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히스토리아 1 -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윤리과목의 교과서가 이랬다면 혹은 윤리교사들이 이렇게 가르쳐줬다면 나는 그 과목에 더 재미를 붙이고 열심히 하고 또 더 잘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 책, 『피터 히스토리아』를 읽으면서는 그때보다 더한 원망이 생겨났다. 왜 내가 배웠던 역사는 그토록 지루하기만 했던가. 왜이렇게 재미있지 않았지?

뭐든 외우는 건 잘하지 못하는 내가-암기과목은 다들 형편없는 점수였다- 국사나 세계사란 과목에서 멍청한 점수를 받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과목들은 외워야 하는 것들에 불과했다. 단순한 사실들의 연대순 나열과 혹은 지리적 위치 따위는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런데 이십대 후반, 역사를 전공했던 친구가 김유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버스안에서 들려주었을 때는 그토록 지루하고 재미없게만 생각했던 국사가 엄청 재미있는거다. 왜 선생님들은 내 친구처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때 선생님들도 재미있게 가르쳐줬지만 내가 그것을 단순히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견을 덧씌운걸까?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버스안에서 내 친구가 들려주었던 역사처럼, '사람이 사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다, 라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때 거기서 그들에게 그런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건, 어떤 원인들 때문이고, 그것들은 이러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등의 '사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 나는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귀를 기울이다가 역사속에서 그들이 당한 핍박을 알게 되고 그것들이 어떤식의 증거로 기록되어 있는지도 알게 됐다.

이 책 속에서 역사에 대해 들려주는 주인공은 '페테루'인데, 이 소년은 그 역사들의 곳곳에 숨쉬면서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들려준다. 처음, 자신의 평화로운 마을을 침략하고 노예로 생활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잃은 페테루에게 친구는 도망치라고 말한다. 여기가 아닌 분명 더 넓은 세상, 살기 좋은 곳이 있을것이고 늘 더 큰 세상을 기대해왔던만큼 그곳으로 가보라고, 여기에 갇혀있지 말라고.

 

 

 

 

사람이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페테루는 눈앞에서 본다. 그의 눈에 이것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채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답을 그는 얻고 싶다. 그가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함무라비 법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말이야, 조그 더 복잡한 법의 체계가 필요했던 이유는 사회가 복잡해져서만은 아닌 것 같아. 어쩌면 법으로 만들어서라도 지키게 해야 했던 뭔가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런 규칙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일테면 국가니 법이니 학교니 이런 것들이 필요 없던 시절에는 너무나 단순하고 그래서 너무나 당연해 보였던 공평성을 굳이 무너뜨려야 했다든가 …… (p.54)

 

 

 

 

페테루는 그렇게 현인들로 가득찬 그리스로 간다. 거기에서 페테루는 '철학을 말하는 삶'을 사는 자들이 얼마나 부조리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다.

 

누군가 그리스의 철학자들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면 그 대단하다는 그리스 철학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위대한 고대 문명을 쌓아올린 그리스인들이라고들 하지만 신전 한귀퉁이의 돌 하나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옮긴 적이 없었어. (p.106)

 

 

유월절이란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대체 뭘 뜻하는건지는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에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유월절에 대해 나는 처음으로 알게됐는데, 여기서 잠깐 이 책과는 상관없는 다른 얘기를 하자면, 위의 부분을 읽다가 나는 '버트런트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떠올리고 말았다.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을 믿는 이들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그들을 벌을 준다는게, 그 벌이 그들의 첫째 아들을 죽인다는 게, 그게 과연 '신'이 할만한 일일까? 나를 괴롭히는 자에게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복수하다니, 인간과 다른게 뭐지?  버트런트 러셀을 읽었으니 'C.S. 루이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싶어서 『순전한 기독교』도 사두었는데, 아, 나는 어쩐지 러셀쪽으로 마음이 기울고야 만다.

