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연예인들의 자백 받아내는 연예인 인터뷰어


"평소 인터뷰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유명인들도 김제동과 한다면 거부하는 법이 없었다."

- 오광수(경향신문 부국장, "김제동의 똑똑똑" 책임),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262면


대한민국의 유명인들은 김제동을 만나고 싶어한다. 김제동이라는 창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는 게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컴백의 창구로 활용했던 '무릎팍 도사'가 있었지만, 김제동은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 할 것 없이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경향신문의 코너 '김제동의 똑똑똑'은 많은 정치인과 기업인 등 소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인터뷰를 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위즈덤하우스, 이하 '어깨동무')는 유명인들에겐 축복이다.  최대의 수혜자는 김제동이 아니다. 전작인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20만부 이상 팔렸지만 대부분 기부금으로 냈고, "이 책의 수익금은 1권과 달리 저의 결혼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라고 머리말에 써놓기까지 했지만 1권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가장 큰 수혜자는 '이효리'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효리 인터뷰를 보고 이효리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효리가 하고 있는 동물 보호 캠페인이 알려지는 데 한몫을 했고, SBS <힐링캠프>와 최근의 저서 <가까이>에 이르기까지.그 출발점은 <어깨동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읽었다. 오일수 씨는 <어깨동무>의 매력이 "김제동의 인간관계, 인맥 구축능력, 공감능력의 탁월함"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영향력있는 유명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말하고 내면을 표현하도록 끌어내는 능력"은 바로 꾸준한 독서와 성찰,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길러졌을 것이다.



소셜테이너에 대해서 생각한다


하지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어깨동무>의 주된 독자는 얼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쉬워진다. Ryan Kim 씨는 이 책을 읽으며 "일반인인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운 많은 유명인이 형이요 누나요 동생"이라는 점만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 방식은 1권에서 이미 보여주었기 때문에 신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1권과 달리 주제의 폭을 넓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문학(공지영), 비평(백낙청), 언론(김어준, 홍구/서해성), 정치(안철수, 문재인, 곽노현), 종교(법륜스님)를 넘나드는 인물과의 인터뷰는 메시지의 무게감을 실어 주었다. 특히 독자들에게 인상을 주었던 부분은 백낙청 편이었는데, 안선희 씨는 "어렵던 선생님이 갑자기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만난 이웃집 어르신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좋아했다. 남북문제, 세대갈등, 이념갈등도 이렇게 서로가 마음을 활짝 열고 풀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콧날이 시끈했다.


소셜테이너는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을 말하는 신조어이지만, 김제동 식 소셜테이너는 분열된 사회를 웃음으로 모아내는 힘을 발휘한다. 장재호 씨는 "좌,우로 갈린 이 사회구조에서 서로 할퀴고 상처주고 하는 폭력의 장에서 스스로 양극을 치료하는 치료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평가했다.

한편 소셜테이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성동식 씨에게 김제동은 "고마운 사람임과 동시에 뭔가를 빚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 그래서 가끔은 살짝 떨쳐내고 싶은 사람"이다. 언론매체, 특히 사회면에 거론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고 미안해져서 모르는척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것은 소셜테이너 김제동에게 하나의 숙제와 같다. 사회적인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사회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밀어내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명 '부동층'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다가갈 때는 섬세하고 정교하게 접근하며, 논리보다는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그들 스스로의 일상에서 조심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김제동 씨, 대학생들 이야기 많이 들어주세요


나는 그 답이 <어깨동무> 안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1편 밖에 없어서 아쉬웠지만 <어깨동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편은 '이소현,윤호산 편'(대학생)이었다.

군 복무를 거의 마치고 복학을 앞두고 있는 김현 씨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2명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남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도 곧 제대하고 복학을 하게될텐데 국립대라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치다보면 어쩔수 없이 대출을 받게되고 아르바이트를하게되고 정작 공부는 뒤로 미뤄지게되겠지요." (김현 씨)


김홍기 씨도 "일반인 대학생 이소현, 윤호산씨의 인터뷰를 넣은 것은 만남에서 어깨동무한 것처럼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이 독자들이 듣고 싶은 목소리가 아닌가 싶었다.

