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한 다스 지식여행자 1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세기 초 "극동의 조그만 나라 일본이 대국 러시아를 무찔렀다"는 뉴스거리가 구미 열강의 식민 지배로 허덕이던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게 그 얼마나 희망과 용기를 주었는지..... 그 당시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백인의 제국주의 약탈과 착취와 차별에 신음하고 있던 세계 곳곳의 유색인종들에게 희망의 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일본은 스승으로 우러러보고 본받던 선배 구미열강에 못지 않을 잔혹한 제국주의 나라로 표변했고, 아시아의 여러 이웃들은 그 화를 톡톡히 입었을 뿐만 아니라, 원망에 가득찬 증오마저 품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멀리 떨어진 터키까지는 일본의 군홧발도 불명예스러운 소문도 미치지 않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본에 대한 동경과 존경의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35쪽)

우리에게는 본격적인 식민지 역사의 시발점인 러일전쟁이 먼 다른 곳에서는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도 있다니.....
충격이었다.
이 이야기는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가 터키에 갔을때 곳곳에서 '도고(러일전쟁때 러시아 극동함대를 패퇴시킨 일본군인)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환대를 받은 에피소드다.
관념속에서 각 사회가 처한 문화와 환경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일전쟁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도 의외여서 충격적이었다.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는 성장과정부터 이채롭다.
요 앞에 나왔던 <프라하의 소녀시대>라는 책에서 자세히 나왔지만 어린 시절을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덕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아이들과 함께 보내었다.
이 시절의 경험은 그녀를 다른 문화와 생각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이고 건강한 시선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녀가 평생의 직업으로 택한 동시통역사 역시 그녀의 그런 시각을 강화한 것 같고....
사실 언어란게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만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의식과 문화 생각이 모두 녹아있다.
우리 말에 유난히 발달한 높임말은 그 자체가 유교질서와 상화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표상이듯이.....

이런 유별난 경험을 바탕으로 늘어놓는 저자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가치관이 만나는 지점들의 이야기는 참 신선하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생각이  책의 곳곳에 녹아있다.
아 그래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탄성을 내내 지르게 된다.

때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도 있지만 또 그 다양성으로 인해서 즐거워지기도 한다.
일본 NHK의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중국 사막지역으로 촬영을 따라갔을때
그 사막의 모래바람속에서 용케 발견한 사슴한마리를 가지고 순식간에 만두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어내던 중국 군인들의 모습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세상의 온갖 요리를 모두 만들어낸 중국인 외에 과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다른 문화에 대한 공감 또는 다른 생각은 막힌 사회의 숨통을 틔워주는 환기구 같은 역할을 한다.
책 제목의 마녀는 바로 그 소수자로서의 다른 생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것은 항상 마녀사냥의 위험을 안고있었다.
인류의 역사가 바로 그 마녀사냥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꽉 막혀서 내 발등 외에는 도대체가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숨통을 틔워줄 마녀의 존재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 사회가 학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바로 우리의 숨통을 틔워줄 마녀가 아닐까?
우리는 어쩌면 그들과 함께 모두 마녀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마녀가 넘치는 세상 - 주류에 당당히 다른 가치관, 다른 삶의 방식을 얘기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아!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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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 - 부모들이 잘 모르는 자녀들이 싸우는 이유와 대처법
일레인 마즐리시.아델 페이버 지음, 서진영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형제간에 안싸우는 집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볼까?
한집도 없다는데 내기를 걸수도 있겠다. 그래서 위로삼아 나온 말이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거야라는 말이 생긴지도 모르겠다. 그말을 위로삼다가도 싸움의 강도가 참기 힘들어지면 속이 뒤집어져서 폭발하는 부모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일단 이 책을 보면 위로가 된다.
아! 여기 비하면 우리집 애들은 양반이구나 하면서....
물론 일부 부모들은 또  아! 이건 우리집이야 내지는 우리집은 더 심해라고도 할수도 있겠다.
집집마다 상황은 다르니...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나의 경우 우리집 애들은 양반이야 할 수 있어서 위로를 받았다.
(이거야말로 남의 불행을 나의 위안으로 삼는격이니 죄책감이 조금 들긴 한다.)
어쨌든 형제간의 싸움은 영원한 부모의 고민거리다.

