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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1 -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ㅣ 샘터만화세상 3
다니구치 지로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평점 :
꽃이 지기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누구에게나 봄은 있고, 그 봄이 오래전일수록 그림움의 깊이도 깊어가리라. 또한 피다 만 봄이라면, 또는 그 뒤의 겨울이 많이 길었다면 더더욱 봄의 기억은 아련하고 싸한 아픔으로 두고 두고 볼아봐질지도....
히로시에게는 열네살이 그런 봄이었다. 할머니와 부모와 동생이 모두 있고 아주 조그만 사소한 불만 이외에는 고만고만한 사춘기의 고민을 안고 평범하게 살 수 있었던 시절.... 바로 그 열네살에 히로시의 아버지는 집을 나간다. 왜??? 왜냐고 평생을 생각해봤겠지만 히로시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어머니의 고생도 심했고,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가출의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히로시의 사춘기를 힘들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질문은 히로시의 성장의 모든 과정에서 히로시를 에워쌌으리라....
이제 40대에 들어 아버지의 나이가 된 히로시. 열네살의 히로시와는 모습도 생각도 모든게 달라진 히로시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던 히로시는 어느날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깜박 잠이 든 이후 홀연히 열네살의 그 봄으로 돌아가게 된다. 40대의 머리를 그대로 가지고 몸만 열네살이 되어.....
열네살이 되어 돌아간 그 시절은 원래의 시절과는 다르다. 학교공부도 쉽고, 특히 영어는 더더욱 쉽고, 달리기에서도 1등을 하고 학급에서 말도 못붙여봤던 여학생과 사귀게 되고.... 그래서 히로시는 아버지가 집을 나가는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상의 사소한 일들은 많은 것들이 변하기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히로시는 마지막날 아버지를 찾아 내고 가출을 막아보려 하지만 어느샌가 아버지를 이해해버리는 자신을 발견하다. 40대의 아버지를 40대가 된 히로시가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히로시가 만난것은 자기 자신이었을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만큼 세상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까? 결국 인간이란 정말로 자기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간다고 믿는 존재이기에 자신이 아닌 타인을 이해하는건 우주를 이해하는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가끔 자신과 타인의 위치가 일치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일체화와 공감의 순간을 체험하기도 한다. 히로시처럼.....
그 봄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세상이나 살아온 날들이 바뀌는 것도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 봄을 다시 겪고 나온 히로시에게는 앞으로의 시간이 새로운 봄날이 될지도..... 온 마음으로 다른 이를 이해한다는건 결국 자신에 대한 이해와 관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닐지....
히로시의 봄꽃이 다시 피어지기를..... 더불의 나의 봄꽃도....
-----극화체라고 불리우는 그림은 우리나라로 치면 허영만씨의 만화체와 느낌이 많이 비슷하다. 익숙하고 편안한 그림체다.