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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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보람이라는 것이 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 가운데 조금은 마음이 통하는 일상이 기다리는, 그런 작은 일로 사람에게는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p.33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찾아봐야지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정혜윤의 얼마전 읽은 책에서 N씨의 다이어리에 관한 글을 읽고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글이 주옥같다고 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일까마는, 하나하나의 글들은 추운 겨울날 얼지 않고 흐르는 옹달샘 같은 청명함을 준다. 청명함 속에 작은 희망들이 보이고 더불어 인상적인 사진들도 볼 수 있으니 기쁨도 두배다. 그래서 나는 요 며칠 온통 머릿속이 후지와라 신야라는 후지산을 연상시키는(?) 이 작가의 글로 가득차 있었다. 도서관에서 이 작가의 책을 몇 권 빌려왔고 읽을 생각을 하니 다시 못내 기쁨이 차오르는 것이다. 매번 맞는 새로운 한 해.. 이 삶을 지탱할 보람이라는 것을 찾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 그 보람들로 나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 그런 날들로 한 해를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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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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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던 처음처럼 나도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해고라는 것이 그렇게 흔치 않은 일도 아니고 회사가 어떤 기준에 의해 구조조정을 하는데 노조가 저렇게 까지 심하게 파업을 해야할까. 그렇게 부당하게 짤린 것일까,라는.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는 어느 덧 분노하고 있었다.

일터라는 곳, 우리에게 생활을 보장해주고, 우리에게 밥과 의복을 주며, 사람들을 엮어내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펼치게 해주는, 우리의 품위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주는 내 인생이 펼쳐지는 현장.. (p.93)

작가의 말처럼 가정이 무너지면 가끔 직장생활이 무너지지만, 일터가 무너지면 가정은 거의 대부분 무너진다. 22명의 영혼이 세상을 그렇게 떠났고..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는 이 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의 진압과정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테이저건이라는 전류가 흐르는 총을 쏘거나 심지어 수면가스를 발포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77일간 인간이하의 삶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공지영씨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끊임없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태도는 지식인으로서 정말로 갖추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내 개인의 문제가 인생최대의 고민인냥..  사회문제에는 별로 관심없이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한 개인이 사회로 이어지고 그 영향 아래 나 또한 살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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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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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정말 글을 맛나게 쓴다. 잠깐 이지만 작가가 꿈이었던 적도 있나보다. 어디가 맛있더라,는 정보도 정보(?)이지만 음식이야기가 쓰여진 책 이야기를 중간중간에 곁들어 하는 것도 좋았다. 이 책 덕에 얼마전에 한창훈의 에세이도 읽어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하루키의 <먼 북소리>같은 에세이도 읽고 싶고.. 나는 읽었어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리스인 조르바>에 음식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다시 찾아읽어봐야지. 그렇다. 추억의 반은 맛이다. 소풍날 새벽부터 부엌에서 김밥싸느라 달그락 대는 엄마의 소리에 잠이 깨 그 옆에 앉아 김밥 꼭지를 얻어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추억 하나쯤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정말 각별하게 다가온다. 요즘 아이들은 운동회 날도 급식을 먹는 모양이다. 이럴수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추억의 절반이 맛이라는 말은 음식을 누군가와 나누며 시간을 함께 하는 일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후각, 미각에 대한 강렬한 기억 곁에 우리 삶의 어디쯤엔가의 추억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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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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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별아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이야기와 심리학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놓은 책이었다. 작가에게 문학은 고백의 욕망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을 (흔히들 치부라고 말하는..) 밝히길 원치 않지만 인간의 심리란게 감추고 싶을 수록 털어놓고 싶은 욕구도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나에게 비밀이라고 일컫는 것들, 사실은 알고 보면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복잡다단한 가정사나 숨기고 싶은 질병, 생활고 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은가. 뭐 아님 말고. 그런 것들을 말로 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 쓰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드러내보일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힘을 내자고 소리치는 김별아씨를 볼 수 있었다. 그건 일부분 내 모습이기도 해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산을 열심히 올라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나 역시 평지형 인간이다. 산을 오르면서 힘들었던 점들을 상상해본다. 내 숨이 가빠지는 것 같이 나도 산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작가가 성실하고 적극적인 사람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진정한 성공은 애초에 간절했던 열망 속에 이미 잠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디지만 힘차게 나아갈 때 그 걸음걸음에서 실현된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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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2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이 책 저도 참 좋다하면서 연초에 읽었어요. 삶은 사는 척 할 수 없고 산은 타는 척 할 수 없다던가요. 그 문장이 기억나요.
넉넉한 가을 누리시길 바라요.^^

스파피필름 2012-09-22 21:4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저도 그 문장이 좋더라구요. ^^
'죽은 척하고 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사는 척 흉내를 내면서는 단 한순간도 온전히 살 수 없다.' 그 다음 문장이에요^^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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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쩍 에세이와 여행관련 책을 많이 읽는 느낌이다. 일부러 그랬다. 예전엔 봄이 좋더니 (아마도 여름을 좋아해서) 요근래는 가을이 좋다. 나이가 들었나 보다. 그렇다면 여름이 싫어지고 겨울이 좋아지려나. 다가오는 쌀쌀해진 바람이 싫지 않다. 지구가 자꾸 병들어서 기온이상이 생기고 여름이 점점 광포해지는 것 같아서 싫어지려는 중이다. 이 참에 읽는 이 책은 계속 등장되는 생선들에 바람의 냄새를 내 곁으로 몰고 왔다.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게 거센 바람, 그 거센 바람에 튼 살을 가지고 살아갈 바닷가 아낙네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진수성찬을 상상하다가 이 진수성찬은 그런 녹녹치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륙에 사는 우리들이야 힘겹게 여행하고 온 비릿한 것들을 맛볼 뿐이다. 한창훈이라는 작가는 잘 몰랐는데 사실 이 책은 요즘 읽고 있는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박찬일의 책에서 나온 음식들은 그나마 먹어본 상상이 되는 것들인데 이 책에 나오는 비릿한 생선들은 대부분이 잘 모르고 먹어본적도 없는 것들이다. 한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던데! 이렇게 불쌍하게 느껴지는 나... 여튼 작가님의 외모는 훈늉하셔서 인지 페이지 곳곳에 등장하시고 생계형 낚시꾼이라는 애매모호한 말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엄마는 아까 저녁에 추석에 대명항에 가자고 하셨다. 우리가족에게 그곳은 여러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인생에 허기질 때 바다로 가자! 뜨끈한 국물 쭉 들이켜면 육지에서 고단한 삶 보상받을까?  한번도 혼자 여행해본 적 없는데 이번 가을에는 저기저기 아랫지방 바닷가로 혼자 훌쩍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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