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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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과 함께 분신한 지 40년째 되는 날입니다. 평화시장 버들다리는 전태일다리로 불리게 되었고 현판식과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같이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운동의 끊어진 명맥을 이어준 전태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태일 40주기 기념 출간물을 만든 출판사들과 함께 "페이스북 전태일 day"를 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도 만들고 네티즌들과 함께 11월 18일 하루 동안 페이스북에서 하루 종일 전태일 토론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 관련 링크) 이 자리에는 <너는 나다>(하종강 외 5인 저, 레디앙, 삶이 보이는 창, 철수와영희, 후마니타스 공동 출간)의 공동 저자 하종강, 임승수씨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출판사들이 독자들을 위해 책을 협찬하고, 토론회에 참여한 독자들은 책을 열심히 읽고 토론문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발제를 맡은 저는 <너는 나다>가 담은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회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나라, 한국



<너는 나다>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살펴봤습니다. 1장에 해당하는 '전태일 열전, 우리 시대의 전태일'과 3장에 해당하는 '열혈청춘'을 한데 묶고, 2장 '만화 나태일&전태일'과 4장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를 한데 묶었습니다. 이 책은 "전태일이 들어가지 않은 전태일 이야기"라 불러도 좋을 만큼 전태일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전태일을 매개로 '현실'을 바라보자는 기획의 취지가 보입니다.

1장을 작성한 르포 '전태일 열전'의 작가 손아람씨가 전국에 있는 전태일을 만나러 가는 까닭은 '전태일은 잘 지내는지?' 하는 안부를 묻기 위해서입니다. 손씨는 노동자, 비정규직, 대학생 알바생, 자영업자 등 사회의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만나 가족과 일상, 꿈 등 익숙한 주제를 들으며 현재의 전태일을 그려보이고 있습니다. 이 글이 성숙하다고 할 수 있는 까닭은 사회를 단순히 '자본가-노동자'의 대결구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자본-소자본-노동자'의 먹이사슬과 자본 간의 수익을 위한 착취압력 등을 통해 그려낸다는 점 때문입니다.

포 디즘(대량생산), 테일러리즘(표준화)은 구닥다리 이론이 되어 버렸고 다양성과 감수성을 생각하는 노동 환경으로 변했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여전히 화장실에 몇 번 가는지, 딴짓은 하지 않는지 등 노동자를 불신하고 기계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가슴 아픈 사실이 책을 통해 확인됩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무미건조한 기계가 되어가고 있고, '주인'들은 이들을 또 다시 기계처럼 다루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럼 기숙사에 들어가면 뭐해요?"
- 술이죠. 오직 술. 야간 근무가 없을 때는 오후 7시부터 다들 방에 드러눕죠. 그리고 잠들 때까지 맥주 마시면서 담배를 피워 대죠.


"야간 근무가 있을 때는요?"
- 조금은 다르죠. 야간 근무일에는 일단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들어가서 방에 드러눕죠. 그리고 잠들 때까지 맥주 마시면서 담배를…<너는 나다>(56쪽)

노동자들이 기계가 되어 가는 까닭은 감시 때문만은 아닙니다. 근무, 특근, 야근을 반복하는 생활로 활력을 잃은 것이지요.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매우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가난'을 배웁니다. 편의점, 주유소 알바에서 커피숍 쓰레기통 뒤져 커피잔 찾아내기까지 안 하는 일이 없지만 가계부는 항상 마이너스. 영화감상이나 독서는 사치가 된 지 오랩니다.(126쪽)

 

