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와 누나와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은 한 편에 담으려고 했던 에피소드인데, 쓰다 보니 말이 많이 붙어서 3편으로 나누었다. '화장실'이 세번 나오는 것은 당연히 세 가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마지막 세 번째가 하이라이트가 된다는 의미도 된다. 화장실 시리즈 마지막에 오고야 말았다. 지금까지 들려준 이야기는 서론에 불과하다. 지금도 이 이야기를 쓸지 말지 고민이다. 일단 '깍두기' 님이 누나의 명예를 보장해준다고 했으니까 마지막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나와 누나와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 - 엉덩이 이야기
그 때는 화장실에 관련된 이런 유머도 있었다.
병팔이는 맨날 화장실에 떨어진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화장실에 떨어지려 하면 팔을 벌리라고 했다. 화장실에 간 병팔이는 팔을 벌려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병팔이는 너무 좋아서 '만세!'를 외쳤는데, 그와 동시에 다시 화장실로 빠지고 말았다.
이건 시시한 유머이지만, 그 당시 어린이들이 얼마나 화장실에 공포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나도 실제로 화장실 그 구멍에 빠지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화장실에 빠지는 것은 사소한 공포이지만, 나는 화장실 곳곳을 기어다니는 '구더기'가 더 무서웠다. 누나의 손전등으로 화장실 안을 살피면서 구더기가 꼼지락거리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소문에는 구더기가 '사람의 살'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은 어린이에게는 꽤 큰 편이었다.
지금 하는 고백이지만, 살작 엉덩이를 대 본 적도 있다. 그 덕분에 안심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내 엉덩이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엉덩이'에 관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누나와 나는 화장실 안에서 많은 추억을 녹였다. 하루는 서로 급하다고 다투었는데, 결과는 함께 동시에 '하자'였다. 다음은 그와 그의 남동생이 나눈 대화이다.
누나 : 승주(아! 가명을 쓸 걸 그랬다)야, 근 데 둘이 하기에는 구멍이 너무 작은 것 같아.
나 : 아니야, 누나 엉덩이가 대빵 커서 그래. 나는 이렇게 조그맣잖아.
누나 : 구멍에 넣지 못하면 옆으로 샐 텐데, 그러면 또 청소해야 되잖아.
나 : 그럼 누나가 나중에 싸등가!!(짜증 좀 섞임)
누나 :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나 : 엉덩이 두 개를 같이 있으면 함께 쌀 수 없으니까, 내가 엉덩이를 누나 거 위로 해서 쌀게.
누나 : 그러다가 네 똥이 내게 묻으면 어떡해?
나 : 뭐 닦으면 돼지..(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누나 : 아니 그게 아니라, '똥독'이 그렇게 심하다잖아. 나 똥독 오르면 어떡해..
나 : 에잇! 그러면 누나가 엉덩이 올리면 되잖아. 내가 똥독 걸릴게. 빨리 싸기나 해
누나 :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나 설사란 말야. 니가 나중에 싸라..응?
나는 씩씩거리며 화장실 밖으로 나왔고, 화장실 밖에서 자꾸 '아직 멀언(멀었어)' '아직 멀언' 하면서 소리를 질렀고, 화장실 문도 자꾸 걷어찼던 것 같다.
누나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똥이 멈춰서 안 떨어져, 어떡해?'
그날 밤 긴 시간 동안 동생과 누나는 화장실 안팎에서 실갱이를 벌였다는 슬픈 이야기는 이로써 끝을 맺는다. 다음에는 좀 '청결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