 

 

'김진명'의 『황태자비 납치사건』에서는 '역사는 힘있는 자의 기술'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동안의 역사가 힘 있는 자의 기술임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역사를 가르치려는 사람들 역시도 힘 있는 자들쪽에 서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역사에 대해 어느 한쪽면만을 봤던게 아닐까. 모두에게 영웅인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소수에게 영웅은 다수에게 적일수도 있었을 것이고 다수의 영웅은 소수에게 악마일 수도 있었을 것인데, 영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가 가르쳐야 하는게 아닐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바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씩 처음부터 배워나가고 있다. 요즘에는 책을 읽으면 웬만해선 바로 중고샵에 팔아버리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러려고 했는데, 아, 그러면 안되겠다. 책장 한켠에 꽂아두고 가끔씩 들추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됐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나는 언젠가는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때 다시 펼쳐 보아야지. 조카가 좀 더 크면 이 책을 읽히고 싶은데 그때 이 책이 절판될까 두려워서 나는 이 책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제부에게 선물로 보냈다. 역사를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도 한 권 더 사두었다.

 

나는 역사에 대해서라면 아는 것이 전무한 상황이라 이 책에 설사 어떤 오류가 있다한들 잡아낼 수 없겠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처음부터 말해주는 것들을 아주 재미있게 흡수할 수 있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하면 회사에서 그래, 그럼 그 책 다 읽을 때까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 읽고 싶어서 업무에 집중이 안되잖아.

 

적어도 나에게는, 이 책은 의미있고 유용한 책이다. 나에게는 '쉽게' 말하여 주는 역사책이 절실했다. 한국사에 대해서도 이 시리즈로 또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18) 먼댓글(1)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품절과 일요일 밤
    from 마지막 키스 2012-01-15 22:10 
    『피터 히스토리아 2』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다루어진다. 특히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세상의 어린 노동자들'이란 주제로 이야기되어 졌는데,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다. '어린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는 영국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어린이들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산업혁명 초기의 영국 공장들은 점점 사라졌어. 만약 지금도 유럽에 그런 공장이 남아
 
 
마늘빵 2012-01-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다 내 탓이야, 그런 거야. 엉엉.

다락방 2012-01-13 08:38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빵꾸똥꾸! 똑바로 해욧!!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2-01-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는 박시백이 있어요! 조선사뿐이지만, 조선사라도 얼마나 자세히, 재밌게, 의미있게 말해주는지요. 어제 만난 두 언니는 중국어 관광 가이드를 준비하는데 한국사 준비를 해야 해서 역시나 박시백을 추천해 주었어요. 공부로도 재미로도 박시백 최고! 나도 곧 이 책을 읽게 될 거예요. 아, 기대되어라.(>_<)

다락방 2012-01-13 09:09   좋아요 0 | URL
이 댓글 읽고 방금 박시백 검색해봤는데 일전에 마노아님 서재에서 봤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로군요. 오, 근데 이건 엄청 기네요. 흐음.
제가 읽은 이 책, [피터 히스토리아]는 청소년용이고 또 만화라서 아주 쉽게 읽히거든요. 저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딱이더라구요. 산업혁명(이건 2권에 나와요) 읽다가는 갑자기 전태일도 생각나면서 뭉클. 아, 정말 좋았어요.

마노아님, 그런데 꼬꼬면 택배는 도착했나요? 안그래도 문자 넣을 참이었는데.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뭐하는겁니까!

레와 2012-01-13 11:3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박시백님 정보도 감사해요.^^

마노아 2012-01-14 13:56   좋아요 0 | URL
아앗, 도착했다는 말을 제가 한 줄 알았어요. 이런, 화요일에 도착했어요. 엄청 빨리 왔죠!
다락방님 주소까지 직접 출력해서 붙여가지고, 아 역시 꼼꼼해, 섬세해~ 막 이러면서 박스 열었어요.^^ㅎㅎ
요새 새벽 예배를 가려다가, 너무 추워서 우리집 교회에서 일찌감치 성경책 좀 보고 기도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요새 쪼끔 일찍 일어난답니다. 신기한게, 전 보다 일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나는 거라서 수면 시간은 줄었는데 몸이 더 개운해요. 역시 일찍 자는 게 미인이 되는 길!(응?)

다락방 2012-01-15 22: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노아님. 저 어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열 네시간을 잤거든요. 물론 전날밤에 잠을 못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열 네시간을 잤더니 오늘 아침에 피부가 뽀쇼쇼숑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이 보약입니다. 잠이 미인을 만들어줘요. 사실입니다. 으하하하

꽃핑키 2012-01-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앗!!!! 이 책 완전 멋있는데요!!!! ~_~♡
저도 역사가 부족한 인간이라 ㅠㅠ
예전에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한국사도 샀는데 막상 읽으려니. 어렵더라구요.
눈에 안 들어와서 몇 페이지 읽고 처박아두었는데;;
이 책이라면 저도 잘 읽을 수 있을것 같아요!! ㅋㅋ불끈!! ㅋㅋ

다락방 2012-01-13 13:11   좋아요 0 | URL
저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전무한 상태에요. 그런데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니까 재미도 있고 흥미도 생기더라구요. 핑키님, 이 책 읽으셔도 좋을것 같아요. 전 어제 2권 읽다가(아마도 2권이 완결인것 같아요) 지하철안에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어휴..

