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 공사가 한창이다. 무식한 나는 이게 '하천 복개'인 것인줄 알았다. 거꾸로다. 복개는 하천을 말 그대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하여튼 마을 버스를 타고 가다 차창으로 비친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하천에 시선을 던지다 '안감내 자리'라는 표시석에 부딪혔다. 안감내!! 

낯익은 단어.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서 발견했던 단어다. 득달같이 펼쳐 든다. <그 남자네 집>은 노년의 '나'가 후배의 새로 이사한 집을 찾아갔다 예전 처녀 시절 사랑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뻥 차버리게 된 '그 남자의 집'을 찾게 된 얘기다.  

이 소설 속 지명 하나 하나가 다 우리 집 주변이었다니.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들어간 책이니만큼 그 지명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러니까 그 남자네 집은 지척이었다. 성북동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삼선교, 돈암교를 거쳐 동네 앞을 흐르던 개천이 바로 안감내였다. 지금은 황량해진 채 하천 복구에 한창인 그곳이 아낙들이 빨랫감을 가지고 나와 도란도란 특별할 것 없는 얘기들을 나누던 곳이었고 개천 쪽으로는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어 이웃 동네에서까지 원정산책을 왔었던 곳이란다. 옆지기가 맛있다고 강변했던 신선설농탕 뒷골목이 바로 작중 화자(아마도 박완서)의 옛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홍예문까지 있었던 조선 기와집이 그 남자네 집이었다. '나'와 함께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을 보낸 그 남자와의 추억담은 가슴 시리다. 

나는 내 몸에 위험한 바람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피차 동정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닮은 불운을 관통하는 운명의 울림 같은 걸 감지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마치 길 가다 장풍을 만나 치마가 활짝 부풀어오른 계집애처럼 붕 떠오르고 싶은 갈망과 얼른 치마를 다독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은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p.66 

풋사랑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경계선 타기다. 그 스릴은 기쁜 것이기도 하고 고달픈 것이기도 하다. 월북한 가족 대신 혼자 남아 아들을 기다린 늙고 퇴락한 어미 밑에서 그 남자는 '나'와의 그 사랑놀음을 위하여 불효를 습관처럼 저지른다.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거기에 기여함을 알고도 모른척 넘긴다. 전후 암울하고 내핍이 활보하던 그 거리를 나는 그 남자와 때로는 사치스럽게 때로는 낭만을 가장하고 버텨 나간다. 마지막 남은 '나'와 '너'는 그렇게 해서라도 견뎌 나가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울먹이는 남자를 뒤로 하고 안전한 새로운 사람과 둥지를 튼다.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p.74 

너무 예리해서 찔릴 것 같은 대목. 그렇게 우리는 순정한 우리의 과거의 갈무리마처 누군가에게 떨쳐 놓아 버리고
안전한 현실로 걸어 들어간다. 그게 결국 그러고야 말게 되는 것같다. 그리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나머지를 눙치려 든다.

안감내가 복원되고 있다. 다시 흐를 그 하천가에서 나는 어느 누구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알은 체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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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0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이 흰죽을 먹듯 맹숭맹숭한 느낌이었거든요.
님의 리뷰로 다시 읽으니,흰 죽을 꼭꼭 씹어먹어야 느낄 수 있는 고소함이 살아나는 것 같은 걸요~^^
아,좋아요.이런 리뷰~

blanca 2010-09-09 22:2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제가 바로 그랬어요. 그런데 안감내랑 이곳 저곳 지명이 바로 연결되니까 갑자기 소설이 확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어젯밤에 다시 읽은 감상은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다시 읽기도 하나 봐요.

세실 2010-09-0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았어요. 그 연세에도 이런 감성적인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죠.
아 그 동네에 사시는군요^*^

blanca 2010-09-09 22:23   좋아요 0 | URL
예...저도 놀랐어요. 바로 그 동네였다니, 이런 깨달음이 어제였다는 사실이 더 놀랍더라구요 ㅋㅋㅋ 제가 지리에 약해서요.

프레이야 2010-09-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남자네집,에 '안감내'를요?
그걸 다 기억하시는 블랑카님^^
네, 졸업식 때 울었던 기억, 그 학교에 더 있고 싶어 울었던 건 저도 절대로 아니었어요!!

blanca 2010-09-09 22:24   좋아요 0 | URL
고유명사는 다 잊어버리는데 이상하게 안감내만 기억에 콕 박혔다 나오더라구요. 저도 저 문구가 너무 동감갔어요...그래서 작가인가 봐요.

기억의집 2010-09-0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식으로 말하면 개천이죠. 저 어릴 때만 해도 동네마다 개천이 있었어요. 개천에서 뭘하고 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개천길을 따라 물밑을 보며 따라올라갔다 내려왔다 했던 기억이. 저의 언니는 어느 날 개천길가를 따라 걷다가 개천에 빠져 얼굴이 다친적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개천같은 길, 에 대한 추억도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저의 동네랑 참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아요. 차로 한 40분 거리?!

blanca 2010-09-09 22:2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는 그런 기억이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그건 만들 수도 없는 너무 소중한 것들인데...아이쿵, 언니 큰일 날뻔 하셨네요. 저는 예전에 공중전화박스에 유리로 막힌 줄 알고 바로 아스팔트로 내리꽂은 적이 있어 코에 한 일년은 상처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중랑구 아, 갑자기 무슨 동이었는지가 가물가물..찾아 볼게요^^

비로그인 2010-09-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과 함께 조용히 침묵하며 돌아갑니다.

