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맘이 쓰이는 녀석이 하나 있다.
순진하고 어리숙하고 도대체가 야무진 구석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하나도 안 보이는....
거기다가 100m앞에서 걸어와도 '나 불쌍해요'를 이마에 써 다니는 것 같은 그런 녀석.
이제 고등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당연히 성적도 안 좋으니 마땅히 보낼데가 없다.
굳이 아무데나 집어넣자면 없는 것도 아닌데,
이 녀석에 대한 나의 최대 바램은 기숙사가 있는 학교.
기숙사를 굳이 원하는 이유는 사실 단 하나다.
기숙사엘 들어가면 최소한 밥은 안 굶을것 아닌가 싶어서...
본인도 그걸 원하지만 그놈의 기숙사 있는 학교는 쳐다볼데가 없었다.
겨우 녀석이 하나 알아온 학교는 솔직히 영 아니다.
거기다 녀석이 선택한 학과도 아무리 잘 봐줄래도 지녀석의 적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
거기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기숙사도 아니고 학교 하숙이라는데 한달 들어가는 돈이 장난 아니다.
집하고 별로 멀지도 않은데 별로 잘 살지도 않는 집에서 그 비싼 하숙비를 왜 들이겠는가?
이 학교 저 학교 온갖학교에 전화를 해보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던 중.
드디어 내가 딱 원하는 학교가 나타났다.
집에서 거리가 좀 멀지만 같은 도시 내고, 또 거기다 기숙사까지...
더더욱 좋은건 워낙에 정부나 기업체에서 지원을 많이 받는 곳이라 기숙사비 공짜란다.
거리가 멀다는 것 빼고는 시설이나 학교 상태는 시내 왠만한 학교보다 훨씬 좋다는 평판까지....
원래 여기를 생각했었는데 성적이 안돼서 완전 포기상태였다가 올해 유난히 이 학교 지원률이 낮아지는 바람에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
녀석과는 오늘 얘기해서 여기 들어가기로 결정을 햇느데....
문제는 아버지와 통화가 안된다는거다.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연락이 안되는것.
며칠전에도 학교땜에 이집에 전화걸다가 죽는줄 알았다.
아침부터 밤 11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전화를 해댔으니....
거기다 그 시간에 전화를 받은 아버지
거의 빚쟁이 빚독촉 받는 분위기로 전화를 받는 바람에 좀 많이 불쾌했었다.
오늘은 최종 결정하고 내일 당장 원서를 넣어야 하는데,
이건 역시나 전화가 안된다.
결국은 끈질긴놈이 이기는 법...
끝도 없이 전화를 해대 결국 조금전에 통화에 성공했다.
오늘은 그래도 좀 친절하게 받아주시는군....에휴...ㅠ.ㅠ
이 밤중에 전화통 붙들고 있는 것도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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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이 짓도 끝이다.
중학교의 진학지도란게 인문계는 사실상 할일이 거의 없다.
원서 쓰서 넣으면 끝.
하지만 실업계 진학은 아이들이나 부모나 거의 아무 생각이 없고
거의 99% 담임의 눈치작전에 의해 들어가는지라
정말 이 눈치 저 눈치 몇년치 눈치는 한꺼번에 몰아서 본 것 같다.
내일 하루 제발 이변이 없기를.....
막판에 원서 수정없이 제발 몽땅 다 제대로 들어가라... 이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