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고입 연합고사가 끝난 후의 시원하고 안온한 기분 속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밤 아홉 시경 이광수의 <단종애사>를 읽기 시작했다. 그 날 밤을 잊지 못한다. 생에 있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들이 있다. 바로 그런 날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장소이동을 했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거사를 꾸미고, 또 거기에 반해 정통왕권을 보위하겠다고 일을 도모했던 사육신과의 한판대결이 벌어지는 장면, 사육신이 그 끔찍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선왕에 대한 의리와 약속을 지키고 타협과 굴복 대신 장렬하게 죽어가는 장면들에서 나는 그 자리에 서성이고 있었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졌다. 그 피비린내 나는 고문의 현장에서 눈을 질끔 감아 버리고 서로 시조를 주고 받으며  형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수많은 구경꾼들 틈에 끼여 눈물을 훔쳤다. 새벽 네 시경 마침내 단종의 죽음이 임박하자 나는 광분한 독자가 되어 있었다. 책 속을 뚫고 들어가듯이 노려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던 그녀는 마침내 단종이 죽은 시체로 떠오르자 눈물범벅으로 그대로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나는 사춘기 후반 이후로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 터득한 것들은 여전히 유효한데, 나머지는 사소하거나, 없어도 그만이거나, 기껏해야 주석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p.74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삼십 대 중반으로 걸어들어 와 있었다. 이따금 나는 그 열여섯 살 겨울밤을 서성거린다. 돌아갈 때마다 그곳은 조금씩 퇴색되어 있다. 그 감동을, 그 순정한 몰입을 가두어 놓고 싶지만 그것은 세월의 무게에 자꾸만 가라앉는다. 젊음을, 미성숙을, 어린 시절을 만져보고자 하는 마음은 항상 그렇게 기약없는 배회 같이 되어 버린다. 지금 다시 친일 행적의 미묘한 지점에서 엇갈리는 평가의 가운데에 있는 그가 하필 유교적 이념과 명분에 목숨을 버린 이들을 추켜 세우는 그 역사 소설을 읽는다 해도 그때의 그 감동과 그 몰입은 요원할 것이다. 독서일기는 그래서 내 자서전이 될 수도 있다. 그때 읽은 책들을 지금 다시 읽고 느끼는 감상은 확연히 달라 있을 수밖에 없다. 활자들은 그대로인데 나의 복기는 시간의 더께에 눌린다. 고정불변의 사물에 시간과 더불어 변하는 인간의 감정의 덮개를 씌우는 행위는 독서가 유일할 것이다. 

눈이 멀어버린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 주었던 망구엘은 그저 책 읽어주는 남자가 아니었다. 저명한 작가이자 비평가였다는 작가 소개란은 차라리 사족 같다. 이 책을 집어들면 그가 쉰세 번째 생일을 맞아 좋아했던 책들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며 끼적인 글들은 한 편 한 편이 그의 소개 같다. 감탄 또 감탄이다. 소개된 책들 중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내가 감탄하고 눈을 반짝이며 그의 얘기를 따라갔으니 이 책들을 읽었다면 눈부신 조응의 순간을 경험할 것 같다. 사실 몰라도 괜찮다. 책을 소개하며 그는 자신의 삶의 얘기, 철학,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신랄한 비판 같은 시사적 이야기들로 스스로를 펼쳐 보여준다. 

그는 작가이지만 이 책에서 철저히 독자로서 자리한다. 또한 독자들의 권리와 권한에 대해 사려깊은 존중을 보여준다. 사실 작가가 서평을 쓴다는 것은 평범한 독자들과 더 멀어지기 위한 한 방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쪼개고 분석하고 덧붙인다. 우리는 모르는 수많은 관점과 인용이 난무한다. 그리고 우리는 결심하게 된다. 나는 안되겠다, 이 책은. 하지만 그가 소개하는 그 생소한 책들은 그 어떤 책일지라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비켜가지 못하게 된다. 더없이 고리타분할 것 같은 괴테에 대한 이런 상찬. 죽은 괴테가 활짝 미소지을 일이다. 

이 노인네에 대한 나의 애정은 힘과 섬세함의 이런 불안정한 결합에서 나오는 것 같다. 단정하고 적절한 조개껍질 같은 그의 문장이 그 속에 감추고 있는 어둠으로 나를 눈물짓게 할 때가 있다.
                                                                                                                                                    -p.145 

항상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한 생각이 방 안 가득한 양파 튀김 냄새처럼 스며들어 있다. 등장인물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동작도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는 이 작은 신의 눈에 포착되면 뭔가 생각할 거리가 생긴다.
                                                                                                                                                    -p.148 

이 작은 신, 이성적이고 논리 정연한 생각을 양파 튀김 냄새처럼 방 안 가득 흩뜨려 놓는 노인네! 괴테가 이런 식으로 소개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아마 괴테 책이 당시 광고를 탔다면 이 멘트가 화제가 되었을 듯싶다.  

이 책이 단순히 지리멸렬한 서평으로 전락하지 않은 데에는 작가 자신의 사회적 불의에 대한 예리한 감수성이 한 몫 한다. 이런 책에서 이런 구절들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다. 

오래된 이치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것, 모든 권력은 악용된다는 것. 광신은 어떤 것이든 이성의 적이라는 것. 선동은 불의에 맞서는 힘을 규합할 목적이라도 여전히 선동이라는 것. 전쟁은 신이 더 막강한 군대의 편이라고 믿는 승자의 눈에만 영광으로 비친다는 것.
                                                                                                                     -p.88 

찬물세수가 필요할 때가 있다. 병든 닭처럼 졸며 관성에 젖어 삶을 소진하고 있을 때 우리는 벌떡 일어나 찬물세수를 해야 한다. 그런 책이다.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얘기로 정신이 번쩍 뜨이기는 또 처음이다. 이 찰나에 깃든 생에 절절하게 매달려서 활자를 하나 하나 흔들어 깨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나는 늙어 있을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파가 되어 또 지금 이 순간을 연상시키는 책의 한 구절에 호들갑을 떨게 될지 모른다. 그런 풍경을 그려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망구엘...고마워요. 


책들은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부분을 이루었던 것, 아무리 작고 하찮더라도 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별들 아래 제자리를 지키며 영원히 머물 것이다.  

그리고 돌을 쪼아내는 석공의 시각처럼,
우리의 부재로 전체는 한결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p.69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8-27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0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8-2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눈이 멀어버린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줬다는 부분에서는 보르헤스가 되고 싶었고,
쉰 셋부터는 책을 한달에 한권씩 읽었다는 부분에선,한달만 그의 책이 되고 싶어 했었죠.

이런 감각적인 리뷰라니,
저도 찬물세수가 필요하겠는걸여~^^

blanca 2010-08-27 13:48   좋아요 0 | URL
우아. 망구엘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보르헤스에게 발탁^^;;되었다고 해서 그냥 책이나 읽어 주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글 읽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글을 너무 잘 쓰더라구요. 지루할 줄 알았는데 책장도 넘 잘 넘어가고 제가 읽어봤던 책에 대한 얘기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대체 책 속의 C가 누군지 참 궁긍하더라구요. 아내도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맨날 사소한 것들이 궁금해져서^^;; 큰일이에요.

