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도 가족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10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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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전의 어느 드라마에서 김현주는 장동건을 좋다고 쫓아다녔고 결국은 장동건과 연인이 되었다. 그 때 장동건은 다른 여자를 좋아하다가 이별의 슬픔을 감당하는 중이었고, 그래서 장동건의 친구는 김현주를 사랑하는 게 진심이냐, 그것이 가능했냐고 물었다. 그 때 장동건은 친구에게 '사랑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노력하다보니 정말로 사랑하게 됐어' 라고 말했었다. 사랑은 노력으로 되는걸까? 이 세상의 모든것은 노력으로 된다지만 사랑도 그런걸까? 아니, 그건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어제의 「맨발로 하이킥」「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도 그랬다. 고영욱은 박하선을 정말로 좋아하고 박하선은 고영욱이 자신을 좋아하는 만큼 자신도 좋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고영욱은 박하선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자신처럼 못난 남자가 당신같은 훌륭한 여자를 좋아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추운 밤에 좋아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박하선은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러나 정말 눈물이 날만큼 미안하게도, 박하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욱을 사랑할 수가 없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자꾸만 자꾸만 느낀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건 기도로 되는것이 아니니까. 

장동건이 김현주를 사랑하게 된 건, 본인은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보여진다. 김현주의 마음이 어느 순간 장동건의 마음을 사랑쪽으로 끌어당긴 것. 그러나 고영욱의 마음은 그것이 간절하고 진심이고 미안함을 포함한다 해도, 박하선의 마음을 사랑으로 끌어당기지는 못한다. 사랑은 노력으로도 기도로도 이루기가 불가하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 그 순간을 기적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그래서 우리가 연인이 되는 것은 가장 완벽한 길일까? 단 하나의 유일한 길? 나는 절대로,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속의 수키와 에릭처럼. 수키와 에릭은 서로를 사랑한다. 서로를 갈망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연인임을 즐긴다. 서로의 기분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서로에게 강한 성적 매력을 느낀다.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황홀한 섹스를 즐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완벽한 커플이냐고 하면, 나는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수키와 에릭만큼은 연인이 아닌 쪽이 서로에게 더 나은 길을 가게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남자와 여자가, 혹은 사랑까지 느끼는 남자와 여자가 연인이 아닌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부조리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연인이 아닌 쪽이 더 나은, 서로에게 더 행복한 그런 사이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두가 운명이라면,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면, 수키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그 모든 육체적 고통과-다치고 피흘리고-, 그 모든 정신적 고통을 감당해야하는 게 맞을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를 선택할 때, 상대가 가진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 수키는 그런것들을 감당하고 사랑하려고 했던건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니까, 수키니까, 나는 이런것들을 극복하며 이 남자와 연인임을 택할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수키와 에릭은 지금처럼 연인이 되기전이 가장 완벽하고 완전해 보였다. 그때가 서로가 최상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애틋한 마음을 가진채로 있는것이, 그리고 상대에게 애정을 느끼고 신뢰하는 채로 따로 떨어져 있었던 것이, 그것이 관계를 좀 더 오래 유지하고 '최상의 나'를 유지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것은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나였다면 수키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나 나는 다시 말하지만, 수키가 아니다. 

이 시리즈는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재미있게 푹 빠져서 읽고, 언제나 수키에게 공감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인 『죽여도 가족』에서는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의 연보를 알게 되는 것도 지겹고, 수키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도 지겨웠다. 그 전의 연인인 빌도, 또 지금의 연인인 에릭도 그녀를 늘 위험에 빠뜨렸다. 이것들도 지겹다. 나는 수키가 가진 사랑에 대한 생각과 미움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그녀의 성격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그렇지만 이번 시리즈는 그동안의 시리즈만큼 흥미진진하지도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고 몰입도는 떨어졌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지겹다.

나는 그녀가 많은것들을 감당하지는 않아도 되는 그런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런 남자가 과연 존재할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거나 무엇을 말하건 그건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내게 당신을 위해 시체를 묻어 달라고-아니면 시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리 사이에는 안 좋은 과거가 있어요, 빌.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거예요.」
  (p.48) 
 
   

 

마음속의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연인이라는 포지션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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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 2011-12-0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저도 그래요. 연인일 필요는 없어요.
연인이 아니어서 좋은 관계가 확실히 있더라고요.
(근데 고영욱은 되고 김현주는 안 된 건, 고영욱이라서 안 된 거고 김현주라서 된 거 같기도 해요ㅠ 저 같아도 고영욱을 사랑하게 되진 않을 거 같거든요=_= 조건 때문에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고영욱은 정말 총체적으로 비호감이라...)

당고 2011-12-06 16: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근데 이걸 쓰고 생각해보니 노력하면 사랑이 깊어지는 건 맞는 거 같아요.
친구든 연인이든 사물이든 애정을 투여하면 그만큼 애정이 깊어져서 신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최근에 별로 친하지 않은 어떤 친구를 챙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친구에게 마음이 깊어진 나를 발견했어요 ㄷㄷㄷ
그래서 제 결론은...... 노력을 그렇게 해도 안 좋아지는 걸 보면 고영욱이 정말 아니다, 이런 결론에...... 죄송......

다락방 2011-12-06 16:41   좋아요 0 | URL
당고님 저 완전 뿜었어요. 왜냐면 댓글 완전 이해되서요. 그게 그렇더라구요. 김현주는 막 들이대는데도 밉지 않은 스타일이었고(제 기준이겠지만요), 고영욱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하고 심지어 미안해하기도 하는데, 그게 다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조건에서 주는 건 아닌것 같아요. 아니, 조건때문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조건탓인 걸까요? 대체 그는 왜그렇게 비호감인걸까요?

노력하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전 마구 동의할 수는 없는데, '노력하는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져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할 수도 있다는 건 저도 알고있고, 믿고있어요. 그게 그거..인가 ;;


어떤 사람은 연인이어서 좋고, 어떤 사람은 연인이 아니어서 좋고. 정말 그런것 같아요. 음..정말 그래요.


그나저나 고영욱....에게도 고영욱에게 노력해줄 사람이 따로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박하선은 여기서 계속 고영욱을 '차마 저버리지 못해, 예의상' 만난다고 해도 고영욱에게도 박하선에게도 서로 괴로운 시간들..orz

비로그인 2011-12-0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들 연애사를 들어보면 아빠가 엄마를 줄창 쫓아다니다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요런 줄거리가 많던데 다락방님은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쫓아다니는 건... 노력일까요? 아니면 그 사랑하는 마음이 상대방을 움직인 건가... 확실히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사랑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당사자도 아니기에...

