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타운 - Elizabeth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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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과 죽음이 운명이라고 한다면,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사람들도 운명의 한 부분일 것이다. 그 운명이란 것은 순간의 우연들로 이루어진 것인데,  우리는 지하철 한대를 놓쳤기 때문에, 우연히 그 길에 우산 없이 서 있었기 때문에, 전력질주 하여 그 버스를 탔기 때문에, 살아 있거나 살아가고 있는것일런지도 모른다.  

남자도 죽으려고 했다. 커다란 실패에 맞닥뜨리고 나서 더이상 살 의미를 찾지 못했으니까. 푹 꺼져버리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죽으려던 그 찰나에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런데 그 핸드폰은 남자가 받을때까지 울린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조금 미룬다. 전화를 받고 나서,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이런식으로 미루는 과정에서 그는 여자를 만난다. 

그 여자는 거기에 우연히 있었다. 그가 탄 비행기에. 승객이라곤 단지 그 하나뿐인 비행기. 그녀는 그를 일등석으로 앉게 해주고, 피곤해하는 그의 옆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한다. 그는 그녀를 기억하려고 했던건 아니지만, 그가 누군가와의 통화가 절실했을 그 시점에 그의 전화에 응답해주는 건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를 어제 대신 다른 날들이 하루씩 펼쳐진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를 사랑했던 친척들을 만나고 그리고 그녀와 통화를 하고 또 해돋이를 본다. 그녀가 지시하는대로 여행도 하고. 그리고 그 여행의 끝, 그의 인생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건, 그가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선택하기 이전에 그는 그녀를 선택한것이고, 그녀를 선택하기 이전에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기를 선택한 것이고, 아버지의 장례식을 선택하기 이전에 그는 전화를 받기를 선택한 것이다.  

켄터키주에 가서 한 이주일쯤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는 미국이란 나라의 작은 지역이 퍽 아름답게 그려진다. 게다가 남자가 42시간 여행하는 그 길은 어떻고. 장례식 장면은 나를 뭉클하게 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추도하는 과정에서 그토록 사랑이 넘치고 행복할 수 있는걸까. 내가 참석하는 장례식이 그런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나는 새삼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커스틴 던스트를 사랑스럽다고 말하는데, 오, 나는 전혀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이 영화속의 커스틴 던스트의 캐릭터에 대해 좀 짜증이 나서,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친구하고 끼리끼리 사랑하는구나 싶어졌다. 남자를 위해 준비한 정성스런 여행지도와 메모들 그리고 시디들. 그건 분명 정성 가득한 것이었지만, 나라면 그 모든 시디를 재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거기에서 여자가 지시하는 술집에 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라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여행의 끝에 내가 만나게 될 것은 이 영화속에서의 남자가 만난 것과는 다른 것이었겠지. 그러나 이 남자는 여자의 메모대로, 여자의 지시대로 충실히 따른다. 그리고 거기엔 '다른 끝' 이 있었고. 만약 그가 아니라 나였다면 나는 또 그와는 다른 선택을 했을테니 다른 결말을 맺었겠지. 나는 그 여자의 '정성'을 보는 대신, '집요함'이 느껴져서 그녀와는 사랑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그래서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는 거라니까. 게다가 그녀와 그는 어찌나 잘 통하는지. 밤이 새도록 충전해가면서 핸드폰 통화를 한다. 맙소사. 나는 한시간만 지나도 전화기 뜨거워졌으니 끊자고 말했을거다. 그랬다면 해돋이를 못봤을 것이고, 그 새벽에 함께 나란히 앉는 일은 없었겠지. 그래서 역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등 돌릴 사람은 등 돌리게 되는게 아닐까. 그건 상대의 탓도 내 탓도 아닌, 상대와 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결말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살아주기를, 건강하게 살아주기를, 오래 살아주기를, 기본적으로는 '살아서 버텨내 주기를'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다시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 남자가 전화를 받게끔 그토록 집요하게 전화를 울려준건 그를 사랑하는 그의 여동생이었고, 그리고 그 전화를 그녀가 집요하게 해야만 했던건, 그들이 사랑하는 그들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니까.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고 먼 곳에 사는 여동생이, 그리고 앞으로 사랑을 하게 될 비행기의 승무원이, 남자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 물론,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우연이 고마워 나는 이 영화가 조금, 좋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도 본능적으로 그러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 삶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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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1-0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 같아요. 정성이 아닌 집요함을요. -_-;;;;;; 커스틴 던스트 예쁘다고들 하던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1-11-08 17:25   좋아요 0 | URL
전 너무 정성이 들어가니까 그게 '나를 이만큼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이런걸 어떻게 무시해' 정도가 되니까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더라구요. 선한 의도였으나 속박이 된달까;;
그러나 감동받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성어린 부분이긴 했어요. 아...제 영혼이 너무 자유로운게 문제인가봐요. 흑흑

부리 2011-11-0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커스틴 던스트는 결단코 제 타입이 아닙니다. 스파이더맨에서 처음 나왔을 때 "쟤는 주인공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주인공이더라구요. 대체 뭐가 이쁘다는 건지! 그전에 치어리더영화에서도 던스트 빼고 다 이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튼 줄기차게 나오는군요. 제 눈이 이상한 건가요. 다락방님이 짜증난다는 건 물론 캐릭터에 국한한 거겠죠?

yamoo 2011-11-08 21:59   좋아요 0 | URL
어쩜 저하구 그렇게 똑같은 생각을 하셨을까요!! ㅎㅎ 완전 동감이에요~~^^

다락방 2011-11-09 09:57   좋아요 0 | URL
이 영화속 캐릭터에 짜증이났다는 말이었는데요, 부리님. 그렇지만 저도 커스틴 던스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커스틴 던스트..목소리가 좀..제 귀에 엥엥대는 것처럼 들려서..별로 안좋아해요. 하핫;;
음..그래서 영화속 캐릭터로도 짜증난걸까요?
 
