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가 주장하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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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듣는 걸 몹시 싫어하는 나는 학교다닐 때 지각하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는 학급 친구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제 시간에 오고, 해오라는 대로 해오면 아무 말도 듣지 않을 수 있는데, 왜 해오지 않고 저 잔소리를 듣고 있지? 나는 모범생이었고 선생님의 귀여움을 받았고 전체 조회시간에 교단에 나가는 우수한 아이었는데, 그건 우수한 학생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모든걸 하라는대로 잘 해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잔소리를 듣는 게 싫었고 내가 듣는것 만큼이나 학급 친구들이 듣는 것도 싫었다. 누가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하는 상황이 너무 짜증이나서, 그래서 그 애들을 그다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잔소리를 듣는것보다 더, 내가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도 싫어했다. 워낙 무심한 성격이라 잔소리 할 일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이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 어떤 사람들을 보면 참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퍼부어대며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는데, 듣는것보다 하는 게 더 싫었던 나로서는, 나로 하여금 잔소리 하게 만드는 사람과 대체적으로 오래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짜증나니까. 나는 하기 싫으니까. 이렇게 무심한 나조차 성질나게 하다니, 나는 잔소리하면서 살고 싶지 않는데, 잔소리는 나를 굉장히 스트레스 받게 하는건데, 나는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로 하여금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알아서 잘 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하게 됐고, 상대로 하여금 신경쓰이지 않게 알아서 잘 지내주는 사람이 상대를 배려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러다 오랜만에 잔소리를 퍼붓고 싶어지게 만드는 인물을 만났다. 그의 삶에 끼어들어 뭔가 참견하고 싶고 해결하고 싶게 만드는 인물.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페레이라 였다.



페레이라는 오래전에 아내를 잃고 혼자 지내는 남자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혼자 잠든다. 신문의 문화면을 담당하는 기자이며, 그런 그의 삶은 조용하고 단조롭게 흘러갔다. 자신이 속한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정치적으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거기에 깊게 관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자' 쯤이 될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문화면의 수습기자로 '몬테이노 로시'라는 젊은 남자를 고용하게 되고, 그를 알게 되면서 그의 삶은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나는 그 문제가 빠른 시간내에 해결되기를 원한다. 만약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그 문제에 집착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래서 문제에서 허우적대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 답답함이 폭발해버리는데, 그런 경우 잔소리가 나와버린다. '니가 지금 그 문제를 잊을 수 없다면 해결을 해!' 그러나 상대는 좀처럼 해결을 하지 못하고 그 생각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한채 현재를 즐기지도 못한다. 나는 그런 상대와 마주하는 게 싫어 나서서 해결해주며, 이런 방법도 생각 못해내면서 걱정은 왜 하냐고 폭발해 버릴 때가 있곤 하는데, 페레이라를 보면서 자꾸 그런 잔소리를 하고 싶은거다. 그는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듯 보이지만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그 상황에 발을 들여놓기는 무서워서 역시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되뇌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당시의 그 모습이 답답해서 그저 대범해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다. 대범해지는 것이 누군가의 잔소리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런 나조차도 대범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페레이라가 고민하는 상황이 사실 나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내가 더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무릇 인간이란 그런 것이니까. 다른 사람에게서 내 모습을 봤을 때 더 화가나는. 게다가 그는 점점 더 내 화를 불러일으킨다. 제대로 된 기사를 써오지도 못하는 '로시' 에게 개인의 돈으로 원고료를 준다. 원고료 뿐만이 아니라 정부와 맞서 싸우는 로시의 친척의 무리한 요구에도 응한다. 이 때, 내가 옆에 있고 싶었다. 니네 저리가라고, 조용히 사는 사람한테 이러지 말라고, 너희들 상황은 너희들이 해결하라고, 나는 소설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담판을 짓고 싶었다. 나는 내가 번 내 돈을 누군가 노동없이 가로채려는 상황에 무엇보다 화가 나는 부류의 사람이니까.



네, 몬테이루 로시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박사님의 도움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 자시헤 설명해보십시오, 페레이라가 말했다. 그러니까, 몬테이루 로시가 말했다, 제 사촌은 돈이 없어서 만일 호텔에서 선불로 방값을 요구하면 지금으로선 돈을 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아니면 마르타가 책임지던가요, 아무튼 돈을 빌려주십시오. (p.77)



아..빡쳐..



그 순간 페레이라는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페레이라는 양해를 구하며 말했다. 이해해주십시오, 하지만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p.77)



아니, 페레이라, 생각하지 마요! 생각하고 말 게 어디있어, 안된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큰 소리로 말해, 그럴 수 없다고,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그건 잘못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옆에서 침을 튀겨가며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페레이라는 그 돈을 빌려준다. 자신조차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채로.




페레이라는 양초를 끄고 자신에게 물었다. 왜 자신이 이 이야기 속에 끼어들었을까, 왜 몬테이루 로시를 집 안에 들였을까, 왜 마르타에게 전화해서 암호 메시지를 남기겠다고 했을까, 왜 그와 상관없는 일에 휘말렸을까? 왜 마르타는 어개뼈가 닭날개처럼 툭 튀어나올 정도로 말랐을까? 왜 몬테이루 로시는 그를 보살펴줄 부모가 없는 걸까? 왜 자신은 파레드에 갔고 카르도주 박사는 정신의 연합에 대한 이론을 얘기했을까? 페레이라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다. (p.163)



이 책의 절반쯤까지, 나는 답답하고 속이 상해서 이 잔소리 들을만한 친구야, 라고 페레이라의 어깨를 붙들고 흔들어대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절반쯤을 넘어가면서부터, 그렇게 행동하는 것, 로시를 돕고 그들의 삶, 그들이 하고자 하는 행위에 끼어드는 것, 그것이 페레이라의 강한 자아가 원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변해갔지만, 그건 그 자신이 원한 길이었다. 그의 자아는 그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처음엔 도망치려했고,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했고, 자신이 왜그러는지조차 영문을 알지 못했지만, 위 인용문에서처럼, 그 고민은 그들에 대한 것으로 넘어간다. 자신이 왜 그랬을까 부터 시작해 그들에 대한 안위로까지. 이런 의문과 갈등속에 그는 요양원에서 의사인 카르도주 박사를 만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내가 왜이럴까요? 