오늘의 느낌은 그냥 말줄임표로 대신해요. ... 이렇게.

blanca 2010-09-09 22:2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댓글은 항상 의미심장합니다.ㅋㅋㅋ 제가 말줄임표 좋아라 하는데.

yamoo 2010-09-0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 바람결님이 제 댓글을 대신 해 주셨네욤^^ 저는 바람결님 따라쟁이..ㅋㅋ

blanca 2010-09-09 22:26   좋아요 0 | URL
야무님, 따라쟁이란 좋은 겁니다.^^;;

마녀고양이 2010-09-1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면서 참 신기했겠어요........
그리고 동네 다니면서, 마음이 어쩐지 찡했을거 같다는.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빗소리가 세차네요. 아주 시원한 소리예요.
너무 좋아서,,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고민 중이예요.

blanca 2010-09-10 21:57   좋아요 0 | URL
마녀 고양이님, 저도 빗소리 좋아서 창문 열어놓고 걸레로 닦고 그래요 ㅋㅋㅋ 다만 빨래가 너무 안말라서 고약한 냄새가 나요. 이 동네 참 신기해요...아이 델구 살기는 불편한데 옛날 그 어떤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괜시리 마음이 끌린답니다.

pjy 2010-09-1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속에 담아두던 지명을 센스있게 잡아내시는 블랑카님! 멋지시군요^^
어제는 퇴근했더니 집안에 빨래가 잔뜩 걸려서 웃었는데요~ 일본식 주점처럼 방문마다ㅋㅋ;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빨래말리기가 참 고역입니다요~

blanca 2010-09-11 21:56   좋아요 0 | URL
빨래. 말도 마세요. 빨래를 하면 하기 전보다 냄새가 더 난다는--;; 이제 비 좀 고만오고 햇볓에 이것저것 다 바짝 널어 말릴 날이 왔음 싶어요.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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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놀라움을 준다. 이 단순한 문장이 사실은 가장 솔직하고 빈번하게 나오기 힘듦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경이로웠다. 이런 것이 소설이다,라고 어설프게 엮은 기존의 빈곤한 인식의 틀을
달려들어 해체해 버린 작품이다. 

일관된 화자 대신 두 사람의 대화로 전개된다. 작가가 친절하고 성가시게 개입하는 대신 오직 두 사람의 말,
그것도 영화 얘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텍스트의 변주가 주다. 아, 맞다. 작가는 각주로 개입한다. 감방 안에서 만난
동성애자와 정치범의 대화에서 기습적으로 삽입되는 동성애에 대한 철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고찰은
그 진지함이 외려 엉뚱한 배경음악 같은 것으로 변환된다. 똥을 싸네, 마네 하는 본능적 대화 밑에서
프로이트의 <다형적 도착증> 같은 것이 진지함을 가장하고 사뭇 언급되는 것은
사실 교묘하게 작가가 화자로서 개입하는 장치로 판명된다. 
그는 짐짓 동성애자에 대한 다양한 시각, 심리학적 생물학적 고찰을 학문적 권위에 기대어 전달해 주는 역할로 만족하는 듯하지만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필연적인 연계가 없어 보이는 각주를 부지런히 덧붙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 무언가를
은근하게 조롱하고 빈정거리는 듯한 속내를 흘리는 것 같다. 성적 소수자를 이해해 주려는 듯한 각종 학문적 접근이
그들을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메스로 난도질해 그럴듯하게 도식화한 것에 대한
희화화다. 그러니 각주는 그 내용을 담은 틀이상으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제목은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동성애자 몰리나가 게릴라 활동을 하다 구속된 발렌틴에게
자신이 본 영화 여섯 편을 마치 거미줄을 뜨듯 자신의 삶과 생각, 느낌 등에 엮어 교묘하게 변형, 재창조하여 들려주며
발렌틴에게 접근해 가는 과정의 상징을 지니고 있다. 캣피플, 독일나치선전영화, 좀비 영화 등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문자 텍스트와 영화의 이미지가 혼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결국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사회의 거대 헤게모니의 담론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의 본질을 규정짓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마침내 경직된 틀을 해체해 버린다. 성적 기호, 정치적 가치관,  이런 껍질을 벗겨 버리고 나온 속살에 가닿는 작가의
시선은 결국 존재 그 자체를 향한 긍정으로 귀결된다. 이토록 단순하고 이토록 명료한 진실에서 항상 멀어져만 가는
그 비극적 관성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순간 존재가 꽉 차는 환각을 느끼게 된다.  한계를 아는 것은 그래서 마력을 지닌다. 그 한계를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부책감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한 작가의 전력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이고 허를 찌르는 전개가 독자를 단숨에 흡입해 버린다. 재미도 있고 깊이도 있는 소설은 기대나 선전만큼 흔하지 않다. 적당한 중량감을 유지하며 책장 넘어가는 속도까지 배려한 듯한 능력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헐리우드에서 브로드웨이에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연극이 성공을 거둔 저력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고 그런 도식에 의해 잘 짜여진 예의바른 소설에 식상했다면 당장 마누엘 푸익을 접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스피아민트껌을 씹은 기분에 소설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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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아민트 껌을 씹은 기분'이라니, 너무 멋진 제목이에요!
저는 지금.. 단물 다 빠진 흐물흐물한 껌 씹는 기분이랄까요. [거미 여인의 키스]를 읽어줘야겠군요.

blanca 2010-09-09 12:11   좋아요 0 | URL
만치님...그럼 하루 빨리 이 책을! 저는 나름대로 아주 충격 받았거든요..이 책이 만치님 기분을 마구 띄워 드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 제가 아마존에 주문한 책 11월 달에 온대요. 이럴 수도 있나요?--;;

비로그인 2010-09-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큼한 제목의 리뷰를 왠지 예전보다 더욱 "주의깊게" 보고 있습니다.
차분한 리뷰 보면서 흠.. blanca님을 알듯 모를듯 아리송송 하네요 ㅋㅋ

blanca 2010-09-09 12:12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아리송송한 좀 더 나아가면 깨는 사람입니다. ㅋㅋㅋ 엉뚱하다는 평을 많이 듣고 살았답니다.^^;; 바람결님이 주의깊게에 따옴표를 다니 갑자기 긴장됩니다.^^;;

프레이야 2010-09-0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늘 리뷰 못지않게 흡입력 있다고 생각돼요, 블랑카님.
후레쉬민트 아니고 스피아민트인 거죠? ^^
이 책, 담아만 뒀는데 '소설'을 읽으려는 마음에서라도 해체된 소설을 얼른 읽어줘야겠어요.
늘 좋은 리뷰 감사해요.^^

blanca 2010-09-09 12:1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는 제목 달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실 어제도 이 문제로 페이퍼 작성해 보다 관뒀어요. 학창시절부터 글을 쓰는 것보다 제목을 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이런 저에게 이런 칭찬은 정말 힘이 됩니다.^^

다락방 2010-09-0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줄 전혀 알지 못하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영화 얘기를 해줄때, [캣피플] 얘기해주는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너무 좋아가지고 팔짝팔짝 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캣피플]을 알고 있거든요. 봤거든요. 아주아주 인상 깊은 영화였거든요. 아직까지도 어떤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그 영화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뭔가 짜릿했어요!

blanca 2010-09-09 12:1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안그래도 저는 그 영화를 잘 몰라서 넘 아쉬웠더랬는데 그 영화를 알고 읽으신 다락방님의 감상은 도저히 못따라갈 것 같아요.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대충 받아들이는 것은 천양지차일테니까요.

