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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이즈미 씨가 독특한 논리법을 개발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의 복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즉 제복을 입고 참배에 오른 것이 위헌의 이유이므로, 위헌 판결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사복을 입고 참배하면 된다는 것이다. 복장 하나만 가지고 총리가 되었다 민간인이 되었다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것을 좀 더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만약 의회에서의 발언이 물의를 일으켰다면 사적 총리로 회피하는 것이 굉장히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하기 전에는 정복의 단추 하나를 풀어둔다. 여론이나 해당 정당, 국가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궁지에 몰렸을 때는 가차없이 "공적 총리는 정복의 단추 다섯 개를 다 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발언을 할 때 단추를 네 개밖에 매지 않았기 때문에 사적 총리로서 발언한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 발언에 대해서 해명해야 할 하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고이즈미 씨는 이 방법은 한국에도 대단히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접한 한국의 어떤 특별한 사람들은 이 논리법이 매우 유익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지난 국감 때 술자리 폭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모 당의 모 의원은 이 논리법으로 구제를 받게 되었다. 즉 자신은 폭언을 할 당시 양복을 입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그의 국민들은 고이즈미 씨가 언제는 총리이고, 언제는 '고이즈미 할아버지'가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총리'라는 직함을 포기하고 아예 그를 민간인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 고이즈미 씨는 자신이 사적 총리로서 발언을 할 때는 반드시 눈에 확연히 드러나도록 단추를 풀겠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긴 힘들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 논리법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즉 이 일이 예상치 못하게 고이즈미 씨의 정계 은퇴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명당의 한 의원은 "고이즈미가 사적 총리 개념을 활용한 순간 공적 개념으로서의 총리는 끝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이것이 그의 정치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고백했다.

고이즈미 씨의 참배와 거의 같은 시각에 일본의 한 대학생이 자신의 국적 부정을 선언했다. 만약에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일본인이며 대학생인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모두 포기할 것이며, 나의 이 행동에 대한 법적 권위는 고이즈미 씨가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며, 특히 많은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는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을 끌어안고 치열한 자기 모순을 극복해 상생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해야 하며, 중의와 소신이 부딪혀 자신의 소신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자신이 소신을 포기함이 모순되지 않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씨는 오늘도 유난히 주머니가 많이 달린 흑색 정복을 입고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오늘도 역시 그의 정복 단추 하나가 풀려 있는 채로...

* 다음은 동화 1편에서 소개되었던 쇼페인트와 함께 '시계혁명전'이라는 독특한 전시회를 다녀온 일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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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알라딘 우수리뷰로 뽑혀서 영어책 두 권을 사게 되었습니다. 고맙고 즐겁기도 해서 내친 김에 서재도 정리하고, 알라딘 가족들과 이야기도 나눌 겸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만남에도 형식이 있어야 하기에, 동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동화는 처음 써보지만, 제가 쓰는 장르는 퓨전 동화입니다. 시사와 철학에 무게를 실어서 써볼 예정입니다. 호응이 괜찮아야 할텐데. 이 글은 원제가 '생명의 기원에 관하여'인데, 너무 거창해서 스토리의 주제에 맞춰 바꾸었습니다.

몽상가 쇼페인트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이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만 하다가 죽을 때도 곱게 죽지 못하는데, 도대체 사람이 태어난 의미가 무엇이란 말인가. 쇼페인트는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베아트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자, 비로소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베아트는 불행히 쇼페인트의 옆에 오래 있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쇼페인트는 처음의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보는 고통을 주려고 누군가 사람을 태어나게 하는구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베아트를 만나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중에 맞을 더욱 커다란 고통을 위한 과정일 뿐이야. 사기꾼의 수법처럼 처음에는 조그마한 이익을 주다가, 걸려들었을 때 왕창 빼앗아 가는 것이 세상의 원리야.

쇼페인트는 방랑자가 되었습니다. 세상도 가족도 국가도 나중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사기꾼의 미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든 관계를 버리고 방랑자가 되었습니다. 하염없이 걷다가 지치면 풀섶을 모아다가 한숨 자고, 또 걸었습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듯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본능에 따라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힘들면 쉬고..

