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구판절판


구름빵을 먹고 두둥실 떠올라 회사에 지각한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 줬던 형제 얘기로 다가왔던 백희나 작가가 더운 열대야를 식힐 달 샤베트를 가지고 귀환했답니다.

더운 밤이면 아파트의 주민들은 문을 더욱더 꽁꽁 여닫고 에어콘을 돌려댑니다. 홀로 뮤직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는 말이 왠지 고독해 보이네요. 백희나 작가의 섬세한 눈은 현대 주거구조가 더욱더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는 부분까지 가 닿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이해하기는 어려운 대목이지만 어른들까지 그녀의 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되는 대목이기도 해요.

달까지 더워 뚝뚝 땀을 흘리던 그 열대야의 밤, 재치만점의 반장 할머니가 그 물을 받아 얼려 달 샤베트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먹이고 있네요. 주민들은 다들 모여 달 샤베트를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라도 나누는 모양입니다. 다들 갑자기 시원해졌어요.

그런데 어쩌죠! 토끼들이 사는 달이 녹아 내리니 토끼들은 살 곳이 없어져 방황하며 반장 할머니에게까지 오게 됩니다. 옥토끼 설화 기억하시죠! 저 황당해 하는 토끼들의 표정좀 보세요. 절로 웃음이 터집니다. 반장 할머니 커피 대접 중이시네요.

센스쟁이 반장 할머니가 당연히 해결책을 내놓았네요. 샤베트를 만들고 남은 달 물을 꺼내 달꽃을 만드니 하늘에서 갑자기 달이 피어나네요. 점점점 커져서 마침내 토끼들의 보금자리가 완성되었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예쁜 얘기 아닌가요? 달샤베트를 먹고 시원하게 잠든 아파트 주민들과 토끼들의 보금자리까지 만들어 주시는 반장 할머니의 사연. 오늘은 이웃집 사람들과 시원한 샤베트라도 나누어 먹고 하늘의 달을 보며 옥토끼가 아직도 절구를 찧고 있나 확인해 보시는 것도 괜찮은 피서 방법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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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름빵' 백희나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두번째 창작책 '달 샤베트'
    from 도서출판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 2010-08-19 09:32 
    책 주로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전 이전에는 인터넷 서점을 애용했는데, 요즘은 시내 서점을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다가 그림책 한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구름빵' 백희나 작가의 신간 '달 샤베트'였습니다. 일단 주문부터 했습니다. 구름빵.. 도 먹는 이야기였는데, 달 샤베트라.. 또 먹는 이야기 같은데, 무슨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어요. 이 책은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 캄캄한 밤에 있었던 이야기에요. 너무..
 
 
꿈꾸는섬 2010-08-1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재밌겠어요.^^

blanca 2010-08-18 11:52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백희나 작가 참 부럽더라구요. 이번 책도 정말 사랑스러워요. 현수와 현준이도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1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블랑카님의 포토리뷰닷~
백희나의 신작이 나온 것도 몰랐네요. 감사~ ^^

blanca 2010-08-18 11:53   좋아요 0 | URL
넘 좋아서 남겨 봤어요. 사진이 생각보다 참 안나오더라구요. 순오기님 강추랍니다.~

프레이야 2010-08-18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샤베트, 그림이 굉장히 멋지네요.
더위에, 샤베트라는 이름만 들어도 입안이 시원한 느낌이에요.
아이들 어릴 땐 그림책을 참 많이 봤는데
문득, 그림책을 잊고 있었단 생각이 들어요.
조카들 주지도 않고 아직 갖고 있는 많은 그림책들이 제손을 가끔 기다리겠는데요.^^

blanca 2010-08-18 11:5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그 말씀 하시니까 샤베트 먹고 싶어져요. 아이스케키. 아, 제가 이 책은 더 열심히 보구 있어요. 아이 반응은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닥 시원찮더라구요.^^;;

stella.K 2010-08-1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블랑카님도 포토리뷰를 쓰기 시작했군요.
전 핸드폰으로 가끔 찍어보는데 잘 찍지도 못하고 복잡한게 많아
지레 포기하고 있답니다.ㅜ
책이 참 럭셔리해요.^^

blanca 2010-08-18 21:59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도 포토리뷰는 공력도 그렇고 능력도 부족해요. 기냥 함 써봤어요 ㅋㅋ 책이 넘 이뻐서 아깝더라구요. 쓰고 보니 적립금 행사도 걸려 있고 해서^^;;역시나 사진이 잘 안나오더라구요.--;;

穀雨(곡우) 2010-08-1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구름빵....둘째 녀석에게 필이 꽂혀 밤이면 밤마다 읽어 줬다는 그 구름빵의 저자네요.
이 책도 재미나겠습니다. 둘째에게 선물해야겠다...^^ 고맙습니다. 블랑카님^^ 리뷰추천...꽝~~!

blanca 2010-08-18 22:00   좋아요 0 | URL
곡우님, 구름빵 정말 넘 사랑스럽잖아요. 이 작가 책 쭈욱 기다리다가 신간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주문했어요. 역시나 기대이상이었어요. 아이가 좋아할 거예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엄마와 아빠가 해운대에서 입맞춤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설사 그랬다손 치더라도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했더라면, 그래서 각기 다른 아이들을 낳았더라면.
수많은 시간을 뚫고 왜 하필 지금 여기에서 내가 이 사람을 만나 이 아이를 낳고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자판을 두들기고 있나. 

