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슬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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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나쁜 놈들! 아 진짜 잭 리처가 얘들을 너무 쉽게 죽여서 안타까울 정도다. 이런 놈들은 오래 오래 죽고싶을만큼 고통스러워하다 죽어야 하는데...... 잭 리처가 이 사건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계기가 가장 인상적임. 가정폭력의 징후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잭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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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16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만세!!

바람돌이 2023-01-16 17:39   좋아요 0 | URL
저도 잭 리처 만세!!! ㅎㅎ
 

"크게 힘들 건 없어요. 정말로 우린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 자신에게 늘 그렇게 다짐해요. 뜨거운 물속에 개구리를 던져 넣으면 바로 튀어나오죠. 하지만 찬물 속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아무 낌새도 채지 못한 채 데어 죽을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에요." - P67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빈센트가 말했다. "워낙 오랫동안두려움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여기 사람들은 이제 겁을 먹지 않는다는게 어떤 건지 기억조차 못하게 됐어요." - P84

"당신은 미쳤어요 알아요?"
"난 나 자신을 미쳤다기보다는 양심적이라고 생각하고 싶소."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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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16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라뇨! >.<

바람돌이 2023-01-16 15:06   좋아요 0 | URL
오랫만에 다시 잭 리처!
근데 이번 편의 잭 리처 유난히 시크하고 유난히 더 멋집니다. ㅎㅎ
 

우리나라는 양다리를 걸치면 득이 되는 그런 나라입니다.
인도의 기업가들은 곧이곧대로 정직하면서도 부정을 저질러야 하고, 조롱하면서도 믿어야 하며, 교활하면서도 진지해야 하고, 양쪽을 다 해야 하지요. - P24

"뭐냐 하면 말이요, 이 사람 학교라고는... 글쎄... 틀림없이 이년 아니면 삼년 정도 다녔을까? 읽고 쓰는 거야 하겠지만, 읽고 있는 게 무슨 뜻인지 도대체알지를 못해요. 설익었다고나 할까, 머리가 좀 모자란다고나 할까. 내 자신 있게이야기하지만, 이 나라는 이 친구 같은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그런데 우리의 영광스러운 민주주의를, 여기서 그는 저를 가리켰습니다- "바로 이 친구 같은사람들에게 맡겨놓고 있어요. 바로 그것이 이 나라의 비극이거든." - P26

대양이 우리나라에 빛을 가져다줍니다. 지도를 보면 바다와 가까운 곳은 모두 잘 사는 곳이거든요. 하지만 강은인도에 어둠을 가져다주지요 - 검은 강 말입니다. 어떤 검은 강을 이야기하는 거냐구요? 양쪽 둑은 검고 끈적거리는 진흙투성이어서 그 안에 뿌리 내린 모든 식물을 꽉 움켜잡고, 그 숨통을 틀어쥐고, 목조르고, 자라지도 못하게 만드는 그 죽음의 강이 어디냐구요?
아, 그거야, 어머니 강가(Ganga), 베다스 여신의 딸, 갠지스 강이지요. 모든 것을 밝히는 강, 우리 모두의 수호신, 출생과 재생再生의 고리를 끊어주는 갠지스 강 말입니다. 이 강이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 모두 어둠의 땅입니다. - P32

부자의 몸은 하얗고 부드러운데다 속이 텅 빈 게, 마치 품질 좋은 면 베개와도 같지요. 우리들의 몸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 아버지의 등뼈는 매듭을 지운 로프, 그러니까 마을 우물에서 여인네들이 물을 짓는 데 쓰는 로프였고, 목 주위를휘감고 있는 쇄골은 마치 개 목걸이마냥 불쑥 튀어나왔으며, 꼭 채찍 맞은자국처럼 살갗을 뒤덮은 베인 곳, 흠집, 흉터 따위는 가슴과 허리를 거쳐 저 아래 엉덩이의 좌골에 이르기까지 뻗쳐있었습니다. 가난한 자의 인생은 날카로운펜으로 온몸에 쓰여 있지요.  - P44

"난 평생을 두고 노새나 다름없는 취급을 당했어. 내 아들놈 하나 딱 하나만이라도 인간답게 사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인간답게 사는 것, 그건 미스터리였지요.  - P49