사실 의심이 생겼습니다, 그 두 젊은이의 생각이 옳은 게 아닐까요? 그 경우 그들의 생각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카르도주 박사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박사님이 아니라 역사가 말해줄 사실입니다, 페레이라 박사님, 네, 페레이라가 말했다, 하지만 만일 그들의 생각이 옳다면 내 삶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코임브라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문학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 믿어온 내 신념이 아무 의미 없어질지 모릅니다,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없고 19세기 프랑스 단편들만 소개해야 하는 이 석간신문의 문화면을 담당한 일이 의미 없어지는 겁니다, 더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회개할 필요를 느낍니다, 마치 내가 그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해온 페레이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고 뭔가를 부정해야 한다는 듯이 말입니다. (pp.108-109)



그러자 카르도주 박사는 '정신들의 연합' 에 대해 페레이라에게 말해준다. 나는 이 부분에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좀 길지만 옮겨보겠다. 



'무수히 많은 자아'의 복합체에서 분리되어 자기 자신을 이루는 '하나의 자아'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정신을 주장하는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순진한 환상입니다, 리보와 자네는 인격을 다양한 정신의 연합으로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는 다양한 정신, 그러니까 지배적인 자아의 통제 아래 있는 정신드의 연합이 있기 때문입니다, 카르도주 박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계속했다, 규범이니 우리의 존재니 정상성이니 하는 것은 단지 결과일 뿐 전제가 아닙니다, 우리 정신들의 연합에서 명령을 내리는 지배적인 자아의 통제에 좌지우지되는 것입니다, 더 강하고 힘센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는 경우에 그 자아는 주도권을 잡고 있던 자아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서 정신의 집단 다시 말해 정신의 연합을 지배하게 되죠, 직접적인 공격으로든 끈질긴 침식으로든 또 다른 지배적 자아가 나타나 쫓겨날 때까지 그 주도권은 유지됩니다, 페레이라 박사님, 카르도주 박사가 결론을 내렸다, 아마 끈질기게 야금야금 침식해서 박사님의 정신의 연합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지배적인 자아가 있을 겁니다, 박사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단지 그대그때 그것에 순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르도주 박사는 과일 샐러드를 마저 먹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그럼 난 뭘 해야 합니까? 페레이라가 물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카르도주 박사가 대답했다, 기다릴밖에요, 천천히 침식을 일으킨 후에, 문학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 믿으면서 신문사에서 범죄 기사를 쓰며 이 모든 세월을 보낸 후에, 박사님의 정신의 연합을 주도 하고 있는 하나의 지배적 자아가 있을 겁니다, 박사님은 그 자아가 표면에 나타나게 내버려두시면 됩니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박사님 자신과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겁니다, 박사님께서 자신의 삶을 회개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사제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페레이라 박사님, 결국 그 젊은이들 생각이 옳고 지금까지의 당신 삶이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렇게 생각 하십시오, 하지만 아마 앞으로는 박사님 삶이 쓸데없다고 생각되진 않으실 겁니다, 박사님의 새로운 지배적 자아가 이끄는 대로 놔두십시오, 그리고 설탕을 가득 넣은 레모네이드와 음식으로 박사님의 고통을 보상받지 마세요. (pp.109-110)




페레이라가 그 즈음, 나를 친구로 둔 게 아니라 카르도주 박사를 만난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행운이었다. 만약 나를 친구로 두었다면, 나는 저런 이론으로 그를 위로하고 힘을 주기 보다는,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기 보다는, 엉뚱한 잔소리들로 그와 등을 돌리게 됐겠지.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멘토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고, 멘토라는 말 자체에는 회의적이지만, 내 삶의 어느 순간, 중요한 시점에, 누군가가 그 자리에 있는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페레이라는 그 때, 자신의 삶에 의심이 들고 확신을 얻지 못했던 그 순간에, 카르도주 박사를 만났다. 로시를 만난것도 그리고 카르도주를 만난것도, 그의 인생에 있어서, 그러니까 그의 다른 강한 자아가 발현될 시점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으며 있어야 할 일이었다. 내가 내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내 앞에 나타나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다.




자, 페레이라는 위험속에 발을 담갔고, 읽는 나는 그의 친구가 되었다가 독자가 되었다가 하면서 초조해진다. 당신은 이제 위험에 빠졌어, 더 큰 위험이 당신을 기다릴지도 몰라, 어쩔테야,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마지막, 두려움과 초조함은 극에 달하고 그리고 아주 힘차게 그를 응원한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페레이라에게 사과한다. 잔소리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미안해요, 내 성격이 급했어요. 페레이라, 당신이 나보다 낫습니다, 월등히 나아요. 결국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강하게 발현된 당신의 자아는, 나의 그것보다 뛰어났습니다. 잔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였어요. 당신이 갈등하는데는, 당신 자아들이 내부에서 분열했기 때문이었어요, 나는 미처 그걸 보지 못했네요, 어쩌면 나야말로 그간 너무 성급한 판단으로 잘못된 행동들을 하며 살았던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과합니다, 그리고 당신 남은 생에 건투를 빕니다. 무사하세요.




그리고 작품 해설로 넘어가서, 나는 이런 단락과 마주친다.




『페레이라가 주장하다』가 출간된 1994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전후 최초의 우파 연정을 출범시키면서 총리에 오른 해이기도 하다. 베를루스코니는 여러 언론사와 민영방송, 영화사를 소유한 언론재벌로 각종 매스컴을 동원해 국민들의 귀와 입을 막고 불법정치자금 운영, 탈세, 뇌물수수, 마피아와의 결탁 등을 숨겼다. 타부키는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을 '민주주의의 비상 상황' 이라고 정의하며 직접 광장에 나가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타부키는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언론 검열과 각종 부정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페레이라가 살라자르 정권의 탄압과 폭력을 고발하며 당당히 일어섰듯이 이탈리아 지식인들도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정치 부정을 고발하고 현 상황을 타개할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작품해설, p.200)



타부키는 자신의 주장을 이 책으로 실현했다. 페레이라를 통해서. 페레이라가 로시를 만나던 그 당시, 그 즈음의 포르투갈 상황은 이탈리아의 1994년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알렌테주에서 사회주의자 짐마차꾼이 자신의 마차에서 학살당했고 거기 실려 있던 멜론에 온통 피가 튀었다는 그런 소식을 누가 감히 전할 용기가 나겠는가? 누구도 없다. 왜냐하면 나라 전체가 침묵했고, 침묵하는 것 이외에 달리 어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죽어갔고 경찰은 학살을 자행했다. 페레이라는 다시 죽음을 생각하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는 죽음의 악취가 진동한다고, 아니 유럽 전체가 죽음의 악취를 풍긴다고 생각했다. (p.14)