그런 고민을, 또는 아이들의 싸움을 방치할 것인가? 정말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거야 하면서 놔둬도 될것인가?
이 책은 거기에 대해서 절대 아니라고 얘기한다.
어렸을때의 형제관계 - 아니 사실은 그런 싸움들에 대한 부모의 태도는 어른이 되어서까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아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입장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싸움에 대해서 부모는 적절한 태도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아주 실제적이다.
책의 내용이 실제 부모들과 저자의 워크샵과 그 결과를 적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부모들이 고민을 가지고 온다.(그 고민들의 내용은 부모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 고민을 같이 얘기하고 적절한 처방을 제시하고 한주동안 실천하고 다시 얘기하는 방식.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의 싸움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라면 아주 적절한 대처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거라는게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 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만 몇가지 얘기하면
일단 아이들의 감정을 인정해주라는 것이다.
뭐 그런걸 가지고 싸우냐 내지는 그까짓거 왜 양보안하니하는 식의 말을 하지 말라는 것.
일단은 아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을 인정해주고 표현해주라는 것이다.
이건 보통의 육아서적들에서 대부분 가장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니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뭐 물론 실천이 잘 안되는건 나도 안다. 내가 잘 못할때가 많으니....)

더 도움이 되었던건 실제 싸움에 대해서 대처하는 방식에서 아이들의 싸움을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건 우리집에서 쓰는 방식이다.
우리집에서 절대 안나오는 말이 언니니까 양보해 내지는 동생이니까 양보해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와도 우리 부부의 경우 단호히 그 말을 부정한다.
언니라고 무조건 양보해야 되는건 아니야라고....
아이들 싸움이 생기면 일단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정리해주면서 둘이서 해결하도록 한다.
10번에 한번쯤은 해결이 안될때도 있다. 그러면 마지막엔 가위바위보다. ㅎㅎ
그런데 우리집 애들이 다른 집에 비해서 확실히 덜 싸우는걸 보면 이 방법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의 경우 여기서 생긴 고민이 뭐냐하면 이런 아이들끼리의 협상이 경우 큰애가 거의 다 이긴다는 거다. 이런 저런 말로 둘째를 꼬드겨서 자신이 원하는걸 이루고야 만다는 것.
이것때문에 둘째가 너무 치이는게 아닌가 고민이었는데 이 책속에 아주 위로가 되는 말이 있었다.
"두 아이다 만족한다면 신경쓰지 마라! 당신의 둘째는 지금 가장 훌륭한 스승에게서 협상의 기술을 배우는 중이다."라는 식의 말. ^^

단 폭력을 동반한 싸움에 대해서는 부모는 절대적으로 단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잊지 않는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상처입혔을때는 무조건 일단 상처를 입은 아이를 먼저 안아주고 다독여줄 필요가 있으며, 이후에 때린 아이에 대새 폭력은 안된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내가 어느정도는 알고 있던 부분이고 또 실천하고 있던 부분인데
이 부분말고 나를 헉겁하게 만든 부분은 부모의 태도가 아이들의 삶이나 태도를 고정시킬 위험성이 굉장히 크다는 거였다.
부모의 차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차별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에 대해서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집의 경우에도 큰애는 꼼꼼하고 섬세한 편이어서 앉아서 뭔가 집중해서 하는 놀이들을 잘한다. 반면 둘째는 몸을 움직이는 것들에 훨씬 능하고....
우리는 칭찬이랍시고 언니는 그림이랑 블럭을 잘하고 동생은 달리기를 잘해라고 하는데 이것도 차별이란다. 아이들이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거나 즐길수 있는 기회를 부모의 태도가 원천적으로 가로막아버린다는 것. 즉 둘째도 그림을 잘 못그리지만 충분히 즐길수는 있는데 이런 부모의 태도가 아이가 그림그리는 것을 심리적으로 싫어하게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부모의 차별을 얘기한 부분에서는 나를 반성하고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많아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

