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 가장 잘하니 사장되더라"  [04/10/31]
 
출판사 김영사의 박은주 사장의 CEO되는 법

대학교 4학년 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피가 마른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동아리는 왠말이더냐.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 토익 점수, 경력 쌓기가 먼저다. 대학의 낭만은 온데간데 없고, 성공이라는 단어보다 생존이라는 단어가 더 절박하다.

취업만 어떻게 되길 기도하는 학생들에게, 평사원으로 입사해 32살에 사장된 사람은 너무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일까. 손만 닿았다 하면 황금 ‘책’을 낳는 김영사 박은주 대표는 지난 29일 이화여대에서 ‘아름다운 프로 성공한 여성’ 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한눈에 보아도 태가 있고, 광이 나는 박은주 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프로정신’과 ‘주인정신’을 출판분야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로 꼽았다.

박 사장은 “프로는 자신의 분야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마케팅, 회계, 디자인 등 출판 관련 어떤 분야에 관해 이야기하더라도 내가 우리회사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으니 자연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고, 회사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직원들이 80%를 하면 내가 20%를 덧붙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내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라고 했다. 박 사장은 “자신의 분야에 투철한 전문가도 아니면서 경력이 쌓여 월급을 많이 주어야 한다면, 경영자는 젊은 사람을 고용한다. 자기 전문 영역이 없으면 다른 이에게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전공 성적은 C학점이었고 생물은 권총(F학점)을 찼다고 했다. 비록 학점은 나빴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리스트 작성한 결과, ‘문화’ 라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그리고 주저 없이 출판 시장에 뛰어 들었다.

그는 “내 삶이 왜 이렇게 허무한 것인가 하는 직장인의 고민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 친구, 사회 통념이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 라며, “과거에 돈이 됐던 직업은 이제 쇠퇴하고, 문화, 예술, 감성, 창조의 분야가 돈이 되고 힘이 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여자가 얼마나 감성적인가.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해보라” 고 말했다.

얼마 전 박 사장이 경영하는 김영사에 회계 팀장이 새로 들어왔다. 박 사장이 “팀장은 회사에 첫 출근하게 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합니까?” 라고 물었더니, 이전 5군데의 직장 경험이 있는 팀장은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기 위해 분위기 파악을 가장 먼저 합니다” 라고 했다. 박 사장은 “김영사에서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했다. 회계 팀장의 대답이 아주 당연한 듯 한데, 그게 아니라는 박 사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박 사장은 “분위기 파악은 주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하는 것이다. 주위 사람이 나한테 어떤 관심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지,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라. 주인으로서의 삶이 한 개인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지 나는 무수히 경험했다. 김영사는 주인만 있는 곳이라 스스로 살아 움직인다” 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여러분도 인생에서 주인이 되라. 세상의 중심은 당신 자신이다. 남에 의해 흔들리지 말고, 자기 주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라. 그래야 크게 발전한다” 고 말했다.

“어떻게 일했길래 3년 만에 김영사로 스카우트가 되고, 32살에 사원에서 사장이 되셨나” 라는 질문에 박 사장은 “처음 작은 출판사에 들어가 보니 사장이 아침마다 일의 진척을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편집장에게 우리가 아침마다 회의를 해서 사장에게 보고를 하자고 제안했더니 ‘왜 시키지 않는 일을 해. 원하면 미스 박이나 하라’ 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일의 진척상황, 사장의 도움이 필요한 일 등에 관해 혼자서 아침마다 업무 보고를 드렸고 사장은 아주 만족해 했다. 사장은 이 꼬마가 쓸만하다고 생각하고 중요한 일들을 시켰고, 나는 3년 만에 사장이 하는 일을 다 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조그만 공동체였지만 열심히 일을 하니 출판계 전반에 어느 출판사에 미스 박이 일 잘한다는 소문이 퍼졌고 스카우트 제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 당시 난 유명한 편집자였다” 고 말했다. 그녀는 “사회생활을 할 때 절대 꾀를 피우지 말라. 꾀를 피우고 오면, 얼굴에 꾀를 피웠다고 써있다. 나 정도쯤 되면 잠깐만 보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다 보인다. 직원을 뽑을 때도 겉만 번지르한 사람보다 대답을 잘못하더라도 속에 내공이 보이는 사람을 뽑는다” 고 조언했다.

