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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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우울과 짜증과 체념과 오기를 왔다갔다하며 입에서는 연신 욕을 중얼중얼하는.... 

이거 뭐 약간 미친거 아닌가 하는 상태를 반복합니다. ㅠ.ㅠ

하 정말 앞으로 5년간은 또 어떤 참담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반복될것인가를 생각하다가, 그래도 너무 끔찍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반복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모든 사람이 나와 생각이 같을 수 없는거야 당연하지만, 그 생각의 차이가 상식선을 벗어나 황당무계한걸 볼 때는 "아 저 인간은 도대체 머리속에 뭐가 들었는지 뒤져보고 싶다거나, 세탁기에 넣고 강력세제로 한 번 빨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제 주변엔 짜증나는 사람도 싫은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저렇게 뇌를 빨아주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은 없네요. 그러나 tv를 보거나 신문기사를 읽을 때면 그런 인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참 이상합니다.

이게 내가 이상한건지, 저들이 이상한 나라에 사는건지 헷갈리기도 하고요.


아 그런데 여기 이 책 이언 매큐언의 <바퀴벌레>가 그 답을 알려주네요.

뇌를 빨아주고 싶은 그들은 사실 인간이 아니라 바퀴벌레랍니다. 

카프카의 잠자는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 있어 절망에 빠지지만, 

이놈의 바퀴벌레 녀석은 자고 일어나니 인간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바퀴벌레도 인간이 된것이 좋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를 내놓고 등을 바닥에 바짝 붙인 자세도 불편하고, 다리도 4개밖에 없고, 피부는 왜 모두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지.... 아 그리고 입속에 있는 빨간 혀라는 덩어리는 혐오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바퀴벌레 녀석은 잠자랑 다르답니다. 

잠자는 왜 자신이 벌레가 되었는지를 모르지만, 이 바퀴벌레 녀석은 인간의 멸망을 위해 그럼으로써 바퀴벌레의 삶을 제대로 편안한 삶으로 돌려놓고싶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인간의 발에 밟혀죽을 위기를 무수히 넘기는 고난의 행군의 댓가로 인간의 몸을 차지하게 된거거든요.  

그것도 영국의 총리 짐 샘스의 몸에 말이죠.

심지어 이 바퀴벌레는 혼자도 아니예요

그의 충실한 동료들 역시 중요 각료들의 몸에 다 들어가는데 성공했어요. 

한 마리만 빼고..... 그래서 외교부 장관만 인간인거예요.


이 영리한 바퀴벌레들은 그들이 가지게 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요.

인간의 역사, 경제, 사회를 거꾸로 돌리기 위한 그럼으로써 인간이 스스로 파멸할 수 있도록 역방향주의라는걸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추진해요.

모든걸 거꾸로 돌리는거죠.

예를 들면 이제 노동자들은 노동을 하면 그 댓가로 기업에 돈을 줘야해요.

그럼 돈은 어디서?

열심히 쇼핑을 하면 됩니다. 쇼핑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돈을 받게 되는거예요.

그 돈을 일을 하고 난 댓가로 지불하면 되는거죠.

말도 안된다고요?

그럼 말이 될 줄 아셨어요? 바퀴벌레잖아요.

여론을 움직이는것 그닥 어렵지 않아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욕심들을 적당히 자극하기만 하면 돼요. 먼 미래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지금 당장의 이익, 지금 당장의 고통에만 집중하게 하면 만사 오케이죠.

또한 방해자들,가령 외교부장관같은 인간은 스캔들을 일으켜서 매장하면 되고요.

트위터 같은 새로운 매체는 이런 말도 안되는 선동도 말이 되게 만드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거든요.

결국 바퀴벌레들은 모든 목적을 이루고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품어줄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이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어요.

인간들은 자멸할거고, 그럼 이제 바퀴벌레들은 인간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한번 주인공이 되어 번영할테니까요.

아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안타깝게 죽고 말았네요.

그들은 한마리가 다리 한개씩 6개의 다리를 들어 아주 엄숙하게 동료 바퀴벌레의 시신을 운반합니다. 

많이 보던 장면이기도 하네요. 


지금 여기 한국 땅에는 과연 몇 마리의 바퀴벌레가 인간인듯 행동하고 있을까를 가만히 꼽아보면,

갑자기 우울함이 조금 가십니다.

아 저는 바퀴벌레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사실 박멸하고 싶은데, 걔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의 멸망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바퀴벌레보다 더 열심히 그것들을 박멸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일명 바퀴벌레 박멸 대작전! 이런건 어떨까요? 뭔가 죄책감없이 근사한 작전이 될것도 같아요. 


