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승헌에 대해서는 언제나 '대단히 잘생겼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가 잘생겼다고 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배우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는건 그야말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대단히 잘생겨서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에겐 매력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워낙 내가 드라마를 안보긴 하지만, 그가 어떤 드라마에 나왔었는지 기억도 안날뿐더러, 그가 드라마에 주연으로 나왔다한들, 드라마속의 캐릭터가 크게 여자들을 움직였던 것 같지도 않다. 그건 아마도 그의 도무지 발전할 줄 모르는 연기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나는 그를 '잘생겼지만 개성이 없고 연기도 못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밋밋하게 느꼈었기 때문에, 새로 개봉하게 될 영화 《인간중독》이 '야하다'고 해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송승헌의 야한 연기는 기대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우연히 이 영화의 예고편을 잠깐 보게됐는데, 오, 맙소사, 송승헌이 군인..으로 나오는거다. 군인장교! 장교가, 부하의 아내를 사랑하는, 그런 내용인거다. 오...이건...끌려. 내용적으로 끌려! 당장 달려가 보고 싶었다. 제복에 가려진 탄탄한 몸, 제복을 입고 장교라는 지위가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에로틱함...이라니. 아니, 설정만으로 숨이 막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현빈' 주연의 《역린》도 보러가지 않았으면서, 송승헌 주연의 이 영화는 보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음..역시 안봐도 될뻔했군, 했다. 아...정말....하아- 송승헌은 내면의 감정을 살려내는 연기도 못하고 육체를 쓰는 연기도 못한다. 배드신은 실망스럽고-그런 남자랑 자고싶지 않다-, 숨을 못쉴것 같은 아픈 감정을 토로하며 울 때 관객은 웃는 현상이 발생하고 마는것이다. 게다가 결말의 오글거림은, 연기를 보완하기 위해 억지로 짜낸 것 같은 스토리랄까. 작위적이라 지나치게 실망스럽다. 어처구니가 없더라. 하아- 답답..하다.  뭐 이쯤하고.



초반에는 '군인'이란 직업이 주는 특성 때문에 영화를 보지말고 나갈까, 하고 생각했다. 헌병들의 거친 막말과 군인들의 폭력성을 보는게 너무 힘이드는거다. 시대적 배경은 아직 월남전중이던 그때이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아, 내가 왜 보러왔지, 싶을만큼 장갑을 끼고 상대를 엄청나게 폭행하는 군인을 보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아, 이게 앞으로 계속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보고있지, 싶어서 엄청 고민했다. 나갈까, 볼까, 나갈까, 볼까...



극중 송승헌은 월남전에서는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살아남은 전쟁영웅이지만, 지금은 다른 군인들의 폭력성을 참기 힘들어하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부하의 아내를 좋아하게 되는데, 덩치 커다란 군인이 꽃을 사들고 여자에게 문병을 가는 장면이, 꽃을 그냥 두면 시들텐데 라는 말을 듣자마자 꽃병을 찾아내 꽃을 꽂는 장면이, 통조림을 따주는 장면이, 라이터가 예쁘단 말에 '가질래요?' 라고 묻는 장면이 좋아서, 그 장면들을 볼때는 아, 어떡해, 나 좀 두근거렸다.. 부하의 아내에게 성희롱하는 고참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장면 같은것들도. 그 장면들에는 두근거렸어...크고 강하고 힘있는 남자가 고분고분 여자의 말을 잘듣고 신경쓰는 건 진짜 멋진것 같다.




















영화 《빅 피쉬》는 내가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환상적이라 그다지 내 마음에 들지 않달까. 물 속을 헤엄치는 나체의 여인, 엄청난 체구의 거인, 커다란 물고기, 이상한 마을, 시인이자 은행 도둑인 남자 등등. 그의 아들이 그런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진짜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하는 게 무리가 아닐만큼, 그의 아버지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또 지어낸다.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해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네 아버지가 말하는 것들이 다 거짓은 아니란다' 라고.


아내는 남편이 어떤 사람인줄 알고 있는거다. 아내는 남편과 긴시간을 함께 해왔으면서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이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인 줄 알고, 그런 사람을 사랑한다. 내내 옆에서 한결같은 사랑을 쏟아주는데, 그 마음과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욕조장면이다.





몸이 아파 점점 약해지기만 하는 남편이 욕조에 들어가 옷을 입은 채로 쉬고 있는데 아내는 그 욕조 앞으로 찾아와 자신이 신던 구두를 벗고는 옷을 입은채로 그 욕조에 들어가 그의 위로 포개어진다. 아내는 남편에게 옷이 젖을테니 나오라고 말하는대신, 자신의 옷을 적셔가며 남편에게로 간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옷을 입고 욕조에 들어가는 남자를, 아내는 알고 있다. 그가 그런 남자라는 것을. 그런 남자를 그녀는 사랑하고 한결같이 사랑해왔다.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로 자신이 움직인다.



너는 그런 사람이야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인걸 알아 내가 너에게로 갈게.



욕조에 들어가있는 남편을 바라보다 결국 자신의 구두를 벗고 그 욕조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그녀의 마음은 바로 그런게 아니었을까.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좋은 장면이었다. 기억에 남는.




아침을 먹고 나왔지만 점심 먹기전까지 분명 배가 고플테니 빵을 좀 사가자 싶어 회사 근처에 평소에 들르던 빵집으로 갔지만, 빵집은 없었다. 다른데로 이전을 한 모양인지, 늘 있던 자리에 빵집이 없었다. 허탈해졌다. 나는 이제 빵을 어디서 사먹지. 결국 빵을 사들고 오지 못했고, 뭐 먹을게 없나 냉장고를 뒤적이다 며칠전에 사둔 검은콩두유를 마셨다. 책상 위에는 어제 친구가 보내준 웨하스가 있다. 저걸 흡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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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피쉬를 봤는데, 저 장면은 기억이 안나고..;;

다락방 2014-05-21 10:54   좋아요 0 | URL
아, 난 저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이 영화를 나한테 추천해준 직장 동료가 있는데 자기도 그 장면이 제일 좋았다고 해서 잠깐 이야기 나눴었네요. ㅎㅎ

자작나무 2014-05-2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중독 다락방

다락방 2014-05-21 10:54   좋아요 0 | URL
여름휴가때 미국갈까 고민하다 비행기표 알아보고 마음을 접었어요. 흐..-

자작나무 2014-05-21 12:59   좋아요 0 | URL
전 여름휴가는 없는데 8월에 뉴욕가요.

