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
김용진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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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 총 25만1287건 중에서 주한 미 대사관이 작성해서 본국으로 보낸 전문은 모두 1980건입니다. 2006년~2010년 말까지의 내용이 집중돼 있습니다. 이 안에는 우리가 믿던 대한민국 정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전에 나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 그의 말을 듣고는 그의 행실을 믿었다. 이제 나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살피게 되었다. 재여로 인하여 이렇게 바뀌었다."

논어5-11


미국과 서방의 극우 정치인들의 말이지만, 줄리언 어산지를 암살하거나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문을 작성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정보 수집 방법입니다.

문제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우리 정부의 모습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답변할 ‘최후의 무기’를 발설해버리기도 하고, FTA의 대응 계획을 발설하는 등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사실에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비록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저자에 의해 재구성되긴 했지만 미 대사관의 전문은 그 자체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시사점을 주는데, 위키리크스에 비춰진 모습으로 봤을 때 한국은 사실상 무정부상태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가 언론에서 듣고 정부에게 들은 말과 위키리크스의 말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입니다. 수많은 특종거리들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를 싫어하는 노예근성 때문에 보도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노엄 촘스키 교수는 '선전모델(propaganda model)'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하나의 시험에 들었습니다. 바로 ‘진실’이 내는 시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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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구를 경영하라 - 심리학자 매슬로의 자기실현과 창의성, 리더십에 관한 경영의 뉴클래식
에이브러햄 H. 매슬로 지음, 데버러 C. 스티븐스 & 게리 헤일 엮음, 왕수민 옮김, 최 / 리더스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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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의 정신적 세 스승, 일명 3M :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 마르셀 모스(Marcel Mauss), A.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페 이스북의 지적 근원을 오랫동안 관찰해 왔습니다. 마크 주커버그의 입에서 나온 마셜 맥루언과 마르셀 모스의 저작을 꼼꼼이 읽고 페이스북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열공했죠. 전 인류를 피부로 삼는 지구촌 네트워크를 예언한 마셜 맥루언과 선물의 주고 받음, 부채의식 등을 인류학적으로 증명해낸 마르셀 모스의 사상이 페이스북 안에 녹아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주커버그의 어머니는 저명한 심리학자입니다. 주커버그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커버그가 21세기의 심리학자로 평가받는 A.매슬로를 열공했을 만한 정황이 충분합니다. 페이스북 서비스가 마크의 모교인 하버드대학교에서 인기를 끌 때 대학 언론사에서는 ‘내 마음을 잡아끈다’, ‘심리적으로 묘한 서비스’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A.매슬로는 심리학의 산업의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1961년 <인간욕구를 경영하라>(리더스북)를 썼습니다. 미국 경제가 한창 전성기였고 경영이론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은 이내 잊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매슬로가 부각되었습니다.

매 슬로는 이전의 심리치료가 오직 개인이나 자기정체성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안타까워했고, “개인의 구원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구원 추구를 포기하는 길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실존주의 심리학의 허상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공동체, 팀, 그룹, 조직, 일, 가족, 친구 등 주변의 정보와 문맥이 한 사람 개인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페이스북이 관계정보를 통해서 아이덴티티에 도달하는 것과 같습니다. 페이스북 관계정보의 기원은 매슬로의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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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1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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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멋대로 나꼼수 분석 3부

잡스, 주커버그, 김어준은 미디어 신봉자





스티브 잡스는 쿨미디어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쿨미디어' '핫미디어'의 개념은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언이 창안했는데, 그는 자신의 대작 <미디어의 이해>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뜨 거운 미디어란 단일한 감각을 "고밀도"로 확장시키는 미디어다. 여기서 고밀도란 데이터로 가득 찬 상태를 말한다. 사진은 시각적인 면에서 고밀도다. 반면 만화는 제공되는 시각적 정보가 극히 적다는 점에서 저밀도다. 전화는 차가운 미디어, 혹은 저밀도의 미디어다. 왜냐하면 뒤에 주어지는 정보량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뜨거운 미디어는 이용자가 채워 넣거나 완성해야 할 게 별로 없다.
- <미디어의 이해>(커뮤니케이션출판사), 60쪽

