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실로 저 늘 어두운 밤에 깊숙이 숨어서, 낮 동안은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 없고, 다만 '꿈일 뿐인' 세계에서만 환영처럼 나타난다. 그것은 월광처럼 휘뿌옇고, 벌레 소리처럼 가늘고, 풀잎의 이슬처럼 여리고, 요컨대 암흑의 자연계가 만들어낸 처절한 도깨비나 요괴의 하나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그늘에 대하여> 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는 이런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을 여성문화의 '황천'이라며 극찬한다. 오사카의 몰락한 상류 계층의 네 자매 이야기로 일본판 <작은 아씨들>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세설>의 작가가 정작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고백한 산문에서는 여성을 그저 '여자'로 어둠을 뱉어내는 구중중하고 어둑신한 존재로 폄하한다. 일본인 특유의 그늘과 어두움에 대한 감정적 지향을 전통 건축물과 종이, 그릇 등과 연결하여 섬세하고 고혹적으로 표현해 낸 문장들은 정작 여성 그 자체를 그저 그림자에 잠긴 사물로 물화하는 대목에서 튕겨 나온다. 군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당시 식민치하의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대목은 분명 일부이긴 하지만 거북살스럽다. 소설에서 작중 인물의 시선이 투과한 허구의 안전막을 걷어 낸 후 작가가 하는 말들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세설>이 가지는 그 엄청난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고백한다.  

소설이 소설로 읽힐 때 가장 소설로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허구적이고 작위적이라는 완충장치를 벗어던지고 하나의 실현으로 독자를 포박해 올 때 우리는 문학이 주는 극치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세설>은 엄청난 즐거움을 준다. 서사의 기복이 큰 것도 아니다. 그저 단조롭게 네 자매의 일상들이 셋째 유키코의 혼담과 어우러져 전개된다. 당시가 전시라는 상황적 특성은 하나의 간주에 불과하다. 똑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난 일본의 문학과 우리의 문학을 대비시키켜 보겠다고 생각하면 감히 계속 읽어나갈 엄두가 안 날 만큼 분위기의 낙차가 크다. 반세기가 넘어 당시의 꽃 구경, 반딧불이잡이, 프랑스어 교습, 독일인 가족과의 친밀한 교제를 읽으며 즐거움을 느끼다 끼어드는 혼란감은 문득문득 치미는 생목 같았다. 따사롭고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식민치하 우리 조상들의 처절한 생활고와 핍박상을 그린 이야기들의 기억과 만날 때는 물론 대단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멀미가 나기도 했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아이들 양육과 생활에 치여 지친 장녀 대신 그 역할을 떠맡은 둘째 사치코, 고분고분하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오사카 여자의 전형으로 그려지는 유키코,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자유 연애와 스캔들에 얽히고 자기 일을 당돌하게 추구해 나가는 막내 다에코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소설이 끝난 그 자리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맴돌고 있을 것만 같다. 특히나 노처녀로 몇 번이나 결렬되는 맞선의 주인공인 유키코의 혼담이 마무리되는 결말은 그녀가 결혼하고 나서 또 어떤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한없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모 포털 사이트에 그녀의 결혼이 성사되는지 여부의 질문이 올라와 있을 정도이니. 작가가 철저히 여성들의 입장에 동화되어 그녀들의 감정의 결을 세심하게 다루는 모습은 그가 과연 여성을 단지 그늘의 미학의 부속품 정도로 호기당당하게 묘사한 대목과 어긋난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혼담을 마치 처분을 기다리는 듯히 순종적으로 대처하는 유키코에게 그런 흔적이 언뜻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문득 생기 있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녀의 면면이 이런 그늘을 지워 버린다.  

1930~40년대의 일본 상류층의 풍속과 간사이의 지방색과 여성 문화가 다채롭게 그려져 있어 그것만으로도 진진하다. 간사이 특유의 사투리를 살릴 수 없어 번역자는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 <태백산맥>의 전라도 사투리가 가지는 무게감을 떠올린다면 그 아쉬움을 쉬이 떠올릴 수 있다. 원문으로 읽는 맛은 또다른 감칠맛이 있을 것 같다.  

온갖 사념들이 머리 속을 휙휙 스치고 지나갈 때 시작해 볼만하다. 잡념을 일소한다. 뒷얘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그 근질근질한 싫지 않은 초조함에 정작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저만치 대책없이 물러간다. 심각하게 무게잡고 진지해지겠다고 생각하면 또 한없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작품이다. 그냥 이야기 그 자체에 푹 젖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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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2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소설로 읽힐 때 가장 소설로서 비극"이라는 표현, 오래 생각하게 되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blanca 2010-12-21 21:5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후와님 카프카 관련 글을 두 번이나 읽고 어쭙잖은 댓글을 달려다 지워버렸던 참이었어요. 카프카를 전혀 읽지 않은 내가 다는 댓글이 내가 읽어도 참 멋쩍더라구요. 그 페이퍼는 참 놀라웠어요. 다른 작가들에 대한 얘기도 기대될 만큼. 후와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문체를 가진 작가는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비로그인 2010-12-23 01:42   좋아요 0 | URL
어이쿠! 그런 무시무시한 질문에 답해드릴 만큼 폭넓은 독서를 하는 사람이 못 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최소한 댓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블랑카님의 문체에 빠져들게 되는군요^^

마녀고양이 2010-12-2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내가 페이퍼에서 인용하려 했던 말을 후와님이 먼저 하셨네. ^^
어째 만화 후쿠야당의 아씨들(? 뒷부분이 확실하지 않네여..)가 생각날까요?

