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사만 알아도 띄어쓰기의 반은 넘은 셈 1


-체언과 용언, 어간과 어미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대부분 ‘띄어쓰기’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은 거창하게 ‘띄어쓰기만 제대로 해도 우리말의 대부분은 통달한 셈’이라고까지 합니다. 나도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어서 서점에서 두꺼운 ‘띄어쓰기 사전’이라는 것과 ‘띄어쓰기 편람’을 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정성들여 쓴 논술지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국어사전 하나면 띄어쓰기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두꺼운 두 사전을 놔두고 주로 국어사전을 보며 첨삭을 하며, 거기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한국어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이 ‘굉장한 마술사전’인 점에 대한 소개를 하기 전에 띄어쓰기를 게임이라 생각하고 룰을 정해보겠습니다.




우리말의 체계는 크게 체언과 용언으로 구분됩니다. 체언과 용언은 불교에서 말하는 ‘본체’와 ‘작용’에서 따온 말로, 체언은 문법상으로는 활용되지 않는 말, 즉 명사․대명사․수사 등을 가리킵니다. 용언은 오늘날 문법상의 술어로 ‘활용하는 말’이라는 뜻으로 이것은 다시 변하지 않는 큰 줄기인 어간(語幹)과 의도와 목적에 따라 자꾸 변하는 어미(語尾)가 있습니다. ‘한국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라는 말은 바로 어미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알지 못할 것도 없으나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기도 하다.




위 문장을 아리송하게 만든 범인이 바로 밑줄 친 문장이며, 그 중에서도 두목이 어미입니다. 첫 번째 밑줄 친 문장은 ‘못하다’로 끝날 수도 있지만 ‘할’이라는 어미가 문장이 끝나는 것을 방해하여 자꾸 말들을 불러 모읍니다. 두 번째 밑줄 친 문장도 ‘없다’로 세 번째 밑줄 친 문장도 ‘분명하다’로 끝날 수 있으나 뒤 문장이 자꾸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논술은 ‘어미’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학생들의 논술지를 보고 있으면 끊을 때 적절히 끊을 줄 아는 학생은 어미의 활용을 잘 하는 것이고, 만연체로 길게 늘어지면서 점점 논거의 힘을 잃고 급기야 자기 모순에 빠져 자멸하게 되는 것도 ‘어미’를 제대로 길들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품사의 가장 기초인 체언과 용언, 어간과 어미를 잘 기억해 두십시오. 용언의 어간은 체언과 같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같이 알아두면 좋습니다. 다음 장에는 이 주인공들이 점집에 간  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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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거리의 풍경

 

이제 논술을 보지 않고는, 웬만한 대학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되었다.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대학은 죄다 이 시험을 보고 있으니, 논술을 보지 않는 대학을 골라 들어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게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겁지 않고서는 무슨 발전이 있으랴.
지금까지 논술을 풀고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과, 그 선배들을 가르쳐온 선생님들과, 시험을 출제했던 선생님들이 과연 논술을 재미있게 하였는지 생각해 보자.
논술 시험 도입의 큰 뜻을 어찌 알랴마는,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상징되는 ‘교과서’를 벗어나,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곳곳에서 ‘타도 교과서’ 또는 ‘포스트 교과서’ 열풍이 심상치 않은 것은 논술 시험 취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다져진 ‘지식 위주의 교육 마인드’가 깨질 수 있을까.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을 간다”고 한다. 학생들은 ‘정답’에 익숙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가르치던 선생님들도 ‘정답’에 익숙하고, 시험을 출제한 선생님들도 ‘정답’에 익숙하다.
그들은 ‘새로운 사고’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정답’이 ‘논술’을 먹어버렸다. 논술 선생님들은 자신만만하게 ‘모범 답안지’를 가르쳐주고, 출제 위원 선생님들은 학생의 자질을 정량적으로 산출한다고 하여 장문의 제시문을 넣고, 아래와 같이 조건을 세밀하게 달아 정답을 강요한다.


[제시문 1]은 기계의 발달이 시장체계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고, [제시문 2]는 철도의 부설이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변화시켰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제시문의 논지를 발전시키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하여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계의 발전이 인간의 ①사회적 관계와 ②문화적 양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왔으며, 이러한 변화가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논술하시오.


