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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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엄청난 액션영화를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정말 이런 액션이 세계 어느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것일까? 하고. 정말 저런 첨단 장비들을 가지고 높은곳에서 뛰어내리고 백층짜리 빌딩에 붙어다니고 하는 일들이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는것일까? 그리고 저들은 정부에서는 발각될 경우 너희들을 모른척할거다, 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를 심지어는 세계를 아니 지구를 구하고 있는것일까? 진짜? 그들이 지구를 구하고 얻는것은 무엇일까? 엄청난 금액의 돈일까? 혹은 세계를 내가 구했다는 만족감과 뿌듯함? 그리고 저런 요원이 되기 위한 '여자'라면 당연히 미모까지 갖추고 있어야 하는걸까? 이 영화속에서 여자요원은 드레스를 차려입고 화장을 하고 포도를 하나 까먹는 순간 미디어 재벌을 한방에 녹여버린다. 그게 가능해? 정말? 어떻게 눈만 마주치고 포도 한 알 씹었을 뿐인데 그 남자가 그녀에게로 오는거지? 


뭐 이것이 사실이고 아니고간에 어쨌든 이 영화를 보는건 퍽 재미있는 일이었다. (사십자평에도 썼지만)나는 액션을 정말 좋아하는가보다. 액션을 하는 남자가 좋은걸지도 모르고.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볼 때부터 몹시 흥분됐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도 완전 흥분해가지고 우리의 미의 절정, 탐 크루즈가 위험에 처할때마다 으윽, 하고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이런 요원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촉이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하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발달해있고,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나며, 액션까지 제대로 해낼줄 아는거다. 게다가 사람의 심리까지 파악하고. 유후~ 그러니까 이런 남자, 이런 남자랑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일전에 '재이슨 스태덤' 주연의 『킬러 엘리트』를 보면서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살인목표가 되는 삶을 사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이단 헌트의 아내 혹은 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고된일일까. 그는 충분히 사랑할만한 남자지만, 그를 사랑하는 대신 내가 치러야할 대가는 내 목숨이다. 이단 헌트를 괴롭히고 죽이기 위해서 내가 죽어야 할 목표가 될 수도 있고, 설사 나는 죽지 않았다 한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치고 쓰러지고 피흘리고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해야할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토록 재미있고 흥분해서 봤던 이 영화, 재미있지만 정말 미국 요원 몇명이 우리를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거란 말이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 셋만 줘야지 했던 이 영화가, 이 뛰어난 요원과 그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별 넷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를 지키는 건 니가 할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이라고 말을 하는 탐 크루즈를 보여줘서,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아지고 말았다. 하아-


심장이 터질뻔했다. 너무 좋아서. 


『킬러 엘리트』에서의 재이슨 스태덤 같은 남자와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늘 나를 지켜주는 삶이 나은걸까, 아니면 위험한 일에는 전혀 근처에도 가지 않는 착하고 다정한 남자와 늘 함께 하는 삶이 좋은걸까. 이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 답은 하나다. 위험하고 강한 남자와 함께하지는 않지만 늘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준다는 확신 아래, 착하고 다정한 남자와 함께하는 삶, 그 두가지를 함께 갖는것이 진정한 삶, 리얼 라이프, 궁극적인 인생의 목적이다. 



미션 임파서블 리뷰에, 탐 크루즈가 멋진 이 영화에 대해 이런 말을 덧붙여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액션은 재이슨 스태덤이 더 짱이다. 첨단 장비 없어도 재이슨 스태덤은 모든걸 해내니까. 컴퓨터따위, 재이슨 스태덤에겐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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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12-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이슨을 가져요, 난 탐을 가질테야!! ㅋㅋ

다락방 2011-12-21 10:02   좋아요 0 | URL
재이슨이 더 좋다는거지 탐이 안좋다는게 아닌데. 어쩌지 ㅋㅋㅋㅋㅋ 탐도 너무 좋아요!! >.<

마늘빵 2011-12-22 09:35   좋아요 0 | URL
저는 수애 주세요.

다락방 2011-12-22 22:25   좋아요 0 | URL
흥!!

네꼬 2011-12-2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늘이 스콧 피츠제럴드가 사망한 날이래요. 다락님은 뭐 해요?

다락방 2011-12-21 10:53   좋아요 0 | URL
절 때려주세요, 네꼬님. 스콧 피츠 제럴드가 사망한 날 저는 탐 크루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난 몹쓸여자야. 이기적인 여자. ㅠㅠ

마늘빵 2011-12-22 09:35   좋아요 0 | URL
다락님은 나빠.

네꼬 2011-12-22 13:17   좋아요 0 | URL
차가운 여자.

다락방 2011-12-22 22:26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 그래서 내가 싫어요?


네꼬님, 나는 간혹 뜨겁기도 하다우. ㅎㅎ

라로 2011-12-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저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구요,,,이 나이에 제가 왜 이러냐고요,,

다락방 2011-12-21 13:11   좋아요 0 | URL
완전 좋았죠, 나비님!!!!! 마지막 장면 완전 좋아요 완전 좋아요. 정말 위에 쓴대로 심장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 사랑이라니. 흑흑 ㅠㅠ

... 2011-12-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브래드와 탐 사이에서 갈팡질팡~~ (근데, 왜?)

다락방 2011-12-22 22:26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는 브래드아 탐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으나 이제는 재이슨이에요. 하하하하하

이진 2011-12-21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탐을 가지겠어요 ㅋㅋㅋㅋ
오래전부터 갈망해왔지요(?) ,,,
그게 아니고 음... 동경?