다락방 2014-05-21 13:04   좋아요 0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부럽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부터 언제까지 갔다오세요?

자작나무 2014-05-21 14:58   좋아요 0 | URL
8월말에 일주일이요. 중국비행기로 110만원에 구했어요.

다락방 2014-05-21 17:20   좋아요 0 | URL
중국비행기로 가면 반값이네요...

무스탕 2014-05-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떠~억! 광고하던 그것마저도 별로였군요. 하도 '벗은 송승헌'을 팔아먹길래 훌떡 넘어가 볼까..? 했었는데 패스~

다락방 2014-05-21 10:56   좋아요 0 | URL
옷입고 매력 없으면 옷 벗어도 별로 매력 없는것 같아요. --;;

2014-05-21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1 13:05   좋아요 0 | URL
여자주인공이 송승헌보다 더 연기를 잘하드만요. 배드신도 여자가 더 잘하고.. 쩝..
제가 원래 얼굴 안보고 사람을 좋아하긴하지만, 송승헌은 뭔가 안타까워요. 저렇게 잘생겼는데 매력이 없을 수 있다니... 매력은 얼굴 따라 가는건 아닌것 같아요. -0-

건조기후 2014-05-2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린은 계속해서 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한 두 개 마음이 뺏긴 장면은 있었지만 (등근육씬은 아닙니다 ㅋㅋㅋ) 스토리가 너무 산만해서 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배우들 연기도 혹평이 많던데.. 현빈도 현빈이지만 한지민이 너무나도 월등해서 보는 내내 감탄했네요 ㅡㅡ

다락방 2014-05-21 14:40   좋아요 0 | URL
ㅎㅎ 역린이 그래도 인간중독보다는 나을거라 장담합니다, 건조기후님. 결말이 작위적이야.. ㅠㅠ
한지민이 월등하다니..하아- 인간중독 여주도 예쁘더라고요. 작고 가녀린 스타일이랄까. 제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스타일. 저는 우피 골드버그 삘인데...히융

자작나무 2014-05-21 14:55   좋아요 0 | URL
저 우피 골드버그 팬인데

건조기후 2014-05-21 15:17   좋아요 0 | URL
한지민은 예쁘죠. 참 예쁜데, 예뻐서 감탄한 게 아니라 연기를 너무 못해서 감탄했다는 뜻이었어요. 현빈 연기도 연기지만 한지민이 압도적..이더라고요 -_ㅜ

다락방 2014-05-21 17:23   좋아요 0 | URL
아하. 연기가 메롱이란 뜻이었구나. 걍 젊고 뛰어난 외모 때문에 주연으로 딱딱 박는거 별로 안좋은 것 같아요. 조연부터 밟아나가게 해야지. 에잇. 송승헌이 연기를 못하니까 그 배역에 공감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자기는 슬프다고 우는데 관객은 하나도 안슬프고..이게뭐에요.. ㅠㅠ

2014-05-22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2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4-05-2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관사의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채는지....그게 제일 웃겼어요.

다락방 2014-05-26 08:37   좋아요 0 | URL
저도 초반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쩜 저렇게 아무도 몰라 아무도...
송승헌이 미역국 냄비 가지고 여자의 집에 갔을때, 그 미역국 먹고 냄비는 자기 집에 다시 가져갔을까..그게 궁금하더라고요, 전. 그 냄비가 거기서 발견되는 순간 소문 퍼지는 건 순식간인데... -_-
 

며칠전 친구와 알라딘 파우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셰익스피어를 선택했는데 너는 무얼했냐, 피츠제럴드를 하지 않다니 의외로구나, 부터 시작해서 필립 로스가 있으면 그걸 택할텐데 까지. 친구는 원하는 작가의 이름을 단 한 명만 선택할 수 있다면 필립 로스를 파우치에 새기고 싶다는 거였다. 나는 선뜻 한 명을 고를 수 없다고 말했다. 피츠제럴드는 당연히 좋긴 하지만 파우치 디자인이 별로였고,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선택했지만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니 상관없다. 누군가 신청할 수 있는거라면 코맥 매카시를 해야 할까, 존 쿳시는 어떨까, 로맹 가리는, 줌파 라히리는 등등. 친구는 내게 계속 한 명만 선택하라 말했고, 나는 그렇게 어려운 것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구는 다시, 생존 작가들중 필립 로스가 가장 좋다며, 자신은 필립 로스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전 필립 로스와 만나고 싶어요!!!」


정확히 위와 같이 친구는 말했고, 이런 대화를 이어가다 이렇게 종결되어 가는 시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전 현빈.....」


이어지는 친구의 답은 이랬다.


「ㅋㅋㅋㅋㅋ」

「지금 세차게 기침 했음 ㅋㅋㅋ」


그랬다. 나는 파우치나 에코백에 피츠 제럴드, 로맹 가리, 코맥 매카시, 줌파 라히리를 넣기를 원하고, 그들의 얼굴이 그려진 에코백을 선택하는 것이 기쁘지만, 마찬가지로 이런 대화를 친구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어마어마하게 기쁨이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은건 그들이 아니라 현빈이었다. -0-


















어렵게 읽긴 했지만 어쨌든 다 읽기는 한 이 책의 초창기에, 이반 일리치는 이런 말을 한다.


사실 내 인생은 대부분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된 결과이다.– 71쪽




아, 지극히 당연하고 너무나 멋진 말이다. 실상 이반 일리치와 데이비드 케일리가 나눈 대화를 읽다보면 이반 일리치는 약간 까탈스러우며 까다로운, 까칠한 사람이란 인상을 받게 된다. 그의 앞에서는 말을 잘못했다가 무식해보이는 게 식은 죽 먹기란 생각도 들고. 교수로서의 그를 만나고 싶어진단 생각이 '조금'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와 내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의 질문 세례도 받고 싶지 않아진달까. 


그러나 이 까칠한 학자가 본인이 좋아하는 친구에 대해서 말할 때는 그 애정이 보통의 것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그런 그가, 누군가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저런 사람과 내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기대한다는 것도 꽤 놀랍다. 더 많이 알고 더 지적이고 수많은 외국어를 익힌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그런 보통의 인간인 것이다. 나랑 같은, 우리랑 같은!