여자란 구중중하고 어둑신한 존재라,, 최근 날 보면 그런 생각을 긍정하게 되염. ㅠㅠ

blanca 2010-12-21 21:53   좋아요 0 | URL
후쿠야당의 아씨들, 궁금해지는데요. 에이, 마고님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사실 요즘의 제가 그렇죠. 마고님은 목소리만 들어도 상큼하고 상쾌하고 밝은 그런 여인이랍니다.

반딧불이 2010-12-2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에 푹 빠져보고 싶게 하는 페이퍼네요. 그러고보니 소설 읽은지가 한참 된듯..

blanca 2010-12-21 21:54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저는 또 요새 너무 소설만 읽어서 좀 그래요. 다 소설뿐이더라구요. 역사 기행은 잘 하고 계시죠? 페이퍼,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cyrus 2010-12-2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의 <세설>에 관한 글을 읽고나니, <세설> 독서에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blanca 2010-12-21 21:56   좋아요 0 | URL
cyrus님 정말 재미있어요. 나중에는 3권이 없는 게 아쉬워지더라구요. 남자가 쓴 여자들 얘기가 이렇게 와닿기는 처음이에요^^

비로그인 2010-12-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책 세 권을 놓고 얘기하시는 blanca님의 말투와 책과의 거리감이 좋게 다가오네요~

책과 읽는 이. 그 사이를 너무 넓지도 않게, 너무 좁지도 않게 열어주시는 시선이 멋져 웃음 지어봅니다 !! ^^

blanca 2010-12-21 21: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웃음 아이콘이 저는 또 기분좋게 느껴지네요. 느낌표도. 이제 저는 이 집에서는 아마도 마지막 주문을 한 번 더하고 이 책들을 옮기게 될 것 같아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공간에 저도 모르게 묻어 있던 애착이 좀 낯설고 아쉽고 그래요....
 

영영 헤어져 버려 도무지 볼 길 없는 사람들이 나의 꿈에서는 항상 말이 없다.
꿈에서도 나는 그립고 사무친다. 했어야 하는 말들은 꿈에서도 누락되어 있고 당신들은 생전의 가장
처연하고 아픈 모습을 재연한다. 

그 날 꿈은 또 그랬다. 나의 할머니는 여전히 슬펐고 초라했고 너무 많이 늙어 있었고 아팠다.
나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또 일어났다.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은 단 하나다. 사랑해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나의 네 사람은 다 그 말들을 듣지 못했다. 하지 못한 말들은 영영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내 마음의 가장 여린 속살 부근에 옹크려서 속살댄다.
내가 죽을 때까지 그 회한들은 함께 할 것이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 우연히 그 그림책의 제사를 읽다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이제는 올리비아를 못 볼 나의 그리운 아버지께 

 

작가 이언포크너의 딸을 모델로 한 자신의 그림책 주인공인 '올리비아'를 더 이상 보지 못할 나의 그리운 아버지께, 라는 말은 내가 당신을 보지 못하는 그리움과 아쉬움보다 이제는 더이상 사랑했던 것들을 보지 못할 떠나는 이들의 그 마음을 챙기는 시선이라 생각되어 더 찡했다. 남겨지는 자들의 슬픔이 떠나는 이의 아픔과 슬픔을 압도하는 것이라고 누가 단정지을 수 있을까. 다만 남겨진 우리들의 그리움과 슬픔과 아쉬움, 사랑으로 그 상처를 메워주기를 허망하게나 바라본다. 영혼이라는 것이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그건 나의 삶을 유의미하게 만들기 위한 변명거리이기도 하다. 

추운 날씨, 슬픈 소식들, 이사 문제 등으로 심란한 터에 우연히 어떤 분의 강력 추천 글을 보고 <세설>을 읽게 되었다. H님 서재에서 이 출판사의 실한 편집에 대한 얘기를 귀동냥하기는 했지만 받아보고는 그 촘촘한 자간과 개미허리만도 못한 여백에 압도당했다. 

 

 

 

 

 

 

 

처음에는 정말 눈이 피로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실로 꿰매는 사철 방식으로 책 배도 안 갈라지고 워낙 재미있어서 더 촘촘해도 좋았겠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1930년대 간사이 지방의 몰락한 귀족 가문의 네 자매들의 결혼생활, 중매 얘기들이 어찌나 사실감 있고 생생하게 잘 그려져 있는지 정말 오랜만에 넘어가는 책장이 아깝다,는 아쉬운 느낌을 가지게 됐다.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죽는 바람에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노벨 문학상이 돌아갔다,는 얘기를 구태여 동원 안해도 이 책은 충분이 정말 충분히 각종 사념들을 몰아내고 이야기의 즐거움에 몸을 맡길 수 있게 해주는 미덕으로 가치를 증명한다.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 

다만.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시기라는 깨달음이 갑자기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녀들의 호화롭고 다이나믹한 삶과 정치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시선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건 의식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도 한 또 의도되기도 의도되지 않기도 한 반응이다. 이런 일본에 대한 양가감정은 한류문화에 관대하고 관광객들에게 지극하게 친절한 그들의 태도와 결코 과거의 잘못을 시원하게 시인하고 실리적인 배상 문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는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과도 닿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내를 친구에게 양도한다는 공개 의사 표시를 해서 당시에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에로티시즘적인 작품도 많이 썼던 작가가 전혀 에로틱하지 않고 여성적이고 아기자기한 풍속 묘사와 재미가 그득한 이런 책들 썼다는 것도 같은 맥락 같기도 하고. 