작가란 직업은 생각하면 할수록 멋진 직업인듯해요.

이렇게 대놓고 아주 구체적으로, 아주 심하게 욕을 할 수 있잖아요.

나는 상스런 욕설만 주절주절하고 있는데 말이죠.

심지어 작가는 이렇게 욕을 디테일하게 하고 그 댓가로 책의 인세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나는 욕하던거 들키면 주변의 눈총과 비웃음밖에 못받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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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2-03-11 08: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는 두 번의 대멸종을 버티고 살아남았다고 하죠. 앞으로도 인간이 멸종한 이후의 지구에서 잘 살아갈 거라고 하더라구요.

바퀴벌레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오랜 세월 잘 살아온 지구에 어느 날부터 인간이란 종이 폭발적으로 불어나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 못 마땅할지도 모르지요. 물론 그들은 인류가 지구를 다 망쳐서 또 다시 대멸종이 와도 살아남을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공상에 잠시 빠져봅니다.

이런 공상이라도 해야 현실을 잠시 잊겠지요? 물론 잠시 시선을 거둔다고 해결되지는 않지만.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우리는 우리 일을 해야겠지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3-11 10:11   좋아요 3 | URL
그래 바퀴벌레니까 저런거야라면서 이 책을 읽다가 마지막 장면에 가면 또 다르게 바퀴벌레의 입장에서 소설을 보게 되기도 해요. 그들은 종족으로서의 자신들의 보존에 가장 해악인게 인간이라고 생각하는거잖아요. 사실 그 말이 틀린 말도 아니구요. ㅎㅎ
이 책 읽으면서는 잠시 나 대신 분노해주는 이안 매큐언덕분에 마음을 좀 가라앉힐수 있었달까?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는건 아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또 자신의 일을 하고 감시의 눈도 번득이고 해야겠지요. 다만 앞으로가 좀 더 피곤해질뿐이겠고요. ㅠ.ㅠ

미미 2022-03-11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는 왜인지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는데 이 책을 보니 반갑네요!
(안그래도 이 책의 초반 묘사가 ‘변신‘을 떠올린다고해서 궁금했어요ㅎㅎ)
바퀴벌레의 음모라면..정말 맞아떨어집니다.ㅎㅎ 저는 자주‘ 인간이 이렇게까지 할 수 없는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최근 옌롄커를 읽고 작가들의 힘, 은유의 힘을 새삼 주목하게 되었어요. 리뷰를 그렇게 쓰고싶은데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2022-03-13 01:34   좋아요 2 | URL
카프카의 변신의 오마주이긴 한데 이게 벌레가 사람이 되는거다보니 굉장히 코믹하더라구요. ㅎㅎ
제가 읽었던 옌렌커는 굉장히 직설적인 작가구나라는걸 느끼게 했었는데 미미님이 읽으신 책은 은유의 힘을 느끼게 한다니 역시 훌륭한 작가는 뭐든지 가능한거군요. ^^

mini74 2022-03-11 1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라고 하기엔 ㅠㅠ 평상시엔 너무나 말쩡한 이웃들 ㅠㅠ 선이라 믿는 그들앞에서, 그들 눈엔 제가 바퀴벌레같겠지요. ㅠㅠ 외로운 섬 ㅎㅎ 이 된 것 같아 북플만 들락거립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2-03-13 01:37   좋아요 2 | URL
아 바퀴벌레는 주변의 인물들이 아닙니다. 먼곳에 있지요. 국회나 뭐 이런..... ㅎㅎ
우리 주변의 멀쩡한 이웃들은 가짜뉴스나 정치공작이 바퀴벌레들의 음모인지도 모르고 막 휘둘리는 사람들이랄까? 바퀴벌레들을 공작에 휘들리지 않으려면 두눈을 부릅뜨고 있어야겠지요. 외로운 섬 mini74님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심각하게 저를 외로운 섬으로 만들어요. ㅠ.ㅠ

희선 2022-03-14 0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 남을 거다 한 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우주인 모습이 바퀴벌레일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바퀴벌레가 사람 안에 들어가서 사람을 멸망시키려 하다니, 무섭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군요 바퀴벌레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텐데... 바퀴벌레도 사람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지...