마녀고양이 2010-08-2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봐도,, 블랑카 님은 단편 소설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요.
아마 짜릿할거야. 입에 착 달라붙고.
국내 여류 작가 소설을 잘 안 읽지만, 블랑카님이 쓰신다면 단번에,,, 서점으로 달려가겠습니다. ^^

blanca 2010-08-27 22:1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한테는 참 사람 참 기분 좋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어요^^ 제가 그런 영광을 가지게 된다면 마녀고양이님이 서점에 안가셔도 되도록 당연히 만들어 드려야 하지요^^;;

yamoo 2010-08-2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합고사 세대시군요^^

멋진 리뷰 잘 감상했습니다. 망구엘은 이름만 들어봤는데...이런 리뷰에 추천을 안하면 알라디너가 아니죠~^^

blanca 2010-08-28 21:15   좋아요 0 | URL
yamoo님 대문사진 보면 베니스에서 죽다,가 생각나요. 미소년 이미지. 연합고사 세대라고 하니깐 갑자기 되게 늙은 기분인 것 있죠--;; 수능 세대이기도 해요 ㅋㅋㅋ

비로그인 2010-08-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 님을 궁금하게 하려면 사소한 것을 잔뜩 늘어놓아야 하겠군요 ㅋㅋ
그 전에 유명인이 되어야 하는걸까요?.. (긁적) ㅋㅋ


blanca 2010-08-28 21:1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음 댓글이 약간 어려워요^^;; 제가 워낙 단순해서 무신 말씀이신지 긁적긁적--;;

비로그인 2010-08-28 22:48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약간 어떻게 보면 기분 상하실만한 그런..댓글을 달았네요.
혹 기분이 좀 좋지 않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올리신 글 가운데 비슷한 느낌의, blanca님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본문에서 말씀하신 내용의 뜻을 담은 "사소한 것")을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햇빛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보이고 사방으로 쏟아지지만, 쏟아져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쏟아짐은 일종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햇살은 '확장되다' 란 말에서 유래하여 '확장자들'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 숲, 천병희 역 p.145-146


예술이 고상한 정신을 앙양시키기 위해서나 자신감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예술은 브래지어가 아니다. 적어도 영어의 의미에서는 아니다. 그러나 브래지어가 프랑스어로 구명복임을 잊지 마라 - 줄리언 반즈 <플로베르의 앵무새> / 열린책들, 신재길 역 p.171


어떤 내용(사소한 것)을 어딘가에 끄적일때 이런 유명인의 구절을 인용하면 blanca 님을 더 궁금하고, 흥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미였습니다.

다음부턴 좀 더 오해를 하지 않으시도록 뭔가 흔적을 남기도록 할게요^^ :D

세실 2010-08-29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삼십 대 중반으로 걸어들어 와 있었다" 표현이 참 좋아요.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사십 대 초반으로 걸어들어 아 있었다" 이렇게 되네요. 하~~~

blanca 2010-08-30 14:45   좋아요 0 | URL
미모의 사서님이 오셨군요^^ 저는 사십 대 초반 여성이 은근 매력있더라구요.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고. 삼십 대 중반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세실 2010-08-30 23: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감사합니다. 음 제가 매력적이라 이거죠?

blanca 2010-09-01 00:08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

비로그인 2010-08-30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고향기가 나는 이름을 가진 남자...ㅋㅋ
예전에 읽다가 김현 님의 행복한 책읽기로 갈아탔었는데...

blanca 2010-08-30 14:44   좋아요 0 | URL
마기님!! 어어, 대문사진이. 가서 다시 확인해 볼게요. 망고향기가 나는 이름이라니! 넘 멋진 표현이에요. 첨에 무슨 말인가 했어요. 망구엘 아저씨가도 분명 좋아할 묘사일 것 같은데요. 그 유명한 김현의 책은 한 권도 못 읽어 봤어요..

기억의집 2010-08-3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 문단 너무 매력적이에요. 저는 첫 문단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중학교 2학교 시절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야기 했던 것이 기억나요. 스냅사진의 순간처럼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순간이요.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저는 첨엔 좋았는데 후반에 갈수록 졸렸어요.^^

blanca 2010-08-30 14:4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그럼 그때 카라마조프를 읽으셨에요?!! 오, 마이 갓. 기억의집님의 여중생 모습이 궁금해져요. 망구엘의 책의 문제는 제가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는 거예요 ㅋㅋㅋ
 

그러니까 아주 웃긴 일이었다. 김영하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 공지가 떴다. 다다다 달려갔다. 세상에, 일착이었다. 그 순간 예리한 예감이 왔다. 따논 당상이구나! 

여유를 가지고 댓글을 작성했다. 다른 님과 함께 응모했고 당연히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알라딘을 십 년간 이용하며 책도 많이 팔아 주었고^^;;(내 기준) 딴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작가 한번 보게 해달라는데 관대하게 초대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주중, 게다가 집 근처. 양가의 거리를 감안해 볼 때 남편을 구슬려야 했다. 퇴근좀 일찍하고 세 살 아이좀 봐달라. 단 두 시간. 일생의 소원이다. 안되면 찍고 바로 오겠다. 남편은 슬슬 부아가 난다. 장담할 수 없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 등등. 그닥 잘 알지도 호감도 별로 안 느껴지는 남자 작가 한번 보겠다고 저자세로 나가는 모습이 더욱 얄미웠나 보다. 솔직히 싸웠다.--;; 그러니까 김영하 때문에 싸운 것이다.  

자, 자. 나는 준비에 돌입한다. 갑자기 카메라가 바꾸고 싶다. 이 디카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DSLR로 작가를 멋지게 가두어 두고 싶다. 지르고 싶어진다. 

왠지 파마도 해야 할 것 같다. 점점 도가 지나쳐 간다.
이건 김영하랑 단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한 착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둥....보기좋게 미역국 먹었다는. 

무리 안해도 되겠어. 떨어졌거든.
얼마나 나쁜 에너지를 쏘아댔으면. 

남편 은근히 흐뭇해 한다. 

괜히 미안해지는걸, 허허. 

나는 다시 나의 운을 저주한다. 나는 당첨되지 않는다. 절대, 네버!
(줄그었어요, 정말 그럴까봐^^;; 하반기에는 무언가 큰게 터지기를 ㅋㅋㅋ)


댓글(4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8-24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8-2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언젠가 되지 않을까요? 절대란 말은 ...쫌..

blanca 2010-08-24 22:43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조언이 맞는 것 같아요. 괜히 그런식으로 단정짓다 더 운없어지면 안되니깐 수정했습니다.^^;;

순오기 2010-08-24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미안해요. 블랑카님~ 보기좋게 미역국 먹었다에서 빵~~ㅋㅋㅋ
저자세로 나갈 거 없어요, 세살 딸내미 데리고 광주로 오세요~~~~~~
김영하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 만들어줄게요.^^

blanca 2010-08-24 22: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는 아직은 무리일 것 같아요. 넘 아쉽지만 순오기님 서울 오셔서 함께 창덕궁을 거니는 호사 정도는 꿈꿔 봅니다.^^ 가을 단풍 보면서요.

