시도 힘겨웠다. 와인 두 병과 선물받은 책에 내가 읽으려고 가져온 책까지.. 가방이 지나치게 무거웠는데 거기에 힐까지 신고 있어서 ... 나는 다음날 아침, 종로3가역까지 같이 걷는 친구에게 말했다.



좋은데 힘들어..



내 말에 친구는 웃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도 무릇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데 힘든 거.





요즘 내가 내가 아니고 정신이 나가있던 터라, 이 정신을 어떻게 수습할까 하다가 백팔배를 했다. 고소영은 백팔배를 하면 차분해진다고 했는데, 나는 차분해지질 않고 다음날 허벅지 근육만 땡기더라. 역시 나에겐 걷는 게 그나마 차분해지는 지름길이다 싶어 어제는 전날의 과음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일자산을 찾았다. 올라오고 내려가는 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차분해질거라 믿었건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걸 어떡하지, 이걸 어떡하지, 이걸 어떻게든 터뜨리고 싶은데... 하다가, 오늘 아침 일찍부터 친구를 문자메세지로 불렀다. 내가 이러이러해서 고통스럽고, 그러므로 가슴이 터질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의 답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 가슴이 터질것 같아 ㅠㅠ

- 안터져.



아, 안터지는구나. 안터지는 거야.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동안 피해다닌 결과' 이며 '네 업보' 라고.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이렇게 터지는구나. 잠깐 핑- 눈물이 돌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나를 '냅둬'라는 친구의 말대로, 그냥 두기로 했다.





이 두 책은, 요즘 읽고 있는데, 표지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하다. 어쩜 이럴까. 색깔이... 히히.






언제였지. 남동생 차를 타고 남동생이 틀어준 음악을 들으며 집에 가는 길, '야,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있냐?' 라고 물었더니 없다며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줬었다. 갑자기 그 기억이 새록-

그러고보니 금요일밤, 제부가 보내준 닭강정에 와인을 마시고 그도 모자라 맥주까지 마셔서 취했는데 남동생이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취한채로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는데, 남동생도 씻고 내 옆에 앉았다. 술을 마실까, 하는 동생에게 아니 그만 먹자 내일 결혼식 가야잖아, 라고 답하고는 그저 조용히 텔레비젼을 보았는데, 남동생에게 그냥 푹- 기대버렸다. 남동생은 내가 기댔는데 저리 꺼지라고 하지 않고(응?) 내가 그런채로 주정하는 걸 들어주었다. 난 역시 얘가 제일 좋아, 라고 생각했던 밤이었다.







나에겐 존재해줘서 고마운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행복하다.





자수를 배워볼까....차분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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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4-10-2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 와인 맛이 너무 궁금한데요?! 하지만 61년을 기다려야? ㅋㅋ 다락방 님 행복한 만남 이야길 읽다 보니 제 마음에도 몽글몽글 다정함이 가득해지네요.

다락방 2014-10-21 09:51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제게 축복입니다, 치니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히히.
저 와인은 혼자 구석에 숨어서 먹어야겠어요. [사이드웨이]란 영화 보셨어요?
거기에서 마일스가 가장 비참해지는 순간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보관했던 와인 [61년산 슈발블랑]을 마시거든요. 엄청나게 좋은 영화에요!! >.<

hnine 2014-10-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은 안 읽었지만 김민형 이란 분은 들어서 알고 있어요. 워낙 독특한 방식으로 교육을 받은 것 같더라고요.
수학은 저에게 있어 짝사랑의 대상일 뿐. 좋아했고 잘 하고 싶었으나 능력이 못 따라갔던 과목이라, 흑흑... 하지만 `수학적 사고`라는 것은 꼭 수학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전 가끔 어떤 비평가의 글에서도 이 사람 참 글을 수학적으로 쓰네 라고 느낄때가 있거든요, 이렇게 말할정도로 제가 수학에 대해 뭘 아는건 아니지만요 ^^
(여동생분에게 갑자기 악수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저도 같은 전공^^)

다락방 2014-10-21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수학적`사고라는 게 뭔지 전혀 감이 안잡혀요, 나인님. 아마도 수학을 전혀 몰라서 그런것 같아요. 수학은 제게 짝사랑의 대상도 못되는 것 같아요. 그보다 더 멀죠. 음...수학은 제게 ... 그러니까....맷 데이먼 같달까요? 멋진데 저 멀리,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곳에서 아무 상관 없게 살아가는 사람. 그런데 멋진...
수학을 잘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더 똑똑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해요. 수학은 똑똑함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일지 저는 상대적으로 제 아이큐가 매우 낮을 거라고 생각해요.
앗, 제 동생과 같은 전공이시군요!! 제가 더 반갑네요. ㅋㅋㅋㅋㅋ