아 이폰이 출시되고 나서 잡스가 혼신을 기울인 작업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다. 소비자행태를 분석하고 반영했다. 그 결과 갓난아기도 쓸 수 있는 직관적인 UI가 탄생했다. 아이폰은 '쿨미디어'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참여로 완성되는 쿨미디어 그 자체다. 페이스북은 서드파티 업체가 놀 수 있는 앱 플랫폼을 제공해주고, 이용자들이 놀 수 있도록 친숙한 기능들과 UI를 제공한다.
특히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의 성장과정을 온전히 담아낸 포춘 지 전 기자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의 주저 <페이스북 이펙트>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페이스북 사람들이 숭배하는 유명한 사회 철학자이자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은 1964년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통일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지구를 통일시킬 수 있다고 예견했다.
- <페이스북 이펙트>(에이콘출판사), 490쪽

' 존나 씨바', '쫄지마' 같은 '구어체 김어준'과는 달리 기사를 검색해서 마주보는 '문어체 김어준'은 상당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김어준이 발언한 일련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그가 '미디어'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전달되지 않는 메시지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크게 외쳐도 독백일 뿐이다."
"전혀 다른 메시지 유통 채널의 구축이 가능한 물적 토대의 출현―딴지일보 때는 인터넷+PC였고 나꼼수는 인터넷+스마트폰+트위터―이란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나머지 디테일은 마이너하다."
- 오마이뉴스 인터뷰, 2011.11.11 "나꼼수와 'MB 멘토' 최시중의 대결... 승자는?"


김어준은 핫미디어를 쿨하게 사용하는 미디어 고수



▲ 미디어 이론의 전설이 된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 전공자는 아니다. 동양철학을 지독히 사랑하는 영문학자였다. 미디어를 전공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엄 격한 사회과학 방법론(자연과학과 같은)이 주류를 이루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학계에서는 마셜 맥루언을 경계하고 무시하다가 최근 그에 대한 재발견, 재해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잡스, 주커버그, 김어준은 맥루언의 신봉자다..라고 추정된다.

김 어준을 표현하는 3대 키워드는 딴지일보(인터넷), 나는 꼼수다(팟캐스트), 닥치고 정치(책)이다. 딴지일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핫미디어를 구사하고 있다. 딴지일보 역시 '김어준의 아이들'이 콘텐츠를 주로 쓴다는 점에서 제한성이 있다. 딴지일보보다는' 딴지일보 총수'가 김어준을 대변한다. '총수'란 간섭을 불허하는 절대 지위의 직함을 말한다. 삼성 이건희를 생각하면 잘 알 수 있다.

김어준의 진정한 힘은 뜨거운 미디어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뜨거운 미디어를 '차갑게' 구사한다.

라디오는 뜨거운 미디어다. 자극의 강도를 높일수록, 라디오의 효과는 점점 더 높아진다.
- 마셜 맥루언, 위 책, 524

< 나는 꼼수다>는 아이폰이 만들어낸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이지만 본질은 라디오다. 참여를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여기에 청취자가 직접 만든 음원을 집어넣고, '존나 씨바', '쫄지마' 같은 말들을 '냉각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닥치고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이라는 미디어는 문자를 쓰기 때문에 진정으로 뜨거운 미디어다. 이 또한 김어준 식대로 쿨하게 구사하고 있다.
<닥치고 정치>는 에세이 식이 아니라 방담 식이다. 인터뷰어 지승호와 김어준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구어체로 쓰여진 책'이다. 여기다가 김어준 트레이드마크인 걸쭉한 육두문자가 자주 등장하면서 "핫미디어를 쿨하게"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 김어준을 비교한 까닭은 이들이 모두 '미디어'의 관점으로 접근해 성공을 거둔 인물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세상의 많은 기획자들은 아직도 표피적인 차원, 또는 본능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디어적 접근은 이보다 두 계단 정도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미디어감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기획은 이제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난 글>


"나는 꼼수다는 정통언론이다"
나꼼수 홈런의 비밀은 '원샷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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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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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진보논쟁, 2D에서 3D로 진화하다


