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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 세번째로 읽은 책이다. 얼마전에 읽은 <레몬>은 재밌게 읽었었다.
사실 난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제일 먼저 읽었었는데 그 책을 읽고난 이후 다시는 이 사람의 책을 안읽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또 <레몬>을 읽게 되었고, 그 <레몬>이 그런대로 꽤 괜찮은 책이었기에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싶어 든 책이 요거다. 근데 이 책은 어느쪽에 가까우냐 하면 <레몬>보다는 <게임의 이름은 유괴>쪽에 가깝다. 이 사람 이제 정말이지 나랑은 안맞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재미없냐고? 아니 이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쓸데없는 장면이 없을만큼 깔끔하게 깔린 복선에 탁월한 반전, 게다가 현대일본사회의 심층을 꿰뚫어보는 눈까지.... 한 번 책을 들면 끝까지 안읽고는 못배기는 흡입력을 지녔다. 재밌다. 그것도 많이....
그럼에도 이 사람의 두 책은 내 마음을 너무 불편하게 한다. 추리소설을 읽고난 이후 느끼는 통쾌함 비슷한 카타르시스가 없다. 오히려 마음이 너무 무겁다. 왜일까?
그는 죽은자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에서 죽은자는 정말 말이 없다. 말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가 살았던 흔적에 대해서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범행과 관련될 때 말고는... 누구도 죽은 자를 동정하지 않으며 마음아파하지도 않는다. 이 책속의 죽은 여자처럼 호수 깊숙이 묻힐 뿐이다. 그리고 잊혀진다....(이런 느낌은 사실 게임의 이름은 유괴가 더 강했다.)
물론 추리소설이라는게 희생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추리소설들은 하다못해 악인인 범인이 최소한 잡히기라도 하지 않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죽은 자에 대해 동정하는 인간이 한명이라도 나오지 않을까?(물론 추리소설을 별로 많이 읽지도 않는 나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한 존재에 대해서 이렇게 철저히 무시할 수 있다는게 가능한걸까? 히가시노 게이고 - 그가 바라보는 일본사회는 어떤 곳인지.... 그저 한편의 추리소설의 배경일뿐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잘 안된다.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도 추리소설의 새로운 양식 -결론을 완전히 독자에게 맡기는 양식도 독창적이고 뛰어나지만, 되풀이되는 희생자에 대한 익명성을 철저히 관철하는 그의 소설은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