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7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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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읽는중인데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이 책 8,9,10권을 계속 읽어야 하나 여기서 멈춰야 하나 고민된다.
이번 책엔 무려 납치..도 있어. 아....너무 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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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5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5-06 10:36   좋아요 0 | URL
이거 스트레스 받아서 읽겠어요, 어디? ㅠㅠ
게다가 두드려맞아서 피흘리는 노비들 얘기도 나오는데 하아- 어떻게 끝까지 읽죠? ㅜ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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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동안 감았던 눈을 뜨고 세상을 보는 것. 그 사실을 알려주는 책. 결코 쉽지 않게 읽히지만 삶 역시 그러하므로 자꾸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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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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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성매매'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건 아마도 나 스스로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정리되길 바랐는데 책에서도 이렇다 저렇다 한 쪽으로 결론을 내려주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은 아직도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편에 선다는 게 때로는 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성매매에 대해서 '안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혹은 '그렇지만 왜?'라고 묻고는 스스로 대답을 내릴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어도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부장제(인종주의, 계급 차별‥‥‥)는 일종의 색안경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육안이 되어버린 그 색안경을 벗어야, 여성의 현실이 보인다. 눈을 감아야 보인다. 나는 갑자기 색안경이 `벗겨져서` 눈이 먼 상태인데, 그는 이제 다 보이니 얼마나 좋으냐, 그러니 그만 보라고 말한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는데, 내가 연단으로 나오는 사이, 세상은 내가(여성이) 말하려고 폼 잡는 것 자체에 이미 충격받은 듯했다. 나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평소 여성주의를 이해하는 동료라고 믿었던 그에게마저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이지 절망스러웠다. (p.21-22)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다른(alternative)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empower).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대안적 행복, 즐거움 같은 것이다. (p.23)

여성주의는 우리를 고민하게 한다. 남성의 경험과 기존 언어는 일치하지만, 여성의 삶과 기존 언어는 불일치한다. 남성 중심적 언어는 갈등 없이 수용된다. 하지만 여성주의는 기존의 나와 충돌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 공동체에, 전 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을 제공한다. 남성이 자기를 알려면 `여성 문제(젠더)`를 알아야 한다. 여성 문제는 곧 남성 문제다. 여성이라는 타자의 범주가 조재해야 남성 주체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p.23)

모든 물음은 질문하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질문 내용은 질문자의 입장과 관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물음에는 이미 특정한 형태의 답이 전제되어 있다. (p.26)

물론, 남성들도 같지 않다. 남성들 중에는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고, 부자도 있고, 지식인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남성들은 개인 혹은 인간으로 간주되지만, 여성들은 여성으로 여겨진다. 여성이나 페미니즘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자 내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억압이다. 여성들 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여성 해방이다. 여성을 여성으로 환원하는 것이 가부장제이기 때문이다. (p.29)

"남성적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질문에, "당연하지요, 세상에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라고 답한 프랑스의 철학자 뤼스 이리가레(Luce Iregaray, 1932~, 서구 전통 철학의 `남근이성중심주의` 사유를 비판하는 프랑스의 페미니즘 철학자)의 말대로, 세상에 하나의 목소리만 있을 때는 다른 목소리는 물론이고, 그 한 가지 목소리마저도 알기 어렵다. 의미는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하며, 인식은 경계를 만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p.44)

하지만 여성들은 안다. 장애인이나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대와는 다르게, 자기 권리를 외치는 여성을 사회가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여성에게는 언제나 권리보다 도리(의무)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사실을‥‥‥. (p.47)

여성이 자궁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는가? 성대를 가진 사람이 가수가 되는 것은 선택과 노력의 결과이듯이, 어머니가 되는 것 역시 개별 여성들의 선택에 따른 문제이다. (p.58)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 모든 여성은 어머니라는 생각 대문에 여성은 다 같다고 간주된다. 그래서 한 여성의 실수나 무능력은 언제나 전체 여성을 욕 먹이는 일이 된다. (p.59)

모든 여성이 어머니의 의무나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출산은 전쟁에는 미달하되 전쟁만큼 사망률이 높은 유일한, 위험한 사회 활동일 뿐이다. (p.61)

우리 사회가 여성을 그토록 어머니로 호명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머니로 간주되는 여성은 성적 주체가 될 수 없고, 자신의 몸을 가질 수 없다. 그녀의 몸은 남성만이 주체가 되는 가족과 국가의 소유다. (p.65)