이 결과 논술은 또 하나의 지긋지긋한 교과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말의 위상


그렇다면 우리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써내는 논술문에는 얼마나 세련된 글이 구사되어 있을까. 한마디로 참담하다. 기본적인 맞춤법은 물론, ‘구어체’와 ‘문어체’에 대한 구분이 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논술문제마다 논제가 있다. 논제에는 글에 대한 조건과 몇 가지 규칙들을 설명해 놓았다. 그 규칙들 중 맨 마지막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한글맞춤법을 준수할 것.


그렇지만, 맞춤법에 대한 관심은 거기까지이다. 논술문에 대한 배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출제의도’와 같은 출제자의 입장을 접했을 때 ‘논리전개’와 ‘이해력’에 대한 내용이 있을 뿐 ‘표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학생들은 ‘맞춤법’이나 ‘표현법’ 등을 교과목으로 치면 ‘기술/가정’처럼 등한시한다.


표현이 내용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일까, 내용이 표현에 가치를 부연하는 것일까. 마음만 좋고, 취지만 좋다면 표현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일까.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과학자인 파스칼은 "의미는 말에 품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에서 품위를 얻는다"고 지적했는데,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젊은이가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와 우리 경제가 투자부진에 활력을 잃은 이유와,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어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모두 여기에 담겨 있다. 이것들은 공통적으로 ‘표현의 부재’라는 병통을 안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는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자신의 애인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의 표현’에 소홀해 결국 다른 ‘로맨티스트’에게 애인을 빼앗겨 버렸다.

우리 기업들은 ‘손해’를 두려워해 투자를 줄이면서 돈만 불릴 생각을 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는데, 이는 마땅한 표현을 얻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양극화에 대한 우려만 있을 뿐 이에 대한 대안은 없다. 정신의 양극화, 정치의 양극화, 경제의 양극화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양극화를 이겨낼 방안은 당사자들이 ‘타협안’을 내놓고, 이를 위해 각자 양보하는 것이다. 즉 어떤 아이디어든 ‘표현’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표현’은 없고 ‘걱정’만 만연해 있다.


논술에서도 역시 표현의 문제에 대해서 소홀하다. “자꾸 써봐야 한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제시되고 있다. ‘어떻게’ 자꾸 쓴다는 말인가. 자꾸 똑같은 글을 쓸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그리고 논리전개가 완성되고, 생각이 갖춰지면 표현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에 가깝다. 지금까지 글 한 줄도 자신의 생각을 써오지 않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마음에 있는 생각을 강물처럼 술술 쓸 수 있을까.


우리말의 심각한 오염은 ‘우리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우리 국어학계에서는 무슨 일을 했는가. 과학은 세계적으로 ‘대중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과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전 지구적으로 시도되는 가운데, 세계 문화유산인 한글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어떤 평가를 해야 할까. 물론 리이도 교수를 비롯해 몇몇 의식 있는 학자들이 우리말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고, 일반 대중과 호흡을 맞춰 왔다. 하지만, 우리말의 원리와 그 복잡한 용례를 단순히 ‘한글맞춤법’에만 맞추기를 원하는 것은 또 다른 오만에 해당한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안고 씌어졌다. 우리말과 ‘한글맞춤법’은 문학과 인문학의 세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만큼 재밌고 철학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글을 제자원리가 대단히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반면, 이를 이해하는 수준이 ‘기계적’이어야 되겠는가. 먼저 1부에서는 ‘맞춤법’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와, ‘사전 찾기’와 같은 실용적인 이야기가 채워질 것이다.

2부에서는 ‘한글맞춤법’에 대한 원리를 각 장을 통해서 풀어낼 것이다. 한글맞춤법은 ‘법규’가 아니라, 우리말의 자모의 성격과 그 합성에 따라서 달라지는 화학반응을 그려낸 ‘문학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준하는 형태로 그려질 것이다.

