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튀프. 서민귀족 동문선 현대신서 54
몰리에르 지음, 백선희 외 옮김 / 동문선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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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튀프는 몰리에르가 그리는 17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의 악한이다. 악한 중 가장 혐오스럽고 비웃음거리인 것은 선인을 위장한 악한이다. 위선은 발각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찬사받으며 악을 행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좀 돌아가는 사기꾼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쉽게 간파하나 보다. 이런 종류의 악은 보통 그 사회의 주도적 종교의 탈을 쓰고 등장한다. 신을 경외하고 그 뜻을 따르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사는 것보다 안전한 도피처가 어디있을까? 주도적 종교에 기생하며 사람들의 선의를 이용하여 불노소득하는 사람들. 그들은 정말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인 셈이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종교도 멀리해야할지 고민스럽다. 우리의 신중한 몰리에르는 그리 단순한 사람은 아니었나보다. 그는 현명한 클레앙트의 말을 빌려 [사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하지만, 그렇다고 진정한 신앙을 모욕해서도 안된다네. 한쪽 극단을 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사기에 걸리는 편이 나을걸세] 사기를 당하더라도 진정한 신앙을 찾아 가는 것과, 사기는 안 당하지만 진정한 삶의 표준도 얻지 못하는 것. 지혜는 결국 삶에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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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쇠망사 - 그림과 함께 읽는
에드워드 기번 지음, 데로 손더스 엮음, 황건 옮김 / 까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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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7년 기번은 그의 12년에 걸친 로마멸망 역사의 저술을 마쳤다. 책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이 책은 로마의 흥망사가 아니다. 즉 로마의 역사가 아니다. 어떻게 로마가 망해갔고 그것을 막아보려는 노력들이 어떻게 소진되어 갔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주제는 인류역사 전체를 걸쳐 중요한 관심이 된다. 로마가 그랬고 포르투갈, 스페인을 거쳐 당시 프랑스, 또 언젠가는 영국의 순서가 올 것이었다. 로마의 경험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휴머니즘적 국가의 존망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그는 루소의 관점을 공유하는 듯 보인다. 국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내부의 종교와, 외부의 강력한 도전.
 
기번은 이 이야기를 복잡다단한 역사의 사건을 꿰뚫으며 펼쳐보인다. 그는 다만 로마의 역사, 지리, 법률, 기술에만 정통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스와 인근 지방의 역사, 철학,문학 모두에 꿰뚫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뿐만 아니고 나아가 로마이후 서양 철학, 문학, 역사 전반에 걸쳐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그는 로마의 멸망을 서술한다. 그의 장점은 일사천리로 내닫는 입담이다. 이는 아마도 그가 한 chapter를 머리속에서 남에게 이야기 하듯 모두 표현한 후 써내려갔다는 그의 집필 방식 때문일 것이다.

열권에 달하는 원본에 대해, 일반인으로서 접근 가능한 통로인 이 발췌본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도 기번의 원래 서술을 크게 해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각 장마다 논의의 핵심이 잘 드러나고 너무 건너뛴다는 느낌이 없는걸 보면...대략 앞 부분은 자세하고 동로마 부분은 많이 축약하여서 유럽의 역사로 연결하여 읽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오히려 축약본 안에, 천년의 대국이 빠르게 가라앉는 것을 보며 인간 영화의 덧없음과 그 역사가 지금 우리 시대에도 또한 진행되고 있음을 더 절실히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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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최명관 옮김 / 서광사 / 199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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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치학의 서론이다.윤리학인 이 책의 말미에서 그는 선천적으로 꽤 괜찮은 사람만 이런 수행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나머지 변변치 않은 사람들은(나같이) 말로는 안되고 법으로 다스려야 나아진다고 한다. 그러니 윤리학은 뭐냐고요..