조간신문을 가져갈 수도 있겠지만 포르투갈 신문들이 웨이터가 언급했던 사건을 보도했을지는 의문이었다. 단순히 소문만 돌 터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것이다. 소식을 알자면 카페에서 물어보거나 사람들이 나누는 잡담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현재 소식으르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니면 오루 거리에서 파는 외국 신문을 사면 됐다. 그러나 외국 신문들은 사나흘 늦게 도착하므로 찾아봤자 소용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한테 묻는 것이었다. (p.51)




나는 이 책을 신형철 덕분에 읽게 되었다. 신형철이 이미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1938년의 포르투갈, 1994년의 이탈리아, 2012년의 대한민국 사이에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한 전직 국회의원을 감옥에 처넣는 나라에 살고 있다. ( -한겨레 21 제894호, 2012.01.16, 신형철의 문학사용법 p.88) 




내가 가진 책은 2011년 12월 23일에 발행된 초판인데, 책날개의 작가 설명의 마지막엔 이렇게 써있다.



타부키는 2011년 발표한 소설 『작은 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타부키의 작품은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으며 현재 그는 시에나 대학에서 포르투칼어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책날개 작가소개 中)


그러나 2012년 3월, 경향신문은 그의 타계소식을 전했다.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
이탈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맹렬한 비판가였던 안토니오 타부키가 25일 타계했다. 향년 68세. <페레이라가 주장하다>이 대표작이다.
 (출처:경향신문 03월 27일자 )



앞으로 나올  타부키의 책들에서 저자소개는 안타깝게도 수정되어야 하겠지만, 그의 작품은 남아 언론의 자유에 대해 계속 부르짖을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좋은 책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덧. 이 리뷰의 제목은 이 책의 77페이지, '나는 어느 누구의 동지도 아닙니다, 나는 혼자 살고 있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합니다, 내 유일한 동지는 나 자신이죠' 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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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1-1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잔소리꾼...! ㅋㅋㅋㅋ 간만에 즐거운 리뷰네요. 이미 다 읽어버린 기분이라 읽을 것 같진 않지만... 전 요즘 라스꼴라니프인가.. 암튼 죄와벌 주인공에게 잔소리를 엄청 퍼붓고 싶은 심정이라 ㅠㅠ 하권 읽는데 아직도 이름 못외움ㅋ

다락방 2014-01-17 09:52   좋아요 0 | URL
아오..밥도 먹고 샌드위치도 먹고 배터져서 쓴건데도 너무 흥분해서 써서 그런지 기빨리는 느낌이네요. 초콜렛좀 먹어야겠어요. (읭?)

<죄와벌>은 이십대 중반, 연애하던중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훅- 빨려들어가서 읽었더랬죠. 그거랑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 <죄와벌>은 언젠가 다시 읽어보고싶어요. 라스꼴리니코프, 아녔나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1-17 09:53   좋아요 0 | URL
응? 책상 위에 육표가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4-01-17 10: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맥주는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책상위에 육포 ㅋㅋㅋㅋㅋㅋ
이래놓고 점심 또 맛있게 드시려규 ㅋㅋ

다락방 2014-01-17 14:11   좋아요 0 | URL
육포까지 먹고 배부른데 거기다대고 또 점심을 먹느라 힘들었네요. 그래서 소박하게 된장찌개 먹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육포는 동료가 준거라우. 좋은 동료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1-17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1-17 14:11   좋아요 0 | URL
므흐흐흣 고맙습니다!!

레와 2014-01-1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중해서 읽었어요. 잘 읽었어요! 다락방~ ^^

다락방 2014-01-17 14:11   좋아요 0 | URL
잘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레와님~

아무개 2014-01-1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이렇게 마구마구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을 요새 만나질 못하고 있네요.
목로주점도 좋긴 했는데 연작소설이라 그런지 그것만으론 작가가 의도하는걸 다 느끼긴 힘든거 같아요.

2.'나의 자아는 이것!'이라고 규정짓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거 같긴해요.
살면서 여러모로 참 많이 변한 나를 나도 느끼니까요.

3.전 잔소리 듣는건 엄청 싫어하지만 잔소리를 꽤 많이 하는 편이에요.
대놓고 못하면 혼잣말이라도 꼭 하고야 만다는....왜그런지 거참... ㅜ..ㅜ

4.배고픈데....배 마이 고픈데...첨부된 사진 이런거 시르다~


다락방 2014-01-17 14:13   좋아요 0 | URL
1. 밑줄을 어찌나 많이 그었는지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습니다.

2. 규정지었다가 다른 자아가 다시 스며들기 때문에 내 자신조차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해 갈등하는 순간들을 번번이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아무개님 주변엔 잔소리 들을만큼 아무개님과 성격적으로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거 아닐까요? 전 현재 곁에 두는 사람들은 나무랄 데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4. 배부른 상황이었는데 또 가서 배부르게 먹고 들어왔습니다. 전 미련한 돼지에요 ㅜㅜ

비로그인 2014-01-1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매일 아침 로얄제리를 챙겨먹느라 커피를 끊었더니 ㅠㅠ 자꾸 상상해보고 있어요 이 오래된 지도빛깔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하는

다락방 2014-01-17 14:14   좋아요 0 | URL
로얄제리..최근에 어디서 봤더라...아! 로맹 가리 <여자의 빛>에서 로얄 제리가 언급됐었는데요. 여자한테 좋다던데 ㅎㅎㅎㅎ 요즘 그걸 드시는군요!

그런데 아른님, 페이퍼는요? 응?

비로그인 2014-01-17 20:36   좋아요 0 | URL
요즘 너무 발암사회라 소박하게나마 세포재생을 꿈꾸고 있어요 @.@

음...뭔가 다락방님을 애태우게 하고 싶.....먼 산.......

2014-01-18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20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1-2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잔소리이론'을 큭큭대며 읽다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 1번째 다짐,
인용해주신 긴 글, '지배적 자아'에 대한 문단을 읽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 2번째 다짐,
신형철님의 추천글을 읽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 3번째 다짐,
샌드위치, 이름도 모르겠는 저 맛있어 보이는 (파스쿠찌예요?) 샌드위치 보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 4번째 다짐,
댓글에서 책상 위 육포 얘기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 5번째 다짐...