희선

바람돌이 2022-03-15 08:51   좋아요 2 | URL
영국의 팬데믹을 풍자한 것이고 영국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주내용이다보니 생각만큼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영국인들은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실제 인물 누구를 풍자하는지 바로 알아보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영국인이었다면 더 재밋게 읽을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정치에 대해서도 이렇게 좀 고품질의 풍자를 소원해보기도 했네요. ^^
 

두말이 되면 종업원들은 힘들게 일항 시간의 대가로 기업에 돈을 낸다. 하지만 상점에 가면 그곳에서 가져오는모든 상품에 대해 소매가로 후하게 보상받는다. 현금을 비축하는 일은 법으로 금지된다. 쇼핑몰에서 고된 하루를 보낸 후 은행에 돈을 맡기면 높은 마이너스 이자가 붙는다. 그러니 저축이이자로 다 깎여나가기 전에 나가서 더 비싼 일자리를 찾거나 직업훈련을 받는 게 현명하다. 더 나은, 그래서 더 대가가 비산 일자리를 얻을수록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쇼핑을 더 열심히 해야한다. 그러면 경제는 활성화되고, 숙련된 노동자는 늘고, 모두가 이득을 본다. 임대인은 임차인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세금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인수하고 우주탐사계획을 확대시켜야 한다. 호텔 지배인은 고객 확보를 위해 최고급 샴페인, 가장 안락한 침구, 희귀 난초,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를 들여와야한다. 그리고 트럼펫 연주자는 댄스플로이에서 성공적인 공연을한 다음날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열정적인 쇼핑을 해야 한다.
그 결과는 완전고용이다.
- P42

복잡한 첫날 일정이 끝난 후 총리는 관저 꼭대기층의 작은 거처로 물러나 트위터를 익히느라 분주했다. 그는 트위터가 페로몬적 무의식의 원시 형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 P74

이튿날 미국 대통령이 침대에서 논쟁을 이끌기 위해 일찍 일어나 그에게 시범을 보였다. "꼬맹이 실비 라루스 영국 함선들 침몰시키다. 나빠 BAD!" 의미의 밀도와 세부사항으로부터의 발 빠른 해방을 매끄럽게 결합시킨 시였다. 진실이건 아니건 라루스는 영원히 그를 따라다닐 조롱으로 거세된 후 작아졌으며(그의 이름은실뱅이었고, 키는 173 센티미터였다), 어선은 함선이, 함선은 함선들이 되었다. 고인들에 대한 지루한 언급은 없었다. 마지막 평가는 유치하고 순수했으며, 기억에 남고, 적절한 단음절어였다.
그리고 그 대문자들, 함축적 느낌표로 이루어진 멋진 마무리! 자유의 땅에서 상상력의 자유에 대한 가르침을 준 것이다.
- P75

 사악하고 무자비하며 냉혹한 거짓말. 그건 남성적 힘에 의한 진짜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자신이라면 그 기사에 이름을 넣을 용기가 있었을지 궁금했다.
그 이야기는 마치 원자로가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듯이 신문 지면이라는 틀에 갇혀 진실을 생성해냈다.  - P100

나중에 연회장으로 가는 길에 젊은 프랑스 외교관이 동료에게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왜 기립박수를 보냈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렇게 요란하게, 그렇게 오래.
"그야, 선배 외교관이 설명했다. "그가 한 모든 말이 싫어서지."
- P108

 그들의 운명은 그들 손에달렸다. 역방향주의는 실현되었다! 더이상 망설임과 지연은 없다! 영국은 홀로 섰다!
- P121

우리는 우회적인 수단을 통해, 그리고많은 실험과 실패 끝에, 인간의 파멸에 필요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과 지구온난화는 확실한 전제조건이고, 평화로운 시기에는 고착화된 계급, 부의 집중, 뿌리 깊은 미신, 루머, 분열, 과학과 지성과 낯선 이들과 사회적 협력에 대한불신을 꼽을 수 있지요. - P123

트레버 고트의 동료들은 신호가 다시 바뀌기 전에 가까스로 그를 들어올리고 몸에서 밀려나온 내용물을경건히 그의 아랫배에 올려놓았다. 그다음엔 여섯 장관이 그의다리를 하나씩 잡고 웨스트민스터궁으로 옮겼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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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다름없는 자신의모습을 목격했다면 그것은 그림자, 그림자라는 것은 한번 일어서기 시작하면 참으로 집요하기 때문에 그 몸은만사 끝장, 일단 일어선 그림자를 따라가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으니 살 수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아무 곳에서나 불쑥 말하곤 하다가 그는 귀신 같은 모습이 되어 죽고 맙니다.
- P21

