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꼭 핀란드의 그 카모메 식당을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사치에가 만들어내는 요리들을 한 번씩 꼭 맛보고 싶어졌으니까. 물론 이건 영화고, 실제로 이 식당과 사치에가 핀란드에 존재하진 않겠지만, 어쩐지 비슷한 곳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던 거다. 뭐, 이건 로망이라 불러도 될 것이고.


며칠전에는 어쩌면 영화보다 더 좋지 않을까, 해서 책을 찾아 읽었는데 책은 영 별로였다. 무엇보다 사치에가 핀란드로 가 식당을 열고 정착할 수 있는 돈이 '복권 당첨'으로 생긴다는 게, 책으로 읽으면서 도무지 받아들여지질 않는거다. 나는 노동 없이 생기는 커다란 수익에 대해서 정말이지 용납이 안되는 인간인 것 같다. 완전 빡친다고 할까. 《남과 북》이라는 작품에서 여자가 나중에 지인의 재산을 물려받는 걸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고, '아델베르트 슈티프터'의 《늦여름》에서는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맡겨둔 예금의 이자가 점점 불어나는 동안 여행이나 다니는 주인공을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단 말이다. 그래서 1권만 읽고 2권은 읽을 생각도 안하고 있다. 그런데 《카모메 식당》 사치에의 복권당첨이라니. 아...힘들어.













어릴적의 우리집은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니었다. 물론 유복한 집도 당연히 아니었고. 초등학교 시절 친구네 놀러갔다가 그 집에 정원이 있는 걸 보고 완전 놀랐던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살던 집은 화장실이 재래식이었고 그 화장실에 열쇠며 슬리퍼를 빠뜨리기 일쑤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했다거나 밥을 굶지는 않았던 거다. 물론 과외를 시켜주는 대신 헌책방에 가서 헌참고서를 사줬지만, 정품 대신 리어카에서 파는 카셋트 테이프를 사줬지만, 어쨌든 엄마는 내게 필요한 걸 가급적 해주려고 하셨다. 며칠간 조르고 졸라서 10만원짜리 마이마이를 얻어내기도 했는데, 이건 지금 생각해도 내가 잘못했다. 내가 중학생이던 그때, 우리집에서 10만원이라니...내가 미쳤었지.....엄마가 안된다고 안된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얼마나 졸졸 쫓아다니며 사달라고 했던지. 냉장고에 메모지도 써붙였었다. 제발 좀 사달라고...아...철없었어...외식으로 짜장면조차 먹으러 나가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가슴이 아프다. 엄마한테 잘해야지...



아니, 근데 지금 뭐하는거야. 이 얘기 하려던 게 아닌데 왜 갑자기 마이마이가...


여튼, 내가 돈에 무슨 한맺힌 게 아니란 말이다. 돈에 대해 크게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노동하지 않고 돈이 불어나는 사람들을 보면 이토록 빡.치.는.가!!!!!!!!!!!!!!!!!! 진짜 돌아버리겠단 말이다!!!!!!!!!!!!!!!!!!!!!! 할아버지 유산을 은행에 맡겼더니 점점 이자가 불어난다니,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왜 부자 할아버지가 있어야 부자가 되냐고, 왜!!!!!!!!!!!!!!!!!!!!!!!



무슨 얘기 할라고했지?






아, 맞다. 카모메 식당. 여튼 책으로 읽다가 사치에가 미도리를 처음 서점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한적한 곳의 서점에 대한 이미지가 갑자기 머릿속에 환상으로 그려지면서, 나는 핀란드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핀란드 여행기를 좀 보자, 고 생각해 알라딘에 검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오- 놀랍게도, 핀란드를 검색어에 넣고 엔터를 치면 핀란드 교육이나 디자인에 관한 책이 핀란드 여행에 관한 책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즉, 핀란드 여행기는 별로 없다는 거다!!!!!



















유럽이나 동남아는 많을텐데(라지만 사실 검색어에 넣어본 건 아니다) 핀란드 여행기는 얼마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몹시 흥분되기 시작했다. 내가 하자, 내가 하자!! 내가 핀란드 여행기를 쓰자!! 어떻게? 핀란드를 갔다와서!!!!!!!!!!!!!!!!!!!!! 그렇지만 나는 직딩이라 가려고 해도 그곳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3일 정도일텐데, 3일 정도만 갔다와서 여행기를 쓰는 게 과연 가능할까? 아니, 가능은 하겠지만 그 책 속에 과연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유익하기까지 한 내용이 담길까? 흐음. 역시 길게 가는 게 좋을텐데, 최소한 이주일에서 한 달 정도는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려면 회사를 관둬야겠지? 이놈의 회사는 장기휴가를 주는 회사도 아니며 꼴랑 휴가 사흘 주면서 연차로 연결해 쓰지도 못하게 하니까. 역시 관둬야 긴 시간 여행이 가능하고, 긴 시간 여행이 가능해야 여행기를 쓸 수 있을테고, 여행을 위한 항공비와 호텔비를 마련하려면 돈을 벌어야 되고, 돈을 벌려면 회사를 다녀야 하고, 회사를 다니면 길게 여행을 못가고, 여행을 길게 못가면 여행기를 못 쓰고......................................





걍 한 시간 있다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그나저나 이미 내 안에 들끓고 있는 이 미친 흥분은 어쩌나. 니미럴.. ㅠㅠ

집에 가서 술 마시고 노래나 불러야지.

찬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 줄 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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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4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0-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핀란드가서 고기 먹은 얘기 쓰시면 대박나실거 같아요. 출판사 여러분 여기 여행작가님 모셔가세요.

그 서점에서 만나서 가차맨 노래를 부르는거죠? ㅎㅎㅎㅎ

다락방 2014-10-14 11:50   좋아요 0 | URL
저는 갓차맨 노래를 부르는 대신 [찬바람이 불면~]을 부르겠습니다! ㅎㅎㅎㅎㅎ
핀란드가서 고기 먹은 얘기..라니. 아웅..좋네요 휘모리님. ♡

조선인 2014-10-1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왜 댓글에는 공감 누르기가 없을까요. 휘모리님과 다락방님 댓글에 공감 공감 달았음을 알아주세요.