다락방 2011-12-22 22:30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은 탐 보다는 탐의 예쁜 딸인 수리를 노리는 쪽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수리는 완전 예쁘던데요!!

moonnight 2011-12-2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임.은 친구랑 보려고 아껴두었어요. 어제는 셜록 홈즈보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너무 멋지다 했었는데, 내일은 꼭 탐 크루즈 보러 가야겠어욧! >.<

다락방 2011-12-22 22:30   좋아요 0 | URL
저는 3편볼때는 탐이 좀 별로였었는데 4편보면서 다시 애정이 새록새록해졌어요. 문나잇님, 이제 탐에게 반할일만 남았네요? 진짜 멋져요. 꺅 소리가 절로 나와요. 마지막 장면이 압권압권 ㅠㅠ 쑝가요! ♡

마노아 2011-12-2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액션 너무 좋았어요. 어찌나 스릴이 넘치던지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니까요.
오늘 니콜 키드먼 나온 영화를 보면서, 둘 다 이렇게 완벽한데 둘은 왜 헤어졌을까... 막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리즈 중에 4가 가장 재밌었어요. 노래가 나오면 막 흥분하게 되어요.

다락방 2011-12-27 10:0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미션 임파서블 보는데 음악이 새삼 흥분되더라구요. 아, 그래 이런 음악이었지! 싶으면서 말이에요. 분명 3편에서는 탐이 지나치게 액션 욕심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편에서는 막 신나고 좋더라구요. ㅎㅎㅎ 그리고 너무 멋졌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멀리서 지켜주는....(스포일러ㅎㅎ)

그게요, 그렇더라구요. 너무 완벽한 두 사람이 한 쌍이 되면, 삐걱대는 것 같더라구요. 서로 부족한 점이 있고 그걸 상대가 채워주어야 뭔가 조화가 잘 되는데 다들 너무 잘나서, 그런 사람 둘이 모이면, 홈이 파이지 않은 톱니바퀴처럼 되는거죠. 맞물릴 수가 없는. 뭐, 그냥 제 생각이에요. 하하하하하
 
달려라, 토끼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7
존 업다이크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1학년때 나의 물리선생님은 본인이 결혼한 이유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었다. 웃으면서 말씀하시긴 하셨지만, 나는 열 일곱 살, 어린 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수 있어서 놀랐다. 물리 선생님은 빨리 그 집에서 나오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재니스도 나만큼이나 자기 부모를 견디지 못해요. 부모한테서 얼른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나하고 결혼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p.191)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숱한 결혼의 이유들중에 '부모로부터 벗어나기'는 꽤 많은 퍼센테이지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나의 물리선생님은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는 잊은채로 자신이 새로 만든 가족들과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느꼈을까? 자신에게 주어졌던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만큼 자신이 만든 가족들 틈에서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혹시 지금쯤 하지는 않았을까? 이 책속의 래빗이 그랬던것처럼.


한 남자가 일상과 가족에게 권태를 느껴 집을 나간다. 그의 주머니에는 얼마만큼의 돈이 있고 찾아갈 곳도 있다. 자신의 아내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여자를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자신의 집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로운 삶을 꾸리면서 그는 친구를 사귀고 운동도 한다. 

일상이 지리멸렬하다고 느끼고, 늘 함께하던 소중한 사람들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것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감정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끔 그럴때가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누구나 한번씩 느껴본 만큼,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이 사람들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열망 또한 불끈불끈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휙- 집을 떠나는 것이, 또 이곳을 떠나 다른곳으로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나'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면, 혹은 내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훌륭한 방법이 되는것은 아니다. 남자가 집을 나간 순간 남자의 아내는 남자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멍청한 여자가 되고(실제로 그녀가 멍청한지는 차치하고), 그런 사위를 둔 장모는 홀로 된 딸 때문에 속을 끓여야 하고, 남자의 부모는 그 아이가 그렇지 않았는데 여자를 잘못 만나서라고 화를 내고, 동네 목사는 그런 그가 언젠가는 돌아올거라며 남자의 식구들을 상대한다. 동네 목사는 또다른 성직자로부터 '니가 할 일은 기도지 그들을 만나 그의 변명을 해주는 일이 아니다'라는 잔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목사도 화가난다. 그러니까 남자가 그동안 지내왔던 일상을 버리고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화를 내고 욕을 먹는 사람이 한 두사람이 아닌거다.



내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내가 속하게 되는 곳은 한 두군데가 아니다. 나는 거기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또 그들중 몇몇과는 꽤 오랜 친분을 유지하기도 하며 또 그들중 몇몇과는 소중한 감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다가 그 관계속에서 빠져나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이의 불행을 담보로 하기도 한다. 이 책속의 남자도 그것을 알고 있다. 아니, 그 과정들 속에서 그걸 깨닫게 된다.


"내가 나 자신이 될 배짱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대신 대가를 치러준다는 거야." (p.214)



아마도 그것을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알고 있기 때문에 권태를 느끼는 사람에 비해서 모든걸 버리고 훌쩍 도망가버리는 사람이 현저히 적은걸지도 모른다. 그것을 책임감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내가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나 대신 대가를 치러줄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남자는 자신이 정착했던 곳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불편함과 상처를 줬다. 물론 그들도 남자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그가 떠난 진짜 이유를 알지도 못했고 그 따위것에 관심도 없었다. 그저 그는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남자는, 끝까지 자신의 상황을 뒤에 던져두고 모질게 앞만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남자는, 새로운 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을 잠깐동안이지만 떠나야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에게 또다른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나는 항상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하는 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왔다.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라고. 그러나 내가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그렇다면 그들이 대가를 치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나이기를 포기해야 하는걸까? 만약 남자가 그렇게 사라져버린 듯 도망치는게 아니라 '어쩌면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를' 사람들을 앞에 모아두고, '나는 이제 지쳤소, 그러니 이자리를 박차고 떠나려 하오' 라고 말했다면, 그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그들은 '오냐 그래 그럼 너는 너 자신이 되렴' 하고 그를 놓아줬을까? 누군가는 너에게 무슨일이 있는거냐고 계속해서 지나친 관심을 보였을거고 또 누군가는 떠나지 말라고 울었을거고 또 누군가는 떠나라고 말은 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자는 결국은 떠나지 못한채로 어제와 같은 삶을 어제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살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없이 이곳에서 사라져버리는게, 그렇다면 가장 좋은 선택이었을까? 만약 다른 사람들을 선택했더라면, 그들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였다면 나는 떠나지 않은채 이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 참 쓰다, 고 생각했던 건 반복되는 일상과 늘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해 권태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다. 그 권태가 있기 훨씬 전에 설레임과 매혹과 사랑이 존재했었다는 분명한 사실 때문이다. 차마 벗은 몸을 보여주지 못하는 수줍은 아내가 거기 있었고, 남자의 어린 시절이 찬란했었다고 증명해주는 친구들이 거기, 권태 이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자신의 사랑을 끝내면서 '시간은 사랑을 못나게 만든다'는 말을 했던적이 있다. 시간은 찬란했던 순간을 권태 뒤로 감춰버린다. 인생이 참말로 쓴맛을 가져다 주는건 또한, 이 사람들을 새로운 사람들로 바꾸고, 이 환경을 새로운 환경으로 바꿔도 지금의 설레임이 영원하지는 않을거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아나고 도망가고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언젠가는 또다시 지금 갖고 싶었던 삶에 대해 지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그 순간이 올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달콤함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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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12-2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자신을 생각하면서 내 주위 사람들까지 생각하기엔 머리와 가슴이 하나밖에 안되서 힘들어요.
우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니깐.