항상 회한이 들 현재의 실수 주위를 맴도는 나의 삶도 그렇고.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것이 결국 생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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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그 빽빽함 때문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을 좀 두려워해요. 이 책은 상당히 마음이 동하는군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읽었어요. 너무너무너무 재밌게요.

저도 내년 1월 말에 이사에요. 멀고 먼? 수원으로요. 경기도민이 되기 전에 전시회나 많이 가놓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blanca 2010-12-17 21:14   좋아요 0 | URL
만치님, 저도 <아웃오브아프리카> 원작이 열린책으로만 번역되어 있어서 너무 읽고 싶은데 그 작은 글자에 겁이 나서 계속 못 읽고 있답니다. 정말 빽빽하더라구요. 그런데 또 똑같은 책값에 그렇게 활자를 빽빽히 박아 넣는 게 독자를 배려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재미있죠!!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정말 보기 드문 수작인 것 같아요. 만치님도 이사가세요? 저는 근처로 가는 거긴 하지만 아이가 어리고 급작스러워 걱정이 많이 되요. 수원으로 가시는군요!

순오기 2010-12-17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언 포크너의 이야기에 마음이 출렁하네요~~~~~~ 울 아버지가 생각나서.

일본문학에 거리를 두는 나도 어쩜 일제강점기 영향이 아닐까 생각되는...

blanca 2010-12-17 21:1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버님이 돌아가셨군요. 아, 그러실 수 있어요. 일본문화에 대하여 완전히 젖어들고 감동받는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과 거리낌이 저도 모르게 교육으로든 언론으로든 한 귀퉁이에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온세상이 은세계가 되었어요. 순오기님 계신 곳도 그런가요? 제 남동생은 전라도에서 낼 열심히 상경하려고 한답니다. 오랜만에 세 형제가 다 모이기로 했답니다.^^

cyrus 2010-12-1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을 좋아하는데,, 평소에 일본문학을 많이 접하지 못한터라
아직 <세설>만큼은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은 작품입니다.^^;;

blanca 2010-12-17 21:17   좋아요 0 | URL
cyrus님, 그렇다면 이런 빽빽한 편집에 이미 익숙해져 계시겠군요^^ 저는 사실 열린책 세계문학전집은 처음이에요. 아주 재미있어요. 전혀 인내심이 필요치 않은 책이니 나중에 여유되시면 꼬옥 읽어 보세요.

후애(厚愛) 2010-12-17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 가위에 눌려서...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요..

잘 지내시죠?
즐거운 연말 되세요^^

blanca 2010-12-17 21:18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가위에 눌리세요? 저 예전에 고3때 정말 너무 많이 눌려 그 고통 두려움을 알아요. 저는 정말 숨이 막혀 막 버둥대고 그랬는데...주무시기전에 행복한 생각들만 하세요. 새해에는 아무쪼록 건강하고 행복한 후애님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랍니다.

비로그인 2010-12-1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아몬드 링을 끼고 있어요. 너무 얇고 작아서, 이것보다 큐빅 시계가 더 존재감이 크더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전 완벽해지기 보다는 신선하고, 원본 그대로의 무엇인가가 되기를 원했으니까요. 물론, 내가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종종, 이 다이아몬드 링을 지금 마시는 커피 속에 빠뜨린다면 어떨까. 이 네임펜으로 슥 그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작은 다이아몬드는 너무 약해 보여요. 최선을 다해 손등의 광채를 더해줍니다만 네임펜이 옆에 있으면, 그 광채가 무모해 보여요. 이 컷팅이 불빛 아래에서 반짝이는 걸 보면 때때로 난 좀 슬퍼집니다. 사람은 늘 같을 수가 없어요. 나는 그들이 아닙니다.

우리 나라엔 명예 살인이 없구나. 있다면 어땠을까. 우리 나라엔 카스트 제도가 없구나. 있다면 어땠을까. 수드라의 삶과 브라만의 삶은 겹칠 수 있을까.

있을까와 없을까 사이, 제가 블랑카 님의 글을 읽었고 이런 생각이 물 밖으로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금요일 오전. 전 커피를 마셨고 이 서재에 오기 전엔 줌파의 unaccustomed earth를 주문했습니다. 날씨는 흐리멍텅하게 맑아요.

blanca 2010-12-17 21:23   좋아요 0 | URL
쥬드님....댓글을 읽으며 또 어렴풋이 쥬드님의 심중을 헤아려 봅니다. 무슨 얘기인지 어떤 아픔인지 어떤 충동인지 그 실체를 명확이 알 수는 없어도 느낌을 헤아려 봐요. 명예 살인과 카스트 제도. 인간 간의 정리에 개입하면 무서운 단죄가 되는 사회의 구속력이잖아요. 삶은 겹쳐져요. 순간이지만. 그리고 또 어긋나 버리고.

쥬드님의 줌파의 책을 읽고 참 많이 스산해졌었는데....어떤 감상을 느끼게 되실지 궁금해요...