불끈!

레와 2012-01-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미키님이 그리워지는 페이퍼에요.

그리고 이책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다락방 2012-01-13 13:12   좋아요 0 | URL
레와님, 저는 이 책이 무척 좋았어요. 막연하게 알았던 걸 조금 더 알게되거나 몰랐던걸 알게되거나 하는것도 있지만 한쪽으로만 알았던걸 다른쪽도 알게됐구요. 그것들이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레와님도 좋아할것 같아요. :)

버벌 2012-01-1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우리 제부에게도 보낼까봐요. 동생부부는 아직 임신도 안했지만.... ㅡㅡ;;;;

다락방 2012-01-15 22: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이건 제부가 읽어도 좋은 책이니까요, 버벌님. 괜춘해요. ㅋㅋㅋㅋㅋ

가넷 2012-01-1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는 책의 리뷰를 봐서, 나중에 한번 봐야지 했는데, 어제 대출실 근무하면서 대출반납업무 보다가 마침 들어 왔길래 책 대출했네요.ㅋㅋ

다락방 2012-01-16 15:41   좋아요 0 | URL
그런데 가넷님의 경우 역사서적을 많이 보시고 이미 알고 있는게 많으셔서 저처럼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가넷님이 보시기엔 지나치게 쉽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하핫.
보시고 말씀해주세요, 가넷님!

은방울 2012-07-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피터 히스토리아를 출판한 교육공동체 나다는 인문학으로 청소년들을 만나오던 단체랍니다. 이번 7월 30일 부터 단행본이 나오고 처음으로 피터 히스토리아를 교재로 하는 10강의 서양사 강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피터를 재밌게 읽고나서 더 이야기를 해나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으셨거나, 청소년을 위한 역사수업이 늘 연도를 외우고 옛날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신다면, 이번 교육공동체 나다 여름특강에 오셔서 피터히스토리아와 함께 서양사를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주변에 홍보도 살짝 부탁드려볼께요 :)
자세한 설명은 http://nada.jinbo.net 나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세요~

lorine 2012-12-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로운 문서를 사용할 수있게 혹은 변경이 귀하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경우, 더 많은 읽기 및 방법을 논의 이러한 접근 방식의 좋은 사용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에 관심이 될 경우. - automatic litter box

lorine 2012-12-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로운 문서를 사용할 수있게 혹은 변경이 귀하의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경우, 더 많은 읽기 및 방법을 논의 이러한 접근 방식의 좋은 사용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에 관심이 될 경우. - automatic litter box
 
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의를 말하면서 폭력을 미화시키는 작품들도 있지만 한창훈의 『꽃의 나라』는 폭력을 말함으로써 폭력의 단절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이점이 몹시도 고마웠고 그리고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때리고 맞는것이 일상인 삶을 그려내는데, 그 안에서 내가 보는건 대체 이것을 어떻게 멈추게 한단말인가, 하는거라니! 역사적 사실을 가져다 소설을 쓸 때, 그 사실에 빚지고 있는 소설들은 소설 자체의 중심을 잡기 힘들다고 생각된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한창훈은 달랐다. 한창훈은 일단 그 역사적 사실에서 멀리 떨어졌던 인물이 아니다. 그것은 한창훈이 태어나기 오래전의 일이 아닐뿐더러 한창훈이 살고있는 곳과는 동떨어진 먼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중심을 단단히 잡고 그 일들을 이야기한다. 군인들이 도시에 들어와서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고 하는 그 일들을. 여자들의 옷을 벗기고 노인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도시 이곳저곳을 파괴하는 일들을 그는, 중심을 잡고 묘사한다. 나는 그 일들을 읽어내려가며 지하철안에서 몇번이고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한창훈은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고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을 그려내면서, 그는 여전히 중심을 잡는다. 한창훈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게 아닐까. 