이런 생각들에 스치울 때면 존재가 무거워지는 것도 같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그러나 대부분 나는 이런 것들은
잊고 치워두고 비본질적이고 치사하고 졸렬한 것들에 집착하고 매달려 하루하루를 소진하고 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 들어갈 수록 우리는 더욱더 근시가 된다. 마침내 정말 코앞의 것들밖에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존재의 지평선 너머로 슬쩍 밀려가 버리고 만다. 영겁의 시간들 속에 그렇게 우리 존재는 역사 속 의미있는 한 줄도 되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스러져 간다. 

모든 것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는 없다. 모든 것의 본질로 포박해 들어갈 수는 없다. 관념적이고 그럴듯한 것들로 삶전체를 채울 수도 없다. 싸고 먹고 마시고 소진하고 낳고 그러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마침표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시간에 당도한다.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중략>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저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중

 

 

시를 즐겨 읽지도 않고, 더군다나 시집을 사모으지도 않는다. 어느 날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 줄게>에서 이름도 어려운 쉼보르스카의 <박물관>이라는 인용된 시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박물관의 사물들에 대한 그녀의 명쾌하고 예리한 서사 부여가 가슴 끝을 찌르는 듯이 박혀 왔다. 

왕관이 머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어요.
손은 장갑에게 굴복하고 말았어요.
오른쪽 구두는 발과 싸워 승리했어요.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라니. 박물관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유물들이 인간의 삶을 뛰어넘는 그곳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그 모습에 대한 코믹한 시구들은 시인이 범속한 우리들과는 다른 겹눈을 가진 듯한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언어로 미처 형상화해내지 못하는 것들, 찰나를 스치고 지나가 금방 잊혀져 가는, 그러나 본질적인 깨달음들을 이 폴란드의 여류시인은 재빠르게 채어 놀랍도록 명징하고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되돌려 준다. 그녀는 시인은 인생이 마치 고갈되지 않는 재고품이라도 되는 듯 함부로 낭비되는 것에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쓰지 않은 시에 대한 검열 중> 

EBS에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위에서 메릴 스트립의 수줍게 웃는 모습을 찍어 대던 그 나이든 사진작가는 <평원의 무법자>에서 황량한 모래 바람을 가르며 총질을 해대는 젊고 매력적인 이방인으로 분하고 있었다. 무릎 위에는 쉼보르스카의 껍질에서부터 뿌리 구석구석까지 양파스럽고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는 성공적인 피조물이라는 양파의 미덕에 대한 찬사를 들으며 끊임없이 죽여대고 복수하고 폼을 잡는 서부의 총잡이의 얘기를 슬쩍슬쩍 눈안에 퍼담았다. 육체로 말하고 호소하고 사랑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제 눈빛으로 호소하고 당면한 욕망을 억누르고 뒤안길로 빠지는 미덕을 목하 보여 주는 노인으로 분하게 되었다. 시간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그 종결점에 결론적으로 동의하고 만 무력한 존재들이다. 모든 미소한 것들이 옴쭉달싹 할 수 없게 우리를 옭아 매는 그 순간에 이런 시를 읽고 이따금 삶이라는 것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찰나에 스며든 존재의 그 무력하지만 신비한 속성을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인 것 같다. 

힘들 때마다 이 시집을 읽으려고 한다. 완전히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었던 그 가능성을 떠올리며 하필 내가 이 지점에서 나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신비로운 존귀함을 기억하고 나의 시간들이 얼마나 찰나적인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도록.  삶의 비의를 살짝 훔쳐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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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이 철학적인 리뷰를 쓰셨으니... 나둥~

"지금 하필 이 순간이, 나, 여기" 이게 필연일까 우연일까 이런 생각들,, 이것이 전생의 업일까 아님 다만 이번 생의 찰나일까 이런 생각들............ 끝도 없고 결론도 없는 많은 생각들.

예전에는 결론 없고 에너지 소모인 듯 하여 승질났는데, 요즘은 여유가 좀 있는지.. 재미있습니다. ㅎㅎ

blanca 2010-08-16 17:0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은 찾아 가시는 중이잖아요. 부러워요....지금 하필 이 순간 내가 무얼 원하는지 몰라 답답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하여튼 머리 아프답니다.^^;;

비로그인 2010-08-16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인이여, 그대 이름은 무엇이냐?-몰라요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디 출신인가?-몰라요

왜 땅굴을 팠느냐?-몰라요

언제부터 여기에 숨어 있었느냐?-몰라요

왜 내 약지를 물어뜯었느냐?-몰라요

우리가 당신에게 절대로 해로운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가?-몰라요

당신은 누구 편이지?-몰라요

지금은 전쟁 중이므로 어느 편인지 선택해야만 한다-몰라요

당신의 마을은 존재하는가?-몰라요

이 아이들이 당신 아이들인가?-맞아요





쉼보르스카, 베트남.



제가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시인입니다. 블랑카님의 서재에서 쉼보르스카 이야기를 듣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blanca 2010-08-16 17:03   좋아요 0 | URL
쉼보르스카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첨 알았어요. 시가 이렇게 잘 읽히고 좋은지...위에 시도 한참을 정지할 정도로 좋아요....쥬드님

비로그인 2010-08-17 15:03   좋아요 0 | URL
물음보다 `몰라요' '맞아요', 이 두 마디가 더더욱 오랜 시간 남아있는 시입니다.

pjy 2010-08-1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멈추게 만드는 시.. 온통 달려야만 보이는건 아니죠~ 멈추면 더 잘 보이는거죠^^

blanca 2010-08-17 21:32   좋아요 0 | URL
예, 그래서 이따금 이런 시집을 읽어줘야 하나 봅니다.^^

비로그인 2010-08-1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 보면.. blanca님 읽고 대면하시는 책과 제가 읽는 책이 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올려지는 몇 권의 책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또 어려울수도 있겠지만요. ^^

이른 밤. 삶을 "정지" 하게 만드는 시들. "정지" 한 삶에서 중요한 무엇들을 불러 일으키는 시들. 중요한 무엇들이 다시 삶을 바로 잡아 주게 만드는 시들.. 쉼보르스카 와 비슷한 느낌의 다른 시인들의 시를 생각하며 이런것들을 떠올려봅니다.