마녀고양이 2010-09-0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리뷰예요.
블랑카님은 정말 나를 지름신으로 이끄는 재주 탁월하네요.
저런 소설인줄 몰랐어요.... 진짜 읽고 싶어지네요.

blanca 2010-09-09 12:1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하루키가 인터뷰에서 언급해서 사실 메모해 두었다 읽게 되었어요. 마녀고양이님도 너무 좋아하실 것 같은데..참, 오늘이 그날이신가요? 광화문연가. 행복한 만남 되시기를. 후기 기다릴게요.^^

양철나무꾼 2010-09-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송병선 님이 어떻게 번역해 내셨을까 궁금했었는데요~
님의 리뷰를 보니,알 것도 같습니다~^^

blanca 2010-09-09 22:2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은 알고 계셨군요...번역에 에로가 참 많았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번역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그 어려움과 기여하는 바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 2010-09-0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가지고 있는데 스파이트민트껌을 꼭 씹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영화도 있고 뮤지컬인가 연극으로도 공연되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blanca 2010-09-09 22:2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리뷰가 완전 극찬 일색이라 사실 더 망설였는데 참 읽다가 이 작자는 ㅋㅋㅋ 천재구나, 싶더라구요.

기억의집 2010-09-0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고등학교때 스크린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라울 줄리아하고 윌리엄 허트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때만 해도 라울 줄리아는 이 영화로 대박 떳고요. 윌리엄 허트는 그 전에 보디 히트란 영화에 나왔는데, 그 때 그의 연기 정말 맹하니 잘하더라구요. 지금은 거의 기억에 나지 않지만, 이 영화 우리 나라에서 처음엔 상영금지였나 그랬을 거에요. 동성애때문에. 그러고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개방이 많이 되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근데 덧글 읽다가 봤는데, 아마존에 주문 한 책이 그렇게 늦어요? 대체로 한달 안에는 오던데.

blanca 2010-09-09 22:3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는 모르는 배우인데 재미나요. 그랬군요! 저도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주문한지 열흘 되니까 선적했다고 참 11월달에 도착할 수도 있다는 모 이런 --;; 거 참 카버 단편 하나 읽겠다고 욕 보고 있습니다.ㅋㅋㅋ 와도 사실 완전히 이해할지도 의문이지만. 절판된 책이라 도리가 없더라구요. 빌려서 볼 수도 있겠지만 원어로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어서요.

기억의집 2010-09-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인터뷰에 꽂혔구나~~ 저도 하루키 인터뷰 읽고 카버를 읽어볼까,하는 중인데.. 하지만 전 지금 미미의 용서의 서도 중간밖에도 못 읽어서....

저 영화 구할 수 있을까요? 저는 라울 줄리아와 윌리엄 허트만으로도 저 영환 멋진 영화에요. 윌리엄 허트의 동성애자의 연기도 새로웠고요. 하여튼 저 영화 나왔을 때 말도 못 하게 떠들썩 했어요. 그 때만 해도 동성애코드가 일반적이지 않았기때문에. 라울 줄리아는 아담스패밀리도 나왔는데... 그 영화 못 보셨나요?

blanca 2010-09-10 21:59   좋아요 0 | URL
아담스패밀리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아아아...조금씩 생각날 것도 같아요. 하루키.는 부러워요. 여러가지로..담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 보고 싶어요. 이 생과는 다른. 기억의집님 제가 담 세상에 태어나면 살고 싶은 인간형들이 있답니다.ㅋㅋㅋ 일단 남자로 태어나기로 했어요. 지금 읽어도 뭐랄까 급진적인 느낌이 남아 있는 거 보면 그땐 완전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느낌이었어요.
 
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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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은 가장 사적으로 은밀한 영역을 교묘하게 침범하는 일일런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것보다 더 도발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읽는다, 기 보다는 차라리 새로 쓴다,는 표현을 빌리는 것이 더 독서에 대한 정직한 고백이 될 것 같다. 서사의 공백마다 주장과 고백의 여백마다 우리는 자신의 삶과 느낌, 주장을 슬며시 끼워 넣는다. 그리고 마침내 읽었다, 고 자백하고 만다. 똑같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자백은 그 수만큼이나 불어나 있다.

서평을 읽는 일은 그래서 가장 진지하고 까다로운 독서가 될 수 있다. 타인이 읽은 책에 대한 얘기를 듣는 일은 때로 나의 그것과 충돌하고 조응하고 비껴간다.  이런 아슬아슬한 만남은 아집에 빠질 수 있는 독서의 편력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축복이다. 독서는 그 자체로 비교적 바람직한 행위로 상찬받는 경우가 많아 적시에 주어지는 적절한 교정과 자극을 결여하는 일이 태반이다. 이런 와중에 저자 중 한 분인 stella09님과 인연이 닿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모처럼 독서 행위 자체에 대한 의식적 점검을 가능한게 한 일이었다. 