너무 아쉬워서 검색창에 '김제동의 똑똑똑'을 쳐봤더니 올 4월 12일 마지막 편을 끝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편은 <어깨동무>에는 없는 '탈북 청년들 편'이었다.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아이들의 언어로 다가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아이들의 언어를 사용해서 마음을 건드려주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특히 이 부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제동 = 그때를 생각하기도 싫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녀야했겠다.
혜정 = 다시 생각하기 싫죠. 그리고 거의 굶었어요. 짐이 무거우면 이동이 불편하니까요. 올 6월이면 만 2년이 돼요.
제동 = 애썼다. 그런 힘든 일이 안 일어났더라면,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할 필요없이 살 수 있었다면 가장 좋은 일인 건데. 그렇지만 작가를 꿈꾸는 혜정이 너에겐 이 아픔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어떻게 너희들이 겪은 고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니.
혜정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위로가 되고 힘이 돼요.

- 김제동의 똑똑똑 (42) '탈북청년들' 편


책의 특성상 신문의 연재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을 인터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제동의 책은 김제동의 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책의 주인공이 일반 독자들이 될 때, 즉 일반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야기,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때 마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음 시리즈의 기획까지 던져줬는데, 뭔가 떡고물이 떨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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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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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따라서 행동하면 원망이 많아진다
- 논어 4-10

박에스더는 내가 인상 깊게 본 세 번째 여성 저널리스트이다. 비록 만나본 적은 없지만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를 통해서 보여준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 글을 읽는 데 설득력을 주고 있다. 첫 번째 저널리스트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으로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오래 하다가 시사저널 사태 때 기자들을 거들었다가 고소고발 당하고 홀연히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걷기 여행을 떠나더니 돌아와서는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다. 지역경제는 물론 웰빙과 비즈니스 등 사회경제적 부분에 대해서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번째 저널리스트는 시사인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은남 기자다. 김훈 작가가 시사저널 편집국장 시절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자이지만 시사저널 사태를 당하면서 모진 풍파를 다 당했다. 김 편집장은 시사저널 노조 지회의 지도부에 있었고, 나는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인연이 이어졌다.


박에스더 기자는 1997년부터 기자 생활을 해서 경찰, 법조, 국회, 아프가니스탄 전쟁 현장까지 국내외 곳곳을 누비고 정치인, 관료, 기업인 등 굵직한 인물들을 만났다. 이 경험과 특유의 감수성으로 지금 우리들의 대한민국과 다른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있다니 궁금해졌다.

특히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남편에게 매 맞고 캐나다 남편에게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고생하다가 끝내 암 선고를 받은 아는 언니의 이야기, 이혼남과의 관계에서 아이를 갖게 된 친구가 남자친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혼모로 살아간 이야기는 경험에서 우러난 맛을 더했다. 박에스더 기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아는 두 기자를 데려온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왠지 모를 사무적인 느낌과 선뜻 동의되지 않는 생각들이 행간에 보여서 읽는 데 불편했다. 그게 무슨 느낌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저자인 박에스더가 만난 인사들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유명인이거나 힘이 센 사람들이 아닌가. 그리고 박에스더 기자 또한 힘센 사람들 축에 들어간다. 앞의 두 기자는 직장에서 잘려 1년 넘게 길거리 밥을 먹어보기도 하고, 자신이 오랜 세월 몸담던 매체를 장례지내기까지 했다. 이 밑바닥 경험은 문장에 깊이 배어 있다. 박에스더 기자의 책에는 이런 시련의 감성이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 사건에 대해서 언론이 아무리 상세하게 보도한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과 행간에 담겨 있는 정서와 의미를 찾기는 어려운 것처럼 박에스더 기자의 글에서도 언론 기사가 보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라는 책에서는 청소부, 외판원, 방문교사, 알바생 같은 바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꼭 밑바닥 경험을 해보아야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주장에 동의하기에 박에스더가 밑바닥을 향해 건넨 손이 예쁘게 보인다. 자기성찰과 의지에 한표를 주고 싶다. 박에스더 기자의 손은 낮은 곳에 있지 않지만, 낮은 곳으로 건네고 싶다는 마음만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에 대한 느낌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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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
김용진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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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4~10] 1.정치 : 위키리크스로 본 대한민국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 2. 언론 :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우리나라 언론의 행태를 보면 노엄 촘스키의 '선전모델(propaganda model)'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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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
김용진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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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을 읽은 페이스북 이용자들과 함께 댓글을 달면서 함께 읽기를 진행했다. 리뷰와 댓글을 보태니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독자가 화가 난 까닭은?

