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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 앤 웨일 - 1집 Hardboiled [재발매]
더블유 앤 웨일 (W&Whale) 노래 / 윈드밀 이엔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나에겐 코드가 잘 맞는 친구가 있다. 코드건 취향이건 궁합이건 어쨌든 그는 나의 '믿는 구석'같은 것인데, 이를테면 요즘 이 보컬의 목소리에 푹 빠져있어, 라며 이 노래를 파일로 건네줬을 때 나는 이미 아 얼마나 좋은걸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숱한 날들을 그 친구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기를, 나와 같은 동성이기를 바랐더랬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래오래 사이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테니까. 그래봤자 그가 어느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갑자기 여성으로 변할 일은 없겠지만.

각설하고.

목소리도 그렇다. 목소리도 나한테 맞는 목소리, 내가 듣기에 좋은 목소리, 나와 궁합이 잘 맞는 목소리가 있다. 물론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겠지만 이 목소리의 코드 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지라 남들이 다 좋다는 이선균의 목소리도 내게는 코막힌 소리로밖에 들리질 않는다. 이선균의 목소릴 듣고 있으면 휴지를 대주며 자, 코풀자, 하고 싶어진달까. 보컬로서의 목소리를 예로 들자면, 나는 체리필터의 목소리가 싫다. 그들의 노래는 단 한곡도 끝까지 듣기가 힘들다. 귀를 찢는듯한 음색이라 나는 좀 조용히좀 해,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체리필터 보컬의 음색은 특이해서 좋다고들 하는데 그건 그들의 취향이지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런점에서 볼때 이 W&Whale 의 음색은 내게 거슬리지 않는다. 사실 꽤 좋은 편에 속한다.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가녀리지도 않다. 힘이 있으면서 적당히 강약을 조절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런 목소리로 불러내는 그들의 노래 역시 좋다. 한이 많은 가사로 눈물을 쏙 빼지도 않고 구구절절 사랑을 호소하느라 청승맞지도 않다.

생각보다 작은 그의 어깨로 가만히 내려앉는 나비 한 마리, 같은 가사는 꽤 근사하기까지 하잖아. 

적당히 밝고 적당히 즐겁다. 물론 이 적당히 라는 것도 순수히 내 주관이지만.

언젠가 '윤건'의 앨범 리뷰를 쓸 때 나는 출근전에는 듣지 말기를 권했더랬다. 그러나 이들의 앨범은 출근전에 들어도 퇴근후에 들어도 괜찮다. 낙엽 쌓인 거리를 저벅저벅 걸으며 데이트를 하러 나가기 전, 화장하며 듣기에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듣던 CD를 그대로 빼내어 낙엽 쌓인 거리를 함께 걸을 상대에게 선물해도 또 썩 흡족할만한 앨범이다.

내가 밟고 있는 것이 낙엽이든 하얀 눈이든, 이들의 앨범이 그 분위기에 크게 어긋나거나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의 앨범을 내인생의 앨범이야, 라며 호들갑스럽게 떠들어 댈 정도는 아니므로 별은 하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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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11-1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케세라세라에 나오는 노래들 다 좋아했거든요~ 이 앨범도 좋더라구요~

다락방 2008-11-17 14:40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깐 이 밴드는 많은 분들이 알고계신 그런 밴드인가 보더라구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ㅎㅎ

마노아 2008-11-1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컬을 구할 때 오디션을 엄청 많이 봤대요. 근데 마지막에 온 여자분이 된 거죠. 이분이 이력서가 특이했대요. 연습장을 북 찢어서 너덜거리는 부분을 대충 자르고 '연필'로 썼답니다.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신선했어요. 결국엔 실력으로 합격한 거지만 4차원급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요새 광고에서 목소리 엄청 많이 듣게 되어요. 처음엔 이효리인줄 알았어요. 유고걸이랑 비슷한 느낌이어서요.

다락방 2008-11-17 14:42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앨범의 6번 트랙을 듣기 전까지는 광고의 그 목소리인줄 전혀 짐작도 못했어요. 그래서 광고노래(라고 해봤자 가사는 다르지만)가 나오자 조금 실망스러웠달까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유명한 밴드인가봐요. 저는 이들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전혀 모르는데 다른분들은 이미 많이 알고 계시거나 그들의 전 앨범도 좋다고들 하시는걸 보면 말이죠.
그리고 저는 유고걸보다는 그 뭣이냐, 럼블피쉬인가, 그 밴드인줄로 알았어요, 광고에서는.
 