문학, 인문사회, 문화, 과학 분야를 평범하지만 삶에 대해 몇 겹은 더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를 가지고 있는 듯한 다양한 필진들이 자신들의 독서 지형도와 그에 따른 삶의 궤적을 감칠맛나게 버무려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 때 그저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로만 이해했던 <노틀담의 꼽추>는 어느새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그 불합리한 신분의 틀안에 가두어진 개인의 존엄에 대한 각성으로 재해석되어 다가온다. 그 시대상에 대한 해박하고 명철한 지식과 날카롭고 명징한 비판의식을 떠받쳐 줄 도서 목록은 덤으로 따라온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현장에서 그 방조제를 뚫는 기습시위를 벌인 전력이 있는 저자가 권해주는 환경과 생태에 관련된 책 목록은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결여된 나에게 그 어떤 권장도서목록보다 절절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우리 국회에서 걸핏하면 남발되는 좌파 명찰 붙이기를 낳은 역사적 배경과 진정성 있고 영향력 있는 실천적 좌파로 거듭나기 위한 지침을 안내받는 일은 자기 안에만 함몰되어 눈앞의 욕망에 후달리는 몽롱한 나를 정치적,사회적으로 의식있는 개인으로  건너가는 그 길목에 서게 한다. 건널 것인가, 주저앉아 버릴 것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겠지만 너머의 세계를 의식하는 일은 어렵지만 존재의 경계를 확장시킨다.

진중권이 얘기한 각주와 목록을 따라 인터넷을 서핑할 때처럼 클릭하면서 비선형적으로 미로를 헤매는 놀이에 몰두하는 기쁨은 서평 읽기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무한증식하는 읽고 싶은 책의 목록만큼이나 매혹적인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게 또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읽기가 사회적 의미를 가지게 되는 비평의 의미로까지 확장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아슬아슬한 경계타기를 하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주무르며 유리창을 닦 듯 나의 세계상을 닦는다. 언젠가는 말갛게 드러날 것을 기대하며 그 경험을 공유하는 이런 책을 가지고 계속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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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9-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인데 벌써 다 읽고 리뷰를 썼구랴.
정말 껌정드레스님 글 참 인상적이죠? 그 부분 읽으면서 사알짝 질투가 났었다능...^^

blanca 2010-09-07 16:44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글도 참 좋았어요. 근데 읽으실거 생각하니까 언급하기감 좀 어렵더라구요^^;; 정말 잘 읽었어요. 재미있고 유쾌하고 유익하고...그랬답니다.^^

마녀고양이 2010-09-0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네요.. 난 요즘 바쁜 일이 많아져서, 손도 못 대고 있어요. ㅠㅠ
블랑카님 리뷰를 보니, 더 읽고 싶어지는데여.

blanca 2010-09-07 23:15   좋아요 0 | URL
저도 며칠이 걸렸어요. 이상하게 제 주변도 어수선하고 책을 읽을 시간이 도통 나지를 않네요..마녀고양이님은 개강하셨으니 저보다 몇 배는 바쁘신 게 당연하죠.

순오기 2010-09-0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리뷰까지 올렸군요. 부지런한 님!^^
첫날 아는 분들 글만 찾아 읽고 독서회 토론도서가 줄줄이 밀려서 나머지는 못 읽었어요.
금욜이 지나야 마저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요.ㅜㅜ

blanca 2010-09-08 22:5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바쁘시잖아요. 저 요새 책 주문을 최대한 참는 방향으로 해서..(지금도 알라딘 들어와서 또 극기하고 있어요 ㅋㅋㅋ) 읽을 시간이 났어요. 순오기님의 맛깔스런 리뷰도 기다려집니다.

꿈꾸는섬 2010-09-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너무 부지런하세요. 전 아직 손도 못댔거든요. 얼른 읽고 싶어요.^^

blanca 2010-09-08 22:54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은 저보다 몇 배는 더 부지런하신걸요. 다만 요즘 아이가 낮잠을 안자서 종일토록 놀아줘야 해서 애로가 많답니다--;; 저질체력이 낳아도 고질체력이 나오기도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중이랍니다 ㅋㅋ

기억의집 2010-09-1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 이 책 리뷰 썼군요. 전에 스크롤하면서 이 리뷰는 놓친 것 같네요. 드레스님, 이번 일욜에 만나 영화 보기로 했는데, 그 때 블랑카님 이야기 할께요. 하핫. 드레스님을 제가 맨날 똘끼 있다고 놀리는데(어휴, 정말 이 아가씨가 겁도 없이 어떨 때는 자기 변기 뚫는 이야기는 올리는지라)... 정말 역사에 대해서만은 너무나 진지하게 대하고 역사를 보는 시각이 참 독특해요. 강인하면서 자기 주관이 뚜렷한 분이에요. 아 궁금하네요. 제가 드레스님한테 내가 이 책 사서 싸인 받을꺼야, 했는데..^^

blanca 2010-09-10 21:56   좋아요 0 | URL
진짜 신기해용! 부러버요^^;; 주말에 영화보시는 것도 부럽고 드레스님 뵙는 것도 부럽고--;; 비도 오고 허리도 아프고 참으로 우울한 하루였거든요. 밖에 못나가니 아이도 막 화내고 말안듣고--;; 그게 정말 저는 정말 놀랐어요. 드레스님 역사 전공하셨나 했어요. 제 얘기좀 해주세요 ㅋㅋㅋ

감은빛 2010-09-1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문장 무척 공감합니다. 우연히 놀러간 누군가의 집에서 책장을 쓱 한번 훑어보고 나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보다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독서취향을 알고나면 더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또 누군가가 우리집에 와서 책장을 살펴본다면 괜히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쭈뼛거리게 됩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고 또 들키는 것은 그만큼 은밀한 영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비밀스런 기분을 이렇게 잘 표현해 주시다니! 놀랍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blanca 2010-09-11 11:08   좋아요 0 | URL
저도 누구 집에 가면 책장 염탐을 열심히 한답니다. 그런데 참 아쉬운 점은 요즘 또 저의 인관 관계에서는 책을 많이 꽂아둔 집이 없더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친밀하게 느껴져요. 예, 어떤 책 읽고 있다는 건,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일과도 같은 거니까요^^
 

9월 4일 어제 제 생일이었답니다. 구사일생 예전에 이력서에 참 많이도 써먹었어요.
그 정도로 제가 뭐 승부근성이 있다는 둥의 말도 안되는 과장의 근거로요^^;;  
A디스켓에 제 생일을 어떤 것의 수단으로 저장해 두고 매일 가슴에 품고 다니며
나를 좀 써달라고 발이 부르트게 뛰어다니던 시간들이 지나갑니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면접관에게 잘 보이려고 새벽에 일어나 화장하던 시간들.
대기실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 막 누르고 있던 순간들.
그 십 분도 안되는 시간에 저의 전존재를 농축해서 보여주려고 연기도 과장도 했던
그 설익은 장면들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청춘의 경계라는 서른 세 살의 기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왜 하필 서른셋이냐고 묻고 싶은 모양이군. 글쎄 서른셋은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간 나이고
알렉산더가 거대 제국을 건설하고 죽은 나이지.
서른셋이 지나면 더이상 청춘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요절이란 말도 서른셋이 되기 전에 죽은 자들에게나 주어지는 것 아니겠나.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중