다락방 2011-12-21 11:56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레와님. 내가 나 자신을 찾는일, 혹은 내 행복을 찾는일이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기도 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모두 얽혀있기 때문에 나 하나만 쏙 빠져나오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어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레와님.

2011-12-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1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2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1-12-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참 쓰다...

삶의 권태는 순식간에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고, 그때마다 생각을 전환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 힘들고...

다락방 2011-12-22 22:32   좋아요 0 | URL
삶의 권태는 순식간에 찾아오고 그럴때 인생은 참 쓰지만, 그것이 극복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래전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박미선이 남편인 박영규의 모든게 꼴도보기 싫어진거에요. 그래서 미칠려고 하는데 며칠 시간이 지나니 다시 애정이 살아나서 웃고 함께 지내더라구요. 어쩌면 어떤 시기라는게 있고, 그 시기를 견뎌낸다면 괜찮아지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마노아 2011-12-2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과 6펜스가 생각났어요.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락방 2011-12-22 22:33   좋아요 0 | URL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일 수 있다는게 정말 어려운 일인것 같아요, 마노아님. 그건 쉽지않은일인가봐요. 알지만 새삼스럽네요. 그러게요.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poptrash 2011-12-2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아직 안 읽었어요. ㅜ_ㅜ

다락방 2011-12-22 22:33   좋아요 0 | URL
뭐에요!! 그런데 왜 나를 재촉했어!!!!!!팝님 나빠요!!!!!

BRINY 2011-12-2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줄을 읽고 놀랐습니다. 제 친구 중에도 그런 이유로 빨리 결혼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몇번의 위기를 넘기다가 지금은 그냥그냥 가정 꾸리고 삽니다만... 그런 이유로 결혼을 택한 사람들이 제법 있군요. 전 그저 집을 나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좋다는 대학가고 열심히 안정된 직장 찾아서 돈 벌었습니다.어떤 걸 선택하던간 인생이란 ...

다락방 2011-12-22 22:35   좋아요 0 | URL
결혼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이유들은 특히 더 많이 공통되기도 한것 같아요. 줌파 라히리의 단편에서 여자는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려고 하거든요.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왜 너는 그 남자와 결혼하려 하는거냐고 묻자 그녀는 `모든게 정리될 것 같아서` 라고 말해요. 그 느낌이 뭔지도 알겠더라구요.

어떤 선택을 하든 쉽지않고, 책임을 지는것들도 분명히 존재하죠.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그 선택에 대해서 대가를 치러야할 것 같아요. 인생이란 결코 쉽지 않죠.
 
죽여도 가족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0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래전의 어느 드라마에서 김현주는 장동건을 좋다고 쫓아다녔고 결국은 장동건과 연인이 되었다. 그 때 장동건은 다른 여자를 좋아하다가 이별의 슬픔을 감당하는 중이었고, 그래서 장동건의 친구는 김현주를 사랑하는 게 진심이냐, 그것이 가능했냐고 물었다. 그 때 장동건은 친구에게 '사랑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노력하다보니 정말로 사랑하게 됐어' 라고 말했었다. 사랑은 노력으로 되는걸까? 이 세상의 모든것은 노력으로 된다지만 사랑도 그런걸까? 아니, 그건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어제의 「맨발로 하이킥」「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도 그랬다. 고영욱은 박하선을 정말로 좋아하고 박하선은 고영욱이 자신을 좋아하는 만큼 자신도 좋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고영욱은 박하선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자신처럼 못난 남자가 당신같은 훌륭한 여자를 좋아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추운 밤에 좋아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박하선은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러나 정말 눈물이 날만큼 미안하게도, 박하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욱을 사랑할 수가 없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자꾸만 자꾸만 느낀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건 기도로 되는것이 아니니까. 

장동건이 김현주를 사랑하게 된 건, 본인은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보여진다. 김현주의 마음이 어느 순간 장동건의 마음을 사랑쪽으로 끌어당긴 것. 그러나 고영욱의 마음은 그것이 간절하고 진심이고 미안함을 포함한다 해도, 박하선의 마음을 사랑으로 끌어당기지는 못한다. 사랑은 노력으로도 기도로도 이루기가 불가하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그 순간을 기적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우리가 연인이 되는 것은 가장 완벽한 길일까? 단 하나의 유일한 길? 나는 절대로,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속의 수키와 에릭처럼. 수키와 에릭은 서로를 사랑한다. 서로를 갈망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연인임을 즐긴다. 서로의 기분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서로에게 강한 성적 매력을 느낀다.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황홀한 섹스를 즐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완벽한 커플이냐고 하면, 나는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수키와 에릭만큼은 연인이 아닌 쪽이 서로에게 더 나은 길을 가게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남자와 여자가, 혹은 사랑까지 느끼는 남자와 여자가 연인이 아닌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부조리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연인이 아닌 쪽이 더 나은, 서로에게 더 행복한 그런 사이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두가 운명이라면,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면, 수키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그 모든 육체적 고통과-다치고 피흘리고-, 그 모든 정신적 고통을 감당해야하는 게 맞을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를 선택할 때, 상대가 가진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 수키는 그런것들을 감당하고 사랑하려고 했던건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니까, 수키니까, 나는 이런것들을 극복하며 이 남자와 연인임을 택할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수키와 에릭은 지금처럼 연인이 되기전이 가장 완벽하고 완전해 보였다. 그때가 서로가 최상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애틋한 마음을 가진채로 있는것이, 그리고 상대에게 애정을 느끼고 신뢰하는 채로 따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 그것이 관계를 좀 더 오래 유지하고 '최상의 나'를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것은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나였다면 수키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나 나는 다시 말하지만, 수키가 아니다. 