이 책은 종교철학과 이와 연관되거나 상충되는 서양철학(사실 서양철학 전체다)에 관해 더 깊이 이해코자 하는 사람은 꼭 읽어볼 책이다. 읽는 내내 아퀴나스의 대작, <신학대전>의 기독교적 페인팅 이전의 골격이 곳곳에 드러난다. 아퀴나스를 모르고 가톨릭의 완덕을 알 수 없고, 그 이후 루터, 로크, 칸트, 키에르케고르 를 알 수 없듯이,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문을 지나야 보이기 때문이리라.(우리 와이프: 그 얘기 고등학교 윤리책에도 나온다네요)

이 책은 윤리를 실천하고자 읽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을 실천 할 수 있는 사람은 신선노름해도 썩을 도끼자루가 없거나 쇠 도끼자루 가진 사람이란다.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신적 수준의 '이성 유희'를 만끽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정신적 자족감으로 행복해 진다는 말씀. (나하곤 정말 상관 없는 책이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나만 고생고생하고 읽어서 억울해서 그런건 아니고, 애들러 말처럼 분명 이 책을 덮을 때 정신의 새로운 지평 하나가 다가 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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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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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결국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통찰을 던져주는 책이다. 이 책은 솔제니친이 겪었던 강제노동수용소의 생활 그 자체를 독자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과연 껍데기를 모두 발라낸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끝장을 덮고 나서부터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감사와 행복, 가족과 가장, 권력과 특권, 노동과 기쁨, 종교와 환경,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는 인생의 알맹이들. 그래서 인생의 축약이기도 하다.

감사라는 것, 그것은 바로 현재의 삶이다.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과 안락속에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끼어드는 앞차들, 무례한 버스, 택시 모두 감사한 것들이었다는 걸 어찌 알 수 있었으랴. 가족들은 나를 기다리고 그들의 즐거운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 언제나 내 편인 가족들이라는 삶의 베이스. 도대체 뭐가 불만인가? 인간은 얼마나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고 얼마나 큰 것에도 시큰둥한지.

특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본다. 특권은 필요할 때 암묵적으로 구성원이 공감하고 이양하는 권리이다. 누가 스스로 빼앗거나 독점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권력과 특권은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에게 한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도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 가도록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요소이고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한편으로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대한 복종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왜 늘 잊혀지고 잡음들이 오늘도 끊이지 않나?
 
이외에도 수많은 삶에 대한 생각과 깨달음을 주는 인사이트들이 이 책안에 숨어있다. 아마도 단순한 삶의 알맹이만이 남은 인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군대 훈련시절의 어려움이나, 물이 부족해 몸도 못 씻던 케냐에서의 기억을 잊어버리듯 이 책에 대한 기억도 잊어버리게 될까? 그러면 다시 일상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도  옅어지겠지. 하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고 고마운 느낌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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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4
이솝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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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미덕은 두가지다. 하나는 군소리가 없다는거다. 200여편을 싣자니 군말할 수도 없었겠지만 원본인 펭귄본이 워낙 가능한데로 이솝우화를 짧은 지면에 모두 실으려 했기 때문이리라.물론 시원시원한 편집의 출판사는 빈 공간을 많이 만들어 지면이 늘긴 했지만, 책도 어차피 미학적으로 보기 좋아야 하고 경제학적으로도 그정도는 독자가 떠안아야 줄 수 있는 정도다.

또 하나는 애들 모르는 이솝 이야기를 잔뜩 확보할 수 있는거다. 대부분의 이솝이야기에 중복되어 나오는 40여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고 인생의 해안을 담은 이야기가 수두룩뻑쩍이다. 여우가 어떻게 사자를 만났고, 만나러 가는 길에 경치는 어떻고 어떤 어투로 사자에게 아양을 떨었고, 모두 내맘이다. 어제 딸내미한테 한편 이야기 해주는데 20분 걸렸다. 이 책으로는 10줄인데...

이솝이야기는 어린이들의 단골메뉴다. 하지만 읽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다. 친구의 배신, 힘 가진자의 횡포, 뒷통수 때리고 또 얻어맞기 안 겪어 본 사람이 이 이야길 가슴으로 느낄까? 한편씩 애들한테 이야기 해줘봐라 아마 가장 인생의 득을 보는 이는 당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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