그리고 십분 동안 손을 닦고, 잘 말린 다음, 다시 한 번 씻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더군요. 어떤 사람의 발을 마사지해주고 나면, 제아무리 열심히 손을 씻어도 그 부스러진 늙은 피부의 냄새는 온종일 손에서 떠나질 않는 법입니다. - P94

각하와 같이 피부가 누런 사람들은, 오수 처리, 식수, 올림픽 금메달 등에서탁월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민주주의를 누리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어떤 정치인은 라디오에 나와서 그러더군요, 우리 인도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누르고 승리하게 될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요. 우린 하수처리도 식수도 올림픽 금메달도 없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입죠. >만약에 제가 국가를 하나 만든다면, 무엇보다 먼저 하수처리 파이프부터 먼저 설치하고, 그 다음에 민주주의를 갖다 놓고,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간디에 대한 팸플릿이나 조각을 주든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뭘 알겠습니까. 전기껏해야 살인자에 불과하니 말이죠? - P120

"맨날 그런 식인 걸 뭐. 난 선거라는 것을 열두 번이나 봤어. 대선이 다섯 번주 선거가 다섯 번, 지방선거가 두 번 그런데 그 때마다 누군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내 대신에 투표를 했다. 이 말씀이야. 인도 내 다른 지역에서는 자기 스스로 투표를 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들 하던데, 그거 참 멋진 일이 아니겠냐?" - P125

아버지는 왜 저에게 사타구니를 긁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요? 아버지는 왜 저에게 우유거품을 내가며 이빨을 닦는 법을 한 번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요? 어째서 그는 제가 짐승처럼 살도록 키웠을까요?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그처럼 더럽고 그처럼 추악한 곳에서 사는 걸까요?
쓱싹 쓱싹, 뱉어내고...
쓱싹 쓱싹, 뱉어내고... 유아, 사람의 과거도 그처럼 수월하게 뱉어낼 수만 있다면! - P179

하지만 그는 수탉장에 들어있거든요. 하인들의 신의는 인도 경제 전체의 기반이란 말입니다. - P204

우리에겐 닭장이 있잖아요.
인류 역사의 어느 장에도 이처럼 소수의 인간들이 이처럼 대다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빚지고 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지아바오 선생님. 이 나라의 몇몇안 되는 사람들이 나머지 99.9퍼센트를 어느 모로 봐도 그들에 못지않게 강하고, 못지않게 재능 있고, 못지않게 똑똑한 나머지를 훈련시켜서 영원한 예속屬의 상태에서 살도록 만든 거죠. 그것은 얼마나 튼튼한 속박의 굴레인지,
그의 손에 해방의 열쇠를 쥐어주더라도 그는 욕설을 하며 그걸 되던져버릴 정도입니다. - P204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영광이요, 우리의 모든 사랑과 희생의 보고이며, 국무총리가 각하에게 보여줄 팸플릿에서 틀림없이 상당한공간을 차지할 주제인 인도의 가족 - 바로 그것이 우리가 닭장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둘째 의문에 대한 답: 자기 식구들이 파멸하는 꼴을 볼 각오가 된 사람만이그들이 주인들에 의해서 쫓기고, 두들겨 맞고, 산 채로 불타 죽임을 당하는 꼴을 볼 각오가 된 사람만이 닭장을 부수고 나올 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으로는 어려운 노릇이고, 괴물이 되어야 하고 비정상적인 성격이라야가능하단 말이지요. - P205

사랑이라는 가면 뒤에서 우리는 주인들을 증오하는 걸까요, 아니면 증오의가면 뒤에서 그들을 사랑하는 걸까요?
우리를 가두어버린 수탉장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조차 미스터리입니다. - P217

인력거꾼 한 사람이 바로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덩치가 작고 더부룩한 수염에 성냥개비처럼 말라비틀어진 사람인데, 누더기로 얼굴과 다리를 깨끗이 닦고서 땅에 누워 잠드는 모습이 극도로 피곤한 듯 보였습니다. 인력거 좌석에는 하얀광고지가 붙어있고 거기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비만이 걱정되세요?
메트로 헬스클럽의 지미 싱을 찾아주세요: 9811799289 - P253