차마, 차마, 하고 내 목소리가. 하여간에 얼마 못 가고 집으로 돌아갔어. 어처구니가 없었지. 나라는 놈은 그림자도 따라가지 못하고, 하면서. 그 밤에 달이 어찌나 둥글고 밝은지 분화구가 다 보이고,
라면서 여씨 아저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분화구 윤곽이 선명한 달이 뜬 밤에 구불구불 늘어진 그림자를 거느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씨 아저씨의 모습을 나는 생각해보았다.
- P50

문턱에 코를 댄 채로 나무 결이라고 짐작되는 어두운 얼룩을 들여다보며 젖은 듯 마른 듯한 문턱 냄새를 맡고있었다. 차라리,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것이 되면 이미어두우니까, 어두운 것을 어둡다고 생각하거나, 무섭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아예 그렇지 않을까, 어둡고 무심한 것이 되면 어떨까, 그렇게 되고 나면 그것은 뭘까,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 P99

그러다 한참 만에 말씀하시길, 가지고 가는 길에 깨질 수도 있고, 불량품도 있을 수 있는데, 오무사 위치가 멀어서 손님더러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한개를 더 넣어준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것을 듣고 뭐랄까, 순정하게 마음이 흔들렸다고나 할까,  - P104

오른쪽으로는 조명 가게나 공구 상점들을두고 걷다가 오른쪽으로 첫번째 골목이 나타날 때 발길을 틀어서 그 길로 접어들면, 이십년째 그 자리에서 별다른 도구도 없이 드럼통 하나를 세워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순대를 찌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고, 회중시계, 구리 자명종, 낡은 손목시계, 빛바랜 은수저를유리장 안에 진열해두고 졸고 있는 남자를 앞을 지나 담배와 음료와 삶은 계란을 파는 구멍가게를 지나서 부품상점이나 구식 라디오를 손보는 수리실 등을 지나가게되어 있었는데, 어느 곳이든 책상 하나 더는 들어갈 여지가 없을 만큼 비좁았다. 그런 가게들 틈으로 난 골목,
이라기보다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 정도로 보이는 어둡고 좁다란 통로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간판도 탁자도없이 점심배달 메뉴로 백반 한가지를 만들어서 파는 허름한 식당이 있고, 그 맞은편에 오무사가 있었다. 칠십년대 이후로 손을 본 적이 없는 듯 낡고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 P112

할아버지가 죽고 나면 전구는 다 어떻게 되나. 그가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알까. 오래되어서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모두 버리지는 않을까. - P115

 작네요,라고 멍하게 말하자 무재씨가 빈 우유갑을 반으로 접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좁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다 어디로 갔을까요..
- P123

언제고 밀어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 P126

살다가 그러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사정인 걸까, 하고, 너무 숱한 것일 뿐, 그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은 일이었다고 하면, 본래 허망하다고 하는것보다 더욱 허망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 P159

따라오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따라오는 그림자 같은 것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 P184

어둠에 잠겼다가 불빛에 드러났다가 하며 천천히 걷고있었다.
은교씨,
하고 무재씨가 말했다.
노래할까요.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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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 이제 4권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건 이렇게 2권
















2번째 권이었던 <탈주자>에서 약간 주춤했다가 단번에 다시 잭리처 시리즈의 매력을 다시 올려주는 책.

<탈주자>가 왜 재미가 떨어졌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추리와 하드보일드액션을 결합한 이 시리즈에서 <추적자>는 액션이 좀더 비중있게 다뤄졋던거 같다는게 이유인듯하다. 

3권과 4권이 더 재미있었던건 아마도 액션보다 추리가 비중이 더 많아서였던듯.

이 시리즈를 통해 내 취향이 어느쪽에 있는지 확인한 것도 독서의 성과라면 성과일듯하다.

아 그래서 내가 <링컨 라임>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하고 다시 한번 확인.

그나 저나 <링컨 라임>시리즈는 언제 다시 나오려나????

어쨌든 잭 리처 시리즈 역시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시리즈로 아마 앞으로 남은 시리즈를 다 읽지 싶다.

원샷도 그렇고 사라진 내일도 마찬가지로 일면 잔인하지만 너무나 단순해보이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원샷에서는 한 미치광이가 그냥 묻지마 살인을 했고, 무고한 시민이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끝날듯한 사건이고(미국에서야 이런 무차별 총격사건이 워낙에 자주 일어나니 말이다), 사라진 내일에서는 한 여성의 지하철에서의 권총자살이 시작이다.