3부는 표현 영역이다. 학생들이 실제로 쓴 ‘논술문’을 바탕으로 ‘글쓰기/표현’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을 다룰 것이다. 가칭으로는 ‘효과적인 글쓰기를 위한 논술 clinic’이다. 기본적인 글쓰기 방법론에서부터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일반인들도 거기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올바른 표현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글쓰기 전문가(기자, 문학가, 평론가 등 전문 저술가)의 잘못된 사례와 잘된 사례를 토대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예술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다뤄 본다. 한 국어학자가 지적했듯이, 우리말이 번역투 문장으로 전락하거나 심각한 오염을 빚은 것은 전문 저술가의 잘못이 크다. 그들이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논술과 글쓰기를 이루기 위한 첫 단계를 제대로 밟아 나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논술교육은 희망이 있다. 종합적 사고력을 키우고, 교과의 한계를 벗어나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결정적인 대안은 될 수 없지만, ‘미래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하나의 가능성은 될 수 있다. 나는 논술 교육의 현 상황을 ‘논술1기’로 보고 하루빨리 ‘과거’로 바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자면 이 모든 폐단을 아우르며, 커다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논술2기’가 찾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논술 교육자뿐만 아니라, 논술 출제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논술이 바뀌지 않고 이대로 묻힌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가능성은 몇 단계 퇴보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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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책비싸(가명 : 23세)의 고민

어제는 4만원을, 그리고 오늘은 9만원을 질러버렸습니다.
이제껏 서점을 이용했었는데 없는 책이 많아서 많이 못 샀었거든요.
헌데 인터넷으로 책을 구하니까 없는 책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이틀만에 13만원이라는 거금을 부었습니다.
아, 이러다가 거지 되겠어요. 좀 싸게 구매할 수 있는 tip이 있으시면 한 수 가르쳐 주시죠

나의 진단

1. 일단 하나의 서점을 공략할 것.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블로그/서재' 등을 만들 것.
☞ 서점을 여기저기 분산시키면, 그에 대한 마일리지도, 멤버십도 떨어지기 때문. 일례로 13만원을 '알라딘'에 가입해서 풀었으면, '실버회원'이 되어서, 사는 책마다 '1%'의 추가 마일리지가 붙었을 것임
※ 주지하다시피 서점들은 망해가는데, 인터넷 서점은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책을 구입하는 것은 인터넷 서점, 특히 1,2위를 달리며 전체 시장의 5~60%를 지배하는 '예스24'와 '알라딘'이 혜택이 많음

2. 인터넷 서점(위에 예시한 두 서점도 좋음)에서 의외로 자신이 읽고 싶던 책에 대한 이벤트가 많이 있으므로(이벤트는 대개 마일리지나 할인, 할인쿠폰 등의 이벤트가 많음), 그런 세일 상품을 점검할 것

3. 책에 대한 서평인 '리뷰'와 '페이퍼'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블로그 풀'에 가서 심심찮게 댓글을 달면서 이웃들과 친해질 것. 특히 '우수 리뷰'에 대한 '상금(적립금)'이 있으므로, 열심히 쓴다면 비용을 많이 덜게 될 것임.
※ 알라딘의 경우 'thanks to'라는 제도가 있어서 도서 구매에 도움이 되었을 때 '클릭'하는 것이 있는데, 구매시 '찍은 사람'과 '찍힌 사람'이 1%의 마일리지가 붙는데, 이것도 모이면 만만치 않음. 어떤 사람은 이것으로 수십 만원 짜리 니체 전집을 구매했다는 소문도...

4. 책 비교검색 사이트에 가서, 가장 저렴한 것을 고를 것
☞ 마북 : http://www.mabook.com/(13개 출판사 비교검색), 노란북 : http://www.noranbook.net (14개 출판사 비교검색) 등

5. 서점마다 홍보 활동으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데, 지속적으로 응모해 볼 것. 가끔 눈에 띄는 책들도 있으며, 잘만 되면 공짜로 볼 수도 있음

6. <좀더 현실적인 방법>

'뭐 죄다 신간으로 구매할 거 뭐 있어. 헌책 사다 봐'

책의 출판시기를 잘 선별하면, 반드시 '신간'이 아니더라도, 헌책방에서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50% 선의 초저가로 구매해서 볼 것. 일단 그 책을 검색해서, 출판년도를 보고, 현재에서 1년 정도 넘은 책이면 헌책방의 루트를 통해 알아볼 것.

헌책방에 대한 정보는, 나의 절친한 이웃 '라주미힌'님의 친절한 설명을 참고할 것(절친한..친절한..^^?)

