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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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의 나는.

내 극단의 감정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가장 친하고 가장 사랑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온전히 나 자신을, 내가 가진 생각과 느낌들을 이해하는 일이 힘겹다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 물론, 나 역시 그들에게 그러한 존재이겠지만, 이 책속의 바옐이 '나의 음악을 이해해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청중'을 원했듯, 요즘의 나는, 내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온전히 내가 되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고, 그런 상대가 존재하지 않음에 처절하게 외로웠다. 외로움이란 이런것이구나, 외롭다는 말을, 나도 하게 되는구나, 했다. 그러나,


내가 있다.

온전히 나인 내가 있다.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나는 내 생각에 동의하며, 나는 나와 같은 방향을 본다. 그것이 내가 내 다리로 걸어가고 내 손으로 키보드를 누르고 내 입으로 말을 하고 내 눈으로 보는 것들의 모든 혹은 전부 혹은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이 책속의 엘리제가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청중이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듯이, 나 역시 나를 이해하는 단 한 사람으로 내가 있으니 이만 외로움을 접자고 생각했다. 나에겐 내가 있으니.



이 책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니다. 전설과 환상 그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디테일을 잘라먹는 느낌이라, 이 책은 글 보다는 소리와 영상으로 만나는 쪽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나는 판타지(환상문학)에는 좀처럼 흥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절반쯤 읽으면서 이 책을 선물한 친구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이런 책은 어떻게 알았는가, 이 책에서 당신은 무얼 느낀건가, 이 책으로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언인가, 하고.


그러나 책을 읽을 때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인 것 같다. 바옐이 단 한명의 청중을 원해서 외로웠듯이 나 역시 온전히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하던 시점에 바옐을 만나 내 외로움과 그의 간절함이 포개어졌고, 나는 타이레놀로 이 난관을 극복하려 했지만 바옐은 먼 곳으로 가 엘리제를 만났다. 그리고 이제, 바옐이 내게 엘리제를 소개해줬으니, 나는 그에게 타이레놀을 하나 건네야 하는걸까.




'너도 너의 전부를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청중을 바라니?'
그러자 그 작은 소녀는 의아하다는 듯 나를 한참 바라보았어. 그리고 되묻더군.
'왜 그런 것을 바라지요? 이미 있는데.'
난 정말로 놀랐네.
'이미 있다고?'
내 질문에 소녀는 아주 자랑스럽게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지.
'여기 있잖아요. 나. 내 모든 것을 나와 똑같이 이해하고 들어주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하면 왜 안되지요?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만 연주할 거라면, 나는 두 손만 가지면 되잖아요. 하지만 귀가 있다는 것은 나 또한 내 연주를 듣기 위해서예요.' (p.4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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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6-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이해는 오해를 기반으로 한다'고 합니다.
나는 저 사람을 이해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오해라는거죠.
타인을 타인이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건 절대로 불가능하죠.
그저 어느정도 선에서 아..이사람은 이렇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정도.

내가 내 감정이나 생각들에대해서 아무리 타인에게잘 설명한다 해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것과 정확하게 똑같이 설명할수도 없을 뿐더러
말은 원래가
하는 사람마음이 아니라 듣는 사람 마음이라니
더 그렇겠지요.

그런데....
여름도 탑니까?

외로워 하지 말고
어제 내가 알려준 책이나 봐요.
적어도 그책은 다락방님을 외롭게 하진 않을꺼 같은데요 ^^:::

다락방 2014-06-12 11:52   좋아요 0 | URL
모든 이해는 오해를 기반으로 한다, 는 말을 제가 분명히 읽었거든요 어딘가에서. 이걸 어디에서 읽었을까요? 이반 일리치인가요, 아무개님? 분명히 읽었는데. 아아. 요즘의 제 기억력이란 진짜 메롱이군요. 흑흑.

흥분하고 설득하려하고 속상해하고,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너무 흥분해있었구나, 내가 우울하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우먼스타이레놀을 먹었어요. 감정이 더 극으로 갈까봐.
지금, 조심해야 하는 마음 상태인겁니다.
아 이놈의 생리전 증후군은 어떻게해야 치료될까요.


여름 탑니다 아무개님.
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다 타요. 다 탑니다. ㅎㅎㅎㅎㅎ


그 책을 언젠가 보기는 볼건데요, 아무개님.
그런데 지금 봐봤자...-0-
어쨌든 볼겁니다. 언젠가는. ㅋ

자작나무 2014-06-1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한 존재. 그런데 세상에는 그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연인들은 자기만이 상대방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맹목적인 열기로하여 오해의 안개 속을 헤매게 된다. 그러고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 "나는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라는 말의 정체는 "나는 당신을 죽도록 오해합니다" 일지도 모른다.
- 법정스님, 오해 중에서