어쨌든 지금 형제를 기르고 있는 당신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볼만한 책이다.
전체 다는 아니라 하더라도 어느 한 부분쯤은 도움이 될 만한게 꼭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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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애들은 다섯살 차이가 나도 아직도 으르릉, 쳇, 흥, 이러고 살죠.ㅎㅎ
이 책 님이 다섯개 별을 준 거 보니 정말 유용한가 봐요. 무심코 부모가 하는 말로
차별 당한다는 느낌, 가능성을 한계 짓는 결과, 조심해야겠군요. 음.
토요일이에요, 즐거운 주말 맞으시길요.^^

바람돌이 2007-10-06 09:19   좋아요 0 | URL
육아서적은 역시 실제적인 책이 제일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는 의미에서 별 다섯이예요. ㅎㅎ 다섯살 차이 싸우는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20살 차이나는 동생과 싸우는 언니, 누나도 제 주변에서는 봤는걸요. ㅎㅎ

클리오 2007-10-0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는 안가질 것 같지만...^^ 늘 남동생 둘의 누나라서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뼈속 깊이 간직하고 자란 저로서 이해가 되는군요. 그렇게 되면 동생들과 사이가 별로 안좋고 배려하고 싶은 생각도 안들거든요. 지금이야 다 결혼하고 좀 나아졌지만(동생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보는 순간이 생겨야 비로소 해결되는 듯해요..), 부모님이 우리 아이들은 왜 이렇게 사이가 안좋을까 할 때마다 부모님 탓이라고 속으로 외치곤 했답니다. ㅋ~(부모님은 좀 억울해하시겠죠?^^;) 그래서 저는 형제가 있어야 안외롭다는 사람들 볼 때마다, 형제가 있다고 해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외로운건 아니다, 형제가 애물단지가 되는경우도 많다고 단호히 이야기하는 인생관을 가졌답니다. ㅎㅎ

바람돌이 2007-10-08 00:01   좋아요 0 | URL
아직은 출산의 휴유증이 다 가시지 않았으니 당연히 둘째 생각은 없으시겠죠. 뭐 저도 그랬습니다. 저 애 낳을때 다시는 애 안낳는다는 결심을 무진장 했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ㅎㅎ 근데 요 애라는게 뭐 그 전에도 예쁘긴 하지만 돌 지나고 나면 그 예뻐진다는 강도가 장난이 아니게 됩니다. 뭐 그러면서 출산의 고통을 깜박하게 되더라는.... ㅎㅎㅎ
형제가 애물단지가 되는경우야 주변에 너무 많이 널렸죠... 근데 아닌 경우는 살아갈 수록 형제가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지금 여동생이 바로 옆에 사는데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모르거든요. 아마 그래서 꼭 둘째를 낳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조선인 2007-10-0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미리 대비를 해야할까요? 일단 보관함에 넣겠습니다.

바람돌이 2007-10-08 00:02   좋아요 0 | URL
아마도 님께서도 조만간 녀석들의 쌈박질로 머리아플때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ㅎㅎ 근데 다행인건 그나마 위에가 누나일때는 좀 덜하다고 하더군요. ㅎㅎ

2007-10-07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10-08 00:07   좋아요 0 | URL
스팀청소기는 안샀어요. 그래서 어떤지 모르겠고... 미니오븐은 전 중소기업제품으로 싼걸로다 구입했었는데 별로였어요. 과자 굽는거 외에는 기능이 너무 떨어져서... 그래서 누가 산다고 하면 돈 좀 더 주고 좋은 걸로 사라고 하고 싶어요.(참고로 저는 10만원대) 그나마도 애들이 문을 하도 열어대며 장난치더니 지금은 문이 부서져서 안닫혀요. ㅠ.ㅠ