충격이었다! 나로서는 그로부터 3~4년 안에 우리가 친한 친구가 되고 또 그가 만년에 쿠에르나바카에서 나와 함께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굿맨을 내가 알게 된 위대한 사상가의 한 사람으로, 또 사려 깊고 따뜻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223쪽




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람과 친구가 되다니, 그는 얼마나 감탄했을까. 스스로도 수없이 되뇌이지 않았을까. 으악, 내가 이 사람과 정말 친구가 되다니, 정말 놀라워! 하고. 이반 일리치에게 '폴 굿맨'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로는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런 친구가 됐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니, 나 역시 그런 존재를 만나, 상상도 하지 못한 순간에 가까워지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런지도 모른다. 내 앞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들이, 얼마나 많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미래의 시간들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떻게 친구가 될까. 그리고 그들과 어떤 사이가 될까.


최근에 친구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거야, 라고 계속 생각하면서도 우리들 사이가 예전같지 않게 될거란 사실이 무척 아팠다. 한 친구는 울었다고도 했다. 앞으로도 연락을 하고 지낼거지만, 만나기도 할테지만, 그 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은 이 상황 때문에 우리는 모두 힘들어했다. 우리는 우리가 이렇게 조금 멀어지게 될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러면서 다른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사실이 떠올랐다. 누군가와는 조금 더 멀어지고 누군가와는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건가 보구나, 하는 당연한 깨달음을 새삼 떠올렸다. 그러던차에 이반 일리치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람과 친구가 되는걸 보노라니 마음속에 꿈틀, 희망이 생기는 것도 같은거다. 나 역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가 나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친구가 되지 않을까. 이를테면 현빈 같은....설마 현빈이, 말도 안돼, 싶지만, 어쩌면 정말 2-3년안에 나의 소울메이트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거 아닌가! 한 달에 한 번쯤 만나 맛있는 걸 함께 먹으며 밀린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소울메이트...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잖은가! 꺅!



이 책의 <사랑이라는 가면>이란 챕터에서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친구들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래서 이 챕터를 읽는게 좋았다. 위의 인용문도 이 챕터의 것이고 아래의 것도 마찬가지.



(존 홀트에 대해 얘기하며)그는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어 가끔씩 찾아가서 만져볼 정도로 멋진 사람이었다!– 231쪽





폴 굿맨도 존 홀트도 사실 내게는 외계어와 다름없는 이름이지만-그것은 '이름'이라기보다 알지 못하는 용어로 읽힌다-, 맙소사,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어 가끔씩 찾아가서 만져볼 정도로 멋진' 사람이라니.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이 까칠한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라니. 아니 대체 존 홀트는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존재가 있었다. 그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 지 모를 그때. 우리의 관계가 어떤건지도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었던 그때. 그의 포지션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는 그때. 나는 수없이 많이 생각했었다. 몇번이나 생각했었다. '이런 사람이 있다니!' 하고. 이런 사람과 내가 알고 지내고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니! 하고. 간혹 이런 사람들이 내게 존재한다는 게 신의 축복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중 어떤 이들은 처음의 그 빛을 잃고, 그들중 어떤 이들은 갈수록 그 빛을 더하며 내 옆에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그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것이다. 와, 이런 사람이 정말 있는걸까 싶어 가끔씩 찾아가서 만져볼 정도, 인 그런 사람. 아- 가슴에 애정이 들끓는다. 그가 반짝거리던 그때, 내 손을 들어 그의 팔에 살며시 가져다대었던 그 기억. 내 손바닥에 느껴지던 그의 팔의 느낌. 또다른 사람, 그 사람과 지하철 역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야 하기 위해 작별의 인사를 하던 순간, 이 사람이 너무 좋아, 하는 생각으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던 기억. 그 순간에 나는 입밖으로 신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으윽- 하고. 으윽, 헤어지기 싫어, 하는 뜻을 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계속 쿵쾅대던 가슴, 같은 것을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그는, 신이 나를 사랑해 만들어 보내준 사람 같았다. 그러나 신이 그를 사랑해 나를 만든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헤어짐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헤어짐은 존재하지 않는채로, 새로운 만남들이 계속계속 쌓여갔으면 좋겠다. 기대와 설레임과 행복함이 찾아드는 만남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삼십년 후에도, 그런 사람과 계속 새롭게 만나 새롭게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지만, 만남이 있어도 헤어짐은 없었으면 좋겠다.




월요일을 어떻게든 우울하지 않게 맞이하고 싶어 빨간색 매니큐어도 바르고, 출근길에 캬라멜마끼아또도 사서 마셔보았다. 뭐, 그랬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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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5-19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반 일리치가 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그 이반인 줄 알고 아는 척 하려고 했는데 ㅋㅋ 아니군요! 이 붉은 색은 그냥 그런 빨강이 아니라 아주 독특하고 묘해 보입니다. 이쁘네용.

다락방 2014-05-19 16:10   좋아요 0 | URL
저도 정여울의 책을 읽다가 알게됐어요. 이반 일리치란 이름이 언급되길래, 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서 읽게 된건데 어렵더라고요. 좀전에 이 책이 어렵다는 제 리뷰를 보고 친구가 이반일리치 입문서를 선물로 보내줬는데, 하아- 입문서라고 어디 쉬울까..싶기도 하고 ㅠㅠ

손톱이 예쁘니 남자나 만나러 갈까 하다가 만날 남자가 없어 관뒀습니다, 블랑카님. 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5-1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악방 파우치가 갖고싶습니다.

다락방 2014-05-19 16:11   좋아요 0 | URL
어떻게, 개인제작 해서 하나 보내드릴까요?

자작나무 2014-05-20 08:45   좋아요 0 | URL
네!!!!

아무개 2014-05-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는 다락방님이 그런 존재랍니다.
'우와 내가 이런 사람이랑 알고 지내다니, 심지어 나를 친구라고도 불러준다니! '이렇게요 ^0^

다락방 2014-05-19 16:11   좋아요 0 | URL
아이쿠야, 이런 어마어마한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4-05-19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저도 다락방님으로 하고 싶어요.... 라고 말해야할거 같지만... 전.......... 원빈으로 하겠습니다...

