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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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다"는 마른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국립국어원)라는 뜻입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최고의 능력자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틀에 일부러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다릅니다.
진보와 보수, 맞음과 틀림, 아군과 적군... 흑백논리가 사라진 것 같은가요? 현대사를 지배하는 논리, 지금 현실을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힘센 논리의 이름입니다. 저는 이것을 '초단순 증후군'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소송 전문 금태섭 변호사가 검사 시절 경험과 변호사 경험, 그리고 관련된 독서경험을 버물여 쓴 <확신의 함정>(한겨레출판사)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현대사와 현대 한국정치를 보면서 알지 못했던 비밀을 한 가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초단순화를 집착하는 사이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 단적인 예로 성폭행범을 거세했다고 해서,  신분을 공개했다고 해서 성폭행 사건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금태섭 변호사는 비판했는데요. 오히려 처벌법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자기 위안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하네요.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인권감수성'에 대한 주제를 다룹니다.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불편한 문제를 다루지만, 이것이 불편한 까닭 역시 우리의 초단순 증후군 때문입니다. <확신의 함정>은 독서광의 책이야기, <불편해도 괜찮아>는 영화광의 영화이야기가 다루어지니 책과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저는 '초단순 증후군'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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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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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유익한 동양고전은 없을까
 
고전은 어렵습니다. 동양고전은 특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동양고전을 쉽고 재밌고 유익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면을 오랜 시간 들여다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예 컨대 유가와 도가와 불가를 아울러 보려면 모로하시 데쓰지 선생이 100살 때 쓴 <공자노자석가>(동아시아)라는 책을, 논어만 보고 싶다면 남회근 선생의 <논어별재>를 보면 됩니다. 다만 모로하시 데쓰지 선생은 일본인을 위한 동양사상을 정리했고, 남회근 선생은 중화민족을 향해 공자를 서술했습니다.
 
동양의 사성(史聖) 사마천은 동양고전, 특히 공자를 깊이 이해한 역사가입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의 영웅들을 재밌는 이야기로 되살렸습니다. 때문에 그의 책은 재미와 의미가 한데 담겨 있습니다. 사마천을 평생 좇으며 연구하고 취재한 한국인이 있습니다. 김영수 선생은 사마천 고향에서 명예촌민증을 받을 정도로 사마천 사랑을 인정받았습니다.


김영수 선생은 비즈니스와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사마천을 이와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해오신 분입니다. 그 분이 비즈니스맨들을 위해서 가장 쉽게 사마천을 쓴 책이 <난세에 답하다>(알마)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역사와 역사 현장, 현실을 오고 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동양고전에게 좀더 가까이 가르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의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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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 Edition 2
현대카드 외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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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회사 맞아?

 

현 대카드는 대기업이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카드 회사다. 대기업과 카드회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혀 있다. [PRIDE](이야기나무)를 함께 읽은 페북 친구 Hongki Kim 씨는 "웬지 한국의 대기업 문화하면 폭탄주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PRIDE]에 소개된 현대카드의 사내 분위기는 겉모양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다른 대기업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스타일'이었다. 요새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달리고 있는 '강남스타일'처럼 스타일이 있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식과 사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1mm 모서리다.

 

지 갑을 열어 보면 플라스틱 카드가 여러 장 보인다. 모서리를 자세히 보면 둥글둥글하다. VISA와 MASTER사의 규격을 따른 방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카드는 조금 뾰족하다. 1mm 정도 모서리를 다듬었다고 한다. 이 모서리를 다듬기 위해서 대형 카드사와 협의했고, 모든 ATM기에 똑바로 들어가는지 기계 테스트를 거쳤다. 현대카드 ZERO의 탄생배경이다. 1mm 모서리는 [PRIDE]에 비춰진 현대카드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 대카드는 카드 회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톱스타의 내한공연을 연거푸 성사시키는 공연 기획사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디자인회사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카드는 건물의 외양이나 사소한 문구류까지 직접 제작해서 사용한다. 자신들의 방식에 대한 자신감이자 고집이다.