다락방 2014-06-13 09:45   좋아요 0 | URL
자작나무님은 법정스님의 글도 읽으시는군요. 오홍-
 
카마수트라 범우문고 205
바츠야야나 지음, 송미영 옮김 / 범우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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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남성들이 포르노를 보는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성(sex)적 기술에 대한 학습의 의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복되는 성관계 영상물의 관람은 보지 않는 것보다 다양한 방법 혹은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건 아닐까. 학습에의 의도로 관람하는게 아니었어도 저절로 학습되어지는 부분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긍정적인 학습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어릴때부터 보게되는 자극적인 영상들은 잘못된 성적 개념을 심어줄 수있고, 모든 여자들이 잠자리에서 포르노배우처럼 행동할거라는 생각과 혹은 영상물처럼 해도 모든 여자들이 좋아할거라는 그릇된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성관계를 갖게 됐을때, 분명히 많은 부분들은 저절로, 본능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본능이란 건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러나 본능만으로 욕망을 실현하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거기에 기술이 더해진다면 더 큰 기쁨과 만족이 따라오지 않겠는가. 그런면에서 성적 기술에 대한 학습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포르노에서 그것들을 일정부분 학습할 수 있다고 했을 때, 포르노를 보지않는 여자들(혹은 남자들)은 그 기술을 어디서, 어디로부터 학습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의 경우는 포르노를 보지 않는다. 그것이 자극적이라거나 혹은 불결하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에서 보지 않는게 아니라, 포르노속의 남자와 여자에게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도무지 흥미가 일지 않는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터보레이터》가 포르노의 장르에 속한다고 했는데, 그 영화가 얼마나 재미없었는지를 기억한다. 나는 에로틱한 영화를 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지만, 그들 사이에 스토리가 없이 무작정 행위로 돌진하는 것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성적 기술에 대한 학습에의 기회가 차단된다. 여자들로 하여금 성에 대한 얘기를 개방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그러나 디지게 재미없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에서도 물론 성적 기술을 배울 수는 '없다'. 그 책은 정상적인 성관계 보다는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그래서 자극적인 관계를 그려내고 있으니까. 뭐, 그것들에서도 새로운 걸 본인이 시도해보고 학습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여튼 내게는 무시해도 좋을 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며칠전 남자사람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성적으로도 기술을 익히는 것이 더 나을것 같은데, 대체 어디로부터 그것을 습득하는게 좋겠느냐, 나는 포르노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그건 통 보고싶지가 않다, 이게 혹시 책으로 가능하겠느냐, 라고 물었고, 그때 친구는 내게 거침없이 고민없이 이 《카마수트라》를 추천해줬던 것이다. 나도 이 책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있던바, 그래 좋다, 그런데 여기에 '기술'이라고 할 것도 설명이 되어 있느냐, 고 물었고 친구는 그렇다고 했다. 장난아니야, 라며 이 책을 보라고. 그래서 친구와 대화가 끝나자마자 이 책을 주문했고, 읽고나서 이것이 학습에의 효과를 준다고 여겨진다면, 나는 많은 나의 여자친구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할 생각이었다. 물론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는 아, 이 책으로 학습할 수는 없는것이로구나 했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는 화도 많이 났다. 내가 선택한 이 책은 아마도 요점만 간추린 발췌본 같은데, 그래서 실망했다는 게 아니다. 물론,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인도에서 쓰여진 책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 책에서도 이미 '봉건적이고 종교적인 계율이 엄한 인도 고대사회'(p.75) 가 배경이었음을 밝히고 있으니까. 그래, 저게 문제다. '봉건적이고 종교적인'. 그래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거슬리는 것이다.


처녀를 신부로 맞아들이는 것에 대한 부분을 좀 보자.


처녀를 신부로 맞아들일 때, 즉 구혼에 즈음해서는 친족이 많고 양친이 살아 있어야 하며, 가족의 품행이 방정하고 재산도 있으며, 또한 세 살 연하로 누구에게나 신망을 받고 있는 여인을 맞아들여야 한다고 바츠야야나는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처녀는 아내로 맞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즉 피부가 붉은 여자, 신체에 반점이 있는 여자, 혹이 있는 여자, 곱사등이, 안짱다리이거나 밭장다리인 여자, 대머리인 여자, 능욕당했던 여자, 벙어리, 땀을 많이 흘리는 여자, 이름이 이상한 여자에게 구혼해서는 안 된다. (p.67-68)



아...나는 진정 빡쳤던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란건 물론 있을 수 있다. 피부가 붉은 여자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난 땀을 많이 흘리는 여자는 진짜 질색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여자가 구혼의 상대로는 '안 된다'는걸 세상이 규정지을 순 없는게 아닌가. 아무리 '고대사회'이고 '봉건적' 이었다지만, 진짜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말이다. 씨바. 내가 이런 책으로부터 대체 뭘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아내의 도리에서는 또 어떠한가.


우선 《마누 법전》에서는 <아내의 의무>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가르치고 있다.
"미혼 여성이나 젊은 부인, 혹은 나이든 여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독립해서는 안 된다. 부녀자는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젊을 때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그 자식을 따라야 한다. 부녀자는 결코 독립을 누려서는 안 된다.
부녀자는 항상 쾌할하여야 하고 집안 일에 공을 들이며, 가구를 청결히 해야 하고 또한 금전 지출을 절제하여야 한다. (p.79)


아...이 무슨 독립에의 열망을 터뜨리게 만드는 문구란 말인가. 독립을 하기 싫었다가도 이 문장을 읽으면 반드시, 기필코 독립을 해내고 싶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공간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 모두, 지금 여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걸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빡치는 걸 진정시킬 수는 없다. 나란 인간은 그런 인간인 것이다. 


남편보다 나중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며, 아침에는 남편보다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나라. 남편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대에는 잠이 깨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84)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만 나온다.


물론 이 책은 여성도 당연히 성적 기쁨을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봉건적으로 남편에게 혹은 남자에게 순종하라고 하지만, 혹여라도 남편이 기쁘게 해주지 못할 경우 이혼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자가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 갖춰야할 것들이 혹은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64가지의 기술을(뭐 시도 쓰고 악기도 연주하고 그림도 그리고 기타등등등등등) 익히여 하는건 진짜 미친짓 같다. 물론 이건 '문화'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그러므로 이국의 문화를 내가 뭐라고 하면 안되는거지만 여튼 빡치는 것이다. 그리고 미친 문장은 또 있다.


남자의 유혹에 대해서 이를 심하게 거절하는 여인은 경멸받아 마땅한 여인이다. (p.101)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 이게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싫다는데 계속 유혹하는 것들이나 경멸을 쳐받아랏!


성에 대한 경전인 만큼 이 책은 남성의 정력을 강화하는 법도 당연히 나와있는데, 그 방법 역시 지금 여기에선 실효성이 없어뵌다. 무슨 꽃을 따다가 뭐랑 뭐랑 갈아서 먹고 그러라는데 그 꽃들은 어디에 있는가...뭐, 그렇다는 말이다. 