2007-10-0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10-08 22:02   좋아요 0 | URL
뭐 갈수록 집에 남아나는 물건이 없습니다. 지금 집에서 만약 이사를 가게 된다면 가져갈 물건이 책장과 책, 책상 빼고 나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집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내녀석들 기르는 집은 정말 장난 아니던데요. ㅎㅎㅎ 육아도 어느정도는 쉬어줘야 하는데 계속 아이하고만 있으니 처지는건 당연하죠? 저 방학때 집에 있으면 딱 지쳐서 이제 그만 싶으면 개학해주시더라구요. ㅎㅎ 하여튼 아이 키우는거 말이 쉽지 장난 아니죠...
 
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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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였지?
내가 여자라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억울했던 날들이....
생각해보면 뭐 그리 심각한 차별을 받은것도, 그렇다고 여자이기에 아주 억울한 대우를 받은게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짓누르던 피해의식들.
그때 아마도 난 그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피해의식이라고 규정지었던 것 같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차별들과 여자니까 하는 읊조림들.
또 언제인지 모르겟다. 
그런 피해의식에 대해서 무감해지기 시작한게 언제인지....

처음 근무했던 학교가 실업계였다.
정식 교사는 아니고 기간제였었는데 하루는 희안한 풍경을 봤었다.
고등학교 여학생들 진학상담을 하면서 담임선생님이 성적이나 적성에 대해 얘기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외모에 대해서 얘기하는 모습.
"너 왠만하면 안경벗고 렌즈 좀 끼는게 어떻겠니?"
"살 좀 빼야지 너 이러면 취직 못한다."
인문계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나와서 시험쳐서 발령대기중이던 내가 모르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 담임선생님을 비판하라고?
아니 나는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게 현실이었으니까...
내가 시험성적으로 취직하는데가 아니었다면 과연 취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실업계 남자고등학생들의 취업상담도 저런식일까?
모르긴 몰라도 상담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런 외모에 대한 코치로 이어지진 않을거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아니 이 세계 전체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마도 대부분은 비슷할 터 이런 세상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건 하고싶은 얘기가 퍽이나 많다는 얘기일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
유난히 여자라서 하면 안된다고 규정지어진 얘기들도 많다는 것.
나는 죽어라고 아픈데 내가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그래서 입다물어야 된다는 강박증을 강요하는 사회.

대부분의 많은 문제들이 하소연하고 털어놓는것, 그리고 공감의 따뜻한 위로로 인해 마음의 멍울이 다소라도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다로 풉시다라는 TV코너도 생긴거 아닌가?
그래 나의 문제를  지금 당장 풀어달라는 것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들어주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얘기해주고 다독거려줄 수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나마 주위에서 그런 공간 그런 사람을 쉽게 만날수 있다면 이런 언니네 방같은 사이버공간까지는 찾아들지 않으리라.....
언니네 방은 그래서 위로받고 공감하고 싶은 언니들의 최소한의 숨구멍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최대가 아니라 최소라는 것이다.
아직도 최소밖에는 허용하지 못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는건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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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09-0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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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원래 좀 거리있게 떨어져서 볼때 뭔가 더 있어보인다.
영웅이 영웅다운건 또는 스타가 스타다운건 그가 손이 닿을 수없는 저 먼 어딘가에 있을테다.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2차대전....
그리고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폭사하기까지 그는 늘 전쟁의 한가운데서 전쟁의 순간과 가장 가깝게 있었다.
이런 소개가 주는 이미지는 그야말로 영웅이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말은 또 얼마나 영웅적인가?
자신이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도 가장 가깝게 사건의 한복판에 있겠다니....
이정도면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며 대의를 위해 달리는 전사의 이미지가 그에게 겹친다해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말하는 로버트 카파는?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참전 취재기인 이 책은 그야말로 카파가 보는 카파다.
그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좀 더 자신을 그럴싸하게 꾸며도 됐을듯한데 그 자신은 거기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인다.
그는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직접 취재전의 긴장을 풀기 위해 다른 병사들이 그러하듯이 질게 뻔한 바보같은 포카게임에 뛰어들어 홀라당 돈을 잃기도 하고,
승리로 탈환한 지역에서 만날 스카치 위스키에 열광하기도 하며
또한 전쟁의 최선두에 섰으나 두려움에 떨며 그 현장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괴감에 시달리는 모습도 누구나가 가지는 모습일게고....
또한 남보다 더 빨리 특종을 건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은 그가 언제나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가 보여주는 카파는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지는 존재다.
옆에 있다면 같이 스카치 위스키를 나누며 어깨동무를 하고 싶은 그런 존재.