그나저나 확실히 남자와 여자는 다른가봐요. 저는 고영욱이 점점 인간적으로(!) 느껴지던걸요. 감정 이입을 심하게 했나, 동일시를 심하게 했나...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결국 서지석과 박하선이 되어야 해피엔딩인데, 전편의 결말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요즘에 하이킥 못 본지 꽤 됐는데, 보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 2011-12-07 12:59   좋아요 0 | URL
어떤 관계든 시작이 있어야 해요. 누군가 먼저 마음을 줬다든가, 누군가 먼저 고백했다든가 하는, 어쨌든 시작이요. 그게 아빠가 엄마를 줄창 따라다니든 엄마가 아빠를 줄창 따라다니든 뭐든 말이지요. 쫓아다니는 건, 노력이지요.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하고 싶다는 노력. 그런데 상대도 그런 사람을 보며 나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해줘야지, 하는것도 노력일테구요. 그런데 '나도 좋아해줘야지'하는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닌것 같아요. 노력해서 잘 해줄 수도 있고 기쁘게 해줄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닐테구요. 아, 모르겠어요, 사랑이 뭔지는. 어쨌든, 만약 나를 좋아하는 상대를 나도 결국 좋아하게 됐다면, 그건 노력보다는 다른 무엇이 작용한 것 같아요. 노력도 기도도 사랑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러나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한 번 볼거 두 번 보는게 노력일테고, 두 번 보다가 세 번 보게 되면 정이 들기도 할테고 그러다보면 사랑하는데 한결 쉬워지는것도 있을테고. 아 모르겠어요.

저도 하이킥 보고 싶어요. 회사고 뭐고 때려치고 좋아하는 음식 먹고 좋아하는 책 읽고 그리고 하이킥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먹고 사는 걱정 없이 말이죠. (음, 이야기가 우울해졌어요...)

점심 먹었어요? 난 사과까지 먹었어요.
:)

하양물감 2011-12-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는 사람은 10년을 쫓아다녔지만, -늘 같이 다녀서 연애하는줄 알았는데- 그들의 헤어짐은 남자의 결혼때문이었어요.
결국 여자는 쫓아다닌거고, 남자는 그냥 같이 다녀준거라네요. 10년이라는 시간을 각각 다른 생각으로 함께 다녔다는게 끔찍하더라구요. 내 생각에는 10년이면 정으로라도 결혼할줄 알았거든요.

다락방 2011-12-08 12:06   좋아요 0 | URL
10년이라는 시간을 각각 `다른` 생각으로 `함께` 다녔다는게 정말 끔찍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휴, 이제 그 여자분은 방향을 잃고 한동안 휘청거렸을 텐데 어떻게 지낸답니까?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건 분명 유의미한 일이지만,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시간과 비례하여 굳건한 사이가 되게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십년이란 시간, 설사 연애를 했어도 휙, 사라지기도 하더라구요.

하양물감 2011-12-08 12:11   좋아요 0 | URL
이 일도 벌써 7-8년 전의 일이네요. 지금은 각자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둘이 인연이 아니었던거지요.

버벌 2011-12-08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국 그 사람은.... 내가 연인이 아니어서 좋은 걸까요? 치....

다락방 2011-12-08 12:07   좋아요 0 | URL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버벌님. 그냥 거기에 그런 상태로 두고 싶은, 그런 상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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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많이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책이 좋다. 그 생각은 굳이 범세계적일 필요도 없고 아주 생산적일 필요도 없다. 그 생각은 그저 오롯이 나 개인에 집중된 것이기만 해도 되고, 혹은 다른 사람과 다른 환경에 대한 것이어도 된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좋다. 내가 책장을 넘기고 있는 책의 내용이 나를 그저 글자를 읽는 행위만 하게 하는게 아니라 상상하게 하고 꿈꾸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면, 그것들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든 나는 기꺼이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슬프거나 기쁘거나 행복하거나 울거나 짜릿하거나 저릿하거나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노곤해지기도 하고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거나 위안을 얻기도 한다.  

   
 

한 권의 소설이, 한 줄의 말이,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영혼을 구제한다. 다만 두말할 필요 없이 픽션은 늘 현실과 엄격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 픽션은 우리의 실재를 깊게 삼켜버린다. 예를 들어 콘래드의 소설이 우리를 실제로 아프리카의 깊은 정글 속으로 끌고가듯이.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책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 우리 모두는 픽션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현실세계와 마주선 우리 자신을, 아마도 픽션과 힘을 상호교환하는 형태로, 완성해나가야만 한다. (p.235)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집인 『슬픈 외국어』에서도 자신의 글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바 있고, 또 그의 소설 전반에 걸쳐서도 다른 작가의 소설들을 끼워넣곤 했다. 내가 개츠비를, 필립 말로를 사랑하게 된 것은 그의 덕분이고, 프루스트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도 그의 덕분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 좋은글이라고 했을 때, 이 잡문집은 더할나위없이 그런 나의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이 책에 나는 얼마나 많은 밑줄을 그었던가. 그가 자꾸만 말하는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생각을 읽는 것도 짜릿했고, 그가 음악에 대해 말할 때는 내 자신이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하루키는 재즈 연주를 들으면서 그것의 감상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있고, 또 여기에서의 키보드는 어떤 연주자인지, 그 연주만으로도 구분해낼 수 있다. 나는? 나는 뭘 할 수 있지? 나는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고 인상적인 구절들을 잘 기억한다. 이정도는 다들 할 수 있는건가? 내게 더이상 다른 재능은 없나?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건 정말로 즐겁다. 게다가 하루키가 옴진리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몇년전에 지루하게 읽기를 끝마친 『언더그라운드』를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는 그 인터뷰를 '그냥' 한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인터뷰를 하고 그것들을 글로 풀어내면서 거기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문학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하며 그것을 글로 풀어내주는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인간은 마땅히 자유로워야 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사란 그리 간단히 풀리지 않는다. 거기에는 암묵적으로 커다란 사회 규칙이 하나 있었다. '그 차이가 세간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커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다. (p.226) 

 
   

아, 그의 말은 구구절절 옳다. 그의 문장은 전혀 어렵지 않고 그래서 잘 읽힌다-그런데 책 초반에 자꾸만 '비히클(vehicle)'이란 단어가 스펠링 표기도 없이 튀어나오는 게 거슬린다. 왜 '수단'이라고 번역하지 않았을까? 스펠링을 모르면 그 단어의 뜻을 찾아볼 수도 없었을텐데?-. 게다가 유머는 어떤가. 이 잡문집에서도 그의 유머는 빛을 발한다. 