손톱으로 자국을 내고 이로 깨물고 포옹을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설명, 포옹과 키스의 방법등이 나와있지만, 그게 본능적으로 이성을 만나 관계를 가질 때 하게 되는 것들에서 크게 더 나아간 방법들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발췌본이 아니라면 더 자세하게 쓰여져 있을지 모르겠지만, 체위에 대한 설명과 쾌락을 느끼기 위한 방법들이 뭐랄까, 참신하다거나 오, 이것은 충분히 배워 익혀 써먹어야 겠구나, 할만하다는 생각도 들질 않는다.  어쩌면 '책'이라는 수단이 주는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을 보자. 포옹의 종류와 방법에 대한 설명중 한가지이다.


2)나무 오르기. 나무에 오를 때와 같은 자세로 여인이 한쪽 발을 남자의 발 위에 올리고 다른 한쪽 발로 남자의 대퇴부를 휘감는다. 팔도 한쪽은 남자의 등에 다른 한쪽은 어깨를 감싼다. 그리고 남자에게 키스하기 위해 두 팔과 발을 사용하여 위로 오른다. (p.40)


이게 뭘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걸 만약 그림으로 봤다면, 영상으로 봤다면 훨씬 더 쉽게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 이걸 남자에게 써먹기 위해서는 이 문장을 달달 외워야 하는게 아닌가.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책을 펼쳐놓고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읽으며 해보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책을 읽고 펼쳐서 우리 이거 해보자, 라고 할 수 있을까? 포옹과 키스의 방식, 성교의 체위에 대해서도 이 책은 물론 말해주고 있지만,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 같단 말이다. 역시 영상이 답인건가.


이 책의 도입부에는 이렇게 써있다.


"동물은 인간과 달리 발정기가 되면 자연적으로 성性에 대한 눈을 뜨게 되어 성욕(생식욕)이 충족되며, 또 그 행위가 거리낌없이 행해지므로 조금도 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 있어서는 카마는 남녀의 성교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며, 카마(애욕)를 학습함으로써 애욕의 목적과 의의를 숙지하여 여인을 보호 하는 예절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 (p.25-26)


인간에 있어서는 성욕에의 학습이 필요하기에 이 책이 만들어진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이 책은 물론 일정부분에서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질 않는다.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인간의 성애 심리의 심층에는 사랑하는 나머지 상대방을 먹어 버리고 싶거나 물어 죽여 버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것은 상대방을 누구에게도 양보하거나 빼앗기고 싶지 않은, 자기의 소유물로 삼고 싶은 욕구에서 생기는 자아 의식의 표현이다. 이빨 자국을 상대방의 피부에 남기는 행위도 이러한 격정 끝에 생겨나는 소유욕의 상싱적인 표현으로 파악할 수 있다. (p.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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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5-2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뉴욕을 방문했을 때, sex museum 관람을 하였습니다. 전시물은 실망하기 그지없지만, 출구 직전에 있는 서점의 책들은 신기했습니다. 체위에 관한 책부터 sex에 관한 인류문화사같은 책 등. 정신과 의사 친구가 몇 책을 골라주면서 국내에는 없을 책이니 구입하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책값이 만만치 않아 구매를 못했죠.

지금은 아마존에서 그 책들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뉴욕을 방문하신다면, 직접 책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요.) 저는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추천해 드릴수 없지만, 적절한 분의 책추천이 가능하다면 필요한 책을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05-26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4-05-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다른 방법을 찾자.
2. 역시 영상이 답인건가.

다락방 2014-05-27 08:55   좋아요 0 | URL
아 몰라몰라몰라몰라요 생각하기 싫어요. 귀찮아.. ㅠㅠ

자작나무 2014-05-28 09:01   좋아요 0 | URL
3. 역시 생각보다는 행동인가요.

다락방 2014-05-2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4-05-2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7 08:56   좋아요 0 | URL
영화쿠폰 주신님들, 고맙습니다!!

2014-05-26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6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5-2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마수트라를 영화로 보았어요
졸았습니다 ㅡᆢㅡ
남자들이 포느로에 여자보다
열광하는건
여자보다 남자가
시각적 자극을 더 크게 받아서라고 합디다.

다락방 2014-05-27 08:57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역시 뭐든 저보다 한 수 위이십니다!! 영화로 보셨다니!!
영화나 찾아볼까.. 킁.

아무개 2014-05-27 09:15   좋아요 0 | URL
친구가 극장에서 알바하는 동안 공짜로 봤던 영화중 하나입니다.
정말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내돈 내고 봤으면 스크린을 찢어 버렸을지도 ㅋㅋ

단발머리 2014-05-27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마수트라를 영화로 보았어요. (갑자기, 아무개님의 연식을 막 추정하고 싶군요^^)
최근에 읽은 [속죄]에서는 이런 대목이 나오더라구요.

"세실리아는 이런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떻게 해아할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다락방 2014-05-27 09: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용문에서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5-27 09:06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니까...

로비의 허리띠를 빛의 속도로.... 크헉 @@

[속죄]도 영화로 있으니까요. [어톤먼트]이던가요. 영상으로 확인가능합니다^^

다락방 2014-05-27 09:14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는 속죄를 책으로 읽었거든요. 영화는 어쩐지 안땡기더라고요. 제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걸까요? -0-

아무개 2014-05-27 09:17   좋아요 0 | URL
우하하 저의 연식이요? 다락님과 비슷합니다 ㅋㅋ

그런데
경험이 전혀 없지만
다들 알고 있지 않았었었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5-27 09:20   좋아요 0 | URL
경험이 전혀 없지만
다들 알고.............................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5-28 08:36   좋아요 0 | URL
1. 저는 카마수트라를, 제 돈 내고 봤습니다. 정말 왜 그랬을까요?

2. 2년 넘게 다락방님 글을 읽어오면서, 저는 다락방님이 저랑 비슷하거나, 아니면 저보다는 2-3살 정도 어릴거라고 추측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제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관련(?) 페이퍼에서요. 다락방님이 이 노래를 중학교 때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는 그 때쯤 저 노래를 못 들은 것 같았거든요. 신랑이 자기가 중학교 때 저 노래를 들었다고 해서요. 결론은 다락방님이 저보다는 2-3살 정도 많으실 걸로 났습니다.
정말 왜 이럴까요? 다락방님 만나서 물어보면 될것을, 매일 혼자 연식추청합니다. ㅋㅎㅎ
아무개님도 다락방님과 비슷하시군요. 완전 참고하겠습니당.