레스트리스 - Rest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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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죽음이 두려웠다. 사후세계에 천국과 지옥이 있는지는 둘째문제고, 내가 이 세상을 등진다는 것, 이 세상에 더이상 내가 살아 숨쉬지 못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이제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늙어가는지를 지켜볼 수 없고 또 내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일들을 하게 될지 모르는데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도 두려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그 모든 연인들. 그들이 죽으면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지. 물론 그들이 죽었다고 해서 내가 같이 죽지는 않겠지만, 나는 아마도 지옥같은 고통을 경험하겠지. 상실감에 몸부림치겠지. 나는 간혹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상상해보다가는 이내 끔찍하게 느끼고 그래서 우울에 빠지곤 한다. 특히 몇몇이들의 죽음을 상상하면 나는 곧바로 무너져내릴 것 같다. 그 순간이 온다면 다시 제대로 숨쉬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또한 누군가의 죽음을 맞닥뜨린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는 한없이 안타깝다. 당신들은 그 시간을 대체 어떻게 견디느냐고,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겠느냐고 묻고 싶지만 그 말들은 차마 묻지 못한다. 다만 남아있는 자로서의 슬픔에 아주 작은 위로만 표현할 수 있달까. 그러나 그조차도 나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죽음은, 내가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나는 나의 죽음 앞에 그리고 타인의 죽음 앞에 한없이 무기력하고 한없이 작아진다. 죽음은, 이 세상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걸 알면서도 가급적이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은 그것을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죽음 앞에 우리가 울면서 통곡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밝게 얘기해준다. 죽음은 그저 끝인거라고 그렇게만 생각해왔던 내게 그게 그런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채 어른이 되지도 못한 소년과 소녀가 죽음에 맞닥뜨린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그들이, 그러나 한명의 죽음앞에 다른 한명이 "네 장례식은 내가 치를게" 라고 말한다. 맙소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 그저 무너져내릴 뿐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당신을 보내는 의식을 내가 해주겠다고 말한다니. 이 영화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가슴속을 꽉 채워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소녀는 얘기한다. 내 장례식엔 치즈버거와 밀크쉐이크를 차려달라고.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잔인한 현실앞에 즐거울 수 있다고? 정말? 그게 가능해?  

 

그래, 가능하다. 우마 써먼이 주연한 영화 『프라임 러브』에서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맞닥뜨렸을 때 웃어주었던 것이 가능했듯이, 그것이 가장 완벽하고 소중했듯이, 이 영화에서도 미소는 가장 완벽한 순간을 선사한다. 이제 내 옆에 없는 사람 때문에 상실감으로 휘청이는 다리를 어쩔 줄 모르는 사람 대신, 이 영화에는 떠나간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사람이 있다. 굵은 눈물방울과 통곡대신 추억을 떠올리는 눈빛이 있다. 아, 이 영화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을 담고 있다. 완벽하게 미소짓는 바로 그 순간이 이 영화를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만들어준다.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는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도 미소 짓도록 노력해볼게. 당신하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생각하면서. 그때 우리가 어떻게 웃었는지를 기억하면서. 그러다보면 당신을 보내는 일이 그렇게 견디기 힘든 일만은 아닐거야. 나는 잘 버텨낼 수 있을거야. 

 

구스 반 산트, 그가 또 해냈다. 그는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나는 내가 영화의 감독 취향이란 것도 없으면서 오래전부터 그만을, 구스 반 산트만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이 아주 뿌듯하다. 내가 그를 오래전부터 알아봤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 안목에 감탄했다. 나는 사람을 아주 제대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보여주는 그런 감독을 좋아하고 있는거다. 이 얼마나 기특한가. 

나는 앞으로도 구스 반 산트 말고는 다른 감독을 좋아할 자신이 없다. 물론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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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30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주, 서양인들의 장례식 풍경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요. 장례식에서 곡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공동묘지도 마을 한가운데 있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죽음에 대한 개념자체가 다른 데에서 오는 풍경들이 아닐까 싶어요. 아, 이 영화 정말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1-10-30 01:26   좋아요 0 | URL
저도 서양인들의 장례식 장면을 영화에서 접하고 나면 꽤 흥미롭더라구요. 그 장례식을 볼 때면 장례식용 옷으로 예쁜 까만옷을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구스 반 산트는 [엘리펀트]에서,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마레 지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를 펼쳤죠. 조만간 페이퍼로 다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는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해요. 바로 지금 이야기를 해라, 사랑하는 사람에겐 편지를 써라, 하고 말이지요. 이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때는 제대로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거라고도 얘기해요.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소년을 통해 보여주거든요. 아, 정말 너무 좋아요. 브론테님, 구스 반 산트는 최고에요. 이 영화는 꼭 보세요, 브론테님.

전 [슬픈 짐승]을 좀 보다 잘까 싶었는데 와인을 머그잔에다 두잔 따라 마셨더니 취해가지고 책을 못읽을 것 같아요. ㅎㅎ

치니 2011-10-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 막 보고 왔어요. 그래서 이토록 짙은 사랑 고백이 너무나 공감돼요. 아 - 게다가 그 음악들은 또 어쩐대요? 심지어 자신이 작곡한 곡들도 있던데. 난 무조건 오에스티를 사야겠어 라는 생각만 열 번 넘게 하면서, 영화가 끝나지 말기를 부질없이 바라면서 봤어요.

