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원 산책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오경아 지음, 임종기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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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가 영국정원이 풍기는 이미지가 이럴까 생각할만큼 깔끔하고 단순하고 예쁘다. 영국의 수많은 정원에 관한 글을 읽다가 '정원'이라는 공간이 우리의 공간으로 생각하면 어딜까,를 생각하니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 공원 어디를 가도 우리의 정원(?)은 획일적이며 그렇다고 고궁, 뉘집 앞마당을 생각하기도 그렇다. 정원이라는 문화가 영국에서는 어떠한 공간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자연을 모방하고, 빌려오는 공간으로서의 동양의 정원을 떠올린다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양의 정원은 선과 선이 만나는 기하학적인 공간인 듯하다. 물론 전체적인 구조보다 그안에 어떤 식물로 어떤 색깔로 채워가는가에 따라 또 다른 분위기의 정원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어떤 정원은 겨울에 나무가지들의 선만으로 더 아름다운 곳도 있다고 한다.  

엄마는 몇년전부터 집 앞마당을 온갖 꽃들로 채워오고 있다. 그런 앞마당에 대한 정성이 엄마 인생의 어떤 일면을 말해주는 냥 나는 감상하곤 한다. 정원사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하지만 정원에는 정원사의 꿈이 담겨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재밌게 읽었다. 
  

식물은 혼자서 빛나지는 못한다. 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은 든든한 벽이 없다면 그렇게 아름답기 힘들고, 늦가울 분홍 꽃을 피우는 네리네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뒤를 받쳐주는 오래된 나무창이 없다면 허전하게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 속에 우린 각자 주인공이 되어 살지만, 또 누군가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다른 누군가의 배경으로 내가 눈부시게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 서로에게 기꺼이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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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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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세기의 어느 프랑스 문학평론가는 이런 고백을 하기도 했다. "한 번 가본 레스토랑 음식이 맘에 들면 그 레스토랑을 계속 찾게 되듯, 어떤 작가에게 한 번 호감을 가지면 그 작가의 작품은 계속 읽게 된다." p.250 

 황인숙 시인을 좋아하기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집어든 책..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실 나는 제목만 보고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다. 일상의 다양한 소재로 쓰여진 글들의 모음집이었다. 읽다가 낯익은 글도 보였는데 아무래도 <목소리의 무늬>에 있는 글 중 몇개를 넣은 것 같다. 시인의 머릿속은 온갖 우아한 것들로만 채워진 것 같지만 그녀도 다이어트를 하고, 카드결제일을 두려워한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정말 찡할 정도인데 인터넷카페에 가입해서 몰입하고 있는 꼴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비오는 날 7kg고양이사료를 받으러 모르는 사람을 지하철 개찰구에서 만나는 진풍경도.. 상상하기만 해도 우끼다. 주위엔 현실적인 경제성만을 따지며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 한 구석에 황인숙 시인같이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위안이 되고 내 처지도 그렇게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런 것이 바로 내가 어떤 작가에게 품고 있는 익숙함같은 것이겠지 생각하니... 태풍이 몰아쳐 꺾인 나뭇가지를 보고 휑해진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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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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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란 자고로 무표정한 얼굴에 깡마른 몸을 가진 사람들만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은 사진집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한 페이지에 한사람씩 계속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자의 말처럼 컴퓨터화면에서 스크롤로 내릴 때 와는 달리 사진을 진지하게 보게 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따뜻한 시선의 글 또한 좋다.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있는가의 관점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나중엔 내가 왜 저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했을까,가 중요해졌다고 한다. 그건 이 사진들을 보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공감가는 말중에 하나, 패션은 옷과 가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 동작, 자세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말.. 단순한 손짓이나 매력적인 고갯짓, 몸의 자세 등 (파리의 여자들을 본 적이 없어서... 안타깝.. ) 또 하나 발견한 중년남자의 매력. 노화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이라면 젊게 보이려고 발악을 하는 것보단 그것을 어떤 식으로 소화해내고 받아들일줄 아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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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사는 재미
이오덕 지음 / 산처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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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은 그것을 보러 일부러 산에 올라가게 되는 일이 내게는 거의 없는 세월이지만, 그러나 찾아가지 않더라도 산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골짜기를 지나는 일이 없을 수 없어 올해에도 벌써 몇 번이나 그 찬탄하지 않고는 바라볼 수 없는 꽃구경을 한 셈이다. 건너편 언덕이나 산등을 온통 벌겋게 꽃이라기보다 온 산이 불로 타오른다고 해야 할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꽉 메어 눈물까지 나오는 수가 있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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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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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록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늑대라고 생각하고 이 늑대의 생활을 알아내고자 파견되는 것이 저자의 임무였다. 하지만 1년동안 늑대를 곁에서 관찰해보니 늑대는 우리 인간이 가진 편견과는 전혀 다른 동물이다. 늑대하면 떠오르는... 잔혹한 육식동물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다. 글의 곳곳에 저자의 유머감각이 특히 돋보여 정말 큭큭거리면서 읽었다. 저자가 관찰한 늑대가족은 어른늑대3마리와 아이들 3마리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저자는 이들에게 이름까지 붙여준다. 조지(아빠늑대),앤젤린(엄마늑대),앨버트아저씨가 그렇다. 앨버트아저씨는 조금 애매한(?)위치인데 자신의 짝 없이 꼬마들을 돌보는 독신 아저씨 늑대인것이다. 늑대무리중에는 이처럼 육아를 담당하면서 짝을 이루는 것에는 관심없어 보이는 늑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한다. 늑대굴 옆에 텐트를 치고 이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이 너무 우꼈다. 순록이 별로 없는 계절에 쥐를 먹고 산다는 것을 증명하게 위해 본인이 직접 개발한 요리법으로 쥐요리를 만들어 증명해보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순록을 죽인 것들은 인간인 것으로 증명됐다. 마지막에 늑대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늑대굴로 들어갔다가 앤젤린과 꼬마한마리와 마주치고는 공포에 질렸던 경험은 1년동안 늑대를 가족으로 생각했던 친밀감을 단숨에 허물게 했다. 본인 스스로가 늑대에 관한 편견을 물리쳤지만 사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순수한 공포심까지는 어쩔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가지는 편견들로 잃어버린 자연의 세계는 얼마나 많은가. 늑대의 세계는 인간이 잃어버린 세계들중의 하나였다. 늑대무리와의 교류 뿐아니라 늑대의 말을 알아듣는 에스키모인 우텍의 얘기도 신기하고 재밌다. 책이 얇아 금방 읽어버려 아쉬웠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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