그냥 불행한 사건으로 잊혀질 사건들이 잭 리처의 뭔가 이상해라는 의구심으로 파헤쳐 들어가면서 점점 배후가 드러나고 사건의 규모가 커지고 해결되어 가면서 잭 리처와 독자가 머리싸움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와중에 헐리웃 영화의 주인공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잭 리처의 매력을 보는 건 덤!


앞의 책에서 역자 해제를 읽으면서 1인칭 서술과 3인칭 서술얘기를 들었을 때 어 그랬나했는데 이 2권을 연속으로 읽으니 아 맞네 하게 된다. 

리 차일드라는 작가는 굳이 문체의 일관성 이런것에는 신경쓰지 않는듯.

이야기의 구조에 따라 마음대로 시점을 선택하는듯하다. 

하지만 매력적이라는 점에서는 잭 리처의 1인칭 시점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이 덩치크고 온몸이 무기이면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잭 리처라는 인물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달까?



아 <사라진 내일>에서는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설의 초반 지하철에서 권총자살하는 여자의 목격자가 된 잭 리처에게서 용의자 증언을 들으면서 여자 경찰이 "정말 괜찮아요?"라고 묻는다.

잭 리처는 속으로 난 이보다 더한 상황도 많이 봤어. 이 정도로는 충격따위 받지 않아 뭐 이런 생각을 꿍얼꿍얼 하며 괜찮다고 대답하는데 이 여성 경찰 정말 의외의 말을 하는 것이다.


"나라면 자책감이 들 것 같아서요. 지하철 안에서 그 여자에게 그렇게 접근한 것 말이에요. 당신이 그 여자를 궁지로 내몰았을지도 모르잖아요. 한두 정거장만 더 기다렸더라면 그 여자도 정신을 추슬렀을지 모르죠."


항상 자신만만한 잭 리처에게 한 방을 확 날리는 이 말이 난 왜 이렇게 멋지지?

잭 리처는 항상 정의롭고 멋진 인물이지만 그 역시 수많은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놓쳤을지 모를 인간의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경구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첫번째 책 <추적자>와 다르게 점점 더 여자 주인공의 역할이 줄어드는건 좀 섭섭하다.

이렇게 멋진 여자 경찰도 딱히 주인공을 간간이 도와주는 것 외에는 별 역할이 없으니 말이다.

다음 시리즈들에서는 매회 소비되는 여자주인공 말고 좀 주인공같은 여성은 안 나올까싶어 아쉽지만 이 시리즈의 성격을 볼 때 별로 그렇지는 않을듯.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는 아멜리아 색스라는 매력적인 여주인공과 그녀와 링컨라임의 사랑이 사람을 간질거리게도 해서 더 매력적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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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2-02-24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처... 리처 드라마를 봐주세요! 여캐들도 잘 나왔고, 에피소드 8개인데, 정말 잘 뽑았어요.

바람돌이 2022-02-24 20:18   좋아요 2 | URL
아 하이드님 진짜 오랫만이네요. ^^ 잘 지내셨나요? 리처 드라마는 저도 하나 봤는데 주인공의 미모가 확 깨더라는.... 약간 헐크 분위기랄까? ㅎㅎ 그래서 일단 책부터 보려구요. ^^

다락방 2022-02-26 19:35   좋아요 0 | URL
헐크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22-02-24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처는 못 생기고 연기 못하는게 더 나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 2022-02-26 01:20   좋아요 0 | URL
책에서 묘사되는 리처를 보면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네요. ㅎㅎ

희선 2022-02-25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이 책을 보실 거군요 잭 리처 한사람만 내세우는 것 같네요 이런 걸 영상으로 만들면 여성도 나름 나오는 듯해요


희선

바람돌이 2022-02-26 01:22   좋아요 1 | URL
시리즈가 16개가 번역되어 나와있더라구요. 아마도 다 보게 될것 같습니다. ^^ 원래 시리즈는 더 많은데 번역이 다 된게 아니더라구요. 뭐 그렇다고 제가 원서로 사보지는 않을거라 번역본만 다 읽는걸로요. ^^ 사실 여성 주인공은 아직은 뭔가 양념같은 느낌이랄까 조금 아쉬운 면이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02-25 0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잭 리처 탐 크루즈 주인공 영화 한 편 지금 보고 있어요ㅋㅋㅋ
책을 읽었을 때는 리처가 좀 센스 있고, 좀 샤프하고, 농담도 잘하고, 허당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영화에서는 좀 근엄하고, 자상한 느낌이더군요???
책의 이미지가 좀 더 나은가? 생각해 봤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6 01:25   좋아요 1 | URL
책에서는 계속 잭 리처의 외모를 강조하거든요. 190이 넘는 키이 엄청난 거구로요. 그래서 톰 크루즈가 이 역할 한다 할 때 말이 많았던 듯해요. 뭐 톰 크루즈가 잭 리처 너무 좋아해서 자기가 하고 싶다고 막막 우겨서 했다는데 그래서 잭 리처 좋아하는 분들은 적응이 안되는듯요. ㅎㅎ 이번에 드라마로 나온 잭 리처 보니까 딱 원작에서 묘사하는 외형이더라구요. 그게 또 막 끌리지는 않아서 일단 책 다 읽을 때까지는 드라마나 영화는 안보는걸로 할려구요. ^^