다락방 2011-11-01 09:08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저 치니님 리뷰 봤는데요, 오, 이 영화 누가 지루하다고 하던가요? 전 완전 하나도 안지루하던데. 처음부터 완전 좋다 완전 좋다 이러면서 봤어요. 최고 최고 ㅠㅠ 저도 그게 무슨 음악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 영화 OST 사야겠다 막 그 생각 했거든요. 그런데 무슨 노래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구스 반 산트는 진짜 짱이에요. 아우, 갑자기 마레지구 다시 보고 싶어요.

레와 2011-10-3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죠. 완전 좋죠!
우울하고 슬픈이야기를 처연하지 않게, 그래서 다가올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걸 알려줬어요. 언젠가 죽음으로 나의 온 세포가 두려움에떨때 이 영화를 다시 볼거에요.

다락방 2011-11-01 09:09   좋아요 0 | URL
짱 좋아요! 막 [마레지구] 생각도 나고.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었는데, 그게 저한테 전혀 거부감 없이 다가오더라구요. 그점에 감독의 힘이 대단하다 싶었어요. 전 고집이 세사 제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혹은 편견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구스 반 산트는 아주 자연스럽게 죽음이 가져오는 슬픔과 두려움을 물리쳐줬어요. 정말 좋았어요, 정말.

dreamout 2011-10-3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스 반 산트. 멋스런 이름이네요!

다락방 2011-11-01 09:10   좋아요 0 | URL
그가 만든 영화는 그의 이름 만큼이나 멋지답니다!

moonnight 2011-10-3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이런 영화도 찍었나요! 나한테 얘기도 안 하고!!! -_-;;;;;;;

저는, 죽는다는 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게 두렵지는 않은 거 같아요. 오히려 죽은 후에는 장례도 제사도 없었으면 하고 그냥 잊혀졌으면 해요. 그러나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까봐,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까봐 두려운 마음은 있어요. 잘 죽는 건 확실히 큰 복인데, 여러 사람 폐 끼치지 말고 쉽게 죽고 싶다. 또는 어떤 경우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지요.

이 영화, 다락방님의 리뷰만으로도 꼭 보고 싶어요. 저도 구스 반 산트 감독 좋아해요. ^^

다락방 2011-11-01 09:1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한테도 얘기도 안하고 찍었더라구요, 글쎄. 아니, 구스 반 산트가 제게 이럴 수 있는겁니까? 네? 제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문나잇님, 문나잇님은 저랑 죽음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런 문나잇님도 이 영화를 보면 조금쯤 안도하고 조금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훗 :)
 
Lucia(심규선) With 에피톤 프로젝트 - 자기만의 방
Lucia(심규선) 노래,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작곡 / 파스텔뮤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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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의 새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을 지난주에 친구로부터 들었어요. 메신저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라고. 제목부터 에피톤의 냄새가 나서 소식을 알려준 친구가 무척 예뻤어요. 예쁜 사람은 예쁜짓만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사실 심규선 보다는 에피톤에 끌리긴 했지만, 에피톤이 선택한 그녀니까 나는 무작정 그녀를 들어요. 그녀의 찌찔한 그 노래도 기억해요. 술 한 잔 했어요 그대 보고 싶은 맘에 또 울컥했어요. 술을 안마시고 싶었다가도 술이 마시고 싶어지는 바로 그 노래요. 술을 마시노라면 따라 부르고 싶은 그 노래요. 가끔은 감성에 쩔어서 푹 젖어 버리고 그렇게 흐느적거리고 싶을때 심규선의 목소리는 맞춤하지 않던가요. 그런데 말이죠,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라는 제목이요. 봄 냄새가 나고 봄이 느껴지고 그리고 화사하지만, 그렇지만 나는 당신에게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라고는 묻지 않을래요.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나라는 꽃은 한 철만 피고 끝나지는 않거든요. 작년에도 피었던 것 처럼 내년에도 필 거에요. 그리고 피었다가 지기도 하겠죠. 앙상한 가지만 남기도 하고 그 가지 위에 눈이 쌓이기도 할 거에요. 나를 사랑할거라면, 한 철 만이 아니라 앙상한 가지일때도 사랑해줘요. 영원을 맹세해달라는게 아니에요. 영원을 맹세하는 건, 나는 믿지 않아요. 한 철로 끝나지는 말자는 거에요. 당신이 사랑한다면, 나도 당신을 사랑할 거에요.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동안, 우리는 강아지를 키울까요, 고양이는 어떨까요? 고양이 왈츠에 맞춰 고양이가 춤을 추면 우리도 함께 춤을 출까요. 아니요, 나는 우리가 함께 하는 동안은 당신과 나 둘 뿐이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내 밥만 차려요. 고양이 밥도 강아지 밥도 차리지 말아요. 물론, 나는 심규선이 Sue 에서 노래하는 것 처럼, I Can't Live Without You 라고 당신에게 말하진 않을거에요. 나는 당신 없이 살 수 없지는 않아요. 당신이 없어도 살았고 당신이 떠나도 살 수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있다면 더 좋을거에요. 그게 나의 진심이고 진실이에요. 물론, 아직도 나는 가끔 자기만의 방 에 갇혀 당신이 불러도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어떤 말도 어떤 날도 내게 위로가 되지 않아 그 방 안에 갇혀 두 다리를 끌어 모으고 고개를 숙여 어둠에 갇혀 있기도 할거에요. 당신은 그때의 나를 그 곳에서 꺼낼 어떤 레시피도 지금은 알지 못할거에요. 세상에 어른이 되는 레시피 가 없는 것 처럼요. 그렇지만 열심히 나를 불러줘요. 안녕, 안녕. 끊임없이 나를 불러줘요. 그러면 나는 나만의 방을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첫번째, 방 을 뺄수는 없겠지만, 당신을 위한 두번째, 방 을 만들수는 있어요. 우리는 그 방안에서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면서 때로는 침묵하면서 버라이어티 하게 우리만의 시간을 채울 수 있을 거에요. 심규선이 부디, 라고 간절히 애원하면서 뭐라고 노래했는지 알아요?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주고 흔들리는 나를 잡아달라고 해요. 거친 파도가 나를 삼키지 않도록 말이죠. 나도 그래요. 나를 잡아주는 게 당신이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당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를 단단히 받쳐줘요. 나는 조금 지쳐있지만, 당신이 나를 일으켜 세워줘요. 나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자신은 없지만 당신이라면 그 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디, 내 손을 잡아줘요. 그리고 그 손을 놓지 말아줘요, 제발.
당신이 내 손을 놓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얽혀있는 내 손가락을 풀지 않아요. 당신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면, 나 역시 힘을 줘서 그 손을 잡을거에요. 마주보는 우리의 웃음은 반짝반짝 빛날거에요.