이렇게 기계가 되기를 강요받는 체계가 대한민국에 만연한 까닭은 "기본급 비중이 기형적으로 너무 적기 때문"(221쪽)입니다. 기본급만 받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기 때문에 야근, 특근을 밥먹듯 하고, 목숨을 잃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노동전문가 하종강씨는 책에서 '우리나라에 교통사고가 잦은 까닭이 OECD 최장의 노동시간을 감당하면서 주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살로 죽고, 교통사고로 죽고, 산업재해로 죽고… 대한민국은 나라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딱한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파업, 1000원짜리 배추를 500원에 팔 순 없는 법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두 번째 부분은 "우리의 적은 자본가가 아니라 불로소득"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6·25 사변을 거치면서 진공청소기처럼 쓸려나간 노동 운동의 맥이 전태일을 통해서 비로소 소생한 지 40년. 하지만 일제에 당하고, 지주에게 당하고, 대자본, 독재에 당하던 노동자들의 피해의식은 깊은 병처럼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너는 나다>는 억눌린 노동자의 자아가 아니라 건강하고 상식적인 눈으로 바라본 노동 현실을 환기합니다. '나태일 & 전태일'이라는 흥미로운 만화는 인간보다 우수한 문명의 외계인이 대한민국의 한 게임 업체에 취업하면서 겪게 되는 상황을 사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노동전문가 하종강 선생의 조근조근한 설명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내가 자랑스러운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파업'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시장바닥에서 1000원짜리 배추단을 파는 할머니를 데려와 깔끔하게 설명합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1000 원짜리 배추를 자꾸 500원에 내놓으라고 우기는 손님에 대해서 할머니가) "손님에게는 팔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냥 두 손을 놓잖아요. 그것이 바로 노동자들이 하는 '파업'입니다. 자신의 노동력 상품 가격이 맞지 않으니까 "그렇게 헐값으로는 팔지 않겠소"라고 하면서 일하지 않는 게 바로 파업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체 행동권이란 바로 그런 거지요. 파업이라는 건 무슨 굉장히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위가 아니라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투쟁 방식 중에서도 상당히 온건한, 합법적인 방식인 거예요. (230쪽)

< 너는 나다>에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을 벌이다가 처형된 노동자가 최후진술을 통해 미국 자본가와 권력자들에게 한 말(201쪽), 극장주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극장 운영의 꿈을 깨끗하게 포기한 이야기(51쪽) 등 위대한 노동자들, 쿨한 노동자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에 비해 경영자와 불로소득자들은 천박한 삶을 꾸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유 한킴벌리 회사의 문국현 사장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경영자들이 모이는 국제 행사에 참석했는데, 개인적인 자리에서나 공식적인 토론회에서 외국 CEO들이 하는 얘기의 절반 정도가 환경 보호라든가, 기후 변화라든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거죠. 그게 전문 경영자의 기본적인 소양이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의 CEO들은 모였다 하면 수익이라든가, 비용 절감이라든가 계속 이런 얘기만 하고 있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좀 창피하더라는 거지요.(252쪽)

불 로소득자들의 삶은 더욱 초라합니다. 아파트 단지를 팔아서 6억 원인가 수익을 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언론은 또 이것을 보도해 사행심을 부추기고. 이 사람들의 재산상 손해를 막아주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없애버리고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대중들은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국 해결돼야 할 문제는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노동하지 않으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소득은 너무 많고 열심히 노동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너무 적은 안 좋은 상황"을 없애고 노동이 제 값을 받게 만드는 것. 그리고 노동하는 사람들을 점점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인류가 걸어온 도도한 흐름입니다. 

인 류의 역사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을 조금씩 더 적게 하면서, 조금씩 더 잘 살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 진행 방향이 옳지 않았다면 노예 제도나 머슴 제도가 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역사의 강물도 계속 흘러가는 방향이 있어요. 노동자들이 조금씩 더 적게 일하면서도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겁니다.(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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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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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장하준, 시민에게 말 걸다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발행, 이하 "23가지") 출간기념 기자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장하준 교수는 "시민"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민주사회 시민이다. 경제학자, 토목공학자, 의사는 자신의 전문분야만 하면 그만이지만, 민주시민은 핵폐기, 남북관계, 지구온난화, 복지 등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책의 내용 역시 시민에 맞춰져 있다. 서론에서 <23가지>가 목적하는 바가 명시돼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하는데는 전문 지식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데,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토대로 시민으로서의 "좋은 판단"을 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 책의 표지에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후 3년"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23가지> 사이에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책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의아할 수도 있다. 왜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23가지>가 함께 거론되어야 하는가에 관해서. 이에 대한 답변은 기자간담회에서 장하준 교수가 직접 설명했다.