다락방 2014-10-14 12:58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의 공감을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AYLA 2014-10-1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과 북이 그 사이에 번역서가 나왔었군요. 720쪽 ㅋㅋㅋ 핀란드는 아마 땅덩이가 좁고 쓸 거리가 별로 없어 단행본이 없는거 같아요. 그래서 기왕 가시는 김에 스웨덴이랑 노르웨이도 다 돌고 오셔야 한다는...!!! (노래+괴기+남자)

다락방 2014-10-14 15: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핀란드는 북유럽 몰아서 가는군요? 그러나, 그렇다면 제게는 더 좋습니다. 저는 어차피 사흘밖에 시간을 내지 못하니 사흘간 좁은 핀란드를 다 돌아보고 와야겠어요. 후훗. 하나만 집중 공략한다!!

네 남과북 번역서 나와서 사두었는데 읽지는 않았네요. 나오자마자 샀으면서 -0-
 

읽는중인데 힘들다, 이 책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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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14 09:29   좋아요 0 | URL
다녀왔습니다~

유부만두 2014-10-14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길은 빵으로만 가네요~ ^^;;

다락방 2014-10-14 09:30   좋아요 0 | URL
으흥으흥. 아직 점심시간 많이 남았는데 벌써 배고파요 ㅠㅠ 맨날 매시간 배고파요 ㅠㅠ

버벌 2014-10-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내 눈에도 빵만.... 전 저책 아직 시작은 안했어요. ...... 읽을게 많아..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다락방 2014-10-14 10:50   좋아요 0 | URL
일단 님하 진정해요..
내게도 아주 많은 책들이 남아 있습니다. 시작하지 않은 책들 말입니다.
그러니 일단 버벌님은, 나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빵을 먼저 사서 드세요!!

무해한모리군 2014-10-1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눈에도 빵만 ㅎㅎㅎ 저는 아직은 읽을 계획이 없는 책이니 다락방님의 리뷰 기대.

다락방 2014-10-14 11:18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대한 제 리뷰는 저 위에 백자평이 끝!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4-10-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봉틀 훔치는 이야긴가요?^^

다락방 2014-10-16 08:17   좋아요 0 | URL
훔치긴 훔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도시로 가라 카면 지금도 가긴 싫어예. 왜냐면 도시는 그, 소비생활이고 또 소비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며 음식 쓰레기며 다 버려진다 아입니꺼. 그런것들이 너무 싫더라고요, 나는. 그니까 어릴 때부터 불 때는 방에 살고 음식 찌꺼기 다 소 주고 이렇게 살다가, 음식 찌꺼기도 쓰레기봉다리 사가지고 버려야 되고,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안 좋더라고요. 그렇게 살아온 기억이 있으니까 쓰레기종량젠가 그게 시행됐을 때 그게 너무 불합리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돈을 주고 이놈의 쓰레기를 버려야 된다는 게 너무 억울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도시생활 역시 안 좋구나,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 옛날 시골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생활 쓰레기가 아닌, 돌려서 쓸 수 있잖아요. 소를 준다든지, 거름에 넣어갖고 다시 땅에 들어가고, 순환이 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는 게 참 맘에 안 들고, 또 도시에서는 밤만 되면 술 처먹고 정신 나간 놈들도 많고, 저는 그런 게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내심 귀농에 동의하긴 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지요. (박은숙, p.286)

















김제 명품길을 걷다보면 마지막에 마을에 들어서게 된다. 한적한 마을이라 집과 집 사이의 거리가 멀고 사람 구경하기도 힘이 들다.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을 물으려던 참에 사람이 없어 초조했는데 마침 할머니 두 분이 함께 걸어오신다. 됐다, 싶어 버스정류장을 묻고는 또다시 한참을 걸어 버스정류장에 닿았다. 버스 정류장에 의자는 있었으나 먼지가 쌓여 있었고, 대체 버스는 언제 오나 궁금했지만 스맛폰으로 시간 검색이 안된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 할아버지 한 분께 여쭈니, 이십분에 한 번씩 버스가 온다고 하셨다. 택시를 잡을 수도 없는 곳이었고 마냥 버스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얼마쯤을 기다린걸까, 버스가 도착해 올라탔다. 버스 안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고 쌩쌩 달리는 그 길은 차도 별로 없었다. 나는, 얼른 사람이 좀 더 많은 데로, 차가 더 많이 다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전주 시내로 버스가 들어갔을 때, 그때 아, 이제 안심이다, 하는 기분이 들었더랬다. 그랬는데,


이튿날 서울로 돌아와 집에 오는 길, 남동생을 만나 마트엘 갔다. 마트에 가 맥주며 안주를 사가지고 집으로 걸어오는 데, 집 앞 골목길로 차가 연이어 두 대나 들어온다. 한쪽 옆으로 비켜섰다가 차 두 대가 지나가 이제 막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데, 한 대가 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아, 얼마나 지치던지 절로 욕이 나왔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김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라고 했다. 그런 내가 웃겨서 이내 빵 터졌지만, 이곳에서는, 빽빽하고 빡빡한 이곳에서는, 여유라는 걸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는, 성격이 급해지고 초조해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적한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로 왔을 때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얼 말하는지,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중엔 시골로 가고 싶어하는구나, 귀농하고 싶어하는 구나, 하는 생각.


이 책의 박은숙 씨가 하는 말이 어떤 말이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훌쩍 많은 분들이시며 글을 배우지 못한 분들도 더러 계신다. 배움이 얕으면 그만큼 알 수 있는 것도 적고 아는 것도 적을 거라는 생각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그들은 무엇이 옳고 그린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몸소 깨닫고 실천한다. 자신들의 살아갈 터전을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제 한몸을 움직인다. 어깨에 띠를 두르고 지구를 구하자고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삶에 있어서 어떤게 더 좋은지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걸까. 



밀양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들에게 일어난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그들이 왜 반대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질 않았었다. 어느쪽이냐 묻는다면 나는 그들을 응원하는 쪽이라고 대답하겠지만, 도대체 왜, 어쩌다가 일이 이지경이 된건지는 알지 못했다. 나는, 그걸 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마음으로 어쨌든 그들은 응원하지만, 사실은 무슨일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길지만, 이 책의 <나가는 글>을 인용해보겠다.