다락방 2014-05-19 16:1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제가 현빈하고 소울메이트가 되면 원빈도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휘모리님 부를게요. 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4-05-19 20:33   좋아요 1 | URL
나는 강동원 소개해줘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5-20 08:11   좋아요 1 | URL
건조기후님은 강동원? 오케. 콜콜!! 내가 다 해줄게요. 일단 내가 현빈하고 소울메이트만 되면 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5-20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때 다락방이 내 옆방에 있었지. 그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였어.

-보스-

다락방 2014-05-20 09:57   좋아요 1 | URL
난 니 옆에 있을때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 보쓰놈아. ㅎㅎㅎㅎㅎ

자작나무 2014-05-20 12:44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다락방과 헤어짐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스-

단발머리 2014-05-20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여러 번 읽었어요.
상상도 못할 누군가와 특별한 친구가 되는 상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네....
지금 말해야 되는거죠?

김수현을 소개시켜 주세요. 제 핸폰 번호 아시죠? ^^



다락방 2014-05-20 16:27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님 좋아합니다~

단발머리님은 김수현. 오켕, 콜!!
 

역시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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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4-05-19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저도 새벽 네시에 잠들어서 지금 죽겠네요

다락방 2014-05-19 10:57   좋아요 0 | URL
으악 소이진님! 저보다 더 늦게 잤네요! 오늘 하루 잘 버텨요. 빠샤!
 
















사람들이 하도 이방인 어렵다고들 해서 그간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새움출판사에서 자기네가 제대로 된 이방인을 냈다고 해서 이왕 읽을거 새움으로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 뒤의 논쟁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새움으로는 읽지말자, 라고 굳게 마음먹었는데, 무엇보다 자신의 해석이 옳다고 강요하는 게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첫 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그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독자가 해석하기에 달렸다. 게다가 받아들이는 것도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학창시절 하도 시나 소설에서 주제찾기 질문을 해대니 이 책의 주제는 뭐다, 하고 그것만 찾으려 하다보니 소설은 재미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거기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찾으려고 기를 쓰는 것 보다는 한 줄 한 줄 천천히, 등장인물이 되어 읽다보면 아주 사소한 문장에서도 감동을 할 수 있고, 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품의 해석을 강요하고, '자신의' 해석을 설득한다는 건 '주제 찾기' 하라는 학창 시절의 국어 시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뿐더러,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생각들을 차단하는 게 된다. 물론 '강요' 라는 것 자체를, 누군가 나의 생각과 태도를 통제하려는 자체를 내가 징그럽게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식의 태도가 더 짜증나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지만, 여튼 나는 그런 태도가 확실히!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온전히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강요어린 해석에 휘둘리지 않을것이고.



집에 문동의 《이인》이 있으므로,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이 책으로 읽어보자 싶었다. 아니, 근데 왜 제목이 '이인'이냐. 이건 좀 너무 나간게 아닌가 싶다. 책 뒤편의 해설을 읽어보니 역자는 이 책의 제목이 '이방인' 보다는 '이인'으로 해석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이인 과 이방인이 주는 느낌은 좀 다르다. 


여하튼 이 책을 읽었는데, 그렇게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이 하도 어렵다 어렵다 해서 조낸 겁먹었는데, 책장이 잘도 넘어가는거다. 심지어 재미있어!!!!!!!!!!!!!!!!!!!!!! 게다가 얼마나 밑줄 그은 문장은 많던지.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어렵다고 한걸까, 생각해보다가, 그들이 혹시라도 너무 어린 시절에 시도했던 건 아닌가 싶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때 도스트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열 번쯤 시도하다 포기했었는데, 이십대 중반에 읽었던 죄와벌은 재미있었던거다. 그래서 내친김에 그의 《영원한 남편》도,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 읽지 않았던가!













분량도 적어서 앉은 자리에서 금세 읽어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간혹 '이거슨 뭐담?' 싶은 문장이 몇 개 보였다. 자연스럽지 못한 문맥이라고 해야하나. 사소한 꼬투리잡기이긴 하지만, 이런 문장은 확실히 부자연스럽다.



난 관자놀이에서 피가 뛰는 게 느껴졌다. (p.23)



'난' 이라고 시작했다면 '느꼈다'로 끝맺어야 하는게 아닌가. 뒤에 '느껴졌다' 라는 서술로 맺어야 했다면 앞에는 '내 관자놀이에서' 라고 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고. 다음과 같은 문장도 마찬가지다.



레이몽 역시 창이 없는 부엌 딸린 방 하나밖에 없다. (p.34)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건 아니다. 레이몽이 사는 집도 방이 하나짜리이며, 부엌엔 창이 없다는 뜻이라는 걸 안다. 다만, 문맥상 자연스럽지 못하게 느껴진다는거다. 

'느꼈다'와 '느껴졌다'의 주술 관계에 있어서 아마 역자(혹은 편집자)는 늘 헷갈리는 것 같은데, 다음 문장에서또 그런다.



영감이 슬그머니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난 비늘 같은 피부가 느껴졌다. (p.54)



나는 이 문장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체적으로 이런 주술관계가 자연스러운 건가? 자꾸 반복되니 나 혼자만 이 문장을 자연스럽지 못하게 느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건그렇고, 이 책의 주인공인 '뫼르소'는 굉장히 솔직한 남자인데, 그렇기 때문에 재판의 과정에서 더 불리했던 것 같다. 어머니와 같이 사는 것 보다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 생각을 말로 꺼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자를 만나고 데이트를 하지만 결혼할 생각을 갖지 않는 사람은 많되, 그걸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도 역시 별로 없다. 이런 생각들을 바깥으로 드러냈을 때 벌어지게 될 일들, 내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 하는 것과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라도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나를 멀리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것들이 뫼르소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품고만 있는 사람들에게 그는 불편한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이 살인이란 죄목으로 재판을 받는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다는 게 더 편하다는 사람이, 어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여자랑 놀러다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 없어, 하는 편견들이. 결국 그는 유죄가 되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그가 순간의 기분에 충실하고, 그 충실한 기분을 입밖으로 꺼냈기에 그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람이 되고야 만다.