나는 어째요?

다락방 2014-01-20 18:46   좋아요 0 | URL
아직 안드셔보셨다면 샌드위치는 투썸을 추천해드립니다. 토마토모짜렐라치즈 샌드위치는 저의 패이버릿 입니다. 사랑합니다, 투썸의 저 샌드위치를. 그 다음은 스벅의 토마토루꼴라 샌드위치고요. 아하하하.

육포는 뜯자마자 다먹었어요. 작은것 한 봉지라서..

어쩌긴 뭘 어쩝니까, 단발머리님. 읽으셔야지요. 신형철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하하.

그렇게혜윰 2014-02-1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1등 축하드려요! 얼른 확인해보시어요! 발렌타인데이에 달콤하기도하지요?^^

다락방 2014-02-17 09:34   좋아요 0 | URL
오, 그렇게혜유님 덕에 당선 소식 확인했네요. 고맙습니다. 아우, 100권 어디에 두죠? 하하하하하. 고맙습니다!!
 
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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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것이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라는 고발장이 학교에 도착한다. 그 고발장은 그 학교의 유명한 불량학생 세 명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1,2권은 떨어져 죽은 학생과 고발장을 보낸 학생, 그리고 불량학생과 그 외 다른 학생들의 각자의 고독 혹은 아픔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이 책의 3권에서는 그 사건의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학생들이 재판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나는 여전히 중학생들이 이렇게 재판을 '잘'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재판 자체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잘 해내다니, 이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회의적이랄까. 이것은 작가의 무리수가 아닐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라면 좀 지나친 소설적 장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반드시 이 장치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치를 통해서, 다시 말해 이 재판을 통해서야 비로소 속으로만 곪았던 아이들의 각자의 심정을 토로해낼 수 있게 되니까. 재판은, 그들에게 증인 혹은 피고인등의 역할을 부여하면서 그들의 심정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롭고 고독한 그들이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들에게 질문을 하고 또 답함으로써, 그렇게 바깥으로 끄집어낸다. 이 재판의 목적은 애초부터 '잘잘못을 가려내 나쁜놈을 벌 주자' 가 아니었던만큼,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했던 것인 만큼, 우린 모두 각자의 사정 혹은 제 몫의 진실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이 하나하나 모두에게 알려지면서 이 재판은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3권에서는 눈물이 마를 시간이 없었다. 출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도 내리기 직전까지 눈물이 자꾸 나서 코를 훌쩍였다. 그제서야 나는 미미여사가 대단한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래야만 했구나, 이래야만 했어. 이렇게 해야만 그들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어. 이것은 지나친 장치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그래야만' 하는 장치가 되었구나. 재판을 함으로써 이 책은, 할 말을 하게 되고 가야할 곳을 가게 되고 봐야할 것을 본다. 그리고 책 속의 모든 인물들과 나는 모두 들어야 할 것을 듣게 된다.



"결국 자살방지 특효약이란 건 없는 거네."
눈에 깃들었던 분노의 빛을 지우고 야마노 가나메가 중얼거렸다. "음악가의 세계에도 비극은 무척 많아. 예술은 어떤 사람은 구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궁지에 몰아넣으니까." (p.630)


나를 구원해준 방법이 다른 사람도 반드시 구원해준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내 방식의 문제 해결이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자신안의 깊숙한 곳에 숨겨둔 고독과 외로움을 바깥으로 끄집어내어 털어놓고자 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그것을 털어놓았을 때 외려 나로부터 더 멀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말할 수 없게 된다. 


나라면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도망쳤을지 모른다. 저 간바라 가즈히코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나 하며 겁을 집어먹었을지 모른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멀어졌을지 모른다. (p.571)


나는 언제나 죄책감에 약해진다. 죄책감이 인간을 인간이게 해주는 마지막 보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죄책감이란 게 있기 때문에 인간은 다시 또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고 남을 도울 수 있게도 된다. 그러나 그것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강력한 것이라서 한 번 자리잡은 이상 도저히 자리를 떠날 생각을 않는다. 이 책에서도 중학생이 세상을 떠났고, 그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그 마음들중 누군가의 것에 죄책감은 가서 박힌다. 그 죄책감은 그들을 후회로 이끌고 사슬이 된다. 이 책에서의 재판이 미처 말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발언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면, 거기엔 외로움과 고독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과 더불어 죄책감을 드러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죄책감, 그것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학생들은 '친구가 되어' 재판에 열중한다.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이 책을 읽었지만, 그렇다해도 나는 여전히 이 재판이 '현실성'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지금 여기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해서 중학생들이 재판을 한다면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잘해낼 수 있을까? 공정한 판결이 나올까? 아니 판결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설 수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털어낼 수 있다는 건 '소설이기에' 가능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재판이 혹여라도 열린다면, 이 재판에 참여한 사람들과 방청인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만 우울하고 나만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비로소 주변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될 거라고. 혹여 우울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사람이었다면 세상에 나같은 사람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현실에서의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신의 자식이 이런 재판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랄테고, 또 학생들 스스로도 그러려고 하지 않겠지만, 분명 참가하는 사람들중의 일부는 성장할 것이다. 어제와는 다른 내가 또 오늘과는 다른 내가 미래에 되어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을 하기 위해 재판을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 재판에서 누군가의 말을 들으려고 한다면 그렇게 듣게 된다면, 전과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조금 더 쉬워지지 않을까.



그 녀석은 악마다. 나는 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그런 인간이 있다. 남들과 공존하지 못하는. 항상 자신이 특별한 존재여야 직성이 풀리는. (p.635)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특별하길 원한다. 가끔은 특별하다는 착각도 하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되면 좌절감과 절망감에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하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다, 자기 자신에게는.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특별한 인간이 아닌 것 같아 좀 더 깊은 고독속으로 침잠하게 될 때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결국 미미 여사가 하고 싶었던 말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내가 태어난 의미를 찾는 건 나 자신이다. '시시한 인간'인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찾아낼 것이다. (p.638)



그러나 내가 나 자신에게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임을 아무리 인식시키려고 해도 부족할 때가 가끔은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잊을 때, 그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은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해 우리가 절망하고 외토리가 되어버리고 마니까. 그래서 이 책속에서 가전제품점 아저씨의 괜찮냐는 말 한마디가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물어주면 좋을텐데, 괜찮냐고, 정말 괜찮은거냐고, 그렇게 한 번 더 보아주고 물어주었다면,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덜 고독하고 덜 외롭고 죄책감도 줄어들 수 있을텐데.