 

위 키리크스가 251,287건의 외교문서를 폭로한 이후 대한민국에서 새로 18만건의 외교문서가 공개되었다. 위키리크스에 침묵하던 언론은 이번에는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폭로자가 위키리크스가 아니라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다. 그것도 1981년 외교문서다. 20년도 더 지난 외교문서에 수많은 언론이 열광한 이유는 뭘까?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개마고원, 이하 '그들은')을 읽은 15명의 독자들은 59개의 댓글을 달며 함께 읽기에 참여했다.(바로가기). '그들은'은 미국 외교 전문 속에 비친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인, 관료들의 모습을 현직 기자가 탐사 저널리즘의 전문성과 열정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용진 기자의 이력보다 이 책을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옛이름이 되어버린 [미디어포커스]의 데스크와 KBS 탐사보도팀장을 역임했으나 MB정권때 프로그램이 폐지당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부산으로 전보되었다가 다시 울산으로 옮겨졌다. 마치 누군가가 보기 싫다고 자꾸 밀어낸 것처럼 저자는 서울에서 점점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밀려났다.

책 을 읽은 박정희 씨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를 조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세교 씨는 더 나아가 "절반 정도 읽었을 뿐인데도 참담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외교정책이 국익보다 국민을 상대로 한 프로파간다에 주안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오일수 씨 역시 "책을 읽는 내내 이렇게 분노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영미 씨 표현대로 "이렇게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떤 대목에서 화가 났는지는 가지각색이지만 내가 책에서 화가 난 점을 다섯 가지만 꼽자면 아래와 같다. (괄호는 책의 쪽수)

 

1. 미국 정부의 FTA 재협상 입장을 확인하고 동의했으면서도 국민들에게는 '재협상은 없다'고 외치는 사이에 FTA 재협상 당사자들은 미처 대응할 기회를 놓쳐버렸다.(275)

2. 남북 대치는 정권 초기부터 정해진 입장이면서 대통령이 이 상황을 편안하게 여겼으면서도 정부는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북한이 어깃장을 놓았다는 식으로 몰고 갔다. (325)

3. 정부는 국민에게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미국에게 배우처럼 연기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연기를 해준 대가를 지불했다. (113)

4. 2007년 9월 7일 故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복수의 '정보원'(사실상 간첩)들은 미국에 대응할 대통령의 필승카드를 누설함으로써 쇠고기 시장을 매우 불리하게 만들어버렸다. (336)

5.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주한 대사는 "한국 새 정부의 생각을 주조하고"라는 표현을 썼다.

 

서준규 씨의 절규가 가슴을 찌른다. "대한민국은 자주와 민주가 있는 나라잖아요. 국민 모두가 그런 생각으로 이 땅에 살고 있지 않나요?"

 

 

▲ 포털 검색에서 1981년 외교문서를 쳐보면 관련기사가 3페이지가 넘어간다. 2012년에 언론은 왜 1981년의 외교문서에 이렇게 큰 관심을 나타내는 걸까?

 

[논쟁] 정권 교체 VS 국민 변화

 

책 을 읽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한국 정부의 영혼 없는 사대주의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주장과 정권교체보다 더 본질적인 국민의식의 문제라는 주장이 부딪쳤지만 이 두 가지는 상호적이기 때문에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다.