   
 

"흐음 그 뭐냐, 무라카미 군은 인기가 아주 많잖아요. 나한테 찾아오는 아가씨들도 거의 다 무라카미 군 얘기뿐이에요. 다들 나한테 소개시켜달라고 난리라니까. 그렇게 인기가 많으면 부인이 걱정이 많을 텐데. 힘들겠어요."
더없이 친절히 걱정하는 척하며, 장황하게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자기 흉은 모르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생각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한 번도 소개해준 적이 없지 않은가.
(p.349) 

 
   

이 책 속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은, 하루키가 작가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샐린저와 피츠제럴드를 카버와 가즈오 이시구로를. 하아- 정말 미칠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얘기한다. 그걸 읽는 순간은 마치 내가 천국에라도 와있는 것 같았다. 하루키가 언급한 작가중 '그레이스 페일리'에 관심이 생겨서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려고 했더니, 그녀가 생전에 남긴 작품은 총 세권이고 국내에 번역본은 한권도 나와있질 않다. 제발 어떤 출판사라도 좋으니, 그레이스 페일리의 작품을 좀 소개해주세요!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집을 읽다보면 나 역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닌데, 이번에도 그랬다. 하루키는 나를 웃게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내가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글을 계속해서 읽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공감한 많은 문장들 중, 가장 가슴이 시린 문장을 옮겨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세상 이별의 대부분은 그대로 영원한 이별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은 영원히 갈 곳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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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2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 글인데 댓글이 없다. 우와.

다락방 2011-11-24 21:15   좋아요 0 | URL
ㅎㅎ 나 이거 리뷰를 너무 못써서 수치스러워요 ㅠㅠ 고치고 싶은데 못고치겠어서 포기. 수치스러운 이 글도 내 글 ㅠㅠ

blanca 2011-11-2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다락방님이랑 같아요! 저도 그레이스 페일리 폭풍 검색 했는데 번역본이 없더라고요!!! 너무 너무 아쉬웠어요. 맞아요. 하루키 글은 너무 쉬운데 어떻게나 또 깊이가 있는지요. 저도 사실 곱게 읽고 다시 내어 놓으려는 심산이었는데 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제가 가지기로 했잖아요. 댓글이 없는 건 다락방님 리뷰에 전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락방 2011-11-25 16:11   좋아요 0 | URL
저도 밑줄을 너무 많이 긋고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놔가지고 ㅎㅎ 그런 상태로 타부서의 Y 씨에게 빌려줬어요. ㅎㅎ 전 밑줄 많이 긋게 하는 책이 정말 좋아요, 블랑카님.
저는 왜 리뷰를 못쓸까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읽지 말았어야 했나봐요. 잘 쓰고 싶다는 욕망만 강해져서 정작 제대로 된 리뷰가 나오질 못했어요. 하아- 속상해...

이진 2011-11-2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요즘 대세입니다...
하지만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작품을 먼저 읽고 그리고 나서 잡문집을 생각해봐야겠어요 ㅋㅋ

다락방 2011-11-25 16:12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책 먼저 읽어도 충부합니다, 소이진님.
저는 상실의 시대를 가장 먼저 읽긴 했지만 그를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건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이었어요. 그거 읽고 완전 쑝가가지고 하루키를 찾아 읽기 시작했죠. 훗.

비로그인 2011-11-2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갈 곳을 잃어버린 말... 무서운 얘기네요. 어쩌면 영원한 이별보다 더 무서운 얘기일 수도 있겠는데요. 다락방님을 위해서라도 하루키가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좋은 글을 계속 썼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11-11-25 16:12   좋아요 0 | URL
네, 하루키가 오래오래 살아서 좋은 글을 많이 많이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하루키에게는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은일...이지 않을까요?

stillyours 2011-11-25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랑스러운 리뷰인 걸요!
난 오늘 아침 마지막 장을 넘겼는데, 좋군- 하는 기분도 잠시, 마지막 열댓 페이지가 쩍 벌어지며 낱낱이 뜯어졌어요 ㅠ

다락방 2011-11-25 16:13   좋아요 0 | URL
사랑스럽기는 ㅠㅠ 자노아님은 구라쟁이!! ㅠㅠ
저도 마지막 열댓 페이자가 쩍쩍 벌어집디다. 이거 제본 불량인가 왜 이러죠? ㅠㅠ

달사르 2011-11-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읽는군요! 와우~ 저는 이 책 읽고 하루키가 더 좋아지고 있답니다. 역시 하루키야..이러면서 말이죠. 하루키는 참 배려를 잘 하는 사람 같애요. 소설을 써내는 작가로만 그치지 않고, 읽는 독자의 마음까지 배려를 한다고나 할까. 작가와 독자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식한다고나 할까.

ㅎㅎ 저도 하루키가 소개하는 작가들 중 몇 몇을 지금 찾아보는 중입니다. 지금은 빌 크로에게 빠져있는 중. 히힛.

다락방 2011-11-28 17:45   좋아요 0 | URL
맞죠, 하루키 짱이죠? 끝부분에 작가들에 대해 써놓은 글들이 있거든요. 가즈오 이시구로, 피츠제럴드, 카버, 챈들러..아,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얘기해주다니! 이 얼마나 황홀한 순간입니까, 달사르님!

아니 그런데 달사르님, 그동안 뭐하느라 뜸하셨습니까! 자주 자주 좀 들르세요.