해야만 하는 일들을 불성실하게 하며 살아 온 삶이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성실하게 하며 살겠습니다.
제게 하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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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제가 생일이었어요?
축하부터 해야겠네.ㅎ
울 블랑카님은 이제야 3땡이군요.
난 4땡을 향해 늙어가고 있는데...ㅠ
30해를 살았건 40해를 살았건 변함없는 진리는...열심히 사는 것!이요.
홧팅, 블랑카님^^

blanca 2010-09-05 15:38   좋아요 0 | URL
마기님! 3땡. 저는 미처 생각도 못했는데, 우아. 역시나 눈썰미가 대단하십니다. 옙,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니!

2010-09-0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5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9-0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어제가 생일이었다니 지각으로 축하를!^^
33~ 좋은 시절이라 부러울 뿐!!

blanca 2010-09-05 15:3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사합니다. 좋은 시절이라고 알게 살겠습니다.^^;;

프레이야 2010-09-05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블랑카님, 생일 축하드려요!!!
청춘을 지나가는 서른셋, 그 나이도 축하 드려요.
멋진 날들이 주욱~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 나이에 전,, 생각해보니 작은딸을 낳았네요.

blanca 2010-09-05 15:4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흑흑 그 얘기 들으니 또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숙제 둘째가 떠오르네요 ㅋㅋ 프레이야님 같은 분들 보며 또 기대하고 있답니다. 멋진 날들을....

순오기 2010-09-08 21:25   좋아요 0 | URL
서른셋에 둘째면 빠르네요.
나는 서른 넷에 둘째, 서른 여섯에 무려 셋째를 낳았지 뭡니까.ㅋㅋ

비로그인 2010-09-0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칸쵸 대장 꼬마에게 뽀뽀도 받으셨구요?

생일을 맞아 자신에게 약속이라니 근사하군요. 여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세른셋이면 엄청 좋은나이다라는 결론인데요? ^^

blanca 2010-09-05 15:41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만치님. 약간 어리둥절하면서 기쁩니다 ㅋㅋㅋㅋ 막내 같은 분위기로^^;; 안그래도 칸쵸 끊기 들어갔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먹으려 들어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요. 저도 어렸을 때 칸쵸 완전 좋아했었는데 유전의 힘이 무섭답니다.ㅋㅋㅋ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0-09-05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엣, 생일이었군요. 축하합니다. 삼삼한 나이, 좋잖아요. ^^

blanca 2010-09-05 15:4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근데 갑자기 뜬금없이 이승환 좋아하세요? 저도 엄청 좋아했는데 요즈음 좀...그래도 노래 보르는 곳에 가면 정말 가슴이 터질 정도로 카리스마 작렬이었던 모습이 떠올라요. 삼삼하다니 참 기분좋네요 ㅋㅋ

마노아 2010-09-05 18:38   좋아요 0 | URL
저 이승환 완전 사랑해요! 날마다 노래 들어요. 늘 생각해요.^^

꿈꾸는섬 2010-09-0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지났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서른 셋, 청춘의 기점이라 할만해요.^^
ㅎㅎ제가 더 언니였군요.

blanca 2010-09-05 15:4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감사합니다. 흑흑 어제 제가 더이상 청춘이 아니라고 남편한테 선언하니 좀 황당해 하더라구요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0-09-0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 셋이면 아직 삼두근(속칭 팔뚝살)이 덜렁덜렁 늘어지는 나이는 아니죠? 그럼 청춘인 거죠.

blanca 2010-09-06 09:27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그럼 저는 영원히 청춘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10-09-0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은 삼땡이신데.. 제가 blanca님보다 아주 쪼끔 일찍 태어났나보군요.. ^^

blanca 2010-09-06 09:28   좋아요 0 | URL
그런 거였어요? 저는 바람결님이 저보다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막 젊어진 기분이네요...

꿈꾸는섬 2010-09-06 09:32   좋아요 0 | URL
앗, 전 두분 모두 저랑 비슷한 줄 알았다구요.ㅜㅜ

루체오페르 2010-09-0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사일생! 좋네요!^^

그 약속 꼭 지키실 수 있을 겁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blanca 2010-09-06 09:28   좋아요 0 | URL
루체님 감사합니다. 너무 많이 써먹어서 ㅋㅋㅋ 좀 민망할 지경이랍니다.

다락방 2010-09-0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고 이런, 하루 늦어버렸네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blanca 님.

비오는 밤, 편히 주무세요!

blanca 2010-09-06 09:28   좋아요 0 | URL
락방님의 축하 넘 달콤하네요^^

yamoo 2010-09-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9월 4일생이셨군요...진짜 구사일생이시네요..ㅎㅎ 늦었지만 생일추카 드려여~

삼삼이라...좋은 때입니다.. 근데, 전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없네요^^

blanca 2010-09-06 09:29   좋아요 0 | URL
야무님 명심하겠습니다. 더 좋은 것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양철나무꾼 2010-09-06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생일 ㅊㅋㅊㅋ~^^

blanca 2010-09-06 09:29   좋아요 0 | URL
이런 축하라니! 넘 달콤해용!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0-09-0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틀이나 지나버렸네... 블랑카님, 생일 너무 축하해여!
글구.... 보고시퍼염!