순오기 2010-08-25 01:09   좋아요 0 | URL
그러게 아직은 너무 어려서 떼어놓거나 장거리 여행은 무리죠.
가을단풍에 창덕궁을 거닐수 있을지 몰라고
원주 토지문학관에 가게 될 거에요. 소나무집님과 문학기행 하기로 했어요.
9월 11일 양재동 갔다가 시간되면 알라디너를 만날까 생각중...
13일 파주 출판단지에서 점심 약속이 있으니까 거기 갈거에요.

stella.K 2010-08-2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죠. 여기 문화초대석이 엄청 문지방이 높아요.
웬만한 사람 다 떨어트려 놓는답니다.
뭐 저도 일일이 다 응모하는 건 아니지만 10번 떨어지고 한번 당첨?ㅋㅋ
그렇지 않아도 전 최규석 신청했는데 될지 모르겠어요.
저 9월 달 되면 그것도 하필 화욜날 듣는 강의가 있는데 되면 제끼고라도 간다고
신청했는데, 아마 안 될 줄 알고 신청이나 해 보자 하는 거랍니다.
이러다 떨거덕 되면 어쩌죠? 이것도 착각 맞죠? 블랑카님.ㅋㅋ

stella.K 2010-08-24 22:47   좋아요 0 | URL
아, 근데 저 아는 분 중에 블랑카님 같은 분이 있어요.
그렇게 자기 다리 냅두고 남의 다리 긁는. 그 사람이 갑자기 보고 싶네~ㅋㅋ

순오기 2010-08-25 01:0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최규석 만남, 꼭 당첨되도록 압력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인 거 알아요?
한마음으로 기도해줄게요.^^

stella.K 2010-08-25 11:17   좋아요 0 | URL
오, 고마워요, 오기 언니!^^

blanca 2010-08-25 18:1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그런 거였군요. 저는 쉽게 생각했었거든요. 오만했었나 봐요 ㅋㅋㅋ 왠지 스텔라님은 될 것 같아요. 저번에 박범신 작가 만남 후기도 넘 잘 읽었어요. 이번에는 최규석 부탁합니다. 남의 다리 긁는 ㅋㅋㅋ 그런데 중요한건 하여튼 좋은 기운을 넣어야 하는데 옆지기가 안되라고 빌었던 모양입니다. 안됐다니까 정말 해맑은 미소를 짓더라구요 ㅋㅋㅋ

stella.K 2010-08-25 19:11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말구도 여기저기서 할 것 같아요.
예를들면, 예스24나 뭐 그런데...
포기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분홍공주님 저라도 봐 드리고 갖다오시라고 말하고 싶네요.ㅠㅠ

꿈꾸는섬 2010-08-2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에게 위로를^^
ㅎㅎ정말 많이 가고 싶으셨군요. 이 글을 읽은 문화초대석 담당자 진땀 뺄거에요. 블랑카님께 죄송해서요.ㅎㅎ
블랑카님 다음에 더 멋진 작가 만남을 가지게 되실거에요.^^ 기대없는 삶은 너무 비참하잖아요. 우리 기대를 버리지 말자구요.^^

blanca 2010-08-25 18:1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ㅋㅋㅋ 둘다 한꺼번에...그런데 정말 신기한게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은 꼭 보게 되더라구요. 제가 중학교때 뉴키즈언더블럭의 막내 죠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이십 대에 보게 되었답니다. 그때 완전 감격했던 기억이 나네요.^^

gimssim 2010-08-2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네버'는 절대 안되요. '다음 기회에'로 바꿔야지요.
평균수명은 엄청 늘었구 이벤트는 많다...으흠...중전어록

blanca 2010-08-25 18:12   좋아요 0 | URL
중전님, 그래서 줄 좍 그었답니다.ㅋㅋㅋ 말이 씨가 된다고 해서. 옙, 수명은 길고 이벤트는 많다! 넘 좋은 얘기입니다!

pjy 2010-08-26 23:08   좋아요 0 | URL
평균수명은 엄청 늘었구 이벤트는 많다...에 저도 희망을 남겨두기로합니다^^

아시마 2010-08-25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난 예에에에에에에에 전에, 아직 한참 젊은 꽃돌이 김영하를 본적이 있지롱 용용용~!!!

음음, 사진도 찍어봤고, 이메일도 주고받아 봤지롱, 용용용!

내 메일 박스에는 무려, 영하님하가 5년도 더 전에, 아직아직 꽃돌이였던 그 시절에 보낸 메일이 고대로 있지로오오오오오오오옹!!!!!







심란한 일도 있고 덥기도 하고, 약간 제정신이 아닌데,

제가 왜 제 서재 놔두고 남의 서재와서 머리에 꽃달고 뛰어다니는 걸까요. -_-;;;;;;

blanca 2010-08-25 18:13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 주고받은! 이 대목에서 완전 심장 벌렁 ㅋㅋㅋ 박완서샘한테 사진도 드리고 김영하랑 메일도 주고받고 대체 아시마님 정체가 뭐였단 말입니까! 진심으로 아시마님은 항상 부러워하게 되네요. 심란한 일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원해요. 이쁜 두 따님과 메일함에 김영하의 편지도 있다면 맘껏 행복해해도 된다구용~

2010-08-25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2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반기에는 대박날겁니다.
무슨 일이든 간에,,,,,, 진짜 기쁜 일 10가지 이상 생길거라니까요!!!

blanca 2010-08-25 18:15   좋아요 0 | URL
아아앙.이런 사랑스러운 댓글이라니, 저도 로또 2등 되는 건가요? ㅋㅋㅋ

穀雨(곡우) 2010-08-2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김영하작가님께 간곡한 메일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블랑카님 나름 슬픈(?) 소식에 빵 터져서 죄송하지만,
그 상황이 너무 재밌어요....^^
하반기에는 대박의 여왕으로 등극하소서......^^

blanca 2010-08-25 18:17   좋아요 0 | URL
슬프고 참 코믹한 상황이죠. 아무도 델구 간다고 얘기도 안해줬는데 카메라까지 살 생각을 했으니 참 초라해집니다.ㅋㅋㅋ 카메라 사고 머리 파마하고 일부러 애때문에 친정까지 갔더라면 생각만 해도 비극적인 풍경입니다.--;; 곡우님의 댓글에 힘 받아 갑니다. 참, 곡우님 혹시 제가 달았던 댓글 중에 이제 뱃속 아기와 함께 하겠네요,라는 이 비슷한 댓글 기억나세요? 그 댓글도 참으로 무안한 것으로 결론나고 말았네요 ㅋㅋㅋ남자분께 ㅋㅋㅋ