소설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는다고 말을 하지만, 그러나 소설이 내게 주는것은 비단 재미뿐만은 아니다. 나는 그 안에서 정의를 보고 불의를 본다. 행복을 보고 불행을 본다. 고통과 상처를 보고 치유와 위안을 본다. 그 속에는 삶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리고, 역사가 있다. 그 역사는 내가 이미 알고있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잘못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것일때가 많다. 그것들을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알아간다.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감정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많은 일들을 나는 소설속에서 보며, 느끼며, 알게된다. 나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지 않았으면서, 그 사람들을 만난것도 아니면서 그들중의 누군가가 되어 함께 울거나 웃는다. 바로 그때, 소설속의 그 일들은 '나의 일'이 된다. '나의 경험'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내가 가진 단편적인 지식들에 그때의 상황과 감정을 이제는 더할 수 있게 됐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는 총기난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총기난사가 벌어지기 전에 구스 반 산트가 보여주는 건, 그 학교 학생들의 일상이다. 한 명 한 명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그는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아니, 그들의 삶은 저마다에게는 특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무차별 죽음을 당한다. 그런 죽음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창훈의 이 소설도 처음엔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때리고 맞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시절, 그것은 정말로 '리얼'한 일상이지 않았던가. 게다가 한창훈은 초반기에 그러면서도 그들이 웃고 사는 삶을 드러내준다. 나는 이 책을 펼치고 나서 몇번이고 피식거렸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난 너에게 시집간대."

"왜?"

"오줌 누고 있는 니 고추를 봤다고 말했거든."

"근데 나도 네 것을 봐야 결혼하는 것 아니야?"

진숙이가 대답했다.

"내 것은 저 속에 있어서 잘 안보여."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와 인호는 책상을 때리며 웃었다. (P.51)


초등학교 삼학년 아이들의 대화였다. 게다가 이런 부분을 읽었을 때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게 될까, 하는 것을 평화롭게 상상하고 있기도 했다.


'방이씀'은 교회 옆 전봇대에서 붙어 있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종착지는 골목과 공터 너머 오래된 스레이트집이었다. 주인은 늙은 할머니였다. 그녀는 마루에 앉아 마늘장아찌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P.10)


나도 늙은 할머니가 되면 깍두기와 소주를 앞에 두고 혼자 홀짝이고 있게될까? 그때는 그리 많은 안주가 필요하진 않겠지? 나는 혼자 마시게 될까? 아니면 늘 함께 소주를 마셔줄 누군가가 있을까? 나는 어떻게 늙어가게 될까?


그 때 그 시절, 그 사건들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고, 주인공인 소년은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이제 막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성욕과 그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소년이었고, 맞는게 지겹다고 생각하는 소년이었다. 처음으로 소주를 마시고 오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생물 교사를 좋아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되풀이되는 교사와 선배의 폭행속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군대 이야기에서 때렸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얻어맞기만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때린 것보다는 맞은 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우리를 그렇게 때리는 것이다. 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되풀이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맞기만 하고 때리지는 않는 첫번째 사람이 될 것이다. (p.55)


그들 모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래서 자신들을 때리는 군인들이 '아군' 이라는 사실에 크게 당황한다. 왜 맞아야 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총을 맞고 쓰러져야 하는지, 왜 옷이 벗겨진채로 뒹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 역시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책 속의 생물선생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나도 내 선생님에게 여쭤보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침을 삼켰다.

"그분도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알래스카의 개 이야기를 하셨다."

"알래스카 개라뇨?"

"썰매 끄는 개 말이다."

"영화에서 본 것 같아요."

"그분의 말에 따르면 에스키모들이 썰매에 개를 묶을 때,"

생물교사는 잠깐 동안 말을 끊고 멀리서 들려오는 함성에 귀를 기울이다가 다시 이었다.

"젊고 튼튼한 개들 사이에 늙고 병든 개 한 마리를 끼워넣는다고 한다."

"‥‥‥"

"그리고 채찍질을 하는데 그 늙고 병든 개만 집중적으로 때린다는 거다."

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싶었으나 그사이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형체만 실루엣처럼 보였다. 이러고 있자니 그는 교실에서 보았던 생물교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던 사람이 갑자기 가까워졌을 때 그 사람은 참으로 낯설게 보였다.

"그 개는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게 되지. 그 개의 처절한 비명이 다른 개들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거야. 그래서 찍소리 못 하고 썰매를 끌게 되는 거야."