진보, '말의 잔치'가 시작되다


MB정권의 실정으로 진보진영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때에 맞춰 진보진영에서 '진보' 키워드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히 "나는 진보다" 논쟁으로 불릴 만하다. 썩 반가운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소출되는 담론들을 보면 만족할 만한 게 없다. 치열하게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음으로 망한다. (보수의 인식 수준은 논의할 게 못 된다)

진보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최근 언급한 사람은 조국-오연호(책 <진보집권플랜>), 김규항, 진중권(이하, 한겨레신문 지면), 김어준(책 <닥치고 정치>)이다. 진보진영의 내로라 하는 '이빨'들이다. (상세한 소개 생략)

최근 김어준은 책 <닥치고 정치> 등을 통해 "나는 진보다" 대열에 합류했다. 김어준은 이 한마디로 이전의 진보 논쟁을 정리해버렸다.

"이건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정서적 직관의 영역이지. 내가 자꾸 '느낌'을 이야기하는 이유야. 대중정치는 사실 이 영역에서 결정되거든. 진보 진영에선 정치가 논리의 영역에서 결정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 <닥치고 정치>(푸른숲) 전자책 29쪽

이전의 진보 논쟁은 관념이거나 논리이거나, 최소한 정서적 직관을 감안하지 않은 2D의 차원에서 전개되었고, 김어준은 3D 수준으로 논의를 끌어올렸다. 2D와 3D를 구분하는 기준은 김수영 시인의 시론이 던져준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 김수영 산문선집 ‘시여 침을 뱉어라’, 민음사(1975)

여기서 시작(詩作)을 '진보'로 바꿔 써도 좋다. 2D까지는 밑단부터 차곡 차곡 쌓아가는 이른바 '선형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3D부터는 쌓는 순간 전체가 되고 영원이 되는 '비선형적 직관'의 영역이다. 이것은 내 주장이 아니다. 이미 4세기 전인 17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럽에서 줄곧 논의되던 방식이다.

참된 원리들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명제들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때로는 직관에 의해 또 때로는 연역에 의해 인식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참된 원리 자체에 대해서는 직관에 의해서만, 반면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결론들은 연역에 의해서만 인식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데카르트,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1628년)

스 피노자 인식의 3단계(에티카) : 첫째, 감각은 영혼의 표상을 초래한다. 이것은 원인에 관한 통찰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에 대한 관계를 밝히지 못하므로 불완전한 인식이다. 둘째, 이성은 보편 개념을 가지고 표상을 가다듬는 것, 즉 표상의 원인을 발견하여 더욱 높은 단계의 인식에 도달한다. 셋째, 실체에 대한 인식은 직관적인 인식에서 도달된다. (1662~1665)


김어준의 사바나 가설에 대한 교정

김어준은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를 사바나의 원시 세계로 데리고 간다. 포식자나 자연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공포에 대해 살고자 하는 욕망의 자세에서 좌와 우가 구분된다는 논리다. 여기서 '우'는 공포에 지배당한 자들이 살려고 발버둥치는 '반응'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계관이라고 하기 뭣하다는 게 김어준의 입장이다. 그래서 우를 '겁먹은 동물'에 비유한다. 다만, 보수에게 '세계관'이라고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면 그것은 '자존심'이다. 자존심 없는 우는 역시 동물일 뿐이다.
이에 반해 좌는 공포의 구조(시스템)를 상대하며 모든 사람이 부담할 수 있도록 논리의 칼로 잘게 잘라낸다. 그래서 반응보다는 '세계관'으로 불릴만 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밀림 전체를 상대하면서 오만에 빠져 대중들로부터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사바나 가설'이라고 부르겠다.

