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왜곡에 가슴 답답  [04/10/24]
 
프랑스에 유학 왔다가 프랑스인과 결혼해 3년째 낭트에서 살고 있다. 유학생이었을 때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국내자’의 입장에서 프랑스 사회를 보게 된다.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늘 관심사다.

‘책을 많이 읽는 나라’답게 프랑스에는 서점이 많다. 나 역시 서점에 자주 간다. 자주 찾는 곳은 만화 섹션. 진열대에서 한국 만화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 만화가 이곳 서점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부터 부쩍 늘어나 이제는 모두 사서 보기 힘들 만큼 종류가 많아졌다.

최근 서점에서 한복 입은 여성의 그림이 표지에 실린 만화를 발견했다. 제목은 ‘통신판매 신부’였다. 만화계에서는 꽤 알려진 캐나다 작가의 작품으로 한 캐나다 노총각이 동양 여성을 신붓감으로 통신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한국 여자를 ‘구입’해 결혼하는 얘기였다.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이미지로 가득 찬 만화를 보면서 끓어오르는 불쾌감을 누를 수 없었다. 남북 분단, 개고기 등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된 한국의 모습이 이 만화로 인해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그 만화책을 사들고 집에 왔다. 그 책을 읽으려는 것이 아니라 서점에서 치워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다시 서점에 가 보니 그 만화책이 10권이나 쌓여 있는 게 아닌가. 1권만 진열됐을 때는 처리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는 듯했다. 이 책이 프랑스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어디 만화뿐이랴. 프랑스인들이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하지만 일본 중국 등만 주목받고 있을 뿐이다. 일본 책은 별도의 코너가 마련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작가별로 분리돼 있다. 반면 한국 책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책과 한데 뒤섞여 있다. 그나마 진열된 10권 안팎의 한국 책 대부분이 특정 작가 한 명의 소설집이다. 프랑스인들이 다양한 한국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처음엔 한국 문화를 왜곡하는 일을 대해도 그냥 지나쳤다.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구라도 나서지 않으면 잘못된 것을 영원히 바로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작은 행동이나마 실천하기 시작했다.

신문이나 잡지에 한국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나올 때면 e메일을 보내 알려 줬다. 모임이나 파티에 갈 때면 한국가요 CD를 가지고 가서 틀어 달라고 부탁했다. 프랑스인들과 일본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면 꼭 한국 역사를 짚고 가는 버릇도 생겼다. 독도 분쟁, 일본군위안부 등에 대해 얘기해 주면 프랑스인들은 “그렇게 복잡한 역사가 있는 줄 몰랐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최근 프랑스 대형영화관에서 한국 영화 ‘올드 보이’가 상영됐다. 프랑스 친구들을 설득해 영화를 보러 갔다. 내 눈은 스크린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쏠렸다. 완전 매진이었다. 극장을 꽉 메운 관객들을 보면서 조금씩 한국 문화에 가슴을 열어 가는 프랑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훈미 주부·프랑스 거주)=동아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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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올가을엔 '고전의 바다'로                                                            [2004. 10. 23]


요즘 이탈리아에서는 느닷없이 호머의 서사시‘일리아드’가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소설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일리아드’를 현대적 문체로 풀어쓴 책이 15만부나 팔렸답니다. 심지어 200명의 독자들이 참여해서 24시간 동안 ‘일리아드’를 연속해서 읽는 낭독회도 열렸습니다. 이른바 ‘시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는 겁니다. 3000년 전에 나온 서사시가 오늘날 다시 읽히는 이유에 대해 작가 바리코는 “이 시는 전쟁에 대한 기념비였고, 전쟁의 참혹한 아름다움을 그린 것”이라며 “인간은 전쟁문학을 읽음으로써 전쟁을 즐기려는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에서는 최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새로 나왔습니다. ‘돈키호테’ 발표 400주년을 맞아 결정본을 낸 것입니다. 3000쪽짜리 책 2권으로 나온 ‘돈키호테’는 전 세계의 세르반테스 연구자 100여명이 참여해서 주석을 붙이고, 기존 판본의 오류를 수정했다고 합니다. 서구에서 근대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르반테스를 제대로 다시 읽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공상 과학 소설의 아버지로 꼽히는 쥘 베른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합니다. 내년에 작가의 사망 100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인 ‘해저 2만리 모험’ 등의 소설들이 원전에 충실하게 재편집돼 나왔습니다. 또한 프랑스 추리 소설의 대표작인 아르센 뤼팽도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내년이 바로 뤼팽이라는 인물의 탄생 200주년이기 때문입니다. 뤼팽 시리즈 전체가 새로운 전집으로 출간되는가 하면, 영화도 새로 나왔습니다.