마녀고양이 2010-12-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 그 말이 안 나와요, 미안해요, 고마와요, 사랑해요....
아직도 쑥쓰러워서 못 하겠어요. 아마
부모님이 제 생일을 챙겨주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 같아요.
우리 코알라는 잘 앵겨서 참 다행이예요.

blanca 2010-12-17 21:24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도 그래요. 정말 친정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는 도저히 못하겠어요--;; 벌써 남편도 그렇게 되어 버렸는걸요. 저도 딸아이만 부둥켜 안고 사랑한다,를 미친듯이 남발하고 있는데 이 얘기는 다른 사람들한테 하지 못한 것들을 그러 모은 것만 같아요.

oren 2010-12-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한......
글 앞부분을 읽다가 저도 요즘 비슷한 감정들을 가슴깊이 느끼곤 합니다.
늘 건강하시던 아버님께서 요즘들어 조금씩 병환이 악화되는 것 같아서요.
지난 주말에도 입원하셔서, 병상에 계신 아버님을 뵈러 다소 먼 길(일산↔분당)을 오갈 때마다 '아버님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노라면 자꾸만 가슴 속이 울렁거리더군요.

모순......
저는 종교는 따로 없지만, 한국을 떠나 뮌헨에 정착한 현각스님의 최근 인터뷰 기사는 무척 공감이 느껴지더군요.
* * *
-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기억하는 불자들이 많더라. 제일 좋아하시는 경은 무엇인가.
- "순간경! 이 커피향을 맡는 순간, 재즈를 듣는 순간, 걷고 이야기하고 시장에 가는 모든 순간,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나누는 순간,순간,순간 ······"

blanca 2010-12-17 21:26   좋아요 0 | URL
oren님..가족 중에 아프신 분이 있을 때의 그 무거운 마음과 힘듦을 기억하고 있어요. 정말 마음껏 한껏 다 표현하고 안아드리셨으면 좋겠어요. 벌써 하고 계시겠지만요.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현각스님, 제가 기억하는 그 하버드 출신의 스님이 맞나요? 아니면 혼동하고 있는 건지...순간경! 명언입니다. 순간 순간 마구 행복하고 마음껏 누리고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금요일밤의 여유와 펑펑 내린 눈의 행복 만끽하고 계시죠?

노이에자이트 2010-12-1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설>. 제가 갖고 있는 세로줄 2단 구식 번역본으로도 500쪽 가까운데 그걸 독파했군요.대단합니다.

blanca 2010-12-20 15:49   좋아요 0 | URL
노자님 세로줄이라구요? 세로줄이라면 예전에 <빙점>을 세로줄로 정말 힘들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정말 속도가 안 나더라구요. 이 책은 워낙 서사 중심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그렇게 더디지는 않았어요. 세로줄이었다면 아직도 읽고 있을 거예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0 17:51   좋아요 0 | URL
저는 세로줄에 익숙해요.돈을 아끼기 위해 헌책방에서 산 세로줄로 된 책들을 읽는 걸로 독서를 시작했으니까요.인문사회과학은 삼성문고로 시작했는데 국한문혼용에 세로줄이라 한자공부 겸 해서 읽었죠.소설은 을유문화사와 정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공부했는데 물론 본문이야 세로줄에 한글이지만 역주는 국한문혼용이더군요.누워 읽다가 그 자세로 문장 옆에 줄 그을 땐 세로줄이 더 편해요. 으하하하! 부럽죠?

2010-12-1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0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는 허망한 욕심에 후달렸고 그만큼 작은 성과와 큰 낭패감을 맛 본 해였다. 하지만 읽고 쓰는 일이 주는 그 황홀한 즐거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시간들도 많았다,고 기억하고 싶다. 언젠간 읽어야지, 싶었던 책들을 추려 꽤 열심히 읽은 것도 같다. 지나오면 남는 것은 결국 기억의 흔적들이다. 기록은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와 통한다. 기억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은 시간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고 늙음만 남긴다. 그래서 자꾸 기록하려고 한다.  

한 해를 결산하며 그 해에 가장 빛나는 연기를 펼친 배우와 감동을 준 작품에 상을 수여하는 연말 시상식처럼 나는 나를 심심하지 않게 했고 때로 눈물짓게 했던 책들에게 기억을 위한 기록의 자리를 주려고 한다. 소박하지만 그냥 그렇게 바깥에서 내 안으로 포박해 들어온 것들에 자리를 주려고 한다.  

재미와 감동을 겸비했던 소설들 

 

 

 

 

 

 

 

 

안토니오 스메르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아이를 앉히고 친정에 가던 중 반을 넘게 읽고 친정에 와서 밤새 눈물 흘리며 다 읽어 버렸던 책이다. 칠레의 정치 사회적 격동기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네루다가 자그마한 어촌의 청년을 감화시키는 내용은 픽션과 논픽션의 아름다운 융합과 어우러져 독자를 포복절도하게 하기도 하고 속수무책으로 울리기도 하는 대단한 저력을 보여줬다. <일포스티노>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무엇보다 기가 막히게 재미있고 기가 막히게 뭉클하다.  한없이 가볍고 끈적끈적하기도 하고 한없이 진지하고 엄숙하기도 한 이 잡탕의 미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사실 그다지 재미 없을 거라 각오하고 읽었던 책이다. 원체 유명한 고전은 어느 정도 지루함을 담보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선입견으로. 하지만 그 다양한 프랑스 파리의 인간군상의 적나라한 묘사와 역동적인 줄거리는 이 책이 고전이 맞는가? 자문하게 할 정도로 책장을 스르륵 넘어가게 한다. 탐욕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미덕을 실천하기도 하는 그 모순적인 인간 존재를 이다지도 구체적으로 현실감있게 잘 그려낼 작가는 발자크 말고는 찾기 힘들 것같다. 모옴이 욕한 그의 짜리몽땅한 체구와 나온 배도 다 포스로 느껴질 정도로 그의 소설은 무게감이 있다. 