김어준의 사바나 가설은 보수에 대한 노골적인 폄하와 함께 진보에 대한 과도한 상대우위이다. 솔직히 좀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김어준이 이야기하는 우와 좌의 시점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불공정하기까지 하다. '18세기 우'와 '21세기 좌'를 비교할 수 있을까? 좌가 공포를 구조화하는 인식에 도달했다면 우 역시 그러한 인식에 도달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야 게임이 되지 않을까? 역사는 좌와 우의 끊임없는 경쟁이니까. 이보다 더 과학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앞발, 즉 두 손에 여유가 생겼다. 직립보행 자체도 전체 구조의 변화다. 내게는 27개월 된 민준이와 9개월 된 민서 두 아기가 있다. 민서가 7개월 될 때만 해도 형 민준이는 '민서야, 까꿍~!' 하면서 아기 대접을 해줬다. 그런데 민서가 9개월이 되자 밥상을 짚고 일어섰다. 이때부터 민서에 대한 동생 대접이 끝났다. 민준이는 민서 위에 올라타며 친구처럼 놀았다. 이것이 세계의 일반적인 변화다.

사바나로 돌아가 보자. 인간은 남은 손으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즉 소셜미디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협업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좌와 우가 구분되지 않는다. 마치 일제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에 좌와 우가 구분없는 것처럼. 잉여물이 생기고 부족이 생기면서 권력이 등장한다. 지배가 시작되고 전쟁이 시작되고 제국이 생겨난다. 이 지점에서 '우'가 탄생한다. 우는 높은 권력을 지향하는 의지이며, 좌는 낮은 피해대중을 생각하며 권력에 저항하는 의지이다. 동양에서 우를 대표하는 지식인은 공자, 맹자, 한비자 등이며, 좌를 대표하는 지식인은 노자와 장자, 묵자 등이다. 좌와 우의 관심사는 '낮은 곳', 즉 대중이지만 각자 대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다. 한나라당이 '복지'를 '시혜'로 해석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3D 진보논쟁을 좀 더 자세히

김어준을 포함해서 지금까지의 진보 논쟁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까지 보수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이다. 이를 박차고 뛰쳐나와야 한다. 즉, "진보, 보수"라는 '구분'이 아니라 "진보-보수"라는 '섞임' 속에서만 진정한 진보 논쟁이 가능하다. 동양의 음양 이론의 거울로 보면 진보와 보수를 바라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섞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는 양(陽), 어머니는 음(陰)이지만,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가 양 자식이 음이 된다. 그러니 내가 없을 때는 어머니를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존경해야 한다”
-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

다산 정약용이 보여주는 음양이론의 특징은 음과 양이 서로 위치를 바꾼다는 데 있다. 이것은 주역의 일반적인 원리이기도 하다. 진보와 보수 간에도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한마디로 총괄해서 정리하자면 이념은 서구의 것이되, 그걸 수행하고 주장하는 방식은 여전히 성리학자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거지."
- <닥치고 정치> 전자책 593쪽)

요컨대 진보는 보수의 안에서 파악될 수밖에 없고, 보수 역시 진보의 안에서 파악될 수밖에 없다. 한 국가를 지휘하는 장군의 전투력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은 장군 본인도 아니고 부하들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백성도 아니고 오직 적병과 적장이다. 적과의 교전 속에서만 장수의 능력이 표현되는 것이니까. 음양이론 중 하나인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하늘은 틀이 있으면 죽고, 땅은 틀이 없으면 죽는데, 사람은 하늘과 땅이 없으면 죽는다."

결국 남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진보성, 보수가 아니라 보수성, 그 비율의 차이뿐이다. 이 비율 중 진보성이 51% 이상이면 '진보'라 표현하며, 진보성이 49% 이하라면 '보수'라고 표현한다.

음양이론뿐 아니라 서양철학으로도 진보와 보수를 설명할 수 있다. 플라톤은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유명한 그림인 이탈리아의 화가 라파엘로(1483~1520)의 "아테네학당"(School of Athens, 1510~11)을 직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면.(그림 참조) 플라톤(왼쪽)이 들고 있는 책은 "티마이오스Timaeus"로 추상적, 논리적 철학으로서의 정신적 이데아를 상징한다. 아리스토텔레스(오른쪽)가 들고 있는 책은"니코마스 윤리학(Nicomachean Ethics)으로서 자연과 생물의 관찰을 중시하는 현상적, 경험적 철학을 상징한다.
이 그림의 포인트는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다. 바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관계 그 자체다. 즉,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 안에서 의미를 가지며,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플라톤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구분하는 순간 철학은 공허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플라톤이 의미를 획득했고, 플라톤이 있었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철학을 정립할 수 있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



▲ 플라톤(왼쪽)과 아리스토텔레스(오른쪽)을 구분하고 읽어버리면 서양철학의 첫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안에서 플라톤을 읽고, 플라톤 안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어야 한다.


