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10
용산 스페이스9가 개장했다. 기념으루다가 그곳을 좀 둘러본 뒤 안에 있는 CGV에서 봤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원빈은 동생 전문 배우 같다는 인상을 짙게 받았다. 이미 광고를 통해 얻어 들은 스토리라인과 예상 가능한 반전 탓에 재미는 별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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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 (10/11-10/16) [2004. 10. 17]

지난 한 주 언론이 가장 주목한 신간은 들녘에서 출간된 「후진타오」입니다. 이 책은 장쩌민에 이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후진타오와 그를 둘러싼 중국 정치상황을 그려낸 책입니다. 새롭게 중국의 지도자로 등극한 후진타오 개인의 행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제1세대 마오쩌둥 에서부터 제2세대 덩샤오핑, 제3세대 장쩌민, 제 4세대 후진타오에 이르기까지 중국 권력층의 도도한 흐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소설사에서 가장 지성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청준의 신작 소설집「꽃 지고 강물 흘러」가 문이당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이해와 연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해냄에서 나온 「알렉산더」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책은 알렉산더의 삶과 전설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살피고, 어떻게 한 인간을 둘러싼 신화가 실제의 삶을 압도하는지 추적하는 책으로 마케도니아라는 작은 국가의 젊은 왕으로서 광활한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한 세련된 정치가이자 능숙한 전략가 알렉산더의 삶과 그의 죽음 이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살로메 유모 이야기」(한길사 刊)는 역사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이미 정해진 역사속의 인물들을 그만의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재구성한 책입니다.

우리 천년 역사 속에서 민족과 함께 숨쉬고 살아온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가 현암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책은 역사 속 우리 조상의 삶을 통해 소나무가 이 땅에 특히 많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들려줍니다. 또한 소나무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 사라지는 소나무 숲에 대한 환경문제, 저마다 다른 모습의 소나무의 특징, 우리나라 소나무의 전세계 분포지와 우리나라에 있는 대표 소나무 숲을 별도의 지도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책의 소유를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고, 책 내용보다 책 자체를 중시하며, 책을 진과 선 위에 두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탐서주의자' 표정훈이 표현하고, 기억하고, 성찰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내려간 지극히 개인적인「탐서주의자의 책」(마음산책刊)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밖에 1962년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의 분자 구조를 밝힌 공으로 그의 동료 존 켄드루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막스 페루츠의 과학 에세이 「과학자는 인류의 친구인가 적인가」(솔출판사 刊),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1941년)하였던 유안진 시인의 열 두번째 시집「다보탑을 줍다」(창비 刊), 노동법 전공 학자(영남대 교수)가 프랑스 르네상스기를 대표하는 철학자·문학자 몽테뉴(1533~1592)의 ‘수상록’(Les Essais)을 읽어주면서 그의 회의(懷疑) 정신과 그에 바탕한 자기 성찰적 글쓰기를 해설한「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청어람미디어 刊)등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89년 ‘장래가 촉망되는 베이징의 별’로 선정되었던 작가 샨사의 작품이 두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프랑스 이주 7년 만에 불어로 쓴 소설 데뷔작이며, 1998년 콩쿠르 뒤 프르미에 로망상을 수상했던「천안문」(북폴리오刊)이며, 또 하나는 평민출신의 딸로 태어나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중국의 여황제 측천무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장편소설「측천무후」(현대문학刊)입니다.

한편, 지방에서는 르네상스에서 출간된 「위험한 식탁」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영국의 명망 있는 방송인 존 험프리스가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이 전 세계를 강타할 무렵에 집필한 책으로, 영국의 식량 정책과 집약적 농업 생산 방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10월의 넷째 주. 한 주간 어떤 책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지 기대해봅니다.


북피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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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그때 그시절엔] 정은숙 대표 '이청준의 소설들'  [04/10/17]
 
“젊은날의 속앎이 풀어준 작은 숨구멍”

1970년대 후반 나는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나는 한마디로 무지하게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 당시 평균적인 고등학생이 그랬듯이 학교와 집을 쳇바퀴처럼 오가며 막연하게나마 뭔가를 쓰기는 써야 하리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폭압적인 입시전쟁 속에서 그런 꿈이 가능할지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입시를 몇 달 앞둔 어느 날부턴가 나는 필시 입시가 주는 중압감과 그 반동 때문이었겠지만 두 사람의 우리 소설가에 매혹되기 시작했다. 그 두 작가란 바로 이청준과 김승옥이었다. 비교적 조숙하다는 평을 듣는 나였음에도 그들의 소설은 이해는커녕 겨우 독해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상스럽게 수험생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나는 자꾸만 몰입해갔다. 그 바람에 학교 성적은 급전직하, 급기야 집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나는 낯선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유난히 내가 다른 지방에서 온 유학생보다 더 부대낀다고 느꼈다. 연일 데모가 계속되는 학원, 뽀얀 먼지 사이로 날아오르는 돌멩이와 잡혀가는 학우들…. 오랜 권위주의 정권에 길들여져 자라온 나와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도, 그렇다고 양심의 소리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 때 이청준의 문학을 다시 발견하게 됐다. 일몰 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일몰 후에는 기숙사에서 나와 친구들은 ‘당신들의 천국’과 ‘소문의 벽’, ‘예언자’, ‘이어도’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특히 언어와 폭압적 지배의 문제를 그 특유의 알레고리 기법으로 그려낸 ‘언어사회학서설’ 연작은 우리 같은 회색분자들에게는 큰 인기였다. 이청준의 문학은 어쩌면 무력하고, 또 많은 부분 패배주의적인 생각에 빠진 우리들의 심성에 한 가닥 위안과 숨구멍이 되어준 것이 아니었을까. 그로 인해 촉발된 정치학도의 문학적 관심은 루카치와 잉게보르크 바하만, T S 엘리엇을 거쳐 김현의 문학사회학에 이르기까지 ‘제멋대로’의 유영(游泳)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내 시선은 이청준의 ‘눈길’에 와서 머물렀다.