비로그인 2010-08-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분, 알아요. 갑자기 잡힌 데이트 약속이잖아요. 물론 단둘이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설레는 일이 분명 있어요.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두근거리는 상황은 흔치 않아요. 그런데 그 모든 기대가 엇갈렸을 때 전 그저 사과 폭격을 받은 그레고리 잠자 마냥 엎어져 있곤 합니다. 속상하시겠어요..

blanca 2010-08-25 18:19   좋아요 0 | URL
Jude님...이해하시는군요. 대신 이 운발이 하반기에 뻗치리라고 기대하며 이겨 내겠습니다.^^;; 사과 폭격을 받은 그레고리 잠자가 무슨 얘기인지 궁금해요^^;;

비로그인 2010-08-27 10:09   좋아요 0 | URL
그레고리 잠자는요, 카프카의 변신의 그 그레고리 잠자 입니다. 어느날 벌레로 변해있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 그나마 적응해 가려는데 아버지가 그의 등에 사과를 던지지요. 그걸로 상처가 나고 썩어 문드러져 가요.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요인 중 하나가 사과 폭격입니다. 물론 데이트가 어긋난 것과 사과폭격은 첨예하게 다른 문제일 거에요. 하지만 어디선가 나도 모르게 맞아버린 사과폭격은, 아, 얼마나 가혹한지요. 흐흑

blanca 2010-08-27 13:4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Jude님 제가 어제 책 읽다가 카프카의 그레고리 잠자라고 언급되어 있어 아~ 했어요. 전 변신을 독서 평설로 읽었다는 ㅋㅋㅋ 그래서 다 못읽었어요. 사과폭격이 그런 거군요. 이런 인용 넘 좋아요.^^

2010-08-25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8-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다행이시네여~^^
디카는 나중에 바꾸셔도 될테고,파마는 잘못하면 아즘 feel나잖아여.
다음 번에 가자구여~
제가 지금부터 좋은 기를 만날때마다 축적해 놨다가...다음번에 불어 넣어 드릴게여~^^

blanca 2010-08-26 20: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양철나무님~ 너무 오버했나 봐요 ㅋㅋㅋ 꼭 그러면 일이 안되더라구요.

순오기 2010-08-2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작가만남 당첨되고 싶으면 댓글만 적으면 안되고
페이퍼로 화려하게 작성하면 뽑아주던데... 다음엔 그렇게 해 보세요!!

blanca 2010-08-26 20:3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전 그냥 알라디너고 댓글 첨으로 달아서 ㅋㅋㅋ될 줄 알았다는 ㅋㅋ 저 진짜 단순하죠? 거기에도 공력이 들어가야 하는군요^^

yamoo 2010-08-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 둘쩨 주 인가 셋째 주에 김영하 작가 정독도서관에 왔었어요..시간과 장소 공지된거 보고 갈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약속이 겹쳐서 못갔어요..김영하 작가가 신작을 냈기 때문에 독자와의 만남을 자주 갖나 봅니다. 보면 또 있을 터이니 대형서점들을 기웃거려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김훈 작가를 서점에서 3번 봤습니다. 남한산성 신간 나왔을 때인데...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김훈 광팬하고 같이 가서 그 친구가 사인 다 받아 줬죠.

전경린 작가도 3번 봤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도 해 보고 사인도 받고 평소 궁금했던 점도 문의하고 그랬죠. 근데 자꾸 만나다 보니 좀 그렇다라구요..전경린 작가는 워낙 말이 없어서뤼..

김영하 작가..저도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데..작가와의 만남에 발벗고 만나러 갈 정도는 아닙니다. 뭐, 움베르토 에코가 온다면야...하루 종일 돗자리 깔고 기다릴 각오는 되 있습니다..ㅎㅎ

blanca 2010-08-28 21:20   좋아요 0 | URL
yamoo님 제가 좀 속된 말로 빠순이(죄송합니다)기질이 십대부터 다분했답니다. 좋아하면 아주 광적으로. 김영하를 아주 좋아했던 것은 아닌데 뭐라 그럴까 선망의 대상이기는 합니다. 그러다 단편 읽고 완전 몰입하게 되었구요. 에코를 좋아하시는군요. 똑같은 작가를 세 번이나. 좀 그렇다는 사연이 궁금합니다.^^ 전경린 작가 글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내성적이군요. 작가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세실 2010-08-2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재미있네요.
음 그러보고니 저두 지난번 뮤지컬 이벤트 신청해 놓고는 당연히 되리라 생각하고 함께 못가준다는 친구에게 화를 내고, 누구랑 갈까 고민했다는..결국 미역국 먹었지요. 괘씸한 알라딘. ㅋ

blanca 2010-08-30 14:4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세실님도 그런 기억이. 저는 확신했기에 황당했어요 ㅋㅋㅋㅋ 근거도 없이 확신했었거든요.
 

한창 오렌지족, X세대 마케팅이 활황이던 94년 우리는 끔찍한 존속살해 사건을 접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유학생 박한생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불태워 버렸던 사건이다. 거액의 유산을 노리고 완전범죄를 꿈꾼 오렌지족의 패륜은 연일 선정적으로 보도되었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가족에 대한 애정, 신뢰가 깡그리 실종된 극단의 예에 모두들 광분하고 비난의 일성들을 토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신을 낳아준 자의 피를 흘리게 하는 그 극악무도한 범죄는 오늘날에도 심심찮게 언론의 기삿거리가 되어준다.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인가. 대체 인간의 추락을 막아주는 방파제인 마지노선이 있기나 한걸까. 그럼에도 삶과 생명에 경외를 바칠 수 있을까. 아니 더 나아가 이런 인간을 창조했다는 신의 방관과 침묵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결국 신은 없는 것인가. 모든 고결한 가치는 하나의 허상과 이상과 기대에 불과한 것인가. 

여기 한 아버지가 있다. 그는 모든 악덕의 총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탐욕스럽고 인색하며 냉정하고 야비하다. 아들의 여자를 탐할 만큼 호색한이기까지 하다. 그는 두 번 결혼했고 처들의 막대한 지참금을 챙기는 대신 그녀들에서 얻은 세 아들은 방기한다. 그 아들들은 방탕하지만 신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미챠, 신과 불멸에 강한 회의를 제기하는 관념론자 이반, 논리 이전에 삶 그자체와 신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알료샤로 자라난다. 마침내 이 재앙같은 아버지는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미처 받지 못한 유산 문제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으며 그루셴카라는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연적 관계를 형성했던 장남 미챠가 유력한 용의자선에 서게 되고 결국 유죄 선고를 받게 된다. 