이렇듯 오늘날 지구촌 출판계는 고전을 되살리고 다시 읽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소설가 칼비노는 “고전이란 내가 최근에 다시 읽는 책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전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처음으로 그 책을 집으면서 거짓말을 한다는 겁니다. 올가을에 Books 독자 여러분도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 고전의 바다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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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기자의 출판 25시 [04/10/22]
 
국내 인문서 시장 구조적 불황서 벗어나는 길은 대학 구성원들의 손에 달려 있어

인문사회과학서적 출판인들의 모임인 ‘인사회’에서는 지난 18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2004 책과 함께하는 젊은 대한민국!’을 모토로 인문사회과학서적 독후감 대회를 열고 있다. 창립 24주년을 맞이한 인사회가 불황에 빠진 인문사회과학서적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대회로 고등학생 이상을 참가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최 측은 인문서 매출 신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에게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후원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대학생기자연합, 전국대학생기자연석회의 등 대학 주변 단체에서 주로 받고 있다. 인문서 불황의 파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원군으로 대학사회를 꼽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사회는 단순히 책의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일주일이면 수백권씩 쏟아지는 신간의 홍수 속에서도 눈에 띄는 국내 저자의 인문서가 없고, 서점에서 독자의 손길을 타는 인문서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 대학과 대학 구성원들의 책임도 크다. 특히 지식의 생산자와 거래소 역할을 해야 하는 대학 교수들과 대학출판부가 그 역할을 다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과거 대학사회가 민주화에 기여한 것처럼, 오늘날 번역서의 독점적 시장지배 상황을 타개하고 국내 인문사회과학 출판의 부흥을 위해서 오늘의 대학과 대학인들이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하지 않으면 죽는다(publish or perish)’라는 미국 대학사회의 명언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한국 대학사회는 그동안 너무 안이했다. 지적 탐구 활동을 최대한 보장받고 있는 교수들이나 비교적 상업적 출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학출판부는 국민의 기대만큼 지식의 유통에 기여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변변한 출판물을 내놓기는 고사하고 학기 초 종수별로 고작 수백부 찍어낸 책으로 1년 농사를 다 짓곤 하는 우리 대학사회의 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처연하다. 지난 10월 중순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미국의 하버드 등 대학출판부가 각종 책들을 내놓고 외국인들의 발길을 잡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처연감은 더해진다.

최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기획회의’ 7호에 실린 특집 ‘이 저자가 팔린 이유’는 출판인들과 대학교수들, 대학출판부가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기획물이다. 기획물은 문학과 인문 논픽션 과학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저자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책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 연구소가 추천한 ‘팔리는 저자’ 11명 중에 국내 대학 교수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정민 한양대 교수 정도다.

답은 여기에 있다. 인문역사류의 책을 주로 내는 일빛출판사의 이성우 대표는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교수들이라면, 그들이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수들이라면 당당히 대중 앞에 나서야 한다”며 “출판사도 힘이 들더라도 교수들을 저자의 대오에 합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사회와 단행본 출판사들이 저자 발굴과 서적 간행에 힘을 합칠 때 출판의 구조적 불황 타개에 힘이 보태질 것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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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사재기' 온라인으로 또 왔네 [04/10/22]
자기 출판사책 사들여 베스트셀러 만들기

출판사 직원 ㄱ아무개씨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출판사 직원 ㄴ아무개씨에게서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 ㄴ씨가 다니는 출판사에서 얼마 전 펴낸 책을 특정 인터넷 서점에서 사달라는 것이다. ㄱ씨가 책을 사서 영수증을 자신에게 보내주면 책 값을 돌려주며, 구입한 책은 ㄱ씨가 가지라는 제안이었다. 한번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ㄱ씨는 ㄴ씨가 말한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산 뒤 영수증을 보냈고, ㄴ씨는 말한 대로 ㄱ씨에게 책값을 부쳤다.

인터넷서점은 일반 책방과 달리
1명이 여러권 사도 순위반영
“광고 비용으로 차라리‥”
순위 올리기 쉬운 인문서 중심 '작전'

한동안 출판계에서 사라졌던 ‘사재기’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출판사들이 자기 책을 자기가 사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는 ‘사재기’는 지난 2001년 극성을 부리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은 뒤 출판및인쇄진흥법에 처벌조항까지 마련돼 법으로 금지됐다. 이후 출판계에서 잠시 사라졌으나 최근 일부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에 자기 책을 올리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런 ‘온라인 사재기’는 주로 대중적인 책들이 대상이었던 예전 사재기와는 달리 인문교양서 등 비교적 판매량이 적은 분야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문교양서의 경우 적은 부수를 사도 판매 순위를 급속하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집중해 확실한 효과를 노리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ㄱ씨가 책을 사준 책의 경우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의 책들이 나왔지만 이런 수법에 힘입어 다른 책들보다 훨씬 높은 순위로 바로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고 이후 판매에 탄력을 받았다.