이 시리즈는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재미있게 푹 빠져서 읽고, 언제나 수키에게 공감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인 『죽여도 가족』에서는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의 연보를 알게 되는 것도 지겹고, 수키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도 지겨웠다. 그 전의 연인인 빌도, 또 지금의 연인인 에릭도 그녀를 늘 위험에 빠뜨렸다. 이것들도 지겹다. 나는 수키가 가진 사랑에 대한 생각과 미움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그녀의 성격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그렇지만 이번 시리즈는 그동안의 시리즈만큼 흥미진진하지도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고 몰입도는 떨어졌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지겹다.

나는 그녀가 많은것들을 감당하지는 않아도 되는 그런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런 남자가 과연 존재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거나 무엇을 말하건 그건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내게 당신을 위해 시체를 묻어 달라고-아니면 시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리 사이에는 안 좋은 과거가 있어요, 빌.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거예요.」
  (p.48) 
 
   

 

마음속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연인이라는 포지션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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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 2011-12-0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저도 그래요. 연인일 필요는 없어요.
연인이 아니어서 좋은 관계가 확실히 있더라고요.
(근데 고영욱은 되고 김현주는 안 된 건, 고영욱이라서 안 된 거고 김현주라서 된 거 같기도 해요ㅠ 저 같아도 고영욱을 사랑하게 되진 않을 거 같거든요=_= 조건 때문에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고영욱은 정말 총체적으로 비호감이라...)

당고 2011-12-06 16: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근데 이걸 쓰고 생각해보니 노력하면 사랑이 깊어지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친구든 연인이든 사물이든 애정을 투여하면 그만큼 애정이 깊어져서 신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최근에 별로 친하지 않은 어떤 친구를 챙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친구에게 마음이 깊어진 나를 발견했어요 ㄷㄷㄷ
그래서 제 결론은...... 노력을 그렇게 해도 안 좋아지는 걸 보면 고영욱이 정말 아니다, 이런 결론에...... 죄송......

다락방 2011-12-06 16:41   좋아요 0 | URL
당고님 저 완전 뿜었어요. 왜냐면 댓글 완전 이해되서요. 그게 그렇더라구요. 김현주는 막 들이대는데도 밉지 않은 스타일이었고(제 기준이겠지만요), 고영욱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하고 심지어 미안해하기도 하는데, 그게 다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조건에서 주는 건 아닌것 같아요. 아니, 조건때문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조건탓인 걸까요? 대체 그는 왜그렇게 비호감인걸까요?

노력하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전 마구 동의할 수는 없는데, '노력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져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할 수도 있다는 건 저도 알고있고, 믿고있어요. 그게 그거..인가 ;;


어떤 사람은 연인이어서 좋고, 어떤 사람은 연인이 아니어서 좋고. 정말 그런것 같아요. 음..정말 그래요.


그나저나 고영욱....에게도 고영욱에게 노력해줄 사람이 따로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박하선은 여기서 계속 고영욱을 '차마 저버리지 못해, 예의상' 만난다고 해도 고영욱에게도 박하선에게도 서로 괴로운 시간들..orz

비로그인 2011-12-0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들 연애사를 들어보면 아빠가 엄마를 줄창 쫓아다니다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요런 줄거리가 많던데 다락방님은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쫓아다니는 건... 노력일까요? 아니면 그 사랑하는 마음이 상대방을 움직인 건가... 확실히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사랑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당사자도 아니기에...

그나저나 확실히 남자와 여자는 다른가봐요. 저는 고영욱이 점점 인간적으로(!) 느껴지던걸요. 감정 이입을 심하게 했나, 동일시를 심하게 했나...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결국 서지석과 박하선이 되어야 해피엔딩인데, 전편의 결말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요즘에 하이킥 못 본지 꽤 됐는데, 보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 2011-12-07 12:59   좋아요 0 | URL
어떤 관계든 시작이 있어야 해요. 누군가 먼저 마음을 줬다든가, 누군가 먼저 고백했다든가 하는, 어쨌든 시작이요. 그게 아빠가 엄마를 줄창 따라다니든 엄마가 아빠를 줄창 따라다니든 뭐든 말이지요. 쫓아다니는 건, 노력이지요.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하고 싶다는 노력. 그런데 상대도 그런 사람을 보며 나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해줘야지, 하는것도 노력일테구요. 그런데 '나도 좋아해줘야지'하는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닌것 같아요. 노력해서 잘 해줄 수도 있고 기쁘게 해줄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닐테구요. 아, 모르겠어요, 사랑이 뭔지는. 어쨌든, 만약 나를 좋아하는 상대를 나도 결국 좋아하게 됐다면, 그건 노력보다는 다른 무엇이 작용한 것 같아요. 노력도 기도도 사랑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러나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한 번 볼거 두 번 보는게 노력일테고, 두 번 보다가 세 번 보게 되면 정이 들기도 할테고 그러다보면 사랑하는데 한결 쉬워지는것도 있을테고. 아 모르겠어요.

저도 하이킥 보고 싶어요. 회사고 뭐고 때려치고 좋아하는 음식 먹고 좋아하는 책 읽고 그리고 하이킥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먹고 사는 걱정 없이 말이죠. (음, 이야기가 우울해졌어요...)

점심 먹었어요? 난 사과까지 먹었어요.
:)

하양물감 2011-12-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는 사람은 10년을 쫓아다녔지만, -늘 같이 다녀서 연애하는줄 알았는데- 그들의 헤어짐은 남자의 결혼때문이었어요.
결국 여자는 쫓아다닌거고, 남자는 그냥 같이 다녀준거라네요. 10년이라는 시간을 각각 다른 생각으로 함께 다녔다는게 끔찍하더라구요. 내 생각에는 10년이면 정으로라도 결혼할줄 알았거든요.