"‥‥‥"

"에스키모들은 어느 때 어떤 공포심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는거지."

"그러면 우리가 그 개라는 말인가요?"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좀 되었다."

"‥‥‥"

"사람들이 물러가라고 외치는 사령관 있지?"

"예, 들었어요."

"그 사람이 만들어낸 짓이라는 거야."

"‥‥‥"

"그 사령관은 그게 필요한 거야.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이." (pp.203-204)


나는 창피하게도 내가 지금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공포와 혼란의 장소에 있지 않아서, 그것들을 내가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내가 군인들의 발에 짓밟히고 내 가족들이 총에 맞아 쓰러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바로 거기에 내가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끄러웠다. 나는 우리나라 언어로 쓰여진, 이해하지 못할 문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어렵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껴야 했는지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은, 모두가 다 알 수 있는 스포일러, 이렇게 끝난다.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p.272)


흐느껴 울지 못한 내 자신이 싫어지는 문장이다. 그리고 이 문장보다 더 가슴 아픈건 채 반페이지도 되지 않는 '작가의 말'이다. 그가 하는말이 너무나 절절해서, 나는 내가 여태 읽어온 '작가의 말'중 가장 슬픈 작가의 말로 이 책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작가'가 해야 할 일과 '소설'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충실하게 해냈다는 것도 덧붙여서.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eadersu 2012-01-0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감해요!
전 이 책을 너무 떨며(!) 읽었는데...
다락방님의 말씀처럼 '정의와 불의' '행복과 불행' '고통과 상처' '치유와 위안'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말이죠.
말죽거리 잔혹사니, 예전에 나온 그곳의 이야기와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생각해버리고 말아 무척 안타까웠답니다.
학교 폭력? 울겨먹기? 또 광주? 그건 아닌데...비유가 웃기지만 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건지 안타까워요(-.-)

다락방 2012-01-04 09:24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소설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리뷰에도 밝혔듯이 한창훈이 꽤 중심을 잘 잡고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학교 폭력', '또 광주' 인건, 그렇게 본다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는 이 소설은 읽어두는것이 좋은,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초반에 소년이 성장할 가능성과 일상을 배치해두고 뒷부분에 광주사태를 넣어둠으로써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식으로 작용했는가도 잘 보여주었고요. 전 좋았습니다, 리더수님. :)

moonnight 2012-01-0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는 거 자제하려고 했었는데!!! 다락방님 때문이에요. (라며 떠넘기기;;;)
한창훈 작가는 다락님 덕분에 알게 되었죠. 그리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이 책도 읽어볼께요. ^^

다락방 2012-01-05 14:1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은 이 책 읽으시다가 후반부에 폭풍 눈물 흘리실 것 같아요. 물론 초반부에는 엄청 웃으실거구요. 재미있어요, 문나잇님. 손에 쥐면 팔랑팔랑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입니다. 물론 내용까지 팔랑거리는 건 결코 아니구요.
헤헷 :)

버벌 2012-01-0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달 생활비가 없어요. 책.... 사고싶다.

다락방 2012-01-09 18:26   좋아요 0 | URL
카드가 있잖습니까!!!!!
 
꽃으로 말해줘
버네사 디펜보 지음, 이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 하나 잘 사귈 수 없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어떤쪽이든 '언젠가는'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걸까. 사람에게 누구나 어느정도의 타인은 허락되는걸까.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다면, 세상에 대해 가진 불신을 혹은 증오를 조금쯤 줄여도 되지 않을까.

이 책속의 빅토리아는 사랑받았던 적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언제나 모두들 자신을 내쳤듯이 누구든 그럴거라고. 그래서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아홉살에도, 열살에도 또 열 여덟이 될 때까지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녀는, 그 사이에 정말로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까지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하나씩 얻게 된다. 그들에게 자신이 무언가를 베푼적도 없었는데. 