나는 마당에 있는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기다렸다. 풋풋한 땅 내음을 들이마셨고, 더 이상 졸리지도 않았다. 사무실 동료들 생각이 났다. 이 시간이면, 출근하려고 잠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었다. 내겐 늘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p.18)


어머니의 장례식 차 휴가를 받고 내려와있던 그는, 요양원에서 잠시, 출근하려는 동료들 생각을 한다. 휴가를 썼던 이유가 '어머니의 장례식'이라는 게 안타깝지만,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평일 휴가를 얼마나 바라는가, 하는 것이 이 문장을 보며 떠올랐다. 일전에 업무차 밖에 나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치던 까페를 무심히 쳐다보다, 그 까페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을 보았었다. 아, 저들은 이 시간에 어떻게 저 안에서 한가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도 평일 늦은 오전에 까페 안에 들어가있으면 좋을텐데, 했던 일. 출근하던 길에 마주친 모텔에서 나오던 연인들. 아니, 이 시간에 모텔에서 나온다니, 저들은 출근을 어떻게 하려고, 오지랖넓게 걱정했던 기억. 뭐 그런것들. 


일전에 스페인 영화를 보면서 아니, 저들은 오후 시간이 왜저렇게 많지? 직장에 다니면서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역시 생각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후 뫼르소는 직장에 복귀했는데 점심 시간이 되어 사무실에서 나온다.



우리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셀레스트네 식당에 도착했다. 하얀 콧수염을 기른 셀레스트는 불룩 나온 배에다 앞치마를 두른 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셀레스트는 "그래, 괜찮아?"라고 내게 물었다. 난 괜찮다고 하면서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난 허겁지겁 먹고 나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 낮잠을 약간 잤는데, 포도주를 과하게 마신 탓이었다. 잠에서 깨자,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난 달려가서 전차를 탔다. 오후 내내 일을 했다. (p.32)



이 문장들은 읽으면서 내가 다 걱정했더랬다. 아니, 점심을 먹고 집에 가서 낮잠을 잘 수가 있다니.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었던거다. 점심을 먹으면 나도 항상 졸린데 나도 그러고 싶었다 ㅠㅠ 물론 점심시간으로 많은 시간을 써버리고 '달려가서' 전차를 타 '오후 내내' 일을 하긴 하지만, 어쩌면 뫼르소의 성격상 나처럼 제 시간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게 없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늘 생각하는거지만, 나는 지금 하는 일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이 일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라는 게 물론 분명 존재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랑 같은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나와 같은 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성격'이고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뫼르소는 직장과 업무라는 것 자체에 있어서 그의 성격상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저녁때 사무실을 나와 선창을 따라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난 행복했다. 하늘은 초록빛이었고, 난 만족감을 느꼈다. 그래도 난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삶은 감자 요리를 해 먹고 싶어서였다.(p.32)



ㅎㅎㅎㅎㅎ 퇴근할 때의 내가 꼭 저러해서 뫼르소에게 빙의 됐었다. 퇴근길의 나는(물론 출근길에도 그렇지만) 하늘이나 나무, 풀과 꽃 등을 보며 얼마나 감탄하고 행복해하는가. 게다가 늘, 거의 매일 빠짐없이 먹고 싶은 무언가가 생각난다. 먹고 싶은 걸 먹을 생각에 설레인단 말이다. 오, 행복한 퇴근길!! 그게 내가 만들어 먹어야 하는 것일때는, 만들고나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날들 속에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과의 대화에서도 뫼르소의 성격은 나타나지만, 재판을 임할 때 굉장히 잘 드러난다.


비록 피고석에 앉아 있다 해도, 자기에 대해 말하는 걸 듣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이다. 검사의 논고와 변호사의 변론이 이어지는동안, 나에 대해서, 아마도 내 죄에 대해서보다도 나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말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기야, 검사의 논고와 변호사의 변론이 그리 달랐던가? 변호사는 두 팔을 휘저으며 죄는 지었지만 감경사유가 있다고 했다. 검사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서 유죄를 부각시키면서 감경 사유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막연하게나마 한 가지 때문에 내 심기가 불편했다. 내 걱정거리들은 제쳐두고, 난 이따금 중간에 개입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변호사가 내게 말했다. "잠자코 있어요. 당신 사건엔 그게 더 좋아요." 어떻게 보면, 나를 쏙 배놓고 내 사건을 다루고 있는 모양새였다. 모든 게 내가 개입할 여지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 운명이 내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은 채 결정되고 있었다. 이따금 나는 모든 사람들의 말을 가로막고서 "아니, 도대체 누가 피고입니까? 피고가 된다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저에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겐 할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pp.106-107)



아, 나는 저 문장이 그렇게나 좋은 것이다. '내 운명이 내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은 채 결정되고 있었다' 라는 저 문장!



누구나 알다시피, 삶이란 건 살 만한 가치가 없다. 따지고 보면, 서른에 죽으나 일흔에 죽으나,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두 경우 모두, 나머지 사람들은 살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수천 년 동안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보다 더 명백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이든 이십 년 후이든, 죽는 건 언제나 나이다. 그런 순간에, 내 추론 때문에 난 약간 난감해지곤 했는데, 앞으로 이십 년이나 더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미친 듯이 날뛰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p.122)



나는 삶이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나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뫼르소처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뫼르소가 말했듯, 그 죽음이 '나의'것이 되는 순간, 그건 '응 원래 알고 있었어' 라고 대응할 수 없게 되는것이다. 나이다. 내가 된다. 나에게 닥친 일이 된다는 것은, 충분히 날뛸만한 일이 되는 게 아닌가. 내 일이 되고 내 가까운 사람의 일이 되는것, 알지만 받아들이기 얼마나 어려운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것처럼, 뫼르소는,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될것이란 생각때문에 속으로 날뛴다는 것 역시 잘 알고있다. 아..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아무리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해도, 수시로 불쑥불쑥 찾아오는 저 큰 불행의 기억 때문에. 그 불행은 모두에게 지독한 상처이고, 부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텨낼 수 있기를,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아...이방인 얘기 하고 있었는데....다시.