3. 저는 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합니다.^^

4.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자작나무 2014-05-28 08:57   좋아요 0 | URL
모두들 성인 이시군요...이런 끈끈함 이라니.

다락방 2014-05-28 09:14   좋아요 0 | URL
1. 저는 이 책을 읽은 지금, 카마수트라를 영화로 볼 생각이 전혀! 들질 않네요. ㅎㅎ

2. 단발머리님, 왜 혼자 추측하고 그러세요. 그냥 저한테 물어보세요. 제가 성심성의껏 제 나이를(응?)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하.

3. 저는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합니다. ㅋㅋ

4. 저 역시 아무것도 모릅니다.(단호)

마립간 2014-05-28 10:49   좋아요 0 | URL
百聞不如一見, 百見不如一驗(習)

사람에게는 학습지능과 실용지능이 있는데, 그 기준에 따라 4번의 답이 달라질 듯 합니다. (위 문구의 뒷부분은 제가 예전 만든 문구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에도 나오네요. 사람의 생각은 비슷비슷한 듯.)
 
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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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 년전, 엄마가 내가 행복해지는 걸 방해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게 분해서, 그게 분하고 속상해서 내 방에 틀어박혀 반나절 내내 울기만 했던 그때가. 시간이 훨씬 지나고나서야 '엄마 때문에' 했던 선택이 결국은 내 자신에게 최선이었음을 인정하게 됐었다. 종국엔 그때 나를 막아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었지. 나를 위해서도 엄마가 나의 선택을 가로막고 나선건 무척이나 다행스런 일이었지만, 그때 내 말대로 했다면 내가 지금 굉장히 우울증에 걸려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만 엄마의 의도는 순수했던걸까, 하는 의문은 든다. 정말 '딸의 행복'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였을까. 여기에 대해서라면 나는 어느쪽이라고 아직 대답을 할 수가 없는것이다. 


엄마가 그 일에 대해 내게 한번쯤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나는 엄마가 그 얘기를 꺼내려고 할때마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듣고 싶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도 않으니 다른 얘기를 하라고. 그래서 결국엔 '다행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는데, 아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건, 그걸 인정하는 내 자존심이 다칠까봐서가 반, '딸의 행복'때문이었다고 답하는 엄마의 말을 의심하는 마음이 반, 을 차지해서가 아닐까. 



'너의 행복을 위해서' 라는 의도라 하더라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상대의 인생에 개입하는 건 옳지 못한게 아닐까. 나는 얼마나 많이 '너를 위해서' 라는 말을 했을까. 나의 의도는 정녕 순수했던걸까. 거기엔 '너의 불행을 보며 슬퍼할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조건이 생략된 게 아닐까.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님은 여성심리 묘사에 있어서는 진짜 타고난 것 같다.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으로 여섯편의 장편을 썼다는데 나는 그 모두를 읽어볼테다! 물론, 번역되어 나온다면.



"스물여섯 살 때였나, 사실 아주 화기애애했던 가족 모임 도중에 그런 순간을 맞았어. 나는 섬뜩했고 두려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진실을 부정하지 마.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에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해.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P.21)

"하지만 소유욕은 나쁜 거잖아요!"
"물론 그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매일같이 접하지. 아들을 앞치마 끈에 매달고 사는 엄마, 딸을 독점하는 아빠, 하지만 항상 부모들만 그러는 건 아냐. 예전에 내 방 앞에 새 둥지가 있었어. 대가 되자 새끼들이 하나둘 떠났는데 한 마리가 계속 남아 있는 거야. 둥지 안에 계속 있으려 하고, 먹이를 받아먹으려 하고, 둥지 밖으로 굴러떨어지는 시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지. 녀석은 어미를 몹시 걱정시켰어. 어미는 새끼에게 보여주려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짹짹거리고 날개를 퍼덕였지. 그러더니 결국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더군.먹이를 물고 와 둥지 한끝에서 부르기만 하더라고. 그래, 그런 인간들이 있어.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 어른의 삶에 있을 고난을 피하려고 하는 자식들. 그렇기 길렀기 때문에 그런 게 아냐. 그들 자신이 그런 거지." (p.22)

"잘 들어, 앤. 내가 봐줄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지 자기가 한 일에 무슨 도덕적인 이유가 있는지 떠들어대는 일, 또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계속홰서 후회하는 일이야. 양쪽 말 다 사실이겠지, 자기 행동의 진실을 깨닫는 거라는 점에서는. 그래야 하는 거고. 하지만 그랬으면 넘어가야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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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3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3 14:16   좋아요 0 | URL
저도 '아가사 크리스티'가 익숙한데 이 책에 보면 저자 이름이 애거사 크리스티로 되어 있어요. 뭘로 발음해도 사실 좀 어색해요, 저는. 그간 이 여사님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말이지요.

아 그리고 오타 지적은 감사. 저는 어디에 써놓고 수정해서 옮기는 게 아니라 알라딘 글쓰기 화면 열고 다다닥 쓰는거라 오타가 엄청 나와요 ㅎㅎㅎㅎㅎ 지난번에 친구가 '니가 쓴 글을 한글에 그대로 갖다 붙이니 수정해야 될 데가 백 군데가 넘어' 라고 말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 ㅠㅠ

자작나무 2014-05-2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의 행복이 엄마의 행복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딸의 불행은 엄마의 불행입니다.
좋은 엄마 두셨네요.

다락방 2014-05-26 08:32   좋아요 0 | URL
엄마의 행복이 딸의 행복과는 다를 수도 있고요. 각자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은 다르니까요.
같이 살기 위해서는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이 같아야 되는 것 같아요.

네, 좋음 엄마를 뒀습니다, 저는.
아마도 저는 좋은 엄마가 될 일은 없겠지만 말이지요.