부자들의 꿈, 그리고 빈자들의 꿈 - 그 둘은 절대로 겹치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보세요. 가난한 자들은 평생을 두고 먹을 걸 충분히 얻어먹고, 부자들처럼보이는 꿈만 꿉니다. 하지만 부자들은 무슨 꿈을 꾸지요?
몸무게를 줄여서 가난뱅이들처럼 보이는 꿈이지요. - P257

근데요, 참으로 이상하게도, 그를 속임으로써 만든 현금을 볼 때마다 제가느낀 것은 죄의식 아니라, 무엇이었는지 아시겠습니까?
분노였습니다.
그로부터 더 많은 것을 훔쳐내면 낼수록, 그가 저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훔쳐가고 있었는지를 더욱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P263

짐승들은 짐승답게 살도록 내버려두고, 인간들은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
한 마디로 그것이 저의 철학이랍니다. - P314

저는 말할 것입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아니, 단 일 분이라도,
하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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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1-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들은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
- 당연한 것임에도 이것 참 어려운 일이죠...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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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입으로 굴려 발음하면 왠지 뭔가가 반짝이는 느낌이 돈다. 

이 책의 표지처럼 뭔가 온통 반짝이는 곳에,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런 마음.

어쩌면 허밍으로 노래 하나가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 가는 길~~~ 

기독교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가 이토록 따뜻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해방 후 오랜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1년 중 유일하게 통행금지가 풀렸던 단 하루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기대하고 기대하던 딸의 머리맡에  고구마깡 과자 한봉지를 올려놔줬던 엄마에 대한 추억같은 것 때문일까?

크리스마스라는 말속에서 나오는 반짝임은 왠지 뭔가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그래서 좀 더 특별해지는 그런 반짝임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당연히 예상되듯이 사는게 막막하기도 하고 치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작은 기대 하나를 놓치지 않고 사는 그런 그냥 삶,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린 나와 너의 삶들, 그런 삶들을 이야기한다.

첫번째 이야기인 <은하의 밤>에서 은하는 그다지 잘 나가지는 않지만, 그만그만한 방송국의 방송작가다. 열심히 살아왔는에 어느 날 암에 걸리고 휴직을 하고 병을 치료하고 복직하기 전 그녀가 느끼는 감정.


이후에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발병 이전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삶에는 오로지 고독, 크기를 잴 수 없이 크고 깊은 고독만이 필요하리라는 결론이었다. 그것은........ 설명하자면 아주 무섭도록 자기 삶 속으로 포섭된 고독이었다. 참여자 없는 연극이자 듣는 이 없는 아리아, 만남이 불발된 채 혼자서 나누는 열렬한 악수 같은 것. - 13쪽


비혼 여성으로 오롯이 혼자서 병을 감당하고 이후의 삶을 혼자 걱정해야 했던 은하의 마음에 깃드는 이런 고독은 그냥 공감이 가는 마음이다. 원래 아픈건 오롯이 혼자 견디는 고통이지만, 그 나머지 삶을 버텨줄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또 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군가는 결혼 여부와는 사실 별 상관없다. 은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건 그저 조카의 '다행이다'라는 한마디, 그리고 '고모 이제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라는 그런 마음이다. 아픈 연후에 복직하며 삶이 한도 없이 퍽퍽해지는 마음의 묘사 끝, 저 조카의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래서 힘내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되는 그 과정이 직접적인 묘사 없이도 와닿는다.  어쩌면 이 소설속 은하와 조카의 대화는 소설에 그치지 않고 위로가 필요한 우리들 모두에게 위로의 기억이 되어줄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그런데 그런 삶의 위로나 전환은 무조건 밖에서만 오지 않는다. <은하의 밤>의 또 다른 인물인 오태만씨. 아나운서로 방송국에 취직했으나 해당부서가 없어지는 바람에 예능국으로 넘어와 뭘해야 할지 하지만 회사에는 무조건 붙어있어야 하니까 새 부서에 적응하고자 무진장 애쓰는 사람. 그래서 보도국 사람들이 모두 부당한 부서 조정에 항의해 파업을 할 때도 나는 원래 보도국 일도 잘 못했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예능국에서 한번 해볼려구요라는 말로 자신을 억지로 북돋우던 그가 마지막 순간 파업을 하는 동료들을 돕는 것은 딱히 어느 순간이 계기였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살아보면 그렇지 않던가? 물러서고 물러서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해버리는.....  내내 마음에만 쌓아두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던 것들을 결국 행하는 순간은 그리 대단한 계기가 아니라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는 것 말이다. "아이고 저 미친 새끼"소리를 들어도 "내가 미쳤지 미쳤어" 자조해도 그럼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것들이 우리 인생에 있으니 말이다. 사소한 시간들의 의미가 나는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보이는데 나보다 훨씬 일찍 그런 비밀을 알고 보여주는 것은 작가의 힘이겠지.