로맹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낸 <자기 앞의 생>으로 시작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 성장소설이 기본적으로 담보하는 자기이입이 가능한 그 생생함 뿐만 아니라 로맹 가리 특유의 익살과 감동을 버무리는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그의 자전적인 고백인 < 새벽의 약속>을 읽고 나면 그가 아무리 지루한 소설을 재탕 삼탕해도 끝까지 그의 독자로 남고 싶은 열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늙은 싱글맘의 노동을 희생으로 모든 불가능한 소망을 가능한 현실로 구현해 낸 그의 처절한 스토리는 마지막 책장을 감히 앉아서 편하게 넘길 수 없게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하나의 비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의 어머니는 모성을 극대화하여 체현하고 있다. 누구나 로맹가리의 어머니에서 늙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작은 공통점 하나라도 건져내어 함께 오열해 버리고 말게 하는 책이다.  

아름다웠던,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던... 

 

 

 

 

 

 

 

자의식 과잉으로 문장을 테두리한 산문들은 때로 지루하고 읽기에 민망하다. 외부의 풍경을 지나치게 객관하여 묘사하는 성실성을 강조한 산문들은 읽는 행위 자체를 부가적인 것으로 폄하하게 된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은 그 중간 지대에서 훌륭하게 무게 중심을 잡고 눈을 들어 하늘에서 명멸하는 별을 보는 글들이다. 도저히 책장에 다른 책들과 함께 꽂아버려 이 아름다운 산문들을 기억의 한 곳으로 밀어버리지 못하게 할만치 너무나 매혹적인 산문집이다. 글들에서 음악이 울리고 그림이 떠오르는 환영을 이 책은 선물한다.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에 이 책을 가지고 간다면 그 풍경이 어떻게 내 눈으로 흘러들어올지 기대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한다. 가장 멋지게... 

시를 안 읽은지 시집을 안 산지 어언 몇 년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이 시집으로 두루뭉술하게 덮어버리려고 한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대가로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어놓아야 하며, 인생에 대한 대가로 인생을 바쳐야 한다고 공짜는 없다!고 외치는 이 폴란드 여류 시인이 히틀러의 한때는 한없이 사랑스러웠을 어린 시절을 상상해 낸 시를 읽을 때는 우리가 왜 시를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젠체하지 않고 시 본연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의 자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본질적인 것들을 환기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그 처절한 것들에 대하여 

 

 

 

 

 

 

 

홀로코스트 문학은 음울하고 비관적인 것이라는 느낌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의 두 권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말살되지 않는 최후의 인간성에 대한 옹호라는 점에서 칙칙하고 비관적인 고백서나 관찰물을 뛰어 넘고 있다. 용변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 처절한 환경에서도 수용소의 지인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조촐한 선물들의 교환과 단테의 <신곡>에 대해 토론하고 아름다운 고향의 노래를 부르는 그 정경들은 결국 인간이란 긍정되어야 하는 생의 에너지임을 깨닫게 한다.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 이 두 권의 책은 작은 위안이 되어 줄 것도 같다. 비극적인 환경에서 그 환경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문득문득 엿보이게 하는 그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할 테니까 말이다. 

남은 책장 두께에 아까워 감히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하고 차마 아픈 결말을 감당하지 못해 두고두고 마지막 독서를 미루는 그 초조한 달뜸은 책만이 책이기에 가능한 것같다. 책 속의 이야기가 나를 뚫고 들어가고 때로 내 삶의 사연들이 책 속의 이야기들과 교차할 때 읽는 것도 결국 나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행하고 경험한 것들과 내가 읽고 상상한 것들이 가져오는 느낌과 감흥은 결국 기억 속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그건 마치 운명의 일부분 같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나 경험하는 것들과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것들도 다 결국 희미하게 흔적을 남기고 지나가 버린다. 돌아와 보니 그게 삶 자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앞으로 만날 책들은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 만큼 기다려지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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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0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어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부럽다!
공감할 수 있는 책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밖에... 한 권이라도 공감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blanca 2010-12-07 20: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추천으로 읽었던 책이잖아요...순오기님 추천은 보증수표와 같아요^^

cyrus 2010-12-06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에 <고리오 영감>을 읽기 전에는 지루할줄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블랑카님은 문학작품들이 인상깊게 읽으셨군요. 요즘 펭귄클래식 시리즈를 읽고 있는
블랑카님이 소개하신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품을 읽어봐야겠군요. 블랑카님의 글만큼이나
글이 멋질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0-12-07 20:16   좋아요 0 | URL
cyrus님 펭귄클래식 시리즈를 읽고 계세요? 저는 주로 민음사인 것 같고 드문드문 문동 시리즈로 읽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로르카의 산문은 펭귄클래식에서만 나온 것 같네요. 정말 <고리오 영감>은 의외로 참 재미있었어요^^

stella.K 2010-12-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르카는 오래 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시집을 선물 받았는데
좀 어렵더군요. 하긴, 시가 그렇지요. 저도 시집 사 본지가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고리오 영감이 재밌군요.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항상 고전은
관심의 2군, 3군으로 밀려나 있어요.
더구나 고전은 꼭 읽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만만찮이 앞으로도
고전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아요.
저도 조만간 이런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왠지 블랑카님처럼 잘 쓸 자신이 없는데요?ㅋㅋ
위의 책들 잘 참고하겠슴다.^^

blanca 2010-12-07 21:1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도 로르카의 시집은 읽어 보지 못했어요^^그리고 저는 예전에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너무 재미없게 읽은 경험들이 많아 이제 정말 읽고 싶은 책들만 읽기로 했어요...그런데 의외로 고전 중에도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인 것들도 있더라구요. 글구 스텔라님이 더 잘 쓰시면서요^^;; 해마다 읽었던 책들을 정리를 안 해 두니까 너무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게 되는 것 같아서요...스텔라님의 글도 기다릴게요...기대됩니다.