 

 1-1. 첫번째, 방    
 1-2.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1-3. 부디(Album ver.)    
 1-4. 고양이왈츠    
 1-5. 안녕, 안녕    
 1-6. Sue (Inspired by 'Fingersmith')    
 1-7. 두번째, 방    
 1-8. 어떤 날도, 어떤 말도     
 1-9. 버라이어티    
 1-10. 고양이왈츠 Acoustic    
 1-11. 어른이 되는 레시피    
 1-12. 웃음    
 1-13. 자기만의 방

 

부디 그대 나를 잡아줘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제발 이 거친 파도가 날 집어 삼키지 않게

부디 그대 나를 안아줘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제발 이 거친 바람이 나를 넘어뜨리려 해

저기 우리 함께 눈물짓던
그 때 그 모습이 보여
이젠 눈이 부시던 날의 기억
그래, 그 순간 하나로 살테니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 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깨워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이제 잡은 두 손을 다신 놓지마, 제발

그대 이렇게 다시 떠나가는 날
이젠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우리 이렇게 헤어지면, 언젠가는 또 다시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 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깨워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안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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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1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늘빵 2011-09-1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딱 리뷰가 이 음반 같잖아요. 두 철이면 되겠니?

다락방 2011-09-18 21:11   좋아요 0 | URL
므흣. 리뷰가 마음에 들어요, 아프? 저 이 앨범 마음에 들어요. [부디]가 참 좋아요. 히히.
두 철도 모자라요!! 므흐흣

비로그인 2011-09-1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한 다발이 한 편의 글로 남겨졌네요.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줄건가요, 이 제목이 참 좋아요.
자기 전에 들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1-09-18 21:12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앨범이 나왔어요. 흑흑. 물론 저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앨범을 더 기다리긴 하지만 심규선도 괜찮아요. 보이스도 마음에 들구요. 내내 듣고 있답니다. 아, 좋아요. 한없이 찌질해지고 한없이 감성에 쩔어있기... 후아-

마노아 2011-09-1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좋아서 귀를 잡아끄는데, 글은 눈을 잡아끄네요. 모두 노래 제목들이 엮여져 있어요. 다락방님은 참 감각적이에요!

다락방 2011-09-19 08:47   좋아요 0 | URL
오늘 출근길에도 들었어요.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좋아요. 훗

달사르 2011-09-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좋아. 한 번 글을 읽었는데, 음악 들으면서 한 번 더 읽어봤어요. 그러니 더 좋은데요? ^^

다음에 이 음반을 듣게 된다면, 다락방님의 이 포스팅이 고스란히 떠오를 거 같애요. 아..나는 음악보다 이 포스팅이 조금 더 마음에 듭니다. 에피톤이 이 포스팅 좀 사용하면 어떠냐고 연락오면 좋겠어요. ^^

다락방 2011-09-19 13: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에피톤이 이 포스팅을 사용한다고 하면, 저는 '이 영광을 모두 달사르님께 돌리겠습니다' 라고 말할게요. ㅋㅋㅋㅋㅋ
노래 좋죠? 이 가을에 나와주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언젠가 홀로 울고 싶어지면 [부디]를 틀어놓고 울어야겠어요. 적절한 선곡일것 같아요. 헤헷

moonnight 2011-09-1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새 리플레이했어요. 좋아요. 목소리가 참 마음에 와닿았어요. 근데, 리뷰는 더 멋지잖아욧!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1-09-19 18:02   좋아요 0 | URL
므흐흐흣 노래 좋지요? 당분간 아마도 심규선만 들으며 다닐 것 같아요. 시디가 나와줘서 감개무량 ㅠㅠ

웽스북스 2011-09-2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에 심규선 싫어하는 사람이 저 하나뿐인 것 같아요 ㅋㅋ

다락방 2011-09-20 12:07   좋아요 0 | URL
이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웬디양님. 심규선을 싫어하는 건 죄가 아니에요. ㅎㅎ 괜찮아요, 맘껏 싫어해요.(뭐래 ㅋㅋㅋㅋㅋ)
 