링크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810623

사례..
내가 자주 애용하는 알라딘에서 최근 80000원 가량의 책을 구매했는데, 마일리지가 15,830원이었다.
기본 마일리지 : 2,160원 (20%), 900원 (10%), 3,510원 (30%), 1,890원 (15%),  1,260원 (10%), 1,260원 (10%), 1,260원 (10%)
추가 마일리지 : 책에 대한 리뷰나 페이퍼에 'thanks to'를 찍으면, 구매할 때 1%의 추가 마일리지 제공, 380, 120,  130, 90(작지만 큰 힘), '골든 회원'이기 때문에 '2%'의 추가 마일리지를 얻는다. 총 구매액 80,000원의 추가 마일리지는 1,600원 정도, 4만원 이상 구매시 2,000원의 추가 마일리지가 붙는다.
그래서 총 15,830원의 마일리지를 남겼으며, 그걸로 그대로 다음 책을 구매할 수 있다.

※ 이상, 알라딘에 대한 광고성 글은 아니었음. 하지만 다분히 그런 성격이 없지 않음.


덧 : 그렇지만 최근 인터넷 서점만의 '나홀로 성장'과 같은 '기형적 현상'은 출판 시장 전체를 볼 때는 심히 우려할 만한 부분이며, 이러한 추세로 가다가는 인터넷 서점도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을 할 수 있음. 이 점은 인터넷 서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중소, 대형 출판사'와 '오프라인, 온라인 서점'이 모두 상생하는 윈윈전략을 다각도에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것은 우리나라 출판 시장 활성화와 '독서 활성화'라는 커다란 지향점 위에서 행해져야 할 것임.

이상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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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마일리지 주는곳에 서평써서 마일리지 모으면 공짜로도 책살수 있어요 - 마일리지 인생인 만두 드림 -^^

승주나무 2006-02-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잘 해석이 안 되는데요. 초심자들을 위해서(실은 저를 위해서)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2006-02-0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04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숲'이라는 '잘 나가는 청소년도서 전문 출판사'에게 오늘 퇴짜 메일을 받았다.

논술과 관련된 샘플 원고를 보낸 것에 대한 결과 방침을 받은 것,

이유는 '논술답지' 않아서..

인정한다. 재미있게 쓰려보니 늘어지고, '비논술'의 경향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자고로 '논술'을 대비하는 '도구서'라고 하면,

각 장마다 생각할 커리들을 많이 던져주고,

'논술문제'에 가까워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싶은데, '낮'이니 그럴 수도 없고..

다시 써보자.

그보다 '논술적인' 글로,

그보다 강력하고 재미있고 흡인력 있는 내용은,

그보다 크고 놀라운 출판사를 향해서,

우리들의 암울한 논술 현실을 너머 '논술 미래'를 향하여

최소한 이정도까지는 재미있고 논술답게 써야 먹힐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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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대할 때 '수진본 사서집주'(소매에 넣을 수 있도록 인쇄된 논어,맹자,대학,중용-경문만 나와 있음)를 가지고 가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덕분에 훈련소에서 '신약'을 볼 수 있었다.

예수가 비유의 지도자라는 것은 그 때 확신했다. 경전은 비유의 잔치가 아닌가. 그래서 문학이고, 지금까지 종교적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자대 배치받고 보름 정도 후에 '수진본'을 소포로 받았을 때 이틀만에 전부 읽어버렸다.

이것은 이 이야기의 주된 글감은 아니다. 사실 군대에서의 책 이야기는 참으로 눈물겹다.

 '장문의 리뷰'에 있는 책들이 그 시절에 만들어진 리뷰들이다. 그러니까 나는 군에서 수많은 불법을 자행했던 것이다. 이등병 시절에는 어쩌자고 플라톤의 '국가'라는 책에 손을 대서 주위의 동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안타깝게 했다는 말은 다름이 아니라, 아직 날이 풀리지 않은 계절이라 모포를 덮고 잤는데, 모포 안에서 '손전등'을 키고, 책을 읽었다. 지하철에 샀던 천원짜리 손전등이었는데, 그것은 쓸 것이 못 된다. 잘 해야 열흘에서 보름 정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친이나 가족에게는 항상 '손전등'을 보내줄 것을 강요하였고, 휴가나 외박을 나가면 두 세 개씩 들고 오는 것이 손전등이었다.