"너, 괜찮겠니?"
고바야시 슈조가 질문을 던진 '너'는 후지노 검사가 아니었다.
"정말 괜찮겠어? 응?" (p.536)



<모방범>, <마술은 속삭인다>, <낙원>, <이유>, <화차>, <눈의 아이>, <스텝파더 스텝>, <이름 없는 독>, <스나크 사냥>, <지하도의 비> 까지, 내가 그간 읽어온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꼽아보니 몇 권 되는데, 이 책, <솔로몬의 위증> 1,2 권을 읽으면서 이 책들중 어딘가에 끼어도 억울하지 않을 그동안의 미미여사의 책들과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 <솔로몬의 위증> 3 권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바뀌었다. 그간 내가 읽어온 미미여사의 책 중에 이 책이 최고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내 귀로 정확히 들어왔고 그리고 정확하게 마음에 스몄다. 가장 많이 내 마음을 움직였고 가장 많이 울었다. 등장인물들의 그 마음들에 공감하는 내 자신이 미울 정도로 나는 그들이 되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책 속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해줘서. 그들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해줘서.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바였으니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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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 2014-01-1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이거 제 일정상 읽는 데 좀 걸렸는데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보고 재밌어서 본가에 가져다 드렸더니 엄마가 이런 걸 좀 써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1-15 17:17   좋아요 0 | URL
오, 어머님이 이걸 다 읽으셨어요? 멋져 ♡.♡

1,2권까지는 무섭고 좋고 그랬는데 3권에서 아주 그냥 사람을 훅 빨아들이네요.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야, 라고 말이지요. ㅎㅎ

유부만두 2014-01-1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전 1, 2권을 읽고 나서 3권은 포기했어요.... 3권 출간이 늦은 탓도 있지만 2권에서 이야기를 너무 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아, 어쩌나...

다락방 2014-01-15 17:17   좋아요 0 | URL
아니, 어떻게 포기할 수가 있죠? ㅎㅎㅎㅎ 저는 3권이 너무 궁금했는데요. 그리고 읽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로요. 유부만두님, 3권 도전하세요!

얼음장수 2014-01-1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바빠서 못 읽던 차에
누나한테 빌려준 책이네요.
어서 받아서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14-01-16 08:47   좋아요 0 | URL
저는 사놓고 남동생이 먼저 읽었어요. 남동생은 <모방범>이 더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이 책이 훨씬 더 좋았어요. 책장은 모방범이 더 빨리 넘어갔던 것 같긴 하지만.. ㅎㅎ

어서 읽으세요. 그나저나 잘 지내고 계신겁니까?!
 
모든 삶이 기적이다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연애란 언제나 1프로쯤 부족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에이포 용지에 가득 채울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게 아닌 이상, 상대가 내게 '완벽할'리 없으니까. 설사 에이포 용지에 가득 찬 그 사람이 바로 나타난다 해도,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치명적인 단점 혹은 약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연애란 게 완벽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무엇인가는 포기해야 하는 것, 그나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꼭 지켜줘야 하는것들을 지켜주는 상대라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포기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연애라고 생각해왔다. 뜨거운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꼭 맞는 상대가 나타나면, 그 사람에겐 언제나 불안한 마음도 동시에 생겼다. 이 뜨거운 열정을 그가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열정 대신 안정감을 선택하면 그건 그것대로 지루했다. 격하게 뛰는 가슴을 느끼고 싶은데. 그래서 그 둘을 저울질 해보니 불안함이 더 큰 걸 견디지 못하겠기에, 나는 늘, 약간은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상대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게 지나치리만큼 잘해주고 한없이 다정하다. 내가 싫다고 하는 걸 듣고 외우고 그대로 실천해주고자 한다.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한 매너와 예의, 다정함을 갖추고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 부족함을 채워줄 다른 사람을 다른 식의 포지션으로 여기저기에 놓아두어야 했다. 연애에 있어서 나는 만족할 줄도 몰랐고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했으며 다만, 이렇게 일프로쯤 부족한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이 책을 읽게 됐고, 처음부터 이런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는 내가 꼭 끌어안아도 절대 깨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침대에서 나오려고 할 때만 깨어난다. 그는 나의 육체와 나의 불면증, 나의 악몽에 익숙하다. (p.11)



이사벨 아옌데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익숙한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연애란 건, 상대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인거라고, 부족하다 넘치다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인 거라고 익숙해지는 바로 그 과정. 나는 그 과정들을 받아들이기에 훈련이 덜 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지기 보다는, 혹여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구속하지나 않을까, 그게 두려웠다. 나를 잡으려고 하면 절대 가만있지 않겠어, 내 안에는 언제나 날카로운 송곳이 여러개쯤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이사벨 아옌데는, 이런 나에게 또 말했다.



격정적인 열정보다 매일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우리를 더욱 단결시킨다. (p.12)



반복되는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은 무엇보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질려간다면, 그건 얼마 안되 무너지고 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지칠거야, 난 끊임없이 다른 곳을 보겠지. 그는 내가 원하는 걸 전부 채워줄 수는 없어, 난 얼마 되지 않아 그로부터 돌아설테니,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함께 하지 않아야 해. 나는 언제나 돌아서는 것을 생각했다. 언제쯤 이별을 말할까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사벨 아옌데는 반복적인 일상이 우리를 더욱 '단결' 시킨다고 말했다. 맙소사. 단결이라니! 난 왜 단결에 대해서는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단결은 식구들이랑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가족들과 단결할 수 있는것도 일상을 오랜시간 반복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반복되는 일상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이 연인으로부터 단결을 부를 수도 있겠구나. 그 단결은 열정보다는 익숙해짐이 불러오는 것일테고. 책을 펼치자마자 이토록 파고드는 글이라니. 