문제는 어머니의 권력과 여성의 권력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지위가 높은 사회일수록 여성의 지위는 낮다. 어머니는 아들의 대리인이다. 고부 갈등은 여성과 여성의 갈등이 아니다. 시어머니/며느리는 여성의 관점에서 비롯된 정체성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맺고 있는 힘의 관계를 설명할 뿐이다. 어머니의 권력은 결국 출세한 아들의 권력에서 나온다. 어머니의 행복한 삶은 잘난 아들을 통해서(정확히 말하면 아들의 아내의 노동을 통해서) 보장된다. 그런 어머니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찬성할 리 없다. (p.70)

대개 남성들은 인과 관계나 의사 전달 위주의 말하기 방식(report-talk)에 익숙하지만, 여성들은 원칙적이기보다는 맥락적이고 공감하는 말하기 방식(rapport-talk)에 능하다. 이제까지 여성들의 말하기 방식은 열등하거나 비논리적, 사적이라고 비하되어 왔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여성적 방식`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민주주의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84)

만에 하나 그녀가 당선되더라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 운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의 정체성은 공주이지, 여성도 시민도 아니다. 아무리 과거사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도 진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녀의 대권 도전 자체가 `충과 효의 갈등`이라는 시대착오적 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인간 박근혜`의 불가능성. 이것이 그녀의 실존이자 한국 현대사다. `대통령 박근혜`는 여성도 새통령이 될 수 있다는 근대 민주주의의 성과가 아니라 신분 사회의 부활이다. (p.100)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p.104)

남성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욕이 생기지만, 분노했을 대 성 욕구가 일어나는 여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남성의 입장에서 해석된다는 데 있다. 남성은 성폭력 상황에서 여성의 목숨을 건 저항을 `자극`으로 이해하고 수용한다. 가정폭력의 경우,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자기가 아내를 `힘들게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남편의 성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편은 `부부 싸움 후 섹스로 화해` 했다고 만족하지만, 피해자인 아내는 `구타 후 강간` 당했다고 생각한다. (p.108-109)

섹스와 음식 만들기는 가부장제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노동이다. 즉, 음식과 성을 노동으로 강요받는 사람은 여성이지만, 여성은 음식과 성을 즐길 수도 없고 욕망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남성은 수천 년 전부터 생식이나 쾌락, 자기 실현 등 다양한 차원에서 성을 즐겨왔지만, 여성의 성은 지금까지도 출산의 영역에 한정할 것을 강요받는다. 여성의 성욕이 부계 가족 유지-아들 낳기만을 위해 허용되듯, 여성의 식욕이 찬양되는 시기는 임신했을 때뿐이다.
남성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이중 메시지인 경우가 많다. 음식을 만들되 먹지 말라, 말라갱이가 되되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라, 정숙하면서도 섹시하라 ‥‥‥. 식욕, 성욕, 수면욕은 인간의 3대 욕구가 아니라 남성의 3대 욕구인 셈이다. (p.112-113)

현행 성폭력 특별법에서 강간은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었을 경우에 한정된다. 성폭력을 피해자의 인권 침해가 아니라 `임신 가능한 부녀자 보호`라는 가부장적 시각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대에서 남성 간 성폭력, 성 전환자에 대한 강간, 여성 성기에 이물질 삽입 등은 강간이 아니라 추행죄가 적용되어 강간보다 형량이 낮다.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 전환자든, 성기 삽입이든, 이물질 삽입이든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인권 침해이고 성폭력이다. 가부장제 사회가 `임신 가능한 부녀가`만을 `여성`으로 볼 때, 성폭력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아니라 남성 각자가 소유한 `임신 가능에 대한 부녀`에 대한 침해죄-`사유재산권` 침해-가 된다. 이러한 문화적 규범 때문에 성폭력 특별법이 있어도 아내나 성판매 여성에 대한 강간은 처별하기 어렵다. 자기 아내나 성판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다른 남성의 `가임 가능한 부녀자`가 아니므로 남성 연대의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p.17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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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5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6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6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5-05-0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性매매의 논란은 이전 대부분 사람이 성을 인격으로 즉 도덕의 기준을 보다가 현재에는 비非인격, 즉 노동으로 간주하면서 의견 차가 발생했죠. 기본적으로 도덕의 기준의 임의적이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5-05-06 18:13   좋아요 0 | URL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서 찬성과 반대를 말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립간 2015-05-07 07:46   좋아요 0 | URL
이번 대화/논란과 관련하여 다락방 님께는 좀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엉겁결에 엉켜 들어오셨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다락방 2015-05-07 11:33   좋아요 0 | URL
아뇨, 저도 관심이 있었는걸요. 괜찮습니다.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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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내공이 있다면 꼭 한 번 이렇게 사회와 제도를 비판하는 리뷰를 써보고 싶다. 내가 쓰는 책 감상이라는 것은 고작해야 나의 일상과 나의 생각과 나의 경험을 버무릴 뿐인데, 서민의 서평은 사회를 녹여낸달까. 거기에 부조리한 것에 대한 비판까지 놓치지 않으니 '날카로운' 독후감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나보다 시야가 넓은 분이렸다. 읽는 내내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다. 깔 거는 확실히 까면서 쓰는 글쓰기라니. 물론 아, 이러다 잡혀가시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긴했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서민의 독후감을 읽노라니 아, 이렇게 아는 게 많으면 책 읽으면서 생각이 쭉쭉 뻗어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아무리 소설을 좋아해서 소설을 읽는다고 해도 다른 쪽의 책들도 자꾸 들춰봐야 할 일이다. 신문도 더 많이 읽고. 그래야 내 책 읽기 또 거기에서 오는 글쓰기도 더 넓어지고 깊어질테니.