단편 <당시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오래 기른 반려견의 죽음 이후 그 상실의 아픔에 고통받는 세미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주변 사람 중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하나씩 하나씩 연락을 한다. 어떤 이는 나와서 이년 전에 죽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자신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와 안아보고 사는 얘기를 하게 된다. 어디든 아기와 동물이 매개가 되면 사람들은 쉽게 친절해지고 쉽게 웃으며 쉽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만남과 대화는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소소한 일상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내뿜는 반짝임은 그런 소중한 순간들의 타일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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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14 0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엔 기적이 생겨야 할 것 같기도 하죠 성탄절엔 따듯한 이야기가 좋고... 성탄절이 지나고도 따듯한 이야기는 좋습니다 위로가 되는 한마디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런 사람도 없으면 그저 자기 혼자 위로해야 할 텐데... 현실엔 그런 일이 별로 없어요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이런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한테 위로가 되는 말 듣기도 하니...

바람돌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3-01-16 15:14   좋아요 0 | URL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도 뭐 그럭저럭 책보고 영화보고 편안한 주말이었습니다. 사람에게서 위로받는게 가장 좋지만 어떨 때는 이런 책에서 위로받는 것도 괜찮은듯합니다. 이곳의 책읽는 이들은 그런 경험이 많지 않을까요? ^^

새파랑 2023-01-15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반짝반짝한데
성탄절은 왠지 성스럽게 느껴집니다 ㅋ
뭔가 위로가 되는 내용인거 같아요~! 전 요새 위로(?)가 되는 책은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ㅋ 제가 많이 사악해졌나 봅니다 ㅋ

바람돌이 2023-01-16 15:16   좋아요 1 | URL
성탄절이라는 말에서는 그렇네요. 음 저는 그냥 반짝반짝할래요. ㅎㅎ 나이가 들수록 섣부른 위로의 허망함 또는 부질없음을 아는걸까요? 저도 사실 좀 그렇긴 해요. ㅎㅎ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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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사람의 결과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26쪽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내가 어떻게 삶을 사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내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나의 글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나 스스로가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만들어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영화를 봐도 흔히 말하는 꽂히는 부분은 다 다르다. 그것이 당연하다. 우리들은 모두 다르게 각자의 자신을 만들어왔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모든 세계관, 담론은 부분적 세계관이다. 페미니즘이든 마르크스주의든 모두 부분적 세계관이다.(50쪽) 이것은 앞으로의 내 삶을 어렵게도 쉽게도 만든다. 거대담론 하나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어찌보면 참 쉽다. 대충 끼워 맞추다보면 맞아 들어간다. 그럼 개인은 그 거대 담론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하면 된다. 그것이 훌륭한 삶이라고 자위할 수 있고, 그래서 뿌듯한 삶을 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20 대와 30 대가 그렇게 달려간 삶이다. 그러나 늘 세상은 그렇게 달려가는 나에게 아닌 장면들을 보여줬고, 그것은 혼란이기도 했고 좌절이기도 했었다. 사회의 진보가 그 구성원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성장이 평등의 실현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평등을 말하던 사람들이 그 구성원들조차도 억압하는 모습을 무수히 봐야했다. 그속에서 느껴야 했던  혼란과 좌절이 요즘에 와서야 좀 메꿔지는 기분이다.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다보면 그렇다.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쉽게 말하던 것들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역지사지가 그렇다. 쉽게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봐라고 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기지만 그렇다면 세상에 그 많은 부조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나의 그 수많은 고민들 - 인간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생긴 - 역시 세상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희망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전장연이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 시위를 한다. 그들은 정권과 싸우는 것보다도 더 지하철로 출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각과 더 싸워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왜 역지사지하지 않는걸까? 이렇게 물으면 답이 없다. 그것은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각자가 딛고 서있는 땅, 존재의 근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저쪽 장애인의 땅으로 건너가지 않을거라고 암묵적으로 믿는 것이다. 타인의 일이고, 소수의 일이고, 소수가 다수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존재를 옮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는 희망이 없는가?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로 역지사지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므로......


