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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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뒤에 그녀의 여러 책들에서 일부의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다. 마치 선생님이 살아계신듯한 글들을 읽으며 아마 살아계셨으면 이 책의 모양이 마음에 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읽었을 글들이건만 또 이렇게 새 책으로 대하니, 아니면 나의 마음결이 세월이 흘러 달라져서인지 글들은 내게 새로운 의미들을 건낸다. 그 중 '자선의 참의미'라는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이 인용이야말로 장영희 선생님의 글이 다양한 소재로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힘인것 같다.  

 영작문을 가르칠 때 내가 자주 인용하는 미국의 유명한 수필가인 E.B.화이트는 "인류나 인간에 대해 쓰지 말고 한 사람에 대해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비결이라고 했다. 즉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론이나 일반론보다 각 개인이 삶에서 겪는 드라마나 애환에 대해 쓸 때만이 독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p.78) 

 책의 뒤에 박완서씨가 그녀에게 부치는 편지는 인상적이다. 건강하고 당당하고 아름다운 그녀를 만들어 낸 것은 영미문학속의 좋은 시와 문장이었다는 걸 깨닫는다면서 좋은 시는 아름다운 구도자에게나 그 진정한 속살을 드러내지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게 아니로구나,하는 걸 느꼈다는 말이었다. 사진으로 추억하는 장영희선생님의 사진을 보며 깜짝놀랐다. 늘 책 안쪽표지에나 있는 사진만 보아서 인지 그녀의 젊었을 적 모습은 처음보았는데 선생님, 이렇게 미녀셨다니!! 몇번이나 다시 보았다. 이제 더이상 선생님의 새 글은 볼 수 없지만 그녀가 소개하는 무수한 문학의 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라면 위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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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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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부터 사막이란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 즈음에 읽은 동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사막은 내가 생각했던 누런 모래로 된 사막 뿐 아니라, 검은 사막도 있고 붉은 사막도 있단다. 며칠전에 본 섹스앤더씨티2의 네 여자처럼 사막에 어울릴법한 옷을 입고 우아하게 산해진미를 먹어도 좋겠고, 낙타를 타고 정수리로 꽂히는 태양빛을 느끼며 기진맥진하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ㅋㅋ 하지만 이 글에서 나오는 사막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싼마오라는 중국여자가 호세라는 스페인 남자와 만나서 사하라사막에서 살아가는 에피소드들을 엮은 책이다. 싼마오라는 사람은 참으로 정이 많은 사람같다.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결코 지나치는 법이있다. 그녀가 책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아름다운 곳이니까.. 사하라를 떠나 카나리아제도의 한 섬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다. 나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말리라. 방황하는 딸이 책을 내자 그제야 안도하는 부모들. 하지만 무슨일인지 그녀는 50도 안된 나이에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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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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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아마도 처음으로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 <시대의 우울>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미술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우우죽순격으로 나오기 시작했던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래서 최영미란 이름은 나에게 조금 특별하게 기억된다. 그 후로 십년만이다. 여행은 도통 지치고 힘들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많고 문장도 날이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중년의 나이에 이른 작가의 까칠함, 고집스러움이 묻어 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를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나의 기억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었다. 그만큼 내가 좋게 읽었다는 뜻이다. 지친 듯한 그녀의 기색은 의외로 '오바마'의 이야기에 활기를 띠는데 특정 정치인에게 보내는 열정이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져 재밌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자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나도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시간의 순서가 조금 뒤죽박죽 인것 같은 여행기들이 나오고 뒤에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화가, 영화,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이야기에서 역시 메모를 하여 둔다. (<슬픈열대>, <삼심세>, <반고흐 영혼의 편지> 등등..) 사진으로 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나 또한 그녀와 함께 십년이란 세월을 얼굴에 간직했을 것이다. 여행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나인데 이런 에세이에 늘 끌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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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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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 페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를 정말 재밌게 읽어서 고른 책이다. 이 책 역시 앤 페디먼 특유의 장난기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삶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시선이 느껴져 좋았다. 그런데 제목에 왜 세렌디피티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고 수집광이란 단어도 앞부분에 동식물 채집(?)에 관련해서만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거나 전작에서도 그랬듯 그녀의 소중한 기억들에는 늘 책이 관련되어있다. 다른 사람의 신변잡기에 내가 마음 설레는 이유는 무얼까. 그 사람의 기억을 통해 내가 잊고 지냈던 나의 삶의 어떤 부분을 반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찰스 램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누이와 평생을 함께 지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그는 평생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무원일을 밥벌이를 위해 해야 했다. 아이스크림 이야기에서는 소소한 지식을 얻고 괜히 재밌어 한다. 아이스크림은 법적으로 유지방 함량이 적어도 10%이상이어야 하고, 아이스크림이 동결되는 동안 그 속에 섞여 들어가는 공기의 비율인 오버런이 낮을 수록 좋은 아이스크림이란다. 커피의 제왕 발자크의 얘기는 알고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정말 대단.. 하루에 40잔의 커피를 마시고 18시간 소설을 썼다고 한다. 북극의 쾌락주의자 스테팬슨을 통해 인내하며 사는 삶보다 즐기며 사는 삶이 얼마나 월등히 우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편물이나 이사 얘기에선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것에 마음이 끌리는 나와 같은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911테러이후 상실된 마음을 성조기에서 찾아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27년전 물에 빠져 죽은 친구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이 난다.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커브를 돌면 뭐가 있을지 궁금해하기 보다는 강의 한가운데를 맴돌며 정지해있고 싶다고 한다. 못된 말들, 어리석은 결정들, 무관심의 순간들, 강물처럼 밀려드는 후회들을 피해가고 싶은 심정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생각이 없이 살면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자주자주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또한 부작용이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내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살고 싶다. 아직도 욕심이 많아 소중한 순간들을 영원히 내곁에 둘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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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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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이발관'의 존재는 알았으나 음악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사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이 책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으니 순수하게 글 자체로도 이 책은 성공한 셈이다. 이 책이 주는 위로는 우리 대부분이 '보통의 존재'라는 것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떤 보통의 존재일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믿는다. 엄마의 대부분의 잔소리에 화가 난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병을 얻고 절망한다(나 역시 그랬다. 습관되면 별 것 아니에요 석원씨.. ㅋㅋㅋ) . 친구의 숫자를 세어본다(이 행위를 해봤다는 건 이미 친구가 줄고 있는 것이란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행을 갈 때 짐을 한보따리 싸가지고 떠난다(물론 가수라는 특이한 상황-목을 매우 아껴야 하는-이 있다.). 하하.. 이 모든 것들을 읽으며 내가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로군.. 대부분의 사람 역시 이렇다는 군. 하며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한건 내가 자주가는 서점안에 있는 카페에 비치 되어 있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처음 아무곳이나 편 부분이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얼굴은 전생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페이지였는데 마지막 문장에 그야말로 입에 커피를 물고 있었으면 커피를 뿜을 뻔했다. 그래서 이 책이 그런 코믹이미지인줄로만 알았다. 처음부터 읽어보니 오히려 굉장히 차분하고 조금 냉소적이기 까지 하다. 물론 솔직하다. 냉소가 솔직함때문에 빛을 발한다. 물론 저자 본인은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고 할테지만.. 앞으로 계속 책을 내고 싶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오랫만에 에세이를 읽고 가슴 설레고 울컥했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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