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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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살아생전에 TV에 나온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니 이토록 강렬하게 살다 이 세상을 떴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한켠이 휑하다. 제주도, 찰나의 부는 바람을 포착한 듯한 사진들에 잠시 숨이 멈추어진다. 나뭇잎이 스산대는 소리가, 해가 저 뒷산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의 사진을 위해 온 생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필름사느라 끼니조차 제대로 못 이을 정도였다는 말에...요즘이 어떤 시절인데 배가 고플 정도였을까 답답하다. 철저하게 혼자이고자 했던 무서울 정도의 고독에 대한 집념을 떠올리니 그에 못지 않게 가슴아팠을 그의 가족들이 떠오른다. 자신이 누추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집밖에서나 가족들을 만났고, 병을 얻고 나서도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매몰차게 돌려보냈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두모악 갤러리는 갈 수 없으니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깨끗하게 잘 꾸며진 모습이다. 나는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보았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 제주도를 생각하면 올레길을 같이 걸어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과 김영갑의 사진들이 떠오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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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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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현재 비록 가난해졌지만(쭉 가난해왔던 것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사실 그 방법들은 크게 어렵지 않고 익히 들어보았던 것들이다. 그 방법들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삶을 간소하게 하라는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불필요한 물건들은 구입하지 말고 매스컴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해결책이다. 우루루 사람들과 떠나는 관광을 즐기기 보단 오랜기간 한곳에 머물려 여행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한다.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문화상품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한가지 분야에 전문가가 되라고 한다. 가령 앤디워홀 전시회에 대해 연일 떠들어대고 그 전시회를 가지 않으면 대화속에서 소외될까 마지못해 가는 것은 옳지 못한 문화소비행위라는 것이겠다. 그 방법들이 그닥 새롭지는 않지만 나는 그래도 이 책이 재밌었다. 책에는 다양한 인용들이 나온다. <안나카레리나>에서의 한 구절,<롤리타>의 저자 나보코프의 생활, 비트겐슈타인의 기이한 행로, 수도사 프란체스코의 일화 등등.. 그러나 이 책은 잘 살다가 실직 등을 당해 가난해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 결코 처음부터 쭈욱 가난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자의 사람들은 그저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소신있게 살아가면 바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후자의 사람들의 가난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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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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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선택이 곧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서 부단히도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나의 자아를 실현시켜 한 개인의 성장으로 이끌거나 설령 싫은 일을 하더라도 경제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여 사람구실(?)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갖어야 한다는 관문이 가지는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생각이 늘 옳았던 것은 아니어서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만족과 보수를 받는 자리는 양립할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하지 않고 소득을 얻어 여가를 즐기는 생활을 할 때만 음악과 철학이 주는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노동을 하지 않고 어떻게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는 가지 않는다. 어쨌거나 오늘날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생각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는 없는가. 즐거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의 효용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에 이 책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은 대부분이 분업화되고 따라서 특정분야의 종사자가 자신의 분야에서만 전문적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전문용어들을 천천히 따라 읽고 있으면 내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전기를 쓰고 있고 가게에서 비스킷을 사다 먹고 있으면 식탁위의 참치를 맛있게 먹고 있다. 자질구레하고 지루할 것 같은 그 모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나의 삶이 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이란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직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로 인해 세계의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일조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직업이 이러한 공헌을 한다는데 의심할 여지는 없다. 홀로 그림을 그리는 테일러조차 그의 노력의 결과물인 아름다운 나무의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누군가의 거실에서 그 그림을 보는 이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일의 효용은 방향을 잃고 흔들리기 쉬운 우리들의 삶에 대한 물음들을 조용하게 잠재우고 지금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은 단순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행하는 것이 곧 삶의 지혜라고 하였다. 이러한 일의 측면이야말로 일의 기쁨과 슬픔이 아니지 않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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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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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하다가 혼자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항구 도시 레스토랑’이라는 기획 하에 배로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유명한 식당에서 맛난 것들을 먹는 그야말로 식도락 여행기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음식에 관한 에세이라면 예전에 읽은 성석제의 책이 떠올랐는데 그 책이 음식자체에 대한 현란한 묘사로 군침을 뚝뚝 떠올리게 했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이 책은 진정 유쾌한(사실 그의 소설들로 인해 그가 굉장히 재밌는 사람일 것이라고 상상한 것일 뿐이지만)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체면차리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속마음을 홑따옴표로 속삭이는 엉큼한 이 아저씨의 속내를 보시라.. 몇장만 넘겨도 키득키득거리게 될테니 말이다. 여행지 중에 우리나라 부산도 끼어있었는데 확실히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예의없이 군다는 것이 일본사람인 저자에게 눈엣가시였나 보다. 음식을 먹으면서 살찌는 걱정, 칼로리 걱정을 하시는 이 소설가 너무 재밌다. 홋카이도 레분도의 맹추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언가에 ‘크크크~’ 하고 싶으신 분을 위해 강추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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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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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을 매개로한 '런던'이라는 장소에 대한 서술이다. 정혜윤의 전작들처럼  읽는 내내 이 모든 책들을 읽어버리고 싶게끔 만든다. 특정한 장소에 관한 서술은 그 책이 런던 자체에 대한 설명일수도 있겠고 배경이 런던일수도 있고, 저자가 런던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저자는 런던에 관한 책을 내고자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 책들을 꼼꼼히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독서를 했다는 점이 부럽고 그런 결과의 산물로 책 한권을 낼 수 있다는 것 또한 부러운 일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책들을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올해 어떤 목적으로 책들을 선택하고 읽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때는 연말이고 연말에는 한해 독서목록을 확인하며 나름대로 반성을 해본다. 몇년간의 양태를 보면 대략 일년에 130여권의 책을 읽으니 3일에 한권은 읽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목적없는 독서처럼 책들의 카테고리는 중구난방이고 읽고나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내용을 까먹는다. ㅠㅠ 그런 점에서 내년에는 목적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 신간에 휘둘리지 않고(가능할까?) 나만의 몰입독서를 할만한 주제를 설정해볼 것.. 이 책을 읽고 건진 수확은 전혀 쌩뚱맞는 이런 결론이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런던에 관한 인상이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와닿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많다. 그러니 한 장소에 대한 인상은 모든 사람에게 다르고 따라서 그 도시에 관한 자신만의 느낌을 만들어 볼 것을 권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쨌거나 뉴튼, 다윈, 넬슨, 브론테 자매에 관한 일화들은 재밌고 읽을 책들도 엄청나게 메모했다. 다행히 모두 국내에 번역된 책들이다. 2010년 한해도 열심히 읽고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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