다락방 2011-12-08 12:06   좋아요 0 | URL
10년이라는 시간을 각각 `다른` 생각으로 `함께` 다녔다는게 정말 끔찍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휴, 이제 그 여자분은 방향을 잃고 한동안 휘청거렸을 텐데 어떻게 지낸답니까?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건 분명 유의미한 일이지만,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시간과 비례하여 굳건한 사이가 되게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십년이란 시간, 설사 연애를 했어도 휙, 사라지기도 하더라구요.

하양물감 2011-12-08 12:11   좋아요 0 | URL
이 일도 벌써 7-8년 전의 일이네요. 지금은 각자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둘이 인연이 아니었던거지요.

버벌 2011-12-08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국 그 사람은.... 내가 연인이 아니어서 좋은 걸까요? 치....

다락방 2011-12-08 12:07   좋아요 0 | URL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버벌님. 그냥 거기에 그런 상태로 두고 싶은, 그런 상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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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많이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책이 좋다. 그 생각은 굳이 범세계적일 필요도 없고 아주 생산적일 필요도 없다. 그 생각은 그저 오롯이 나 개인에 집중된 것이기만 해도 되고, 혹은 다른 사람과 다른 환경에 대한 것이어도 된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좋다. 내가 책장을 넘기고 있는 책의 내용이 나를 그저 글자를 읽는 행위만 하게 하는게 아니라 상상하게 하고 꿈꾸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면, 그것들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든 나는 기꺼이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슬프거나 기쁘거나 행복하거나 울거나 짜릿하거나 저릿하거나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노곤해지기도 하고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거나 위안을 얻기도 한다.  

   
 

한 권의 소설이, 한 줄의 말이,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영혼을 구제한다. 다만 두말할 필요 없이 픽션은 늘 현실과 엄격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 픽션은 우리의 실재를 깊게 삼켜버린다. 예를 들어 콘래드의 소설이 우리를 실제로 아프리카의 깊은 정글 속으로 끌고가듯이.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책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 우리 모두는 픽션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현실세계와 마주선 우리 자신을, 아마도 픽션과 힘을 상호교환하는 형태로, 완성해나가야만 한다. (p.235)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집인 『슬픈 외국어』에서도 자신의 글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바 있고, 또 그의 소설 전반에 걸쳐서도 다른 작가의 소설들을 끼워넣곤 했다. 내가 개츠비를, 필립 말로를 사랑하게 된 것은 그의 덕분이고, 프루스트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의 덕분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 좋은글이라고 했을 때, 이 잡문집은 더할나위없이 그런 나의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이 책에 나는 얼마나 많은 밑줄을 그었던가. 그가 자꾸만 말하는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생각을 읽는 것도 짜릿했고, 그가 음악에 대해 말할 때는 내 자신이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하루키는 재즈 연주를 들으면서 그것의 감상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있고, 또 여기에서의 키보드는 어떤 연주자인지, 그 연주만으로도 구분해낼 수 있다. 나는? 나는 뭘 할 수 있지? 나는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고 인상적인 구절들을 잘 기억한다. 이정도는 다들 할 수 있는건가? 내게 더이상 다른 재능은 없나?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건 정말로 즐겁다. 게다가 하루키가 옴진리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몇년전에 지루하게 읽기를 끝마친 『언더그라운드』를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는 그 인터뷰를 '그냥' 한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인터뷰를 하고 그것들을 글로 풀어내면서 거기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문학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하며 그것을 글로 풀어내주는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인간은 마땅히 자유로워야 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사란 그리 간단히 풀리지 않는다. 거기에는 암묵적으로 커다란 사회 규칙이 하나 있었다. '그 차이가 세간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커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다. (p.226) 

 
   

아, 그의 말은 구구절절 옳다. 그의 문장은 전혀 어렵지 않고 그래서 잘 읽힌다-그런데 책 초반에 자꾸만 '비히클(vehicle)'이란 단어가 스펠링 표기도 없이 튀어나오는 게 거슬린다. 왜 '수단'이라고 번역하지 않았을까? 스펠링을 모르면 그 단어의 뜻을 찾아볼 수도 없었을텐데?-. 게다가 유머는 어떤가. 이 잡문집에서도 그의 유머는 빛을 발한다. 

   
 

"흐음 그 뭐냐, 무라카미 군은 인기가 아주 많잖아요. 나한테 찾아오는 아가씨들도 거의 다 무라카미 군 얘기뿐이에요. 다들 나한테 소개시켜달라고 난리라니까. 그렇게 인기가 많으면 부인이 걱정이 많을 텐데. 힘들겠어요."
더없이 친절히 걱정하는 척하며, 장황하게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자기 흉은 모르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생각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한 번도 소개해준 적이 없지 않은가.
(p.349) 

 
   

이 책 속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은, 하루키가 작가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샐린저와 피츠제럴드를 카버와 가즈오 이시구로를. 하아- 정말 미칠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얘기한다. 그걸 읽는 순간은 마치 내가 천국에라도 와있는 것 같았다. 하루키가 언급한 작가중 '그레이스 페일리'에 관심이 생겨서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려고 했더니, 그녀가 생전에 남긴 작품은 총 세권이고 국내에 번역본은 한권도 나와있질 않다. 제발 어떤 출판사라도 좋으니, 그레이스 페일리의 작품을 좀 소개해주세요!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집을 읽다보면 나 역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닌데, 이번에도 그랬다. 하루키는 나를 웃게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내가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글을 계속해서 읽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공감한 많은 문장들 중, 가장 가슴이 시린 문장을 옮겨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세상 이별의 대부분은 그대로 영원한 이별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은 영원히 갈 곳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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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2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 글인데 댓글이 없다. 우와.