이사벨 아옌데는 딸을 잃었다. 딸의 죽음을 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한 데 모아 부족을 이루며 살고자 하는 그녀의 꿈이 내게는 좀 지나치게 보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막강한 힘을 가질 수도 있는거란 생각이 들었다. 손녀 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병실에 가득찰 수 있다니, 그 누구도 아픈 환자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상으로 단결하고, 그 단결을 좀 더 단단히 하고자 부족을 이루며 살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자식 그리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상을 보내면서, 그녀는 틈틈이, 당연하게도 죽은 딸을 떠올린다. 죽은 딸에게,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말해준다. 레즈비언을 경멸했다가 레즈비언이 되어버린 며느리를, 남편에게 맞고 살던 친구를, 마약 중독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남편의 손녀를, 그리고 죽은 딸의 남편에 대한 일까지도. 그들 모두는 거친 인생을 헤쳐나가며 각자 나름의 위치에서 힘들어하는 과정들을 겪었고, 이사벨 아옌데는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며 언제나 그 중심에서 그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엄청난 사랑에서 나온 행위는 때때로 지나친 간섭을 불러 오기도 하고, 싸움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점을 보고 그 점에 대해 맹신하는 것이, 한 사람은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내 함께 사는 것만이 세상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나와는 좀 생각하는 게 다르다고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자꾸만 사람들에게 짝을 찾아주려고 엄청나게 애를 쓴다-, 그녀는 이 한 권의 책에서 몇 번이나 코끝을 찡하게 만들고, 



두려움은 어절 수 없었다.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으로 인해 온몸이 마비되는 것은 허락할 수 없었다. 네가 죽은 이후 나는 그 어느 것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니면 어딘가에 글로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파울라,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까 봐 두렵고 그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두렵고 늙어서 망가져 가는 게 두렵고 날로 증가하는 이 세상의 빈곤과 폭력, 그리고 부패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네가 없다는 슬픔을 견뎌 내며 그 슬픔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너의 부재와, 내가 살면서 잃은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달콤한 추억이 되어 가는구나. (p.153)



그리고 그 횟수만큼 피식- 웃게도 만든다. 




"오늘은 너무나도 불행한 날이에요!" 안드레아가 훌쩍이며 나에게 말했다.

"안드레아, 하루 종일 좋았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니?"

"아니요, 있었어요. 한 여자아이가 넘어져 이가 부러졌어요."

"하지만 맙소사, 안드레아, 그게 왜 좋은 거니?"

"내가 아니니까요." (p.128)



하하하하. 안드레아는 그녀를 꼭 닮은 손녀임에 틀림없다.



키 1미터 50센티미터는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쉽게 줍고 미니스커트가 유행할 때 아버지 넥타이 네 개로 치마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아무런 장점도 없다. (p.359)



"무슨 일을 하십니까?" 그가 대화를 시작하려는 듯 내게 물었다. (중략)

"소설가 입니다."

"우와! 아주 흥미롭군요! 나도 정년 퇴임하면 소설을 쓸 생각입니다."

"정말요? 그러면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신데요?"

"치과 의사입니다." 그가 내게 자기 명함을 건넸다.

"나는 정년 퇴임하면 어금니를 뽑을 생각입니다." 내가 그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코끝이 찡하게 한만큼에 피식 웃게 한만큼을 더해서, 반복되는 일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이 좋을지도 보여준다. 그녀가 강제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생각과 또 그녀가 주변 사람들(하다못해 어린 손주들까지도!)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레한드로, 너를 슬프게 하는 건 뭐니?" 내가 물었다.

"안드레아하고 싸우는 거요. 하지만 전 우리 관계를 개선해 보기로 했고, 꼭 그렇게 할 거예요. 각자 자기 고통에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그건 늘 진실은 아닌 것 같구나. 난 파울라의 죽음에 대해 책임질 수 없고 로리 역시 자신의 불임에 대해 책임질 수 없어." 내가 반박했다.

"어떤 고통은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고통에 대한 반응만큼은 우리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요. 위예 할아버지한테는 제이슨이 있어요. 할머니는 파울라 고모가 죽고 나서 재단을 만들어 우리 기억 속에 고모의 생상한 모습이 영원히 남아 있도록 해 주셨고요. 그리고 로리는, 친자식을 가질 순 없지만 우리 셋이 있잖아요." (pp.433-434)






이사벨 아옌데는 칠레의 전(前)대통령인 '살바도르 아옌데'의 조카이다. 그녀는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인해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가게 되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있을 즈음, 신문에서는 '미첼 바첼레트'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기사를 읽다가 칠레의 정권의 역사가 우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이사벨 아옌데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었는데, 이사벨 아옌데를 알고 나니 칠레의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유독 눈에 띄고, 그렇게 그 기사를 읽고났는데 이 책의 뒷부분에서도 미첼 바첼레트에 대한 언급이 된다. 이사벨 아옌데의 망명과 미첼 바첼레트의 대통령당선에 대한 소식과는 별개로 하나의 책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맞물려 연결지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더 깊은 독서로 이어지고 그 독서가 다시 신문 기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가 보호하고 지켜야할 대상이 있다는 뜻이다. 그건, 내게 약점이 있는 것임을 의미한다.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렵고 소중한 사람이 다칠까 두렵다. 하지 않아도 좋을 걱정으로 잠자리에서 뒤척이기도 수차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이런 걱정들과 염려로 일상을 보내고 있을텐데, 그들중 누군가가 지나친 걱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불행을 이성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해도, 어떻게 마냥 화를 내고 싸울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런 서로에게 또다시 익숙해지며 대화를 해야할 것이고, 너무 사랑하는 마음을 다스려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방법도 배워야 할 것이다. 이사벨 아옌데가 깨달은 것도 결국 그것이다.



그제야 우리는 서로를 정면으로 공격했고 결국 문명화된 합의에 이르렀다. 그는 내 삶에서 좀 더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나는 그의 삶에서 좀 더 부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p.225)



그녀는 죽은 딸 파울라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영혼을 느낀다. 그녀가 느낀다면, 그녀가 느끼는 것이 맞다.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역시 기적일 것이다.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면, 그건 운명일 것이다. 내게 일어나는 일, 그것을 내가 무어라 부르든, 그것은 내가 부르는 그대로가 맞다. 내 삶에 기적이 찾아든다면, 그 기적이 내게 오도록 내가 만들었고, 이것이 내 운명이라 생각이 든다면, 이것이 운명이 되도록 매순간 내가 결정한 일이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보낸 세월들이 모두 합쳐지면, 그게 우리의 운명이 된다. (p.471)




이즈음은, 내가 이 책을 읽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고, 결국 이 타이밍은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일상에 또 하나의 기쁨과 슬픔을 보태주었다. 이 역시 내 선택이었다.




