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화제인 인공지능의 가장 큰 취약점은 인공 신경망의 학습을 통한 창발 과정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의 의식의 기원을 제대로 밝혀내기 힘든 지점과 맞물려 있다. 우리의 몸 안에 담긴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는 의식과 마음이 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심리학자, 뇌신경학자, 물리학자들이 오랜 세월 여러 가지 이론으로 밝혀내 보려 애썼지만 결국 우리 앞에 놓인 건 우리의 신경망을 닮은 물리적인 기계의 출현이다. 결국 우리의 마음을 설명할 수 없다면, AI의 특이점 도래 앞에서도 우리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조지 머서의 이 책은 이런 우리 의식의 기원을 다양한 시각에서 탐사한다. 마음의 물리학, 뇌와 양자론, 우주론까지 확장되는 스펙트럼은 경이롭다. 우리의 머릿속 신경망이 AI의 인공 신경망, 더 나아가 우주의 모습까지 닮았다는 발견은 결국 지금의 기술 발달이 우리의 자유 의지로 이룬 성과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미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 또한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론과 결국 실재가 아닌 관찰자인 우리 자신을 포함한 관계의 파악이 의식의 핵심에 있음을 언급한다.
우리 자신을 관찰하는 일은 우리를 관찰하는 관찰자인 우리 자신을 포함하는 재귀성과 결국 AI 또한 그런 한계 안에서 작동함을 암시한다. 인간의 의식의 기원을 탐사하며 결국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 그것이 가지는 함의에 놀라운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불문학자이자 영화 비평가인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 제목을 연상시키는 <제국의 음모>는 프랑스의 제2제정, 대통령 루이 나폴레옹과 의붓동생 내무대신 드 모르니의 쿠데타를 드 모르니가 남긴 두 개의 문서로 독해하는 이야기다. 하나는 국민들 앞으로 쓴 인쇄물 <포고>, 다른 하나는 놀랍게도 입법원 의장이 된 그가 오펜바흐까지 동원해 만든 오페레타 부파의 각본이다. 십 년의 시차를 두고 우유부단한 의붓형에게 쿠데타를 종용해 '제국'을 설립한 그가 미련 없이 그 권력의 사다리에서 내려와 일종의 희가극을 만들고 상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농담처럼 보인다. 저자 하스미는 사생아로 태어나 자신의 신분을 발명해 낸 드 모르니의 이 행적 자체가 "역사적으로 조금도 본질적으로 여기기 어려운 것들을 형태짓는 냉소적인 역사성"이라 명명한다. 대단한 의도도 역사 의식의 자각도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저지른 권력 탈취의 종말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연락 한번 거의 않던 두 형제가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의기투합하여 이 불법적인 권력 탈취의 쿠데타를 통해 "애매하고 희박한" 역사적 우연의 격동을 만드는 장면은 우리에게도 낯선 것이 아니다. 우애랄 것도 없는 나폴레옹 형제는 근대국가에서 일어난 최초의 쿠데타의 주역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역사가 본질적이고 의도적인 주류의 흐름에 의한 도식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두 책 모두 인간의 자유의지와 의식적인 결단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식도 환각일 수 있다. 각자 다른 시점에서 세상의 실재를 읽어나가려는 시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 두 책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