다락방 2022-02-26 19:37   좋아요 2 | URL
저는 책 읽기 전에 탐크루즈 영화를 먼저 보았거든요. 잭 리처 독자들이 탐 크루즈 반대했다는 걸 알고 봤는데, 저로서는 탐 연기 잘만하는데 왜들 그래? 했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독자들이 왜그랬는지 알겠더라고요. 탐 크루즈는 멋지지만 잭 리처에는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 제가 책을 몇 권 읽고 내린 결론입니다 ㅋㅋ 탐, 그건 아니야. 미션 임파서블 찍어요!!

바람돌이 2022-02-27 01:05   좋아요 0 | URL
톰 크루즈가 도저히 잭 리처 이미지가 안된다에는 동의요. ㅎㅎ 그래 톰 아저씨 미션 임파서블 찍으세요.
아 그래도 드라마 잭 리처의 배우는 몰입이 어려워서.....ㅠ.ㅠ 열심히 보다 보면 정들까요? ^^
 
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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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은 항상 몰입감이 대단하다.

읽다보면 작중 인물의 감정에 나까지 휘말려 드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주인공의 감정상태를 묘사하는데 이 작가 진정 진심이라는 느낌이다.

온 세계, 온 자연이 주인공의 감정과 함께 부르르 떨고 요동을 친다는 그런 느낌이다.

아마도 그래서 츠바이크라는 작가가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가가 되지 않았을가 싶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는 얼마 전에 읽었던 로맹 가리의 <마지막 숨결>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책의 첫번째 단편 <폭풍우>가 그랬다.

감정이입으로 최고랄까?

로맹가리와 츠바이크 모두 독자를 주인공의 감정속으로 휘몰아 가는데 있어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다만 로맹가리의 단편은 언제나 마지막 강력한 한방 어퍼컷을 날린다는 점, 그럼으로써 너의 그 감정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봐라 하면서 판을 깨버리는 면에서 내가 더 좋아하는 작가다.


츠바이크는 다르다. 주인공의 그 고양된 감정속에 계속 독자를 붙들어맨다.

어느쪽이 더 여운이 남는가는 아마도 독자의 취향이나 이들의 책을 읽을 때의 독자의 감정상태 이런 것에 따라 다르지 싶지만 어쨌든 두 작가 모두 독자를 감정의 과잉, 고양으로 이끈다는건 공통점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이들의 책을 읽는건 언제나 두근거림을 동반한다.


첫번 째 단편인 <아찔한 비밀>은 내내 피식거리면서 읽었다.

오스트리아 잼머링이라는 휴양도시에 휴가를 온 젊은 남작과 12살 남짓의 아이의 건강 회복을 위해 아이와 함께 휴양을 온 여성. 바람둥이 남작은 아이 엄마와의 휴가철 원나잇을 계획하고 열심히 아이 엄마를 꼬드긴다.

물론 그를 위해서 먼저 아이에게 접근해서 호감을 사는건 기본.

그러나 이 아이 에드가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초기 아이 엄마에게 남작이 접근할 기회를 주었으면 그 다음에는 얌전히 아이답게 찌그러져서 말 잘듣고 잘 자러 가고 해야 하는데 이놈이 글쎄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아직 사춘기에 들어서지도 못한 아이는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끼지만 엄마와 남작사이의 성적 긴장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다만 자기와 먼저 친해진 남작이 엄마와 더 친해지는걸 이해할 수 없고, 더욱이 엄마와 친해지기 위해 자기를 이용했다는걸 깨닫는 순간 맹렬한 분노에 불타오르며 어떻게든 어른들을 감시하는 것으로 복수하기 위해 애를 쓴다.