아, 그녀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럴줄은 몰랐는데,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갈비뼈 밑의 공간이 부풀어 올랐다. 실내가 이상할 정도로 환하게 느껴졌고 산소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p.123)


그러나 그녀는 남자가 아닌 자신을 믿지 못한다. 자신이 그 사랑을,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알수가 없다. 자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도와주고 믿어주었던 꽃집의 사장님, 자신이 사랑한 남자, 자신이 낳은 아이. 여자는 자신에게 새로 생겨나는 그 관계들과 사랑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것 처럼 쉽지가 않다. 내가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가족을 사랑하고 그 가정을 지켜가는 일도 어렵지만, 전혀 다른 타인을 만나 사랑이란 감정을 교류하면서 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을 새로 만드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울까. 내게 이것은 아주 먼 일 같고 또 아주 무섭게 느껴진다. 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한집에 살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너무 지나치지도 또 너무 모자라지도 않는 사랑을 쏟아붓는 일이, 나는 마냥 두렵기만 하다. 그걸 어떻게 잘해낼 수 있을까?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대체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것일까. 


그런데,


눈을 붙이려 애써보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 내 몸속에서 생명을 얻은 아이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슴이 벅찼다. 잠든 아기를 바라보면서, 나는 아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을 아기도 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박한 성취감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었다. (p.283)


위 문장을 읽다가, 그녀의 아드레날린이 내게도 전해져서,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사랑을 쏟아 붓는 일은, 내 생각처럼 두렵지도 또 무섭지도 않은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당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그녀가 사랑에 서툴러서 모든걸 내치는 그 안타까운 과정에서, 그리고 다시 자신이 잃었던 걸 되찾기 위해 서서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 삶과 사랑과 사람이 그녀에게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하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그 모든 시간들 속에서, 내게도 스며들었다. 



과거에 어떤 시간을 보냈든 누구를 만났든, 사랑에 서툴렀든 혹은 익숙했든, 모두에게는 어느만큼의 허락된 사랑과 행복은 보장되어 있는게 아닐까.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어떤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험난한 과정과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에게 어느 만큼은 허락되어 있는게 아닐까. 그러니까 우리는 조금 더 사랑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어도 좋지 않을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소녀가 사랑을 받는다.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었던 소녀에게 말을 걸고 대답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던 소녀가 이제는 다른 사람을 도울수도 있게 됐다. 사랑을 받는데 서툴었던 소녀가 이제 사랑을 주는 것을 배운다. 이 책속에 이 모든게 들어있고, 그리고 그 과정들 속에 꽃이  매게가 된다. 나 역시도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꽃말 사전을 찾아서 한장씩 넘겨보고 싶을만큼 꽃에 대한 아름다움이 이 책속에 가득하다. 더할나위없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울다가 결국은 미소짓게 되리라.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디 2011-12-2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얼마전 킨들을 구매한 이후로 의식적으로 알라딘이나 여타 오프라인 서점 이용을 자제하려고 하는데요. 킨들 후 구매한 첫번째 종이책이 되었네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나쁘지 않은 연말 보내세요.

다락방 2011-12-29 08:43   좋아요 0 | URL
아아 에디님. 그간 자주 볼 수 없었던 것은 정녕 킨들 탓입니까? 네? 그런겁니까? 킨들 나빠요. ㅜㅜ

에디님도 좋은 연말 보내세요. 이제 며칠 안남았네요. 그리고 킨들은 킨들이고!! 자주 좀 나타나주세요!

이진 2011-12-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다락방님 꽃으로 말해줘 홀릭이십니다...
벌써 다락방님의 글에서 4번은 본 듯해요.
그런의미에서 장바구니로 =3=3

다락방 2011-12-29 08:43   좋아요 0 | URL
네, 저 이 책 완전 좋으네요. ㅎㅎㅎㅎㅎ 소이진님도 읽어요. 마음이 말랑말랑 해질거에요. 히히 :D

2011-12-29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9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12-2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착합니다!! ㅎㅎㅎㅎ 이 페이퍼는 책 다 읽고 보겠어요~

다락방 2011-12-29 10:48   좋아요 0 | URL
올해안에 읽어버려욧!!