 

자 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참 재밌는 일이지만 번거롭다. 하물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사라면? 매사에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테일과 실력이 근거가 되어 줘야 한다. 디테일과 실력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 "껍데기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회의실에 페이퍼롤부터 직원들을 챙기는 세심함은 경험자를 배려한 흔적이 돋보인다."(구유리)는 평가는 쉽게 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람 중한 줄 아는 회사"(구유리)라야 한다. 독자들은 "격이 있는 조직은 신뢰와 염치가 있다"는 문구를 인상 깊게 읽었다. 현대카드는 '일하는 방식'까지도 팔 수 있는 회사다. 이 책의 부제는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이다.

 

독자들이 가장 인상적인 구절로 입을 모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는 집착하면서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는 무관심합니다, 이것이 핵심인데 말이죠."(318)

 

 

사보의 추억

 

[PRIDE] 책은 첫인상이 참 독특하다. 대체로 단행본은 223*152mm (A5) 규격을 많이 쓰는데, 이 책은 180*130mm로 제작됐다. 포켓사이즈라 휴대학 편하다. 책 안에 소개한 인용문 중에서 "첫인상을 만들 기회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301)는 알 리스의 말이 눈에 띄었다.

 

각 장마다 일러스트와 체크리스트는 이 책이 실전 가이드로서 쓰이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져 있다.  장재호 씨는 "군더더기 없는 편집"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PRIDE]의 태생 과정은 유명한 일화다. 원래 사내 교육을 위한 사보로 제작되었는데, 협력 업체에게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탔고 단행본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케이스다.

 

눈 밝은 독자들은 사보와의 차별성과 사보의 한계를 동시에 간파했다. 이 책이 사보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까닭은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전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진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장재호) 있기 때문이다. 진리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통념과 상식이다. 보안은 원칙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거나, 성희롱의 판단기준은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느냐 같은 상식이 업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지는 것이다. 원칙을 세우기는 쉽지만, 집요하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게 바로 상식이다.

 

하 지만 사보로서 가지는 한계도 분명하다. Clara Jung 씨는 "애초 사보로 제작되었던 만큼 홍보성의 느낌이 강한 것은 읽는 내내 조금씩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홍보성이 있다는 말은 마치 성공한 기업가나 지도자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PRIDE]가 사보의 한계를 완벽하게 넘어서려면 장재호 씨의 말처럼 보편성을 향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독자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예 컨대 프라이드가 무엇일까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자신의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최고의 답변'을 공란으로 해놓고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준다. 현대카드가 프라이드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성공한 것과 실패한 것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독자들과 주제를 공유하였다면 사보 이미지도 극복하고 홍보 효과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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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과학 여행
제프리 베넷 지음, 이강환.권채순 옮김 / 현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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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명에 물고기가 있다. 이름은 곤이다. 곤은 크기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새의 이름은 붕鵬이다. 붕의 등 넓이도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붕이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을 가득 덮은 구름을 연상시킨다. 붕은 바다 기운을 타고 남명으로 옮아가려 한다. 남명은 바다이다.
- 장자, 내편, 제물론, 소요유


한 주 동안 차분히 우주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우주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이고, 과학적 관점으로 질문을 던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제프리 베넷의 <우리는 모두 외계인인다>(현암사)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칼 세이건과 스티븐 호킹을 읽을 만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탈레스, 데모크리스토스, 아낙시만드로스, 엠페도클로스.. 철학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소크라테스 이전 시기의 철학자들이 나오는 시기였습니다. 흙, 물, 불, 공기 같은 기초 원소로 우주를 설명하는 모습은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시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인간은 자연이 낳은 존재이므로 자연의 성질을 타고났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그 옛날이야기가 엄밀한 과학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적어도 지구와 같은 행성이 희귀한지 흔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해서는 2천년 전의 원자론자들보다 별반 나을 것이 없다”(363)는 과학자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인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가 얼마나 절묘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외계인’을 주제로 다루지만, 단지 ‘외계인이 있나 없나?’에 답변하는 게 아니라, 질문 자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몸소 보여줍니다. 즉,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묻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질문들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과학자의 ‘위엄’을.