밀양 송전탑 사업은 2005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처음으로 주민들한테 알려졌다. 2000년 계호기 당시 신고리핵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송전한 뒤, 다시 신충북변전소를 거쳐 수두권 전력의 관문 역할을 하는 신안성변전소까지 보내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그러나 2004년 3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충북-신안성변전소 연계 계획이 취소됨으로써 폐지의 수순을 밟는 것이 마땅했다. 해외에서는 1,000킬로미터 이상의 장거리 송전에서만 사용하는, 일반 초고압 송전탑인 345kV 송전선의 최대 5배에 이르는 초고용량 765kV 송전선을 겨우 영남권 전력 수급을 위해 90킬로미터 단거리로, 그것도 밀양처럼 논밭 위로, 마을을 관통하거나 병풍처럼 둘러싸면서 건설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고리 지역의 핵 발전소를 6기에서 8기까지 증설하고, 고리 지역의 노후 핵 발전소 4기를 설계수명이 종료된 이후에도 연장 가동하여 10기에서 12기의 핵 발전소를 한 곳에서 운영하려는 위험천만하기 이를 데 없는 핵 마피아들의 야심은 어떻게든 765kV 송전선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결국 한국전력은 '낙장불입'의 자세로 이 계획을 거두지 않았고, 끝내 강행했다. 2005년 가을,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들이 한국전력 밀양지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개최하면서 10년에 걸친 싸움이 시작되었다. 

(중략)

밀양 송전탑 싸움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이전, 그러니까 밀양시 5개면 전역에서 전방위적으로 공사가 강행된 2011년 여름 무렵부터 2012년 1월까지 주민들이 현장에서 인부와 용역에게 당한 폭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주민들의 기를 꺾기 위해 인부들이 고령자인 주민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 일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무릎이 좋지ㅣ 않아 산길을 기다시피하며 벌목을 막아내는 주민들에게 '워리,워리' 하면서 개를 부르듯 조롱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2011년 가을, 태고종 소속 비구니 스님 한 분이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음부를 주먹으로 구타당하는 끔직한 성폭력 사고가 났지만, 당시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성폭력 부분은 강간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폭행 60만 원, 모욕 30만 원 약식기소로 종결되는 황망한 사태도 있었다. (나가는 글, p.370-371)



밀양에 사는 사람들은 한전이 세우고자 하는 송전탑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해서는 안되는, 단거리에 초고용량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반대한다. 이것이 자신들의 머리 위로, 자신들의 농작물 위로 지나간다는 사실이 끔찍하다는 것을 안다. 이것이 단지 전봇대 하나 올라가는 일이 아니라, 핵으로까지 연결된다는 무서운 사실 앞에, 그들은 자신을 내놓는다. 목숨을 잃을 각오로 그들과 싸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집과 땅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깊게 들어가 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앞으로 그들의 자식들과 그 자식들의 자식들, 후손들이 살아갈 땅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송전탑이 지어짐과 동시에 그들이 평생을 바쳐 마련한 집과 논과 밭등의 물질적인 모든 것들의 가치는 똥값이 된다. 공사로 인해 드나드는 헬리콥터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게다가 한전의 얄팍한 보상제는 마을 사람들을 둘로 갈라놓기에 충분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 송전탑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늘 다정하게 지내던 이웃들과 사이가 틀어진 것에 크게 속상해한다. 




송전탑 저거 결국 세운다 카이. 박근혜 가시나, 더러분 놈의 가시나. 지 애미 지 애비 그래 죽었다고 불쌍타코 한 번 돼야 될 낀데 돼야 될 낀데 그랬는데. 주민들 못살게 굴지 말고 땅에 파묻어라, 딴 데 돌리라 카든 동 하면 될 낀데. 그 말 한마대 해주마 우리 고생 안 할 낀데 그 한마디 안 하고. 이 늙은이 산천에 기어 올라가미, 아침 6시에 벌벌 떨며 나와가지고 그카는데. 더러분 놈의 가시나. 주민들은 못 산다 카는데. 한 면을 갖다가, 한 군을 갖다가, 밀양시를 망조를 들게 만들어 놨응께 땅으로 묻어라 카면 될낀데. 그카믄 물이라도 끓이가 마호병에라도 넣어가 인부들한테 한 잔씩 갖다줄 텐데. 저 경찰 머스마들도 추운 데 뭐 할라꼬 한데 있노, 뜨신 데 방에 들어와 앉아라 칼 낀데. 그만치 저놈들이 괘씸한데 뭐.  

시청 앞에 가봐야 시청 놈들 나와보기나 하나. 동네는 동장 믿고 살고, 면에는 면장 믿고 살고, 군에 가면 군수 믿고 사는데 왜 밀양 살면서 궁뎅이도 안 띠주노. 내가 밀양 가서 시장 놈 볼 적에 "아이구. 어무이요, 할무이요" 지 시장 될라꼬 "어무이, 믿습니데이. 어무이, 믿습니데이" 이 지랄하고 그러더니, 세상 이래 난리가 나고 이 골짜기 조질라 카고 그라는데 밀양 시장 놈 궁둥이도 안 떼고. 여기 어떤지 한 번 봤으마 싶은데 오도 안 하고. 시장 되고 나니 근방에도 안 오고, 어떻노 소리도 안 하대. 누굴 세우면 좋겠노, 어떤 놈이 정치 잘할란가 싶어가 될 놈 찍어놓으마 뭐 있노. 개눔의 시끼들, 아무 소용없다. (김말해, p.38-39)




옛날에도 내가 정치는 쇼인 건 알았거든예. 근데 이걸 하면서 완전히 쇼인 걸 제대로 알았어예. 그니깐 정부에서도 너거는 뒤지봐라, 뭐 이런 거 같아예. 정부에서 하자 카는 대로 안 하면 너거 함 죽어봐라 이런 거 같은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가 뭐 송전탑 싸움을 꼭 이긴다 카는 문제는, 그때는 막연하게 이겼으면 하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희망은 없을 것 같고, 우리가 송전탑을 세운 걸 뽑아낸다거나, 아니면 지금 중단을 시킨다거나 뭐 이런 힘은 없는 거 같에요. 근데 이걸 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송전탑이 얼마나 잘못됐고 뭐 이런 거를 알릴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준 거 같에요. 그래서 우리 밀양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더 잘 싸우지 않을까, 잘 싸울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지 않았을까 뭐 이런 생각은 듭니다. 우리가 끝은 아닌 것 같으니까.