Norah Jones - Not Too Late
노라 존스 (Norah Jones) 노래 / 이엠아이(EMI)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고통과 불면의 밤은 찾아온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지 않기를 바라는 날들도 찾아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을 뜨자마자 와락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내가 이대로 영영 외롭게 지내진 않을까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친구로부터 상처를 받는 날들도 있고 연인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는 날들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리멸렬함을 느끼는 날들도 찾아오고, 직장에서 일에 치여 터벅터벅 퇴근길을 맞이하는 저녁들도 찾아온다.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치유법을 찾아내어 그 고통을 극복하려고 한다. 극복하지 않고는 이 치열한 삶들을 견뎌낼 수가 없다. 누구는 술을 마시고 누구는 맛있는 걸 먹는다. 누구는 친구와 수다를 떨고 누구는 거울을 보며 울고 누구는 잠을 잔다. 나 역시 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유쾌하지 못한 감정들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때때로 나는 치유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아니, 그보다는 음악을 듣다보면 치유가 된다는 것이 맞겠다.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면, 내가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면 노라 존스의 앨범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보이는 성숙한 그녀의 보이스가 조용히 방안에 울려 퍼지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는 조금 진정하게 되고, 나는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편안함이 찾아오고 사실은 이 감정들 따위, 금방 지나가 버릴거라는 안도감마저 찾아온다. 그녀의 음악에 어떤 절정과 희열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것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 서른이 넘은 여자는, 절정과 희열 보다는 편안함을 찾는 걸까. 그녀의 시디를 며칠째 걸어놓고 도무지 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음악이 때때로 나를 치유한다고 믿고, 음악이 때때로 나를 고통과 불면의 밤에서 빠져나오게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노라 존스의 노래들이라면 조금 더 치유가 쉬워진다. 잠들기 전에도 나는 그녀를 들었고, 일어나서도 나는 그녀를 들었다. 조금 더 편안해진 마음으로 또 하루를 맞는다. 어쩌면 다음에 어김없이 찾아오게 될 또다른 고통에 대해서도 나는 대응할  수 있을것이다. 나보다 어린 그녀의 나보다 성숙한 목소리가 고맙다.

별을 하나 뺀 것은,
그러나 그녀의 앨범의 노래들을 내가 따로 구분해 낼 수 없기 때문. 2번트랙이나 13번 트랙이나 그노래가 그노래 같다. (이건 혹, 내가 나이들은 탓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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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7-1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통과 불면의 밤이 찾아올 때, 어쩐지 다락방님을 떠올리며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냥 위로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다락방 2008-07-19 16:10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친구라면 좋겠는데요!
:)

레와 2008-07-1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반 표지 사진이 음악들을 삼켜버린 앨범으로 기억에 남아있어요.

1집은 정말 최고중에 최고였는데.. ^^

다락방 2008-07-19 16:11   좋아요 0 | URL
1집이 Don't know why 가 실린 앨범인가요? 노라 존스의 앨범을 사고 싶었는데 그 노래 없는걸로 사려고 이 앨범을 골랐어요.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편안해요. :)

Heⓔ 2008-07-2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데...
노래는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아니..
들어도 누구 노랜지 무슨 제목인지 기억을 못 할 수도 orz...

다락방 2008-07-21 08:31   좋아요 0 | URL
앗, 오랜만예요, Hee 님.

저는 제목을 기억하지 못한지 꽤 되었답니다. 나이들수록 노래의 제목은 외워지질 않더군요 --

하루(春) 2008-08-2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지막 줄 공감이요. 그래서 리뷰를 못 쓰고 있다는;;; 좋은데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락방 2008-08-25 13:00   좋아요 0 | URL
하하. 마지막 줄에 공감하셨군요. 어쩐지 생겨나는 이 동지의식이라니!

:)
 