마녀고양이 2010-12-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좋은 책 많이 읽었네요.
나두 그랬어야 했는데, ㅠㅠ, 독서 성적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래도 얻는데 많은 해였는데, 블랑카님은 어땠을까?
아마.. 몇년 후 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얻은 해였을지도 몰라요. ^^

오늘 눈발이 대단해요. 집안에 있어도 되는 나로서는 멋지다고 할 밖에. 그.러.나.
걸어다녀야 하는 분들은........... 무척이나 짜증나려나요? 울 아파트의 장터 상인두 함께. 이긍.

blanca 2010-12-08 22:54   좋아요 0 | URL
마고님, 방금 전 창 보고 깜짝 놀랐어요. 눈이 막 쌓였던 걸요! 셤 끝나고 눈도 오고 글구 선물도 가고 기분 괜찮으셨죠?^^

노이에자이트 2010-12-0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자크로 시작했으니 19세기 프랑스의 명작을 하나 하나 독파하실 것 같습니다.

blanca 2010-12-08 22:54   좋아요 0 | URL
노자님...19세기 프랑스 명작 추천목록을 주셔야지요^^;;;

노이에자이트 2010-12-10 13:42   좋아요 0 | URL
다 아시면서...장편 말고 중단편으로 프로스페르 메리메 작품을 권합니다.'콜롱바'가 괜찮아요.말로만 듣던 '카르멘'도 좋지요.각각 코르시카와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가 배경입니다.범우문고'콜롱바'는 발췌번역이니 완역본을 찾으세요.

blanca 2010-12-10 21:18   좋아요 0 | URL
메리메, 처음 듣는 작가예요. 아직도 발췌번역이 있어요? 좀 난감한걸요^^ 제 찾아 읽어보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0-12-08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들어왔을때 그림이 다 깨져서 글만 읽고 추천만 누르고 갔더랬지요.ㅎㅎ
오늘 다시 또 읽었는데 블랑카님의 글은 참 좋아요. 올 한 해 기억에 남기고 싶은 책 이야기, 저도 같이 기억해두었다가 챙겨 읽어야겠어요.^^

blanca 2010-12-10 21:1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그 이미지가 깨졌다는 오류 말씀이시군요...날이 갑자기 또 많이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아이들도 함께..

비로그인 2010-12-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펑펑 오니 꼬마아가씨가 좋아했겠군요. 이번 주말엔 드디어 좀 한가할 것 같아요. (아마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손에 들고) 좀 한갓진 주말을 보내보려구요~

blanca 2010-12-10 21:17   좋아요 0 | URL
만치님! 근데 자꾸 얼음 위로만 다니려고 해서 참 난감합니다. 주말 드뎌 한가해지신 거예요? 우아! 연말 기분 맘껏 누리시면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행복하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비로그인 2010-12-15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blanca님! 새벽에 책상에 앉아 잠깨면서 잠시 들렸습니다.
연말인데 이사도 하셔야 하고 좀 바쁘시죠? 하필 한창 추울때 그래야 한다니..

한참이나 지났지만 올리신 글 읽으니 막 예전에 저 책 관련해서 읽던 blanca님 페이퍼가 생각나려 하네요.
내년에도 멋진글 부탁드립니다. ㅎ

음... 저도 바쁘고 할일 많은, 이번주가 지나면 뭔가를 하나씩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blanca 2010-12-15 17:1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정말 너무 추운데 이 언덕을 떠날 것을 생각하니 또 맘이 시리네요. 그래도 이런 기회로 주변 정리도 하고 닥치는 상황에 대응하는 법도 배우고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괜히 이래저래 싱숭생숭하고 바쁘고 그래요. 바람결님도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정리하시는 흔적도 페이퍼에 올려주시고 그러세요^^

2010-12-16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망 없는 불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5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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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낳는다는 것보다 더 지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변화를 동반한다. 이제 '나'는 더이상 온전히 자유의지를 가지고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음을 뜻한다. 타인에게 폐가 되는 행동들이 정작 '내'가 아닌 '나의 아이'에게서 나올 때조차도 나의 배꼽은 아이의 배꼽과 탯줄로 이어져 찌릿한다. 아이는 나의 부속품이 아니지만 아이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은 부메랑처럼 나를 때로 조준한다. 모든 계획과 모든 변화에 아이는 우선순위로 감안되어야 하고 때로 제약이 된다.  

커가는 아이는 시간의 현현이다. 살면서 시간의 그 위업을 이다지도 절절하게 체감할 기회가 또 있을까? 배냇 웃음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던 아기는 어느새 굽있는 구두를 사달라고 조르고 자신의 행동에 변명을 붙일 줄도 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는 나를 떠날 것임을 알고 때로 가슴이 저릿해진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더 좋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기 보다 더 나약하고 더 나쁜 나를 때때로 발견하고 재조정하는 성장의 단계다. 미혼일 때는 애교로 봐 줄수도 있었을 온갖 약점들이 줄줄이 극대화되어 튀어 나오고 생활인으로서 무능력하거나 약한 그 작은 틈새가 밑창이 벌어진 신발처럼 흉하게 드러난다. 누군가가 아이를 키우는 나를 관찰한다면 '허걱'할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싱글파더처럼 되어 버린 작가가 아이를 키우는 스스로를 객관화화하는 그 지점에 살짝 발을 올려 놓고 시작했다. 페터 한트케의 아이는 내 아이와 많이 닮아 있었다. 예민하고 소심한 그 성정이 또래집단의 아이들에게서 상처받는 풍경들에 아프게 젖어 들어갔다. 고작 네 살인 아이들 집단에서 발현되는 그 이기심과 폭력성은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아이들의 본성이 아니다. 천진난만함과 순진무구함은 때로 잔인한 이기심의 원형의 거친 칼날의 모습이기도 하다. 장난감 하나를 두고 거칠게 싸우다 서로 따귀를 올려 붙이기도 하고 약해 보이는 아이에게 발길질을 하기도 하는 모습들은 그 결고운 볼에 어린 홍조에는 예고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다. 가해자의 부모도 피해자의 부모도 견디기 힘든 풍경이 주변에서 펼쳐진다.  