솔직히 저 송전탑이 들어온다면 여기서 살기는 싫어요. 저거 밑에서 정말 살기는 싫어예. 그건 확실합니다. (박은숙, p.300)



싸움은 별로 힘 안 들어요. 욕이라도 쏟아 붓고 하면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데 우리가 우리끼리 부딪쳐서 서로 찌르고 그러는 게 제일 힘들죠. 이런 거에 대한 면역성이 없다고예. 면역이 생기면 그게 또 이상한 거겠죠? 이성적으로 저 사람이 왜 찌른가를 생각해보면 좋은데 날 찔렀다는 생각만 하니까 상처만 두 배로 커지고, 사람이 치사해지는 거예요. 게다가 같이 붙어가 웃고 울던 사람이 우리를 의심하고, 우리가 한전하고 자주 만나고 얘기하는 사람들 보면 "저 빨갱이다"하는데 한마디로 첩자라, 그런데 내한테 빨갱이라 하니까 진짜 가슴이 아퍼예. 심장병이 날 정도로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로. 직접적으로 나한테 와서 얘기를 하면 그냥 변명이라든지 나는 이런 뜻에서 했는데 그렇게 비치더냐고 얘기가 되는데 이게 돌아서 돌아서 오니 가슴에 상처부터 박히니까 내가 또 좋은 소리를 안 할 거 아니에요. 그게 아주 뭐라 해야 되노? 풀 만한 그게 안 되는 거지. 사람들이 에민하고 여유가 없어지니까 별것도 아닌데 심하게 오해를 하게 되고 서로 감정만 남는 거예요. 그러니까 서로서로가 상처지. 하이고 참, 누가 누구를 의심하고 그런 거 자체가 서글프다. (성은희, p.342-343)




생업인 농사도 저버린 채로  하루종일 송전탑 앞을 가로막으며 공사를 방해하는 그들의 육신을 얼마나 고단할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 앞으로 자신의 후손들이 와서 살아주기를 바라는 땅이 '살기 싫은 곳'이 된다는 것은 또 그들에게 얼마나 상처일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위에 같은 마을 사람들의 갈라서기라니.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이렇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는 거, 이게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업이란, 이 싸움의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것은 어르신들의 생애와 이 싸움의 소회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법과 제도의 모순을 폭로하고, 저들에 의해 저질러진 무간지옥의 폭력을 증언하는 과업일 것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오해와 몰이해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밀양 송전탑의 진실을 분명한 의미의 지평 위로 옮겨놓는 일이 될 것이다. (나가는 글, p.369)




아, 인용하고 글 쓰고나니 뭐지, 이 느낌은..사찰 당할것 같은.. -_-^











에피톤 프로젝트의 <회전목마>는 처음 들을 때부터 좋았는데, 이 노래는 내게 주술같은 노래가 되었다. 이 노래는 힘이 아주 세서, 내가 간절히 원하기만 한다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져다 주었다. 이 노래를 듣고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나의 간절한 소원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느낌. 

이를테면, 꿈에 현빈과 소울메이트가 된 것이다. 물론 나는 그를 향한 사랑을 감춘 채 소울메이트라는 포지션을 택한 거고. 그런데 나의 소울메이트 현빈이 나의 친한 친구와 잠을 잔것이다!! 나는 그의 애인이 아니라 친구이니, 이 일에 상처 받아서는 안되고, 그가 누구랑 어디서 뭘하든 내게는 구속력이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질 않아서 힘들어하고, 그러면서도 그가 여전히 나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사실에 만족해하다가 꿈에서 깼는데, 와- 내가 그간 현빈하고 소울메이트 되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런데 이뤄지지 않았는가! 나는 이것이 <회전목마> 주술의 힘, 이라고 생각하는거다!! 나이쓰!

게다가 언젠가 다른 나라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친구랑 연락이 닿아 '우리가 언젠가 다른 나라에서 보자'라는 대화를 나눴다. 와- 
지금의 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빡센 생활이 되겠지만, 다녀오고나면 카드값 갚느라 허덕이게 되겠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잠깐이나마 먼 곳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사람과 조우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니니까. 힘들지만, 가능한 일이니까. 틈나는대로 지구본을 들여다보아도 좋겠다. 삶은 곳곳에 기적을 숨겨두고 있고, 그러나 그 기적은 내 간절한 바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회전목마 주술의 힘이라고, 나는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 있으니-














예쁘게 색을 칠해 우아한 취미를 갖는 여자사람으로 거듭나자, 라고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색연필 포함 구매자 평에는 색연필을 따로 사면 더 싸게 살 수도 있다고 되어 있더라. 해서 책만 구입했고 그렇게 책이 왔는데, 급한 마음에 집에 있는 색연필로 칠해보자 하고 온 집안을 뒤졌는데, 왜 그간 잘만 보였던 색연필이 하나도 없는건지?? 문구점에 사러 갔다가 돌아와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는데, 2만원도 안되는 색연필을 주문하며 벌벌 떨었다. 3,4만원 족발 먹을 때는 거침없이 카드를 내면서, 왜 2만원짜리 색연필 사는데 이토록 주저하는가, 나는. 주문하고 나서도 아, 주문취소하면 이 돈을 안쓰는 건데...하는 생각. 왜 나에게 색연필은 족발보다 밑에 있는가.............





오전에 잠깐 외근을 나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툭- 어깨를 누가 때린다.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은행 나무로부터 떨어진 은행이었다. 내 어깨를 때리고 땅바닥으로 떨어지더라. 헐, 이게 뭐여...

그리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는 길, 구두 바닥이 미끄러워 아니 이건 또 뭐여, 하고 멈춰 서서 구두바닥을 들여다보니 헐, 은행을 밟았더라. 터진 은행이 구두 밑창에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느라 바닥도 안보고 열심히 걸었을까...현빈 생각했나 ㅠㅠ 

오늘 나에게 은행이 왜이러징??






오늘 점심의 커피. 사무실에 들어오기 싫어서 아주 미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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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10-1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전탑, 핵발전소, 핵폐기물저장소, 쓰레기매몰지 등등을
가장 전력을 많이 소비하고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서울에 세우는 겁니다.
그래요! 그래야 맞잖아요?

전 <밀양을 살다> 무료 e-book줄때 다운받아서 봤는데
역시 e-book은 아직 적응이 안되요..

다락방 2014-10-13 16:44   좋아요 0 | URL
서울에다 세운다고 했으면 아마 젊고 힘있는 사람들이 싸우자고 많이들 나왔을테고, 그렇다면 송전탑 공사는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건 역시 밀양의 노인들을 만만하게 본 게 아닌가 싶어지는 결말입니다. 늙고 힘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경찰까지 동원해 대체 뭐하는 짓들일까요. 정치인은 결코 힘없는 사람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들은 약한 자의 힘마저도 약탈해 자신의 힘을 키우는 데 쓸 뿐이에요.

그나저나 이북으로 벌써 읽으셨군요! 역시 아무개님이셩..