그러다가 그는 몹시 추운 땅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이제까지 밟아온 어떤 땅보다도 추운 곳이었습니다. 너무 추워 한발짝도 떼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쇼페인트는 추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동굴이 있어서 거기서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동굴 앞에서 이상하게 생긴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쇼페인트가 가까이 온 줄도 몰랐습니다.

보르테르! 왜 자꾸 생명을 낳는 거야. 그의 생명이 다해서 죽여야 할 때 얼마나 소름끼치는 줄 알아? 그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겠지만, 마치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 같단 말야. 네가 반만 낳는다면, 나의 고통은 반으로 줄어들 거야.

그러자 듣고 있던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매르서스! 자네에겐 미안하지만, 여기는 너무 춥지 않나. 나는 불을 때는 것처럼 세상에 하나의 불을 낳는 거네. 세상을 밝히고 따뜻하게 하려고 한숨도 쉬지 않고 계속 생명을 만들어내는데, 만들어내면 만들어낼 수록 더 추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네. 새생명을 하나 낳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알기나 하나? 자네는 죽어가는 사람 옆에 있다가 숨통만 조금 건드려놓으면 되지만, 나는 내가 낳은 생명이 고통을 당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단 말일세. 힘들게 만든 불이 세상을 더욱 춥게 하고, 애써 살린 빛이 세상을 더욱 어둡게 할 때 쓰라림을 자네는 아는가? 제발 나를 괴롭히지 말게.

쇼페인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괴롭히며 태어났고, 평생 동안 괴롭히고 있다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테니까요. 쇼페인트는 보르테르의 고통에 압도된 셈입니다.

보다 큰 기쁨과 보다 큰 슬픔 안에서 쇼페인트는 자신의 자리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 졸속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 쇼페인트는 쇼펜하우어, 베아트는 베아트리체, 보르테르는 볼테르, 매르서스는 맬서스를 패러디했습니다.

특히 보르테르는 볼테르가 역설적으로 풍자한 깡디드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역설적으로 풍자해서, '모든 것은 최고의 것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것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사실로 받아들인 의미입니다. 맬서스는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조정하기 위해 기근이나 전염병이 필요하다고 한 사람이라서 그런 이미지를 좀 땄습니다.


다음 호에는 '고이즈미 씨의 私的 총리 개념'이라는 동화를 연재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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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승주나무 > 서재에 올리는 ttb2 광고에 대해서

오랜만입니다.  

서재를 간만에 꾸미면서 최근 읽었던 책을 ttb2를 통해 올려 놓았습니다.
블로그에 광고를 올린다는 것은 "클릭"을 유도하고 "구매"로 연결시키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ttb2나 구글 애드센스 같은 광고는 "클릭"에 치중돼 있고,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ttb2의 포맷을 건드려야 하지만,
책의 물류와 정보 유통 사이트로서
책에 관한 정보를 올릴 수 있게 한다면
구매와 더 가까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제가 올려놓는 책에 멘트나 링크를 걸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된다면
맘 놓고 책 링크 이미지를 올려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책 5권을 올려 놓았는데, 책 이미지나 그 옆에라도
올려놓은이가 책에 대해서 정보를 소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허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이런 계획이 있으신가요?

ttb2가 광고와 정보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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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승주나무 > ttb2 보너스 3만원이 또 들어왔네요.

ttb2에 관한 문의를 여기다가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안녕하세요. ttb2를 잘 쓰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운이 좋아서 더블이벤트로 30,579원을 받았습니다.
클릭수 50회 이상 달성 보너스까지 합해서 거의 7만원 가까이 수익금을 받아서 평소에 엄두도 못했던 책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블 이벤트는 첫 달에 한해서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달에도 더블이벤트 30,725원이 적립됐습니다.
제가 중복으로 보너스를 받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거나
착오라면 제 계정에서 얼른 빼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이 있기 전까지는 군침이 돌지만 손 안 대고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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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9-19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정말 대단하세요

승주나무 2008-09-23 13:13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닙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죠^^

Koni 2008-09-19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멋지세요.^-^

승주나무 2008-09-23 13:14   좋아요 0 | URL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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