"대중을 위해 맘먹고 쓴 책이 바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인데, 이 책 내고 나서 '기왕 이쪽 길로 들어선 몸이니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쓰는 게 어떻겠느냐'는 요청에 화답한 책이 바로 <23가지>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에서 <23가지>의 형식이 발전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법정을 연상시킨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저격수"답게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요 논거를 법정에 세우고, 조목조목 기각하는 방식으로 논리를 진행한다. 하지만 <23가지>에서는 좀더 쾌활한 공간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마당극 <양반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들"은 당연히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인데, 이번에는 그들이 일부러 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춰냄으로써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실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논리적인 대결이 아니라 은폐한 진실을 보기 좋게 들춰내는 서술방식, 게다가 풍자라는 유쾌한 방식을 글쓰기에 적용했다는 점은 진전으로 꼽을 수 있다. 장하준 교수는 아카데미에서 저잣거리(대중)을 향해서 '자신의 보폭으로' 성실하게 걸어나오는 경제학자다. 이전 저작과 비교해서 내용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은 많지 않지만, 대중에게 말을 거는 방식과 개념을 명료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 뱀이 껍질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것 같다.  

 
▲ 장하준의 글쓰기가 친서민적으로 바뀌고 있다. 신자유주의 논쟁보다는 은폐된 진실을 꼬집으며 들춰내는 마당극을 보는 것 같다.


깊고, 넓고, 다양하게


<23가지>의 대화 상대가 "시민"이라면,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깊고, 넓고, 다양하게"이다. 이렇게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긴다면 비로소 "경제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그들이 말하지 않은 가장 "심한" 23가지를 추려냈으나,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이 23가지만일까? 그들은 단지 말을 돈으로 환산하는 수완에 굉장히 뛰어났을 뿐이다. 자신에게 돈이 되지 않는 말은 빼고, 돈이 되는 말만 퍼뜨리는 것이다. 여기서 "진공상태"의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진공 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284쪽)

장하준이 적으로 간주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진공상태를 만들어내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경제전문가만 경제문제를 잘 알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든 것도 그들이다. "그들"은 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못 사는 나라들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해서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기업가 정신은 여기에 들이대는 말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부자 나라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기업가적 에너지를 집단적 기업가 정신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덕분"(219쪽)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업가 정신을 너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보려고 하면, "요즘 대학생들은 도전정신이 없어" 같은 비아냥을 쉽게 하기 마련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결정하는 환경, 기반, 공동체를 감안해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23가지>의 한 chapter만 급히 봐야 한다면 Thing4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는 흥미로운 제목이다. 인터넷은 우리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일조했을지는 몰라도, 우리의 생활을 바꾼 것은 세탁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세탁기의 등장으로 인해 가사노동의 양이 급격하게 줄었고, 이 절약된 시간을 통해 여성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인터넷은 세탁기뿐만 아니라 "전보"에게도 덜 혁명적인 매체라는 사실이 좀 충격일 수 있지만, 인터넷은 그만큼 충분히 과대평가된 상태다. 이러한 이치는 경제학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발견된다. 경제학자와 과학자는 같은 것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작고도 섬세한 온갖 세공품들은 핵 물리학의 어떤 장비 못지않은 발명의 재능이 필요하고 보다 깊은 의미에서 인간의 등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바늘, 송곳, 단지, 화로, 삽, 못과 나사, 풀무, 끈, 매듭, 베틀, 마구, 단추, 신발 등등 단숨에 그 실례를 백 가지라도 들 수 있다. 이 풍요로움은 발명의 상호 작용에서 온다. 

- 야콥 부로노프스키 <인간 등정의 발자취>



"넓고 다양하게 보기"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러시아의 천재 경제학자 프레오브라젠스키 이야기다. 농민들의 잉여수입을 착취해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다 "유형"에 처해지지만, 스탈린은 슬그머니 그의 정책을 베낀다. 이로 인해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되지만, 이 덕분에 독일군을 동부 전선에서 막아낼 수 있었다. 러시아가 농민들의 잉여수익을 착취한 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전후 문맥을 두루 살핀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 요점이다. 그라민 은행으로 대표되는 마이크로크레딧 역시 충격적인 뒷이야기가 있다. 그라민 은행 초기의 적정 이자율은 방글라데시 정부와 해외 원조 기관들에게서 보조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이를 현실화했을 때 그라민은행은 4~50%의 높은 이자율을 부과했다. 이자가 많게는 100%%까지 붙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사정이 이와 같다면 마이크로크레딧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이후 마이크로크레딧은 결혼 자금이나 일시적 수입중단을 만회하기 위한 "급전 마련"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이유 역시 도덕적이기보다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즉 "어린이들을 고용하면 개별 기업의 임금 지출을 줄일 수 있으나 아동노동이 확산되면 아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발육을 저해해서 장기적으로는 노동력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때문에 아동노동을 금지함으로써 결국 기업 부문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사회현상이나 경제모델에 대해서 단순하게 생각하는 관성을 깨뜨려줄 사례는 <23가지>에 무수히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어렵다. 