아이의 맹목적인 분노, 어른 둘의 애가 타는 성적 긴장과 아이에 대한 짜증같은 것들이 손에 잡힐 듯 느껴져 읽으면서 아 어떡해 에드가. 그냥 너희 엄마는 오랫만에 한 번 불타보려는거야 잠시만 어른들 좀 놓아주면 안되겠니? 하다가, 또 아니 남작이야 나쁜 놈이니까 그렇다치고 엄마가 아이 앞에서 그러면 안되지 하다가 하여튼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 내 감정도 요동을 치면서 갈팡질팡한다. 그래 이 맛이 츠바이크의 맛이다.

아이의 무분별한 모험 이후 나름 평온을 찾는 아이와 엄마의 관계지만 정말 그럴까?

아이는 마지막 엄마의 포옹이 앞으로 자신의 삶에 쓰고도 달콤한 짐으로 남으리라는 얘기를 하면서 이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을 맞지만 이제 아이를 졸업한 에드가의 삶에서 이 사건은 아마도 영원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두번째 단편 <불안>은 정말 불안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자랑한다.

별생각없이 불륜에 빠져든 이레네라는 여성이 그 사실을 한 여성에게 들키게 되고 협박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이레네의 마음속 폭풍을 잘 묘사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안락한 가정의 편안함을 버릴 생각이 일도 없기에 이레네는 전전긍긍한다.

그녀의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풍, 불길한 예감 어느 하나 공감이 가지 않는게 없어 어쩌면 작가가 이런 불안을 실제 겪은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물론 츠바이크의 삶을 생각하면 그건 아닐 거 같지만.....

다만 결말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장르소설같은지라 소설 전체의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감정의 고양을 묘사하는 능력은 여전하다.


세 번째 단편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은 노아의 방주에서 노아가 보낸 세 번째 비둘기를 모티브로 당시 전쟁에 고통받던 유럽에 대한 평화의 메시지로 읽힌다. 다만 워낙 짧고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로 읽어도 무방할듯....


네 번째 단편인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민음사판에서 읽었던 단편이다. 이 소설에 대해서 혹평을 했던게 기억나는데, 내 요지는 이봐요 츠바이크씨, 여자는 이런 식으로 사랑하지 않아요였었다. ㅎㅎ

이 책의 역자해제에 보면 이 소설을 보는 다른 관점이 소개되는데 흥미로웠다. 

실제 츠바이크의 초기 삶이 이 소설 속 남자 주인공 유명 소설가 R과 비슷했다는 것, 첫 번째 부인과 결혼해 있으면서도 일년에 두달 정도는 마음대로 여행을 떠나고 그 동안 온갖 여자들과 연애를 하고, 심지어 그 연애이야기를 상세히 편지에 써서 첫번째 부인에게 보냈다지. 누가? 츠바이크가.... 완전 나쁜 놈!!!! 느낌표 백개쯤 붙여야 할듯.

그래서 이 소설은 자신의 그런 지난 삶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역자의 해제인데, 츠바이크의 실제 삶을 알고 나니 이 소설이 반성문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좀 들기는 한다.

반성일지, 자랑일지 어느쪽일지는 글쎄 츠바이크씨만 알겠지.


다섯번째 단편인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츠바이크 소설에서는 드물게 온화한 휴머니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우화 같은 소설이다. 아 츠바이크가 이런 소설도 쓸 수 있었구나 싶어 신선하게 느껴지는, 그러나 그 덕분에 츠바이크만의 매력을 느끼기는 힘든 소설. 


여섯번째 단편 <어느 여인의 24시간>이야말로 이 소설집의 백미라 할만하다.

그의 장점인 휘몰아치는 감정과 그것의 비정상적인 광기,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생을 한순간에 일탈과 파멸로 몰아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린듯 완벽한 부르조아적 삶을 살던 이 여성, 어느날 남편은 죽고, 아들들은 다 컸고, 어디에도 자신의 존재가치는 보이지 않는 간단히 말하면 돈은 있고 할일이 없어서 삶이 권태로운 40대초반의 여성이 있다.(이 대목에서 솔직히 나도 좀 이렇게 할일이 없어서 권태로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건 안비밀. ㅠ.ㅠ)

삶의 무료함에 지쳐가던 이 여성이 어느 한 날 몬테카를로의 한 도박장에서 한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 순간부터 24시간동안 평생 겪었던 것보다 더 격렬하고 더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사실상 우리들이 일상에서 이런 감정을 겪을 일은 그다지 없어 비현실적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건 겪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일. 또한 그것을 이렇게 탁월하게 당연하게 그 감정의 진화를 인정하게 하는 것 역시 츠바이크의 작가적 능력일 것이다.