다락방 2011-11-24 21:15   좋아요 0 | URL
ㅎㅎ 나 이거 리뷰를 너무 못써서 수치스러워요 ㅠㅠ 고치고 싶은데 못고치겠어서 포기. 수치스러운 이 글도 내 글 ㅠㅠ

blanca 2011-11-2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다락방님이랑 같아요! 저도 그레이스 페일리 폭풍 검색 했는데 번역본이 없더라고요!!! 너무 너무 아쉬웠어요. 맞아요. 하루키 글은 너무 쉬운데 어떻게나 또 깊이가 있는지요. 저도 사실 곱게 읽고 다시 내어 놓으려는 심산이었는데 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제가 가지기로 했잖아요. 댓글이 없는 건 다락방님 리뷰에 전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락방 2011-11-25 16:11   좋아요 0 | URL
저도 밑줄을 너무 많이 긋고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놔가지고 ㅎㅎ 그런 상태로 타부서의 Y 씨에게 빌려줬어요. ㅎㅎ 전 밑줄 많이 긋게 하는 책이 정말 좋아요, 블랑카님.
저는 왜 리뷰를 못쓸까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읽지 말았어야 했나봐요. 잘 쓰고 싶다는 욕망만 강해져서 정작 제대로 된 리뷰가 나오질 못했어요. 하아- 속상해...

이진 2011-11-2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요즘 대세입니다...
하지만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작품을 먼저 읽고 그리고 나서 잡문집을 생각해봐야겠어요 ㅋㅋ

다락방 2011-11-25 16:12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책 먼저 읽어도 충부합니다, 소이진님.
저는 상실의 시대를 가장 먼저 읽긴 했지만 그를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건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이었어요. 그거 읽고 완전 쑝가가지고 하루키를 찾아 읽기 시작했죠. 훗.

비로그인 2011-11-2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갈 곳을 잃어버린 말... 무서운 얘기네요. 어쩌면 영원한 이별보다 더 무서운 얘기일 수도 있겠는데요. 다락방님을 위해서라도 하루키가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좋은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11-11-25 16:12   좋아요 0 | URL
네, 하루키가 오래오래 살아서 좋은 글을 많이 많이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하루키에게는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은일...이지 않을까요?

stillyours 2011-11-25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랑스러운 리뷰인 걸요!
난 오늘 아침 마지막 장을 넘겼는데, 좋군- 하는 기분도 잠시, 마지막 열댓 페이지가 쩍 벌어지며 낱낱이 뜯어졌어요 ㅠ

다락방 2011-11-25 16:13   좋아요 0 | URL
사랑스럽기는 ㅠㅠ 자노아님은 구라쟁이!! ㅠㅠ
저도 마지막 열댓 페이자가 쩍쩍 벌어집디다. 이거 제본 불량인가 왜 이러죠? ㅠㅠ

달사르 2011-11-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읽는군요! 와우~ 저는 이 책 읽고 하루키가 더 좋아지고 있답니다. 역시 하루키야..이러면서 말이죠. 하루키는 참 배려를 잘 하는 사람 같애요. 소설을 써내는 작가로만 그치지 않고, 읽는 독자의 마음까지 배려를 한다고나 할까. 작가와 독자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식한다고나 할까.

ㅎㅎ 저도 하루키가 소개하는 작가들 중 몇 몇을 지금 찾아보는 중입니다. 지금은 빌 크로에게 빠져있는 중. 히힛.

다락방 2011-11-28 17:45   좋아요 0 | URL
맞죠, 하루키 짱이죠? 끝부분에 작가들에 대해 써놓은 글들이 있거든요. 가즈오 이시구로, 피츠제럴드, 카버, 챈들러..아,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얘기해주다니! 이 얼마나 황홀한 순간입니까, 달사르님!

아니 그런데 달사르님, 그동안 뭐하느라 뜸하셨습니까! 자주 자주 좀 들르세요.

Forgettable. 2012-04-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그레이스 페일리를 검색해서 락방님 서재로 들어왔어요 ㅋㅋ

다락방 2012-04-06 13:03   좋아요 0 | URL
어떻게해서든 여기로 오고야 마는군요. ㅋㅋㅋ
 
질리안 마이클스 파워피트니스 30일 - 30일 동안 10kg까지 체중 감량 파워 피트니스 프로그램
질리언 마이클스 출연 / KBS 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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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한 남자와 데이트 중이었는데, 그 남자에게는 이미 애인(혹은 아내)이 있었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바, 우리는 불륜을 진행중인 사람들답게 외진 곳으로 데이트를 하러 갔다. 언덕위의 집이었는지, 산 속 별장이었는지, 어쨌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 남자는 잠시 볼 일이 있다고 자리를 비워 그 쓸쓸하고 적막한 집에는 나 혼자가 되었다. 그 때, 한 젊은 여자 배우가 내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꿈에서는 알았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나고, 그녀는 내가 데이트 하던 남자의 여자이거나 혹은 처제이거나 암튼 그와 관계있는 여자였는데, 그래서 나를 처벌하기 위해 온 것. 그녀는 커다란 스태플러로 내 손과 발을 찍어댔고 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지만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라 내 비명소리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고 나는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뭔가 묵직한걸로-그녀의 다리였는지 망치였는지- 내 허벅지를 강타하기 바로 직전, 한 남자가 그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남자는 역시 꿈에서는 누구인지 알았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고, 어쨌든 나를 구하기 위해 들어온 것인데 나는 이미 죽기 직전, 그녀는 나의 허벅지를 강타하고 나는 그녀가 나를 죽이는 범인임을 알기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비명을 질러 그녀를 범인이라 칭하며 거친욕을 한다. 그 거친욕이 무엇인지는 내 이미지 관리상 말할 수 없고, 다만 수키가 자주 하는 욕임을 밝힌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하면 별거 아닌 꿈인데, 새벽에 꿈을 꾸다 깼을때는 왜그렇게 무서운걸까. 나는 무서워하다가 진정시키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꿈을 꿨다. 