아무개 2014-10-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 그래서 내가 하려고 한 말은, 에이씨,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 `
이렇게 쓰고 쓸데 없다고 생각한 부분들 정리하지 않고 써주는 다락님의 글이 좋아요. ㅎㅎ

2.저는 수능때 수리영역 8점 맞았어요. 과학도 별반 다르지 않은 점수 ㅋㅋㅋㅋ

3.다락님은 지금.....가슴이 터질것 같으시지요?
저는 지금...
작년에 입었던 바지가 너무 꽉 껴서 허리가 끊어질거 같아요.
그새 살이 도대체 얼마나 더 찐건지....ㅠ..ㅠ

다락방 2014-10-21 10:02   좋아요 0 | URL
1. 맨날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아요..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죠.....정리가 안돼 정리가... -_-

2. 크..아무개님은 저랑 비슷한 점이 무척 많아요! 글 쓰는 스타일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대로 쏟아내기... ㅎㅎ

3. 저는 이뻐질 겁니다, 아무개님. 이뻐져야겠어요. 불끈!!
수술할까...ㅠㅠ

마노아 2014-10-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공학도이지만 인문학적 지성미가 뚝뚝 떨어지는 T님에게 다락방님이 반하시는 겁니다. ㅎㅎㅎ
아, 근데 저도 그런 사람이 좋으네요.^^
루시드폴이 물리학도이면서 음악하잖아요. 아, 근사해~
자수, 배우지 마요. ㅎㅎㅎ
색칠공부 마친 다음에...ㅎㅎㅎ

다락방 2014-10-21 10:03   좋아요 0 | URL
제가 T 님에게 반한건 T 님만 빼고 모두가 아는 사실. ㅋㅋㅋㅋㅋ
말하기 쑥스러우니 이 글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색칠공부..잊고 있던 색칠공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립간 2014-10-2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은 (객관적) 평가가 쉽지만, 언어는 (객관적) 평가가 어렵지 않나요. 따라서 수학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두드러지게 표시가 나지만, 언어는 수학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유치원 딸아이에게 수학 문제를 풀 때 ,항상 문제의 답을 구한 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를 요구했더니, (지난 2년간 학과 공부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이제 할머니와 엄마와는 공부를 해도 저와는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딸도 그런 성향을 보이는 것을 보고 성향이란 것이 정말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죠.

수학과 음학 못지 않게, 수학과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이 시입니다. 음악과 시를 매개로 수학을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락방 2014-10-21 10:07   좋아요 0 | URL
저는 수학보다는 산수만이 머릿속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수학과 이미지를 공유하는 게 시, 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전혀 모르겠어요. 상상도 안돼요. 음악과 시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듯 쉽게 연결지을 수 있는데 말이지요. 언제 기회되시면 수학과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이 시 라는 것에 대한 글을 한 번 써주시겠습니까, 마립간님.
저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ㅜㅜ

마립간 2014-10-23 08:13   좋아요 0 | URL
수학에 관한 몇가지 글을 쓰려합니다. 제가 기대하기는 다락방님이 수학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지는 이해시키지는 못하지만, 왜 거리감을 느끼는가를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0-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학이 좋고 그 중에서도 통계로 그려지는 그래프랑 공식들을 유도하는 과정이 정말 좋은데... 제 아버지가 들리뉴였다면 장담할 수 없겠군요... 수학의 맛이란 역시 답이 딱 나와줘야 ㅋㄷㅋㄷ

다락방 2014-10-21 10:08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좋아하길 희망하는 것, 동경하는 것과 제가 실제 좋아하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바로 현실과의 괴리..일까요. 이런 연예인 같은 수학!! ㅠㅠ
흰 공간에 문제를 적어두고 그 문제의 답을 풀어가는 걸, 저라는 사람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ㅠㅠ

조선인 2014-10-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래미가 곱셈을 배울 때 구구단을 외우는 것 외에 곱셈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결국 딸래미는 고학년이 되도록 구구단 외우는 것조차 힘겨워 했답니다. 그 교훈 덕분에 아들래미는 구구단만 외우게 하고 있죠. 하아...