나는 바닥을 뚫어지게 바라다보고 있었다. 신부가 나를 향해 한 발짝을 떼더니, 마치 감히 앞으로 더 다가서지 못하기라도 하는 듯이 멈춰 섰다. 신부는 철창 너머로 하늘을 쳐다보다가 내게 말했다. "내 아들아, 자네가 잘못 생각하는 걸세. 자네에게 그 이상을 요구할 수도 있는 걸세. 아마도 그 이상을 요구할 걸세." -"도대체 뭘 말입니까?-"자네에게 똑똑히 보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걸세."-"뭘 보라는 겁니까"

사제는 사방을 쭉 훑어보고 나서, 내가 보기에 갑자기 매우 지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모든 돌들이 고통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네. 난 그걸 알고 있네. 난 번민에 빠지지 않고서 이 돌들을 바라본 적이 없네. 진심으로 말하네만, 난 알고 있네. 자네 같은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비참했던 이들은 이 돌들의 어둠 속에서 신의 얼굴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는 걸 말일세. 자네에게 보라고 하는 게 바로 신의 얼굴이네."

난 약간 열이 받쳤다. 난 이 벽돌을 쳐다본 게 벌써 몇 달째라고 말했다. (p.126)



어이쿠야. 감옥에 갇힌 뫼르소에게 찾아와 사제가 하는 말이라니. 감옥을 둘러싼 그 벽에서 신의 얼굴이 나타난다니. 이럴때 정말 답답하다. 종교는 누군가에게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다.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돌들에서 신의 얼굴을 찾으라니. 이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물론 누군가는 거기서 신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 역시 나를 둘러싼 돌들에서 신의 얼굴을 찾기 보다는, 사제의 저런 말을 듣고 열이 받치는 류의 사람이다. 뫼르소는 왜 '약간' 열이 받쳤을까. 나는 완전 빡돌텐데. 


일전에 디스크 수술을 받아 입원해있는 우리 엄마를 찾아와 '다 하느님의 뜻' 이라고 말했던 큰아버지 생각이 나 불쑥- 화가 치민다. 큰아버지는 교회 장로님이신데, 어떻게 아픈게 하느님의 뜻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수술을 앞둔 사람앞에. 그때 남동생과 내가 분노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아니, 무슨 뜻이래, 이건? 하면서. 하아-

'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생각도 난다. 여동생이 죽은 소년에게 '그 죽음이 다른 아이들을 죽인 범인을 찾게 해줬다, 의미가 없지 않았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경찰. 그 경찰에게 '왜 그게 하필 제 여동생이어야 하죠?' 라고 되물었던 소년. '의미'고 '뜻'이고 나발이고 간에, 그걸 타인이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는거다. 섣부른 위로는 분노를 부를 뿐이다. 이미 많이 아픈 사람에게 그것이 마치 중대한 뜻이고 의미인 것처럼 말해서는 결코 안되는거다. 



다 읽고나서 책장을 덮으면서 '오 이방인이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구나' 했지만, 저 부자연스런 문맥이 조금 찜찜해, 김화영 번역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자 싶었다. 분량도 얼마 안되니 읽기에 부담도 없을 터. 그래서 어제 주문을 넣었는데, 김화영 번역의 《이방인》이 민음사에서도, 책세상에서도 있는 게 아닌가. 앗 둘 중에 뭘 사지, 나 민음사 모으고 있으니 민음사 살까 하다가, 책장에 카뮈의 《시지프 신화》가 꽂혀있는 걸 보고, 읭? 이건 뭐람? 하고 꺼냈다가 '책세상'의 카뮈전집인 걸 알게됐다. 흐음. 그럼 카뮈는 책세상 전집으로 할까, 하고 어제 카뮈의 《이방인》과 《결혼,여름》을 주문했다. 저 결혼 책은 옛날에 산 줄 알았더니 안샀더라고.


















이방인도 이방인이지만, 저 결혼과 여름에 대해 카뮈가 뭐라고 적었을 지 기대가 매우 크다. 어흑 떨려. 여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고, 결혼은........모르겠다.



아, 어제 한바탕 지르고났더니 심규선의 새앨범 소식이 나오더라. 흐잉..












워낙 감성이 풍부한 그녀이다보니 이번 앨범도 구매할 예정이긴 하지만(지금은 예약구매-난 예약구매는 하지 않을거야), 흐음, 김연아 선수에게 바친다는 'silver & gold'란 노래의 제목을 보는데 좀 손발이 오그라든다. 오글오글. 쩝.. 그러니까 난 이런게 좀 별로인데, 물론 당사자들이 누구를 위해서 노래하고 누구에게 바치는 노래이든 그건 다 그들의 진심일테고, 할만하니까 하는거고, 그렇게 하는게 행복할테고, 다 알겠는데, 나로서는 좀 오글거린달까. 이를테면 가수들이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도 나는 좀 오글오글하다. 서태지를 그렇게나 좋아했었지만 '우리들만의 추억' 이란 노래는 싫었어...

그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고 바치고 하는 것이 그들의 의지고 마음일테지만, 그런 노래가 내 취향이 아닌 것은 뭐,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만약 silver & gold 란 노래가 포함된 앨범과 포함되지 않은 앨범, 이렇게 두 가지로 나왔다면, 나는 고민없이 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아침에 트윗에서 누군가 외국인들이 불닭볶음면 먹는 영상을 올린 걸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후루룩 맵다 매워 라고 하면서 먹는 걸 보니, 아침부터 불닭볶음면이 엄청 먹고싶어지는거다. 하는수없이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그들이 먹었던 것과 같은 사발면으로 샀다. 오늘 점심엔 저 불닭볶음면과 김밥을 먹어야겠다.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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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1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읽어 보겠어요!! 땡투!

다락방 2014-05-16 11:20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아무개 2014-05-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주 오래된 판본의 이방인(물론 김화영씨 번역)을 읽고,
이책 어디가 어렵다는거지? 라고 생각했던게 기억이 나요.
오히려 작품해설이 더 어려웠었다는...

2.<영감이 슬그머니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난 비늘 같은 피부가 느껴졌다.>
시제나 수동태의 문제일까요? 우리말 번역으로 어색한게 맞긴 맞네요.

3.붉닭 볶음면은 정말 욕이 튀어나오는 매운맛이였어요.
뜨거운 면이 그렇게 매우니 다른 냉면이나 비빔면과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고통을 수반하는 통각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더군요.
고통을 즐기는 점심시간 되시길^^:::


다락방 2014-05-16 11:23   좋아요 0 | URL
1. 어려운 게 아니라 재미있더라고요. 어렵다고 생각한건 이방인의 유명세에 좀 어릴때 접해서 그런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끔 어떤 책들은 작품 해설이 작품보다 더 어렵긴해요. 저도 대체적으로 해설 다 읽긴 하는데 해설 읽다 짜증나면 걍 멈춰버리죠. 어차피 본문은 다 읽었으니까.