대체 뭐가 뭔지 허옇게, 나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이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것을 또 느끼는 밤. 들려 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blanca님..

blanca 2010-08-17 22:3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비슷한 건 언제나 기분이 좋아요^^;; 외국 시인들의 시는 번역을 거쳐 아무래도 직접 소통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쉼보르스카의 시는 워낙 좋으니 그런 우려도 부끄럽게 만들더라구요. 저는 소통에 큰 기대를 안 건답니다. 그것도 나이듦의 장점이자 서글픈 대목이기도 하고요. 바람결님 행복하세요.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하루키와는 그렇게 만났다. 그때가 스무살이었는지, 스물두살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매일 붙어 하루를 고스란히 공유하고 완벽한 이상형이라며 서로의 짝사랑 상대를 신격화하는게 소일거리였던 나와 그녀. 그녀는 갑자기 하루키에게 완전히 빠졌다. 하루키는 일순간 교주가 되었다. 사실 하루키가 아니더라도 그 나이때는 무언가 완전하게 몰입하고 찬탄할 대상을 하이에나처럼 찾아 헤매는 시기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하루키의 책을 읽을 것을 강권하기 시작했다. 절독시기였던 나는 모든 문자화된 것을 거부하는 것이 무슨 젊음의 특권인마냥 살고 있었기에 그녀의 청을 유야무야 밀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 눈물나도록 예쁜 얘기가 있다고 마침내 그 빌려온 책을 나에게 넘겨주고 제발 읽으라고 부탁했다. 

장편도 아닌 단편을 읽을 도리밖에 없었다. 친구를 위하여 그리고 어쩌면 또 같이 방방 뛰며 흥분해댈 재료거리가 될 수도 있으므로. 제목도 참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100퍼센트라니. 

화장실에서 그 짧은 단편을 심드렁하게 읽어내고 나는 하루키는 나와 맞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니까 단편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공상 같은 거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서로에게 완벽한 이상형이던 소년 소녀의 엇갈린 재회. 그 빛나던 시절의 기억이 얼마나 찰나적이고 몽환적인 거였었는지에 대한 조금은 씁쓸한 깨달음 같은 거. 

<상실의 숲> 여동생이 빌려와 자기것마냥 반납하지 않고 떡하니 소장하고 있던 그 책을 무척이나 불성실하게 통독하고 역시나 나는 그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청춘소설의 대명사, 젊은 날의 하나의 이정표마냥 추앙받는 그 책을 나는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지 못했다. 

그런 하루키가 육십이 넘어 21세기를 맞고도 건재하다니.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려고 결심하게 된 것은 박완서 덕분이었다. 여든의 노작가의 진솔한 감상평과 과장되지 않은 칭찬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하루키 마케팅이었다. 나에게는.

 

이 책을  읽고 하루키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거의 유일한 하루키의 개인적 고백담이라고 한다. 달리기에 대한 얘기는 사실 하나의 메타포이고 그 속에 하루키가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가 스며들어가 있어 재미있고 진지하게 읽힌다. 문득문득 비어져 나오는 그의 삶을 통한 깨달음에 대한 작은 경구들은 내가 살아나가고 사람을 만나고 읽고 쓰는 일에 대해서도 하나의 엄중한 조언으로 작용한다. 

그는 82년에 달리기를 시작해서 23년간 스물세 번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한다. 결승점에 도달하면 이제 더 이상 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지배한다는 그의 진심어린 고백은 사실 뛰는 일이 전업작가로서의 성실하고 치열한 자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는 더 잘 쓰기 위해 처절하게 성실하게 언제나 달리고 있다. 재즈 클럽을 운영하며 야구를 관람하던 그가 갑자기 하늘에서 춤추듯 내려왔다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욕구하나로 우연찮게 소설가가 되었지만 그 후로는 현실에서의 인간 관계보다 독자들과의 그 관념적인 인간관계를 더 무게중심에 두고 자신의 사적 즐거움을 뒤로 미루고 근육을 훈련하듯 글쓰는 일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보여지는 것보다 더 진중하고 성실한 작가임을 알게 한다.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p.145  
 

문학성과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으로 호평받는 그가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는 고백에 순간 뜨악해졌다. 거액의 선인세 논란의 중심에까지 있었던 그가 보는 세상은 의외로 불공평하고 불가항력적인 것들 투성이었다. 성공한 자가 보는 세상은 손안에 잡아 챌 수 있을 만큼 작고 또 그는 이기는 일에 익숙해져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나는 아직 더 커야 하나 보다. 세상과 사람을 여전히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의 한계를 오만하게 초월하라고 초월할 수 있다고 꼬드기는 대신, 그는 그 한계를 직시하기를 권한다. 다만 그 한계 속에서 효과적으로 자기를 불태우기를 권한다. 달리기와 사는것이 다르지 않은 이유다. 이 당연한 얘기가 그의 입을 통해 나오니 청량감이 있다.  