저자의 독특하고 다이내믹한 이력을 살펴보는 것도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물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나중에 천체물리학으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교재를 만들고 과학학교를 운영했던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역사와 예술,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이 웅숭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솔직히 저자에게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어가 어렵지 않다? 적당한 그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습니다.(314)

논두렁을 굽이치는 논물처럼 주제의 주변까지 세심하고 정확하게 훑어 내려오는 게 바로 ‘과학적으로 질문하기’구나 하며 크게 배웠습니다. 특히 케플러의 ‘8분각’ 이야기는 이 책의 대원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소름끼쳤습니다. 자신의 스승 티코가 남긴 천문학 자료의 8분각 오류(1도를 60등분했을 때 8/60, 즉 0.133도)를 무시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천문학을 새롭게 완성하고 나서 남긴 말이 압권입니다.

“이 8분 각은 천문학을 완전히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케플러)

천문학이 나의 인생과 무슨 상관? 이러고 덮어두는 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서식하는 동네 차원의 생각과, 국가 차원의 생각, 세계적 차원의 생각은 다릅니다. 세계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차원에서 생각할 때 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이라는 종, 지구라는 별, 태양계. 이 모든 것을 우주의 눈으로 봤을 때는 이전에는 안 보이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당연히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개념도 확실히 탑재되고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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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 - 불평등이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초상
뉴욕 타임스 지음, 김종목.김재중.손제민 옮김 / 사계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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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 걸까.

 

<당신의 계급사다리는 안전합니까?>(아래 <계급사다리>)는 근래에 보기 드문 르포르타주이며 <뉴욕타임스>가 '저널리즘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고의 기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주제를 맡긴 가장 높은 수준의 야심적인 저널리즘 실험'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하지만 사회 현실을 그려내기에는 언론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봐야 한다. 언론은 아무리 빼어나게 기록해도 현실의 모자이크밖에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자이크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현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책에 접근하기를 권한다. 미국 독립만화의 전설인 세스 토보크먼과 뉴욕타임스 사이에서 있었던 연재 중단 사건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설명해 준다. 토보크먼은 자본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모습을 소신 있게 그렸는데, <뉴욕타임스>는 그의 만화를 더 이상 싣지 못헀다.

 

"세스 토보크먼의 작품을 <뉴욕타임스>에 더 많이 실으려 했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 급진적이었다. 그는 자본과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제렐 크라우스·<뉴욕타임스> 전 아트 디렉터)


언론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체제 유지'다. 만약 언론이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광고를 줄 이유가 없고, 권력은 안전을 보장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예컨대 <계급사다리>에서 '<뉴욕타임스>가 계급 문제를 꼬집은 것을 대단한 일인양 요란을 떠는 이유가 뭘까?'라든가 '초 부유층(hyper rich) 문제를 건드리는 것 같더니 싱겁게 빠져나온 이유는 뭘까?' 같은 질문을 던져 보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사회가 이 지경으로 됐다면, 일을 벌인 '주어'가 있을 텐데 <계급 사다리>는 주어 부분이 빠지고 술어 부분만 표현되고 있다. '숨은 주어 찾기'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세상이 나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

 

다행히 페이스북 친구들이 책의 빈틈을 많이 메워 주었다. 구유리씨는 미국의 지성 노엄 촘스키의 책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에 나온 구절을 인용했다.

 

"기업계와 정부 고위층은 계급을 인식하고 거론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계급의 차이 같은 것은 없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이에 비해 <계급 사다리>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계급'이란 말이 금기시 되고 있는 모습을 그려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계급차를 느끼지 못하며, 느끼더라도 계급상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에 차 있다. 그 외에도 <계급사다리>는 평소에 알려진 사실과 다른 현실을 보여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교육'이다. 미국은 소수계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전통이 현실에서 튕겨져나가는 모습을 <계급 사다리>는 잘 보여준다.