Forgettable. 2012-04-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그레이스 페일리를 검색해서 락방님 서재로 들어왔어요 ㅋㅋ

다락방 2012-04-06 13:03   좋아요 0 | URL
어떻게해서든 여기로 오고야 마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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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언 마이클스 출연 / KBS 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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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한 남자와 데이트 중이었는데, 그 남자에게는 이미 애인(혹은 아내)이 있었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바, 우리는 불륜을 진행중인 사람들답게 외진 곳으로 데이트를 하러 갔다. 언덕위의 집이었는지, 산 속 별장이었는지, 어쨌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 남자는 잠시 볼 일이 있다고 자리를 비워 그 쓸쓸하고 적막한 집에는 나 혼자가 되었다. 그 때, 한 젊은 여자 배우가 내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꿈에서는 알았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나고, 그녀는 내가 데이트 하던 남자의 여자이거나 혹은 처제이거나 암튼 그와 관계있는 여자였는데, 그래서 나를 처벌하기 위해 온 것. 그녀는 커다란 스태플러로 내 손과 발을 찍어댔고 나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지만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라 내 비명소리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저주를 퍼부었고 나는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지만 너무 고통스러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뭔가 묵직한걸로-그녀의 다리였는지 망치였는지- 내 허벅지를 강타하기 바로 직전, 한 남자가 그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남자는 역시 꿈에서는 누구인지 알았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고, 어쨌든 나를 구하기 위해 들어온 것인데 나는 이미 죽기 직전, 그녀는 나의 허벅지를 강타하고 나는 그녀가 나를 죽이는 범인임을 알기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비명을 질러 그녀를 범인이라 칭하며 거친욕을 한다. 그 거친욕이 무엇인지는 내 이미지 관리상 말할 수 없고, 다만 수키가 자주 하는 욕임을 밝힌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하면 별거 아닌 꿈인데, 새벽에 꿈을 꾸다 깼을때는 왜그렇게 무서운걸까. 나는 무서워하다가 진정시키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꿈을 꿨다. 

꿈에서는 엄청난 자연재해가 찾아왔다. 태풍이었는지 폭풍이었는지 홍수였는지 뭔지 모를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라졌고 집들도 사라졌다.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집 중에 우리집이 있었는데, 그래서 우리집에는 동네에 집잃고 부모 잃은 아이들 몇몇이 와서 임시로 지내고 있었다. 세상은 어두웠고 사람들이 갈 곳은 없었다. 그런참에 나의 친구인 여자사람1人과 남자사람1人이 연락을 취해왔다. 자신들은 더 나은 살 곳을 찾아 아주 먼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하룻밤만 우리집에서 재워줄 수 있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그러마고 했다. 나는 그 둘을 보는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그들을 우리 집으로 데려갔지만, 방 하나에는 동네 아이들이, 방 하나에는 식구들이, 그리고 방 하나에는 나와 여자사람1人이 자야해서 남은 공간이 부엌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엌에 남자사람1인의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내 방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부엌에 그의 잠자리를 마련해둔게 신경쓰이는 거다. 그래서 다시 나가서 괜찮겠냐고 묻는데, 그는 초라한 속옷을 입고 일어서서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그가 앞으로 먼 곳으로 떠날 것이라는 사실과, 그가 초라한 속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를 우리집 부엌에서 자게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내가 그를 향한 오랜 연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마음으로 애틋하게 그를 쳐다보다가 아련한 마음을 담아 그를 포옹했다. 그는 나를 마주 포옹하며 키스해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의 키스를 받으며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키스를 끝내고 내 귀에 속삭였다. 

내가 오랫동안 꿔 온 꿈이 실현됐네요, 라고. 

내가 당신의 꿈이었다고? 당신은 나의 꿈이었는데? 나는 감격에 겨워 왈칵 울음을 쏟아낼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친구 J 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싶었다. 내가 그의 오랜 꿈이었대요, 라고. 그러나 그 문자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내 감격에 겨워있었던 상황. 그에게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고 싶었고, 그렇게 그의 옆에 나란히 눕고 싶었는데,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안의 아이들과 식구들과 여자사람1人 모두 내가 챙겨야 되는 상황. 나는 그 달콤함만을 간직하며 다시 사람들을 살피다가 잠을 깼다. 

 

『질리안 마이클스 파워피트니스 30일』에는 30일동안 10kg 을 감량할 수 있다고 쓰여져 있고, 그래서 나는 30일동안 한 뒤에 "놀라운 효과에요, 정말로 10kg 을 감량했어요!" 라는 구매자 40자평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제 단 하루를 했을 뿐인데 오바이트가 쏠리고 팔다리가 후달리고, 팔다리에 스태플러가 박히는 꿈을 꿨다. 단 하루만 했을 뿐인데 내 몸은 비명을 질렀고 악몽과 달콤한 꿈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맙소사. 이래가지고 30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30분도 채 안되는 시간을 따라했을 뿐인데 나는 마치 젖은 휴지처럼 널브려저 침대에 내팽개쳐진 기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루, 단 하루였을 뿐인데!!  

그러나 이 DVD를 재생시키고 본인의 뼈가 타는 고통을 감수하며 30일간 따라한다면, 감히 단 하루만 해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데, 정말 10kg 감량은 찾아올 것 같다. 그녀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따라하기를 재촉하며 말한다. 

부상은 안돼요, DVD 를 지금 끄고 싶죠? 자 조금만 더해봐요, 이렇게 따라해봐요, 이 명품 복근을 여러분도 갖고 싶지 않나요? 여기까지 해왔잖아요 조금 더해요, 조심해요 부상은 정말 안돼요, 여러분이 지금 힘들다는 것 알아요, 장시간의 운동과 식이요법은 많이 힘들었죠? 전 여러분의 근육과 심장을 모두 운동시킬거에요.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했고, 그리고 그녀가 시키는대로 부지런히 한다면, 그녀가 보장하는 체중감량과 근육은 내게 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이다. 이건 단 하루만 해봐도 안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모든것은 나의 의지문제가 아니던가. 나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30일간 30분씩 온 몸이 내지르는 비명을 들어가면서 밤이면 악몽과 달콤한 꿈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명품 복근을 만들것이냐, 편안하게 지내고 편안하게 자면서 뚱뚱하게 살아갈 것이냐. 일단, 지금은, 오늘은, 더이상 이 DVD 를 재생하기를 멈추려한다. 며칠 쉬어야 겠다. 그러니까 단 하루 하고 이러는 거, 맞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질리안 마이클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의 의지는 언제나 나를 배반하기 때문에.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요가매트와 덤벨을 가지고 DVD를 재생시키는 순간, 내 근육들은 움직이고 땀방울은 온 몸으로 흘러 옷을 적신다. 그건 의심할 필요가 없다. 정말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그러나 만만치 않다. 