당연히 이 세상에는 100%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젊은 날의 향수 같은 거다. 있다고 믿으며 보내는 그 시간들도 나름대로 소중하다. 뒤돌아 보면 눈물나는 시간들이다. 그 소년과 소녀는 서른이 넘어 우연히 골목길에서 재회한다. 그런데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슬프지만 괜찮다. 가능하다고 여겼던 시간들이 스러지고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 차례다. 우리는 그 다음으로 85%, 혹은 65% 정도의 삶을 살게 된다. 그건 체념과는 다른 것같다. 거기 안에서 100%를 추구하는 것. 그 정도의 얘기인 것 같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무지개를 보지 못했다. 라디오 DJ가 청취자들이 무지개를 봤다고 사연을 보내온다고 했다. 나는 무지개도 못 본 인생이라 생각하며 베란다로 걸어 나갔다. 세상에. 빨주노초파남보의 그 그림책 속 무지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지개라고 알만한 것이 천상의 다리로 걸려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지개를 본 날이다. 이런 날도 있다. 라디오에서는 스티브 바라캇의 Rainbow Bridge가 흘러 나온다. 너무 좋아했던 그 노래. 그리고 무지개. 골목길 모퉁이에서 우연찮게 마주친 나의 과거의 100% 같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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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1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증 하나 - 그럼 당시 blanca님의 그 "신격화한" 짝사랑 상대는 누구였나요?
궁금증 두울 - 오늘 무지개를 처음 보신 걸까요? .. 그렇담 읏!
궁금증 세엣 - 오늘은 "다음뷰" 를 안하셨는데. 이유라도 있을까요?

여름밤에 읽는 청량한 글이었습니다. 근데 이상한걸로 궁금증이 생기네요~ blanca님 :D

blanca 2010-08-11 14:5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스무 살의 짝사랑은 회고해 보면 참 유치하잖아요. 근데 누구라고 하면 바람결님이 아실까요?^^;;; 무지개 정말 첨 봤어요. 정말로. 일기쓸라구요. 다음뷰~ 지금이라도 하죠,^^

blanca 2010-08-11 15:3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안되네요--;;

마녀고양이 2010-08-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홋, 드디어 내가 아는 책이....... ^^
나 하루키 팬인거 알져? 특히 에세이 집에서. 성향 탓인가봐여. 난 좀 현실적이면서, 쿨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러면서도 깊이는 잃지 않는 책들이 좋거든요.. 자기 감정에 겨운 책들이나, 너무 관계가 거미줄같은 책은 잘 못 읽겠어요.

blanca 2010-08-11 14:58   좋아요 0 | URL
아, 마녀고양이님이 하루키 팬이시군요. 1Q84 혹시 읽으셨어여? 대체 얼마나 잼나길래 그리도 1위를 상중하가 오랫동안 압도적으로 지키고 있는지 넘 궁금한데 쉽게 읽게 되진 않아서요^^;; 저도 요새는 등장인물 이름 다 잊어버리고 관계는 중간쯤 오면 다 엉망되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서 이리 저리 얽힌 책은 별로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8-11 18:56   좋아요 0 | URL
1Q84 얼마전에 리뷰 올렸어요..
사실 책이 의도하는 바가 파악이 안 되서, 최근 하루키 인터뷰를 찾아서 올린게 더 많지만. ^^
역시 하루키 소설 어려워여~

비로그인 2010-08-15 22: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블랑카님, 백년의 고독에 단단히 데이셨군요.

저는 작가로서의 하루끼는 안좋아하는데 [달리기를~]은 계속 마음에 남는 에세이집이었어요. [먼 북소리]도 읽을까 생각중이에요.

마태우스 2010-08-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60을 넘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전 40대 후반이거나 50대 초반, 이 정도 생각했는데... 하여간 훌륭한 작가들의 에세이는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혹독할 정도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광경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하루키가 마라톤 애호가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100%는 없지만, 그걸 향해서 달려가야겠지요...

blanca 2010-08-14 21:41   좋아요 0 | URL
저도 나이듣고 깜놀했어요. 그렇게는 도저히 안보이던데. 역시 자기관리가 한몫 한 것 같아요. 예. 유명인들의 에세이는 남는 게 꼭 한가지가 있더라구요. 좀전에 엄청 큰 소리로 천둥이 쳐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태우스님은 혹시 들으셨는지요.
 
오빠가 돌아왔다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섬뜩할 때가 있다. 내 자신이 때로는 타인이.
각자가 모르는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괴물이 서로의 외피를 뚫고 나와
미친듯이 으르렁대는 모습을 환시마냥 볼 때가 있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지는 세상. 우리는 악몽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평온한 세상은 일상이고 한켠에 포복해 있는 그 승냥이들은 다시 동면에 들어간다. 

김영하는 우리 안의 괴물을 일으켜 깨운다. 은밀한 욕망, 시기, 질투, 분노, 살의.
이러한 무형의 것들이 젤리처럼 엉켜 있는 그곳을 억지로라도 응시하도록 그는 우리를 돌려 세운다. 

그러니 불편하고 언짢다. 두렵고 거북살스럽다. 

그러나 한번 그곳에 발을 들여 놓으면 어쩐지 쉽게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엄연한 실재이기 때문이다. 실제하는 실재. 그러나 쉽게 들여다 보지 못하는 그것들을
결국은 보고야 말때는 뒤돌아 보지마! 뒤돌아 보면 석상이 된다고! 하며 경고했음에도 결국은 뒤돌아 보고
그 형벌을 받고야 마는 금기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일탈욕구를 그가 살살 긁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들은 온갖 금기와 두려움과 호기심의 범벅이다. 문장의 미려함보다는 서사의 역동성과 급박한 전개가
영상 세대들의 빠른 안구회전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마력이다. 그의 소설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읽힐 수 있는 지점이다.
 