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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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방울을 달았다. 골목 밖으로 취객의 느린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눈알이 빠질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다, 그만 방울 자루를 건드렸다. 자루가 입을 벌려 쓰러졌다. 갇혔던 물이 터지듯 수천 개의 방울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p.192) 
 
   

현실을 반영한 소설에서 그것을 가장 리얼하게 설명할 수 있는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들에 대한 묘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방울 자루를 건드려 바닥으로 쏟아지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는가. 여자가 백숙집에서 일하면서 몸을 파는 것에 대한 행위가 차마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끔찍해  미적미적 하다가, 방울을 바닥으로 쏟는데서 그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구나 하고 무섭게 깨달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물론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하지만, 그 문장안에 아주 많은 뜻을 담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사소한 일상을 곳곳에 숨겨놓는 것도 좋아한다. 손에 잡힐 듯해서. 작가는 언제고 방울자루를 건드려 쏟아본 적이 있는걸까?  


이 책에서 여자는 차마 죽을수도 그렇다고 계속 살기도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다. 공부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니 자신의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틈틈이 몸을 판다. 몸을 팔지 않고서는 도무지 생활이 유지될 수가 없다. 남편은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고, 돈은 모이지 않고, 아이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삶이 지겹고 끔찍하다. 그 삶이 너무 끔찍해서, 더 나쁜것을 상상해보고 그래도 이게 최선이구나, 싶을 때 쯤 어김없이 상상하지도 못한 더 끔직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신경질이 난다. 대체 이 여자더러 살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이 여자한테 어떤식으로 어떻게 희망을 주느냐고. 그런데 이 여자가, 잠시잠깐,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이 온다. 

   
  죽을 게 아니라면 살아야 했다. 살 것이면 제대로 살아야 했다. (p.155) 
 
   

그래, 그러자. 이 여자야, 좀 살아보자. 살다보면 좋은날도 오지 않겠어? 그러나 이렇게 말하기가 무안해진다. 삶은 확실히, 가난한 자들의 편은 아니다. 삶은 분명히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까지 돌보려고 하질 않는다. 삶은 그러니까 늘 제 맘대로 흘러간다. 아무리 간곡하게 더 나아지게 해달라고 빌어도, 울어도.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우리는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늘 알고 있다. 뉴스를 봐도 신문을 봐도 끊임없이 말해주지 않는가. 그러니 이 소설속의 여자가 사는 삶이 단지 소설속의 일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현실을 살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고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만큼 그것이 현실임을 알고 있다는 뜻일테다. 

작가의 전작들중 나는 단편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실린 단편 「손」을 좋아한다. 그 단편은 그녀의 소설 『나쁜피』와도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실린 다른 단편들과도 또,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에 실린 그녀의 단편 「키즈스타플레이타운」과도 다르다. 그 단편은 가장 나직했고 가장 외로웠다. 그녀가 극한으로 표현해내는 다른 글들보다도 오히려 더 여운을 남겼다. 그 작품이 너무 독특해서 나는 읽으면서 작가가 이런식의 작품을 더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슬픔을 표현하려고 했다면 또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지를 말하려고 했다면 그녀는 그 모든작품들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좀 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도 정확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어 많이 망설여지는데, '좀 더 갈 수 있는 데' 가 '문학적 깊이와 완성' 을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낀다는 것, 책에 흠뻑 빠져들어서 분노를 하고 울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는 것은 분명 그 책이 이야기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 이야기들을 읽기 좋은 문장으로 써냈다면 금상첨화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이 두가지를 다 잘해냈다.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고, 허투로 읽히는 문장도 없다. 그러나 나는 좀 욕심이 난다. 책장을 덮었을 때, 그 뒤에 무엇을 줄것인가. 왜 그 뒤를 '좀 더' 책임을 지지는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이 나를 건드려주기를 바란다. 읽으면서 인상을 찡그리게 하고 눈물을 닦게 했다면 읽고 나서는 무언가 와서 가슴에 박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만이 아니라 읽고 나서도 여전히 칼로 배를 쑤신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주는 여운 때문에 사람들과 더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고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후의' 감상에 대해서라면 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좀 더 해보자는 거다. 좀 더.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좀 더 해보자고. 별 셋이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제 끝이지, 하는게 아니라 이봐, 별을 넷밖에 못 주겠잖아, 다섯개 왜 못주게 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봐, 라고 자꾸 부추키고 싶은 것이다. 모든 책이 '깊이'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그 '깊이'라는게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나 잡아내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이 '좀 더' 깊이 있을 수 있는 책인것 같은데 거기까지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 내내 아쉽다.  

김이설 작가님, 

조금 더 해봅시다. 조금 더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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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7-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다락방님의 격려가 막 들리는 것 같아요. 저도 더 갈 수 있는 그 곳이 어딘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오늘 주문합니다. ^^

다락방 2011-07-04 12:29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이 책은 조금만 더 가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질 못한것 같아서 아쉽더라구요. 그런데 앞으로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책을 읽으시면서 푹 빠져드는 문나잇님이시니,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시면서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마음 단단히 여미시고!

네꼬 2011-07-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김이설 작가는 좋겠네. 이런 독후감 편지라면 작가도 감동하겠어요. (나 이 책 읽진 않고 여기저기서 얘기만 듣고 있는데 엄두가 안 나. ㅠㅠ)

다락방 2011-07-04 12:3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가 웬만하면 알라딘에 리뷰는 안쓸라고 하는데 이 작품이 참 아쉬워서, 이 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네꼬님. 뭔가 어휘력이 풍부하고 문장구사력이 뛰어나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지금 제 리뷰도 부족하게 느껴져요. 누군가 딱 들어맞는 표현을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엄두가 안나는 네꼬님, 저는 차마 읽어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어휴..