그러나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다르다.
언제 어느때라도 그는 전쟁의 최선봉에 있다.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전에서도 그는 제일 먼저 상륙한 부대에 섞여서 같이 상륙했다.
지금이야 2차대전의 결정적 승기를 잡은 위대한 작전으로 칭송받지만 상륙작전이란거 자체가 성공하기 힘들고, 또한 엄청난 인력을 희생양으로 퍼부은 위에서만 가능한 작전이다.
그야말로 전우의 시체를 밟고 밟아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상륙작전에 첫번째 투입됐던 부대는 거의 절멸당했다.
마지막 절멸의 순간에 그는 운이 좋게 후퇴할 수 있었을 뿐이고......
그리고 남은 것은.....
표지의 저 사진이다.

그의 관심이 항상 전쟁의 한가운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전쟁이 남긴 휴유증, 상처에도 그의 눈길은 같이 머문다.
전쟁의 마지막 전사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그의 연민
독일에 협력한죄로 삭발을 당하고 마을에서 ?겨나는 여인의 모습을 찍은 모습에도 그의 연민은 느껴진다.
특별한 설명이 없더라도 그 사진을 찍을때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가 느껴지는 것.

그의 글이 보여주는 카파!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카파!
이 둘의 다르면서도 절묘한 조합으로 인해 이 책은 카파라는 위대한 기자를 옆에서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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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덧붙임

책의 제목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제목에서 내가 연상한 것은
전쟁의 참혹함을 취재하면서 분노에 떨었다거나 슬퍼 오열했다거나 하여튼 뭐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제목은 그런거하고는 전혀 상관없었다는 것.
이 제목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보면서 혼자서 어이없고 웃겨서 키득거렸다.
뭐 궁금한 사람은 책을 보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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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카파전을 보고 왔어요. 사진이 주는 감동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Slightly out of focus 라는 말이 나온 특별한 뭐가 있나보죠.
님이 키득거렸다니 궁금해 미치겠어요. 살짝 알려주시와요.

바람돌이 2007-04-2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보고싶은 전시회가 있다고 늘 서울을 들락거릴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아야겠죠? 배혜경님은 다녀오셨다니 부러워 죽을 지경입니다. ㅎㅎ
님의 서재로 가서 살짝 알려드릴까요? ^^

waits 2007-04-2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소식 듣고 잠시 책장을 째려봤었는데, 동명의 책이 새로 번역되었나 봐요. 님의 '쓸데없는 덧붙임' 덕에 한 번 읽어볼까 싶어지네요.ㅎㅎ

바람돌이 2007-05-0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아 이 책이 예전에 출간되었던건가 봐요. 전 이 책이 호들갑떨며 과장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던것 같아요. 쓸데없는 덧붙임도 한번 보실겸 보세요. ㅎㅎ
 