2010-09-06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7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0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마 제일 늦었을 겁니다. 그래도 축하해요.
무언가 나를 위해서 기념할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하루쯤은 된다는 것, 참 다행스런 일이어요.
전 어제 만으로 서른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정말 기기묘묘하군요. 블랑카 님의 34 숫자, 축하합니다.

blanca 2010-09-07 14:33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젊으시군요. 제 나이쯤 되시면 쥬드님은 더 훌쩍 커버리실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고마워요. 청춘 바이바이. 곱게 나이들어 가고 싶어요. 멋있는 중년이 되어야지요.(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pjy 2010-09-0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축하드려요*^^* 구사일생이라니~ 전 고양이가 생각났어요~
서른셋이라....묘한 나이이기는 하죠^^

blanca 2010-09-07 14:3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용! pjy님. 근데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이니셜이 닉네임이신지. 그럼 성함이 박지영 정도 될까요? 막 추측해 봐요^^ 그래요. 아주 묘한 나이랍니다. 나이를 처음으로 많이 의식하게 되는 나이인 것 같아요.

2010-09-07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0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지났지만 생일 축하해요. 몸이 시원찮아서 여기도 저기(예스도) 잘 들어가지 못했어요. 어제 오늘 좀 괜찮아서...날씨가 이런 날은 정말 쥐약입니다.

33, 제가 마흔이 넘으니깐 30대가 그렇게 싱싱한 나이일 수가 없더라구요. 30대, 정말 멋져요. 33이든 내년 34이든. 요즘은 50도 젊은 나이니깐....블랑카님, 지금 너무 멋진 나이를 겪고 있는 거에요!

blanca 2010-09-09 22:51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감사합니다. 댓글은 기억의 집님의 서재에 더 적을게요.^^ 저 싱싱하다는 얘기 들으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날씨가 빨리 화창해져야겠어요. 기억의집님을 위해서라도..
 

우울에 꽁꽁 묶였다. 삼성역에서 신설동역까지 논스탑으로 오는 2호선은 없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끝까지 얻지 못한 채 갈 때는 성수역에서, 올 때는 신당역에서 환승하느라 진을 다 뺐다. 홀몸이라면 가뿐했겠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안아달라, 무언가를 흘렸는데 찾아봐 달라, 칸쵸가 먹고 싶다는 둥 온갖 요구의 향연인 그녀를 대동했으니 길에서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몸이 힘들었다. 신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정말 이쁜 여자 아이가(난 이제 이십 대 초반은 아이로 보인다) 샤방샤방한 원피스를 날개처럼 흩날리며 걸어온다. 이 아이의 뒤에는 역시나 훤칠한 퀸카 왕자님이 보위해 주고 계신다.  

갑자기 스크린도어에 비친 내 모습이 들어와 박혔다. 그 음울하고 지치고 소녀와는 애저녁에 바이바이 해버린. 나에게도 저런 연애가 있었는데, 나도 지하철을 타면 바깥에 둘만이 마주볼 수 있는 동심원을 그려주는 관계가 있었는데. 기억의 왜곡인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나는 되고 싶지 않았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과 자꾸 스치게 되는 과정인 것도 같다.  

책상에는 세 권이 책이 있다. 

 

 

백인 앵글로 색슨 계열의 금발 미녀가(게다가 기자이자 작가이며) 이혼하고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로 훌쩍 떠나 삶과 자아를 진진하게 느끼고 탐구하다 마침내 여생을 함께 누릴 소울 메이트까지 얻은 자랑질에 불과하다,고는 절대로 얘기할 수 없는 사랑스럽고 심오한 책이다. 물론 그녀가 욕심쟁이이긴 하다. 인간의 삶이 가지는 이중적 영광인 세속적 즐거움과 신성한 초월성 모두를 원한다고 당당히 고백하고 있으니까.(다들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하지만 그녀는 이 욕구를 응시하고 충족시키기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재기어린 글발로 칙릿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을 몰랑한 얘기를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시킨다. 내면에 대한 탐구의 여정에서 약간 신비주의적인 코드로 접근해 가는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삶과 존재를 받아들이는 섬세하고 애정어린 모습은 자꾸 멈추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먹보야, 넌 매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할까 고르는 법을 배워야 해.-p.270  

장미꽃잎으로 만든 하트로 신혼부부의 첫날밤을 맞아 주는 고급호텔과 빛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발리가 가지는 역사적 배경과 토착민들의 정서를 관조하는 대목은 그 이미지를 뒤틀어 속살에 닿게 한다. 관습의 촘촘한 매트릭스 안에 갇힌 사람들, 항상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좌표를 확인하고 고정시키고 싶어하는 발리인들에 대한 관찰은 그녀가 단순히 팔자좋은 유랑을 다닌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을, 자신의 삶을, 타인을, 타인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마침내 다시 내면의 생채기들이 아물어 꾸덕꾸덕해진 부분을 매만지는 그녀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우하고 삶을 어떻게 받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를 잡아주는 멘토 같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친정 아버지가 그 큰 입에도 불과하고 정말 미인이라고 상찬하는 줄리아 로버츠가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된다.  

문학 계간지는 처음인데 하루키의 인터뷰가 150여 페이지(일본 계간지 게재분)나 실려 있다고 해서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면의 압박이 있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하루키를 오픈했다고 볼 수 있다. 말도 아주 논리적이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절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아껴놓은 것들을 풀어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지니고 있는 면이 인상깊었다. 지극히 내성적이고 금욕주의적인 생활을 견지하고 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샐린저, <위대한 개츠비>의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카버 등에 대한 작가론도 무척 재미있다. 영어 번역을 꾸준히 하며 소설의 구조에 대하여 습득하고 감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는 것도 더불어 그의 필력과 서사의 힘으로서 작용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의 인간관에 동의하고 기초한 인간형들을 창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선과 악의 준거점이 개별적이며 유동적이라는 시각은 그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고독하고 나약한 인간이 결국 의탁할 곳으로 사랑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김연수와도 만난다. 경로우대를 받아 천엔을 주고 멀티플렉스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하루키를 상상할 수가 없다. 사실이란다. 