무스탕 2011-07-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우리동네 도서관에 신청하고 왔어요. 다락방님의 주문은 힘이 있어요!

다락방 2011-07-04 12:32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박범신의 [비즈니스] 읽으셨어요? 전 그 책과 이 책이 비교되더라구요. 아마도 아내들이 몸으로 돈을 버는 소재 때문인가 봐요. 비즈니스는 그러나 환상쪽이라면 이 작품은 끝끝내 현실이에요.

무스탕 2011-07-05 09:44   좋아요 0 | URL
비즈니스는 다락방님 덕분에 잘 읽었죠 :)
환상과 현실이라..
환영이라는 제목을 들었을때 <환영=어서오세요> 인지 <환영=헛것>인지 잘 모르겠었는데 여전히 모르겠네요. 읽어봐야 아려나봐요.
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박범신의 '촐라체'에요. 박범신 퍼레이드네요 ^^

다락방 2011-07-05 10:14   좋아요 0 | URL
저는 비즈니스에서 그 도둑이 '환상적인'존재 같더라구요. 여자주인공은 그 도둑이 '상큼'하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건 작가의 로망이었던 것 같아요.
이 책에서의 환영은 아마도 '어서오세요'의 환영일 겁니다. 시 경계의 어서오세요, 라는 간판을 여자가 간혹 보는 그 장면이 나오거든요.

2011-07-04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1-07-04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도 바로 이런 거였어요! (살짝 묻어가기...)

다락방 2011-07-04 17:10   좋아요 0 | URL
뜨거운 순대가 먹고 싶어요. 흑흑 ㅠㅠ

2011-07-04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07-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지는 방울 자루와 '환영'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립니다. 다음에 이 책을 읽게 되면 저 방울 자루가 언제쯤 나오나 기다리며 읽을 듯해요. ㅎ 그래서, 일부러 페이지 표시는 건너뛰고 안 봤습니당~

작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이런 리뷰, 아..사랑스럽네요. ^^

다락방 2011-07-05 12:55   좋아요 0 | URL
이히히히 사랑스럽다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달사르님. 방금 점심 먹고 후랑크쏘세지 길쭉하게 들어간 패스츄리도 하나 덤으로 먹었어요. 일종의 디저트..랄까요. 오늘은 무척이나 소세지가 먹고 싶더라구요. 하핫.

달사르님은 점심 드셨습니까?
:)

달사르 2011-07-07 2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배부를 때가 젤루 기분좋은거 같애요. 점심 먹고 나서 돌아서자마자 또 먹는 디저트. 캬..정말 맛있지요. 게다가 소세지라면 더욱더. 흐릅..

먹는 이야기가 있는 댓글 공간이라서 아주 화목한 느낌입니다요. ^^ 저도 오늘 저녁 먹고 또 빵으로 간식을..헤헤헤

2011-07-0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3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집에 돌아와 귀걸이를 빼는 순간에 여자는 가장 여자다워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귀걸이를 빼는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자'로서의 가장 사소하고 작은 -그러나 중요한-의식을 끝마치는 것 같달까. 머리통에 붙어있는 그 작은 귀에서 더 작은 귀걸이를 빼는데 두 손이 필요하다는 것도, 두 손을 쓰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고개가 살짝 돌아가기도 하고 기울여지기도 한다는 것도 놀랍다. 귀걸이를 빼는 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서 감추어두었던 많은 것들이 자기를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것 같다. 하루간의 지쳤던 일들과 슬펐던 일들, 또 기뻤던 일들. 그것들이 그때 바깥으로 나오면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어깨를 주무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 메탈 알러지로 고생하며 미처 집에 돌아가기도 전에,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으면서 혹은 술을 마시면서 중간에 귀걸이를 빼야 하는 그때가 나는 참 싫다. 

귀걸이를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2.5배쯤 더 예뻐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귀걸이를 즐겨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도 내가 만약 진창에 빠져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진창에 빠져있다면 반짝이는 귀걸이도, 제법 화려한 목걸이도, 빨간 립스틱도, 8센티 힐도 생명력을 잃는다. 이 모든것들이 저마다의 기능을 다 해서 나를 웃게 하려면 내가 진창에 빠져 있지 않는게 중요하다. 내가 지옥에 있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소한 모든것들이 빛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늪에 빠지지도 않고 지옥에도 있지 않은 삶.  

 

그리고 내게 바람이 있다면, 내가 문득 새벽 4시에 깨어 눈을 떴을 때, 그 때 누군가를 불러도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때 누군가를 부르고, 말을 거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게 아니었으면.  

 

   
  한밤중에 일어나 담배를 찾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하지만 세상이 까마득한 새벽 4시에는 구원을 청할 데가 없다. (p.110)   
   


 

새벽 4시. 나는 항상 그 시간쯤에 눈을 뜨곤 한다. 그리고 때때로는 아주 강렬하게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새벽 4시. 구원을 청할 데가 없다.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덜렁, 혼자이다. 심지어 나는 담배도 피지 않는다. 