2. 이상한 문장이라 반복해서 읽으니 별로 안이상한가? 하고 무뎌지더라고요. 아흑..

3. 불닭볶음면은 일전에 봉지라면으로 먹었었는데 맵긴 맵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안먹어야지 했는데 동영상보니 다시 충동이... ㅠㅠ 여튼 제가 오늘 먹을 때 인증샷 찍어 보내겠습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4-05-1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1 때 데미안 읽다가 이거 뭐야 하고 던져 버렸는데 한참 나중에야 읽고선 헤르만 헤세를 사랑하게 됐죠 ㅜ 한 번 실패한 책이라고 내내 마음에서 멀리만 두지 말고 자꾸 잡으려고 해야겠구나 깨달았던 때였어요.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에 대해서 본인의 해석만이 옳다는 오만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런 사람이 쓴 책에 비호감이 드는 게 당연하죠. 저도 중고등학교 때 단칼에 정리된 주제가 정말 싫었어요. 근데 그것도 말 그대로 '참고서' 였잖아요. 나름대로 문학계에서 정립이 된 해설과 평가를 실으면서도 '참고'라는 단어를 쓰는데, 대체 지금까지의 이방인은 이방인이 아니라는 카피는 무슨 용감무쌍한 마케팅인지 ㅉ 다른 시각이 있다는 정도로 나왔다면 오히려 더 흥미로웠을 것 같은데 말이예요.

저도 저 책세상 이방인이 있어요. 워낙 유명하고 나도 어떤 소설인지 알고 있어서 읽은 줄 알았는데... 책이 너무 빳빳하더라고요 ㅋㅋㅋ 얼른 읽어야지 ㅜㅜ

다락방 2014-05-16 13:37   좋아요 0 | URL
저도 중학생 때 데미안 좀 보다말고 이게 말이냐 글이냐 소냐 ...하고 던졌다가 이십대에 데미안 보고 오, 졸 재밌네,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그런데 그런 기억만 나지 데미안의 내용은 기억이 안나요. -_- 그래서 그 당시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을까 고민하다 안읽었던 그런 기억들만...

저는 지금까지 이방인은 이방인이 아니라는 카피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의미인지 알것 같아서, 그 띠지 자체만으로는 과하다거나 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인용되는 역자노트들을 보고 있노라니 참....그리고 독자들이 번역에 대해 얘기하는데도 계속 초지일관 '내 번역을 욕하는 너희들은 수구세력 내 번역은 정답' 해대는데 와...뭐 여기까지..


건조기후님, 이방인 재미있어요. 분량도 얼마 안돼서 금세 읽으실 듯. 금세 읽을 수 있으면서 재미있는 소설! 얼른 읽으세요, 얼른 얼른!!!!! ㅋㅋㅋㅋㅋ

dreamout 2014-05-1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죄와 벌, 요즘 다시 읽고 있는데...
다시 읽어도, 두꺼운 책이 얇아지는 일은 안생기네요... ^^;;

다락방 2014-05-16 13:39   좋아요 0 | URL
저도 죄와벌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다 다시 읽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네요 ㅎㅎ
다시 읽어도 두꺼운 책이 얇아지는 일은 없지만, 다시 읽으니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수월하게 넘어가지 않던가요? ㅎㅎ

heima 2014-05-1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닭볶음면은 우유, 치즈, 계란 등을 옆에 꼭 두고 드셔야하는데.. 다락방님 무사히 살아남으셨나요 ㅎㅎ
그래도 먹고 나니 스트레스는 좀 풀리더라고요 무시무시한 불닭볶음면...

책세상 이방인 저도 책장에 모셔두었는데, 용기내어 꺼내봐야겠어요. ㅎ

다락방님 활활 불타는 금요일 보내세용 :)

다락방 2014-05-16 13:41   좋아요 0 | URL
아웅 헤이마님.
저 어제 일찍 자서 한밤에 일어났거든요. 한참 다시 잠이 안오길래 알라딘 들어갔는데 헤이마님 글이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반가운 마음으로 글을 읽는데 다 읽고나서 아 참 좋다...했어요. 글 자주 써주세요! 어떤 책 읽는지 가끔 알려주시고요. 헤헷

불닭볶음면은 무사히 잘 먹었습니다. 계란으로 돌돌 말아 스팸넣고 싼 김밥과 함께 먹었더니 먹을만 하더라고요. 덕분에 배만 엄청 불러요. 하하하하하. 지금은 아이스캬라멜마끼아또 먹고 있어용!

헤이마님도 아름다운 금요일 보내세요.
:)

유부만두 2014-05-16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전 비빔면 이었어요. 2봉;;;

아무개 2014-05-16 14:48   좋아요 0 | URL
비빔면은 당연히!! 2봉씩 먹는거 아닌가요? ^^

다락방 2014-05-16 15:07   좋아요 0 | URL
짜파게티가 먹고싶네요?????????????

건조기후 2014-05-16 16: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5-16 16:55   좋아요 0 | URL
실컷 졸다가 문자메세지 와서 깼네요. ㅎㅎ

유부만두 2014-05-17 11:39   좋아요 0 | URL
그쵸? 비빔면 2봉은 당연한거죠? ^^;;

paviana 2014-05-1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닭볶음면은 사발면이 조끔 약해요.
다음에는 끓여 먹는걸로 도전하세요.ㅎㅎ

다락방 2014-05-16 15:59   좋아요 0 | URL
저 끓여 먹는거 두 번 먹어봤어요. ㅎㅎ 아..이 댓글 쓰면서 또 입에 침이 고이네..
사발면도 맵던데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발면은 양이 적어요.. -0-

단발머리 2014-05-1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불닭볶음면이 뭔지 몰라 검색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 그 사람 역시 [이방인]을 읽어보고는 생각보다 재미있군,하고 생각했지만
3. 다락방님 의견대로 그래도 [이인] 요거는 아니다, 싶더랬지요.
4. 그 사람 집에 있는 [시지프의 신화]도 '책세상'꺼라, 그 사람은 오호~~ 라고 말했지요.
5. 그 사람은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두 번이나 내던졌다지요. 에잇!!!