2014-10-13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3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르고숨 2014-10-1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말해 님의 말씀에 진짜 눈물 나네요. 책 리뷰을 쓰고 `사찰 당할 것 같은` 두려움까지 느껴야하니 정말 무서운 세상. 그 와중 `다락방 님이 할 일`을 해주신 것이 멋있고 고맙습니다. <비밀의 정원>은 이제쯤 시작하셨으려나요?

다락방 2014-10-16 08:18   좋아요 0 | URL
엊그제 술취해 집에 가니 색연필이 도착해 있더라고요. 일단 포장은 뜯어서 책장에 넣어뒀어요. 그렇지만 어제는 엊그제의 여파로 졸려서 잤고...오늘은 어제 제대로 못자서 다시 자야 하고....금요일 밤이나 일요일 밤쯤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일 먼저 부엉이!!
헤헷 :)
 

급여



한때

바람을 잡으려고 팔을 휘둘렀지만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갔지


그때

남자의 마음을 잡고 싶어 진상을 떨었지만

내 마음을 거칠게 밟고 머물지를 않았지



오늘

통장에 들어온 월급을 잡고 싶어 이를 악물었지만

그져 스쳐지나가는 걸 보며 한숨 쉴밖에

지난달처럼

지지난달처럼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이토록

도무지

잡히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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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0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0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0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0-1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10 17: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십니까 메피스토님 ㅋㅋㅋㅋㅋ
연말이 오기전에 늘 만나던 멤버로 소주 한 잔 합시다!!

그렇게혜윰 2014-10-1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농약같은 가시내,라고 수식어를 붙여드리고 싶네욥ㅋㅋ 매력덩어리^^

다락방 2014-10-10 18: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이라 씐나요!!

시크발랄 2014-10-1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번이라도 누르고 싶네요 왜 안되는거야!!

다락방 2014-10-12 19: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서재 이미지 사진이 무척 매력적이네요, 시크발랄님. 제가 결코 될 수 없는..( ˝)

노란곰 2014-10-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해윰님의 농약같은 가시내... 에서 빵터졌어요~ 진짜 다락방님의 매력은 끝이 없는듯... >ㅡ<

다락방 2014-10-13 11:18   좋아요 0 | URL
매력이라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D 와 나는 연휴를 맞아 어딘가로 또 걷기 여행을 다녀오자, 했던 터다. 나는 자작나무숲이 좋다는 추천을 받고 인제를 가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인제 는 기차가 다니질 않는다. 나는..버스 타는 걸 몹시 두려워하고 버스를 타는 순간 긴장 상태가 되기 때문에 가급적 기차가 있는 곳을 선택하고 싶다. D 는 자신이 가고 싶어 했던 곳 여러 군데를 말했고, 그러다 우리는 기차도 있고 걷기 코스로 마련되어 있는 <김제 금구 명품길>을 택하기로 한다. 11km 를 걷는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풍경도 좋아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자작나무숲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편백나무숲'이 달래줄 수 있을것 아닌가! 우리가 찾아본 블로그는 이랬다.



김제금구명품길



D와 나는 아침에 만나 무궁화호를 타고 김제로 출발했다. 우리 둘 다 책을 한 권씩 가져갔지만 둘 다 책 읽기는 멀리한 채 대화를 나눴다. 점심은 도시락을 주변에서 사서 걷다가 중간에 먹을까, 아니면 걷기 전에 든든하게 먹을까, 하는 이야기부터 회사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까지 나누니 어느새 김제에 도착. 우리는 내려 출발지점인 금구면사무소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평선 축제를 가기 위한 셔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버스가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우리 면사무소까지는 택시를 타자, 하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은 계속 지평선 축제 말씀을 하신다. 정말 가볼만하다, 지역 축제중 최고다, 하는... 우리는 거길 가는 게 아니라 명품길을 걸을거다, 라고 하니 기사님이 그다지 좋아하질 않으신다...밤에라도 지평선 축제에 들러보라는 말씀 밖에....우리는 건성으로 알겠다고 대답한 뒤 면사무소 앞에 내려, 블로그를 통해 검색한 면사무소 앞 맛집에 들른다. 거기에서 든든하게 밥을 먹자, 그리고 걷자, 라고 얘기했던 것. 근사한 풍경을 만나 사진을 찍어댈 생각에 부푼 나는, 아이폰과 충전기를 식당에 부탁해  충전한다. 그리고 다양한 메뉴들 중 마음에 드는 걸 주문했다. 





낙지덮밥과 멸치국수 정식이었는데. 이렇게 멸치국수와 보쌈이 나온다. 아..사진 보니 또 침나와. 낙지덮밥이 나오기 전, 친구와 나는 부지런히 보쌈을 싸 먹는다.



아웅..맛좋아 >.<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쁨..그리고 앞으로 걷게될 길에 대해 내 마음은 기대로 부푼다. 밥을 다 먹고 물을 하나 사서 가방에 넣은 뒤, 우리는 시작점으로 간다. 




면사무소 뒷편의 골목길에서 시작한다. 아, 이곳을 지나면 이제 산과 들과 숲과 물이 나오겠지, 나는 그 곳을 걷는거야. 친구와 나는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이상하다... 그 다음 코스인 저수지로 가는 방향판을 만났고, 그대로 따라갔는데, 인도는 없다. 그나마 조금 있는 인도가 산에서 내려온 나뭇가지며 잎들로 뒤덮여 걸을 수 없고, 그 인도가 끊기고 나서는 차도의 갓길을 따라 걸어야만 한다. 아..이게 대체 뭐야...이 코스가 지나면 나아지려나.


그런데 웬걸, 갓길 코스를 지나고나면 이젠 갓길 조차 사라져 우린 숫제 차도로 계속 걷고 있다. 그러다 뒤에서 차가 오면 한 쪽 옆에 가만히 서있어야 한다. 이게...뭐야??????????????



어처구니가 없다. 걷다 보니 이곳은 '걷기'를 위해 만들어진 길이 아니었다. '명품길' 이라길래 걷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코스를 만들어둔 것인줄 알았는데, 그저 '명품길'이란 이름을 원래 있던 차도와 원래 있던 산에 그냥 붙여버린 것. 산길을, 흙을 밟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와 나는 당황한다. 게다가 이것이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푯말만 가져다 붙인 것이니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화장실이 없다는 것.



씨발........



친구와 나는 이제나 저제나 화장실을 기다리다 이렇듯 끊임없는 찻길 찻길 찻길 만을 만난다. 결국 우리는.......어떻게 급한 일을 해결했는지는 전깃줄에 앉아있던 새 만이 알 것이다. 오, 버드...