그게 아니면 <아이들>이란 우선 또래들 사이에서 지내는 것이 옳고, 그래야만 고통과 부당함을 겪으면서 자의식을 갖게 되고 무엇인가가 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종족이었던가?
                                                                                                                                                 p.126

하루키식의 표현 때로라면 전력 투구하여 근육을 연마하듯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소설 창작 과정의 그 온전한 시간과 에너지를 페터 한트케는 아이 때문에 가질 수 없었다. 그는 사랑이 이미 식어버린 사람과의 사이에서 부산물처럼 떨어져 나온 아이가 어느새 자신의 삶 속에 스며들어와 그를 제한하고 좌지우지하는 생활을 객관화여 그려내고 있다. 스스로를 '그'로 칭하고 객관화하는 모습은 어떤 안간힘을 연상해 내는 풍경이어서 편안하지 않았다. 주양육자로서의 역할을 '나'에게서 분리해 내어 내 눈 앞에 갖다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서 출발하여 불가능에서 끝나는 일임을 알기에 그 부자연스러움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느새 '나'는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나'를 떠올릴 수가 없다. 작가로서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일들조차 글들의 소재로 객관화시켜 버리려는 그의 노력은 때로 삶에 대한 냉소처럼 느껴져 자꾸 뒷걸음질을 치게 했다. 그래서 전반부에 실린 어머니의 자살을 다룬 '소망 없는 불행'에 대한 리뷰를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너무 슬픈데 아니 이제 더이상 슬프지 않을 만큼 소진되어 버린 그 버석거림이 연기된 것인지 사실인 것인지를 나는 분간해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는 가장 객관적으로 반응하기 힘든 혈연의 관계망에서 그것을 시도하고 있고 그것은 어떤 낯선 이질감으로 독자를 매혹하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는 것같다.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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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2-0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친 객관화도 도피나 회피의 심리를 무의식 중에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블랑카님, 커가는 아이는 시간의 현현이다,라는 리뷰문장에 공감되어요.
나의 부정적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섬뜩하지만 그걸 또 끌어 안아줘야겠어요.^^
어떨 땐 아이가 나의 분신이라기보다 내가 아이의 몸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은 때가 있어요.

blanca 2010-12-06 21:12   좋아요 0 | URL
맞아요...프레이야님 지적에 동감합니다...엄마는 아이를 떠나서 무언가를 그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놀랍고 신기해요...아이가 내 품을 떠나면 그 때는 어떻게 홀로 설까요...

2010-12-07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7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말에 태어난 자녀를 둔 부모는 이듬해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다섯 살배기가 몇 개월 빨리 태어난 아이들과 섞이는 것을 막고 싶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부모는 몇 개월 뒤처진 것으로 인해 유치원에서 겪는 불이익이 무엇이든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건 하키와 마찬가지다. 연초에 태어난 아이가 누리는 아주 작은 이익은 연말에 태어난 아이가 겪는 불이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이어진다. 성취감과 낙담, 용기, 좌절이 일종의 패턴이 되어 그 아이를 수년간 묶어두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중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쑥 내민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씨근거리며 읽던 중 통화하게 된 집주인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청자 중심의 완곡어법으로 내 애간장을 태웠다. 대한항공 801편 괌추락사건에 대한 신랄하고도 흥미로운 분석은 바로 동양인들의 권력 관계를 의식한 불명확한 의사표현에서 비롯된 기장과 부기장 간의 비행조종의 비능률적 소통 행태가 극심한 피로로 판단능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기장을 적절하게 통제, 보완하지 못한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엄동설한에 이사를 가야 한다는 그 힘든 얘기가 에둘러 돌아온 바로 그 길이었다. 아이는 12월생이고 그나마 몬테소리라 맘껏 뛰어놀게 해 준다는 그 유치원의 십 대 일의 경쟁률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이래저래 참 마음이 시리다. 

아웃라이어는 아웃라이어가 아니다. 결국 성공은 개인의 미덕이 아니라 환경과 기회의 강력한 조합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그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는 데 설득력이 강한 사례들을 하나 하나 따라가는 경로에 저자가 동행한다.  빌 게이츠는 사립학교의 부유한 어머니회가 투자해서 만들어 준 컴퓨터 터미널을 마음껏 활용하여 실시간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었고, 1955년에 태어난 덕에 개인컴퓨터 혁명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1975년에 때맞춰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저자는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의 특별한 기회에서 성공이 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의 자질이 아무리 뛰어난들 시대가 때맞춰 그 자질을 요구해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의 기량 정도로 치부되고 말것이다. 이 대목은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온 존 롤스의 정의론과 조우한다. 