마립간 2014-10-20 14:52   좋아요 0 | URL
제 독후감과 육아일기에 쓴 내용이지만,

구구단의 유래가 반복적인 덧셈에서 유래하였는지 모르겠지만, 곱셈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 연산입니다. 즉 곱셈은 그리고 구구단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고, 직관의 대상입니다. 마로가 구구단을 외우는 것을 힘겨워했던 것은 이해를 강조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덧셈의 유래를 강조하면 나중에 -1 x -1 = 1을 받아들이기 힘겨워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제 딸아이에게 구구단은 이해를 필요하지 않은 암기라고 설명하고 외우게 했지요. 일단 암기가 되고 나면 구구단의 적용을 통해 이해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조선인 2014-10-20 18:15   좋아요 0 | URL
으아아아. 딱 핵심을 말하셨어요. 중학교 올라가서 음의 정수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아주 애먹었어요. 흑흑.

다락방 2014-10-21 10:11   좋아요 0 | URL
아...이건 굉장히 중요한 팁이네요.
곱셈을 외울 때는 그저 그것을 외우도록만 하는 게 중요한거군요. 거기에 다른 것을 돕기 위해 더했다가는 아예 힘들어지는 수가 생기는 군요. 아!
저는 곱셈 외우는 게 되게 힘들었어요. 워낙 암기를 못하는 성향이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어릴 때 곱셈 외우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요. 진짜 달달 외우긴 했는데 정말 힘들게 외웠던 기억이 나요. ㅠㅠ

마립간 2014-10-21 12:19   좋아요 0 | URL
구구단은 그냥 외우는 것이 ...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곱셈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대학생의 교양 수학 이상 공부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학생에서 곱셈의 암기와 이해, 적용을 동시에 하려 하면, 수학에 대한 공포감만 생길 수 있습니다.

단지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 단순 암기도 쉬은 것은 아니므로 감정적으로 거부감은 없게 기술적인 요령은 필요할 듯 합니다.

제 사견입니다.^^

서니데이 2014-10-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게 하몽이라는 거군요. 저건 어떻게 먹나요. 괜히 짤 것 같은 기분이...
2. 지난 번 <수학자들>도 외계어였어요. 저한테는... ^^;

다락방 2014-10-21 10:11   좋아요 0 | URL
스페인에서는 하몽을 메론 싸서 먹더라고요. 짐작하신 것처럼 되게 짜요. 하몽 먹으면서 아, 이래서 메론을 싸먹는구나 싶어지더라고요. 정말 짜서 계속 아 짜다, 아 짜다 했어요. 아..근데 왜 또 먹고 싶지..

단발머리 2014-10-2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그러니까, 저는 임태경 얘기에 눈이 @@게 되서는.
왜 콘서트에 다녀와서 임태경을 안 좋아하게 되셨나요? 저는 뮤지컬에서 임태경이 좋았는데, 저도 콘서트에 가면 임태경을 안 좋아하게 될까요? 이런 의문이... 혹시, 콘서트는 숭배의 분위기가 있나요? ㅋㅋ

2. 요기 위의 댓글 읽다가 곱셈의 개념은 이해가 아니라, 암기의 대상이라는 귀한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구구단 어려워하는 아롱이가 자꾸 4*7은? 4*6은 얼마지? 아, 24 더하기 4는 하면서 계산을 하고 있거든요. 그것도 빠르지 않은 계산을...구구단은 암기~~ 역시 다락방님 서재에서 놀아야돼!!!

3. 저도 남동생이 있지만, 다락방님의 남동생이 부럽군요. (엥?)

다락방 2014-10-23 11:20   좋아요 0 | URL
1. 마지막, 그를 싫어하게 된 콘서트에서요, 그는 노래를 부르다 삑사리가 났거든요. 삑사리야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데, 나중에 자신이 이 콘서트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아마도 공짜로 표가 뿌려지고, 그 표로 인해 자신의 팬이 아닌 자들이 와 앉아 있으면서 충분히 지키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전 그 말을 하는 임태경이 순간 싫더라고요. 나는 비싼 돈주고 자신의 노래를 들으러 왔건만, 자신은 지금 불쾌하다는 걸 그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다니. 사람이 성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 싫어지더라고요. 그 이후로 임태경을 끊었어요. 여전히 노래를 듣지만, 콘서트나 뮤지컬을 끊었습니다. 그런식으로 노래를 들으러 갈 만한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2. 구구단은 암기. 일단 무조건 외우도록 하는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여동생에게도 미리 일러두어야 겠어요.


3. 제 남동생은 제게 내려진 축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