부작용 1. 30분간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에 침대로 돌아가 책을 읽으려고 했더니 책장을 한장도 넘길 수가 없었다. 곧바로 잠이 쏟아졌다. 

부작용 2. 평소보다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아..일어날 수가 없었어. orz 

부작용 3. 식욕이 대박, 밥맛이 꿀맛이다. 아침부터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김치왕만두 하나까지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야 말았다(그런데 이건 평소에도 좀 그렇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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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2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22 10:02   좋아요 0 | URL
피트니스 DVD 리뷰 이렇게 잘 쓰는 사람 봤어요, 웬디양님? ㅋㅋㅋㅋㅋ한순간에 후다다다닥 ㅋㅋㅋㅋㅋ

2011-11-2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2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2011-11-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상에. 푸훗.

다락방 2011-11-22 10:22   좋아요 0 | URL
쌍코피가 터질것 같아요, 하루님. ㅜㅜ

버벌 2011-11-2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저 이거 사야할까봐요. 위에 댓글에 이미 락방님이 썼지만.. 휘트니스 비디오에 대해 이리 리뷰를 잘 쓰는 사람은 없을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니까 전 그 리뷰에 넘어간,,,움 느껴볼까. 스태플러가 온 몸에 박히는 꿈을.

다락방 2011-11-22 14:27   좋아요 0 | URL
버벌님.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여서 '꾸준히' 이 DVD 대로만 한다면 정말 몸짱이 될 것 같아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꾸준히' 해내기가 벅차다는 것. 흑흑.
와 전 지금도 몸이 부서질 것 같아서 집에 가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무스탕 2011-11-2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모든걸 감수하고 별이 다섯개!
30일후,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다락방님의 다른 후기가 올라올지 기대해 볼게요 ^^

다락방 2011-11-22 14:28   좋아요 0 | URL
네. 이건 단 하루 했는데도 성능이 짱이거든요! 물론 몸무게가 줄어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근육들이 다 깨어난 느낌이에요. 제가 조금 더 부지런하다면, 조금더 의욕적인 사람이라면 효과를 엄청 볼 것 같아요. 그러나 전 게으르고 게으른 여자사람. 흑흑.
크리스마스 즈음이라....전 연말이라 매일 고기와 술을 마시며 백키로 찍을것 같아요. 흑흑 ㅠㅠ

twoshot 2011-11-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 대박이네요..그런데 이건 평소에도 좀 그렇긴 했다,,,땡스투와 추천을 한방씩 날리고 갑니다~~

다락방 2011-11-22 14:29   좋아요 0 | URL
잊지마세요, 투샷님. 자신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요. 하루만 해봐도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실 거에요.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근육들이 다 깨어났어요. ㅎㅎ
식욕은, 에, 뭐, 늘 그랬으니깐요. ( '')

레와 2011-11-2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

다락방 2011-11-22 14:30   좋아요 0 | URL
난 참...애가 여러모로 짱이야. ㅋㅋㅋㅋㅋ

... 2011-11-2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 활용팁에 "초보자는 아니타를 따라하시고 경험이 있으신 분은 나탈리를 따라 하세요" 라고 나와 있어요. 다락방님이 나탈리를 따라 하신게 아닐까요? 아니타를 따라 해야 하는데? ( '')

다락방 2011-11-22 15:46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브론테님. 아니타를 따라했어요. 아니타를 따라하는 것도 완전 죽을듯한 고통을 동반해요. 흑흑.
(게다가 반복해서 질리안이 말해줘요. 초보자는 아니타를 따라하고-이러면서 아니타에게 가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나탈리를 따라하라고-이러면서 나탈리에게 가요. 헷갈릴 수가 없어요. ㅠㅠ)

자하(紫霞) 2011-11-2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에 피트니스 DVD 보고 일주일에 3일 따라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살빼기를 소망하는 아는 동생에게 그걸 빌려줬더니 그날 밤 이런 문자가 오더군요.
진짜야? 이거 사람이 하는 거 맞아?라고...
아~복근 대박 부럽네요!

다락방 2011-11-22 15:47   좋아요 0 | URL
이걸 정말 따라만 한다면!!!!! 복근은 문제 없을듯한데 말입니다.
이건 사람이 하는건 맞긴 맞는것 같은데, 그런데 제가 할 건 아닌것 같아요. 포기의 경지에 이르러서 저는 울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흑흑.

moonnight 2011-11-2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답게 막 사고 싶게 만드시는 리뷰예요!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어디 가서 하는 건 귀찮고, 집에서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러나, 의지박약인 저로서는 열심히 따라할런지 걱정 -_-;;;;;;;;

다락방 2011-11-23 15:38   좋아요 0 | URL
저도 의지박약이라 어제는 또 음식을 폭풍흡입하고 그냥 잤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 있지만 슬픈...기필코 또다시 따라하리라, 라는 마음은 먹고 있는데 그게 대체 언제가 될지. orz
아직도 등과 엉덩이의 근육이 울고 있어요. ㅜㅜ

sweetrain 2011-11-2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본 피트니스 비디오 리뷰 중에 최고에요!! 저도 갑자기 사고싶어지네요..
이거 샀다가 혹시 나중에 저도 몸에 스테이플러 박히는 꿈 꾸고 제 서재에서 울부짖을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평소에도 식욕이 엄청나 피자 한 판을 앉은 자리에서 먹는데;;
식욕을 얼마나 억제할지가 걱정이에요..;

다락방 2011-11-23 15:39   좋아요 0 | URL
저도 식욕이 대박. 식욕은 억제가 안되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제가 그다지 식욕을 억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는거에요. 전 욕망이란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것을 왜 억제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쪽이라. ( '')
그래서 이 dvd 를 산건데, 어휴, 근육들이 놀라가지고 지금 어쩔줄을 모르네요. 그렇지만 열심히 한다면 정말로 몸의 라인과 근육의 움직임은 달라질것 같아요.

메르헨 2011-11-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건 다 뒤로하고...얼마전에 이소라디비디 3일하고 멈춤 상태에요. 땀을 비오듯 쏟으며 하다가
내가 이 방안에서 뭔 짓인가 싶더이다.ㅜㅜ그래도 운동은 해야해요.