2014-05-23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6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4-05-2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죠! 다락방님이 별 다섯 개 주시니 기분이 왠지 더 좋네요. 제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광팬입니다.^^;; 추리소설도 좋지만 이런 좋은 작품들도 있었다는 게 너무 좋고 기대되어요. 엄마와 딸의 애증의 관계를 너무 잘 그린 작품인 것 같아요.

다락방 2014-05-26 08:36   좋아요 0 | URL
교묘한 강요 같은 것들도 굉장히 묘사가 잘 되어있죠. 딸의 선택에 맡긴다고 하지만 실상은 딸이 그 나쁜 남자랑 결혼하도록 부추기는 것 같은것 말예요. 너무 잘 그려서 불편해지기도 하는 그런 소설이었어요. 암튼 그녀의 다음 작품들을 저도 엄청나게 기다립니다, 블랑카님!!

단발머리 2014-05-2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읽을 책이 많은데, 많고도 많은데,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정말 읽고 싶네요.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다락방님과 다락방님의 어머니와
나와 우리 엄마와
딸과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넘 진지해질까요? 저한테는 진지한게 안 어울리는뎅~~~

다락방 2014-05-26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책이 많고도 많은데...자꾸 책을 사서 큰일이네요 진짜. 흑흑

너무 진지해진다기 보다는 음, 딸과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에 읽어보시라 권합니다. 비단 딸과 엄마 사이 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나 모든 가족 구성원이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친하거나 사랑한다고 하는 인간관계 전반에 대해서요. 그 모두에 대해서 우리는 '널 위한거야'라고 거짓말 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달까요. 전 확실히 저를 제일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깊은 슬픔속에 빠져 허우적 거릴때는 누구의 말도 들리지도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책이 있다고 한들 그들이 이 책을 펼쳐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깊은 절망속에 있을 때 펼쳐보지 못하더라도 그 전과 후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처한 상실의 아픔, 그것이 사람에 대한 것이든 일에 대한 것이든 사물에 대한 것이든, 그 아픔을 대면하게 하고 잘 보내줘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이 책에선 거듭 말해주고 있으니. 


물론 이미 그런 과정들을 잘 거쳐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저 알고 있는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에게 매일 네 가지 이상의 기쁨을 찾는 노력을 해보라는 건, 사실 숙제처럼 느껴져 그게 그렇게 큰 위로가 될까 싶기도 하고. 또한 나의 경우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것쯤은 별다른 노력없이 저절로 해낼 수 있으니, 그런 방법쯤은 안 읽어도 된다. 다만,


지금의 내가 지금을 잘 버텨낸다고 해서 앞으로 닥치게 될지도 모를-분명히 그런일은 일어나겠지만- 상실과 슬픔들까지 제대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걸 장담할 수는 없다. 지금의 나는 건강하고, 밝고, 자신감이 있고, 당당하지만, 그러므로 나는 다른 누구보다 고통을 극복하는 걸 더 잘해낼지도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지 보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럴때 어쩌면 이 책 내용의 몇몇 부분들을 기억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상실을 겪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늘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이별을, 상실을 어린 아이들에게는 대체 언제 어떻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지, 도무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가급적 아이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들이 조금 더 컸을 때, 다시말해 그들이 좀 더 극복을 잘 해낼 수 있을때까지 이별과 상실이 기다려주길 바라지만, 그것들이 가급적 늦게 찾아와주길 바라지만, 혹여 그렇지 않은 경우에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 솔직히 말하는 것이 더 좋겠구나, 하고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주인공 '오스카'도 생각이 난다. 끊임없이,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어했던 소년. 그걸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그 죽음에 대해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소년.



어쨌거나저쨌거나 가장 중요하며 또 기억해야 할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우리가 떠나보내게 될 모든것들에게, 그것이 '누구'이든 '무엇'이든,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지금 솔픔에 잠겨있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일상속에서 발생하는 작은 기쁨을 찾고 발견하고 느끼고 깨닫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도무지 그런걸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훈련을 거듭하기를. 밝은 햇빛과, 평화로운 음악과, 투명하게 내리는 빗소리와, 맛있는 음식과, 피식 웃는 순간들까지도, 모두 잡아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그것이 그들에게 켜켜이 작은 행복들로 쌓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자주 '눈물의 바다'에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물을 '삼키고' 마음속에 간직해서는 안 된다. 혼자 숨어서 우는 것은 치유 효과가 없기에 정신적 고통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애도 작업을 철저히 하고 나야만 비로소 우리는 곪은 상처를 짜낼 수 있고 상처는 서서히 아물기 시작한다. (p.10)

우리가 말을 할 때 누군가 그 말을 자르면 감정 표현이 갑자기 멈추어지면서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 그러면 (중단되거나 끝마치지 못한 다른 모든 작업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앞으로 오랫동안 마음을 후벼 파고 우리의 몸과 머리는 오랫동안 그것을 기억하게 된다. 상실을 겪고도 애도 작업을 하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p.11)

충고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사람에게 충고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 충고가 당신에게는 적절한 것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에게 대단히 인기를 끌었던, 브르타뉴 지방에서 나온 재떨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나에게 충고하지 마십시오. 나는 혼자서 실수할 줄 압니다. 감사합니다." 이 순간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슬픔에 빠져 있는 그 사람이다. (p.20)

사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진 빚을 갚는 방법은 기회가 주어질 때 자기가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부모가 우리한테 해 준 만큼, 우리가 낳은 자녀이든 낳지 않은 자녀이든, 자녀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희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자녀들에게 대가를 원한다면 더욱 명심해야 할 일이다. 이런 부모는 자신이 희생자임을 자처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해진 부담을 덜기 위해 자녀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박해자의 역할을 한다. (p.51)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끝나는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 확실한 단 한사람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구나 그렇다.
자기 자신을 돌보고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나면 우리는 웃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행복과 삶의 기쁨은 쉽게 전염되기 때문이다.(p.56)

『오늘날 죽는다는 것은 Mourir aujourd'hui』에서 미셸 아뉘스Michel Hanus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들의 잘못 때문에 그들의 부모나 형제, 자매가 죽은 것이 아니며, 그들은 그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죽은 사람의 추억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는 것도 말해 주어야 한다." (p.130)