“자신의 일에 통달하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파고, 파고, 파다 보니 신기하게도 수원(水源)과 맞닿아 있었다. 그 수원에 가보니 각 분야에서 최고인 수원에 맞닿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우물을 팔 때에는 너무 힘들고, 도망가고 싶고, 죽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잡념들을 극복해서 가다 보면 수원의 경지에 다다를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라며, “비록 작은 뒷동산의 정상에 올랐지만, 여기 올라와 보니 정상에 오르는 길이 분명 존재하며, 여러분 모두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확신한다. 태어나 산 기슭에 머물다 죽게 된다면 너무 원통한 일이 아니겠는가. 마음에 정상을 심어 놓으면 여러분들 모두 정상에 올라간다.”

창고에 책이 입고될 틈도 없이 책을 받아 갈려고 서점주인들이 제본소 앞에 줄을 섰다는 사장 취임 첫 작품인 김우중 전 대우 그룹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는 국내 출판사상 최초의 밀리언 셀러였다. 직원 1인당 매출이 연간 6억원이라는 김영사는 지난해 240억의 매출에 이어 올해 김영사 창사이래 최대 매출을 270억을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 취임 이후 한번도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다는 김영사에 있어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김영사 책 제목처럼 ‘먼 나라 이웃 나라’ 인 모양이다.


(김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3년)=조선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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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 이야기 (10/25-10/30)

안녕하세요. ^*^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분의 신간과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과 맞물려 미국 관련 서적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한 주였습니다.

지난 한 주간 언론이 주목한 신간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신간은 공지영 소설가가 5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인 연작 소설「별들의 들판」(창비刊)입니다. 이 책은 독일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과거의 운동권적 삶, 혹은 이념과 이상을 잃어버린 후의 절망과 고통을 모티브로 삼고서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침이슬에서 나온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백영미 옮김)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경받는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의 사상과 일생을 분석하고 그를 통해 페리클레스 시대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탐구한 책입니다.

강석경 소설가의 산문집 「강석경의 경주산책」(열림원刊)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몽상에 잠긴 산책자가 되어 경주에서 출생하여 살아온 사람들조차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장소들이 간직한 경주의 원형적인 모습과 정신을 발견해내고는 감탄하는 강석경 소설가는 경주를 출생한 본향이자, 되돌아가야 할 근원의 땅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이기호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최순덕 성령 충만기」(이기호 지음)도 언론의 눈길을 모았습니다. 이 책은 1인칭 직접화법의 단조로움과 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의적 말투를 구사하거나, 문장 사이사이에 조롱과 냉소를 교묘하게 숨기고 있습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출간된 「열정의 편집」(앙드레 쉬프랭 지음, 류영훈 옮김)은 회고록이며 출판의 역사책입니다. 저자인 쉬프랭은 이 책에서 책의 가치가 무너지는 지금, 살아 있는 출판 정신을 보여주며 출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심으로 충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11월 2일에 투표가 시작되는 미국 대선과 맞물려 지난주 미국 관련 신간이 쏟아지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량 학살의 시대, 세계의 리더이며 세계 경찰국임을 자처하는 미국의 적나라한 모습을 파헤친 200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만다 파워의 역작「미국과 대량 학살의 시대」가 에코리브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이 세계 지도자로 부상하기 전 발생한 아르메니아의 학살에서, 세계 선두로 옮겨가던 시기에 일어난 나치의 홀로코스트, 코소보 사태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대량 학살의 현장을 생생히 묘사하고, 그에 대한 미국 정책입안자들의 대응 방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들녘에서 펴낸 「정복의 역사, USA」(에릭 프라이 지음, 추기옥 옮김)는 미국의 독립과 더불어 인디언 학살이 본격화되었던 1776년부터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역사와 현실을 넘나들며 분석한 책입니다. 미국의 밝은 면이 아니라 어두운 면에 관심을 두고 그 유래와 그에 발생된 결과를 설명하는 이 책의 저자 에릭 프라이는 미국을 정의하며, "편집증적 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더북컴퍼니에서 나온 「내 인생의 사과나무」(김성주 지음)는 아나운서 김성주가 들려주는 17가지 사랑이야기입니다.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한 젊은 예술가의 뉴욕 이야기「뉴요커」(박상미 지음)는 경탄과 낯설음을 머금은 시선에 마주친 뉴욕을 저자 특유의 감수성과 자의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끝으로 10월 넷째 주에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刊)이 지난주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방신문에서는 중·일 양국의 미인의 개념과 인식 변화를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비교하여 분석한 책「미녀란 무엇인가?」(뿌리와이파리刊)가 관심을 받았습니다.