 

   
  새벽 4시는 기억 속의 시각이다. (p.119) 
 
   

 

수지는 새벽 4시에 이전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내가 그렇듯이. 구원을 청할데가 없을 때, 나도 내 기억속으로 숨어든다. 늘 그렇진 않다. 가끔은 방금 꾼 꿈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도 꿈을 꿨다. 나는 새벽에 눈을 떠서, 아, 그 사람을 봤는데,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꿈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억은 희미했다. 새벽 4시에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구원을 청할 데가 없음을 깨닫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겹다. 지치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과 굳이 '엄청나게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이들과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 선을 그들이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것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것 이라는 생각은 들진 않는다. 형제들 중 가장 큰 아이의 특징인지, 그도 아니면 B형의 특징인지, 아니면 사자자리의 특징인지, 아니면 순수히 개인적인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대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고, 상대에게 괜히 내가 힘든걸 말해서 같은 고민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아니, 나만큼 고민하지 않을거라는 건 안다. 나만큰 힘들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그러나 내가 힘든걸 말함으로써 지금 저여자는 힘들다, 하는 것을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다. 이건 가까운 사람들과 언제나 다투는 이유가 되었었다. 모든게 끝나버리면, 상황이 종료되면 말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이 내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내게 들이밀곤 했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 아니었다. 

 

   
  그는 수줍은 듯 씩 웃는다.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능력있는 경찰이 되지는 못할 사람이다. 그러기에는 너무 마음이 여리다. 너무 솔직하다. 그녀가 전화를 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P.284-285) 
 
   

 

상대는 말하라고 했다. 상대는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부담이 될까봐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고 책속의 수지는 생각한다. 이 생각은 수지에게 언제나 잠재되어 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어떤 부담도 지우고 싶지 않다. 그것이 아마도 그녀가 새벽 4시에 구원을 청할 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마이클, 나 조금 무서워요."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낸다. 때로는 별 상관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
"수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그는 이제 놀란 목소리다. 그는 수지의 약한 모습이 낯설다. 뭐라고 해야 하는지 대답을 찾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생리 때문에 그런가 봐요."
그녀는 얼른 생각을 바꾼다. 마이클에게 그런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 버린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건 그의 책임이 아니다.
(P.314) 
 
   


 

수지는 혼자서 많은 것들을 감당해내야 한다. 드러나는 진실 앞에 휘청거려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는 서툴다. 이런 그녀에게 담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녀의 좋은 친구 '케일럽'은 어느 날 그녀에게 자신이 얼마나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하는지를 얘기한다. 늘 잠들기 전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는 사실도. 

   
  수지는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시절, 케일럽이 항상 입고 다녔던 하늘 빛 볼링 재킷을 떠올린다. 재킷의 오른쪽 주머니에는 '비센트'라는 이름이 수놓여 있었다. 그런데 수지는 예전 남자 친구의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한 사람을 알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하지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비밀을 감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PP.462-463) 
 
   


한 사람을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책 속에서 수지가 말해줘서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제 나는 알았으니까. 게다가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한 사람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다. 나는 나 자신도 잘 모르는 걸.  

 

처음에는 문장이 좋은 소설인 줄 알았다가, 숨겨진 이야기들에 놀랐다. 마치 추리 소설인듯 언니 그레이스에 대한 진실들을 접하게 될때, 이 책은 점점 더 가치있는 책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품절인 것도 서운하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없는 것도 야속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작가라면, 그래서 이런 책을 썼다면, 아마 나도 다른 책을 섣불리 쓰지 못했을 거라고. 심지어 나는 더 쓸 생각도 안했을 거라고. 죽기전에 이런 책을 써냈는데 뭘 더 하겠다는 욕심을 낼 수 있을까? 이 책 한권을 세상에 내보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이 책 한권을 써냈으므로 나는 나 스스로를 기특하게도 여기고 다독이기도 했을 것 같다. 이젠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는채로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품절 딱지가 뚝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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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꽥!!!!!!!!!!!!!!!!!!!!!!!!!!
    from 마지막 키스 2012-10-10 13:06 
    이 책..품절이 풀렸네요!! 품절 풀린것 만으로도 완전 울트라캡숑나이스짱으로 기뻐서 미치겠는데 심지어 반값(!!)입니다. 맙소사.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하신 분이라면 다시 품절되기 전에 어서, 어서!!
 
 
네꼬 2011-06-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귀 안 뚫었는데, 그냥 귀걸이라도 해야 될까요? 다락님의 '여자론'은 언제나 좋아요. 그리고 참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벽 3시 전화, 알죠? 4시라도 상관없어요. :)

다락방 2011-06-30 22:19   좋아요 0 | URL
새벽은 새벽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것 같아요, 네꼬님. 구원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새벽이 되면 반드시!! 네꼬님을 기억할게요.날 내치지 말아요. 갈데가 없어요,난.

자하(紫霞) 2011-06-3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4시에 구원을 청할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저는 똑바로 누워서 심호흡을 해요~^^

다락방 2011-06-30 22:21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많은 생각을 해요, 새벽 네시엔. 가만가만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고 딱 그만큼의 어둠이에요.

음. 2011-06-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벽 4시에 전화하는 모임을 한번 만들어보죠.

다락방 2011-06-30 22:22   좋아요 0 | URL
윽 좀 비참한데요. 너무 절절해요. 모임을 만들어 전화해야 하다니.

moonnight 2011-06-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귀 안 뚫었어요. ; 귀 안 뚫은 귀걸이는 못생긴 거 밖에 없어요. -_-;다락방님처럼 여성스럽게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귀걸이를 빼는 행동은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상상;
이 책, 좋다고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저는 살 생각도 안 했어요. 뭔가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후회가 되네요. 품절이 풀렸으면 저도 바랍니다.
그나저나, 새벽 네시에 저한테 말 거셔도 괜찮아요. (수줍;) 둔해서 말 걸어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라도, 다락방님은 환영 ^^

무해한모리군 2011-06-30 11:46   좋아요 0 | URL
moonnight님 저도 강추요!