다락방 2011-11-23 15: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러니까 그게 뭐든 역시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헬쓰장을 다니든 조깅을 하든 이런 dvd 를 재생시켜서 따라하든.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사실 뭘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그 의지라는것이 제게는 통 없는가봐요. orz

이진 2011-11-2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이어트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지요...
저도 조혜련의 태보다이어트 DVD를 근 나흘동안 아주 열심히 하다가
한달넘게 뒹굴뒹굴의 끝을 보이고 있답니다...
살..살이 정말 ㅠㅠㅠ

다락방 2011-11-23 15:41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는 고통이죠. 이렇게 운동해서 땀흘리는 것도 고통이지만 먹을걸 참는 건 더 고통이잖아요. 그래서 전 애초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가한다해도 음식을 안먹는걸로는 아예 생각을 안해요. 먹는 기쁨은 제게 정말 엄청나기 때문에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어요. ㅠㅠ
조혜련 태보다이어트 보고 따라하세요, 소이진님. 저도 질리안 마이클스를 다시 따라해볼랍니다. 불끈!

마노아 2011-11-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뉴스보면서 훌라후프 30분 돌렸어요. 아니타에 비하면 훌라후프는 그야말로 율동이에요. 전 그냥 율동이나 할까봐요..;;;

다락방 2011-11-23 15:42   좋아요 0 | URL
율동도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보잖아요. 그런데 아니타 따라하다가 저는 지금 근육들이 우는통에 미칠지경. ㅎㅎ 그렇지만 오랜만에 근육들이 우는것도 사실 나쁜 기분은 아니에요. 몹시 피곤하지만 살짝 뿌듯하달까. 조만간 또다시 해볼거에요. 전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30일에 10kg 라면 60일엔 20kg 감량인가.......
 
김동률 - kimdongrYULE
김동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머리가 아주 길어지면 허리까지 닿게 되면 웨이브를 줄거야. 그리고 그 긴머리를 풀고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밤 비행기를 탈거야. 밤 비행기를 타고 당신이 있는 그 먼 나라에 가는거지. 당신 앞에 서서 당신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 당신은 아마도 놀라겠지. 어떻게 니가 여기에 있는거냐며. 내가 찾아갔을 때 당신은 무얼하고 있을까? 땀을 흘리고 있을까? 당신이 말했던대로 당신은 목수가 되어있을까?

난 요즘 가끔 딴 세상에 있지
널 떠나보낸 그 날 이후로 멍하니
마냥 널 생각했어. 한참 그러다보면
짧았던 우리 기억에 나의 바람들이 더해져
막 뒤엉켜지지
 

오늘은 아주 많이 당신 생각을 했어. 당신을 처음 만났던 여름과 그 큰 키로 햇빛을 막아주던 겨울과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헤어졌던 그 여름에 대해서. 당신이 나를 만나러 두시간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을 때, 나는 당신에게 무슨 책을 읽고왔느냐고 물었지. 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어. 나는 그 책을 훑어보았지. 

여기 이 밑줄은 당신이 그은거야?
아니. 누나가.
아, 그래? 나도 여기에 밑줄그었는데. 

그때 당신이 성급하게 "그 부분은 내가 그었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해. 그래서 나는 깔깔 웃었잖아.  

그래 넌 나를 사랑했었고
난 너 못지않게 뜨거웠고
와르르 무너질까
늘 애태우다 결국엔 네 손을 
놓쳐버린 어리석은 내가 있지 

당신을 사랑했던 시절이 아직도 내겐 생생해. 나는 사람이 사람을, 남자가 여자를, 내가 타인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는건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지. 그래서 두려웠어. 무너질까봐 두려웠어. 내가 너무 뜨거워서 두려웠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두려웠지. 당신을 갖는건 내게 너무 벅찬일이라 오히려 당신을 놓는쪽이 더 편안하다는걸 나는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 지금 또다시 당신이 내게와도 나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난 아직 너와 함께 살고 있지
내 눈이 닿는 어디든 너의 흔적들
지우려 애써 봐도 마구 덧칠해 봐도
더욱더 선명해져서 어느덧 너의 기억들과 살아가는
또 죽어가는 나
 

종로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었어. 난 그저 내 눈 닿는 그 모든곳에 당신이 있기를 바랐던것 뿐이야.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비가 왔을 뿐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처음 만났는데도 당신은 내 우산속으로 들어왔잖아.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김동률의 Replay를 리플레이 했을뿐이야. 그러다보니 그저 당신생각이 났을 뿐이야. 단지 그뿐이야. 

 

Replay는 리플레이 해서 들을만큼 상념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곡이지만, 그래도 김동률이 가지고 있는 이름이 만들어내기에 이 앨범은 많이 실망스럽다. 나는 내가 앨범을 샀을 때 타이틀곡이 아닌 숨겨진 노래 두어곡 쯤이 매우 만족스런 노래이기를 바란다. 전부가 좋기는 어렵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한, 두곡쯤은 숨겨진 명곡이로구나, 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김동률의 이 앨범은 하아- 타이틀곡만 좋다. 세상에. 김동률이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나는 김동률을 그리고 김동률의 보이스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김동률이란 이름이 가진 가치와 기대가 있잖아. 어떻게 앨범에서 단 한곡만이 마음에 들 수 있는거니, 김동률이.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만든 노래들도 도무지 좋지가 않아. 김윤아의 블루 크리스마스가,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이 오래된 곡들보다 더 나은곡을 만드는게 김동률에게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심지어 나는 핑클의 화이트가 듣고 싶어지더라니까. 

그렇지만 Replay가 좋아서, 그 한곡이 반복재생이 가능한 곡이라서, 그래서 내가 기꺼이 시디를 결제했다. 그 곡만큼은 어느 순간, 방안에 울려퍼지게 해놓고 싶어서. 술 한잔 하며 창밖을 보며 그렇게 듣고 싶은 곡이라서.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뜨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 예쁘고 싶고 건강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건, 과거의 그 시절을 회상하는 순간들이 있기에 가능한 거니까. 그 순간을 돌아보는데 노래만큼 좋은 친구가 없으니까. Replay는 그렇게 해주는 노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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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스타뎀 2011-11-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도 오고 노래도 그렇고

오늘은 그리움에 쩔어 있어요.

딴생각말고.^^

다락방 2011-11-18 12:46   좋아요 0 | URL
비가 멎었습니다. 신나요! ㅎㅎ

마노아 2011-11-1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리뷰가 음반보다 더 좋으면 안 되는 건데...
나도 일단 타이틀곡만 박혔고 다른 곡들은 아직이에요.
어제 좀 어지러운 상태에서 한 번만 들어봐서 제대로 감상이 안 됐어요.
좀 더 들어봐야겠어요.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인데 수업 말미에 아이들에게도 좀 들려줄까 생각중이에요.
저는 김동률의 낮고 넓고 울리는 목소리가 좋아요.