 

인간 그 모순적 존재에 대한 심오한 고찰 

인간이란 너무 넓어, 라는 둘째 아들 이반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그 존재를 깊이 뚫고 마침내 그 심원에 닿은 깨달음이다. 악마와 신이 싸우는 전쟁터이며 양극단이 서로 만나는 곳, 그곳은 별다르고 대단한 곳이 아니다. 바로 한 치 인간의 마음이다. 극히 선할 수도 동시에 극단적으로 졸렬하고 야비할 수도 있는 게 인간이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 모순의 공간을 품고 삶의 전장에 나서는 일은 그래서 태생적 비애를 업고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가능할 수 있는 모든 대립쌍들을 뒤섞을 수 있고 또 한꺼번에 두 개의 심연을, 우리들 위의 심연, 즉 드높은 이상들의 심연과 우리 아래의 심연, 즉 가장 저열하고 악취 나는 타락의 심연을 관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3권 P.401 

이 악이 육화된 악마와 이반의 대면 장면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나는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이다.'라는 얘기와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삶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각종 종교도 결국 근원적인 악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모조리 선, 모조리 사랑, 이해, 배려가 점령한 세상은 그 어떤 규율도 성장도 뉘우침도 도약도 없을 것이라는 슬픈 진실의 응시는 적나라하면서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악의 자리를 감내해야 함을 보여준다. <달과 6펜스>의 서머싯 몸은 심지어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독창적으로 가장 위대한 작가의 자리를 점하게 된 것도 결국 그의 악덕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정부분 수긍이 간다. 우리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때로는 온몸에 돋는 소름을 경험해야 하는 대목은 언제나 그가 지독하게 천착하고 드는 인간  내면의 그 사악한 부분이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벌레, 움츠리고 있는 괴물을 불러 내기 때문이다. 그를 이은 수많은 후세의 작가들도 결국은 이 지점에 사로잡혀 헤매고 있다. 평범한 사람의 내면에서 갑자기 그로테스크하고 야비한 것이 출몰하는 대목에서 예술들은 끊임없이 배회한다.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는 것은 결국 악덕의 찌꺼기를 긁어 모아 전시하는 것과 결별할 수 없다.  이반은 아름다움이 소돔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이 선정적인 사건에 모두가 은근하게 기뻐하고 있다는 작중 리자의 말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관념적 사랑은 언제나 오케이지만 실천적 사랑에서는 머뭇거리는 평범한 우리들이 어쩌면 가장 악덕을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직시하는 자리에서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은 더 높은 지점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대체 신은, 불멸은 있는가! 

결국 작가가 가장 던지고 싶었던, 천착하고 싶었던 문제는 이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날도 내일도 우리들이 스러지는 그 지점에서도 결국 맞딱뜨릴 수 밖에 없는 그 근원적이고 답이 없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지난한 고통들과 마주칠 때마다 이 문제를 거머쥘 수밖에 없다. 둘째 아들 이반과 막내 견습 수도사 알료샤의 대화들은 이 문제들을 심도있게 파고든다. 이반은 신도 없고 불멸도 없는 자리에서는 윤리도 사랑도 다 붕괴되고 인간들에게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말한다. 필멸의 존재는 숭고한 도덕률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척의 만지기 싫은 빈민들에게 자선을 베풀지 않아도 된다. 그저 모든 것을 미친듯이 오만하게 하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으면 그만이다,라는 것이 무신론의 귀결로 그려진다.  작가는 고도의 책략을 가미한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기실 독실한 러시아정교인이었다. 즉 그는 유신론자였다. 방탕하고 도박에 취해 있던 그의 삶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신의 문제를 탐구하고 회의하다 결국은 그 신에게 귀의하는 결론은 상류계급 출신이었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비슷한 귀결이다. 신과 불멸의 문제에 천착하나 결국 그 신에게 다시 돌아가는 도식이 러시아적 색채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러나 신과 불멸을 어떤 인간세계의 각종 규범들과 윤리와 연결하여 고찰하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깊다. 우리는 은연중 신이 있기를 바라며 신을 필요로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그것을 간파하는 예리한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사실 너희들은 다 있기를 원하잖아! 라고 비웃는 것만 같다.  

 

낳아줌으로써 부모의 역할은 완수되는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의외의 지침이 숨어 있다. 바로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면밀한 고민 끝에 나온 조언이다. 아버지는 재앙일 수도 있다는 말, 누구나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 자녀들에게 가정이라는 은밀한 울타리에 기대어 무한하고 내밀한 권력을 휘두르고 때로는 학대하는 많은 부모들을 알고 있다. '무에서 사랑을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들이여, 자신의 아이들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라는 인용어구들은 자식을 낳음으로써 부모로 존중받고 대우받을 자동의 권리를 부여받는 것이 아님을 얘기한다. 아이들은 무기력하고 무력한 존재들이다. 세 아들을 무참히 방기하고 하인의 손에서 자라게 내버려 두고 그들의 재산을 갈취한 카라마조프가의 아버지의 비참한 최후는 하나의 알레고리다. 정도의 차이를 감안하고서라도 우리는 부모의 의무와 연약한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해 주어야 할 기본적인 책무를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모두의 양심의 현현 같은 존재인 막내 알료샤가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교조적인 연설을 하는 장면은 빈약한 결말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작가가 일관되게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 아이들에 대한 존중에 한번 더 강렬하게 방점을 찍어준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을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아이들의 고통이 방치되는 것을 보고 무신론을 주장한 이반의 모습은 그것과 상통한다.  

 

지극히 윤리적인...

이 소설은 존속살해를 다루고 있지만 지극히 윤리적이기도 하다. 악덕이 반드시 행동 차원에서만 징벌될 것인가, 하는 그 예민한 윤리의식은 마침내 사유와 욕망의 것으로까지 확장된다. 나쁜 생각, 즉 저 사람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그 욕망마저도 때로는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유죄이자 존속 살해범일런지도 모른다. 인간은 약하고 비열한 존재다. 하지만 그렇기에 또 더없이 고결한 존재로의 도약이 가능하기도 하다. 내 안의 악마를 응시하는 행위는 그래서 소중하다.  

영원한 재판관은 그대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대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2권 p.90)

P.S. 방대한 분량, 대사를 통한 사건 전개, 때로는 너무 인위적이고 전형적인 인물들로 인해 1권을 종반부까지 읽어도 2권을 흔쾌히 잡기 힘든 책이다.--;; 서머싯 몸이 왜 그렇게 도스토예프스키를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라고 욕을 해댔는지 조금 수긍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안구가 씻겨 나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흐릿한 안경알을 닦고 갑자기 세상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라고까지 과장할 수도 있다. 어느 지점에서 고민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다 나온다. 세상사가 답답하고 사람들에 환멸이 들 때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더운 열대야의 밤에는 완전 비추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8-24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읽으셨군요. 짝짝짝~~~~~ ^^
정말 힘들게 읽고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지만 요렇게 리뷰를 잘 쓰는 건 아무나 못해요.
지금은 예전에 경험한 감동의 물결만 남아 있을 뿐...

blanca 2010-08-24 20:5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독서토론회에서 읽으셨다고 꼭 읽어 보라고 했던 댓글 덕택입니다. 사실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망설였었는데 결국은 읽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 때문에. 예....감동이 어느 순간 정말 쓰나미처럼 밀려오더라구요^^

비로그인 2010-08-24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열린책들에서 나온 붉은색 표지(이건 예전 버전이라던가..하는)의 책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책을 좀 찾아 손에 들으니, 한참 열심히 읽던 기억도 나고 하네요 ^^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울리는.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공평한 시선을 갖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파편으로 이뤄진 것 같지만 하나로 거대하게 묶여 깊은 뿌리가 있음을 가늠케 하는 것이 계속 찾아 읽게 하는 그 무엇은 아닐까 하고요..

blanca 2010-08-24 20: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정말 놀라운 책이었어요. 말씀대로 인간을 총체적으로 해부한 것 같은. 나라는 존재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예전에 문학샘이 줄치며 읽었다고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해서 다 같이 엎어져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 알것도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8-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단한 리뷰예여, 블랑카님...
나두 읽어야 하는데.