살아간다는건 늘 짜릿함보다는 일상의 무료함과 반복에 지친다는게 더 맞는 얘기일 듯하다.

그러 날, 소설을 통해 일상의 지지부진함을 벗어나고 싶다면 잠시 츠바이크의 책을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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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24 17: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와 로맹가리의 유사점과 차이점에서 확 공감이 갑니다~! 아 이렇게 리뷰가 흥미로우면 더이상 미룰 수 없겠군요 😅

바람돌이 2022-02-24 20:19   좋아요 4 | URL
저도 하루만에 봤으니 새파랑님이야 순삭하실듯..... ^^ 츠바이크는 일단 재밌잖아요. 근데 최근에 로맹가리를 읽었더니 비교가 많이 되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02-24 17: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와 로맹 가리의 차이점에 밑줄 쫙입니다. 잠시 저는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생각해봤어요.
읽을 책이 많아 좀 밀리지만 언젠가는 읽어 봐야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2-24 20:20   좋아요 4 | URL
저는 로맹가리를 더 좋아합니다. 근데 로맹가리는 약간 작품마다 편차가 좀 있달까 근데 츠바이크는 현재까지 읽은바로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든요.

희선 2022-02-25 0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 겪기보다 소설 보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겠습니다 그런 일은 없으면 더 좋을 텐데, 사는 건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02-26 01:17   좋아요 2 | URL
츠바이크가 말하는 일들 실제로 겪으면 좀 곤란해요. 까닥하다간 인생 삐긋..... ㅎㅎ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이긴 하죠.

책읽는나무 2022-02-25 0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좋아했었던 한 알라디너분이 츠바이크 극찬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리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이나 작가를 접할 때, 책 내용보다 알라디너분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츠바이크는 ㅇㅇㅇ, 로맹 가리는 바람돌이님!!^^
츠바이크는 아직 읽은 게 없어 읽어 보게 된다면 이제는 비교해 보라는 바람돌이님의 강렬한 이 리뷰가 떠오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6 01:19   좋아요 4 | URL
아 저도 그럴 때 있어요. 아 이 책은 또는 이 작가는 서재의 어느 분이 진짜 강력 추천했었는데 뭐 이런요. 사실 당연한거 같아요. 제가 읽는 책의 반은 제가 관심있고 좋아해서 보는 책이고, 반은 서재분들 추천보고 찾아서 읽는 것들이니 말이죠. 그런데 감히 로맹 가리 접할 때 저를 떠올려주신다니 진짜 영광일따름입니다. ^^ 츠바이크 시작으로 이 책도 괜찮고요. 전 진짜 좋았던 건 <감정의 혼란>이에요. 둘다 읽기 쉽고,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지라 시작하시기 좋을듯해요.

mini74 2022-03-08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방학이 끝나서 바쁘시겠어요. ~ ㅎㅎ 당선 무지무지 감축드리옵니다 ~

바람돌이 2022-03-11 00:24   좋아요 1 | URL
3월이니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제가 좀 편한 한해입니다. 이렇게 여유있는 3월은 25년만에 처음입니다. ㅎㅎ 축하 감사드려요. mini74 님도 2관왕 축하드립니다. ^^

2022-03-08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3-08 18: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2-03-11 00:2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도 에밀졸라 읽기 글 당선 축하드려요. 저도 그 글보고 에밀 졸라를 더 읽어야하는데 하고 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3-08 1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이젠 츠바이크, 로맹 가리 모두 다 바람돌이님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3-11 00:29   좋아요 2 | URL
나무님 감사합니다. 나무님도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츠바이크와 로맹 가리 둘 다 너무 좋은 작가인데 그들을 읽을 때 저를 떠올려주신다니 너무 좋네요. ^^

새파랑 2022-03-08 1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당선 축하드려요 ^^ 저도 곧 이 책 읽어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03-11 00:30   좋아요 2 | URL
저에게 다시 로맹가리를 돌려주신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이관왕 축하드려요. ^^

희선 2022-03-09 0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2-03-11 00:3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늘 희선님 위로로 하루를 따뜻하게 마감합니다. ^^

얄라알라 2022-03-10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놓쳤었다니! 이달의 리뷰 선정덕분에 바람돌이님의 츠바이크 예찬의 이유 잘 담아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2-03-11 00: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도 당선 축하드려요. 저출산에 대한 얄라알라님 페이퍼도 흥미롭게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