김 재원 씨는 이 책을 "정권교체를 위한 필독서"라고 불렀고 오영미 씨도 이 주장에 동의하며 "정권교체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문성 씨 역시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은 한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류 정치집단이며, 이들은 뭐 하나 탐욕적ㆍ음모적이지 않은 게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 좀더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정철희 씨는 이 책을 "국민의식전환용 필독서"라고 불렀다. 권오철 씨는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이 나라는 새로워질 수 있을까요?"라고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이현석 씨가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위키리크스로 본 관료들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때 잡음이 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미국의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외교정책과 국내 권력자들의 권력욕,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맞아떨어진 데다, 론스타 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까지 가세한 4각의 편대가 완성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압제는 점점 더 세련되어 지고 숨겨져서, 그 모양새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배범호)

세련된 압제는 일정 정도 역사적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김진태 씨는 현재의 미국 외교 정책은 미국의 창건자 중 한 사람인 해밀턴의 중상주의, 즉 "돈이 되면 뭐든지 한다"는 기조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주한 대사관이 론스타 문제와 무기 판매 문제에 그토록 집착한 이유다. 한국 역시 김세교 씨의 지적처럼 신라시대에는 당나라, 조선시대에는 명나라,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일제, 미군정, 미국정부에 기생하던 노예근성이 천여년 동안 반복되어 왔다.

 

 

위키리크스로 본 한국 언론의 자화상

 

박 준 씨가 제기한 정보비대칭 문제도 음미해볼 만하다. 정보공개를 최대한 하는 외국에 비해 한국 정부는 정보를 꽁꽁 숨겨놓는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의 국익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박준 씨는 정보비대칭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국민이 나름대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위키리크스가 처음으로 외교전문을 공개했을 때 영국 주요언론지 가디언 등 글로벌 언론은 대대적인 검증 작업에 착수해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반면 우리 언론은 그다지 보도하지 않았다. 독자들은 이 점을 무척 이상하게 생각했다. 때문에 김재원 씨는 주류 언론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저자인 김용진 기자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위키리크스의 정보들이 현 정권에 타격을 주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보도를 꺼린다. 이는 현 정권과 주류 언론이 사실상 공동 운명체라는 말이다.

둘째, 전문성의 약화에 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정부 광고를 끊거나 기업에 압력을 가해 기업광고를 끊는 등의 방식으로 비판 언론사에게 큰 타격을 준다. 그리고 김용진 기자의 경우와 같이 언론사 내에 탐사보도를 하는 조직이나 개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언론의 손과 발을 잘라버린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은 기자정신과 탐사 저널리즘의 전문성, 애국심 등 기자가 갖춰야 할 모든 점을 두루 갖춘 저널리즘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기자를 하나의 직장인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기자 지망생이라면 큰 영감을 받을 것이다.

언 론의 진화된 모습을 읽어낸 독자도 있었다. 이희진 씨는 [닥치고 정치]와의 비교를 통해서 "[닥치고 정치]가 저자의 추론에 근거해 아니었으면 좋겠으나 아마도 그랬을 것이 뻔한 이야기들의 아귀를 끼워맞춰 개안으로 이끌었다면, '그들은'은 그 추론을 방증할 만한 얘기들을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닥치고 정치]와 '나는 꼼수다'는 언론 전체에 대한 에디팅과 쇼(난장)의 결합이다. 기사의 편린들을 모아서 모자이크를 짜맞추지만 '~라고 추정되는'을 많이 사용하기에 소송 등 외부공격이 잦다. 하지만 '그들은'은 위키리크스라는 새로운 언론의 모델과 정통 탐사 저널리즘의 만남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경우다. 폭로된 외교전문 자체를 부정할 수 없으며, 이를 토대로 한 기사 역시 부정할 수도 공격할 수도 없다. 나는 '그들은' 같은 모델이 종국에는 더욱 파괴력을 발휘하고,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함께 읽기를 진행하면서 독자들의 생각을 하나씩 보태어 보았더니 무척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음을 느꼈다. 우리는 하나 하나가 대단히 중요한 정보원일 뿐만 아니라 국가도 무시 못할 만큼의 권력이다. 단, 연결돼 있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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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1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2-03-22 07:32   좋아요 0 | URL
진심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답답합니다...
 