다들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이사를 소재로 포장이사업체 직원들의 거칠고 무례한 언행들을 긴박한 스릴러물을 보는 듯할 정도로 극적 긴박감을 솜씨좋게 부려놓은 <이사>, 삼십 대의 잘나가는 투자전문가들의 먹튀행각을 이순신동상의 폭파 사건과 교차시켜 결국 제꾀에 스스로가 걸려들고 마는 공허한 대목을 형상화한 <보물선>,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녀, 그녀를 은근히 스토킹하는 수영 강사와 신문지상의 스토킹살해사건을 연결지어 생각해 온갖 망상을 부풀린 약간 맹한 '나'에 대한 이야기인 <너를 사랑하고도>, 변사체가 되어 돌아온 한 여자를 공유했던 세 남자의 저마다의 용의점들과 내면의 상상들을 괴괴하게 그린 <크리스마스 캐럴> 등. 단편 하나하나가 선뜩선뜩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라인으로 단숨에 읽혔고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그 온순하고 음흉한 괴물을 살살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그들은 진숙이 피살되었을 때, 모두 자기 손을 찬찬히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나도 모르는 새에 칼질을 해댄 것은 아니었을까. 지난밤에 나는 정말로 아무 일 없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것일까. 사실 그들의 꿈속에서 진숙은 여러 번 살해되었다. 그녀의 피는 끝이 없었다. 속죄는 가능하지 않았다. 짓지 않은 죄를 참회할 수는 없었다.
                                                                                                                              -<크리스마스 캐럴> 중 

현대인들은 이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자기도 어쩌지 못하는 자기를 억지로 부둥켜 안고 숨기고 싶은 과거들과 영원히 포박해 버리고 싶은 은밀한 욕망들을 억지로 눌러가며 자기 안의 괴물을 근근히 사육해 가며 버티고 있다. 죄는 짓지 않는다. 여간한 경우가 아닌한. 꿈속에서 무의식의 세계에서 저지르는 범죄로 참회까지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미약한 자기 확신으로 버티며. 

하지만 그들의 추악한 과거의 메타포 같은 진숙이 그들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흘러나온 캐롤처럼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다.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우리는 여기게 이르러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욕망하는 나와 그런 나를 지켜보고 심판하는 나.  그 아득한 간극의 중심에서 김영하는 앞으로 더 밀고 나아가야 할 것 같다. 파헤치고 깨닫고 절망하고. 그 다음. 그래서 그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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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09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는 하나도 안 읽어서 몰라요.ㅜㅜ
지역도서관에 최규석 신간 신청하시고, 이벤트에 댓글 남겨주세요.
도서관에 안 가고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되는 건 알죠?^^

blanca 2010-08-09 21:5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그래도 저도 참여하려고 했었는데요, 아리랑 정보 도서관에 이미 비치되어 있다는 마노아님의 댓글을 읽고^^;; 저랑 마노아님이랑 근처에 있나 봐요.

순오기 2010-08-15 02:17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이랑 같은 도서관이군요.^^

비로그인 2010-08-0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점심, 저녁 내게 주어진 삶이 너무 톱니처럼 꽉 맞물려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안그래도 늘 꽁꽁 숨겨 놓아 저기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그림자를 꺼내 얘기할 시간도 너무 없고요. 남에게 떠밀림,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있을 추함, 수면 아래에서 늘 웅크리고 있는 그림자 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네요.

문학의 가지는 기능 가운데에는 그런것을 꺼내 함께 들여다 보게 하는,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요..?

blanca 2010-08-09 22:0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나이들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더 열심히 읽게 되요^^ 나이값이란 억압과도 비례하는 면이 있어서. 갑자기 이런 댓글 달라니 제 나이가 넘 많게 느껴지네요..어제가 스무 살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ㅋㅋ

후애(厚愛) 2010-08-0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꼭! 뵈어요~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blanca 2010-08-09 22:00   좋아요 0 | URL
후애님....1년을 기다려야 하나요? 흑흑. 이래저래 시간이 더 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알라딘 서재에서 항상 함께 해요!

stillyours 2010-08-0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동안 <검은 꽃>을 읽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다시 읽었어요.
그래서인지 블랑카님 리뷰가 확확 더 가깝게 다가오네요.
실제하는 실재.에서 고개를 또 끄덕입니다.

blanca 2010-08-09 22:02   좋아요 0 | URL
moon님 그러셨어요? 우아. 그러셨구나. 신기해요. 저도 지금 한창 김영하를 파고 있는데^^;; 단편집이 더 좋더라구요. 저는 김영하를 <여행자 도쿄>로 첨 만나고 그 담에 아마 <검은 꽃>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의 장편이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조금 못 미친다는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또 어떤지 넘 궁금해져요.

굿바이 2010-08-0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저리 피했는데, 골목길에서 만난 느낌이예요. 김영하를 아무래도 집으로 모셔와야 할 것 같아요. 궁금해서 도저히 못참겠어요. 블랑카님 글을 읽고나니, 돌아온다는 오빠를 더는 막을 길이 없네요. ㅠ.ㅠ

blanca 2010-08-09 22:02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저도 사람들이 하도 김영하, 김영하해서 과대평가됐다고 속단했었는데 이제 차근차근 알아가니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빠부터 맞아들이시는 것이 괜찮을 듯 합니다.^^

아시마 2010-08-09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괜찮지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읽고 예전에 제가 썼던 리뷰를 찾아서 다시 읽어 봤는데요, 이거 같은 책 읽은건가 싶어요. 이런게 리뷰쓰는 재미.
아마, 저는 김영하의 초기 작품부터 순서대로 따라가서, 작가의 성장(글이 나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쪽으로 초점을 두고 책을 읽었는데, 블랑카님은 아마도,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대기적 글 읽기는 때로 방해물이 되는듯요.