다락방 2014-05-18 16:35   좋아요 0 | URL
1. 검색은 끝내셨습니까? 가까운 편의점에 가면 사발면으로 팔거에요. 사서 한 번 드셔보세요.
2. 네, 이방인이 재미있어서 저도 깜짝 놀랐지 뭡니까! 재미있었어요, 저도.
3. 이인..은 좀 멀리 갔다 싶죠?
4. 시지프 신화는 읽어보셨어요? 전 아직..
5. 지금 다시 도전하시면 읽어내실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주말 잘 보내고 계십니까?

무스탕 2014-05-1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가 불닭볶음면이 맵다는 말을 듣고 먹어보고 싶다고해서 아빠랑 끓여 먹었다는데 한 젓가락 먹고 항복했대요.
저도 오늘 점심엔 경찰서 식당 메뉴가 카레여서 그거 안 먹고 자장면 먹었는데 오늘은 면 먹는날? +_+

다락방 2014-05-18 16:35   좋아요 0 | URL
제 남동생도 한 번 끓여먹고 이건 인간을 학대하기 위해 만들어진거냐며 다시는 안먹겠다고 하더라고요. 매운걸 잘 못먹거든요. ㅎㅎ
전 오늘 점심은 비빔냉면을 먹었습니다!

몬스터 2014-05-1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닭은 너무 매워서 잘 못먹었더랬는데 볶음면은 좋아해요. 종종 글 잘보고 있어요. 고마워요 ㅎㅎ

다락방 2014-05-18 16:36   좋아요 0 | URL
불닭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매웠죠! 저도 엄청 매워서 매워매워 하면서도 그럼에도불구하고 간혹 그 맛이 생각나 고통스러워하며 또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생각하니 또 침고여요. ㅎㅎ

잘 읽어주신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

호빵 2014-05-2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고 나니 입에 침이 고이네요. 불닭복음면. 흐흐~. 간간히 번역에 대해 이슈가 생기네요. 그건 독자나 번역자가 번역에 관심을 더욱 가지는 계기가 되겠죠. 요즘은 국내소설을 읽으면서도 문장을 곱씹게 되네요. 순효과인가요. ㅎㅎ

다락방 2014-05-26 08:31   좋아요 0 | URL
ㅎㅎ 이 댓글 읽고나니 불닭볶음면을 또 먹고 싶어지네요. 날이 후텁지근해서 그런지 불닭볶음면 먹으면서 땀 흘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전 마침 어젯밤부터 이승우의 단편집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승우의 문장들은 좋아서 곱씹게 돼요. 국내 소설가들 중 최고의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끈!

ㅔㅂ 2014-05-2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떠한 문장은 부자연스러워서 거슬려하면서 또 어떠한 문장은 부자연스러운것을 좋아하네요 ㅎㅎ뭐 다 입맛이겠죠

다락방 2014-05-26 08:31   좋아요 0 | URL
네, 다 입맛이겠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안에서 이 책을 52쪽까지 읽었는데, 아, 너무 힘들다. 아이가 유괴된다는 건 알고 보긴 했지만, 단순히 그 줄거리를 아는 것과 또 책속의 문장으로 읽는 것은 다른지라, 아이가 유괴되는 장면을 보는게 생각보다 더 힘이 드는거다. 엄마 손을 잡고 걷던 다섯살 아이었는데, 엄마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기절시키고 그 사이에 아이를 유괴해가는데, 엄마는 금세 정신이 들어 그 차를 따라가보지만 차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고 그러다 차에서 떨어져 기절하고.. 하아-


너무 힘들어서 책장을 덮고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그만 읽어야하나 완전 갈등하고 있는데, 만약 지금 멈춘다면 '유괴된 장면'만 읽게 되는거라 싫은거다. 그 뒤, 범죄자가 벌을 받고 아이가 무사히 엄마 품에 안착하는 걸 봐야 할 것 같아 멈추면 안될것 같은거다. 그렇지만 이 책의 장르는 '추리'가 아니라...'조이스 캐롤 오츠' 라서.......결말을 내 생각대로 해주지 않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 때문에 또 겁나는거다. 무서우면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어째야할지를 모르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왜 이 책을 시작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시간을 오늘 아침으로 돌리고 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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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5-1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후 그 다음 내용을 읽고 싶은 책을 가진 자는 행복하나니...

다락방 2014-05-14 11:29   좋아요 0 | URL
글쎄요. 이 책의 진행이 무서워서...제가 행복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아무개 2014-05-1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아니여도 대한민국은 지금 충분히 무섭잖아요..
뭘또 이렇게 힘든책까지....

다락방 2014-05-14 11:39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무슨짓을 한걸까요? ㅠㅠ

단발머리 2014-05-1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저 책 표지에 겁먹은 저도,
다락방님이 저 책을 읽지 말자는데에 조용히 한 표를..... 행사하면 다락방님은 퇴근길에 무슨 책을???

다락방 2014-05-14 11:43   좋아요 0 | URL
회사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습니다! 그러니 집에 갈 때 읽을 책은 걱정이 없습니다만....
하아-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ㅠㅠ

건조기후 2014-05-1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면 끝까지 두 눈 부릅뜨고 읽어 주겠어요. 무섭다고 회피하지 말고 담대하게 맞섭시다! 책이든... 세상이든... ㅜㅜ

다락방 2014-05-14 14:02   좋아요 0 | URL
아웅.. 건조기후님 멋져! ♡.♡

기억의집 2014-05-1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드니 유괴를 다룬 소설 읽기가 두려워요. 저 며칠전에 아고라에 세월호에서 벽을 두드리며 문 열어 달라고 했던 영상이 올라 왔는데 못 보겠더라구요. 무서워서.... 나중에 지인이 알려주더라구요. 결국 체념하면서도 자기를 보이기 위해 창문에 기대있었다고..ㅠㅠ 나이가 들면 감성적으로 무뎌진다는데, 꼭 그런 건 아닌가 봐요.

다락방 2014-05-15 11:08   좋아요 0 | URL
저도 조카 생기고 나니 더 힘들더라고요. 현실과 소설이 분리가 잘 안돼요. 너무 몰입되서 아프더라고요. 어휴. 그래서 이 책을 세상의 부모들이나 이모 고모 삼촌들은 읽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성이 무뎌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이 아픈건 아무래도 공감 때문이 아닐까요. 결국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사고를 예방하려고 하는 그 모든 근본은 공감능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저는 요즘 들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