카트린 돌토(Catherine Dolto)는 2004년 3월 14일 토요일에 주제 발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때,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을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깨 위에 손을 얹을 때,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상대의 근육과 내장, 감정과 숨결, 생각과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이 강렬한 대화가 어떤 결과에 이를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 사람이 자유롭고 온전하다고 느껴서 상대방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을 나타낼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상대방에게 지배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따라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몸을 움츠리게 될 것입니다. 정신분석 전문가 조엘 클레르제(Joel Clerget)는 아주 예쁜 표현을 사용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을 만져주는 말이 있고, 마음에게 말하는 행동이 있다.'라고 했습니다."(프랑수아즈 돌토 심포지엄, 파리, 2004) (p.128)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을 새로 사랑하게 된다고 해서 죽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점을 슬픔에 잠긴 사람이 인정하면 고통은 가라앉게 된다고 J.-D. 나시오는 생각했다. 그러므로 클레망스에게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지금은 죽고 없는 형의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시오는 설명한다. 태어날 아이는 자기만의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아이의 바람과 부모의 바람 그리고 아이의 운명이 그 아이를 위해 예비해 놓은 자리는 따로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로랑은 여원히,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첫아이로 남을 것이다. (p.131-132)

캄보디아 영화감독 리티 판Ritty Panh은 행동을 통해 치유해 보려고 노력하는 좋은 예를 보여 준다. 크메르 루즈 정권 아래서 지옥을 경험했던 그는 2004년에 「크메르 루즈의 죽음의 조직, S21-S21, La Machine de Mort Khmere Rouge」을 찍는다.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대학살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이 작품에서 그는 희생자와 (진짜)살인자들에게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게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애도 작업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애도 과정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유령들이 아직 그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문제를 철저히 검토해 보는 것이 더 낫습니다. 깊은 곳에 묻어 버리지도 말고 입을 틀어막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큰 트라우마를 입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사는 법까지도 새로 배워야 하는 거지요. 이것은 고통을 어루만지는 힘든 작업입니다. 다음 세대들이 더 이상 이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아픈 역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p,138)

부모(나 배우자)들 중에는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보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아예 자식이나 배우자의 생각을 물어보지 않는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어머니가 예를 들어 찢어진 인형(이나 눈이 없거나 팔이 떨어져 나간 곰 인형)을 처분해 버린다. 어머니는 인형이 낡고, 닳아 떨어지고, 더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하면서 어머니는 아이가 얼마나 슬퍼하고 얼마나 화를 낼지 고려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이에게서 단순히 장난감만 빼앗은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감마저 빼앗아 버렸다는 사실을 아예 알지도 못한다. 엄마가 버린 인형(이나 곰 인형)과 함께 아이는 자기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조용히 잠들게 해 주었던 친숙한 냄새와 따뜻한 촉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엄마가 자기의 너덜너덜한 낡은 인형을 불에 던져 태워 버리고 난 후에 정신 질환에 걸린 어린 소녀와 같은 극단적인 예도 있다. 그 아이는 심리극에서 자기 이야기를 재현해서 화형을 당하는 인형에게 상징적으로 작별 인사를 고할 때까지 인형의 재를 꼭 간직하고 있었다. (p.163-164)

밤은 긴 터널이고 우리의 목표는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며 잠들기 위해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 각자가 호흡을 평온하게 만들어 긴장을 풀어 주고 잠들게 해 주는 자기 나름의 비결을 찾아내는 것이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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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그레이아나토미 지난 시즌 마지막회 이야기중 하나가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해야한다'였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락방이 다했네. ^^

다락방 2014-05-23 12:48   좋아요 0 | URL
나중에 나도 찾아봐야겠어요. 오늘 집에 가서 와인 마시면서 볼까..흐음..

자작나무 2014-05-2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터인가 나의 삶은
아무 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 것도 궁금하지 않다
또 어느 곳에도 가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었다
물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참 좋다

작자미상의 이 시는 내 삶의 모토랍니다.
모든 형태의 바램은 고통의 기원이 됩니다. 심지어 그것이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다락방 2014-05-23 13:44   좋아요 0 | URL
모든 형태의 바람은 고통의 기원이 되는게 사실일테지만, 저도 알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사소한 것들을 욕망하며 살것 같아요.
필요해서 욕망하는 게 아니라, 내가 기쁘고 행복해질 것 같은거죠, 그 욕망이 실현된다면.

그러나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 또 어떻게 마음가짐이 달라질지도 모르죠.

지금 현재의 저는,
좋은 사람들을 오래오래 친구로 두며 살고 싶어요.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죠.

자작나무 2014-05-23 16:19   좋아요 0 | URL
근데 사람은 다 떠나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게 사람이죠.