공부가 즐거워지는 습관, 아침독서 10분 - 남미영 박사의 아침독서습관 78작전
남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평소 공부잘하는 비법에 대해 떠들어대는 책에 대해선 전혀 무관심이다.
그것이 설령 독서라 하더라도 공부를 위한 독서 어쩌고 하면 일단 제끼게 된다.
그런 책의 얄팍한 상술이 싫고,
또한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며
대한민국을 미친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그놈의 성적 열풍이 지겹기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어느날 종이를 한장 가져왔다.
유치원에서 저자의 강연회를 준비했나보다.
그전에 부모들에게 읽으라고 이 책을 대여하고 있었던 것.
솔직히 읽고 싶지 않았으나 아이가 "엄마가 빌려봤으면 좋겠어"라길래 할 수 없이 빌려오라고 한거였다.
가져온 책에 무슨 내용이 있나 싶어 대충 훑어보고 그냥 돌려보내려 했는데
그럼에도 눈에 띄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내용들이 꽤 많이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건 학교에서 아침독서 10분의 효과를 말한 대목.
저자의 말보다는 각 장의 앞부분에 실제로 이것을 시행했던 학교의 교사들이 말한 대목들이다.
일부를 떼놓았기에 전체 내용이 어떤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학교의 공부라는 것이 거의 인간의 좌뇌에 관련된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만화나 게임, 인터넷 등을 통해 감각적인 우뇌의 훈련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의 학교 공부를 시작 하기전에 이 좌뇌를 사용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것.
여기서 아침 독서 10분이 바로 그 좌뇌의 시동을 걸어준다는 거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좋아진다는 것.

그외 부수적인 효과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난 그 부수적인 효과들이 더 맘에 든다.
책을 잘 읽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된다는 것.
교사와 학생간, 아이들 서로간에 대화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것.

아침 독서 10분으로 그정도 효과를 거둘수 있다면 정말로 누가 마다하겠는가말이다.
아침의 학교 역시 시간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단지 10분이라면 내지 못할 시간도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닥달시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책읽자는 것 정도 못할 것 없다.

저자가 말하는 효과를 다 믿지는 않는다.
사실 지금은 반신반의다.
하지만 시도해봐서 나쁠건 하나도 없지 않는가 말이다.
즉 효과가 하나도 없더라도 손해볼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당장 아이들에게 아침독서에 대해서 얘기하고 아침 독서시간 10분을 정했다.
만화책, 인터넷소설, 환타지류를 제외하고 어떤 책이든지 아이들에게 한 권씩 가져오게 했다.
책을 가져올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작년에 내가 가지고 있던 학급문고와 그동안 산 몇권의 책들까지 합쳐 30여권의 학급문고를 갖췄다.

이제 이틀 해봤다.
아침 10분간 아이들과 내가 너무도 고요한 교실에서 책을 같이 읽는다.
그리고 정말로 부담없이 간단한 독서기록장도 마련했다.
일단 1학년들이라 말은 잘 듣는다.
불만 있으면 꾹 참으라 했더니 참는다. ^^

아마도 이 리뷰는 1년뒤에 써야하지 않을까?
이런 류의 책이 일단은 해봐야 그게 진짠지 과장인지 알 수 있는거니까.....
부디 1년 뒤에 이 책에 대한 극찬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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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7-03-2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뒤의 리뷰 기대할께요!

짱꿀라 2007-03-2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일단은 해본 다음 하는 것이 좋겠죠.

바람돌이 2007-03-2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일년 뒤에 정말 이 책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저도 좋겠습니다. ^^
산타님/뭐 어려운 일이 아니니 해보는거죠. 잘되면 진짜 좋은거구요. 안돼도 나쁠건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

몽당연필 2007-03-2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울아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에 가서 아이들한테 책읽어주는 꿈을 안고 살았는데....둘째넘이 태어나면서 무산되 버렸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07-03-2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당연필님/학교에선 선생님이 읽어주셔야죠? 그게 맞는 것 같은데... 물론 시간 돼는 어머님들이 오셔서 읽어주는 것도 괜찮긴 하겠지만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알라디너 여러분들은 집에서 아이들한테 충분히 책을 읽어주실테니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독서지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홍수맘 2007-03-2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우리 홍이네도 일 주일에 2번정도 아침독서 시간이 있던데.... 그래서, 글자도 제대로 모르는 홍이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왜 책은 안 가져가는지 궁금해 했으면서도 홍이한테 물어본 기억이 없네요. 역시 난 무심엄마 ㅜ.ㅜ. 나중에 홍이 깨어나면 물어봐야 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