존 롤스는 특정한 시기에 사회가 가치를 두는 자질 역시 도덕적으로 임의성을 띤다고 지적했다. 내 기술이 결실을 많이 맺고 적게 맺고는 사회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1860년대의 석유와 철도 재벌들의 어마어마한 부의 축적도 사회적 수요와 맞물려 가능했다. 심지어 롤스는 노력의 결과로 성공을 치하하는 것도 경계한다. 노력하는 능력도 하나의 행운으로 주어진 것일 수 있다. 결국 성공을 미덕에 대한 포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끈질긴 믿음을 버릴 것을 마이클 센델은 역설한다.  

그렇다면 이런 각종 임의적인 요인들이 적절하게 조합 발화되어 이루어지는 성공 앞에서 독자들은 망연자실하고 말 것인가. 하필 출생률 절구형 그래프의 불룩한 부분 언저리에 그것도 십이월에 아이를 낳아버린 내 앞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그런 출발선부터 뒤처진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줄 것을, 마이클 센델은 발빠르게 성공한 사람들의 성취물을 공공의 이익으로 함께 나눌 것을 얘기한다. 빈약한 결론이 그들 담론의 핵심은 아니다. 존재하는 방식이 그 자체로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그 당연한 진리를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익숙한 집을 떠나는 것과 거대담론의 투망을 벗겨내는 것은 어느 정도 비슷한 일인 것 같다. 귀찮지만 가끔 해줘야 허섭쓰레기들을 미련없이 비워낼 수 있다. 관성은 언제나 쉽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당연하게 눈앞에 쌓아놓게 한다. 하필 읽은 책과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이 섬뜩하게 만나는 그 지점에서 때이른 추위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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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3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4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4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4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12-0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 다 흥미로운 책이죠.

아웃라이어에 크게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는 이유를 하나 드릴께요.
아웃라이어의 전제조건은 .... '능력', '재능'이라는거죠. 그것도 아주 보기 드문 재능과 보기 드문 노력과 보기 드문 열정이 합해져있다는 것이 가뿐하게 전제조건. 게다가 집에 돈도 있어야해요. 게다가 운도 따라야 하구요. ㅎ 그것을 다 갖춘 자들 중에서 시대까지 타고나야 '아웃라이어'가 되는 거.

어디에 전제조건을 두느냐에 따라, 목표가 진심으로 세계 최고인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웃라이어는 말그대로 '아웃'라이어인거죠. ㅎ


blanca 2010-12-04 18:41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안그래도 아웃라이어 읽다 보니 정말 루저 같다는 자괴감이 밀려오더라구요. 정말 이 책을 읽고 하이드님 말씀처럼 세상을 더욱더 냉소적이고 비관적으로--;; 보게 되어요. 뒷북 쳤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다 님 덕택입니다. 정말 흥미로웠어요.

후애(厚愛) 2010-12-04 0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의란 무엇인가> 관심이 가네요.ㅋㅋ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blanca 2010-12-04 18:42   좋아요 0 | URL
후애님~ 제 목표가 이번 겨울 감기 더이상 안 걸리는 거예요. 벌써 두 번이나 걸렸기 때문에 감기기운이 조금이라도 있을라치면 겁부터 덜컥 납니다. 후애님도 저도 감기야, 물럿거라! 해요^^

마녀고양이 2010-12-0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 모두 꼭 읽어봐야겠네요. 시험만 끝나면, 불끈!
시험 다섯 과목 끝내고, 이제 한과목, 과제 둘 남았어요. 과제 하다가 잠시 여유가 생겨 들려요.

그런데..... 블랑카님 이사가야 해요? 겨울에? 헉.
안 그래도 유치원 때문에 머리 아플텐데. 분홍공주가 겨울이 생일이라, 활달한 아이가 아니라면 조금 치이는 것은 각오해야 할거예요. 그래도 다들 거치는 과정이니,, 맘 단디 묵고, 유치원 버스에 태우세요. ^^ 아니면, 6개월 더 델구 있든지. ㅠㅠ. 코알라도 난리났었어요, 한 10일간 내내 울고불고, 아침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울지 않아서, 보내도 되겠구나 라는 판단을 했었던 기억이 나요.

이왕 이사할거면,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하면 안 될까? 얼굴이나 보게.. ^^

blanca 2010-12-04 18:4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 공황상태에 빠졌어요. 이 추운 엄동설한에 한 달을 정확히 남기고 이사를 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답니다.--;; 정말 섭섭하고(사실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서도) 아이 유치원 계획도 다시 짜야 하고 이래저래 참 혼란스럽고 속상하네요. 내년에는 얼굴 보기 가능합니다.ㅋㅋㅋ 육아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될 것으로 예상되고 그러니 또 조금 기분이 좋긴 한데... 마고님 마지막까지 가뿐하게 열심히 하셔서 서재에 빨랑빨랑 복귀하세요. 코알라. 제 딸이 한 수 위일 것 같아요. 완전 소심하답니다. 막 울고 난리 날 것 각오하고 있어요. 제발 너무 심하게 울지 않고 조금만 힘들기를 바라고 있어요.--;;

cyrus 2010-12-0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신간평가단 선정도서가 마이클 샌델의 <왜 도덕인가>가 되어서
이번 기회에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를 구입해서 읽어보려고 하는데,,,
유명한 베스트셀러라 도서관에서도 빌려 읽기도 힘든 책이라서
이왕에 구입해서 천천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0-12-05 22:29   좋아요 0 | URL
cyrus님 신간평가단이시군요. 베스트셀러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사서 읽어도 아깝지 않은 책이었어요. 무엇보다 책장이 잘 넘어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