 


▲ 장하준 신간을 구경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인지 10월 2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만원이었다. 좌석마다 신간과 보도자료를 비치했는데 남은 게 별로 없었다. 기자들은 오래 기다린 책이라며 반가워했다.


인간은 생각했던 것만큼 똑똑하지 않다

<23가지>에서 내용적으로 새롭게 보게 되는 부분은 "행동경제학"이다. 허버트 사이먼이 개념화한 "제한적 합리성"이라는 주제가 등장한 까닭은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합리성이란 인간이 합리적이고자 하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심각한 제약이 따른다는 개념이다. 우리가 파악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며, 제한된 지적 능력으로 세상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인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도리가 없다는 것이 '제한된 합리성'의 요지다. 장하준이 제한된 합리성을 근거로 내놓은 결론은 이렇다.

"결국 우리 인간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도 괜찮을 만큼 우리가 똑똑하지 않은데, 시장에 대한 규제는 가능한 것일까?"(230쪽)


이 말을 보면서 한 철학사가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철학자들을 소개하며, 만약 이들이 정직하기만 했다면 철학이 이렇게 후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라는 것이 한때 유행했던 것처럼, 인간은 지력으로든 완력으로든 세계를 지배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그 욕망이 2008년 금융위기를 만들었다.

이것을 장하준 식 정부 역할론으로 풀이한다면, 정부의 규제라는 것은 대체로 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을 함께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인데 시장에게 모든 걸 맡기고 정부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장의 완전무결"을 우기는 데 다름아니다. 자유시장이란 진공의 상태이거나 모래 위에 지어진 탑처럼 위태롭고 위험천만한데, 그런데도 시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시장과 정부,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의 절대적 역할론이나 규제 찬양론을 펼치자는 것이 아니다. 사문화된 규제들은 개혁해야 마땅하지만, 전봇대처럼 무심코 중요한 규제를 뽑아냈을 때 폐해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장하준 교수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할 의향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장하준 교수는 "그것을 하게 되면 내 생활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런 태도가 답답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보폭대로 바라보는 곳까지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장하준 교수의 일련의 저작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고, 좀 더 가까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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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3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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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직접 만남으로써 일반적인 의미의 "마키아벨리즘" 오해와 헤어질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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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 A Little Pon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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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현실을 바꿔놓다

살아 있는 SF영화의 전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993년에 기존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영화 하나를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영화가 <쉰들러 리스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폴란드의 어느 마을의 사업가 쉰들러가 독일군 장교에게 빼내는 사람 숫자대로 뇌물을 주는 방법으로 유태인들을 구해내려는 계획을 세우고 명단을 만드는 과정을 영화화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유태인 대학살을 공론화하는 데 기여한 이 영화로 98년 9월 10일 로만헤르초크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독일 최고의 명예인-십자훈장을 받았다.


▲ 스티븐 스틸버그 자신이 "평생 동안 꿈꾸고 생각했던 영화"라고 했던 작품은 ET 같은 SF가 아니라 유태인 학살을 다룬 <쉰들러 리스트>이다. 자기 작품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감독에게도 소중한 꿈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소재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1995년  평화시장 청계 피복노조의 한 노동자였던 전태일의 분신자살을 소재로 한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박광수 감독)이 그러하다. 1968년 대한민국 서부 외딴 섬 ‘실미도’에 강제차출된 북파공작원 31명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룬 영화 <실미도>도 역사적 사건을 원작으로 했다. 더욱이 영화 <실미도>는 관련자에 대한 명예회복 등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사회적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영화들은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었다.


영화라는 타임캡슐을 만드는 사람들

"망각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사람들의 뇌리에 사라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 "전두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전두환 시절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떤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급기야 '역사'도 선택과목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적 망각'이라는 공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문화'가 맡는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영화와 책으로 소개된 <바시르와 왈츠를>은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 때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과 공조한 기독교도 팔랑헤당 민병대들이 3,000여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참히 대량 학살한 것을 폭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아리 폴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바시르>를 만드는 4년 동안 세 아이가 태어났다. 아마도 나는 내 아들들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 같다. 그들이 자라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든가 하는 결정 말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개봉 이후 제66회 골든글로브시상식(2009)에서 외국어작품상 등 수많은 상과 찬사를 받았지만, 이스라엘 인들에게는 "조국의 배신자"라는 낙인을 받기도 했다.