북피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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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만 파는 아름다운가게 문열어  [04/10/31]
 
헌 책만 취급하는 아름다운가게(공동대표 손숙 박성준 윤팔병)가 파주 출판도 시에 '보물섬'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달 30, 31일 교보문고와 공동으로 '책 벼락 떨어지다'는 이벤트를 펼치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헌책방 '보물섬'은 각계에서 기증받은 도서 3000여 권 을 전시 판매한다.

보물섬의 명예점장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이다 . 매일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까지 영업하는 보물섬은 내부면적 30평 에 외부에는 80평 규모의 책공원까지 조성되어 있다. 책공원에는 유럽식 무인 서가와 벤치가 있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전시공간에는 일반도서 이 외에도 명사들이 기증한 책을 모은 '지혜의 등대', 주제별로 정보를 모은 '테마 창고', 초판본 절판본 등 희귀본을 모은 '보물창 고'등 특별 전시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넓직한 파주 출판도시 한 가운데 있어 주차공간이 넉넉한 것도 장점이다.

보물섬은 앞으로 책과 관련된 나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며 수익금 은 모두 출판관련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031)955-0077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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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는 왜 서재가 안 보입니까 [04/10/30]
 
[편집자레터] 드라마에는 왜 서재가 안 보입니까

이런 외국 만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책이 가득 꽂힌 서재 앞에서 한 남자가 술잔을 든 채 여인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이 책들에는 한때 내가 되고자 했던 모습들이 담겨 있어요”라고. ‘신유목민’시대라 부피가 많이 나가는 책이 이동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 남자의 말은 맞습니다. 처음에는 큰 포부를 지녔다가 차츰 현실과 타협하면서 샐러리맨 등으로 작아진 그 사람의 영혼의 궤적이 그 서재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의 집으로 초대받아 가면 뭐부터 살핍니까. 예의는 아닐지 몰라도 기자는 집주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그 댁에 책이 어느 정도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장르의 책이 많은지를 살핍니다. 북섹션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아마 저처럼 책을 유심히 살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댁이라 해도 어느 한구석에는 책이 놓여 있게 마련입니다. 별도의 서재를 갖출 공간이 없는 가정이라도 소파 옆의 테이블이나 침대머리맡에는 한두 권의 책이 놓여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기자는 개그맨 전유성씨의 집을 찾았다가 화장실에까지 책 몇 권을 두고 그 짧은 시간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적이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TV는 책에 너무 인색합니다. 아무리 영상매체라 해도 읽기 문화를 진작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의도적으로 서재를 꾸며 보여줘야 할 판에 많은 사람이 혼을 놓고 보는 드라마에서조차 책을 보여주는 예가 드뭅니다. 그나마 책을 소품으로 이용한 프로그램으로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세계 10위권 출판 강국의 지위는 그대로이고, 신간 종수도 예년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책을 내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적어졌다는 말이겠지요. 책을 내려고 애쓰기에 앞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게 학자이고 지식인이 아닐까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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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안보입니까? 책상 있는 집도 없습니다. 잘 산다는 사람들 서재에 꽂힌 책들도 가관도 아니구요. 근데 이제 사실감이 있나 봅니다. 하지만 책꽂이나 서재를 잘 만들고 주인공이 책을 많이 읽게 설정하면 독서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들의 생각이 어떨지...

아영엄마 2004-11-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른 분 집에 가면 책꽂이부터 살핀답니다. ^^
 

별빛이 길을 밝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04/10/30]
 
별빛이 길을 밝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왠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죄르지 루카치의 초기작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 내용은 내 기억 속에서 산산히 흩어져버렸지만 이 구절만큼은 항상 내 삶의 좌표 구실을 해왔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책을 만들면서 어려울 때 나를 지탱해준 버팀목이었다. 지난해, 새롭게 출판일을 시작하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걱정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었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말이 내가 겪는 고통만큼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삶의 현실이라면,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출구로 나는 이 구절을 되씹어보곤 했다.

아울러 내가 책을 만드는 행위는 무엇을 소유하거나 업적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문정신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그 일은 결국 남들이 보기에 위태롭고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길없는 길 위에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적 행위라고 한다면 기꺼이 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더욱 그랬다. 때로는 이 구절이 너무 투명해보여 몸서리쳐지기도 하지만 너무도 혼탁한 우리의 삶을 생각해보면 가끔은 처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절박한 계기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지나치게 이상향을 꿈꾸다보면 현실을 무시하고 형이상학적 세계에 빠지겠지만, 항상 현실과 연결시키면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이상향이라면 그것만큼 건강한 사유도 없지 않을까.

이승우/도서출판 길 기획실장 =(한겨레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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