Mika - Life In Cartoon Motion
Mika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5옥타브를 넘나드는 그의 목소리 자체가 이미 이 앨범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그의 앨범이 정말 멋진 이유는 단지 그의 목소리때문만은 아니다. 미카는 이 앨범을 만들면서 보란듯이 나는 목소리만 가진 가수는 아니야, 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Grace Kelly」로 시작되는 이 앨범은 한껏 경쾌한 느낌을 주면서 「Lollipop」으로 이어진다. 방 안 가득 이 음악이 울려퍼진다면 설거지조차 흥겹게 할 수 있다. 그 하이톤의 목소리가 전혀 귀에 따갑지 않다니. 그저 마냥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까닭은 앞서 말했듯, 다른 것들과의 조화다. 6번 트랙인 「Any Other World」에 첨가된 현악기는 노래에 무게를 실어준다. 거기다 더해지는 합창코러스라니. 나는 그 현악기가 무엇인지는 알지도 못하지만, 그 현을 울리는 소리가 주는 묵직함이 좋더라. 나는 그저 아이돌이 아니지, 하는 느낌을 나는 받게 되던걸. 9번트랙의 「Stunk In The Middle」에서는 또 피아노가 돋보인다. 음악은 하나의 악기로도 훌륭하지만 여러악기가 내는 하모니도 중요하다. 노래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보이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하더라도, 다른 보이스들과 하모니를 이룰때는 어쩐지 더 근사한 음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미카는 자신의 5옥타브를 넘나드는 목소리에 현악기를 더하고, 합창을 더하고, 피아노를 더한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음악을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의 가치를 알면서도, 다른 악기를 쓰는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것들과 어울리는 법을 아는 가수라니, 진정한 가수가 아닌가! 게다가 여러명의 코러스에게 많은 부분을 내어주는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로 감동의 물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앨범의 절정은 「Happy Ending」에서 이루어진다. 조용히 시작하는 코러스들의 작은 합창, 이어지는 미카의 현란한 목소리, 클라이막스에서 점점 커지는 합창단들의 격렬한 외침, 그리고 미카의 비명.-나는 그것을 비명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This is the way you left me
I'm not pretending
No hope, no love, no glory
No happy Ending

이렇게 당신은 날 떠났지요,그런 척 하지는 않았지만, 희망도 없고 사랑도 없고 영광도 없고, 해피엔딩도 없어요.

해피엔딩도 없다고 말하는 이 슬픔과 아픔의 노래는 차라리 찬란하며 격렬하다. 아픔으로 절정까지 이를 수 있다는 듯 그의 노래를 결코 한 귀로만 듣고 흘려버릴 수가 없다. 이 앨범의 해피엔딩 만큼은 방안 가득 울려퍼지게 하기 보다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듣기를 권한다. 조금씩 커지고 이윽고 울부짖는 코러스가 바로 귓속으로 침투해야 이 음악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은것이 그 이유다. 왼쪽 귀와 오른쪽 귀의 외침, 그것이 뇌 가운데서 섞여서 가슴으로 흘러드는 소름끼침.

게다가 마지막 10번트랙까지 다 듣고 난 뒤, 시디를 다시 재생시키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히든트랙이 나온다. 아, 난 정말 히든트랙이라는 서비스를 좋아한다.(가장 좋은건 비트겐슈타인의 히든트랙이었다)

게다가 이 앨범은 19세미만불가 앨범. 시디케이스에 붙어있는 빨간 표딱지를 보면서 내가 어른임이 자랑스러웠다. 그렇다. 나는 이제 이런것을 숨어서 사지 않아도 되는 (조금 늙은)어른인것이다.

그의 앨범에는 종소리도 없고, 벨소리도 없고, It's time to celebrate 라는 구절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같기만 하다. 버릴곡도 없고, 좋지 않은 곡도 없다. 그의 보이스와 피아노와 현악기와 합창이 가득찬 이 앨범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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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11-1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 음반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요즘도 기분 좀 가라앉을 때 이거 틀어놓고 쿵짝쿵짝~ >.<

다락방 2007-11-19 23:37   좋아요 0 | URL
와우~ TurnLeft님도 이 음반을 들으셨군요. 반가워요. 와락 :)

2007-11-20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0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1-2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다른 사이트의 블로그에 갔다가 좋은 노래를 듣고 뭐야?하고 봤더니 Mika더군요.
익숙한 음색이 그간 저 모르게 여기 저기서 들었었나봐요.

다락방 2007-11-24 11:55   좋아요 0 | URL
네, 承姸님.
저도 앨범을 들으면서 아, 이것도 들어본 음악, 저것도 들어본 음악 했어요.
여기저기 광고에도 많이 삽입이 되었던것 같덜구요.

좋은 토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

네꼬 2007-11-2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덕분에 나 이거 오늘 주문했어요. (땡스투, 눌렀쬬!) >,<

다락방 2007-11-27 23:5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예쁜 네꼬님.
『Happy Ending』은 이어폰으로 들어봐요. 알았지요? 아무것도 하지말고. :)

2016-10-30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 Wanna Be with You
Mandy Moore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음악은 어려울 필요가 없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소곤소곤 격려를 하고, 위로를 하고, 할말을 대신 해줄 작정이라면 정말이지 쉬워야 한다. 쉽게 공감하고, 쉽게 느낄수 있을만큼.