김어준을 읽을 때 주의사항

김어준은 '직관'의 언어를 사용한 근래 보기 드문 진보논객이다. 김어준의 '정서적 직관'은 충분히 대중적이며 '스타일돋는다'. 하지만 반쪽의 정서, 반쪽의 직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진보성-보수성, 음-양처럼 모든 것은 짝을 이룰 때 의미가 분명해진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성성-여성성이 있다. 물론 남성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있지만 모든 인간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누구나 남성성-여성성을 가지고 있다. 이 비율에 따라서 시대정신이 결정된다.

김어준은 자칭 타칭 '마초'다. 남성성 과잉이다. 김어준의 '말'을 대할 때 정서적 쾌감과 동시에 '정서적 반감'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것은 김어준의 '타고난 애티튜드'이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김어준을 읽을 때 이 부분에 주의를 해야 한다.

기질과 정신적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손 치더라도, 여자들 사이에서 여자에 의해 길러진 남자들은 다른 남자들과는 좀 다른 데가 있다. 유모적 보살핌과 어머니의 귀여움, 그리고 누이의, 특히 '작은' 어머니라 할 수 있는 큰누이의 사탕발림은 남성적 기질을 반죽처럼 주무르면서 바꾸어 버린다. 출생 이후 여인의 부드러운 분위기, 그녀의 손과 가슴, 무릎과 머리, 그리고 넘실거리는 그녀의 유연한 인상이 풍기는 향취에 오랫동안 젖은 남자는 예민한 신경과 돋보이는 품성을 갖게 된다. 이를테면 그는 남성과 여성을 다 지니고 있는 인간이 되는데, 이런 속성이 없으면 더없이 힘차고 엄격한 천재도 예술의 완벽성에 있어서 미진한 존재로 남을 뿐이다.
- 보들레르(프랑스 시인)

우리들의 시대정신은 '아빠 멘토'가 아니라 '엄마 멘토'다. 아빠 멘토는 김어준처럼 한수 가르치고 명령하는 방식이다. 엄마 멘토는 상처를 보듬고 이야기를 경청하고, 세심하게 설명을 해준다. 물론 김어준의 말에 상처를 위로받을 수 있지만, 김어준이 보듬어주지 못하는 상처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 부분에 유의하며 '나꼼수'와 '닥치고 정치'를 권한다.

김어준은 '개념찬 꼰대'로서 '구시대와 새 시대를 연결짓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시대의 연결고리를 증명하는 간단한 방법은 나꼼수 방송을 듣고나 <닥치고 정치>를 읽은 후에 질문을 하나 던져보면 된다.
 
“그래서 어떻게?”

이것은 김어준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새시대의 연결고리'들이 찾아야 한다. 김어준은 다만
몰상식이 진흙탕처럼 흐르는 시대를 증언하는 데 머무른다.

사람에 대한 최대의 예의는 제대로 그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김어준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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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2011-11-08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아 근데 님 글은 재미없다. 길고. 공부하신 분 같은데 뭐해. 읽히지가 않는데.

승주나무 2011-11-08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짧고 재밌게 못쓰겠네요. 닥치고 기다리삼.. 그런 글 읽으려면..

junmin 2011-12-1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한 방이군요...닥치고 기다리삼 !!!!..잘 읽었습니다.특히, 좌와우의 명쾌한 비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로그인 2011-12-2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블로그 배경은 환삼덩굴같은데 환삼넝쿨과 승주나무와 관련성이 있나해서요.

713266153 2012-01-0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어준 책을 못 읽었지만.. 승주나무님의 해석이 좋게 다가오네요.. 참, 숨은 고수들 많군요..