오늘 고전 서가를 서성거리다 하루키의 추천을 믿기로 했다. 어느 서점엘 가나 <1Q84>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따지기보다, 지금 우리에게 뭔가를 '강요하고 있는 것,' 그것이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를 각각의 인간이 각각의 경우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죠. 그것은 아주 고독하고 힘든 일입니다.
                                                                                                                                                           -p.470 

고독하고 힘든 우리에게 하루키는 위로가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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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딴지같은 소린데...토욜에 광화문엘 갔다가 전철타고 오는 중이었거든요.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블랑블랑?거리는 소리가 나지 뭐여요.
오른 쪽에 젊은 연인 둘...느무나 멋져버린 프랑스 사내와 쬠 이쁜 울나라 뇨자.
둘이 엄청 사랑하나 봐여~~
사랑하는 둘 사이가 부러운 게 아니라...갑자기 불어가 배우고 싶어졌어.
그 여자 전철 밖으로 밀어버리고...그 남자 한테서 말이죠.
주땜므, 주부잼므...정도는 나도 속삭일 수 있는데...ㅎ

푸히히~~상상은 내 자유죠, 그쵸?

blanca 2010-09-01 11:0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마기님, 안그래도 분위기가 국제 커플이 참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저도 외출할 때마다 꼬옥 마주치게 됩니다. 교보문고 광화점에서는 브래트피트를 봤는걸요 ㅋㅋㅋ 역시 이쁘고 동양적인 한국인 여자친구를 대동하고. 외국인 여자친구와 다니는 남자들도 뵈구요. 불어가 참 섹시한 단어인데..저는 고등학교 때 제2국어로 배웠는데 죽을 쒔던 기억이 나요. 넘 어려워요--;; 외국어를 가장 빨랑 배우는 방법은 그 나라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ㅋㅋㅋ

비로그인 2010-09-02 23:21   좋아요 0 | URL
브레드피트를 봤다는 그 얘기에 나 어제 꿈 꿨어요.
울 동네 백화점 한식당에서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브레드피트 꿈을요~~ㅍㅍ

blanca 2010-09-03 16: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래도 달콤하셨죠?

꿈꾸는섬 2010-09-0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 정말 힘들죠. 그래서 하나면 좀 수월하지 않나요? 전 현준이 데리고 다닐때 락앤락통에 과자, 사탕 같은 것들 갖고 다녀어요. 공공장소에서 떼쓰면 정말 난처하잖아요. 그럴때 하나씩 물려주면 조용하더라구요. 물론 물도 싸갖구요. 그리고 녀석이 좋아할만한 물건을 하나 몰래 갖고 다니기도 했어요.^^ 점점 나아질거에요.^^

blanca 2010-09-01 11:0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제가 아이 9개월때 업고 핸드폰 대리점 갔다 마주친 애 둘인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애 키우기 힘들죠, 하지만 둘 낳으면 하나는 껌입디다 ㅋㅋㅋ라고.

pjy 2010-09-02 09:56   좋아요 0 | URL
둘 낳으면 하나는 껌~~~
우리엄마가 하나! 그러니깐 저를 낳아 키울때요~
첫째인 저는 독같이 무거워서 업어주기도 힘들었고,
blanca님말대로 둘째 태어나니 껌되더랍니다~ 다행히 바쁜 엄마옆에서 제가 천하장사처럼 유모차도 밀어주고 나름 편리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다가 셋째 낳았더니 낯을 가리고 엄마등짝에서 안내려와서 허리가 망가졌다고 치를 떠시던데요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09-0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별로 위안 안 되염, 에세이라면 모를까,, 소설은 영.....
내 생각에는 끝까지 읽어도 소설이 해석이 안 되다보니, 어떻게든 끝이라도 보려고 읽는거 같아여. ㅋㅋ

이쁜 분홍공주가 그리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말이죠. 음... 이쁜 짓 한 것도 있을건데? 왜 맨날 미운털 공주님으로 등장할까? 좀..... 공주님 이쁜 짓 이야기도 올려봐여. ^^... 그게 싫으면 차버린 남자에 대한 연애담이라도. 아하하.

blanca 2010-09-01 11:0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제가 완전 저질 체력이라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는 것 같아요. 빨랑 키워버리거나 얼집에 보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네요. 내년만 오매불망 기다리구 있어요--;;

2010-09-0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0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9-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런두런 이런 페이퍼 너무 좋아요, 블랑카님.
우울이 주기적으로 오다가 이젠 아예 매일 수시로 대놓고 와서 사람을 묶어놓고 이성을 잃게 해요.
어쩌나 세상도 사람도 마음대로 안 되죠. 그래도 또 받아들여야지, 이만큼도 감사해야지, 이래요 제가요.
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는 꼭 찜해뒀어요. 결국 사랑이 문제고 열쇠에요.

비로그인 2010-09-01 09:02   좋아요 0 | URL
우울 성토대회라도 열어야겄어~
프레이야님~~그노무 사랑이 문제예요, 진짜.

blanca 2010-09-01 11:07   좋아요 0 | URL
이 책 기대이상이었어요...우선 참 재미있더라구요. 거기에 카르마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생에서도 우리는 매번 같은 좌절, 행동들을 되풀이하지 않냐고. 카르마의 의미가 거기에 있다고. 참 와닿더라구요. 저도 맴돌아요. 매번.

stella.K 2010-09-0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 잘 안 사보는데 이번에 나온 <문동>은 좀 사 봐야겠군요.

글게요, 저 책이 곧 영화로 개봉할 모양인데 책으로 빨리 읽고 영화를 봐야할 것 같아요.
영화 먼저 보고 책으로 보면 왠지 흥이 안 나더라구요.
우울해하지 말아요. 나까지 우울해질려고 그런당~ㅋ
블랑카님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아름다워요. 진짜루!^^

blanca 2010-09-01 21:19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꼬옥 읽어 보세요. 특히 하루키의 글은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큰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책과 영화가 함께 나오는 경우 선후가 어떤게 더 좋은건지 저도 좀 애매할 때가 있더라구요. 저도 영화 기다리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교보문고 매대에서 스텔라님 책 발견하고 혼자 막 반가워했어요.^^

stella.K 2010-09-02 12:58   좋아요 0 | URL
아, 아직도 거기 그렇게 건재해 있군요.
이번주 지나고나면 어찌될지 모르겠어요.ㅜ



비로그인 2010-09-0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blanca님.


전 이제 우울이 오면 저항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단 하나, 이젠 우울이 찾아와도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찾아 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시가 내 머릿속에 박혀 버렸거든요. 나에게는 실비아 플라스에 견줄 만한 막강한 문학적 재능도, 엄청나게 이름을 떨칠 남편도,(뭐 나중에야 이름을 떨칠지 모르겠습니다만 실비아 플라스의 그 남자 만하겠습니까.), 하다 못해 남몰래 두고 있는 정부도 없으니까요. 처음이 없으면 마지막도 없는 법. 난 실비아 플라스 처럼 마지막 섹스를 나눌 정부도 없으니, 처음 겪는 우울도 아닌 셈이에요.