인간 관계의 원초에는 부모 자식 관계가 있죠. 결국 부모 자식 관계에서 인간의 극단적인 면을 볼 수 있는거 같아요.

blanca 2010-08-24 21:0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맞아요. 근데 참 더운데 읽기는 힘들기는 하더라구요--;; 제가 안읽고 꽂혀 있는 책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ㅋㅋ 참고 읽었는데 역시 왜 사람들이 그렇게 카라마조프 운운하는지 알것도 같았어요. 당분간 책 안읽고 눈좀 쉬려구요. 오늘은 우산 없어서 아이랑 비맞다 집에 와서 이쁜 핑크색 우산도 질렀답니다. 단순해지려고 해요^^

꿈꾸는섬 2010-08-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참 리뷰 잘 쓰세요.^^
교양수업때 이 책 읽고 분석하고 시험봤던 기억이 있긴 한데....블랑카님 리뷰 정말 좋네요.^^

blanca 2010-08-24 21:01   좋아요 0 | URL
우아! 그런 수업이 있었어요? 되게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대학교때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저는 그때 제대로 책도 안읽고 다녔던 것 같은데. 시험이라. 등장인물들 이름 써내라고 하면 참으로 난감해질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8-25 00:13   좋아요 0 | URL
ㅎㅎ백지 주시고 아는 거 모조리 쓰라던데요.ㅎㅎ
그땐 참 빼곡하게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요.ㅠㅠ
알리딘 서재에도 그렇게 빼곡하게 쓰면 좋을텐데 그게 안되요.ㅠㅠ

2010-08-24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2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윤리적이라는게 이상향으로 생각이 듭니다^^;
윤리적이어서 인간적이라고 하겠지만,실제론 참 비윤리적이어서 너무너무 인간적이라는 생각하니 말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없고, 자식이 원하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립니다..
이 책을 저는 과연 읽을수 있을까요^^?

blanca 2010-08-25 18:22   좋아요 0 | URL
pjy님 저도 요새 인간이 참 사악하다는 걸 느껴요...체념을 배우고 기대를 낮추는 게 나이듦의 과정인 것도 같아 참 쓸쓸하기도 하구요. 이 책. 솔직히 아주 재미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강추라는 말은 차마. 그래도 그 이상의 소득이 분명 있으니 시간이 좀 많이 나고 여유가 되실 때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층간소음으로 분란이 많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위아랫집 다 비슷한 또래들을 키우는데 멋쩍은지 서로들 도망질이다(사실 내가 항상 도망간다). 이유는 층간소음때문이다. 정말 들어서는 안될 소리들을 너무나 많이 듣게 된다. 아랫집에서도 인터폰을 한 번 받았고 윗집에도 인터폰을 한 번 했다. 아랫집은 또 그 아랫집에서 난리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는 아침 저녁으로 조회방송을 한다. 내용은 같다. 조용히 하라는. 층간소음으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서로 배려해서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자, 모 그런. 그런데 오늘은 윗집이 정말 국지전을 치르는 강도의 층간소음을 종일토록 가열차게 내는 것이었다. 둔감한 편인 내가 이렇게 사람이 층간소음으로 병원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밖에 내다보니 사다리차의 사다리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이사가는 정황이었다. 올레! 드뎌 해방되는 구나 싶었는데 웬걸. 이사가는 소음이라면 오후 세네 시 경이면 그쳐야 할 소리가 밤 아홉 시까지 주구창장인 것이다.  

온갖 의혹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사가는 것이 아닌 이사오는 것인가. 아니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절정의 층간소음을 만들어 내는 묘기를 부리는 것인가. 참다가 쓰윽 한번 올라가 볼까도 고민하다 그럼 너무 괴기스러울 것 같아서 관두고 경비실에 인터폰을 했다. 이사간건 맞단다, 이사오는지는 모르겠다고. 

두려움이 엄습한다. 더한 강호가 출현한 듯한. 그럼 나는 떠날테다. 결혼당시부터 오 년이 경과한 지금 다 무지막지한 소음 방출 묘기를 부리는 윗집들을 꾸준히 감내하며 보낸 인고의 시간들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윗집을 이고 아랫집을 밟으며 사는 게 정말 삶이라는 건지. 회의가 든다. 누군가가 몇 시에 잠자리에 들고 부부싸움을 며칠에 한 번씩 하는지까지 챙겨듣게 되는 이 의도하지 않은 엿보기가 견디기 힘들다. 

모옴이 거품을 물고 욕해 댄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다. 힘들다. 인내가 필요한 독서다. 고등학교 때 우리가(우린 여고생들이 아니라 사내들과 흡사했다) 열심히 변태라고 놀려댄 문학샘이 줄쳐가며 읽은 소설이라고 극찬한 이 소설을 언제가는 맞닦뜨리리라고 결심한 터에 접하게 된 책. 다 읽고 감동에 머리가 멍해졌으면 좋겠는데. 심장이 잠시 멈춘 듯했으면 좋겠는데. (안나 카레니나! 정말 그랬다.) 안 넘어간다. 흑흑. 2권부터가 진짜라고 하니 1권 말미에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려고 한다. 정말 기똥차게 재미있고 감동 팍팍인 고전은 없는 것인지.  