내게 맨디 무어의 앨범이 그랬다. 몇해전에 구입해서 몇번 들었고, 그리고 또 얼마후에 다시 들었고, 또 얼마후에, 또 얼마후에. 그리고 지금, 그녀의 앨범에 무슨 노래가 담겨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지금, 나는 그녀의 그 맛있는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녀가 부르는 「I wanna be with you」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들으면서 생각했다. 어머나, 이 앨범에 실린곡들, 하나도 나쁘지 않구나!

그랬다.
뭐 하나 거슬리는게 없었다. 그저 아름답고 맛있게, 그러니까 사실은 슬프고 아프게 방안 가득 울려퍼졌다. 대체 이 곡들을 나는 왜 그간 듣지 않고있었을까 싶을만큼 귀에 박혔다. 나는 시디자켓의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시디 자켓을 뒤집어 그녀의 뒷모습을 본다. 내려뜨린 긴 머리와, 쭉 뻗은 팔과, 파란색 블라우스가 아름답다. 참으로 순수한 영혼일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목소리로 이런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나쁜 생각은 하지 않고 살것 같다고.




맨디 무어는 이렇게 노래한다.


I wanna be with you
If only for a night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단 하룻밤 만이라도.

아니,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단 하룻밤만 같이 있고 싶지 않다.

내 삶은 그다지 특이하지도 않았고 고집스럽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왔고,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삶도 평범할 것이다. 학창시절엔 숙제를 해오라고 해서  했고, 특별히 잘하는것이 없어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사랑도 마찬가지.
나는 당신이 온다고 했을때 오지 말라고 막은 적이 없고, 당신이 간다고 했을때 다리 한쪽을 붙들고 가지말라고 울부짖은적도 없다. 온다고 했을때 그래요, 했고 간다고 했을 때조차 잘가요, 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 나는 당신이 간다고 했을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
나와 함께 있어달라고,
나는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고,
단 하룻밤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바스러질때까지 함께있고 싶다고.
당신에게 잘가라고 인사를 하고 난 뒤 사실은 정말이지 마음이 아프다고.

그러나 말하지 못해서 나는 그저,
이 노래를 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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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29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저까지 센티멜탈해 질라 하잖아요. ㅠ_ㅠ
근데, 앨범 발매일 정보는 왜 저럴까요? -_-;

홍수맘 2007-08-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왜 갑자기 슬픔모드래요?
가을이 들어서는 걸 님의 맘이 먼저 느끼는 걸까요?
올 가을에 대신 벅찬 사랑이 님께로 다가가기를...

가시장미 2007-08-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고 했을 때, 그래요. 간다고 했을 때 잘가요. 전 이렇게 말할 수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살다보니, 그렇게 말하게 될 수도 있더군요. 그래서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사랑은 모두 같은 모양일줄 알았는데, 어쩜 그렇게 다양한 모양인지.. 참 심기해요.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서로가 사랑한다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아마도 그래서 잡는 것 보다, 음악을 듣는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때로는 채념도 필요한가봐요.

다락방 2007-08-2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urnLeft님/ 아아, 센티멘틸해지시라고 쓴 글인걸요. 성공했네요 ^^v

홍수맘님/ 네, 벅찬 사랑 접수예요. 흣~ :)

가시장미님/ 내가 하는 사랑은 모두 같은 모양일줄 알았는데 어쩜 그렇게 다양한 모양인지, 에 공감할 수 밖에 없네요. 살다보면 체념이 필요한 때는 더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2007-09-0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2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9-0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떠오르게 했다니, 참 좋은 음악이군요.
음악도 그렇지만 글도 그렇죠. 다락님의 글을 읽고 나는 하고 싶던 말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나 눈물이 핑 돌았어요.


다락방 2007-09-0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눈물이...왜 ㅜㅜ

2007-09-03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3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3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3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ergei Trofanov - Gypsy Passion
세르게이 트로파노프 (Sergei Trofanov) 연주 / Music Zoo(뮤직 주)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살다보니 별일이 다있다. 내가 이런 음악을 듣게 될 줄이야. 그러니까 세상은 온통 다양한음악들로 꽉 차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듣는다면 듣지 못하고 남는것이 아주아주 많다. 집시음악에 바이올린이라니, 내게는 얼마나 생뚱맞은 조합인가.