 

언제나 서민의 글은 읽으면서 '어렵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는데, 정치와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렵거나 못알아듣겠는 부분들이 없다는 것은 역시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본인이 많이 알고 있다면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어려운 말로 포장하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되는데, 서민에겐 그런 게 없다. 처음부터 나는 서민의 그런 글쓰기를 높이 샀더랬다. '나만' 아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모두가 읽을 글을 쓰는 것. 이 서평집은 그런 대표적인 예다.

 

서평집의 특징 답게, 나는 여러권의 책을 보관함에 넣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스맛폰을 꺼내들고 북플에 들어가 '읽고싶어요'를 체크해야 했다. 내가 읽은 책들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책 리스트중에 [정희진처럼 읽기]가 있었던 것도 무척 뿌듯했다. (내가 정희진인 것도 아닌데 그게 왜 뿌듯?)

 

이 서평집은 크게 세 부분, [사회], [일상], [학문] 으로 이루어져있다. 읽다보니 사회와 일상, 학문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들이 가득한데, 후훗, '사랑'에 대한 글은 없더라. 옳지, 이거다. 내가 지금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이만큼 사회와 제도를 비판하는 글을 쓰는 건 힘이 딸릴 터, 서평집의 양대 산맥을 이루기 위해 나는 사회와 학문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사랑과 연애를 넣겠다!!! 그래서 정정당당히 서민과 승부를 겨루겠다!!!

 

음..결론이 왜 이렇게 났지?   (  ")

 

 

지난번 서민의 책도 엄마께 읽으시라 권해드렸는데, 이 책도 권해드려야겠다.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꼭 한마디 하고 싶어 책 모퉁이를 접어두었던 부분이 있다.

 

 

"요즘 뭐, 어머니의 희생은 많이 회자되지만, 아버지의 희생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촌티가 나는 걸로 여기는 사람도 많잖아. 알코올중독 아버지, 폭력주의 아버지, 권력 지향 부정부패 아버지, 아버지 이미지는 이런 식이야. 아버지들이 만든 안락에 기대 살면서도 그래. ‥‥‥그 양반의 당신의 꿈을 버리고 치사해져버렸기 때문에, 그나마 내가 배우고 굶지 않았다는 거."( 책 속, '박범신의 [소금]' 인용부분)

이 말이 유난히 공감이 갔던 건, 어린 시절 맞고 자란 기억 때문에 내가 아버지를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닌가 싶어서였다. 아버지 덕분에 내가 배우고 굶지 않았으면서. (p.174)

 


어떤 아버지였는지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을 한다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아버지 덕분에 내가 배우고 굶지 않았으면서' 라고 느끼는 심정은 잘 알지만, 그것은 아이가 아버지에게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고맙고 감사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아이가 아이로서 부모에게 받아야할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물론 그런 현실에 놓이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그게 잘못된 것이지 아이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보살핌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거란 사실을 꼭 말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한데, 음,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은 받아야 할 것을 당연히 받은 것 뿐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라면 그래야 했다.

 

또한 지금 당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애정도-그것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누군가의 것이든 혹은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있는 팬의 것이든-, 당신이 다 당연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당신의 말이나 행동 성격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건 그대로 감사하면 되지만, 어쨌든 모두가 당신이 해낸 것이고, 당신이어서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당신이 다 당연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정희진처럼 읽기) 그분의 글이 늘 그렇듯이 이 책도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나는 또다시 낙타가 된 채 그분의 말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 "권력 관계가 지배자의 성찰로 뒤바뀌는 경우는 없다."(91쪽)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안 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손 하나 까닥 안할 수 있는 권력, 남자들은 그걸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 `나라의 특수성`, `임금격차`를 갖다 붙인 거였다. (p.91)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사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스노가 바라던 안전한 물 공급은 결국 이루어졌고, 이제 웬만한 나라에서는 콜레라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정원이 바라는 것처럼 유우성이 결국 간첩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정원에도 상하수도 시설을 만들어 국정원을 망치는 더러운 물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결국 스노의 의견을 받아들인 빅토리아 여왕과 달리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정원이 깨끗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괜히 감첩으로 몰리지 않게 우리가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p.87)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현실에 이런 대통령이 만일 존재한다면, 그분이 자기중심성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만나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 이게 출발점이다. 물론 바쁜 일정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니, 대안을 제시하겠다.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을 반복해서 읽는 것. 최근 읽은 책 중 이만큼 내게 깨달음을 준 책은 없었고, 나 또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책 읽기에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댈 것 같아 가사으이 그분에게 말씀드린다. "이 책 다 읽는 데 7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 정도 시간도 못내십니까?"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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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2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5-05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책은 아직 한 권도 못봤어요. 그저 눈이 아주 작은 것이 기억하는데, 언젠가 만나면 누가 더 작은지 맞대기라도 한판 땡길 생각입니다.ㅎㅎ 다음에 책을 구매할 때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겠네요.ㅎ