달사르 2011-12-2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을 읽으면 왠지 사랑이 성큼, 다가올 듯 합니다! 내년엔, 기필코, 불끈!
일단 이 책부터 읽어야겠어요. 저는 내년에 도착할 듯요. ^^

다락방 2011-12-30 04:39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잘 주무시고 계십니까. 한 해를 시작하는책으로도 이 책은 손색이 없을거에요. 물론 한 해를마무리하는 책으로도 좋지만 말이죠.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따뜻한 달사르님의 마음에 어떻게 닿을지몹시 기대가 됩니다. 흣.
달사르님이 간혹 약국에 오는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도 꽃이란 매게는 없지만 아름다워요.
:)

꽃핑키 2012-02-0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아 락방님 드디어 이 책을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이런 좋은 책을 다락방님께 선물받았다니. 안 그래도 좋은 책이 최고로 더 좋은 책이 되었습니다. ㅋ
락방님의 마지막 예언처럼 엉엉 울다가 활짝!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아졌습니다 ㅋㅋㅋ
이 책을 알게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다락방님 ~_~♡

다락방 2012-02-08 15:03   좋아요 0 | URL
우아앙 다행이에요, 핑키님. 핑키님도 이 책을 좋아해서 말이지요. 선물한 책이 혹은 선물 받은 책이 모두에게 좋을수는 없는건데, 이 책은 선물 한 저도 선물 받은 핑키님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니 저 역시 기쁩니다!! 헤헷.
:)
 
Sarah Connor - Sexy As Hell [Enhanced CD]
사라 코너 (Sarah Connor)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0년 5월
품절


가사집을 펼치니 이런 사진들 옆에 가사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마치 성인용품을 파는 동네 골목의 간판을 보는 것 같은, 그런 색감이라고 해야하나.

오, 사라 코너. 당신은 정말 이런 배를 가지고 있습니까? 이렇게 예쁜 배를? 물론 가사집에 배 사진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큐트하게 입은것 같으면서도 농염한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아마 사라 코너만이 할 수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사라 코너의 이번 앨범은 실망스럽다. 마치 노련한 아이돌이 만들어낸 음악같달까. sexy, touch, fantasy.. 이런 단어들이 노래속에 들어가있다고 해서 그것이 궁극적인 성인 여자의 마음을 표현해줬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기존 앨범에서 i wanna touch you there 라고 속삭여서 내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던 사라 코너는 대체 어디로 자취를 감춘걸까. 그저 능숙한 신음소리로 노래를 가득 채우면, 그것이 성숙한 여자의 모든것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남발하는 신음소리는 끈적한 그녀의 목소리로 불렀던 전의 앨범에 비해서 다소 실망스럽다.

노래중에 『TOUCH』란 곡은 가장 만족스럽기는 하다. 가사도 touch 란 단어가 여러차례 나오고 그 뒤로는 ah~ 하는 소리만 들린다. 게다가 간혹 근육질의 흑인 남성의 것으로 상상되어지는 코러스는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앨범의 노래들이 그 전 앨범만큼 내게 만족을 주기에는 갈 길이 멀다. 두번째 트랙의 『under my skin』은 동방신기의 노래와 같아서 나는 깜짝 놀라서 앨범 자켓을 열고 해설을 읽어봤다. 혹시 동방신기의 노래를 샘플링했다든가 리메이크 한건가 싶어서. 그러면 사라 코너를 아예 안 들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두 노래가 같은 노래인건 맞는데 노래를 만든 사람이 다른 버젼으로 동방신기와 사라 코너에게 준 듯 하다.

일전에 문학평론가 신형철은(좋아합니다, 숭배합니다, 신형철님), 동방신기의 노래 가사를 예로 들면서, 그 기획사에는 가사교열부가 필요해 보인다는 말을 했던적이 있더랬다. 그동안 그 기획사는 샘플링에 리메이크를 아이돌들을 통해 많이 들려줬다. 내 생각엔 가사교열부는 물론, 창의력 교육반도 필요한것 같다. 사람들이 듣기에 좋은 음악을 제대로 '창조'해낼 줄 아는 작곡,작사가가 필요한게 아닐까. 뭐, 하고나니 이건 딴소리지만.


touch, 라고 나올때는 쉽게 들리는 단어이니만큼 따라불렀지만 그러나 i wanna touch U there 처럼 이 앨범에 푹 빠지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녀는 너무 많이 선을 넘었고 도를 지나친것 같다. 그러지 않았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는데 말이다. 아쉬울 따름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1-12-2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저런 `배`를 갖고 싶다요!!

다락방 2011-12-27 15:51   좋아요 0 | URL
질리언 마이클스 언니를 만나면 저런 배를 가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질마언니를 만나는건 좀처럼 쉽지 않네요. 삶이 너무 귀찮음으로 가득해서. ㅋㅋㅋㅋ

... 2011-12-2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평론가 신형철은(좋아합니다, 숭배합니다, 신형철님)" ==> 이 괄호 안의 문장은 과연 필요했던 걸까요? 사라 코너와 아무런 관련없는 문장이 대체, 왜, 어찌하여, 뜬금없이 들어갔단 말입니까!!!