그 후 선생을 직접 만나고, 그의 전집과 산문집을 만드는 자리에 서게 된 것도 70, 80년대 정치적 상황과 그 응전으로서의 소설읽기, 개인적으로 그 내밀한 속앓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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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동네 서점들이 참여하는 독서축제 [2004.10.16]

만해 한용운은 ‘독서삼매경’이란 글에서 가을에 책 읽는 맛을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것은 무슨 습관이나 제도로서가 아니라 자연과 인사가 독서에 적의(適宜)하게 되는 까닭이다. 자연으로는 긴 여름의 괴로운 더위를 지나 밝은 기운과 서늘한 바람이 비롯하는 때요, 인사로는 자연의 그것을 따라서 모든 일이 번거로운 여름 동안에 땀을 흘려가며 헐떡이던 정신과 육체가 적이 가쁘고 피곤한 것을 거두고, 조금 편안하고 새로운 지경으로 돌아서게 되는 까닭이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낮보다도 밤을 이름이니 추야장(秋夜長)이라면 자연히 독서와 회인(懷人)을 연상하게 되는 것이다.”(표정훈의 책 ‘탐서주의자의 책’에서 재인용)

그러나 요즘 출판계에서 가을은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계절로 통합니다. 신선한 바람과 드높은 하늘, 세상을 물들이는 단풍을 따라 사람들이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판에 책 판매부수가 여름 휴가철에 비해 격감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가을을 맞아 독서 축제(15~17일)를 벌였습니다. 2000개의 시립 도서관과 100여개의 학교 도서관, 500여 개의 서점들이 참여한 독서 축제의 백미는 가을 밤의 책 읽기였습니다. 매년 열리는 이 축제에서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서점들의 밤’이란 행사에 참가한 200개의 서점들은 15일 밤 책 낭독회를 가졌습니다. 유명 저자들이 참가했고, 독자들과 토론회도 가졌습니다. 짙어가는 가을 밤에 책을 통한 만남의 광장을 대도시의 소형 서점들이 연출한 겁니다. 파리에는 대형 서점 못지 않게 각 동네 서점들이 출판 문화의 요충지로서 큰 역할을 합니다. 서점 주인들이 스스로 골라 짧은 추천사를 단 책들이 진열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독서 축제에 소형 서점이 전국적 규모로 동시에 참여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형 서점들은 대형 서점에 눌리고 인터넷 서점의 할인 판매에 밀려 점차 소멸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처럼 동네 서점이 참여하는 가을밤의 독서 축제를 꿈꿀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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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훔쳐보기  [04/10/15]
 
[Book World 窓]일기장 훔쳐보기

대학 시절 친구 자취방 책꽂이에서 우연히 시집 한 권을 꺼내 펼쳐보다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집의 여백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시에 대한 소감과 함께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적혀 있더군요. 친구가 군에 있을 때 밤마다 연인을 생각하면서 끄적거린 흔적이었습니다. 외로운 곳에 갇혀 있는 상황 때문에 그만큼 절절했을지는 모르되, 그 친구의 낙서들이 시인의 시보다 더 감동적인 대목도 많았습니다.

책 정리를 하다가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발견하고 감회에 젖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는 오랫동안 버려둔 책상자를 정리하다가 어느 책의 속지에서 그 책을 결혼식 전날 구입했다는 기록을 보았습니다. 한참 정신없이 바쁘고 경황이 없을 법한 날이었을 터인데 웬일로 서점에 들렀을까 곰곰 생각하다가 슬며시 미소를 짓기도 했지요. 아마 새로운 생활에 대한 들뜬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기 위해 서점을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오래된 책을 펼치면 누렇게 변색된 속지에 군데군데 밑줄을 그어놓은 흔적들도 보입니다. 그 책을 읽을 당시에는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장들이었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왜 이런 정도에 밑줄을 그었을까 의아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사갈 때 책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다 싸들고 가자니 무거울 뿐 아니라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버려지지 않고 살아남은 책들은 그래도 무언가 자신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겼거나 언젠가 다시 펼쳐보고 싶은 자신만의 ‘베스트셀러’일 가능성이 높지요. 따지고 보면 서가에 꽂힌 오래된 책들은 자신의 지적 혹은 정서적 편력을 보여주는 일기장 같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헌책방이 문을 열었다지요? 그곳에 가서 다른 이들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를 맛보는 건 어떨까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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