영화와 함께 보고 싶은 외국원작소설
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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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김민희의, 김민희를 위한, 김민희에 의한 <화차>




 

▲ 변영주 감독이 7년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 <화차>(왼쪽), 영화의 동명원작 미스터리 소설 <화차>(오른쪽) 두 작품은 동시에 개봉과 재출간이 이루어졌다.

2월 22일 오후2시 용산CGV에서 흥미로운 영화 <화차>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극장 아래에 위치한 용산역은 영화 <화차>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긴박하게 펼쳐진 상징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영화 <화차>는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전화 한 통화를 받고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사건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충격적인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변영주 감독이 7년 만에 연출한 영화로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일명 미미 여사)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미미 여사의 작품이 영화화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원작의 완성도를 재현하기 위해 변영주 감독은 무려 3년 동안 10고에 이르는 시나리오 퇴고를 거듭하고 70여곳을 로케이션(장소 섭외)했고, 한 장소에서만 무려 30번 넘는 현장답사를 했다. 이러한 흔적이 영화에 남아 있다.

[김민희의] '이선균의'가 안 된 이유

 

이 글은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소설 <화차>(문학동네)를 읽고 두 작품을 비교하며 쓴 리뷰다. 따라서 영화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을 '책'이라는 창으로 바라봤다.

<범죄와의 전쟁>이 최민식의 영화라면 <화차>는 김민희의 영화다. 미유키 원작소설 <화차>의 주인공 중에서 영화가 창조적으로 그려낸 인물은 김민희가 독보적이다. 김민희 고유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영화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김민희의 연기가 성장했다는 느낌이었다.

이선균의 영화가 되지 않는 까닭은 이선균이라는 배역 자체가 원작에서 워낙 적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원작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영화로서는 아무래도 원작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은 인물에 작가적 상상력을 불어넣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김민희를 위한] 이선균으로서는 안타깝고 아쉬운...


사실 영화 <화차>가 이선균을 위한 작품이 될 경우의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랑했던 여성과의 시간을 부정당했다는 것은 이선균이 추적을 끝까지 할 수 있는 동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이 영화에 잘 그려지지 못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고 간 배역이 작품에 대한 시차를 방해했다는 느낌도 든다. 이선균으로서는 여러 모로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김민희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빼앗아야 하는 절박성이 충분히 설명되었다. 원작이 여주인공의 개성 넘치는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변호를 하는 반면, 영화는 주인공을 타자화시킴으로써 불가피함을 납득시킨다. 김민희는 연기로서 이것을 잘 표현했다. 따라서 영화 <화차>는 김민희를 위한 작품이다.


[김민희에 의한] 변영주 감독의 '선택'


영화의 이야기가 김민희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애초부터 영화 등장인물들이 사라진 김민희를 추적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휴직 형사(영화는 퇴직 형사)와 그의 가족, 이웃, 추적 과정에서 만난 사연 많은 동창생, 죽은 개로부터 실마리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자잘한 사정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기에는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래서 감독은 오로지 김민희라는 창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는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정신은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화차>는 1990년대 일본의 개인 신용불량과 카드채 사태를 모티브로 다루고 있는데, 2012년의 대한민국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그 동안 사회활동에 깊숙이 관여한 변영주 감독이 탐낼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흔히 '의미'와 '재미'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은데, <화차>의 경우는 의미와 재미가 겹치는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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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2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김민희 연기가 눈에 별로 안 들어오던데.
아주 괜찮게 봤나 보구나.
이번에 책 함 읽어볼까 하는데 영화는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알라딘 시사회 한다고 해서 신청은 했다만 될지 모르겠어.ㅋ

승주나무 2012-02-27 13:41   좋아요 0 | URL
꼭 됐으면 좋겠어요^^원작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여자 주인공에 시선이 맞춰져 있어요. 소설은 교쿄, 영화는 선영(김민희 역)

프레이야 2012-03-02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와 재미가 겹치는 독특한 위상, 이 한 마디로 '화차'가 더욱더 기대되어요.^^

승주나무 2012-03-09 02:0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오랜만입니다. 요새 카피감을 키우는 중이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