다락방 2011-12-27 18: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형철한테 어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흐음. 사라 코너에게 미안하네요. 그리고 제가 원래 좀 뜬금없긴해요. ㅋㅋㅋㅋㅋ
 
루시드폴 (Lucid Fall) - 정규 5집 아름다운 날들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아니 자정을 넘겼으니 오늘이구나), 나는 야근을 했다. 하긴 크리스마스와 야근이 대체 무슨상관이람. 야근을 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칠하기로 한다. 방안에 루시드 폴의 시디를 걸어놓고서.

 

크리스마스라 발라주는 매니큐어는 황금색. 사둔지 꽤 되었지만 귀찮아서 바르지 않고 있었는데 마치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해둔것처럼 너무나 맞춤한 색이 아닌가. 루시드 폴의 음악은 지친 하루의 일상을 위로하는데는 제격이다. 방안 가득 루시드 폴의 목소리가-그러나 가사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울려퍼지고, 나는 스윽 스윽 손가락마다 차곡차곡 매니큐어를 바른다. 손가락은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루시드 폴의 목소리는 매니큐어 솔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고등어」가 들어있던 앨범도 그랬다. 당신은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그렇게 루시드 폴은 위로해줬더랬다. 그런데 이 앨범도 그렇다. 루시드 폴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 사는것도 아닐텐데, 마치 그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로 작정이나 한 것처럼,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한다.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곡인듯 노래 하나하나의 개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루시드 폴의 혹은 이 앨범의 단점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내게는 장점으로만 작용한다. 굳이 루시드 폴까지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를 만들 필요는 없잖은가. 황금색 매니큐어를 바르는 늦은 밤, 오늘만큼은 매니큐어 냄새가 그렇게 독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밤, 그런 밤을 루시드 폴의 노래들이 채워준다. 루시드 폴의 음악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황금색 매니큐어 뿐만 아니라, 체리블라썸 바디버터와도 잘어울릴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체리블라썸 바디버터와 루시드 폴의 앨범, 그리고 황금색 매니큐어. 야근 따위는 잊을 수 있다. 슬라이스 햄을 몇장 두껍게 접어 치즈와 함께 샌드위츠를 만들어 한 입 깨물면서 루시드 폴의 앨범을 들어도 좋겠다. 충만한 감정을 선물하는 건 요란한 것일 필요가 없으니까.

 

 

황금색 매니큐어 혹은

체리블라썸 바디버터 혹은

햄치즈 샌드위치(햄 많이)혹은

눈 오는 밤

 

그리고 루시드 폴.

 

이거면 됐다, 오늘밤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11-12-24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리블라썸이라 하시길래 바디샵 바디버터 리뷰인가 했는데... ㅋㅋ
그러고 보니 올 한해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하나도 안 산 듯... 쩝.. 적립금은 유효기간 다 돼서 날아갔는데...

다락방 2011-12-25 20:4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하루님. 안그래도 엊그제인가 하루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오, 마지막날 정말 연락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그동안 안부 묻기 어려운 시간을 지내신 것 같아서 좀 조심스럽게 바라봤어요.
좋아하는 가수의 시디는 곧 다가올 내년에 사시면 되죠. 하루님은 시디를 사지 않으셔도 좋은 노래 많이 들으셨잖아요.
:)

2011-12-24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빼요!
오늘밤엔 나도 껴주세요 :)

다락방 2011-12-25 20:46   좋아요 0 | URL
그 오늘밤은 벌써 지나가버리고 말았네요, 흑흑.
그리고 오늘은 또다른 밤이에요. 하아-

2011-12-24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5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4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12-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레드 와인. 도요. >.< (멀리서나마 다락님과 쨍. 하고 싶은 달밤입니다.^^;)

다락방 2011-12-25 20:49   좋아요 0 | URL
우아아아 레드와인! 꺅 >.<

전 개인적인 사정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레드와인을 앞에두고 제대로 마실 수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어요. 흑흑. 오늘 어찌나 어제의 와인이 생각나던지. 케익도 남기고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 슬퍼 ㅠㅠㅠㅠㅠ 앞으로 레드 와인 마실때마다 문나잇님께 쨍, 할게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