아이가 자꾸 방문을 닫고 혼자 논다고 눙쳐서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는데 역시나 아빠가 담배끊는다고 한갑씩 원샷하는 목캔디 한 갑을 다 먹고 있었다. 암담했다. 냉장고에는 몇 모금씩만 먹고 넣어둔 맥주 캔 잔뜩. 흔적을 항상 이곳저곳 흘리고 다니는 아빠 덕택이다. 잔소리 하려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08-1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층간소음, 정말 두렵죠. 저흰 아래층에 수험생이 있어서 쥐죽은 듯 살아야하는데 아이들이 그럴 수 있나요? 아래에서 올라오면 정말 무서워요. 이사가고 싶다니까요.ㅜㅜ

blanca 2010-08-19 14:16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도 인터폰 한 번 받았는데 아이들은 한다고 해도 참 통제가 안되잖아요. 알면서도 윗집에서 밤 열시에 우다다다 소리 나면 저도 참 힘들더라구요. 요새는 그냥 아랫집 할머니 만나면 한 소리 하실까봐 아이 데리고 딴데 가는 척 ㅋㅋㅋ 한다니가요. 괜히 찔려서. 저흰 강화마루라 뭐 하나 떨어뜨리면 완전 천둥이 친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이야 2010-08-1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는 사람들 봤지만 전 한번도 이런 경험이 없어서 행운인가요? ^^
잔소리 벼르고 계신 블랑카님^^
아이가 목캔디 한 통을 다 먹고 괜찮은지요? ㅠ

blanca 2010-08-19 14: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정말 부럽습니다. 목캔디요. 아무렇지도 않고 아침부터 또 사탕을 요구합니다. 중독됐나봐요--;;

비로그인 2010-08-1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라마조프는 잡힐듯 말듯, 보일듯 말듯. 새벽 세시 억지로 선배들하고 술마시는 기분같기도 하고.. 첨에는 꼭 그러했는데 언제 다시 보니. 둥근 탁자에서 서너명 모여 불밝히며 좀 편히 술마시며 얘기하는 기분도 들고 하더라고요.

그나저나 층간소음. 저의 생활패턴이라면 민원으로 당장 쫒겨날듯 하네요. ^^

blanca 2010-08-19 14:1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ㅋㅋㅋ 정말 예리한 표현이에요. 아파트에서 음악 듣는것 참 힘들죠. 전 단독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어쩌다 컴으로 음악듣다 문열려 있었다는 것 깨닫고 혼자 괜히 막 떨고 그래요--;;

마녀고양이 2010-08-1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랫집에서 의자다리에 붙이는 스티커 가지고 부탁한게 한번.
제가 윗집에 쫒아간게 한번.
서로서로 그렇죠. ^^ 아랫집의 아이들이 뛰어다닐 나이가 되자, 울 집으로 한번도 안 옵니다. 동병상련이랄까. ㅋ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읽으시는군요? 나두 읽어야하는뎅~

blanca 2010-08-19 14:1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ㅋㅋ 위아래로 가해자도 되보고 피해자도 되보고 하니 참 ㅋㅋㅋ 서로 괜히 좀 그렇고. 카라마조프는 정말 좋은 책임은 분명한데 재미는--;; 숙제하듯 읽고 있어요.

stella.K 2010-08-1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우리 윗집이 오랜만에 친척들이 왔다고 대놓고 참아 달라는데 어이가 없더만요.
그래놓고 새벽1,2시까지 난리를 뽀개는데, 나 같으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울엄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걸 꾸역꾸역 참아내는데 그런 페이소스가 없죠. 흐~
저도 기똥차게 재밌는 고전 좀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10년 전에 죄와 벌 읽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 책은 사 놓고 몇년째 못 읽고 있어요.ㅜ

blanca 2010-08-19 14:2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ㅋㅋ 요새는 미리 선수치더라구요. 좀 시끄러울테니 참아달라고. 카라마조프는 음 저도 사실 1권 조금 읽다 꽂아두려고 하다 참고 또 참아 종반부에 가니 속도가 좀 나더라구요. 그래도 3권의 두께보니 참 한숨나옵니다.

穀雨(곡우) 2010-08-19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읽겠노라고 턱 사들고 어찌 이리 지리하게 나아가는지 그래서 아직도 읽는 중...^^
층간소음은 정말 소름돋을 만큼 힘들어요.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콩콩 뛰는 그 소리가 밑에 집에 고스란히
전달될까 노이로제 걸릴정도라는....다행히도 윗집은 조용한데, 아랫집 눈치보고 사는 건...쩝
늘 뛰지마라를 달고 산다는....ㅠ.ㅠ 그나마 다른 집을 타고 넘는 소리는 잘 안들려요.
하지만 욕실에서 문 닫고 있으면 어디선가 들리는 노랫소리는 그렇더군요. 우와, 노래 디따 못한다...ㅋㅋㅋ

blanca 2010-08-19 22:14   좋아요 0 | URL
곡우님도 그러셨군요. 그래도 2권부터는 좀 진도가 나가네요. 저도 두 돌도 안됐을 때부터 조금만 뛰려고 하면 네가 뛰면 아랫집 할머니 머리가 아프다고 하도 주입시켜 놔서 ㅋㅋㅋ 누구는 아예 항의 오기 전에 아랫집에 인사갔다고 하더라구요. 애 데리고 인사시키고 너때문에 힘드신 분들이라고.^^;;

굿바이 2010-08-1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 신혼살림을 차렸던 빌라의 2층에.....일명 깍두기 머리를 하고 온몸에 동물원을 차리신 분이 살았습니다.
새벽에 들려오는 집단적인 소음을 다 참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했습니다.
아~ 다행이다. 내가 위층에 살았더라면, 나는 숨소리도 못냈겠구나. 까치발로 살았겠구나.... 엉엉

미치도록 재미있고, 파도처럼 감동이 밀려오는 고전은 저도 찾고 있습니다^^ 찾으면 바로 신고하겠습니다 :D

blanca 2010-08-19 22:15   좋아요 0 | URL
하하하...저도 그럼 절대 항의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런 분들이 의외로 순박한 분들도 있더라구요. 고전이란....저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이랑 몸의 달과 6펜스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대체로 다 상당히 지루하더라구요 ^^;;

따라쟁이 2010-08-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는 움베르트 에코가 그래요. 그 분 책은 일권도 아니고 백페이지만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좋다고 하던데, 백페이지가 이렇게 쉽지 않군요 ㅠㅠ

blanca 2010-08-21 15:03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그래서 저는 접근조차 안합니다.^^;; 사실 처음이 힘든 책은 대체로 다 읽어도 아주 흡족하진 않더라구요...

yamoo 2010-09-0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 좀 더 강력한 무기가 생기잖아요..우아함이라는..ㅎ 젊은 처자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아우라..ㅎㅎ
물론 젊음이 좋긴 하지만..그래도 앞으로 그렇게 우울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1인 입니다요^^

거미여인의 키스..네요..읽지는 않고 갖고만 있는 책입니다~ㅎㅎ

blanca 2010-09-02 14:47   좋아요 0 | URL
yamoo님 지르셨나요? 거미여인의 키스 당장 읽어 보셔요! 이건 정말 천재가 쓴 것임에 분명하다고 감탄하는 중이에요. 우아함,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이 맛이 가고 있다.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여 조선 사절단처럼 신문물을 배우라는 어느 인터넷 까페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트위터에 팔로잉하는 게 어떤 건지 문자를 손끝으로 톡톡 쳐서 보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도 함 느껴보고 싶었다. 괜히 초연한듯 했지만 사실 스마트폰 유저들이 무척 부러웠다. 