꿈에서는 엄청난 자연재해가 찾아왔다. 태풍이었는지 폭풍이었는지 홍수였는지 뭔지 모를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라졌고 집들도 사라졌다.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집 중에 우리집이 있었는데, 그래서 우리집에는 동네에 집잃고 부모 잃은 아이들 몇몇이 와서 임시로 지내고 있었다. 세상은 어두웠고 사람들이 갈 곳은 없었다. 그런참에 나의 친구인 여자사람1人과 남자사람1人이 연락을 취해왔다. 자신들은 더 나은 살 곳을 찾아 아주 먼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하룻밤만 우리집에서 재워줄 수 있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그러마고 했다. 나는 그 둘을 보는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그들을 우리 집으로 데려갔지만, 방 하나에는 동네 아이들이, 방 하나에는 식구들이, 그리고 방 하나에는 나와 여자사람1人이 자야해서 남은 공간이 부엌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엌에 남자사람1인의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내 방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부엌에 그의 잠자리를 마련해둔게 신경쓰이는 거다. 그래서 다시 나가서 괜찮겠냐고 묻는데, 그는 초라한 속옷을 입고 일어서서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그가 앞으로 먼 곳으로 떠날 것이라는 사실과, 그가 초라한 속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를 우리집 부엌에서 자게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내가 그를 향한 오랜 연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마음으로 애틋하게 그를 쳐다보다가 아련한 마음을 담아 그를 포옹했다. 그는 나를 마주 포옹하며 키스해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의 키스를 받으며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키스를 끝내고 내 귀에 속삭였다. 

내가 오랫동안 꿔 온 꿈이 실현됐네요, 라고. 

내가 당신의 꿈이었다고? 당신은 나의 꿈이었는데? 나는 감격에 겨워 왈칵 울음을 쏟아낼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친구 J 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싶었다. 내가 그의 오랜 꿈이었대요, 라고. 그러나 그 문자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내 감격에 겨워있었던 상황. 그에게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고 싶었고, 그렇게 그의 옆에 나란히 눕고 싶었는데,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안의 아이들과 식구들과 여자사람1人 모두 내가 챙겨야 되는 상황. 나는 그 달콤함만을 간직하며 다시 사람들을 살피다가 잠을 깼다. 

 

『질리안 마이클스 파워피트니스 30일』에는 30일동안 10kg 을 감량할 수 있다고 쓰여져 있고, 그래서 나는 30일동안 한 뒤에 "놀라운 효과에요, 정말로 10kg 을 감량했어요!" 라는 구매자 40자평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제 단 하루를 했을 뿐인데 오바이트가 쏠리고 팔다리가 후달리고, 팔다리에 스태플러가 박히는 꿈을 꿨다. 단 하루만 했을 뿐인데 내 몸은 비명을 질렀고 악몽과 달콤한 꿈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맙소사. 이래가지고 30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30분도 채 안되는 시간을 따라했을 뿐인데 나는 마치 젖은 휴지처럼 널브려저 침대에 내팽개쳐진 기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루, 단 하루였을 뿐인데!!  

그러나 이 DVD를 재생시키고 본인의 뼈가 타는 고통을 감수하며 30일간 따라한다면, 감히 단 하루만 해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데, 정말 10kg 감량은 찾아올 것 같다. 그녀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따라하기를 재촉하며 말한다. 

부상은 안돼요, DVD 를 지금 끄고 싶죠? 자 조금만 더해봐요, 이렇게 따라해봐요, 이 명품 복근을 여러분도 갖고 싶지 않나요? 여기까지 해왔잖아요 조금 더해요, 조심해요 부상은 정말 안돼요, 여러분이 지금 힘들다는 것 알아요, 장시간의 운동과 식이요법은 많이 힘들었죠? 전 여러분의 근육과 심장을 모두 운동시킬거에요.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했고, 그리고 그녀가 시키는대로 부지런히 한다면, 그녀가 보장하는 체중감량과 근육은 내게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이다. 이건 단 하루만 해봐도 안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것은 나의 의지문제가 아니던가. 나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30일간 30분씩 온 몸이 내지르는 비명을 들어가면서 밤이면 악몽과 달콤한 꿈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명품 복근을 만들것이냐, 편안하게 지내고 편안하게 자면서 뚱뚱하게 살아갈 것이냐. 일단, 지금은, 오늘은, 더이상 이 DVD 를 재생하기를 멈추려한다. 며칠 쉬어야 겠다. 그러니까 단 하루 하고 이러는 거, 맞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질리안 마이클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의 의지는 언제나 나를 배반하기 때문에.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요가매트와 덤벨을 가지고 DVD를 재생시키는 순간, 내 근육들은 움직이고 땀방울은 온 몸으로 흘러 옷을 적신다. 그건 의심할 필요가 없다. 정말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그러나 만만치 않다. 

부작용 1. 30분간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에 침대로 돌아가 책을 읽으려고 했더니 책장을 한장도 넘길 수가 없었다. 곧바로 잠이 쏟아졌다. 

부작용 2. 평소보다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아..일어날 수가 없었어. orz 

부작용 3. 식욕이 대박, 밥맛이 꿀맛이다. 아침부터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김치왕만두 하나까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야 말았다(그런데 이건 평소에도 좀 그렇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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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2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22 10:02   좋아요 0 | URL
피트니스 DVD 리뷰 이렇게 잘 쓰는 사람 봤어요, 웬디양님? ㅋㅋㅋㅋㅋ한순간에 후다다다닥 ㅋㅋㅋㅋㅋ

2011-11-2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2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2011-11-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상에. 푸훗.

다락방 2011-11-22 10:22   좋아요 0 | URL
쌍코피가 터질것 같아요, 하루님. ㅜㅜ

버벌 2011-11-2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저 이거 사야할까봐요. 위에 댓글에 이미 락방님이 썼지만.. 휘트니스 비디오에 대해 이리 리뷰를 잘 쓰는 사람은 없을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까 전 그 리뷰에 넘어간,,,움 느껴볼까. 스태플러가 온 몸에 박히는 꿈을.