▲ <바시르와 왈츠를>은 인류사의 부끄러운 기록 가운데 하나인 사브라-샤틸라 학살사건 (1982년 9월16일)를 학살에 참여한 당사자인 이스라엘 인의 눈으로 그린 것이 특색이다.  


영화인들, 노근리학살을 '헌정영화'로 만들다

올해가 한국전쟁 60주년이다.

1950년 7월, 노근리의 철교 밑 터널 (속칭 쌍굴 다리) 속으로 피신한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이 미군들의 무차별 사격으로 무참히 살해된 ‘노근리 사건’이 60년만에 영화화되었다.

노근리 사건은 1999년, AP 통신 기자들을 통해 그 진상이 밝혀졌다. 그들은 비밀 해제된 미(美) 군사 문건을 검토, 사건 발생 당시의 미군 이동 경로와 현장에 주둔했던 미군부대를 찾아내고 당시 가해자인 미군과 피해자인 한국의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잊혔던 사건의 궤적을 맞춰내는 등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노근리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는데,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다. 부끄럽게도 이 사건을 알리려는 노력은 해외에서 더욱 눈물겹게 이어졌다. AP통신의 보도 이후 2002년, 영국의 BBC 방송은 다큐멘터리 <Kill'em All>을 제작해 ‘노근리 사건’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린다.

이에 자극을 받은 '대한민국' 영화인들이 <타임캡슐> 작업에 나섰다. 2003년부터 문성근, 故 박광정, 송강호, 문소리, 박원상 등 142명의 한국의 대표 배우들과 229명의 스탭들이 노개런티로 영화 작업을 했다. 특히 故 박광정에게는 <작은연못>이 유작이 되었다.

영화 <작은 연못>은 최상훈 기자를 포함한 AP통신 기자들의 ‘노근리 사건’ 특종보도 기사를 토대로 영화화를 검토하여 기획을 시작했다. 4년에 걸쳐 노근리 현지 답사와 생존자 및 유가족 인터뷰 등의 자료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했고, 2003년 국내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노근리 다리’와 노근리 대책위원회 위원장 정은용씨의 저서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원작으로 하여 3년여 간의 시나리오 작업, 6개월 간의 촬영 준비와 3개월 간의 촬영, 3년여 간의 후반 작업이라는 기나긴 공정을 거쳐 <작은 연못>은 완성되었다.


▲ 142명의 한국의 대표 배우들과 229명의 스탭들이 노개런티로 작업한 <작은 연못> 덕분에 4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영화를 10억원으로 만들 수 있었다.


영화인들이 헌정한 영화, 관객들이 받을 차례다

영화 제작과정 내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문제는 영화 완성 이후이다. '작은 연못'은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리젠테이션에 초청돼 국제무대에 먼저 선보였지만, '좌파 논란'으로 초청작에서 제외될 뻔했다.

문제는 '배급'인데, CGV, 롯데시네마 등 공룡 배급사들이 장악한 한국 영화 시장에서 마땅한 배급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작은 연못> 제작진은 시민사회와 네티즌들과 "작은연못 배급위원회"를 조직해 전국 230개 상영관에서 1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전개하는 등 눈물 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4월15일 본 영화 개봉 이후 스크린이 확보되지 않아 영화가 조기 종영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보도와 시민들의 프리뷰, 리뷰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 있지만, 영화를 개봉해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작은 연못>이 단명한 영화가 될 것인가,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될 것인가는 오로지 관객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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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10-03-2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러갈 영화 리스트에 올렸어요. 아, 근데 맘이 너무 아픈 영화일 거 같아 걱정이어요.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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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알시 회원들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행한 "떡검"(떡 먹는 개검찰) 퍼포먼스 사진. 이 사진은 한때 다음 아고라에서 무한댓글, 추천, 펌을 받으며 네티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렇다. 우리는 저잣거리 조상들로부터 받은 해학과 풍자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한국에 100년 기업이 없는 까닭?