다락방 2015-05-05 09:48   좋아요 1 | URL
엄마 읽으시라 드렸는데 엄마가 안좋아하시네요. 왜 그네누나 욕하냐고... 하아- 어지럽습니다. 하하하하하.

블랙겟타 2015-05-0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예약으로 샀었는데 며칠전부터 짬짬히 읽었었거든요. 그런데 다락방님 말 처럼 읽은 뒤 어느새 장바구니에 몇 권의 책이 담겨있는..(응?) ㅎㅎ;;; 태그에 이름이 나오신다길래.. 응? 무슨말인지.. 다락방님 책은 목차에 없는데?.. 라고 하는 찰나. 2..86쪽에서 발견!! 아 이거 였군요.. ㅎㅎ 책 읽다가 다락방님 나와서 반갑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15-05-11 10: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저 만나서 반가우셨죠, 블랙겟타님! 책 속의 저를 보고 `안녕, 다락방?` 하고 인사 하셨습니까? ㅎㅎㅎㅎ 안녕, 블랙겟타님? 히히히히히

블랙겟타 2015-05-11 12:36   좋아요 0 | URL
저.. 사실 그때 인사는 못해드렸는데..
(뻔뻔하게 이제서야..)안녕하세욧! 다락방님? ㅎㅎㅎ^^;;

다락방 2015-05-11 16:23   좋아요 1 | URL
히히. 점심은 잘 드셨습니까? 벌써 저녁때가 다 되었어요, 블랙겟타님.
저녁 메뉴는 혹시 정해두셨습니까?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
 

계속해서 세상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나는 늘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혼불7권을 다 읽지도 못했는데 이 책을 꺼내들었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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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5-04-2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다락방님. 이런 어려운 말을 다 알아 들으세요?
전 밑줄 그어주신 몇 줄을 몇 번을 읽어도 이게 먼 말인가 싶으니 이를 어쩌죠? ㅠㅠㅠㅠㅠ

건, 글코, 즐점 하셨는지요? :)

다락방 2015-04-27 14:02   좋아요 0 | URL
아마도 제가 요즘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때문에 저는 밑줄을 그을 수 있었는가 봅니다, 무스탕님. ㅎㅎ

완전 즐점했지요, 무스탕님!
밥이 너무 맛있어서 같이 식사한 동료에게 `아 밥은 왜이렇게 맛있지?` 하고 물었다니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스탕님은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날씨가 좋아요! >.<

여름 2015-05-1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기억나시나요? 김해 분성고 교사 고영아입니다. 작년에 담임할 때 학급문고를 운영한다고 하니 책을 보내주셨죠. 정말 감사했어요. ㅎ 허리디스크 수술로 인해서 요즘 휴직하고 책도 못읽고 서재 관리도 못하다 오늘 문득 들어와 살펴보는데 다락방님 서재 보고 반가워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저도 이 책 정말 인상깊게 읽었어요. 그래서 두 번 읽고, 밑줄 긋고 읽고, 노트에 옮겨 적어가며 읽었는데 서평 쓸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뭔가 좀 더 공부하고 써야할 느낌. 근데 허리가 안좋아 그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ㅠㅠ
슬쩍 서재 둘러보니 좋아하는 책들에 관해 가득 적혀 있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1월에 수술하고 재활한다고 책에 손도 못댔는데 이제 한 두권씩 읽고 있어요. 종종 책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즐거운 독서 하시면서 보내시길 바랍니다. -멀리서 여름 드림-

다락방 2015-05-19 09:29   좋아요 0 | URL
기억하죠, 여름님! 학급문고에 맞는 책을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유용했는지요? 후훗.
그나저나 수술 받으셨군요. 몸조리 잘하세요. 몸조리 잘하시면서 책도 천천히 읽으시고, 말씀하신대로 종종 이야기 같이 나누어요. 언제나 환영하겠습니다! 헤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