  모든 공부와 앎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시각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은 결국 내가 나의 계급적, 성적, 개인적 한계들 때문에, 또는 개인적 욕망 때문에 무엇을 보지 못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배제된 사람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다. 정희진선생님의 책을 읽는다는건 바로 이런 것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는 것은 굉장히 큰 기쁨과 고통을 함께 동반한다.  나의 한계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그로 인해 맞게 되는 다른 지점은 나에게 새로운 인식의 차원을 열어주는 것이다. 



나는 영화나 책을 집중해서 보지만, 완전히 믿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노력하는 편이다. 본 것이 지식으로 자리잡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앎은 기존의 앎을 비워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148쪽


  영화든 책이든 어떤 부분에 내가 반응을 보이고 꽂히는가는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올바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지금의 내 위치는 바른 위치인지 돌아보고 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공부의 의미라는 것을 이 책이 내게 가르쳐준다. 설사 이 책이 그런 의미가 아니어도, 이같은 결론이 나의 오독이라 하더라도 나의 결론이 내 삶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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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08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파이팅입니다♡

바람돌이 2023-01-08 23:58   좋아요 1 | URL
파이팅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3-01-09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번씩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저의 읽기가 넘 부족하다는 인식과 함께 심하게 채찍질 당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계속 읽고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깨달아가면 조금씩은 발전할 수 있겠죠~~
딸아이가 저번에 학교갈 때 전장연 시위로 강의에 늦게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위해 약속시간에 도착해야하는데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했을 때 제가 잠깐 멈칫했어요.
그들이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냐고도 말했지만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도 모호하고~~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정말 힘들어요^^

바람돌이 2023-01-12 22:07   좋아요 1 | URL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이 생기고, 공부해야 할 것도 더 많이 생기는게 당연한거겠죠?
책을 읽은건 쌓여가는데 뭔가 모자란 느낌은 왜 더 심해지는지 항상 고민돼요. ㅠ.ㅠ
전장연의 시위든 다른 시위든 뭐든 저는 그것들을 페넬로페님과 따님처럼 이야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또다른 관점, 생각들을 알아나가는거니까요. 생각없이 사는게 어쩌면 가장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행복하지는 않을거 같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우리가 모두 읽고 생각하려고 하는거 아닐까싶기도 하고요. ㅎㅎ

singri 2023-01-09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이책 안 읽었는데 왜 읽은거같지? 했더니 <혼자서 본 영화>를 읽고는 헷갈렸네요. 영화도 영화지만 선생님은 어찌보셨나 이야기가 더 듣고싶은거 같기도하고요. 책속 영화들도 따라 보고싶네요.

바람돌이 2023-01-12 22:09   좋아요 1 | URL
전 정희진샘은 영화도 막 어렵고 완전 예술영화 이런거만 보지 않을까 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은 본 영화도 많고 안 본 영화들도 좀 대중적인 영화가 많아서 이 책 읽기가 좀 편했어요. 정희진샘 책 본 이야기 읽으면 읽은 책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말이죠. ^^

그레이스 2023-01-12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올바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항상 스스로에게 부끄럽습니다.

바람돌이 2023-01-12 22:09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을까요? 부끄럽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지금같은 시대에 말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3-01-12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글쓰기가 나의 통찰력을 보여 주는 일인 동시에 나의 통찰력의 한계를 보여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글의 평가를 받는 게 두려워지더군요.

바람돌이 2023-01-12 22:11   좋아요 0 | URL
어떤 사람이든 그의 책장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잖아요. 그런데 글은 더 한거 같아요. 끊임없이 나를 노출하는 과정이랄까? 이곳에 쓰는 이런 잡글도 쓰면서 나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데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 칼럼을 쓰시는 페크님은 진짜 대단하신거예요. ^^

희선 2023-01-13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한테는 네가 되어 생각해 봐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게 보지 않을지도... 그 사람 처지가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자신이 잘 모르는 걸 알기도 해야 할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