그런데 공급자가 소비자가 우위에 있는 그 생경한 느낌이라니. 내일 아이폰4출시 온라인 예약이 오전 여섯 시에 개시된다는데 서버가 다운될지도 모르고 정각에 접속해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머리 산발하고 눈곱 띠며 컴퓨터 자판에 손가락 올리고 아이폰4를 경건한 맘으로 영접해야 된다는 건지. 참 그 분 대단하시기도 하다. 말란다,라고 말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다. 사진기도 하이브리드라고 가벼운 디카와  DSLR 중간 단계가 나왔다는데 기백만 원이다. 허한 마음은 자꾸만 물욕으로 변질된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나에게는 사치이며 낭비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나는 찍어서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이 큰 건데 출사 나갈 여유도 없을 뿐더러 대체 누구한테 보여 주고 칭찬받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서. 

핸드폰은 어차피 죽어가고 있으니 스마트폰 정도는 괜찮다고 자위하지만 오늘 간 빵집 중년의 미인 아주머니 귀에 달랑거리던 그 검은 꽃 귀걸이가 또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은 것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통하는 얘기인 것 같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8-1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0-08-1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핸드폰이 맛이 가서 내일 바꾸려구요.
대세에 따르지 않고 그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폴더폰 사려구요.
스마트폰이 스마트해도 내가 더 스마트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려구요 ㅎ

blanca 2010-08-18 11:49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그러니까 저는 귀가 정말 얇답니다. 저도 저랑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팔락팔락. 전혀 주관이 없답니다.--;; 요새 폴더폰 정말 이쁘게 나오더라구요.

... 2010-08-18 14:4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조, 존경합니다. "내가 더 스마트하다" 절대 명언이예요.. ==> 진정x진심 충격적인 한마디. 그럼요, 이매지님이 비교할 수 없이 더 스마트하시죠!!!


다락방 2010-08-18 14:42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이 반하셨다는 댓글이 뭘까 싶었는데 이 댓글이었군요! ㅎㅎ

그럼요. 스마트폰 보다도 이매지님이 더 스마트하죠.
그러나 다락방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스마트해요. ㅠㅠ

... 2010-08-18 14:52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아니죠. 다락방님보다 더 스마트하게 글 잘 쓰는 스마트폰은 없을 걸요?

꿈꾸는섬 2010-08-1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다

대체 누구한테 보여 주고 칭찬받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서

블랑카님의 감성이 참 좋아요.^^

근데 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읽고 너무 실망했어요.ㅜㅜ

blanca 2010-08-18 11:5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그래도 김영하 만남 당첨되시면 가실거죠?^^ 저는 하여튼 요새 가지고 싶은 것들이 넘 많아져서...큰일입니다.

꿈꾸는섬 2010-08-18 23:59   좋아요 0 | URL
ㅎㅎ당연히 가야죠. 무슨 생각으로 요딴 책을 내놓았나 궁금해요.

마녀고양이 2010-08-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저라면 아직 스마트 폰 하지 않을거 같은데요... ^^
한달에 5만원이 기본비인 것도 비싸고, 오류도 엄청 많고.
거기다 스마트 폰은 해킹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 하고.
하지만.........

새로운 문물을 누군가 접해서, 수많은 오류가 고쳐지고, 또한 저한테 가르켜주시는 이점도 있으니
바꾸시는 것도 좋을지도~ ㅋㄷㅋㄷ

blanca 2010-08-18 11:5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안그래도 제 남동생이 최소 한 달에 육만원을 내는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아깝긴 해요. 아이폰4 마루타 되는 건가요? ㅋㅋㅋ 사실 이래도 잘 몰라요. 맘만 그렇게 먹고 있어요. 누가 가지고 다니니까 폼나 보이니 나도 함 써 보자, 이런 아주 유치한 심리랍니다.^^;;

비로그인 2010-08-1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음이 허할 때 한 쇼핑 치고 성공한 쇼핑이 거의 없습니다.마음과 물질은 이상한 상관관계를 지녔죠.

전 별셋 회사의 휴대폰에 미친듯이 질려서(여섯 달 안에 세 번 고장, 이쯤되니 지치더이다) 홧김에 아이폰으로 바꿨더랬습니다. 그 전에도 아이폰이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기기 하나로 제 인생이 확 달라지진 않았어요. 뭔가 획기적인 기분전환을, 계속계속, 일평생 찾는 마음입니다.

blanca 2010-08-18 21:5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결심하고 주드님의 아이폰 관련 페이퍼를 정독하고 더 가지고 싶었는데요^^;; 기분전환은 헛된 꿈인가봐요. 오늘 예약도 안하고 해서 제가 올해에 가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맞아요. 이거 하면 뭔가 달라질거야, 하고 가 보면 또 거기에요. 그런게 참...그나마 여행은 기대이상이 가능한 것 같아요.

穀雨(곡우) 2010-08-1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지름신이 살짝 오신건 아닌지...ㅋㅋ
얼리어답터랑은 거리가 멀지만 늘 변두리에서 얼쩡거리는 저로써는 아이폰, 하이브리드카메라.
쥐락펴락의 시간을 오고 간답니다. 쥬드님처럼 홧김에 확...불싸버리고 싶지만 그게 또 한 웅큼만큼의
쾌락을 위해, 그리고 곧 몰려 올 후회때문에 그러고 있네요. 사고 나면 금세 시들해질텐데 말이죠..
그래도 지를 땐 과감히 쿨하게 질러 줘야 하는데....^^
조만간 블랑카님 손에 들린 아이폰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이 얼픈....^.~

blanca 2010-08-18 21:57   좋아요 0 | URL
곡우님도 그러세요? 저는 맨날 스스로 물욕이 크게 없다고 자위하다가(명품백 같은) 엉뚱한 데에서 더 큰 지름신이 와버려요. 그러니 물욕이 없다는 건 완전 착각에 허식이지요. 사진 찍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이런 건 좀더 고차원적이라고 포장해서. 그래도 역시나 조금 더 좋은 사진, 확 다른 생활을 해보고는 싶어요. 아이폰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stella.K 2010-08-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우리 윗집이 오랜만에 친척들이 왔다고 대놓고 참아 달라는데 어이가 없더만요.
그래놓고 새벽1,2시까지 난리를 뽀개는데, 나 같으면 안 된다고 했을텐데
울엄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걸 꾸역꾸역 참아내는데 그런 페이소스가 없죠. 흐~
저도 기똥차게 재밌는 고전 좀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10년 전에 죄와 벌 읽고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저 책은 사 놓고 몇년째 못 읽고 있어요.ㅜ

따라쟁이 2010-08-2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마트폰 유저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트위터에는 팔로잉 못하고 있구요. 전화받고 전화걸고 문자 받고 문자 보내고 이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기계가 스마트한게 문제가 아니고 유저가 얼마나 스마트 하냐의 문제인것 같아요.

blanca 2010-08-21 15:04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그리 되지 않을까 싶어요....트위터가 또 나름대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그래도 함 해보고 싶긴 해요. 대체 무언가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