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집 - 한 아티스트의 변두리 생활
노석미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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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재밌을 수가. 노석미 작가의 책은 예전에 <스프링 고양이>를 읽었다. 그때도 짧은 분량이지만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도 아쉽게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려서... 안타까운 마음.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코믹성' 그 자체. 코믹성은 해학이요 삶을 사는 유머이며 슬프기고 하고 조용하고 이상하기도 하지만 따뜻함이 배어있기도 한 그 무엇이었다.

화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하고 그런 자기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한낯 젊은이가 독립하여 살러 집을 나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 것이다. 낯선 곳에 (그것도 시골로..)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나를 웃게 한다. 나이를 먹으며 점점 느껴가는 것은 유머를 알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삶을 바라보는 자세 조차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유머 속에서 우리 인간은 서로를(혹은 그 대상이 사물이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의 전시회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다음 번에는 시기를 잘 맞춰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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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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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란이라는 작가가 백화점에 대해서 쓴 것이 의아했다. 사실, 어느 작가가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대해 썼다해도 한번은 물음표를 그렸을 것 같기는 하다. 나에게 백화점이란 현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니까 말이다. 나도 한때 퇴근하자마자 회사건물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에 물건을 사든 사지 않든 들락날락 거리곤 했던 때가 있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버리고는 다음달 카드청구를 두려워하며 일종의 회사를 다녀야만 하는 명분으로 삼기도 했으니 말이다. 밝고 쾌적한 그 공간에서 빛나는 물건들을 보면 갖고 싶은 모든 것이 내것이 되지 못하는 안타까움, 나아가 나의 경제적 무력감까지 느끼고 했던 그 공간..  그런데 막상 그 물건을 집으로 가져와서 보면 살 때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는 아주 오랫동안 아마 지금도 백화점이란 곳을 삶의 아주 중요한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도서관에 하루 종일 있다가 백화점을 들리곤 한다니까 어딘가 좀 의아하긴 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한다. 혼자 밥을 먹기 뭐할때는 백화점 식당이 좋다는 이야기며, 유행이 한참 지난 구두를 수선하러 백화점에 가서는 망설이는 모습 등 작가의 성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글들이었다. 덕분에 그 시절의 나의 모습, 내 기분, 사건들도 동시에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도 오래 살았나,하는 생각에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내용은 아버지께 값비싼 점퍼를 선물하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풀때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물질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바짝 정신이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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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2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질은 사람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는 거 같아요.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질적으로도 더 쓰게 돼있지요.
마음이 중요하니, 마음 알지?, 이런 말은 물질적으로 주기 싫은 경우에 쓰는
핑계, 합리화일 뿐. ^^
스파피님, 저 어제 이 책 선물로 받았는데 표지부터 참 마음에 들어요.
아직은 안 읽었어요. 기대되네요.

스파피필름 2011-07-01 18:3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뿐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베푸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에요. 특히 요즘 부모님에게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이 책 재밌어요. 더운 여름 잘 나시길.. 그런데 또 내일모레 비가 온다네요.
 
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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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종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다. 나는 타인에 관해 알고 이해하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가 갖고 있는 두려움에 관해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털어놓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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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객 을유세계문학전집 20
헤르만 헤세 지음, 김현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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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으로 난 길은 좌로도 우로도 나 있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 속으로 나 있다. 그곳에만 신이 있으며, 그곳에만 평화가 있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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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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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수정처럼 맑은 관점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다른 현실, 튀니스나 하이데라바드에 존재하는 현실에 관해
알고 있는 것과 고향이 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싶다.
여기 있는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으며, 비스바덴이나 뤄양의
거리는 다르고, 고향은 많은 가능한 세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결코 잊고 싶지 않다.   (p.175)   

오랫동안 있어서 이곳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느껴지다못해 어떤 굴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 굴레를 벗어던지고 싶어 떠나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있는 이곳과 갈 곳의 경계지점인 공항.. 어떤 친구는 수년간 꿈꾸어왔던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전 인천공항에 무작정가곤 했다는 경험을 얘기했다. 누군가는 육십이 넘어서 동네 친목회원들과 떠나는 동남아여행이 첫 해외여행일테고, 누군가는 밥먹듯이 비행기를 타고 이 세계 여기저기를 떠다닐테고, 누군가는 월급쟁이 푼돈을 모아 벼르고 별러 여행을 떠난다. 여기 있는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는 말,이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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