승주나무 2012-01-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nmin 님//제가 부족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댓글을 받은 것 자체가 완전무결하지 않고 말이 길다는 뜻도 되니까요.^^;
터닝포인트 님//블로그 배경은 알라딘에 있는 거 그냥 썼어요. 시시한 결론이어서 지송~~^^

승주나무 2012-01-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님 님//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보다 엄청난 고수가 너무 많아서 명함 내밀기도 좀 그래요^^
 
손자병법의 탄생 - 은작산 손자병법
웨난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일빛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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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물음표 : <손자병법의 탄생>

1.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직하학궁' 문화가 어디서 왔나?
2. 공자부터 시작하는 유가의 '차등애'의 유래와 한계는?


제나라의 도성인 임치(臨淄) 서문에 직하학궁에 직하학궁(稷下學宮)이 있었다. 제나라 환공 때부터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는 폐왕 전건에 이르기까지 150년 동안 유지됐다.(기원전374~기원전221년) 왕의 선정이라기보다는 제나라의 전통 자체가 학구열이 충만했다. 공자도 논어에서 제나라가 한번 정신차리면 노나라가 되고, 노나라가 한번 정신차리면 주나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子曰:  「齊一變, 至於魯; 魯一變, 至於道.」 [논어,옹야22])

직하하궁을 후원한 왕들은 불치하문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불치하문이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맹자의 말처럼 왕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신하가 있는 왕들이었다.
궁금증은 어떻게 해서 제나라에 직하학궁 문화를 가지게 되었느냐다.

제나라는 우리가 강태공이라고 알고 있는 태공망 여상 할아버지가 72세 때 문왕에게 특채로 뽑혀 개국의 1등공신이 되고 물려받은 중국의 알토란 같은 땅이다. 해안이 있기 때문에 어획물 등 자원이 풍부하고 왕래가 많아서 사실상 중국을 대표해오던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태공망은 문왕이 붙여준 존칭으로 문왕의 아버지 태공(太公)께서 그토록 기다렸던[望] 인재라는 뜻이다. 태공망은 소 장사, 도자기 장사 등 장사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실리적인 철학으로 주나라 왕조를 세웠고, 제나라를 다스렸다. 네 글자로 요약하면 '존현상공(尊賢上功 : 어진 이를 높이고 공적을 숭상한다)이다. 이에 반해 주공 단의 철학은 친친상은(親親上恩 : 친속을 친근하게 대해 많은 은덕을 베푼다)이다. 주나라의 주류철학이 충돌한 셈인데, 결과는 제나라의 압승이었다. 태공망은 이 철학으로 문왕의 마음을 감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듬뿍 담고 있었던 데 반해, 주공 단의 철학은 복고주의 성향이 강했다. 주공은 봉지인 노나라의 발전상과 제나라의 발전상을 비교하면서 노나라가 제나라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 탄식했는데, 역시 주공의 예상대로 되었다. 주공의 철학은 친족 정권을 유지하면서 부패를 일삼고 특권을 누리며 허례의식에 얽매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공자에서부터 맹자에 이르면서 완성된 유가의 대표적인 철학인 차등애(差等愛)는 주공의 철학으로부터 나온다. 차등애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이 다르다는 뜻으로, 묵자의 '겸애'(兼愛 : 모든 이를 제 몸처럼 사랑하는 예수의 박애와 같은 뜻)와 상반된 의미다. 차등애와 겸애를 둘러싼 논쟁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차 차등애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전국책]이라는 책을 보면서 맹자와 공자가 단 2~3부분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시대정신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묵점 기세춘 선생은 [노자, 장자]를 '은퇴철학'이라고 표현했고, 나는 개인적으로 [공자 맹자]를 '현역철학'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자 맹자] 역시 은퇴철학과 다르지 않다고 결론을 맺게 되었다. 다만 [공자 맹자]는 은퇴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명퇴철학]쯤 될 것이다.

[손자병법의 탄생]은 아직 읽는 중이지만, 앞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 두 가지 오래된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유학의 오랜 질문을 해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책은 다양하게 읽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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