뭔가를 찾아내고 싶다고 작정하고 있었어요. 이 와중에 그건 뭣에 쓰려는고? 하는 수상쩍고 괴이한 표정을 한 사람들에게 `놀러를 가고 싶어서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진짜 제가 갖고 싶은 건,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 하얀 스커트의 나풀 나풀 아가씨가 지닌 발걸음 같은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전으로 돌아갈 수도, 지금 있는 것을 놓아 버릴 생각도 없어요. 지금 있는 것을 다 놓아도 된다고 말하면 그건 순전한 거짓말이고, 그러나 나도 좀 때깔나게 꾸미고 다니고 싶다, 라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여자였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이해한 사람들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 뿐이었어요. 그 말이 그렇게도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말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둘 다 이름인 듯한 이름과 성을 지닌 저 여인의 에세이, 참 좋아요. 정확히 말하면 그녀를 `먹보'라고 부르는 그 남자와 주구장창 성모 마리아며 욕의 향연을 보여주는 이탈리아 축구팬들이 좋아서 전 저 책을 원서로까지 샀어요. 단지 그 두 남자만으로도, 웃을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아직 위로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굳이 추천한다면, `먼 북소리'를 추천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작명이 취미인 듯한 저 작가의 책 중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긴 글의 덧글:거미여인의 키스는 모두의 추천도서죠!

blanca 2010-09-01 21:24   좋아요 0 | URL
쥬드님!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읽으셨어요? 저는 그녀의 일기만 읽어서. 처음에는 제가 쥬드님 글을 잘못 읽은 줄 알았어요. 번역본이 있나요? 원서를 읽으셨군요. 시는 아무래도 원서로 읽어야 그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대단하셔요. 저도 기회가 되면 꼬옥 읽어 보고 싶어요.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실비아의 일기를 읽으며 아내가 남편의 성취를 질투하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봤어요. 이사도라 던컨은 반대의 경우였는데 젊은 남편이 자살까지 하잖아요. 부부라는 것이 성취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약간의 착각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할머니가 되어도 성적 긴장감을 가지고 싶어요. 그냥 그건 자존감과도 닿아있는 부분인 것 같아서.

저도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넘 귀여운 책이더라구요. 이탈리아 스토리에서 계속 포복절도했잖아요. 축구 끝나고 빵집 가는 남자들 얘기 읽고는 ㅋㅋㅋ 거미여인의 키스가 저를 즐겁해 해 줍니다. 쥬드님의 긴 댓글 언제나 하나의 페이퍼를 선물받는 느낌 같아 참 좋아요!

기억의집 2010-09-0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덕분에 저 문학동네를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사기로 결심했어요. 스컷님에 따르면 이번 신조사에서 하루키하고 3일간 인터뷰를 했고 그 인터뷰를 실은 책이 나왔다고 해요. 덤으로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404347 탄탄한 근육의 하루키도 볼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궁금했죠. 저 문동잡지의 하루키 인터뷰가 신조사 인터뷰일까하고. 블랑카님 글 읽어보면 그 인터뷰 같아요. 궁금해서 근질근질하네요. 어휴...근데 문동잡지값 왜 이리 비싼거에요? 한 만원으로 떡을 쳐도 되겠구만.

기억의집 2010-09-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문동에 하루키 사진 좀 도배했나요?

blanca 2010-09-02 14:42   좋아요 0 | URL
예, 그거 맞아요. 그런데 기억의집님 사진은--;; 아무래도 흑백 인쇄이다 보니 거의 큰 의미가 없어 보여요. 그래도 정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심지어 그의 에세이보다 더 그의 소설관, 세계관을 여실히 알 수가 있어 참 좋겠다 싶어요. 이것만 한 삼일 붙들고 참 맛나게 읽고 줄긋고 그랬답니다. 저는 하루키 팬이 아님에도요. 하물여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아, 책값.요새 왜이리 다들 만 오천원선을 넘어가려고 하는 건지....저는 게다가 오프에서 사서 다 주고 샀답니다. 흑흑....

2010-09-02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2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0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어제 하루키 이야기 하다가 말았네. 저도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진짜.. 몰골 휑하고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오천원짜리 티하나로 몇 년을 버티고 땟국물이 질질 흐르던 때라 외모도 볼품 없는데 애들 데리고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내 다시는 애들 데리고 안 나온다 속으로 다짐하던 때가 있었는데...지금은 그게 추억으로 남아요. 희안하죠. 애들이 크니깐... 애들 어릴 때 힘들었던 것들이, 고생스러웠던 것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솓아올라오네요. 아마 나중에 블랑카님도 그 때 그랬지, 할거에요. 우울 털어버리세요^^ 문동 끝내 샀어요. 땡스투 갔을 거에요. 어제 중고샵갔더니 또 유혹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같이 질렀어요.

blanca 2010-09-03 16:49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지금이 젤 이쁜 시기라고 하고 저도 인정하는데^^;; 일단 종일토록 붙이고 다녀야 한다는 거 절제를 모른다는 거. 힘내고 또 열심히 사랑해 줄라구요^^ 그렇지만 때로는 하루키의 삶이 부럽기도 해요.

비로그인 2010-09-0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호선에서 보는 수많은 인파 가운데 한 분이 blanca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분홍공주님의 수많은 요구에 정신 없으신 장면이 떠올라서,, 비슷한 상황의 장면을 보게 되면 말은 걸지 못하더라도 그냥 아 님이시구나 하고 좀 웃으며 바라봐야겠습니다.

잘 버무려진 얘기들 좋고, 잘 듣고 갑니다 ^^




blanca 2010-09-05 11:0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아이 안고 타면 다들 좀 긴장하더라구요. 자리양보를 해야할 것 같은 번거로움때문인가봐요^^;; 정말 바람결님을 뵐 수도 있겠네요. 저는 잘하면 대문사진으로 바람결님을 알아 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