이 앨범을 재생하기 전의 나는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고, 마음은 갈곳을 잃고 헤맸다. 앉아도 걸어도 혹은 누워있어도 나는 편하지 못했다.
새빨간 표지를 보고 한번 들어볼까, 하고 재생을 하고 침대위에 다시 누웠다. 바이올린 소리와, 그 뒤를 조용히 받쳐주는 피아노 소리가 여유로웠다. 그래, 될대로 되라지, 하는 느낌이랄까.

어쩐지 모닥불을 피워놓고 깔깔대고 웃으며 뛰고도 싶었고, 춤추고도 싶었다. 바다위에 작은 배 한척 띄워놓고 밤바람을 맞고도 싶었다. 자유로운 사람들 틈에 섞여 웃고 떠들고도 싶었고, 혼자앉아 즐거운 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그리 속끓이고 있담. 아무렴 어때. 이 음악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집시의 음악도 모르고, 바이올린도 모른다. 듣기전에 내가 이걸 감당해낼수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웬걸, 음악은 모두의 공용어가 아니던가. 듣기에 불편함이 없다. 어찌됐든 나는 나대로 이 음악을 감상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집시라고 하니 조니뎁과 줄리엣 비노쉬의 『초콜렛』이 생각나는 것도 당연하지. 나는 읽지않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던 '조앤 해리스'의 「초콜렛」도 꺼내 가방에 챙겨넣었다.

알지 못했던 음악 하나가 마음을 위로하고,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책을 집어들게 한다. 어느 친구가 음악보다 나을까.

음악을 듣다보니 갈망이 더 커진다.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는 곳에서 눈이 선한 남자는 바이올린을 켜고 긴 머리를 풀어헤친 나는 흥에겨워 춤을 추고 싶은 갈망. 그러나 뭐 이것도 아무렴 어때. 모닥불이 없어도 그만, 나는 춤을 추지 못해도 그만, 바이올린 켜는 남자가 없어도 뭐 사는데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지.

헤매는 것도, 불편한 것도 이제 그만해야지.

이 앨범의 별 다섯개는 선물 준 사람에 대한 나의  호감이 더해진것,
이라고 말을 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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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8-1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흥겹게 춤을 추는 다락님이라. 남들이라면 몰라도 다락님이라면, 아--지나치게 섹시해요! 그런데 음악만한 친구 없다, 니! 나는? 나는 음악에 밀린 거예요? 털썩.

프레이야 2007-08-1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렴 어때요? ^^
집시음악 듣고 싶었는데 님의 리뷰가 강권하네요. 담아갑니다.^^ 추천도^^

지노 2007-08-16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Que serasera~*
한번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한 새빨간 표지는 Lopetz의 일러스트 작품
멋진 리뷰 감사. 좋은 밤 되길..

에디 2007-08-1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중요한 것은 이 페이퍼는 '미괄식' 이라는 것.

: )

(미움 받겠다 -.-)

다락방 2007-08-1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아, 머리카락 뎅강 잘라버려서 지금 완전 짧은 단발이예요. 꽃 꽂고 춤출까요? 에헤라디여~ 네꼬님이 음악에 밀릴리가 있나요. 네꼬님을 처음 알게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장 사랑하는 벗이예요. :)

혜경님/ 저도 처음 들었는데, 아 좋더라구요. 들어볼만하답니다, 혜경님. 그나저나 혜경님의 손이 닿지 않는 부류는 어디인가요? :)

지노님/ 네, 좋은밤 되세요 :)

주이님/ 주이님!제 글을 가장 잘 읽어내셨어요. 훗-

도넛공주 2007-08-1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평소엔 어떤 음악을 들으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네꼬 2007-08-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머리 잘랐어요? 아아 너무 보고 싶다. 너무너무. 고기 먹고 싶은 것보다 훨씬 백 배 보고 싶다!

향기로운 2007-08-1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네꼬님 때문에 고등어 안 먹은지 한참이나 되구요. 다락방님때문에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한지 한참이나 되었어요^^

다락방 2007-08-1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공주님/ 사실 평소에도 장르를 가리지 않기는 하지만, 아는 장르가 별로 없어요. 요즘은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반복재생하고 있다지요 :)

네꼬님/ 아, 머리를 잘랐어도 늘 묶고 다니기 땜시롱 변한건 아무것도 없어요. 왜 잘랐을까를 한참이나 생각했답니다. 흑. orz

향기로운님/ 저는 향기로운님 때문에 향수를 늘 뿌리고 다닌지가 한참 되었는걸요.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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