다락방 2011-11-18 12:47   좋아요 0 | URL
김동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거에요. 김동률의 감성도 그렇구요. 그런데 전 그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성가대 스러워서(;;) 매력적이질 못하더라구요.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좋아요, 마노아님!! >.<

blanca 2011-11-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별로군요--;; 이런 솔직한 리뷰가 좋아요. 시행착오를 줄여주잖아요. 김동률은 이런 비오는날 들으면 제격인데.정말 너무 달콤하고 아름다운 음반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다락방 2011-11-18 12:02   좋아요 0 | URL

무스탕 2011-11-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잘 듣고 있어요. 음색이 오늘 날씨랑 맞아서 BGM으로 깔아 놓으면 가사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 목소리랑 노래로 만족하고 있지요. 게다가 지금은 성시경이 눈을 지긋이 감고 호소하고 있네요. 나를 사랑한다고. 까아~~ >.<

다락방 2011-11-18 12:01   좋아요 0 | URL
어머. 성시경이 사랑한다고 ㅋㅋㅋㅋㅋ 전 성시경이 저 사랑해도 눈썹하나 까딱 안 할 여자. 왜냐하면 성시경은 저에게 아웃오브안중 ㅋㅋㅋㅋㅋ
무스탕님, 식사 하시고 커피 한잔 들고 그리고 리플레이를 들어보세요. 첫사랑...생각이 나실지도. ( '')

2011-11-18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1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의 음악, 그리고 전람회의 음악에 흐르던 그 전반적인 결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에요.
뭐, 나도 스무살의 내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아쉽긔. 에효효. ㅋㅋ

다락방 2011-11-18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아쉽더라구요. 뭐야, 더 할수 있을것 같은데 왜 이것밖에 못했어, 하는 마음도 좀 생기고.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밤비행기와 함께라면 진짜 최고의 노래일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2011-11-1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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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2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건 사야 해! 나잖아,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25 16:20   좋아요 0 | URL
아니 쥬드님, 왜이렇게 흥분을! ㅎㅎㅎㅎㅎ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 결혼을 배운 적이 없는 모든 당신들을 위하여
강수돌 외 지음 / 샨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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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일단 결혼하기로 결심한 뒤에 예식장을 예약하고 예물을 맞추고 하는 예식전의 준비과정도 한숨이 나오고, 결혼식에서 여러사람들을 모아놓고 나는 이 사람과 한 평생을 살기로 맹세하겠다, 고 내뱉는것도 부담 작렬한다. 웨딩사진은 어떤가, 그 오글거림. 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내게는 시댁 식구라는 어마어마한 집단이 생긴다. 내가 갖기를 한순간도 원하지 않았던 구성원들. 나는 이제 그들을 내 식구인듯 살갑게 챙겨야 하는걸까. 게다가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된다면, 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일년에 몇번 찾아오지 않는 달콤한 명절의 긴 연휴를 시댁에 가서 전부치다가 끝낼 판이다. 그 시간에 나는 세수를 미룬채로 늘어져 잘 수도 있고 다른곳으로 여행갈 수도 있을텐데. 게다가 아이를 낳는것은 어떠한가, 그 아이를 내가 이 땅에서 키워 간다는 것. 내가 아이를 '너무' 사랑하거나 혹은 '덜' 사랑하는 것 사이의 그 거리를 잘 조율해낼 수 있을까. 그 아이가 괜찮은 어른이 되게끔 도와줄 수 있을까. 이 모든것들이 암담하다. 나는 결혼하기 전의 나와 결혼하고 난 후의 내가 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결혼전에 즐겼던 것을 결혼 후에도 즐기고 싶다. 그러나 이 땅에서 결혼이란 의식을 치루고 나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의 '목수정'의 글은 한줄 한줄 내 의견과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할 때, 주례가 신랑과 신부에게 묻는 한 가지는 죽기 전까지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할 것인가이다. 사랑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건만, 순간 이는 의지의 문제로 환치된다. 미래에 자신이 갖게 될 감정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을 알기에, 감정의 문제를 의지와 신의의 문제로 환치시켜 만인 앞에 선서하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증인을 서게 함으로써, 이는 도덕의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목수정, p.27) 

 

 
   

 

   
 

각자에게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그를, 그녀를 잃는 것이 내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면, 처음부터 당신들은 잘못 만난 것이다. 서로가 언제든지 날개를 달고,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언제든지 서로를 다시 찾아 서로의 목덜미를 더듬으며 위안을 나누는 사이여야 한다. (목수정,pp.35-36) 

 
   

 

물론, 대부분의 성인남녀들이 결혼을 선택하고 그것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거기에는 부정적인 것 보다 더 큰 긍정적인 것들이 자리하고 있을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삶을 꾸리기로 결정했다면, 그 삶은, 물론 내 예상대로 전개된다는 전제하에, 안정적이고 편안할 것이고 든든할 것이다. 결혼후에 어떤 삶을 살수 있는지 애인이 달콤하게 속삭이면 흔들리는게 사실이다. 형광등을 갈아주고 맥주캔의 뚜껑을 따주고 살림을 도맡아 해 줄, 내가 아닌 타인이 나와 한 공간에 머무른다는게 어찌 장점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다정하게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면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수도 있을것이다. 악몽에 뒤척이다가 든든하게 나를 안아주는 팔을 느끼며 식은땀을 닦아낼 수도 있을 것이고, 천둥번개가 치는 날 또 몸이 몹시도 아픈 날, 옆에서 손을 잡아줄 이가 있다는 것은 포기할 수 없으리만큼 유혹적이지 않은가. 물론, 나도 그에게 많은 것들을 해줄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커피를 내려준다든가..........음............커피를 내려주는 것 같은것 말이다. 

 

그러나 로맨스는? 로맨스는 결혼과 동시에 끝나는게 아닐까? 물론 남편 될 사람과 몇년간 설레임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내 삶에 로맨스가 이걸로 끝이라는 생각을 하면 세상이 잿빛이된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내가 '이미 결혼했다'는 이유로 그를 거부해야 할 것인가, 또 더이상 아무도 나를 여자로서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의 결혼을 핑계 삼을지도 모르잖은가. 이게 다 내가 결혼을 했기 때문이야. 그런점에서 이 책의 임혜지 편은 결혼해도 되는 이유를 너무나 공감되게 한줄로 표현해준다. 