 

"2004년 미국 교육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저소득층 학생들의 5년 내 졸업률은 4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고소득층 학생들의 졸업률은 66퍼센트에 달했다. 둘 사이의 격차는 최근 몇 년간 더욱 커지고 있다."(본문 137쪽)

 

졸업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학위가 연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계급사다리>에 따르면 미국에서 4년제 학위를 받지 못한 40대 초반 남성의 평균 연봉은 4만2천 달러인데 비해, 4년제 대학 졸업자는 평균 6만5천 달러를 벌고 있다(본문 139쪽 참고). '뒤늦게 계급의 한계를 깨닫고 다시 대학교 진학을 꿈꾸는 한 가정의 가장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은경씨는 "그나마 예전에는 '교육'이 계급상승 기회 중 하나였는데,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대학중퇴하는 하층·중간계급이 늘어나면서 다시 추락해버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휴학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면서 끝내 졸업하지 못한 대학생의 사례가 사회 문제로 된지 오래됐다. 미국의 사례 중 다행스러운 것은 하버드 대학과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 등 몇몇 대학에서 졸업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나름대로의 문제파악을 하고 실천해 나가는 대학의 모습이 부러웠다.


독자들 반응 한마디로 "답답하다"

 

페이스북 친구들은 <계급사다리>에 감정이입을 심하게 한 것 같다. 공정무역 회사에 입사한 27세 청년이라고 소개한 Eunji Park씨와 아르바이트, 학교실험실장 일을 하고 있다는 25살의 조병훈씨가 생각하는 '미래'는 무거운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나의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길이 과연 평탄만 할 것인지'(Eunji Park) 의심을 하고 있었다. 안선희씨는 "계급화된, 그리고 고착화 가속은 더 심화된 우리 사회의 슬픈 초상을 맨 얼굴로 대면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해서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성은씨는 "읽고 난 후 깊은 한숨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계급사다리>가 계급의 네 가지 카드로 제시한 '교육·소득·직업·부'를 자신의 처지에 맞게 '교육·결혼·소비'로 나눠서 답답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신분상승은 정말 우담바라 피는 것보다 더 엄청난 확률"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책을 읽은 친구들이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며 답답해하고 감정이입을 심하게 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은경씨는 "리포트에 나온 미국현실의 여러 모습들이, 한국에서의 그것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유리씨는 아예 책의 사례와 비교되는 우리의 모습을 나열하기도 했다.

 

<계급사다리>에 그려진 모습

 

▲ 시골의 빈민층에 속해 살다가 부모의 문제로 위탁아 신세로 살던 여자 아이가 사촌들의 구원으로 인해 로스쿨에 진학하고, 그로 인해 신분상승을 하지만 자신의 과거로 인해 항상 위축돼 있는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
▲ 대학에 진학 했지만 돈 버는 것이 좋아서 자퇴를 하고 마트에서 열심히 일하다 뒤늦게 계급의 한계를 깨닫고 다시 대학교 진학을 꿈꾸는 한 가정의 가장 이야기.
▲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바다를 건너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 옮겨다니는, 이미 출세의 황금시기를 놓쳐버린 멕시칸들의 이야기.

 

우리의 모습

 

▲ 식당에서 서빙하시는 조선족 아주머니들 뿐아니라 우리의 어머니들.
▲ 추위와 더위 속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분들.
▲ 길거리에서 나물 파시는 것만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사시는 할머니들.
▲ 학자금의 부담과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하여 자살하는 미래의 꿈나무들.

 

마태호씨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이민을 갔던 것 처럼 한국에도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오는 많은 사람들이 그 드림을 이뤄야 하는데, 한국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는 말로 한국과 미국의 유사점을 꼬집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온 교수들이 대학을 지배하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듯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미국을 닮아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미FTA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지 모르겠다. 책을 함께 읽은 페이스북 친구들은 <계급사다리>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문제와 거의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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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2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