2014-05-23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6 08:36   좋아요 0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입니다! 햄치즈루꼴라샌드위치!! ㅋㅋㅋㅋㅋ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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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라딘 활동을 시작할 때 마태우스님은 이미 서재내에서 유명인이었다. 사회적으로 대단한 위치에 놓여있으므로 한껏 어깨에 힘을 주며 거들먹거리는 것이 그 정도 위치의 사람이 보여주게 될 태도라 생각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개그의 소재로 삼고, 본인이 얼마나 좋은 학교를 나왔으며 얼마나 유식한지와는 별개로 무척이나 쉽고 재미있는 글을 썼다. 꽤 신기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호감을 가지게 된건 당연했다. 또 본인의 부끄러운 과거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어놓아 나는 은연중에 그를 많이 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가 보다. 사람이 어떻게 다른 한 사람을 다 알 수 있을까. 매일 얼굴을 마주대하는 가족에 대한 것도 다 알 수 없는데, 나는 왜 내가 마태우스님을 거의 안다고 생각했을까. 대체 이 오만은 어디서 근거한 것일까. 나는 이 책을 몇 장 읽지고 않고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의 아주 단편적인 모습들밖에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의 리뷰를 쓸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밝혀내기 힘들었던 그의 프라이버시를 이 책으로 인해 드러냈기 때문에, 리뷰를 쓰는 것은 마치 '나는 이제 너의 그 과거를 알아' 하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는 안될것 같아 나는 이 책은 다 읽어도 리뷰를 쓸 수 없을거야, 했던거다. 그러나, 어떤 위안 같은 것이 찾아왔다. 인간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고, 그것에 예외는 없다는 사실 같은 것. 그간 꾹꾹 참아오며 말해지 못했던 것은, 누가 그것을 욕할까봐 두려워서가 아니라 사실은 본인이 본인에게 스스로 감추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신의 치욕스런 과거를 숨기며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치욕은 누가 나에게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거다. 그걸 바깥으로 드러내는 순간 사실 그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하지 않기 때문에 비밀이 되고, 숨기기 때문에 큰 일이 된다. 그러나 드러내면, 그것은 더이상 숨길 과거도, 비밀도 아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그걸 이 책을 통해 말하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했던 부분에 대한거다. 말을 해서 분명 후련해졌겠지만, 이제 이 책을 읽게 될 사람들은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 그 사실은 약간의 두려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그러나 입밖으로 낸 이상, 이제 그간의 짐을 털어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에 드러난 그의 고백에 오히려 더 그가 가깝게 느껴졌다. 뭐랄까, 나도 그런 거 있는데, 남들이 몰랐으면 좋겠는 그런 거 있는데, 당신도 있었네요. 우린 어차피 같은 사람들인거에요, 하는 기분. 덕분에 나는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



게다가 의료민영화와 의학상식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특히나 얼마전에 엄마와 미혼모 이야기를 하다 서로 큰소리로 다툰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싸웠다면 엄마를 더 잘 설득시킬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드는거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읽었으면 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었고, 이 책을 이제 엄마에게 읽어보라고 권할것이다. 



남자들은 미혼모를 여자가 방종을 한 결과라고 하는데, 정자를 주는 것은 남자라는 말이죠. 그리고 관계도 대개 남자가 하자고 들이대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미혼모 문제에서 진짜 문제는 남자들이에요. 남자들이 피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미혼모나 낙태 문제가 발생합니다. (p.71)


'미셀 윌리암스' 주연의 《블루 발렌타인》이란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남자와 여자는 만나는 사이었고, 콘돔도 없이 갑작스레 섹스를 하게 됐는데 여자의 안에 사정을 해버린거다. 여자는 당황하고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미안하다고만 하고 자리를 뜨는데, 그때 여자는 임신을 하게 된다. 물론 그 남자와 결혼을 한 건 아니고. 아,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이런 개새...


이 책을 읽다가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식들을 접하게 되는데, 특히나 콘돔에 대한 것은 대단히 놀라웠다. 무려 우리나라가 콘돔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라니!! 초박형 콘돔을 우리나라에서 만들다니. 아니 그런데 왜 콘돔 리뷰는 그렇게나 일본 초박형 콘돔에 대한 것이 많은지?????????  <사가미 002>가 최고가 아니라니!!



우리나라의 낙태가 세계적으로 상위권이라고 하는데, 70퍼센트가 기혼 여성이거든요. 남편이 콘돔을 안 썼다는 이야기죠. 여성의 피임은 정말 어려워요. 한 달 중 21일을 호르몬제제를 먹어야 되는데, 우리 호르몬이 아주 정교한 시스템에서 가동되고 있거든요. 외부에서 호르몬을 투여하면 호르몬 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요. 피임약 먹고 그러다 불임이 되는 거는 그런 이유입니다. 반면 콘돔은 껍질만 쓰면 되는 거니, 얼마나 쉽습니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콘돔을 잘 만드는 나라입니다. 콘돔을 쓰면 느낌이 안 좋다고 하는 애들이 있는데, 꼭 잘 하지도 못하는 애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요. 설사 느낌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여자들을 위해서 느낌을 요만큼만 양보하면 되잖아요. (p.71)


거듭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콘돔을 만드는 나라거든요. 0.0015밀리미터 정도 되는 최고로 얇은. 사람들이 그걸 쓰다가 빠진 줄 알고, 잊어버린 줄 알고, '어디 갔지?' 하고 찾는데, 끼워져 있는 거죠.(웃음) 그 정도로 느낌이 좋은 콘돔을 만드는 나라에서 콘돔 사용률이 미국의 10대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이 어이없는 거예요.(p.190)



일전에도 지승호의 다른 인터뷰집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인터뷰에 앞서 정말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엄청 강하게 든다. 상대의 저서를 다 챙겨보는 것은 물론이고 블로그의 글, 그 글에 대한 댓글까지 싹- 다 읽고 인터뷰에 임하는거다. 와, 어느 책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느 글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하는 것을 보노라니, 인터뷰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싶어지는거다. 그리고 그렇게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적절한 질문과 또 적절한 추임새를 정말이지 적절한 때에 꺼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서민'도 '지승호'도 알라딘에서 활동을 했던지라, 이 책은 '친알라딘'적이다. ㅎㅎ 알라딘에 대해 자주 언급되고 심지어 다락방에 대한 언급도 두 번이나 나와서!!!!!!!!!!!!!!!!!!!!! (꺅) 매우 좋은 책임에 틀림없지만,



그러나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것은 리뷰의 처음에 밝혔던 이유로 꺼려진다. 의학적인 상식 부분에서, 또 재미 부분에서 이 책은 큰 만족을 주지만, 한 인간의 프라이버시-비록 그것을 '밝힌'것이라 해도- 를 다른이에게 권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면 머뭇대게 되는것이다. 그러나 거듭 말해서, 그렇기 때문에 그가 우리랑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한 사람의 보통 사람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는 위로를 준다. 책의 말미에, 이 책은 서민 본인의 책이다, 라고 했는데, 진심으로 그러기를 바란다. 이 책이 서민 본인의 그간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는, 그런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있는 힘껏 응원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꼭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잘생긴 남자는 정말....설거지를 안하나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덧. 118쪽의 오타. 