   
  나는 이혼이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혜지,p.78)    
   

저 문장을 읽는 순간 결혼이라는 제도에 한줄기 구원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이혼할거야'라는 생각으로 산다는게 아니라 '굳이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이걸 버텨내며 내 자존감을 죽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혼은, 어쩌면 결혼이란 제도를 선택해서 불행해질지도 모를 나를 위한 개런티 같은 것.  

 

나를 비롯하여 내 주변에는 결혼대신 비혼을 선택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들중에는 결혼을 원하지만 아직 상대를 못만난 경우도 있고, 연애상대는 있지만 결혼이란 제도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혼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중 대부분의 여성들은 내가 가진 부담감이나 부정적인 면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나같은 사람은 나 혼자뿐인게 아니었다. 

   
 

고학력 여성군의 독신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도 우리 사회 결혼 제도의 모순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함께 사는 안정감은 누리고 싶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주는 부담감을 갖고 싶지 않은 여성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이것은 분명 지금 같은 방식의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우리의 의식 또한 그 변화와 제도, 풍습 사이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이다. (오진희, p.121-122) 

 
   

이 땅에서, 여자로서, 지금 결혼하게 된다면, 누릴수 있는 것보다 잃게 될 것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선뜻 결혼에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결혼하기 전에 물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려고 했던 이 책의 의도는 참신했지만, 그러나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나의 결혼이나 비혼에 대해 결심이 바뀌거나 생각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다. 물론, 이 책의 몇몇이 쓴 글은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말해주기도 하고(서재를 이혼시키자는 서윤영의 글은 나 역시도 서재를 이혼시키는 쪽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게했다), 또 내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확신하게 되기도 했지만, 또 몇몇의 글은 너무나 뻔한 조언성의 글들이라 읽기에 지루했다. 이미 결혼했고 그다지 행복하진 못하지만 행복하다고 부르짖으며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대부분의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 혹은 친척들의 잔소리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기전에도 그리고 읽고 난 후에도,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하는 것은 내 몫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연애의 상대를 선택하는 것도, 그리고 내가 결혼이나 비혼으로 갈 삶을 선택하는 것도. 그 모두가 오로지 내가 선택할 몫이다. 그 선택에 있어서 나는 나만 생각할 것이고, 나를 중심에 둘 것이며, 나의 행복이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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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11-1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페이퍼에서 보고 하루키책이랑 함께 주문했더니 아직 올려면 멀었는데 이를 어쩌죠. 다락님 리뷰 읽으니 이미 책 다 읽은 느낌. ^^;
맞아요.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 그리고 선택을 했다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억울해 하지도 말아야 하고요. 제 주변의 몇몇은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로 결혼은 안 할 거다. 달밤 너처럼 속 편하게 혼자 살 거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데요. 듣기 불편해요. 무엇보다 본인들의 아이들에게 굉장히 미안한 말 아닌가 싶어요. 그들의 존재까지도 후회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다락방 2011-11-10 12:47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제 개인적으로 이 책은 꼭 읽어볼만한 책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데 읽어보면 좋을것 같기는 해요. 막연하게 결혼에 대해 짐작했던 것이 음, 확연히 눈에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결혼은 환상이 아니고, 환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도 알고 있으니까요. 이 책에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후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나오는데,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이기도 해요. 그래, 내가 원하는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물론 그것은 상대가 누구냐,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고요. 물론 리뷰에 쓴것처럼 지루한 글도 있어요. -_-

2011-11-10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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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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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5: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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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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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1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빌려줘요 다락방님!! ㅋㅋ

다락방 2011-11-10 13:39   좋아요 0 | URL
네, 빌려줄게요! 웬디양님은 임영신의 글을 좋아할까? 여기 임영신의 글도 있거든요.

2011-11-10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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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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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11-1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내가 임혜지, 목수정 얘기했는데... 이 글 보기 전이었다구요!
다락방 찌찌뽕~

그리고 커피 내려주는게 얼마나 '큰 일' 인데요. 무려 커피를 내려주는거라구요^^

다락방 2011-11-11 09:29   좋아요 0 | URL
난 아치가 내 글 읽고 얘기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다니. 진짜 완전 찌찌뽕이다. 임영신은 안궁금해요? 아치는 임영신 좋아하잖아.

Arch 2011-11-11 14:43   좋아요 0 | URL
임영신? 페이퍼를 쓰는 임영신. 좋아한다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어디서 봤대요~ 다락방

다락방 2011-11-11 15:49   좋아요 0 | URL
아, 아치가 일전에 [희망을 여행하라]되게 좋게 보고 페이퍼 쓴것 같아서요. 그래서 ㅎㅎ

Arch 2011-11-16 09:28   좋아요 0 | URL
멍충이, 멍충이
임영신! 맞아요. 임영신씨 글 좋아해요.
왜 난 이분을 월간 페이퍼 쓰는 분 이름이랑 헷갈렸지. 황경신인가. 늙었나봐...
다락방은 이런걸 어떻게 다 기억한대요. 나도 까먹었는데^^

어제 다락방에게 엽서 보내려고 엽서를 고르는데 헐, 된장. 유치한 그림 밖에 없더라구요. 다음에 꼭 보낼게요. 더 추워지기 전에.

다락방 2011-11-16 09:29   좋아요 0 | URL
이런거 기억하는 건 일도 아니죠, 뭐. 훗.
제 기억력은 가끔 천재적일 때가 있다구요!! ㅎㅎㅎㅎㅎ

Arch 2011-11-16 17:29   좋아요 0 | URL
진짜진짜 다락방은 똑똑한 여자~

2011-11-10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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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09: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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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1-11-1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이 책 읽었군요! 기대보다는 부족한데 나름 뭐 그냥 무슨 생각들을 하나 읽을만한.

다락방 2011-11-11 09:55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보는 건 좋을것 같아요. 그런데 뭐 딱히 재미는 없더라구요. ㅎㅎ

2011-11-11 16: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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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1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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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1-11-1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과는 먼 인생이라 생각해서.ㅋㅋ;;;

다락방 2011-11-14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