그래도 확실히 이 책을 기점으로 김영하는 많이 바뀌어요. 나중에 소설집 <호출>한번 읽어보세요.

ps. 이 리뷰 읽으면서 새삼, 난 블랑카님 되게 좋드라~ ㅎㅎㅎ

blanca 2010-08-09 22:05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 ㅋㅋㅋ 저는 솔직히 말이에요. 김영하는 과대평가된 작가라고 혼자 평가 내리고(아무도 내 평가를 궁금해하지는 않겠지만) 검은꽃 이후로 안읽으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단편을 읽고는 깜짝 놀랐답니다. 아시마님의 말씀이 맞았어요. 아시마님의 연대기적 글읽기는 저의 얕은 독서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다음에는 <엘리베이터에 끼인 그 남자> 읽으려고 했는데 <호출>로 급선회하겠습니다. 아시마님의 고견을 듣구요.

꿈꾸는섬 2010-08-1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한 블랑카님, 김영하 다시 읽기 하고 계시군요.
저도 이번 읽고 있는 책 읽고 김영하 책부터 읽으려구요.^^

blanca 2010-08-10 16:45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저는 벌써 작가 만날 맘의 준비 하고 있어요 ㅋㅋㅋ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셈이에요. 꿈꾸는 섬님또 함께 준비하시는 건가요?^^

마녀고양이 2010-08-10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하이. 역시나 좋은 리뷰네요.
그런데, 역시나 모르는 책이네요. ㅋㄷㅋㄷ

blanca 2010-08-10 21:46   좋아요 0 | URL
ㅋㅋㅋ 무사귀환 완전 축하해요. 폭우 쏟아져서 걱정했었어요.^^;;

비로그인 2010-08-1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안겨주었던 책인데, 읽으셨군요. 저는 김영하의 소설은 어지간해서는 권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읽게 됩니다. 그 무서운 경험을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는 건가, 싶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것 처럼 그것을 엄연히 부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읽게 되는 것이지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전부를 그렇게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살아 있는 모든 일은 결국 서로의 일부를 자기 손 안에 넣거나, 넣을 수 있다고 자만하는 사이 일어나는 사건들이에요. 작가가 되거나 피사체가 되거나,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거대한 차이에서 일어나는 일이지요. 광복절 사면도, 당장 당면한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도, 따지고 보면 그 차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제가 너무 늙은이 같이 느껴져서, 또 슬퍼집니다.

blanca 2010-08-13 14:55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저는 주홍글씨가 김영하 원작이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누군가는 이 작가가 지나치게 개인적 어두움에 집착한다고 비난하긴 하더라구요. 쥬드님 말씀이 맞아요. 특히나 사람 사이에서 그런 권력욕이 발동하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니까요. 저도 요즘 많이 늙고 있어요. 어감이 이상하지만. 진짜 느껴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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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재우고 자정이 넘어도 그 시간은 아깝다. 가수면 상태에서 눈을 번쩍 뜨고 나와 현관에 면한 옹색한 옷방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잡는다. 흔한 벽시계가 아쉬운 순간 시간은 정지한 듯한데 책장은 무섭게 넘어간다. 마음 같아서는 밤을 꼴딱 새워서라도 다 읽고 싶은 책이었다. 

미혼이었을 때 나와 연년생 여동생은 박완서의 에세이를 함께 읽었다. 소설에 거부감이 심한 동생은 박완서의 수필로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려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더이상 책을 읽지 않는 여동생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박완서의 수필. 그 곳의 어느 지점에서 나와 동생은 조우한다. 아가씨들이 왜 노년의 그 자박자박 걷는 걸음에 묻혀 가고 싶어했는지 그 의아함의 기억은 벌써 아련해진다.  

임신했을 때 드러누워 박완서의 단편을 가열차게 읽어 내려갔다. 암투병으로 머리칼을 잃은 남편이 선물받고 사모은 모자에 얽힌 사연을 소설화한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태교와는 무관하게 가슴을 저며 팠다. 암이 뇌로 전이되어 퇴근길에 갈지자로 걷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에 고통스럽게 공감하며 나는 아름답지 않은 진실에 육박해 가는 그의 삶에 대한 응시에 매료되어 갔다. 아름다운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라 삶의 비루하고 치사스런 면면을 더듬더듬하며 아이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그는 척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매사에 그렇게 어정쩡하고 적당히 비겁하다고 거듭 매도한다. 그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그래서 다분히 복합적이고 실제적이다. 평면적이고 얄팍한 허구적 인간 군상의 허술함에 질린 이라면 그의 소설을 접해 보기를 권한다.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나를 읽고 너를 읽고 우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순수하면서도 야비하고 비겁하면서도 과감하고 순박하면서도 비열할 수도 있는 그래서 정말 인간 같은 인물들이 팔딱이는 그의 이야기 속에는 삶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삶 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것만 같은 두려움까지 들 정도이다. 소설을 읽으며 그 소설 속에 몰입하고 그 과정에서 나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한 도약이다. 가능할 것만 같으면서도 일말의 작위성에 밀려 결국 나는 소설을 읽고 있다,는 명징한 깨달음의 한계의 철책을 저만치 밀어버리는 일은 그의 소설의 독특한 미학이 아닌가 한다.  