갑작스럽게 노화가 진행된 일다 할머니의 말년은 우리가 아닌 딸이 맡아 돌봤다. 의사들은 그녀가 담배를 오래 피워 거듭 폐렴에 걸리면서 노화가 심각해졌다고 했다. 그 후 점점 할머니에게서는 살아왔던 삶이 잊히기 시작했다. 일디타는 자기 어머니의 마지막 단계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거라고 이해하고, 두 살짜리 어린아이에게 인내심을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여든 살 노인에게 그 인내심을 아낄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일디타는 어머니가 목욕하고, 식사하고, 비타민을 복용하고, 침대로 자러 갈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봤다. 일디타는 계속되는 똑같은 질문에 열 번을 똑같이 대답했고, 노인네가 무의미한 얘기를 막 끝낸 다음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몇 번이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듣는 척해 줘야 했다.(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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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3-12-2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3-12-26 08:28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크리스마스 잘 보냈어요? 전 <변호인>보고 눈물만 줄줄 흘렸네요 ㅠㅠ

단발머리 2013-12-24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햐~~~ 좋아요.
역시 크리스마스엔 다락방님 리뷰를 읽어야돼!!!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3-12-26 08:29   좋아요 0 | URL
우앙 단발머리님이 좋아해주셔서 제가 다 좋으네요. 히히.
크리스마스 잘 보냈어요? 벌써 지나버렸다니, 이제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니...흑흑. 아쉬워요. ㅜㅜ

달팽이 2013-12-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벨 아옌데의 운명의 딸 읽어보세요. 좋아하실거예요.^^

다락방 2013-12-26 08:29   좋아요 0 | URL
저는 영혼의 집을 한 번 읽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운명의 딸이 더 나을까요? 흐음.

레와 2013-12-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보낸 세월들이 모두 합쳐지면, 그게 우리의 운명이 된다."


이 문장 참 좋군요..

다락방 2013-12-26 11:40   좋아요 0 | URL
좋지요? 이 에세이가 참 좋았어요. 에세이는 이렇게 써야하는구나, 라는 깨달음도 동시에 얻었답니다.

주태백 2013-12-3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도 되나요? 출처는 확실히 밝혀두겠습니다.!!

다락방 2013-12-30 08:15   좋아요 0 | URL
옙! 아침 일찍부터 오셨네요!!
 
버림받은 그녀 - HQ-666
린 레이 해리스 지음, 정성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그녀가 관심 없다고 하면 어쩌죠?"

"관심 없으면 그렇게 떠나지도 않았을 거다."

바비가 대답했다.

"여자들은 뭔가 겁나지 않으면 달아나지 않아. 그녀가 원하는 것이 네 재산과 이름뿐이었다면 결혼 서약을 하는 것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을 거야. 내가 장담한다." (pp.229-230)



1. 겁나지 않으면 달아나지 않는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의무감에 결혼한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자신은 그를 사랑하는데. 그래서 그녀는 도망쳤다.


2. 부자 남자들이 가난한 여자를 두고 서로 좋다고 싸우는 걸 볼 때도 짜증났는데, 완전 부자남자가 완전 부자여자랑 사랑하는 걸 봐도 짜증이 나네.


3. 난 그냥 내 남자가 아닌 부자 남자가 짜증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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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2-1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12-17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8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7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2-17 11: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2013-12-17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7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7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7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8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2-19 10:56   좋아요 0 | URL
우히히히 고맙습니다. 잘 볼게요!

2013-12-21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3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Kinfolk Table 킨포크 테이블 one The Kinfolk Table 킨포크 테이블 1
네이선 윌리엄스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혼자 하는 식사는 자유로워서 좋다. 내가 원하는 시간, 내가 원하는 메뉴를 정할 수 있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이 식사에 투자할 것인지도 내가 결정할 수 있다.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식사를 하는것이 즐거울 때가 있다. 좋은 사람과 좋은 메뉴, 그리고 함께 하는 이야기와 웃음들이 행복을 선사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같은 메뉴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충족된 기쁨을 준다. 내가 맛있어 하는 이것을 당신도 맛있어하고, 함께 이것이 맛있으니 이야기는 더욱 무르익을것 같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자와 나와 비슷한 입맛을 가진자와 동시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면, 어쩔 수없이 후자로 기울고야 만다. 먼 길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 나는 언제나 그 길을 내 친구 D와 함께하고자 한다. 그 친구가 지도를 잘 보고 내가 길을 묻는등의 역할 분배도 그렇지만, 우리는 그 낯선곳에서 '이것 먹자' 라고 했을 때 '그래 좋다'라는 답을 서로 할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잘도 먹는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는 즐거움이 이 책에도 잘 나타나 있다.


"내가 자랄 때는 외가나 친가의 온 가족들이 브런치를 먹으러 모일 때가 많았어요. 베이글과 훈제 연어, 참치, 다른 훈제 생선과 키쉬를 먹었지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모두들 모여 있다는 건 참 좋아요." -일라이 서스맨 (p.30)


언젠가 [무한도전]의 '못친소'에서 김제동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시시 일어나 함께 아침을 먹는데 김제동이 '아 좋다' 한거다. '다같이 모여서 아침을 먹으니까 좋다' 며. 혼자 먹는게 나빠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가끔은, 소중한 사람 여럿과 함께 먹고 싶어지니까. 그 때 행복함이 물씬 생겨나기도 하니까.


언젠가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파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내 집으로 초대하는 것. 그들이 내 집에 도착했을 때, 초대받은 모두가 서로를 아는 사이인 건 아니지만, 이 파티를 계기로 서로 알게되고 친근해졌으면 좋겠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다면, 그들이 서로를 싫어할 리 없을 것 같다. 우리는 한데모여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거창한 파티를 준비하려는 게 아니다. 한 테이블에 모인 사람 모두가 둘러 앉아 술과 음식을 한껏 즐기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거다. 따뜻하고 정겨운 저녁 식사 한 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가, 내가 꿈꾸던 바로 그런 식사 장면이 등장하는 것 같아서 행복해졌다. 아, 이렇게 말이야, 이렇게.





내가 초대할 인원은 열명이 조금 넘어갈 것 같은데, 그렇다면 흐음, 음식을 서빙할 도우미가 있어야 할까. 잠깐 생각해 보았지만 우린 서로가 서로의 도우미가 되는 것이 파티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이 테이블에 어떤 음식들이 놓이면 좋을까. 이런 음식들이면 정말이지 좋지 않을까.