(그때 '북라이트'라는 것을 알았다면 내 군생활은 더더욱 축복이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책 좋아하는 조카가 군대에 가거들랑 돈 아깝다 생각지 말고 괜찮은 '북라이트'를 하나 선물로 주기를 경험으로 권한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화장실'이다. 화장실에서는 손전등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조명 아래서 편안하게 책을 읽었다. 그렇지만, 군에는 불침번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통합막사이기 때문에 다섯 개의 부대가 같은 막사 안에서 생활을 했는데, 다른 부대 '아저씨'들의 근무 때만 되면 꼭 인원 확인을 철저히 하는 통에, 1-2시간을 넘길 수 없었다. 그보다 기막힌 일은 어느 날 화장실 안에서 '국가'를 3-4시간 동안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나의 선임은 그때 나를 찾아 통합막사를 온통 뒤졌던 것인데, 내가 밝은 곳에서 책을 읽으려 옆 부대의 화장실을 이용했기 때문에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졸지에 '탈영 혐의'를 쓰게 된 것이다.

다음날 상병장 선임들의 무서운 눈초리와, 직속 선임의 '갈굼'은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상병 즈음 해서 '인트라넷 책마을'을 만나게 된다. 너무 늦게 만난 것이 애통할 지경이었지만, 막힌 세상 속에서 책 하나에 희망을 품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클럽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독서는 공격적이 되었고,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먼저 책을 읽을 때는 형광펜으로 인상 깊은 부분을 색칠하고, 나중에 읽고 나서 그 부분을 따라가며 '워드'로 '친다' 워드로 치는 시간이 끝나면 그것을 '인쇄'해서 '오탈자'를 확인하며 내용을 정리한다. 그리고 서평을 쓰기 시작하는데, '집필'의 시간은 '발췌'의 정리가 충분히 되었을 때 이루어진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그리고 행정병이라는 특수한 상황 안에서, '책마을'이라는 소통의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 편이 나올 때, 아니 완성될 때마다 우레와 같은 성원과 댓글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게 절정에 이를 즈음 해서는 서평 안에 '드라마'도 녹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엔트로피 서평은 나의 가족사를 녹인 것이다) 그렇게 하기를 몇 달, 우리 부대 사람들도 '책마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나의 글의 성실한 '독자'가 되어 주었다. 얼마 전에 거기 '촌장' 되는 분께 들은 이야기인데, 나의 부대 후임이 연락을 해서 나의 글을 구할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 후임이 누군지는 짐작이 간다. 인트라넷에서의 '클럽'이라는 것은 워낙 '폭파' 위험이 많아, 나의 군 생활에서도 3-5번은 이사를 해야 할 정도이다. '기무사령부의 불법 커뮤니티 때려잡기' 이벤트는 그 바닥에서도 악명이 높다. 신고한 사람은 포상휴가를 준다고 하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 '책마을'은 우수 커뮤니티로 선정돼 어느 정도 안전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이란 것이 '비판'을 수반하기 때문에 '군대'라는 환경과 몹시 어울리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그 비판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훈련도 자동으로 우리는 하게 된 셈이다.

'-밥'을 먹으면서는 환경이 더욱 좋아졌다. 우리 부대가 신 막사로 이전한 것인데, 부대마다 최신식 조명을 탑재한 화장실이 있었다. 거기서 나는 부담없이 3시간 정도씩 독서를 즐겼다. 그리고 '당직' 근무도 역시 '상황실' 지기였기 때문에 '집필'의 집중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때보다 워드 실력이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책을 좀 더 가까이서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참으로 큰 수확이었다. 이 '압축 독서'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전 참모님이다. 내가 갓 전입했을 때, 참모님은 '예전 같으면 두꺼운 규정집 하나 띡 던져주고 다 치게 해서 훈련시켰단 말야' 하고 비아냥거렸고, 그 '친다'는 착상이 이렇게 연결된다.

군생활을 '책 생활'로 고스란히 녹을 수 있게 해준 우리 '책마을' 친구들과, 그 무거운 책 소포를 부지런히 부쳐준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 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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