이제 그는 여든의 길목에 들어선다. 나이 든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는 처량한 나이, 내 정수리를 지긋이 눌러줄 웃어른이 없다는 허전함을 토로한다. 나이드니 좋다, 세상사에 초연해질 수 있다고 가식을 떨지 않는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가 제일 좋고 그런 소리를 들은 날은 종일토록 기분이 좋지만 글에서만큼은 나잇값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수만가지 삶과 수만 명의 인간을 체현한 그가 종당은 깨달은 삶에 대한 얘기들은 어떤 것인가. 궁금했다.  

그에게 있어 6.25의 체험은 소설의 재료이자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서 작용했다. 때로 너무 우려 먹는다는 지적에 대하여 그는 맞춤한 변명거리들을 마련해 놓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기억의 깊이와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1.4후퇴 때 양쪽 다리를 못쓰게 된 오빠를 손수레에 싣고 피난길을 떠난 그 나날들이 생생하고 기분나쁘게 냉동보관되어 차라리 하나의 질병처럼 작가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고백은 왜 그토록 작가가 과거의 기억들을 토대로 전쟁을 증언하는 데에 매달렸는 지를 이해하는 데에 하나의 단초가 된다. 어쩔 수 없는 절절하고 생생한 시간들. 감각의 기억들. 오죽하면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으며 감기에 걸리기까지 했을까. 전쟁을 간접적으로 전해듣고 상상하는 것들과 실제로 그 인간이 전체 속에 함몰해 들어가 그 중량감과 존귀함을 갑자기 상실하고 개인의 삶이 요동치는 실제 전쟁의 체험과는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완서는 외려 현재의 풍요로움이 하나의 환상 같고 과거의 그 전시의 빈곤함과 신산한 삶들이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념이라면 넌더리가 나고 좌도 싫고 우도 싫다는 그의 외침이 내려 앉는 자리는 그가 노구의 몸안에 왜 청춘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고 얘기하는 지에 대한 이해와 만난다. 

과거에 대한 반추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그가 본 영화, 읽은 책, 가 본 장소에 대한 소소한 감상도 감칠맛 나게 읽힌다. 특히나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에서의 그 맨숭맨숭한 인간관계들과 우리의 낫또 같이 끈끈한 줄을 달고 다니는 인간 관계에 대한 비교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예리하다. 카버의 <<대성당>>이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안의 표제작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아들의 죽음과 빵집 주인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진한 감동에 휩싸였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 하나로도 카버의 전부를 인정해 버리고 싶을 만큼 위로를 통한 치유를 절묘하고 생생하게 그려 낸 수작이었다. 박완서는 특히 이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면서 감상을 얘기하고 있다. 여든의 작가와 내가 함께 사랑하는 작품이 있다는 건 묘한 공감에의 감동이 있는 대목이다. 한 번도 뵙지 못한 그와 마치 마주앉아 그거 정말 죽이지 않냐!고 함께 손 맞잡고 방방 뛰는 듯한 반가움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나는 여즉도 제대로 읽어 보지 못한 하루끼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인상깊다. 삿포로의 대형서점에 앉아 뜨게질교본을 어루만지며 행복해 하고 하루끼의 달리기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일본인들의 친절의 근원을 우월감의 소산으로 해석하고 이 좋은 걸 왜 이제 알았냐며 월드컵에 흥분하는 작가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는 절절 끓는다.  

십 년만 더 젊어진다면 완벽하게 정직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그. 마당의 살구 나무에서 떨어진 살구를 큰 스텐 들통에 넣고 한여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아 삼십 통의 잼을 만들어 노느매기한다는 그. 지구를 신이 찬 가장 멋진 축구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 읽는 일에 흠뻑 빠져 때로 그 시간들이 대리 체험이상이 아니라고 비하하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 박완서 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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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8-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작가의 글들은 생생한 삶이 녹아져 있어 좋아요. 6.25에 대한 기억도 작가의 글을 통해 좀 더 세밀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엄마의 말뚝도 그랬고,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도 그랬구요. 이 책은 에세이집인거죠? 궁금하네요.^^
아이 재워놓고 보는 책의 맛이 어떤지 저도 잘 알아요. 그런 조각 조각의 시간들이 블랑카님이나 저한테 행복을 주는 시간인거죠.^^

blanca 2010-08-05 13:52   좋아요 0 | URL
예, 꿈꾸는섬님~ 에세이에요. 서평이랑 박경리, 박수근 화백 추모글도 있어요. 아이는 잘 때가 제일 이쁘다,고 러셀도 그러더라구요^^;;

2010-08-07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렇게 괜찮아요? 아.....
그러고보니 박완서님 책은 단 두권 밖에 안 읽어봤네요...

난 임신했을 때 하필이면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이런 책들 읽어서,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떨었다눈... ㅡㅡ;;

blanca 2010-08-05 13:5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제 친구도 비슷한 책 보고 가위 눌리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박완서를 많이 좋아하다보니 평이 조금 편향적이라^^;; 자신있게 권해드리지는 못하겠어요^^

2010-08-05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8-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재워놓고 조용한 시간에 읽는 책, 맛나지요.^^
블랑카님의 좋은(이 말로는 표현하기가 부족한^^) 리뷰를 보니 이 책도 당깁니다.
박완서의 '친절한 복희씨'를 전 참 좋아해요.