'크게 사람을 죽이지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 크게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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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지금 당장 읽고 싶어 미치겠네요.
오랜만에 당장 읽고 싶은 책을 만난 것 같습니다. 책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렇게 설레다니..
한편으론 어떤 비밀일까 걱정도 되지만 락방님 만큼 저도 서민님을 응원하는 마음이 크니깐 읽어보겠습니다.

^^

다락방 2014-05-20 10:14   좋아요 0 | URL
책이 아주 술술 잘 읽혀요. 어제 퇴근하는 지하철안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로 몰두해 읽었습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쪼록 레와님도 즐독!

자작나무 2014-05-2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생기고 좋은 남자와 잘생기고 나쁜 남자 중에 고르라면 다락방의 선택은...???

다락방 2014-05-20 12:45   좋아요 0 | URL
저는 그동안 늘 못생기고 좋은 남자를 선택해왔습니다.....

아무개 2014-05-2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는 왠지 이책을 읽고 마태우스님이 더 멀게 느껴지던걸요.(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였지만 ㅡ..ㅡ)
아니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나.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나 싶은게....

2.저기 어딘가에 그런 내용도 있지요?
'콘돔을 쓰면 느낌이 안나서 싫다 라고 그러는데,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꼭 그런다.
하지만 나는 콘돔을 애용한다' 이런 글이였던거 같은데 책이 없어 확인불가 ^^:::::::

3.네 잘생긴 남자가 설겆이를 좋아하지 않을 꺼란말에 100만원 겁니다.
다락방님도 설겆이 싫어 하잖아요. 뭐 똑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ㅎㅎㅎㅎ

4. 그나저나 마태우스님은 락방님을 너무 싸릉하시는거지 그렇지...

다락방 2014-05-20 13:06   좋아요 0 | URL
2. 저기 위에 제가 인용한 문장이 그 문장입니다. 71 페이지요.

콘돔을 쓰면 느낌이 안 좋다고 하는 애들이 있는데, 꼭 잘 하지도 못하는 애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요. 설사 느낌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여자들을 위해서 느낌을 요만큼만 양보하면 되잖아요. (p.71)


3. 저는 설거지하는 잘생긴 남자를 꼭 만나고 싶습니다!! ㅎㅎ

4. 저도 마태우스님을 사랑합니다. ㅎㅎ

자작나무 2014-05-20 13:05   좋아요 0 | URL
전 설거지를 잘하지만...

다락방 2014-05-20 13:07   좋아요 0 | URL
설거지를 잘하지만...



여자입니까? ㅋㅋ

자작나무 2014-05-20 14:24   좋아요 0 | URL
돈이 없습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14-05-20 16:27   좋아요 0 | URL
안타깝네요..

마태우스 2014-05-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다락방님... 저랑 시비돌이님의 그저그런 책을 가지고 이런 신적인 리뷰를 쓸 수 있다는 건 님의 리뷰 능력이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일 거에요. 권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리뷰에 쓸 수 있는 분, 그리 많지 않을 거에요. 그게 다 저자에 대한 애정이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거 말고도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구절이 여럿 있어서, 고맙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원래 이런 글은 비밀글로 해야 딱인데, 님이 신이란 걸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그냥 씁니다.

다락방 2014-05-20 13:12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책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태우스님의 다음책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거에요.
신적인 리뷰라뇨, 무슨 그런 어마어마한 말씀을. 신적인 리뷰랑은 완전 거리가 멀고요,
이 책 읽으면서 이생각 저생각 복합적으로 되게 많이 했거든요.
무엇보다 내가 왜 이런 고백에 놀라야 하는가, 였어요.
그건 제가 이 저자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거였죠. 그래서 엄청 충격이었어요.

저자에 대한 애정이라면, 네, 엄청납니다. 그건 확신하셔도 됩니다. 정말로요.
:)

무스탕 2014-05-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분 인터뷰 내용만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찾아봤더니 300쪽이 훨씬 넘는 분량이던데 그 긴 시간동안 두 분이 수다를 떠셨다고요? =3=3=3
다락방님 리뷰를 읽다 보니 '서민=기생충' 이라는 무조건반사공식에 뭔가가 더 추가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다락방 2014-05-20 16:11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인터뷰 내용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승호님이 물으시고 서민님이 답하시는거죠. 기생충에 대한 것과 사생활에 대한 부분, 의학상식과 의료 민영화 또 글쓰기까지 다양한 질문과 대답이 거기에 있습니다. 재미있어요. 생각할 것도 많고 말입니다.
:)

페크pek0501 2014-05-2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과 다락방 님의 빠른 행보를 보고 갑니다. 책을 낸 사람과 리뷰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행보를.
저는 요즘 책을 사지 않으니(집에 쌓여 있는 책을 읽고 있어요.) 이런 새 소식도 모르고 말이죠.
으음~ 이 책 역시나 마태 님의 유머가 반짝이고 있겠죠. (마태 님, 축하드려요...) 리뷰는 여전히 맛있고...

잘생긴 사람이 설겆이는 모르겠고(저는 이런 걸 안 시켜요. 못 믿어서요. ) 청소는 잘 한답니다.
청소할 때 즐겁게 해요, 우리 남편이요... 남편이 청소기 돌려 줄까? 이런 말 자주 하거든요. (이런 말 해도 되나요?)
잘생긴 편인데, 사실인데... 꺄욱~~~

다락방 2014-05-21 11:04   좋아요 0 | URL
아 페크님. 저도 집에 쌓여 있는 책을 좀 읽어야 할텐데요. 자꾸 사대기만 하니 큰일입니다. 엊그제도 한박스가 도착했고, 내일 또 올거에요. ㅠㅠ 게다가 수시로 중고샵 가면 꼭 몇권씩 사들고 나온답니다. 저는 아마도 '사는'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어휴..

ㅎㅎ 청소기 잘 돌리는 남편이라니, 좋으네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저희 아빠랑 남동생도 청소기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돌립니다. 물론 걸레질도 ㅋㅋ. 게다가 설거지 앞에 두고 제가 또 씩씩대고 있으면 남동생이 자기가 한다 그래요. 제가 너무 설거지하면서 화를 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저희 가족은 유전적으로다가 미모가 좀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