 

얼마 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100년 이상 살아남을 기업'을 선정해 공개한 적이 있는데 코카콜라, 유니레버, 골드먼삭스, 도요타, 자라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단 1곳도 이름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글로벌한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의 저자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본사의 해외 이전과 관련된 대중의 우려를 기우라고 단정한 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삼성은 본사를 해외로 옮길 수 없다. 처저히 내수 위주인 금융 및 소비재 사업, 중소기업에 비용 떠넘기는 거래 관행, 정부의 다양한 지원 등 국내에서 누리는 이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436쪽)

애플 앱스토어는 콘텐츠사업자와의 계약에서 25% 가량만 취하고 나머지 수익을 모두 "을"에게 넘겨주며, 구글은 더 나아가 가입비만 받고 모든 수익을 "을"에게 준다. 이것은 창의적이고 특이한 계약방식이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계약이다. 우리 기업들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상식적인 계약방식을 일상적으로 적용한다. 100년을 지탱하는 힘은 '상식'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1938년 삼성상회로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73세된 기업 삼성이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을까? 100년이 되어도 건재하다면 그것은 우리나라가 그때까지 비리와 비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 아닐까?
 

'삼성을'이 아니라 '생각한다'에 방점을 찍고 읽자

삼성 X파일, 대선자금, 떡값, 불법승계 등 삼성이 저질러놓은 언론보도를 읽으면서 우리들은 한편 삼성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에 대한 공포심과 환상을 키워가고 있었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가장 큰 덕목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거대자본으로서가 아니라, 분식회계가 아니고서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삼성의 취약한 구조를 온전하게 드러내 주었다는 데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대기업 대부분의 사정이기도 하다.

"비밀스런 업무를 담당했던 자들은 능력이 없어도 계속 중용됐다. 잘못을 저질러도 어지간해서는 잘리지 않았다. 비리 공범을 함부로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2009년 1월 발표된 삼성 고위직 인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175)

삼성의 실권자 이학수 전 부회장이 김용철 변호사의 집까지 찾아가고 문자메시지를 수 차례나 보낸 까닭은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을 다루는 재무팀에서 일했었기 때문이다. (법무팀이 아니다. 따라서 김변호사의 정확한 임무는 재무팀 비자금 담당이거나 재무팀 로비스트이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재무팀 중에서도 '관재팀'에서 일했다면 삼성 수뇌부는 더욱 사색이 되었을 것이라고 썼다.

이쯤 되면 <삼성을 생각한다>가 삼성에 대한 고발글이 아니라 '성찰글'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이기는 법에 대해서 간명하게 정리했다. 

"우리는 감정에 예속돼 있기 때문에 분노나 의심 등의 감정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내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그 감정을 이해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 없다." - <에티카> 일부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확대재생산한 삼성공포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삼성은 더 이상 공포의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삼성에 덧씌워진 부당한 환상까지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김상봉 교수의 삼성불매 제안에 절반만 동의하는 까닭

김용철 변호사가 틈날 때마다 하는 말은 "한줌도 안 되는 자들이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을 망친다"였다. 뿐만 아니라 이건희는 한줌도 안 되는 지분(0.3%)으로 삼성그룹을 장악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이건희가 대단한 수완의 소유자가 아니라 무척 취약한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글로벌 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용납될 수 없다. 

이 취약성을 채워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대중의 재확산 시도다. 삼성의 기업구조를 정상화시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왠지 삼성을 건드리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삼성을 키우고 또 키웠다. 삼성을 대상화하는 관점 자체가 일종의 특혜 효과를 낳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김상봉 교수의 "삼성 불매운동 제안"에 반은 동의하되 반은 동의할 수 없다.

"적대적 공존"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 아베 정권은 북한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긴장관계를 가져왔다. 하지만 북한을 이용해서 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고 일본을 우경화시킬 수 있었다. 이는 '안티 조중동 운동'에서도 드러난다. '조중동'이라는 명시 앞에 '안티'를 붙였지만, 결과적으로 조중동은 이 운동을 통해 득을 봤다. 이것이 "대상화"의 무서움이다. 삼성을 대상화시키면 삼성에게 불멸의 지위를 주는 효과를 낳을까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불매'라는 소비자적 관점은 흔쾌히 동의할 수 있다. 철저히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말하면 삼성은 판매자이며, 우리들은 소비자이다. 삼성인 소비자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르게 표현해 삼성과 소비자 중에서 누가 더 오래 살 것인가? 삼성은 소비자에게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히려 소비자가 삼성에 적응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삼성을 1:1로 맞짱뜰 상대로 치켜세우지 말자. 시장에서 고르는 많은 상품 중 눈에 띄는 상품 정도로만 정리하자. 