blanca 2010-08-05 13:55   좋아요 0 | URL
저도 친절한 복희씨 참 여러 번 읽었어요. 노년 문학이 왜이리 와닿던지....나이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들과 깨닫는 것들을 소설화하니 삶에 대해 앞서 배우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기억의집 2010-08-0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덟개의 모자~~그 단편 읽으면서 박완서 선생님의 애절함이 너무 너무 절절히 묻어나서 울며서 읽은 소설이여서 기억해요. 저문 날의 삽화에 들어있던 단편이지요. 방금 찾아보니...다시 그 때의 감정이 되새김질되네요. 저도 지금 박선생님의 수필 나왔다 길래 살까말까 망설여지긴 하는데. 저 대목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작가와의 감정 공유 대목을 읽으니 어떻게 쓰셨길래 하는 생각이 드네요^^

blanca 2010-08-05 13:56   좋아요 0 | URL
저도 울었어요. 게다가 실화라니.그것 알기도 전에 읽으며 이건 체험이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오더라구요. 그리고 이 책! 기다리세요^^

stella.K 2010-08-0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선생은 소설을 쓰기 위해 특별히 애쓰고 있다는 느낌이 안들어요.
그냥 직접 겪었을 또는 어디서가 들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힘이 들어가지 않은 이야기의 힘. 그게 박완서 선생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그렇게 블랑카님처럼 밤을 새워 읽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 만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 건지...
모처럼 행복한 밤이었겠습니다.^^
옷방이면 작은 방 아니었나요? 옆에 선풍기는 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ㅋㅋ

blanca 2010-08-05 13:5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그죠. 저는 그래서 이런 생각 했어요. 자기 인생이 너무 순탄하면 작가가 소재가 빈곤하겠다고. 가장 좋은 건 경험하지 않은 것들도 경험한 것 이상으로 그려내는 거지만 그게 쉽지가 않을 테니까요. 옷방. 무자게 작구요. 대박으로 더웠어요 ㅋㅋㅋ 죄지은 것처럼 거기에서 불켜고 오그리고 책 읽었다니까요. 한 두시까지 봤나봐요.

穀雨(곡우) 2010-08-05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가 박완서님 글은 참 좋아해요. 저두 오늘 김영하작가 책이랑 카트에 밀어 넣었다죠.^^
블랑카님의 눈을 통해 박완서님을 보니 새롭네요. 인간에 대한 본질에 가 있는 것도 같고 말이죠.

blanca 2010-08-06 14:26   좋아요 0 | URL
곡우님~ 셋째!! 정말 감축드려요. 축복 같은 아이네요....이 책도 참 좋아하실 거예요.

gimssim 2010-08-0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온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책을 읽으셨군요.
박완서 선생의 책을 잘 읽히지요.
저는 대뷔작 <나목>을 좋아합니다만 이 분 글은 노년에 쓰신 글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찬 바람이 좀 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계속 그로키 상태라~~

blanca 2010-08-06 14:28   좋아요 0 | URL
중전님! 나목 참 좋지요. 저도 찬바람이 불어야 할 것 같아요, 중전님. 요새는 더워서 그런 건지 정말 힘들어요. 처서를 기다리고 있어요. 중전님도 힘내세욥!

따라쟁이 2010-08-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완서님의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왠지 이 리뷰를 읽자니 한 두어권 구입해서 찬찬히 읽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택배상자가 또 늘겠네요ㅠㅠ

blanca 2010-08-06 23:41   좋아요 0 | URL
그 어여쁘다는 따라쟁이님인가요?^^ 저는 택배 상자가 너무 많이 와서 다 겹쳐서 눈속임해 둔답니다.^^

비로그인 2010-08-0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것이었군요.
아 어디선가 슬쩍 스쳐본 내용에는 이분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다른 방향으로 했었던 기억도 물큰 만져집니다.
그나저나 작가와 비슷한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 참 기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쓰신 글에서 blanca님의 이런 느낌의 눈웃음이 막 보일듯 하네요. ^^

blanca 2010-08-08 15:3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박완서의 소설에는 제가 숨기고 싶은 저의 은밀한 욕망, 시기, 분노 등이 드러나 때로는 불편해지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모인 것이 인간임을 간파한 노작가의 시선에 움찔하기도 하고요. 그의 소설을 읽으며 인간을 더 잘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0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한동안 열병처럼 박완서를 읽었는데...그러다 보면 또 멀미가 나서 멀리하기도 했지요.^^
친절한 복희씨로 다시 만났지만 호미는 읽지 않았어요. 이 책은 님의 리뷰 때문에 장바구니에 담아요.
구매는 좀 있다 하겠지만...
토지문학상 시상식에 박경리샘이랑 같이 오셨을 때 뵈었어요~ 팔을 꼭 잡고 사진도 찍은걸요.^^

blanca 2010-08-08 15:3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멀미, 맞아요. 저도 한동안 박완서샘 소설을 주구장창 읽다가 손을 놓기도 했어요. 우아! 박경리샘도 생전에 만나보셨겠군요. 팔을 꼭 잡고 사진을...저도 박완서샘을 꼭 뵙고 싶은데. 너무 부러워요. 토지 문학관도 가보고 싶고. 광주에서 모임 가진다고 하셔서 갈 수 없음에 통탄했습니다. 이래저래 너무 가보고 싶은데 아이가 더 커서 자유를 찾기를 바랄 뿐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0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가 좋았어요.누구나 가지고 있는 속물근성을 은근히 톡 쏘아주는 맛이 있더군요.산문집으로는 '두부'를 읽었지요.

blanca 2010-08-08 15:39   좋아요 0 | URL
노자님! '그해~'는 섬뜩한 면도 있더라구요. '두부'는 제 동생이 특히 좋아했어요. 속물근성,하면 저는 박완서샘이랑 모옴이 생각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