이 길이 이런 길이라는 것을 김제 시민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알았는가보다. 이 날씨 좋은 날,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 단 둘. 아놔..orz

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람들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가면서 내내 어처구니 없어한다. 이게 뭐야..사람들이 다 지평선 축제 가는데는 이유가 있었어...어떻게 11킬로에 해당하는 코스중에 화장실도 하나도 없고, 걸을만한 곳도 하나도 없고, 매점도 식당도 없고 심지어 사람도 없고...이렇게 아무것도 없다니....어떻게 하늘 아래 이 길에 우리 둘 뿐일 수가 있는 거냐... 아무것도 없어서 사람이 없는 건지 사람이 없어서 아무것도 없는 건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게 또 방향판을 만나지만, 아아- 이곳은 관리되지 않는 곳. 방향판은 밑의 저수지를 향하고 있다. 앞으로 가라 옆으로 가라 가 아닌, 밑....밑은 ... 저수지인데... 니미..






물론 나처럼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은 이 와중에도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기도 한다. 그래그래, 이런 것도 보니까, 하면서. 그래봤자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코스모스지만..




친구와 나는 8번째 코스인 편백나무숲에 온 기대를 건다. 어쩌면, 이 모든 걸 만회하게 해줄거야, 편백나무숲은. 거기에 가면 비로소 우리는 '아, 여기에 오기 위해 우린 그토록 어처구니 없어 했던 거구나' 하게 될거야. 친구와 나는 정말 그리될 거라 믿었다. 그렇게 계속 걸어 우리는 편백나무 숲과 가까워졌다.





본격적인 산 길이다. 우린 이제야 흙을 밟을 수 있어! 그러나!!!!!





산 길도 돌 길.....우린 흙을 밟지 못한다. 이건 차가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 길이다. 실제로 또 뒤에서 차가 들어와 우린 한 쪽 옆에 비켜서야 했다. 순간적으로 저 차 얻어타고 여길 나갈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를 볼 때마다 그랬다. 그러나 꾹 참았다. 편백나무숲, 그래, 그게 아직 남아 있어!! 


그렇게 우리는 편백나무 명상길을 드디어 만난다. 그런데 아...뭐지..이 살아있지 않은 듯한 어두움은...계단 몇 개를 거쳐 도착할 수 있는 편맥나무 명상길은, 아, 지나치게 어두웠다. 나는 차마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고, 그래도 우리가 이거 보러 왔는데 안들어가면 어떡해, 하며 친구가 나보다 앞서 계단을 올랐다. 괜찮아 올라와, 보기보다 그렇게 어둡진 않아, 라는 친구의 말에 용기를 내어 들어갔는데, 하아- 어두웠다. 편백나무숲에서 힐링해와- 라고 말하던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힐링은 개뿔, 무섭다...




사진으로 보니 뭔가 약간 멋져 보이는데, 저기에 우리밖에 없었고 어두웠다. ㅠㅠ 게다가 이걸로 밀려고 했다면 어처구니 없는게 코스 조낸 짧아...여튼 빠져나와 이제 우리는 막바지 코스를 향해 가는데, 이번엔 편백나무 삼림욕 공간이 있다. 누워 있을 수 있는 긴 벤치가 아무도 누워본 적 없는 지저분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다. 하아- 그리고 그곳에서야 우리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아마도 편백나무 숲만 보려고 들렀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대실망을 안고 돌아섰다...


(이 사진은 좀 작품인듯??)





걷는데 세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게 나는 그다지 성에 차지 않았지만, 다음날 군산 관광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아쉬운 마음을 접고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타면 전주시에 갈 수 있고, 전주시 터미널에서 군산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 이십여분을 기다려 버스를 탔는데 길에 차가 별로 없어 한적하기 때문인지 버스는 아주 신나게 속도를 내서 달린다. 뒷쪽에 앉아있던 나는 너무나 무섭다. 혼자 속으로 계속 외친다. 아저씨, 이렇게 세게 운전하지 마요. 잔뜩 긴장한 나는 머리까지 아플 지경. 그렇게 차는 전주 시내에 들어섰는데, 시내에서는 차가 많아 막히기도 한다. 약간 긴장이 풀릴 무렵, 우리가 가는 버스를 향해 왼쪽에서 자가용 한대가 서서히 달려온다.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어? 저렇게 달리면 우리 버스에 박을텐데? 하는 순간 쾅- 자가용이 내가 탄 버스를 박아버렸고, 버스 안에 탄 몇몇은 소리를 질렀으며, 서있던 누군가는 넘어졌다. 



하아-



내가 이래서 버스를 안타는데, 일전에 사고나서 몇주간 깁스를 해서, 그래서 버스가 싫은데, 또, 또 ...하아- 무섭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행히 나는 무사했고 버스안의 승객들 모두 무사했다. 기사님은 넘어진 학생 괜찮은지 물었는데 그 학생은 괜찮다고 했다. 나 역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난 괜찮은 줄 알았다가 시간이 지나자 인대가 늘어나고 온 몸에 멍이 들어 한참이나 깁스를 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었다. 저 학생도 지금은 괜찮지만 내일 아침에 아플텐데, 그러나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놀란 가슴만 진정시킨다. 그렇게 세게 박지는 않아 다행이었지만, 나는 내가 늘 두려워하던 일이 또 벌어진 것에 대해 매우 당황했다.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었지만, 다치지 않았는데 멀리 있는 딸 괜한 걱정을 할 것 같아 전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산에 도착한 우리는 친구가 찾은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D는 나와 해외며 국내 여행을 같이 한 적이 많은데, 늘 놀라운 것이 지도를 기막히게 잘 본다는 거다. 뉴욕에서도 길을 찾는 건 지도를 보는 D의 몫이었고 국내에서도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건 언제나 D의 몫이었다. 오죽하면 이번 홍콩여행에서 구글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게 외려 불안하게 느껴졌을까. D가 지도를 보며 방향을 정해주는 때에야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다니까. 여행의 묘미는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은가 싶어졌다. 함께 서서 지도를 보는 것, 그리고 방향을 가늠하고 그곳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 여튼 지도를 보고 거의 근처까지 와서 D 가 멈추어섰을 때, 여기서는 티맵을 켜자, 라고 내가 말하고 티맵을 실행했다. 우리가 있는 곳의 위치와 도착하는 곳의 위치가 빨갛게 표시되고 대각선으로 죽- 그어져있다. 티맵속에 나타나있는 국민은행과 미스터 피자에 맞춰 나는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린다. 그래야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으니까. 자, 이쪽이 국민은행 미스터 피자가 음, 하고 맞추고 있을 때 D 는 벌써 저쪽이네, 하며 몸을 움직인다. 나는 아직 미스터피자 방향을 못찾아서 여태 핸드폰을 들고 방향 맞추기에 몰입하다가 드디어 지도에서 표시한대로 은행과 피자집을 맞추어 가야할 곳으로 시선을 들었을 때, D는 이미 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나는 계속 감탄해서, 아니 어떻게 지도를 보자마자 방향 파악을 하냐, 나는 시키는대로 은행을 맞춰야 하고 피자집이 어딘지 또 방향을 맞춰야 하는데, 어떻게 보자마자 저쪽 대각선이다, 하고 그쪽으로 가냐....암튼 대박이다, 하고 계속 놀란다. 여튼 그렇게 우리는 가고자했던 족발집에 갔다.