진알시 회원 '삼성 불매운동'에 할 말 있다


진알시는 트위터(@jinalsi)를 통해서 <삼성을 생각한다> 구매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생각했으며, 이런 정도의 책에도 벌벌 떠는 언론사 광고국이 어이 없어서다. 철저히 자본주의적 관점이다. <삼성>에 대한 비판서가 많이 출판됐지만 삼성 안의 사정을 이렇게 광범위하고도 구조적으로 드러내 보여준 책은 없었다. 한마디로 진알시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신문광고만 안 나갔지 인터넷 서점 예스24, 알라딘의 메인에 배너가 실릴 정도로 책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알라딘과 예스24가 정의감에 넘쳐서 메인배너를 올린 게 아니다. 신문광고를 거부한 신문사도, 메인에 배너를 실은 인터넷 서점도 장삿속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 삼성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여기에 정의감이나 의무 같은 덕목을 붙이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온다. 

 
▲ 진알시 트위터(
http://twtkr.com/jinalsi)를 통해서 <삼성을 생각한다> 리트윗 캠페인을 벌인지 45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루에 10명 남짓 트위터리안들이 리트윗을 달고 있다.  

하지만 '불매'라는 소비자적 관점은 흔쾌히 동의할 수 있다. 철저히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말하면 삼성은 판매자이며, 우리들은 소비자다. 삼성이 소비자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르게 표현해 삼성과 소비자 중에서 누가 더 오래 살 것인가? 삼성은 소비자에게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히려 소비자가 삼성에 적응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삼성을 1:1로 맞짱 뜰 상대로 치켜세우지 말자. 시장에서 고르는 많은 상품 중 눈에 띄는 상품 정도로만 정리하자.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
http://jinalsi.net/)는 트위터(@jinalsi)를 통해서 <삼성을 생각한다> 구매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삼성을 생각한다>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생각했으며, 이런 정도의 책에도 벌벌 떠는 언론사 광고국이 어이 없어서다. 철저히 자본주의적 관점이다.

<삼성>에 대한 비판서가 많이 출판됐지만 삼성 안의 사정을 이렇게 광범위하고도 구조적으로 드러내 보여준 책은 없었다. 한마디로 진알시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신문광고만 안 나갔지 인터넷 서점 예스24, 알라딘의 메인에 배너가 실릴 정도로 책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알라딘과 예스24가 정의감에 넘쳐서 메인배너를 올린 게 아니다. 신문광고를 거부한 신문사도, 메인에 배너를 실은 인터넷 서점도 장삿속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 삼성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여기에 정의감이나 의무 같은 덕목을 붙이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온다.

진알시는 리트윗 캠페인뿐만 아니라 2월 26일~3월 1일(4일간) MBC 앞에서 <삼성을 생각한다> 구매 캠페인도 벌였다. 현장에서 직접 사서 선물도 주자는 취지였다. 판매 수익금은 라면 후원금으로 기부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출판사와 연계해서 '공동구매'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삼성을 생각한다> 전면광고도 기획 중이다. 어느 지면에 실릴지는 알아봐야겠지만 가장 파급력 있고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곳에 집행하고 시민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면광고가 나간 지면을 전국 90개 배포팀에서 배포한다. 오프라인에서 순식간에 <삼성을 생각한다>를 퍼뜨릴 계획이다. 아직 오프라인 독자들에게 <삼성을 생각한다>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김상봉 교수는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서 "지금 당장" 삼성에 대한 불매를 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방법에 대한 문제는 적고, 삼성을 해묵은 비위 사실과 모순에 관한 철학자로서의 성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당장'이라는 말이 제목에 붙어 있는 게 멋쩍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당장 불매운동을 전개하려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제안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트위터에서는 삼성불매운동이나 삼성에 관해 성찰하자는 취지의 글에는 "#think3s"라는 해시태그를 붙여달고 있다. 글을 쓸 때 이름 옆에 삼성불매운동을 표시하는 상징을 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이 아쉽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거대한 대상을 상대하려면 기존에 삼성불매를 해오던 시민단체나 네티즌 그룹과의 연대 논의의 장을 열 필요가 있다.

이런 구체적인 방법이나 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내놓은 '삼성 불매 운동'은 설익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김상봉 교수의 삼성 불매 운동 제안이 사회적으로 건강한 환기가 이루어지기를 필자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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