다락방 2011-11-22 14:27   좋아요 0 | URL
버벌님.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여서 '꾸준히' 이 DVD 대로만 한다면 정말 몸짱이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꾸준히' 해내기가 벅차다는 것. 흑흑.
와 전 지금도 몸이 부서질 것 같아서 집에 가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무스탕 2011-11-2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모든걸 감수하고 별이 다섯개!
30일후,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다락방님의 다른 후기가 올라올지 기대해 볼게요 ^^

다락방 2011-11-22 14:28   좋아요 0 | URL
네. 이건 단 하루 했는데도 성능이 짱이거든요! 물론 몸무게가 줄어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근육들이 다 깨어난 느낌이에요. 제가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조금더 의욕적인 사람이라면 효과를 엄청 볼 것 같아요. 그러나 전 게으르고 게으른 여자사람. 흑흑.
크리스마스 즈음이라....전 연말이라 매일 고기와 술을 마시며 백키로 찍을것 같아요. 흑흑 ㅠㅠ

twoshot 2011-11-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 대박이네요..그런데 이건 평소에도 좀 그렇긴 했다,,,땡스투와 추천을 한방씩 날리고 갑니다~~

다락방 2011-11-22 14:29   좋아요 0 | URL
잊지마세요, 투샷님. 자신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요. 하루만 해봐도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실 거에요.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근육들이 다 깨어났어요. ㅎㅎ
식욕은, 에, 뭐, 늘 그랬으니깐요. ( '')

레와 2011-11-2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

다락방 2011-11-22 14:30   좋아요 0 | URL
난 참...애가 여러모로 짱이야. ㅋㅋㅋㅋㅋ

... 2011-11-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 활용팁에 "초보자는 아니타를 따라하시고 경험이 있으신 분은 나탈리를 따라 하세요" 라고 나와 있어요. 다락방님이 나탈리를 따라 하신게 아닐까요? 아니타를 따라 해야 하는데? ( '')

다락방 2011-11-22 15:4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브론테님. 아니타를 따라했어요. 아니타를 따라하는 것도 완전 죽을듯한 고통을 동반해요. 흑흑.
(게다가 반복해서 질리안이 말해줘요. 초보자는 아니타를 따라하고-이러면서 아니타에게 가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나탈리를 따라하라고-이러면서 나탈리에게 가요. 헷갈릴 수가 없어요. ㅠㅠ)

자하(紫霞) 2011-11-2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에 피트니스 DVD 보고 일주일에 3일 따라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살빼기를 소망하는 아는 동생에게 그걸 빌려줬더니 그날 밤 이런 문자가 오더군요.
진짜야? 이거 사람이 하는 거 맞아?라고...
아~복근 대박 부럽네요!

다락방 2011-11-22 15:47   좋아요 0 | URL
이걸 정말 따라만 한다면!!!!! 복근은 문제 없을듯한데 말입니다.
이건 사람이 하는건 맞긴 맞는것 같은데, 그런데 제가 할 건 아닌것 같아요. 포기의 경지에 이르러서 저는 울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흑흑.

moonnight 2011-11-2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답게 막 사고 싶게 만드시는 리뷰예요!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어디 가서 하는 건 귀찮고, 집에서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러나, 의지박약인 저로서는 열심히 따라할런지 걱정 -_-;;;;;;;;

다락방 2011-11-23 15:38   좋아요 0 | URL
저도 의지박약이라 어제는 또 음식을 폭풍흡입하고 그냥 잤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지만 슬픈...기필코 또다시 따라하리라, 라는 마음은 먹고 있는데 그게 대체 언제가 될지. orz
아직도 등과 엉덩이의 근육이 울고 있어요. ㅜㅜ

sweetrain 2011-11-2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본 피트니스 비디오 리뷰 중에 최고에요!! 저도 갑자기 사고싶어지네요..
이거 샀다가 혹시 나중에 저도 몸에 스테이플러 박히는 꿈 꾸고 제 서재에서 울부짖을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평소에도 식욕이 엄청나 피자 한 판을 앉은 자리에서 먹는데;;
식욕을 얼마나 억제할지가 걱정이에요..;

다락방 2011-11-23 15:39   좋아요 0 | URL
저도 식욕이 대박. 식욕은 억제가 안되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제가 그다지 식욕을 억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는거에요. 전 욕망이란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것을 왜 억제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쪽이라. ( '')
그래서 이 dvd 를 산건데, 어휴, 근육들이 놀라가지고 지금 어쩔줄을 모르네요. 그렇지만 열심히 한다면 정말로 몸의 라인과 근육의 움직임은 달라질것 같아요.

메르헨 2011-11-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다 뒤로하고...얼마전에 이소라디비디 3일하고 멈춤 상태에요. 땀을 비오듯 쏟으며 하다가
내가 이 방안에서 뭔 짓인가 싶더이다.ㅜㅜ그래도 운동은 해야해요.

다락방 2011-11-23 15: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니까 그게 뭐든 역시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헬쓰장을 다니든 조깅을 하든 이런 dvd 를 재생시켜서 따라하든.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사실 뭘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의지라는것이 제게는 통 없는가봐요. orz

이진 2011-11-2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이어트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지요...
저도 조혜련의 태보다이어트 DVD를 근 나흘동안 아주 열심히 하다가
한달넘게 뒹굴뒹굴의 끝을 보이고 있답니다...
살..살이 정말 ㅠㅠㅠ

다락방 2011-11-23 15:41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는 고통이죠. 이렇게 운동해서 땀흘리는 것도 고통이지만 먹을걸 참는 건 더 고통이잖아요. 그래서 전 애초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가한다해도 음식을 안먹는걸로는 아예 생각을 안해요. 먹는 기쁨은 제게 정말 엄청나기 때문에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어요. ㅠㅠ
조혜련 태보다이어트 보고 따라하세요, 소이진님. 저도 질리안 마이클스를 다시 따라해볼랍니다. 불끈!

마노아 2011-11-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뉴스보면서 훌라후프 30분 돌렸어요. 아니타에 비하면 훌라후프는 그야말로 율동이에요. 전 그냥 율동이나 할까봐요..;;;

다락방 2011-11-23 15:42   좋아요 0 | URL
율동도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보잖아요. 그런데 아니타 따라하다가 저는 지금 근육들이 우는통에 미칠지경. ㅎㅎ 그렇지만 오랜만에 근육들이 우는것도 사실 나쁜 기분은 아니에요. 몹시 피곤하지만 살짝 뿌듯하달까. 조만간 또다시 해볼거에요. 전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30일에 10kg 라면 60일엔 20kg 감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