다락방 2011-06-30 22:28   좋아요 0 | URL
여성스런 순간임엔 틀림없지만 사실 그때쯤 되면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는것 같아요,문나잇님. 일상을 살아내느라 지쳐서 머리는 떡지고 화장은 번들거리고;;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해요, 현실은.

저도 이상해게 손이 안갔던 책이었어요. 선물 받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거에요. 정말 좋아서 제가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데 품절이라니. 흑흑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6-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새벽에 깨면 굳이 자려고 하지 않아요.
대체로는 그런 적막한 순간이 좋아요.
커피 한잔하면서 멍하게 있어도 좋고,
편지를 써도 좋고,
책을 좀 읽어보다가 졸아도 좋고 말이지요..

저도 이 책을 읽고 이 사람 다음책을 안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했어요..

다락방 2011-06-30 22:33   좋아요 0 | URL
새벽에 깨어 있으면 그 자체로 선물 받은것 같아요.남들은 다 자고있을 시간이라는걸 알기 때문인지 새벽은 깨어있는자의 것 같잖아요. 저는 대부분 새벽이구나,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자요. 가끔은 불을 켜고 책을 읽거나 수첩에 낙서를 해요.

이런 책이라면 이 한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면 말이죠.

플레져 2011-06-3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4시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고 쉼보르스카가 말했대요.
(조경란의 백화점에서 읽었어요)
부디 재발매 기원!

다락방 2011-06-30 22:35   좋아요 0 | URL
조경란의 백화점에 그런 문장이 나왔었군요. 그러고보니 익숙한 문장같기도해요. 저는 새벽 네시에 행복한 최초의 여자사람이고 싶어요,플레져님.

... 2011-06-3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새벽 4시 30분에 잠들었는뎅...

다락방 2011-06-30 22:36   좋아요 0 | URL
잔다고 왓섭이라도 넣어주지 그러셨어요!!!!!

람혼 2011-06-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또 다락방님이 흡연의 세계로 들어오신 줄 알고 내심 반가워했다는...^^;

다락방 2011-06-30 22:59   좋아요 0 | URL
하하 전 금연의 세계에 입문한지 몇년 됐습니다, 람혼님. 그나저나 담배가 람혼님을 불렀군요! 오랜만이에요.
:)

poptrash 2011-06-3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라는 첫 문장만, 누가 말해줘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4시의 담배도 있군요. 음. 저는 새벽 4시에도 담배 피고 오전 9시에도 담배 피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담배를 피고 잠을 잘 거에요. 엉터리 글을 쓰느라 밤을 샜어요. 다락방 님이 제목 좀 정해줘요.

다락방 2011-07-01 11:25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늦은밤, 팝님의 글을 읽고 제목을 정해드리고 싶었으나, 제목이 너무 제 취향대로만 지어져서 차마 권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아직까지 제목을 못짓고 계시네요. 얼른 지어봐요, 얼른!!

2011-06-30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춘희 2011-06-3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었다니 다행이에요 ㅎ 전 리뷰가 없길래 흥미가 없으셨구나 했어요! 잘 지내요 다락방?

다락방 2011-07-01 11:26   좋아요 0 | URL
엄청 좋았어요, 춘희님. 집에 안읽고 쌓인책이 백권이 넘어서 사놓거나 선물 받은 책 읽으려면 오만년 걸려요. 계속 책을 사서..orz

엊그제 카톡으로 제가 인사했는데 씹으시더만요!! 스맛폰 장만하셨어요?

머큐리 2011-06-3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걸이를 하고 싶고...새벽에 깨면 담배부터 찾는 저에게... 감동적인 페이퍼...ㅎㅎ

다락방 2011-07-01 11:26   좋아요 0 | URL
오오, 머큐리님. 귀걸이 하고 싶으세요? 감동..이라니 하하하하. 별말씀을요.
금요일이라서 오전 내도록 일도 안하고 들떠있어요. 금요일은 정말 왜이러나 몰라요. 히히.

감은빛 2012-10-1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까지 귀걸이나 반지를 끼지 않는 여자들과 살아왔어요.
어머니도 아내도 귀걸이를 하지 않네요.
어머니께서는 귀도 뚫지 않으셨구요.
아내는 귀를 뚫었었으나, 한쪽이 막혔어요.
연애할 시절에는 한쪽만 귀걸이를 했던 적도 있었는데,
결혼 후에는 귀걸이를 안하네요.

이글을 읽으니 중학생때쯤 문구점에서 어머니께 선물하기 위해
조잡하기 짝이 없는 귀걸이들을 살펴보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어머니는 그때 제가 선물한 귀걸이를 아직 갖고 계실까요?
아마 제가 귀걸이를 선물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계실 것 같네요.

다락방 2012-10-11 14:17   좋아요 0 | URL
저도 초등학교 다닐 때 동생들하고 돈을 모아서 엄마한테 3천원짜리 진주목걸이(당연히 진주가 아니었겠지요)를 사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그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데, 망가져서 버리셨을까요?

저는 귀걸이를 무척 하고 싶은데 메탈알러지 때문에 오랜 시간 할 수 없어서 안타까워요. 귀걸이하면 스스로 더 예뻐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괴로움을 감수하자 싶어서 귀걸이를 했다가는 시간이 흐르면 너무 간지러워서 아플 정도로 긁고 만지고 해야 해요. 윽.

오래된 글을 읽으셨네요, 감은빛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