문제는 최근 다시 시작된 이런 ‘온라인 사재기’가 일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이뤄지던 예전 사재기와는 달리 적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하고 있는 오프라인 주요 서점들은 지난 사재기 파동 이후 손님 한 사람이 대량으로 같은 책을 구입하거나 단체주문에 의한 판매분은 아예 순위 집계에서 빼는 등 베스트셀러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제외하고 있어 사재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는 고객 한명이 같은 책을 다량으로 구입해도 모두 판매순위에 집계되고 있어 이런 사재기가 이뤄질 경우 베스트셀러 순위가 쉽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요즘 온라인 사재기는 바로 이런 맹점을 이용하고 있다.

출판사들이 그야말로 ‘극단적인 수단’이랄 수 있는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순위의 위력 때문이다. 지방 서점들이 책을 주문할 때 서울의 주요 대형 서점 또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최우선적으로 참고하고 있고, 독자들 역시 아직까지 책을 구입할 때 베스트셀러 순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서점 관계자는 “예전 오프라인 사재기처럼 규모가 크거나 광범위하지는 않아도 현재 온라인 사재기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부수는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출간 초기의 단 며칠에 좌우되는 실정인데 책 광고의 효과가 점점 줄어들다보니 출판사들이 광고 비용으로 차라리 사재기하자는 식으로 모험을 하고 또 이렇게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순위를 광고에 다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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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2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이런 기사봤는데 몰랐던 사실이라 좀 놀랐어요. 전 베스트셀러는 정말 사람들이 많이 사봐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순진했던 것인지...ㅜㅜ;;

찬타 2004-10-2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서의 경우는 크게 지장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인문사회과학 서적 같은 경우는 열 권 정도만 사재기해도 금방 주간 베스트 1위로 올라갈 만큼의 판매량이 되는데, 문학이나 일반 대중서는 사재기하려면 좀 돈을 많이 들잖아요...^^ 전 그래서 알라딘에서 책 살 때, 꼭 한 명 이상에게 뿅갈 만큼 깊은 감동을 준, 그런 책을 사려고 노력(ㅠ.ㅠ.)해요... 물론 그냥 충동구매할 때가 더 많지만..^^
 

작가의 정년  [04/10/22]
 
[Book World 窓]작가의 정년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시골 역의 역장 관사에서 객사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82살이나 먹은 노인네가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가출해서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실만 보면 자세한 내막을 알 길 없는 사람들에게 톨스토이의 아내는 소크라테스의 아내처럼 악처로 보이겠지요. 하지만 연구자들은 오히려 톨스토이의 아내를 동정한다지요. 10명이 넘는 자식들을 낳고 넓은 영지를 거느리는 대저택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살면서 톨스토이를 섬겼지만, 정작 남편은 바람 피우는 일에 열심이었다는 겁니다. 겉으로 알려진 톨스토이는 도덕군자요 인생론을 설파하는 근엄한 성자처럼 보이지만, 기실 ‘쫀쫀한’ 톨스토이는 역장 관사로 찾아온 아내를 죽어가면서까지 방으로 들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무엇이 그리 화가 났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알 길이 없지요. 이렇거나 저렇거나 톨스토이는 죽기 직전까지 글을 썼던 정력적인 작가였습니다. 사망하던 해인 1910년에도 최후의 대작 ‘인생의 길’을 펴냈으니까요.

이번 주 우리 출판계의 화제는 작가 박완서씨가 신작 장편 ‘그 남자네 집’을 펴냈다는 소식일 겁니다. 바로 오늘 완성된 책이 출간되는데 문학담당 기자들에게는 주중에 교정지 상태로 전달되어 미리 노작가의 열정이 담긴 작품을 맛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 문단에서 특히 소설가들은 일찍 ‘정년’을 맞는 게 이상한 관례처럼 굳어지다시피 했습니다. 시와 달리 소설은 긴 호흡과 노동력이 더 필요한 장르라서 노년에 이르면 체력과 지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일제시대 문인들은 채 서른 살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하는 게 다반사였고, 이후로도 환갑을 지나서까지 괜찮은 작품을 펴내는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그 정년이 길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도 박완서씨는 올해 73세인데 이번에도 나이를 핑계 대고 느슨해지거나 허술해지는 구석을 조금도 보이지 않는, 탄탄하고 감동적인 장편소설을 펴냈습니다. 그가 소설책을 낼 때마다 결국 한국 소설가의 정년을 매번 경신하는 셈이지요. 노작가의 원숙한 작품세계를 맛보는 즐거움을 한번 누려보시지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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