하아- 이 사진들은 예술이며 고문이다. 음식 사진만 화면에 꽉 찬 게 아닌데도 얼마나 맛있을까 침을 흘리게 만드니 고통스러워. 이 모든 음식들을 내가 다정한 벗들을 초대할 저녁 식사 메뉴로 내고 싶은데, 나는 요리 머저리..도무지 자신이 없다. 이 책에는 당연히 혹은 친절하게도 레시피가 나와있다. 그러나 나와있다고 다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재료중에 한두가지 이상씩은 꼭 외계어(다진 붉은 러시안 케일 1다발 p.32, 아루굴라 4컵 p.74)같은 게 등장해서 멘탈이 잠시 멈추고, 그나마 이건 가까스로 준비할 수 있겠다 싶으면 무슨 오븐을 몇 도로 예열을 해놓고 어쩌고 해야하고...



위의 사진은 <스페인 오믈렛 토르티야>인데, 이건 큰 마음 먹고 언젠가 한 번 만들어 보리라, 는 다짐을 하게 됐다. 그러다 이내, 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저 남자의 거친 손을 보며, 아 젠장, 이런거 만들어주는 남자가 나 좋다고 하면, 그 때는 앞뒤볼것 없이 확- 결혼해 버리는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닌가! 나는 늦잠자고 부시시 일어났는데, 아침에 저렇게 스페인 오믈렛 토르티야를 내게 내민다면, 우와- 진짜 짱행복할 것 같다. 마음놓고 잘난척할 수도 있겠지. 나, 이런거 아침마다 먹어, 라고.



사진 한 장 한 장이 아름다운데, 오, 아름다운 문장들도 툭툭 튀어나온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툭, 툭.



색깔이 예쁘고 맛이 신선한 이 샐러드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송가와도 같아요. (p.35)


이런 낭만적인 문장의 주인공인 샐러드는 이런 비쥬얼이다.



뭔가 진짜 여름의 송가 같다. 크-  몇 개의 문장을 더 옮겨보자면,


어느 날 로마의 노천카페에서 완벽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이 오래된 열망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이 세상 어디에서나 삶은 머그잔과 프렌치 프레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p.50)


매년 7월 말, 뉴햄프셔야 있는 호수 주위로 야생 블루베리가 익을 때가 되면 우리 가족은 블루베리를 따서 잼을 만들었어요. (중략) 아침에 리코타 치즈와 함께 통밀 토스트에 발라 먹거나 요거트에 넣어 먹어보세요. 일 년 내내 여름을 간직하는 좋은 방법이에요. (p.60)



브루클린과 코펜하겐에서의 저녁 식사 모임을 찾아간 이 책의 저자 '네이선 윌리엄스'는, 그러나 '여유있는' 사람들만 찾아갔던 건 아닐까 싶다. 가끔 그들이 요리하는 환경이 혹은 거주하는 환경, 밥을 먹는 그 환경이, 지나치게 '환상적' 이란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들과 내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삶의 방식도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공간은, 그림속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안살어서 그렇지, 사실 저게 그렇게 꿈의 공간은 아닌건가. 얼마든지 저렇게 살 수 있나? 암튼 이쁘다. 


아, 저녁 식사를 초대하게 되면 빠지지 않고 꼭 생굴과 연어를 차려두고도 싶다. 화이트 와인과 함께하면 대박이지 않을까. 이렇듯 정갈한 연어를 보노라니 당장이라도 집어 먹고 싶어..



물론 내가 가장 먹고 싶은건, 바로 이 구운 토마토 였다.



이건 뭐 보기만 해도 미쳐버릴 것 같아. 술도둑..될 것 같다. 와인도둑.. 하아- 이런것들을 차려두고 멋진 남자들을 단체로 불러서 함께 술을 마시고 깔깔거리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그들을 초대할 때, 내 집에는 방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화장실도 물론 여러개 였으면 좋겠고. 그나저나 저 토마토 옆의 메뉴는 레몬을 올린 닭가슴살인가, 뭐 그런 이름인데. 저것도 좋아 보인다. 히융 ㅠㅠ 매일 이것들을 먹기만 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아름다운 음식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진들이 책장을 넘길때마다 펼쳐져서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책장에 꽂아두고 간혹 꺼내보면 훈훈한 기분이 될 것 같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보다 더 좋은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다 보고나서야 2권을 예약판매중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아, 이게 앞으로 계속 나오는 시리즈라면, 나는 이제 어쩌면 좋아. 계속 정기적으로 돈을 지불하게 되겠구나. 이 사진들을 보느라고.


아 빨리 돈 모아서 커다란 집을 하나 사야겠다. 방이 많은 커다란 집. 부엌도 커다란 집. 그래서 파티를 하고 싶다. 배터지게 먹고 마시고 싶다. 웃다가 너무 좋아서 울고 싶을것 같은, 그런 밤을 만들고 싶다. 내 시선이 어딜 향해도, 그곳에 소중한 사람들의 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욕망을 부채질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 를 줄 게 아니라면, 이 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물론 두 권 다 줘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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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12-1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베트의 만찬이 떠오르네요.

다락방 2013-12-16 18:04   좋아요 0 | URL
저 메피스토님의 이 댓글 보고 으응 이것은 뭣이냐 싶어 검색하고 책을 오늘 구매했습니다. dvd 는 책을 본 다음에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메피스토님이 말씀하신 건 책인가요 영화인가요?

Mephistopheles 2013-12-17 10:09   좋아요 0 | URL
둘 다지요.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나중에 접했지요...

레와 2013-12-1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븐온도는 내가 맞출테니, 락방은 얼른 집을 사도록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책 소개글에 보면 나무가지에 빵반죽을 말아서 모닥불에 둘러앉아 구워먹는 장면이 나와요.
만드는 과정이 너무너무너무 간소한거야!! 이게 말이돼!!!! 어!!!!!
나는 빵 한번 만들라치면 부엌이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되는데...ㅡ.ㅜ


무튼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다락방 2013-12-16 18:05   좋아요 0 | URL
나무가지에 빵반죽..모닥불..난 못봤는데 ㅎㅎ

음식이 잔뜩 차려지면 냄새도 정말 좋겠죠? 모두들 술마시고 꽐롸되는 밤을 만들자 움화화화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