족발이 나왔고,




쌈을 쌌다.





친구와 서로 오늘 고생 많이 했네, 다음엔 다른데 가자, 남한산성은 어떨까, 아니면 내가 두눈 감고 인제에 버스타고 가자, 라는 말을 하면서 사실은 속으로 인제는 못갈것 같아, 난 도무지 버스 탈 자신이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 친구와 바쁘게 쌈을 싸고 건배를 하는데,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아주 먼 데서 온 문자메세지였다. 그저 평범한, 금요일 밤 잘 보내라는 문자.

나는 갑자기 울컥, 했다.



내가 탄 버스가 오늘 사고가 났었고, 다행히 다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순간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데, 이렇게 내가 그나마 가벼운 사고 속에 살아있고, 웃고 있고, 대화하면서, 술을 마시는데, 저 먼 데서 누군가가 안부를 물어오고, 내가 답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게 기적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그 친구는 내가 사고를 당했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고, 그저 금요일 밤 잘 보내라는 문자를, 그저 일상적으로 보냈을 텐데, 나는 그 문자 하나에 그날 하루가 머릿속에 스쳐갔던 것. 내가 내 집을 떠나 먼 데로 왔고, 걸었고, 당화했으며, 버스를 탔고, 자가용이 박았고, 두려웠고, 이제 진정하려는 순간, 저 먼 데서, 내가 온 곳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친구로부터, 일상에 대한 문자를 받다니. 아,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D와 얘기했다. 김제 금구 명품길은 진짜 뻐킹 쉿이지만, 이렇게 온 건 잘한 일이라고. 안왔다면 모르니 가고 싶었을 거라고, 왔으니 여기가 후졌다는 걸 알게 되지 않았냐고. 다음날 군산의 이성당 빵집엘 가고 동국사길을 걸으면서, 틈틈이 지도를 보며 방향을 정해주는 친구를 보면서, 갑자기 확- 아, 나, 이제 여행을 좋아할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좋다는 생각이 든것도 아니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옆에서 이 친구가 계속 지도를 봐준다면, 계속 계속 여행다닐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돌아오는 길에 또 우린 얘기했다. 남이섬을 갈까? 친구가 묻고, 더 많이 걸었으면 좋겠어, 라고 내가 답했다. 걸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곳곳을 다 가보고 싶어졌다. 




덧붙이자면, 김제 금구 명품길 보다는 북한산 둘레길이 오천배쯤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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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10-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사고까지 났었어요?
아이고 아이고!!!!!

다락방 2014-10-06 17:07   좋아요 0 | URL
네 ㅠㅠ 그치만 괜찮습니다!!
넘어진 남학생이 신경 쓰이네요. 그 학생 다음날 아팠을텐데..쩝..

치니 2014-10-0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다락방 님 괜찮으신 거 맞죠? 그래도 충격에 따른 여운이 남았을 텐데. 아이고, 부디 며칠 지난 오늘도 괜찮으셨길.

다락방 2014-10-06 17:08   좋아요 0 | URL
네, 괜찮습니다 치니님. 멀쩡하게 출근 잘 하고 이렇게 글도 쓸 만큼 괜찮습니다. ㅎㅎ
오늘도 괜찮아요. 다만 집에 가고 싶을 뿐...사무실 공기가 갑작스레 건조해져서 코가 막히네요. ㅠㅠ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치니님 ㅠㅠ

마노아 2014-10-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은 후졌지만 이글은 명품글! 무사히 돌아와서 기뻐요!

다락방 2014-10-06 17:08   좋아요 0 | URL
네네, 고단한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ㅎㅎ 고마워요!

코코죠 2014-10-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놀래라 놀랐겠다 어떡해요 토닥토닥... 그래도 맛난 음식과 좋은 여행친구가 있었으니 다행이고 또 우린 이렇게 락방님 글을 읽게 되었으니 더 더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로군요!

다락방 2014-10-06 17:13   좋아요 0 | URL
네, 다행이죠. 그렇지만 매순간 `다행이다`를 말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공존하겠죠? 저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감사한 일이라고,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행이고 기적이기만 한 게 미안한 때라는 생각도 들고요.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오즈마님.. ㅠㅠ

moonnight 2014-10-0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고생하셨어요. ㅠ_ㅠ 그래도 올려주신 음식들은 맛있어보여서 부러워요. 소주도 ^^

지도를 잘 읽고 방향을 금세 파악하는 건 뭔가 본능적인 능력이지 싶어요. ㅠ_ㅠ(최강길치 올림 -_-;;;;)

다락방 2014-10-06 17:37   좋아요 0 | URL
저 족발 사진은 올리면서도 또 먹고 싶더라고요. ㅎㅎ 스맛폰에서 지우든가 해야지 볼때마다 먹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하핫.

문나잇님은 지도를 잘 보실 것 같은데 의외로 길치신가봐요. 아..언제 한 번 길치끼리 모임을 가질까요? ㅜㅜ

heima 2014-10-0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명품길 이름은 대체 누가 지은걸까요.. 고생하셨어요 다락방님- 게다가 사고까지... -_-
그래도 옆에 함께 욕할 친구가 있어서 진한 추억으로 남았겠네요..

북플로 보니깐 음식 사진이 작게 보여서 다행(?)이에요 ㅎㅎ (오 사진을 누르면 확대되는군요.. 괜히 눌렀다 -_-) 글만 봐도 쫄깃쫄깃한 족발이 마구 땡기네요.. ^^
조심히 퇴근하시고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다락방 2014-10-07 17:44   좋아요 0 | URL
도대체 어디가 명품길이라는 건지, 이름은 그냥 막 갖다 붙인 모양입니다. 최소한의 관리도 없는 엉망진창 길이었어요. 친구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였으면 가지 못했을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어휴...


오늘 퇴근후에는 저 족발에 버금가는 골뱅이를 먹으러 갈 계획입니다. 으하하하. 헤이마님도 오늘 저녁에 맛있는 것 드시고 기분 좋게 마무리 하세요!!

카스피 2014-10-0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아무도 없는 산속길이라니 넘 위험해 보이는데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토요일에 군산에 다녀왔는데 이른바 군산에서 유명한 집인 복성루와 이성당을 다녀왔어요.근데 복성루는 넘 장사가 잘되는지 6시쯤 벌써 문을 닫았고 이성당은 웬줄이 그렇게 긴지 그 유명하다는 단팥빵과 야채빵은 포기하고 아무빵이나 이따 먹자고 한 8시 반쯤가니 사람은 없는데 빵이 단 한톨도 없더군요.있는것은 케익뿐....
저는 족발집은 안가고 이성당 부근에서 동네 아주머니에게 맛있는 식당을 물어보니 근처에 푸주옥이 있다고 가르쳐 주시더군요.푸주옥이라 무슨 돼지고기집인줄 알았더니 간장게장집인데 이집 넘 맛있어요.가격도 싸고 양도 푸짐하니 담에 군산가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다락방 2014-10-07 17:52   좋아요 0 | URL
아무도 없는 산속길은 정말 무섭더라고요, 카스피님.
이성당은 줄이 길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온 터라 친구가 가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답니다. 해서 줄이 바깥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희는 도착하자마자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올 수 있었어요. 짜릿했습니다. ㅋㅋ

간장게장집을 근처에서 본 것 같은데 간판을 보지 못해서 거기가 카스피님이 말씀하신 집인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간장게장을 안좋아라 해서 아마도 안갈 것 같습니다, 군산엘 가도. ㅎㅎ

웽스북스 2014-10-0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런 주말을 보내셨군요... 걸을 수 있는 길이라면 어디든 좋아하는 저도 저 길만은 사양하고 싶네요. ㅠㅠ 아무리 길 만드는 게 유행이라지만 너무해요. 지난 번 저 갔다온 영덕 블루로드가 정말 최고에요. 정말 강추! :) 저도 길치라 다른 사람 뒤만 졸졸 따라다니지만요 ㅋㅋ 이건 타고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후천적으로 가질 수 없는 능력이야... 아... 그런데 영덕도 기차는 없겠네요. ㅠ_ㅠ

다락방 2014-10-07 17:5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예전에 웬디양니 블루로드 다녀오면서 사진 찍은거 보고 오, 여기 좋네 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지만 기차가 없다니 저는 일단 보류...아니 근데 김제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길을 만들었을까요? 아 .. 생각하니 또 화나네.. 쩝... 시월 말에는 남한산성 계획하고 있어요. 내려오는 길에 닭백숙 먹으려고... ( ˝)

걷는 건 정말 좋아요, 웬디양님!! >.<
그치만 화장실이 있어야 합니다. ㅠㅠ 블루로드는 화장실이 잘 되어 있나요 웬디양님?

무해한모리군 2014-10-0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보다 먹는거, 먹는거 보다는 같이 먹는 사람! 즐거우셨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4-10-07 17:55   좋아요 0 | URL
네. 길 자체는 짜증났지만 그걸 제외하면 좋았어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은 역시 걸을 때 하는 게 짱인것 같아요!!

버벌 2014-10-0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는걸을 참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찻길이라니.... 으으
이성당 빵 맛있던가요? 다음주 주말 오프에 군산을 갈까? 장흥을 갈까 고민하는 중이에요.

다락방 2014-10-08 15:46   좋아요 0 | URL
남동생은 여태 자기가 먹어본 단팥빵중에 최고라고 하지만 저는 굳이 몇 시간 줄 서서 살 필요는 없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벌님. 이성당 근처에 뭐 딱히 볼만한 게 있지도 않고.. 이성당 빵집이나 전주 초코파이 보다는 대전 성심당 튀김소보로가 더 맛있더군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4-10-08 16: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전 바로 어제 전주 초코파이를 택배 신청을 했습니다 ㅋㅋㅋ 아직 도착전이에요. 아마도 3~4일 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성심당. 끌린다....

다락방 2014-10-08 16:26   좋아요 0 | URL
전주 초코파이 맛나요! 나도 시킬까...........( ˝)

단발머리 2014-10-09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멸치국수와 보쌈 사진 보고, ˝헤~~˝하고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다락방님 이젠 괜찮으신거죠?

버스는 정말 어디서나 위태로와요. 넘어진 학생도 안 됐구요. 어른들은 ˝아..... 여기, 여기 아파! ˝했을텐데, 남자 고등학생이라 벌떡 일어섰겠군요.

지도 잘 보는 친구님 완전 부럽고, 금요일밤 문자보내는 친구님도 멋집니다.
참고로, 그냥 참고해 주세요.
저는 그 시간에 남이섬에 갔었거든요. 자라재즈페스티발이 바로 옆이라 차가 엄청 많았어요. 남이섬 들어가는 배는 정원을 2배이상 초과한 것 같구요. 메타세쿼이아길은 좋았는데, 역시나 사람이 무척 많았어요. 나무들이 키가 엄청나게 큰 게 그나마 위안(?)이 됐어요. 휴일을 피해 가시길 추천드리어요. 명품길보다는 나을거예요. 버드의 가이드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화장실이.... 곳곳에*^^*

다락방 2014-10-10 08:41   좋아요 0 | URL
메타세쿼이아길은 제가 언제고 가보기 위해 메모해둔 곳입니다, 단발머리님. 화장실이 곳곳에 있는 남이섬이라니, 완전 대박 좋습니다. 다음에 갈 곳은 남이섬으로 정해야겠어요. 안그래도 김제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남이섬도 한 번 가자, 했었거든요. 메타세쿼이아 길은 블로그 검색해보니 좋네요. 헤헷. 그렇지만 휴일을 피해 가라니요.. 흑흑..저는 휴일 밖에 갈 수 있는 날이 없는데... ㅠㅠㅠㅠㅠ 여튼 일단은 남한산성, 그 뒤에는 남이섬으로 할랍니다. 유후~

오늘 출근준비하면서 출근하기 싫다고 혼자 막 찡찡댔는데요, 그래도 월요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금요일입니다, 단발머리님! 꺄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